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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 `검은 금요일`..이틀새 60조 증발(마감)
  •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검은 금요일`이었다. 27일 코스피는 이틀 연속 급락하며 1880선대로 후퇴했다. 이틀간 낙폭만 121포인트에 달하며, 시가총액은 936조원으로 줄어 증발된 돈이 60조원에 달한다.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악재가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대륙을 강타한데 이어 아시아 증시를 급락으로 몰아넣었다. 밤사이 뉴욕증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가 확대되고 주택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2% 넘게 급락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증시도 2~3%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글로벌 자금이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흐르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아시아 이머징 증시의 불안감이 고조됐다.이같은 흐름에 코스피 시장 외국인은 사상최대 규모의 순매도로 대응했다. 개인이 `사자`에 나섰지만 시장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이날 코스피는 80.32포인트, 4.09% 급락한 1883.22에 장을 마쳤다. 이같은 낙폭은 2000년 4월17일 93.17포인트 이후 최대고, 하락률은 2004년 6월3일(-4.27%)이후 가장 가장 가팔랐다.뉴욕과 유럽증시 폭락으로 2%넘는 급락세로 장을 시작한 코스피는 오후들어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고 기관 매수세 마저 주춤해지자 날개없는 추락을 지속, 장중 한때 100포인트 넘게 빠지기도 했다. 이같은 장중 낙폭은 7년3개월여만에 최대였다.전문가들은 일단 "덩달아 팔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조정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지만, 추세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포인트 고지까지 불같이 달려왔던 증시가 조정 받는 것은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다"며 "조정시 실적 턴어라운드(개선)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권했다.전 업종이 곤두박질쳤다. 특히 증권주는 6% 넘게 빠져 조정폭이 두드러졌다. M&A를 재료로 단기급등했던 SK증권과 부국증권 등 중소형주의 하락률이 컸다. 그간 시장을 이끌어왔던 철강과 조선 기계 업종도 3~4%대의 내림세를 보였고, 전기전자 업종도 4% 넘게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동반급락했다. 상위 100종목 가운데 현대상선(011200)을 제외하고 전 종목이 내렸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116개에 불과했고, 내린 종목은 700개에 달해 위축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투자주체별로 외국인은 사상최대 규모인 8471억원(오후 3시10분 잠정)의 순매도를 기록, 열흘 내리 팔자세로 일관했다. 열흘간의 순매도 규모는 4조2185억원에 달한다.기관도 89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개인만 7000억원 넘게 샀다.
2007.07.27 I 오상용 기자
  • [김삼우의 축구&]옛 이야기 돼 버린 말련 축구...원인은 도박과 인종문제
  • [이데일리 김삼우기자] 한번 잃어 버리면 좀처럼 원래대로 회복하기 힘든 게 건강이다. 말레이시아 축구도 그런 것 같다. 이번 2007 아시안컵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개최국 돌풍이다. 공동 개최국들인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연일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홈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이들 나라들이 중동의 강호들을 하나 둘 거꾸러트리는 것은 분명 파란이다. 한국과 같은 조인 인도네시아가 바레인을 눌렀고, 태국이 오만을, 베트남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잡았다. 이들에 패한 중동 국가들은 모두 만만찮은 실력을 가진 다크호스들이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한 두 국가가 한 두 번 그럴 수는 있다고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다. 이제 개최국들을 눈을 씻고 다시 바라보게 됐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로 인도네시아와 맞붙는 한국도 방심은 금물이다. 그런데 공동 개최국 돌풍에 유독 비켜 서 있는 나라가 있다. 말레이시아다. 지난 10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5로 대패했다. 앞으로도 말레시아발 바람은 불 것 같지 않다. 탄탄한 조직력, 순간적으로 번득이는 기술과 투지를 과시한 태국, 베트남 등과 전력차가 뚜렷하다 . 지난 5월 호주에서 3주간 전지훈련을 갖는 등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도 하는데 전혀 위협적이지 못한 말레이시아다. 한국 중장년층 축구팬들로선 의아스러울 법하다. ‘그래도 말레이시아인데...’ 말레이시아가 어떤 팀이었나. 주요 국제 대회에서 번번이 한국의 발목을 잡던 동남아 축구의 강호였다. 지난 1971년 서울에서 열린 뮌헨 올림픽 아시아 동부지역 예선에서 한국이 수중전 속에 0-1로 무릎을 꿇은 것은 아직도 축구팬들에게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 있다. 소친온 , 찬드란, 아르무감 등 70년 대 말레이시아 축구 전성기를 주도했던 선수들은 열성 축구팬들에겐 낯익은 이름들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축구의 현 주소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6월 랭킹이 이번 아시안컵에 나온 16개국 중 가장 낮은 149위. 순위는 차치하고 현 전력도 태국, 인도네시아는 물론, 베트남에까지 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축구가 이렇게 몰락한 이유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2004년 3월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취재차 말레이시아를 갔을 때였다. 당시 한국-말레이시아전은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 도시인 페탈랑자야에서 열렸다. 말레이시아 축구협회가 관중 동원에 자신이 없어 장소를 옮겼다는 설도 돌았다. 페탈랑자야 경기장의 관중 수용 규모는 1만8000명 정도였다. .그 때 선수단 단장으로 함께 갔던 김진국 축구협회 기획실장은 "내가 국가대표로 뛰었던 70년대 말레이시아 축구는 이렇지 않았는데..."라며 혀를 끌끌 찼다. “한국하고 경기만 열리면 항상 4만~5만명의 관중이 꽉꽉 들어차 기를 펼 수 없었다니깐.”이라고도 했다. 분위기도 썰렁했다. 경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와도 현지 신문에서 자국팀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기사가 더 많았다. 당연히 한국 대표팀도 열외였다. 그때 대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도박이 말레이시아 축구를 망쳤다"고 나름대로 말레이시아 축구 몰락의 이유를 밝혔다.. 축구 도박은 요즘도 동남아시아에서 횡행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80년대 후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승부 조작을 위해 검은 돈이 오가면서 주요 선수를 매수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축구협회가 속수무책이자 정부까지 나서 각종 규제 조치를 취하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 당시 도박 파동을 계기로 프로축구에 대한 투자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축구장을 찾던 팬들의 발길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기자단의 가이드 노릇을 했던 한 말레이시아인은 또 다른 측면에서 몰락의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인종 문제가 축구를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절반이 말레이인, 25%가 화교, 7%가 인도 파키스탄인, 그 밖에 유럽 아시아 혼혈 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다. 정치 사회적 문제가 끊이지 않았는데 축구까지 그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대표팀에 화교 출신 선수들이 배제되면서 대표팀 전력이 급전직하했다고 주장했다. 70년대를 풍미했던 소친온, 류룬택 등은 모두 화교 출신들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화교들을 견제하고 차별하는 사회 분위기가 축구판까지 뒤엎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가이드도 화교 출신이어서 어느 정도 피해의식이 깔려 있는 주장일 수도 있지만 전혀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중국전에 나선 말레이시아 대표팀에도 화교로 보이는 선수들은 없었다. 김진국 기획실장은 70년대만 해도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베스트11 가운데 3~4명은 화교 출신이었다고 기억했다. 말레이시아가 축구 자원의 25%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도박이건, 인종 문제이건 어느 것이 근본적이고 결정타인지는 모르겠지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만은 분명하다. 축구가 단순히 스포츠로서가 아니라 그 사회의 모든 것을 반영하고 응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레이시아 축구의 몰락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 관련기사 ◀☞[김삼우의 축구&] 베어벡, 운짱이 되기를☞[김삼우의 축구&] 앙리와 현대 축구 스타의 초상
2007.07.13 I 김삼우 기자
  • [김삼우의 축구&]옛이야기 돼버린 말련축구...원인은 도박과 인종 문제
  •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한번 잃어 버리면 좀처럼 원래대로 회복하기 힘든 게 건강이다. 말레이시아 축구도 그런 것 같다. 이번 2007 아시안컵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개최국 돌풍이다. 공동 개최국들인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연일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홈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이들 나라들이 중동의 강호들을 하나 둘 거꾸러트리는 것은 분명 파란이다. 한국과 같은 조인 인도네시아가 바레인을 눌렀고, 태국이 오만을, 베트남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잡았다. 이들에 패한 중동 국가들은 모두 만만찮은 실력을 가진 다크호스들이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한 두 국가가 한 두 번 그럴 수는 있다고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다. 이제 개최국들을 눈을 씻고 다시 바라보게 됐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로 인도네시아와 맞붙는 한국도 방심은 금물이다. 그런데 공동 개최국 돌풍에 유독 비켜 서 있는 나라가 있다. 말레이시아다. 지난 10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5로 대패했다. 앞으로도 말레시아발 바람은 불 것 같지 않다. 탄탄한 조직력, 순간적으로 번득이는 기술과 투지를 과시한 태국, 베트남 등과 전력차가 뚜렷하다 . 지난 5월 호주에서 3주간 전지훈련을 갖는 등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도 하는데 전혀 위협적이지 못한 말레이시아다. 한국 중장년층 축구팬들로선 의아스러울 법하다. ‘그래도 말레이시아인데...’ 말레이시아가 어떤 팀이었나. 주요 국제 대회에서 번번이 한국의 발목을 잡던 동남아 축구의 강호였다. 지난 1971년 서울에서 열린 뮌헨 올림픽 아시아 동부지역 예선에서 한국이 수중전 속에 0-1로 무릎을 꿇은 것은 아직도 축구팬들에게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 있다. 소친온 , 찬드란, 아르무감 등 70년 대 말레이시아 축구 전성기를 주도했던 선수들은 열성 축구팬들에겐 낯익은 이름들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축구의 현 주소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6월 랭킹이 이번 아시안컵에 나온 16개국 중 가장 낮은 149위. 순위는 차치하고 현 전력도 태국, 인도네시아는 물론, 베트남에까지 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축구가 이렇게 몰락한 이유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2004년 3월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취재차 말레이시아를 갔을 때였다. 당시 한국-말레이시아전은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 도시인 페탈랑자야에서 열렸다. 말레이시아 축구협회가 관중 동원에 자신이 없어 장소를 옮겼다는 설도 돌았다. 페탈랑자야 경기장의 관중 수용 규모는 1만8000명 정도였다. .그 때 선수단 단장으로 함께 갔던 김진국 축구협회 기획실장은 "내가 국가대표로 뛰었던 70년대 말레이시아 축구는 이렇지 않았는데..."라며 혀를 끌끌 찼다. “한국하고 경기만 열리면 항상 4만~5만명의 관중이 꽉꽉 들어차 기를 펼 수 없었다니깐.”이라고도 했다. 분위기도 썰렁했다. 경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와도 현지 신문에서 자국팀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기사가 더 많았다. 당연히 한국 대표팀도 열외였다. 그때 대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도박이 말레이시아 축구를 망쳤다"고 나름대로 말레이시아 축구 몰락의 이유를 밝혔다.. 축구 도박은 요즘도 동남아시아에서 횡행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80년대 후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승부 조작을 위해 검은 돈이 오가면서 주요 선수를 매수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축구협회가 속수무책이자 정부까지 나서 각종 규제 조치를 취하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 당시 도박 파동을 계기로 프로축구에 대한 투자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축구장을 찾던 팬들의 발길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기자단의 가이드 노릇을 했던 한 말레이시아인은 또 다른 측면에서 몰락의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인종 문제가 축구를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절반이 말레이인, 25%가 화교, 7%가 인도 파키스탄인, 그 밖에 유럽 아시아 혼혈 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다. 정치 사회적 문제가 끊이지 않았는데 축구까지 그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대표팀에 화교 출신 선수들이 배제되면서 대표팀 전력이 급전직하했다고 주장했다. 70년대를 풍미했던 소친온, 류룬택 등은 모두 화교 출신들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화교들을 견제하고 차별하는 사회 분위기가 축구판까지 뒤엎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가이드도 화교 출신이어서 어느 정도 피해의식이 깔려 있는 주장일 수도 있지만 전혀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중국전에 나선 말레이시아 대표팀에도 화교로 보이는 선수들은 없었다. 김진국 기획실장은 70년대만 해도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베스트11 가운데 3~4명은 화교 출신이었다고 기억했다. 말레이시아가 축구 자원의 25%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도박이건, 인종 문제이건 어느 것이 근본적이고 결정타인지는 모르겠지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만은 분명하다. 축구가 단순히 스포츠로서가 아니라 그 사회의 모든 것을 반영하고 응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레이시아 축구의 몰락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 관련기사 ◀☞[김삼우의 축구&] 베어벡, 운짱이 되기를☞[김삼우의 축구&] 앙리와 현대 축구 스타의 초상
2007.07.13 I 김삼우 기자
  • 유방암 환자들이 직접 연구소를 차린 까닭?
  • [프레시안 제공] "왜 우리 세대의 여성들은 우리들의 어머니 세대보다 더 많이 유방암에 걸릴까?" 선진국이 될수록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는 잘 알려져 있다. 2002년 이후 유방암은 한국 여성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질병이 됐다. 그러나 그 원인은 좀처럼 밝혀지지 않고 있다. 흔히 질병의 원인은 개인의 잘못된 습관이나 유전적 요인으로 귀결되기 쉽다. 그러나 일정한 세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질병이라면 사회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유방암을 비롯해 세대를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질병들을 어떤 방식으로 예방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좀처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비해 새로 개발된 값비싼 치료제나 치료법에 대한 소식은 언제나 빠르게 전해진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자리잡고 있는 '침묵의 봄(Silent Spring Institute)' 연구소는 바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1995년 설립된 이 연구소를 만든 이들은 유방암에 걸린 여성들 자신이었다. 매사추세츠는 미국 안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5위 안에 손꼽히는 지역이다. 이들은 특히 환경적 변화가 유방암에 끼친 원인에 주목했다. 연구소의 이름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인간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해 환경운동을 촉발시켰던 미국 생태주의자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의 제목에서 착안한 것이다.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환경과 여성건강'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침묵의 봄' 상임 연구원 캐들린 앳필드(Kathleen R. Attfield) 씨를 지난 4일 서울 신문로 여성환경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3년전부터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에 원인이 있으면 예방도 할 수 있다" 프레시안: 연구소의 이름이 레이첼 카슨의 책 제목과 같다. 카슨과 어떤 관계인지? 엣필드: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우리는 환경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저서와 연구성과를 기리며 이 이름을 지었다. 또 한가지, 레이첼 카슨 역시 유방암으로 죽었다. 프레시안: 연구소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엣필드: 미국은 유방암 발병률이 매우 높고, 매사추세츠는 특히 5위 안에 들 정도다. 특히 코드곶(Cape Cod) 지역은 매사추세츠 다른 지역에 비해 발병율이 20%나 더 높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던 여성들은 그들 스스로 연구소를 차릴 필요성을 느꼈고 환경과 건강, 유방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즉 연구소의 창립한 사람들은 유방암을 갖고 있던 여성들이었다. 이 같은 설립 과정으로 인해 비록 지금 '침묵의 봄'은 과학도 출신들로 이뤄진 연구기관이지만 '매사추세츠 유방암 연맹'이라는 단체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소가 설립된 1995년 당시에는 모든 연구들이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에 대해서만 집중돼 있었다. 물론 그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어떻게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에는 투자가 거의 안 됐다. 우리가 환경적 원인과 유방암과의 연관성을 알아내고자 노력한다. 그 이유는 유방암의 위험 요소 중 약 50% 정도만이 알려졌으며, 그 중에서도 BRCA1, BRCA2와 같은 유전적 요소는 겨우 10~15% 정도 밖에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우리 사회 자체에 원인이 있다는 것으로, 그렇다면 예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유전자 변형에 그 원인을 묻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인들의 유방암 발생 위험은 해마다 1%씩 증가해왔다. 오늘날 미국 내 여성들은 8명 중 1명 꼴로 유방암에 걸린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회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는 화학물질에 눈여겨 봐야 할 나쁜 요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화학물질의 붐이 일었지만 그것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제야 겨우 조금씩 알게 되는 수준이다. 프레시안: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했는지? 엣필드: 우리는 21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다양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연구는 살충제나 수질 오염과 유방암 사이의 연관관계를 잘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는 또 환경과 유방암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실내에 존재하는 화학물질들에 관해 조사했다. 이는 매우 새로운 분야다. 코드곶 지역 총 120개 가구에서 실내 공기, 가구, 전자제품 등을 대상으로 89개의 화학물질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총 67개의 환경호르몬이 감지됐으며 27가지 살충제가 실내에서 검출됐다. 평균적으로 각 가정마다 20가지의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1972년 이후 금지된 살충제 DDT까지 검출됐던 것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30년 이상 햇빛과 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내에 머무르고 있는 이 같은 화학성분은 우리가 아무리 어떤 물질을 금지해도 노출을 통한 위험은 남아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또 89개의 조사대상 물질 중 정부 차원의 '건강 안전 가이드라인'이 있는 물질은 39개뿐이었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안전 여부를 알려주는 어떤 장치도 없는 것이다. 안전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안전'은 무엇이며 '안전한 장소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실내에서 검출되는 환경호르몬…'안전한 장소'는 어디인가? 프레시안: 그렇다면 실내에서 검출된 이 같은 화학물질들이 유방암 발병과 연관이 있나? 엣필드: 우리는 아직 이들 화학물질이 인간의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결정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환경 오염원과 유방암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아직 초보단계다. 식생활이 유방암에 미치는 연구는 매우 크고 활발하지만 이 같은 연구는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연구결과들은 화학물질인 PCB(폴리염화비폐닐)가 유전적 요인과 맞물려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PCB는 과거 전자 제품이나 코킹 재료에 쓰였으며 현재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이를 없애야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여전히 위험은 상존한다. 또 몇몇 연구는 유방암 발병 위험이 PAH(다환성방향족탄화수소) 노출에 의해서도 높아진다는 걸 보여준다. 화석 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PAH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 중 어디에나 존재한다. 유방암 세포에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을 주입하면 암세포가 커진다. 그런데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환경호르몬들 역시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즉 환경호르몬이 직접적으로 암을 발병시키진 않더라도 암세포를 자라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평생 환경호르몬에 노출돼 있을 때 종양은 그만큼 자라날 위험성이 높다. 이처럼 환경호르몬들은 유방암에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이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입증됐는데 즉 특정한 화학물질들은 동물의 유방암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인간의 유방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216개의 화학물질들을 목록으로 정리했다. 각 화학물질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국립 연구소의 발암물질 평가 등에 관한 연구 정보, 인간에게 위험할 수 있는 요소, 동물에 관한 연구 결과 등이 집약돼 있다. 이들 중 29가지의 화학물질이 매년 100만 파운드 이상 생산되고 있고 35개는 공기 중 노출돼 있으며 25가지는 5000명 이상의 여성의 작업 환경에 노출돼 있고, 10가지는 음식을 통해, 73가지는 일반 소비자 상품 또는 오염된 음식에 분포돼 있다. '침묵의 봄' 웹사이트(www.silentspring.org)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뿐 아니라 이 목록을 접한 다른 이들도 함께 연구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화학물질을 제품 제작에 사용하는 기업들 역시 이 정보를 통해 화학물질 사용을 자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프레시안: 유방암 발병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일상생활 속 실천 방법은? 엣필드: 첫째, 살충제를 쓰지 말 것. 둘째, 전자렌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넣지 말 것. 셋째, 드라이크리닝을 하지 말 것. 그 안에 들어 있는 퍼크(PERK)라는 물질은 확실히 혈액암을 유발시킨다. 세탁소에 옷을 맡길 때 퍼크를 빼달라고 부탁하라. 넷째, PAH를 피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검게 태워 먹지 말 것. 친기업적인 미국 정부, 결국 '우리'가 나서야 한다 프레시안: 국내에서 환경과 여성 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은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다. 미국의 상황은? 엣필드: 미국에서도 역시 이런 종류의 연구는 꽤 새롭다. 주류가 돼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연구의 끄트머리에 있는 수준이다. 사실 많은 미국인들은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유방암과 화학물질에 대한 이런 연구 결과들도 그들에게는 담배나 음주가 건강에 나쁘다고 말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경고처럼 들릴 뿐이다. 그러나 미국의 유방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이로 인해 1980년대 일부 여성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하기 시작했고, 90년대 그들 중 또 일부가 '왜 우리는 윗세대보다 더 많이 유방암에 걸릴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원인을 찾아내서 발병률을 줄이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행동에 나섰다. 이때 환경 문제가 건강 문제가 맞물려 연구가 활발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사회적 소수 세력'과 다름없다. 프레시안: 미국 정부 차원의 예방 노력은 진행되고 있나? 엣필드: 사실 이런 일들은 우리 모두 정부에 요구해서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사항들이다. 어떤 제품, 어떤 물질을 제한해야 하는지 규정을 만들어 사람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연구를 주도했던 환경청(EPA)은 최근 그 정도를 줄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매우 친기업적이다. 부시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런 기업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친기업적이며 기업 활동에 해를 끼칠 만한 것들은 모두 금지된다.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를 통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운동을 벌인다. 정부를 통하면 너무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미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들이 아직 미국에서는 허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 기업들은 유럽에 파는 제품들에는 그런 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국에 파는 제품들에는 아직도 쓰고 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시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화장품 규제 방법이다. FDA는 직접 규제 대신 화장품 업체들의 자율적인 위원회에 심사를 맡긴다. 그들은 단기간에 테스트가 가능한 알러지 반응이나 피부 반응에 대해서만 검사한다. 장기간에 거쳐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제품을 파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전예방원칙, 중요성 인식하지만 아직 일부 주에서만 시행 프레시안: 한국에서는 여전히 환경과 건강에 대한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적용하는데 정부, 전문가 양측 다 인색하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엣필드: 그렇지 않다. 캘리포니아 주, 특히 샌프란시스코 시에서는 정부가 구매하는 물품에 대해 이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것은 기준에 대한 판단의 문제다. 만약 어떤 물질의 위험성이 80% 정도만 입증됐다면 우리는 그 위험성이 100% 입증될 때까지 기다린 뒤 금지해야 할까? 사전예방원칙은 이런 경우 80%가 입증된 경우라도 이런 물질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예방원칙은 1998년 1월 사전 예방 원칙에 실린 윙스프레드 조약에서 "인간의 건강 또는 환경에 위해가 있을 수 있는 위협 요소가 발생할 때 비록 그것이 사소한 원인이고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사전 경고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이러한 활동의 제안자는 먼저 이를 증명해야할 의무가 있다.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하는 과정은 공개적이어야 하고, 대중에게 알려져야 하며, 민주적이어야 한다. 또 반드시 잠재적인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를 포함해야 한다. 사용금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한 대안들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많은 시민단체, 환경단체들이 이 원칙에 관심을 갖고 자기 지역 정부에 대해 이를 적용하라고 말한다. 메사추세츠 주에서는 시민단체들이 화학물질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규정으로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사전예방원칙'은 사실 논란의 여지가 많다. 어떤 이는 80%라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90%라 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자신있게 '금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는 누가 이익을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질병을 막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비싼 치료에 집중된 투자, 공중보건에는 무관심한 미국 프레시안: 한국 정부는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환경보건'을 중요한 정책 의제로 삼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런 정책은 일종의 돈 낭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엣필드: 매우 전형적인 자세다. "너무 비싸다",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는가", "예산 낭비다" 등등. 환경과 건강에 관한 연구는 너무 어렵고, 투자되는 돈은 너무 적다. 증거가 적다면 연구에 투자를 해서 이를 밝혀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많은 시민운동가들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미국은 각종 과학적 연구를 이끄는 국가로 알려고 있지만, 그것은 의약품 개발 등에만 집중돼 있을 뿐이며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연구에는 매우 적은 투자가 이뤄진다. 비싼 치료에 대한 투자는 잘 되고 있지만 공중보건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안 쓴다. 의약품을 개발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보다 근본적으로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의 개인주의적 성향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누군가의 상태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는 어디가 아프다', '그는 죽었다', '그는 아직 살아있다' 등. 그러나 '누군가가 곧 질병에 걸릴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기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일반 대중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적다. 개인 보험 체계는 잘 발달돼 있지만 공중보건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최근 한국과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다. 한국 내 전문가, NGO는 미국 측이 GMO 검역 완화, 광우병(BSE) 예방 조치를 위한 쇠고기 수입 완화 등을 강력히 요구하는 데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미 FTA는 경제 이슈에 환경 이슈, 건강 이슈가 종속되는 세계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침묵의 봄' 연구소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엣필드: 우리는 연구소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관점을 가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각의 국가는 서로 다른 환경을 갖고 있다. 내 전공은 아니지만 우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같은 협상에서 각국의 건강과 환경에 관한 사항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돼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 따져 협상을 체결해서는 안될 것이다. 프레시안: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 뇌물·위조·폭력… ''롯데캐슬'' 불법 적발
  • [한국일보 제공]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 분양대행업체 간 ‘검은 거래’가 또다시 경찰에 적발됐다.문제가 된 재개발 건축 현장은 2008년 4월 준공을 앞둔 서울 중구 황학동의 주상복합 ‘롯데캐슬’. 1만4,000여평 대지 위에 공사비 1조원을 투입, 지하 4층, 지상 33층짜리 건물 6개 동이 들어서는 초대형 사업이다.그러나 추진 과정은 ‘비리 백화점’이라 해도 될 만큼 각종 불법행위가 판을 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비 단가 인상을 목적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부 사이에 뇌물이 오갔고, 분양대행업체로 선정되지도 않은 회사가 조합 측에 금품을 제공하면서 분양과정에 개입해 상가입주 희망자들로부터 수십 억~수백 억원을 뜯어냈다.경찰에 따르면 시공사인 롯데건설 최모(51) 부장은 2002년부터 4년간 전직 조합장 유모(63)씨가 회장으로 있는 전국재개발연합회 사무실 운영비 3억여원을 대신 냈다. 현 조합장 조모(64)씨에게도 수백만원의 금품을 건넸다. 이 결과 공사비는 평당 58만원(367만원→425만원)이나 올랐고,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 몫으로 돌아갔다.경찰 관계자는 “늘어난 공사비만 총 670억원에 달하며, 조합원들이 1인당 5,3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상가 분양도 비리로 얼룩지긴 마찬가지였다. 재개발 상가 분양 권한은 조합에 있고, 조합이 선정한 분양대행업체가 따로 있었는데도 S개발 대표 임모(57)씨 등 2명은 분양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임씨 등은 3개 업체로부터 상가 분양대금 명목으로 16억원을 받아 가로챘고, 정식 분양대행업체로부터 상가 전체를 매입할 수 있도록 조합장 조씨와 대의원 김모(52)씨 등에 1억7,000여만원을 제공했다.경찰은 “확인된 것 외에도 S개발이 돈을 뜯어낸 업체는 60여개에 달하며 총 500억원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또 감리업체 간부 이모(45)씨는 예비역 대령 정모(56)씨를 채용한 뒤 현직 장교 2명을 통해 정씨의 군 재직시 포상경력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이 공사의 감리를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폭력배도 개입됐다. 청계천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폭의 간부급인 장모(50ㆍ별건 구속)씨 등은 지난해 3월 조합 측에서 800만원을 받고 총회에 동원돼 S개발의 상가 매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부조합장을 찾아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롯데건설 간부 최씨와 전ㆍ현직 조합장인 유씨, 조씨에 대해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감리업체 이씨와 정씨에 대해선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밖에 관련자 1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현역 군인 2명은 군 헌병대로 이첩했다.
  • 강대원 "상부압력에 보복폭행 수사 지연"
  • [조선일보 제공]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의 수사를 진행했던 강대원 전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이 23일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부 압력에 의해 수사착수가 늦어졌음을 시사해 사실 여부가 주목된다.강 전 과장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한화 사건의 늑장·외압 수사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의 기자실에 예고 없이 들러 “(내 계좌에 입금된) 1500만원 부분은 이미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명백히 클리어(결백이 입증)된 사안인데도 마치 돈 때문에 수사를 하지 못한 것처럼 보도돼 억울하다”고 말했다. 구속 수감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경찰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오후 남대문 경찰서에서 강대원 수사과장이 수사진행 상황 등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한화 김회장의 보복 폭행사건(3월9일 발생)에 대한 서울남대문경찰서의 내사가 진행 중이던 4월초 그의 계좌에 15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이 한화측에서 나온 돈인지 추적해왔다.그는 이 같은 의혹을 의식한 듯,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 수사를 못한 것을 말야…”라며 뭔가를 더 말하려다 “중대발표를 할 테니 기자들을 (더 많이) 모아달라”고 말했다.그 직후 검사실에 다녀온 그는 오후 2시30분쯤 기자실에 다시 찾아왔다.강 전 과장은 “오늘은 (중대발표를) 하지 않겠다. 미안하다. 나의 돈 문제는 월요일(25일) 오전 10시에 검찰이 브리핑을 통해 명백히 설명할 것”이라며 “만약 그 때에도 완전히 해명되지 않으면 양심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심선언이 압력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잠시 멈칫하다가 “월요일에 보자”고 기자실을 떠났다.기자들이 따라가며 ‘돈 문제가 남아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랬다면 내 발로 이렇게 떳떳하게 걸어 나갈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강 전 과장은 “돈 문제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빌려줬던 것을 그 때 계좌이체를 통해 내 통장에 입금된 것”이라며 “이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이미 검찰에서 명명백백하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그는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수사가 늦어진 이유가) 돈 문제가 아닌 것은 여러분들이 명확히 해 줘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중앙지검 서쪽 문을 통해 대로로 나가 택시를 타고 떠났다.
  • "명품신도시? 땅 투기하라는 소리다"
  • [오마이뉴스 제공] ▲ 6월 5일 동탄면 산척리에 있는 한 가건물 상가에는 여행사, 서점, 재무건설팅 사무소의 간판이 걸려있다. &nbsp;1. 한적한 시골 마을에 들어선 스키대여점·책방·여행사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 동탄 2기 신도시 지역으로 확정된 곳이다. 이 마을에선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는 마을버스가 외부세상과 마을을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이곳에는 한 달 새 많은 가건물 형태의 점포들이 들어섰고, 또 들어서고 있다. 가건물에는 스키대여점은 물론 재무컨설팅 업체, 책방, 문구점, 비디오대여점, 그리고 여행사 간판이 걸려있다. 5일 오전 11시에 만난 마을 주민은 여행사를 언급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다 딱지를 노리고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초부터 하나둘 씩 들어왔고 대부분 한 달 새 지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키대여점'이 있다는 이유로 언론에 여러번 보도된 상가로 갔다. 스키대여점은 문이 닫혀 있었다. 주변에서 옷 수선을 하는 한 상인은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이곳까지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딱지 받기 위해 온 사람도 있겠지만 언론에서 우리까지 다 싸잡아 몰아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길가에서 멀리 떨어진 상가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여행사는 문이 닫혀 있었고 책방엔 책이 거의 없었다. 주변에서는 가건물이 한창 들어서고 있었다. 도로에는 덤프트럭과 건설자재를 실은 차량이 끊임없이 오갔다. 검은색 고급 승용차도 많이 보였다. 국세청 직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허가받은 내용과 실제 영업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nbsp;▲ 6월 5일 동탄면 산척리에 있는 한 가건물 형태의 서점 내부 모습. 2. "아파트가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집 못 사" 동탄 2기 신도시로 확정된 동탄면 오산리, 산척리, 중리, 송리 등에 사는 주민들은 "걱정이 앞선다"는 표정이다. 농사를 짓는 황순남(71·산척리)할머니는 "보상 몇 푼 주겠냐"며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말했다. 인근 골프장에서 청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채연숙(61·오산리)할머니도 "걱정이 앞선다"며 "여기서 쫓겨나면 이 나이에 일자리를 어떻게 구해야 하느냐"고 걱정했다. 본인 소유의 땅이 없는 사람들은 걱정이 더 크다. 산척리에 사는 은정대(65)할머니는 "신도시가 사람을 내쫓아 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10년 째 남의 땅 800평을 빌려서 고추, 콩, 부추, 도라지, 딸기를 재배했다. 지난 4월 작물을 심을 시기에 주인이 밭 농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집을 지어서 보상받는다고 하더라. 개발할 때까지만 해도 농사짓게 해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뭐 먹고 살라는 말이냐? 이게 사람 사는 경우냐?" 박찬식(43)씨는 이번 발표의 정책적인 면을 비판했다. 박씨는 "'분당급 신도시', '명품 신도시'라는 것은 땅투기하라는 소리"라며 "아파트가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 산다, 신도시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nbsp;▲ 박찬식씨는 "'분당급 신도시', '명품 신도시'라는 것은 땅투기하라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nbsp;농사나 자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큰 시름에 빠져있다. 오산리 ㄷ철강 관계자는 "보상을 10배 해준다고 해도 여기 남는 게 낫다"며 "공장 이사하면 그 동안 일도 못하고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거래처가 멀어져 물류비가 많이 드는 건 기본이었다. 송리에 있는 복사기 부품 업체 사장은 "정부가 기업에 대한 대책도 내놓아야 하는데 대책은 없고 세무조사 이야기만 한다"며 "땅값이 올라 이미 늦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신도시로 쫓아내고 세금에, 규제에 기업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신도시에 반대하는 와중에 보상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ㅅ전자의 장아무개 관리부장은 "어차피 반대해봤자 소용없다"며 "중요한 것은 보상 문제다, 보상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3. "집 만드는 신도시 때문에 원주민은 집 잃고 거지되게 생겼다" 오전 10시 반부터 저녁 7시 반까지 동탄 2기 신도시 예정 지역을 취재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농민, 자영업자, 제조업체 관계자와 노동자 등이었다. 다음은 이날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 황순남 할머니는 "보상 몇 푼 주겄슈? 보상이 나와도 걱정이야, 촌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갈 데가 없어"라고 말했다. 황순남(71·농업·산척리) "29 마지기 땅에 논농사와 함께 텃밭에 콩·고추 농사 등을 짓는다. 겨우 먹고 살고 있는데 (신도시 발표로) 어디로 가야하느냐. 보상 몇 푼 주겠느냐? 보상이 나와도 걱정이다. 촌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갈 데가 없다. 90 먹은 노인네와 같이 살고 있는데 이 노인네를 끌고 어디로 가겠느냐?" 홍진호(35·제조업체 사원·중리) "동탄신도시 무주택 청약 1순위로 분양을 받았었다. 34평에 3억이었다. 하지만 초등학생과 4살짜리 아이들이 있는 월급쟁이로서 2억원 대출 받아 갚을 엄두가 안 났다. 신도시가 생겨나면 지금 살고 있는 중리에서 쫓겨나야 한다. 살 여건이 안 된다. 꿈도 못 꾼다." 박찬식(43·제조업체 과장·경기 오산시) "'분당급 신도시', '명품 신도시'라는 것은 땅투기하라는 소리다. 정부가 투기 판을 벌려 놓은 거다. 돈 있는 사람들만의 얘기다. 아파트가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산다. 임대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오산 쪽 아파트 지역에는 청약저축 부어서 청약 들자고 난리다." 산척리 주민(익명 요구) "살던 사람들까지 명품 만들어주나? 원주민들 삶의 터전을 잃는 거다. 어르신들 시내에서 적응 못한다. 이제 와서 세무조사 하면 뭐하나? 다 끝나고 나서 하면 뭐하냐? 벌써 땅값 다 올랐다." 복사기 부품 생산 업체 관계자(익명 요구) "수원의 땅값이 비싸 2000년에 이곳으로 내려왔다. 그때 거래하던 삼성이 해외로 빠져나가 어려웠다. 겨우 버티다가 작년부터 후지 제록스에 납품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그런데 이 지역이 신도시에 들어간다니까 완전히 골탕 먹이는 것 같다. 설비가 고가인데 이전하면 정확성이 떨어진다. 몇 개월 동안 불량률이 높아지는 등 눈에 안 보이는 손실이 많다. 기흥에 있는 거래처도 멀어진다. 요새 잠도 못자고 있다. 정부 대책은 없고 세무조사 얘기만 나오고 있다. 신도시로 쫓아내고 세금에 규제에 너무 힘들다." 은정대(65·농업·산척리) "10년 째 남의 땅 800평을 빌려서 고추, 콩, 부추, 도라지,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 4월 작물을 심을 시기에 주인이 밭 농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집을 지어서 보상받는다고 하더라. 개발할 때까지만 해도 농사짓게 해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주인은 800평만 보상 나와도 부자 아니냐. 신도시 짓는다며 남의 밭뙈기 빌려 먹고사는 사람 내쫓고 있다. 이게 사람 사는 경우냐? 있는 사람만 사는 세상이냐? 없는 사람은 다 죽어야한다. 10년 동안 작물 심어 나눠 먹은 사람들이 신도시 발표난다고 이럴 수가 있느냐? 정부에서는 확실히 누가 밭을 지었는지 확인한 후 보상해줘야 한다." ▲ 산척리에 사는 은정대 할머니는 "신도시가 사람을 내쫓아 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령점포' 장판가게 상인(익명요구) "세입자들이 얼마나 받겠나? 왜 그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 정당하게 허가 받고 장사를 하고 있다. 우리한테 '왜 장사하느냐'고 물어보면 속 터진다. 가게를 창고로 쓰고 보통 차떼기로 물건을 판다. 이곳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30만원이라 시내에 비해 매우 싸다." '유령점포' 옷 수선 가게 상인(익명요구) "동탄신도시는 보증금 5000만원이다. 하지만 이곳은 동탄신도시에서 겨우 10분 떨어져있는데 가격은 1/10이상 싸다. 합법적으로, 먹고 살려고 들어왔다. 기자들이 확실한 것만 기사로 써야 하는데 아닌 것까지 싸잡아 몬다. 옷 수거해서 이 곳에 와 수선한다. 문 닫고 옷 수거하러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기자들이 와서 '유령점포다', '문 닫고 뭐하느냐'라고 할까봐 못 나가고 있다. 또한 계속해서 카메라 들이대니까 괜히 사무실이나 정리하고 있다. 딱지 노리고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아니다." 오산리 주민(익명 요구) "원주민들 거의 다 반대다. 여기 땅 거의 다 외지인이 샀다. 오산 3리 140가구 중에 논 있는 사람은 5가구 밖에 안 된다. 2/3은 세입자다. 얼마나 보상을 해주겠나? 여기 가건물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거 보상해주려면 분양가는 계속 오를 것이다. 원주민들 중에 몇 명이나 입주할 수 있겠나? 다들 쫓겨나는 거다. 집 만드는 신도시 때문에 원주민은 집 잃고 '거지'되게 생겼다. 근처 골프장을 수용 안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골프장에 얼마나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데 그거 놔두고 왜 주민들 땅 수용하느냐!" ㄷ철강 관계자(익명 요구) "보상은 상관없다. 공장 이사하는 게 아파트와 수준이 다르다. 전기 등 기반시설 마련하려면 엄청나다. 그 동안 일도 못하고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거래처가 멀어져 물류비가 많이 든다. 주변 땅값도 올라 구석구석으로 쫓겨난다. 보상이 10배가 나온다고 해도 여기 남는 게 낫다. 이 주변 허가를 왜 내주는지 모르겠다. 사실 여기 신도시 발표 몇 년 전부터 개발될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 얘기 모르면 간첩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통해 집값 낮춘다고 하는데 여기는 이미 투기가 다 끝났다." &nbsp;▲ 동탄 2기 신도시로 지정된 화성시 동탄면 오산리 일대 모습.
(인터뷰)한진重 박규원 사장 "어떤 배도 다 만듭니다"
  • (인터뷰)한진重 박규원 사장 "어떤 배도 다 만듭니다"
  • [수빅(필리핀)=이데일리 박기수기자] "이제는 리미트(제한)가 없어졌습니다. 부산 영도조선소는 기술력은 있지만 입지가 좁습니다. 이제는 (수빅조선소의 부지가 70만평에 이르기 때문에) 어떤 크기의 배도 만들 수 있습니다" ▲ 박규원 사장이 수빅조선소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5일 오후 필리핀 수도 마닐라로부터 네 시간 가량 쉼없이 차로 달려간 곳에 위치한 수빅조선소의 첫 블록(선박 철재구조물)&nbsp;생산 기념식.&nbsp;&nbsp;작달막한 키에 검게 그을린 박규원 한진중공업 사장의 목소리엔 힘이 넘쳐 있었다. 지난 1월15일부터 필리핀에 사실상 상주하고 있는 박 사장은 내년 6월 4300TEU(20피트 컨테이너 4300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급 선박이 제대로 건조될 때까지 수빅조선소에 사실상 '올인'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사장은 "여러 선주들이 수빅조선소가 착공되기도 전에 선박 건조를 맡겼는데, 그런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영도조선소와 동일한 품질의 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nbsp;그는 "그렇게 하려면 한시라도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며 향후 1년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nbsp;때문에 수빅조선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자신도 골프를 좋아하지만, 모든 열정을 첫 배가 제대로 나오는 데 쏟으라는 의미에서다. 특히 한진 직원들이 현지 직원들에게 빨리 용접기술 등을 전파해 현지화에 뿌리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술유출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노(NO)"라고 했다. 중국처럼 우리나라를 바짝 따라오는 나라 같으면&nbsp;문제가 되겠지만, 필리핀의 경우 조선 분야는 황무지 수준이다. 모든 것을 한진중공업이 리드하는 만큼 기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있을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대비해놨다. 많은 돈을 들인 기능공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에는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대통령령에 따라 한진에서 일한 기능공이 해외로 나갈 때는 출국신고시 한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며 매우 특별한 케이스라고 했다. 수익과 연결되는 생산성 향상에 대해서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국내 인력의 30% 수준인 현지인력의 생산성이야 가능한한 빨리 영도 수준으로 맞추면 좋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산성보다도 원칙입니다. 현지인들에게 원칙대로 일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했습니다. 그게 습관이 되면 저절로 생산성을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필리핀의 장점에 대해서는 인건비와 언어로 요약했다. 박 사장은 "여기는 사람을 송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다. 인건비가 매우 저렴하고 인력이 풍부하다"며 "영어로 의사소통이 강하기 때문에 국내 인력이 쉽게 현지인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답했다. 필리핀 교사는 월 5000~6000페소(약 10만~12만원)를 받고, 한진중공업에 취업한 수습기능공은&nbsp;8500페소를 받는다.&nbsp;지난 1898년부터 1946년까지 50년 가까이 미군 지배하에 있었던 탓에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nbsp; 향후 조선시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대체로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박 사장은 "최근 10년간 업황이 계속 좋았고, 케이프사이즈급 배가 4000만달러에서 8000만달러로 올랐다"며&nbsp;"세상이 우리가 경험했던 것보다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라간의 자유무역이 엄청 늘고 있고, 그런 효과로&nbsp;물동량이 늘고 선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경제는 다소 둔화대 물동량이 줄겠지만, 이를 자유무역이 커버할 것으로 보여 전반적으로 조선업은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와 필리핀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영도에서는 입지 크기를 고려해 중형선과 특수목적선 등을 중심으로 하고, 여기에서는 대형선 위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nbsp;한진중공업은 이미 극초대형선인 1만2800TEU급의 컨테너이선을 수주해놨다. 도크가 작은 영도조선소에서는 불가능한 규모다. 양쪽에서 만드는 선박의 크기가 다르지만, 같은 크기의 배를 만든다고 보면, 영도에서는 연간 20척을, 수빅에서는 40~50척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nbsp; 박 사장은 아울러 수빅경제자유구역내 기업의 법인세 감면 등의 장점을 설명하고, 향후 국내&nbsp;기자재업체의 현지 진입을 유도할 계획이다.&nbsp; 한진중공업 자체적으로도 추가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007.06.06 I 박기수 기자
  • 잭 웰치요? No! No! No!
  • [조선일보 제공] 사진=린다 시세로 미(美) 스탠퍼드대 뉴스서비스 에디터 '하위 10% 직원을 내보내라.''항상 점검하고, 체크하라.''세계는 인재전쟁, 엄청난 돈을 들여서라도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라.''매섭고 강인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승리한다.'오늘 많은 경영자들이 신봉하는 이런 비즈니스 상식들은 그의 검증 앞에서 무참하게 짓밟힌다.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세계 경영학계에서 그의 이름은 넘기 힘든 무게와 높이를 지닌다. 조직행동·리더십·인사관리 등 경영학 핵심영역의 세계 최고 대가로 '휴먼이퀘이션(Human Equation)' '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The Knowing-Doing Gap)' '숨겨진 힘(Hidden Value)' '사실(Hard Facts)' 등 11권의 책을 썼고, 주요 국제학술지에 11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그는 상식으로 간주되는 전통의 경영이론에 '자료'와 '증거'를 바탕으로 검증의 칼을 들이댄다. 기계처럼 인간을 다루는 신(新)자유주의적 경영방식이 집중적으로 그의 심판을 받아왔다. '해고(lay off)'와 '비용절감'이 경영자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경영관행에 그는 “대체 어떤 근거로 그걸 믿고 있느냐”고 반문한다.페퍼 교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들여다보면 기업의 기술적 우위는 오래가지 않으며, 기업의 규모는 늘 과장되게 평가돼 있다”고 단언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싱가포르항공, 도요타자동차, 커머스은행(Commerce Bank) 등은 모두 시장에 맨 처음 진입한 기업도 아니고 가장 덩치가 큰 회사도 아니지만 최고의 수익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 경영귀재 잭 웰치를 혼낸 ‘Mr. 쓴소리’ 페퍼 교수는 오는 6월14일 한국왓슨와이어트 리더십센터 초청으로 방한(訪韓)할 예정이다. 방한을 앞두고 그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리틀필드’ 건물의 회의실에서 위클리비즈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신(新)자유주의적 경영의 상징인 잭 웰치 GE 전(前) 회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잭 웰치의 강제배분평가방식(forced ranking system·직원을 상·중·하로 평가해 하위 10%를 내보내는 방식)에 대해 “그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어떤 체계적인 문서로 표현된 리서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잭 웰치의 GE는 혁신(innovation)과는 거리가 멀며, 기본적으로 다른 회사를 사들여 큰 회사”라며 GE가 수년 전 화학물질을 뉴욕 허드슨강에 불법 방류하는 바람에 엄청난 벌금을 물었던 사례도 들었다. 그가 쏟아내는 잭 웰치에 대한 비난이 다소 부담스러워 ‘그래도 잭 웰치는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직접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페퍼 교수는 “잭 웰치가 위대한 리더라는 어떤 증거(one piece of evidence)도 없다”며 “그는 매우 언론플레이를 잘하는 대리인(press agent)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잘랐다. 그는 전 세계의 경영자들이 ‘잭 웰치가 했으니 우리도 한다’ ‘잭 웰치가 성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성공할 거다’는 식으로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논리(lousy reasoning)”라고 일축했다. 그는 “잭 웰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에디터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는데, 그렇다고 여러분이 똑같이 한다고 해서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학문적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며, 그의 메시지를 직접적이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탠퍼드대 경영학과의 원로교수 중 하나인 찰스 오라일리 교수는 “그의 도전은 불편하지만(uncomfortable), 악의적(mean)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 “기업이 성공하려면 살맛 나는 직장 만들어야” 그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가는 비즈니스의 관행을 풍부한 사례와 근거를 들어가며 비판했다. 가령, 조직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살리고, 몰입(commitment)하도록 유도하는 직장을 만들려면 고용의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용의 안정성을 해치는 대신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다운사이징과 구조조정을 일삼고, 이게 오히려 기업 경쟁력 회복의 원천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장기적으로 조직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처방을 남발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페퍼 교수는 이제는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어 특허의 경제적 수명은 더욱 단축되고 있고, 시장에 맨 먼저 진입했다고 해도 곧바로 다른 기업의 추격을 받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이 온라인으로 책을 팔겠다고 결정한 첫 번째 기업이 아니며, ‘화이자(Pfizer)’의 대박상품인 ‘스탭(stab·분무형 인슐린 약)’ 역시 먼저 개발한 회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현대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재창조(reinvention)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인적자본(human capital)과 이를 구축하는 인프라에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페퍼 교수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의 인터뷰를 예로 소개했다. 슈미트 회장에게 핵심전략이 뭐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기본적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면서 그들을 풀어놓는 것(turn them loose)”이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과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 사양산업인 남성용 의류산업에서 인력개발에 집중투자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거둔 멘즈웨어하우스(Men’s Warehouse), 소프트웨어업계의 관행인 스톡옵션제도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고도 놀라운 성과를 거둔 에스에이에스 인스티튜트(SAS Institute)…. 그는 이들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성공 열쇠를 ‘인간중심전략(human-centered strategy)’이라고 정의한다. 살맛 나는 직장,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드는 게 비결이라는 얘기다. 페퍼 교수는 “10년 동안 사두면 돈이 되는 주식을 찾는 비밀을 알려주겠다”며 “포천(Fortune) 선정 ‘일하고 싶은 100대기업’을 골라서, 앞부분의 리스트에 오른 기업을 사두면 실패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이 대목에서 경영학의 대가는 더욱 단호해졌다. “재무제표요? 볼 필요도 없죠.” ‘경영이론의 영원한 검증자’ 페퍼교수가 풀어내는 ‘인간냄새 나는 경영의 세계’로 안내한다. 페퍼 교수는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민감한 답변이 나와 재차 확인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틀림없다(absolutely)”고 못박았다. 페퍼 교수는 특히 잭 웰치 GE 전(前) 회장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일부 심한 표현도 있어, 그 부분은 부득이 완화했다.■ 새로운 성장엔진은 사람에게서 나온다―한국기업들의 현안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 상품개발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고 있지는 못합니다. 교수님은 인간중심 전략(human-centered strategy)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이 전략이 도움이 되는 건가요.“기술개발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술개발은 사람들의 마인드셋(mindset)에서 나오지 다른 데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2년 전 산업자원부 주최 국제회의에 참석해서 글로벌기업들이 역외생산(offshore)과 연구개발(R&D) 입지를 선정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하는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세금이나 리베이트, 금융지원 등을 보고 입지를 선정하지 않습니다. 사람(people)을 보고 결정하죠. 실리콘밸리의 성공스토리는 낮은 노동비용과 생활비 등에 기인한 게 아닙니다. 가장 좋은 교육기관들을 갖고 있고, 전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이민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결국 인재가 핵심이라는 얘기군요.“그렇습니다. 성공하는 기업과 경제의 비밀은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에게 핵심전략이 뭐냐고 물으면, 기본적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면서, 그들을 풀어놓는 것(turn them loose)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재능과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지요. 상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한국을 생각해보면, 한국은 선진경제로 진입해 있습니다. 저임금으로 방글라데시 같은 곳과 경쟁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혁신과 제품서비스의 질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어떻게 사람을 경영하고 유지하느냐에 달린 것입니다.”―창조적인 잠재력(creative potential)을 최대한 끌어내라는 것이군요.“그렇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입니다. 그런데 회사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구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창의적이되 실패해서는 안된다’ ‘창의적이되 예산을 맞춰라’ ‘창의적이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해라’…. 기업의 경영진은 관행적으로 직원들의 창의력에 제약을 가하죠.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째는 ‘해를 끼치지 말라(do no harm)’입니다. 사람들의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런 관행들을 삼가야 합니다.”―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거나,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어낸 CEO들을 많이 만나고 연구해 오셨습니다. 이런 CEO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까.“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입니다만, 다른 대부분의 경우 성공한 CEO에게서 공통된 특징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최우선 순위를 기업문화를 세우는 데 둡니다. 기업문화를 제대로 세우면, 나머지는 따라온다는 거죠. HP 전성기의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이런 경우죠.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몇 년 전 점심을 한 적이 있죠. 그때 래리 페이지는 회사가 성장할 때 가졌던 마치 대학교 같은 문화를 상장 후에도 유지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애기했어요.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얘기하는 ‘건설적 마찰(constructive confrontation)’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을 얘기하고, 다른 견해를 듣는 것이죠.”―혁신적인(innovative) 문화 같은 무형의 자산이 놀라운 기술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정말로 믿는 건가요.“물론입니다. 기술은 오고 가는 겁니다. 기술적 우위는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책을 온라인으로 팔겠다고 결정한 첫번째 기업이 아니고, 화이자는 스탭(stab·분무형 당뇨병 치료제)을 시장에 첫번째로 들고 나온 기업이 아닙니다. 시장에 첫번째로 나올 필요가 없는 거죠. 특허의 경제적 수명은 단축되고 있습니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재창조해야 하는 겁니다. 결국 일상적으로 이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인간자본(human capital)과 이걸 구축하는 인프라에 달려있습니다.” ■ 진실을 말하는 CEO가 드물다―교수님은 여러 책을 통해 인간중시 경영에 성공한 여러 CEO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업체인 SAS의 짐 굿나이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브 켈러허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CEO들은 잭 웰치와 같은 리더, 교수님의 표현대로 하면 과장된 카리스마 타입의 리더와 어떻게 다른가요.“카리스마를 갖춘 리더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라키시 쿠라나(Rakesh Khurana)가 쓴 ‘기업 구세주를 찾아서(Searching for a corporate savior)’나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나대거나(high profile), 카리스마를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포천 매거진 커버에 사진이 나오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운동선수들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등장한 뒤 좋지 못한 일이 생기는 걸 두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저주(curse)’라고 합니다. ‘포천 매거진 저주’도 있을 수 있어요.”―아무튼 좋은 리더들이 갖는 공통점은 어떤 게 있나요. 리더십 스타일이든 개인 성격이든….“좋은 리더들은 두세 가지 간단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런 특징을 갖춘 사람들이 매우 드뭅니다. 첫째는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진실을 말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닌가요. CEO로서 진실을 말하는 게 어려운 건가요.“그렇습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CEO는 속입니다(spin). ‘요즘 어떠냐’고 물으면 ‘매우 잘하고 있다’거나 ‘우리는 감원(lay off)을 하지 않을 거다’는 식으로 말하죠. 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과 영국에서 직원들의 50~60%, 어떤 경우에는 3분의 2가 고위경영진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노(no)’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이 거짓말하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면 경영진은 직원과 고객, 투자자들을 늘 속인다고 답하죠.”―그런데 좋은 리더들은 진실을 말한다는 거군요.“그렇죠. 좋은 리더의 두번째 특징은 자기가 모를 때 꾸미지(make it up) 않는다는 거죠. 그걸 인정하는 거죠. 모르면 일어나서 당당하게 ‘모른다’ 혹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세번째 특징은 뭔가요.“매우 사람 중심(people-centered)의 핵심 가치체계를 갖고 있다는 거죠.”―정직하다는 것이 듣기에는 훌륭하지만, 이것만으로 성공적인 CEO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정직한 게 필요합니다. 정직하지 못하다면 성공적인 CEO가 될 수 없습니다.”―한국적인 문화를 고려하면, 한국의 CEO들이 정직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에 따라서 거짓을 말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의 CEO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그런 압력을 극복해야 합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권력의 위계가 분명한(power distance)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과 한국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교수님은 논문과 책을 통해 리더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얘기하셨지만, 중간관리자나 추종자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으셨는데요.“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을 말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래 직원들을 포함시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비범한 결과를 끌어내라―교수님은 리더십에 관한 전통적인 이론에 도전한 첫째 학자였죠. 지금도 리더십이 (기업의 성과에) 별 큰 차이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그는 1977년에 쓴 논문을 통해 이런 주장을 한 바 있다.)“(그가 쓴 논문을 상기시키자, 손을 내저으며) 압니다, 기억합니다. 나쁜 리더십은 기업에 엄청난 해악을 끼칩니다. 하지만 좋은 리더가 혼자서 기업을 구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반면 나쁜 리더는 많은 사람과 유능한 인재를 기업에서 쫓아냅니다. 좋은 인재가 많이 남아있지 않으면 성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죠. 나쁜 리더는 이런식으로 많은 해악을 끼치게 되는 거죠.”―써튼 교수가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책에서 말한 ‘또라이(asshole)’라는 얘기죠.“그렇습니다.”―많은 기업들이 유능한 CEO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실수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는 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부즈 앨런 해밀턴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무엇보다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영입한 CEO들의 대부분이 오래가지 못해요. 이런 경향은 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시작됐습니다. 평균 재임기간이 5~6년에 불과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영입해야 하죠? 도요타에서 10년간 일하다가 최근 미국 트럭회사에 영입된 고위간부를 만나서 ‘도요타에서 뭘 배웠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들이 영리하지(smart) 못해요. 그게 성공의 비밀이죠’라고 말하더군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거죠. 평범한(ordinary) 사람들이 비범한(extraord inary)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겁니다. 반면 다른 많은 기업에서는 비범한 사람들이 아무 결과도 못 내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시스템과 관행입니다. 능력있는 개인과 영웅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창조성을 관리할 생각 말고, 직원들에게 자유를 줘라―한국기업들이 잠재적 창조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를 좀 주시죠.“의사결정 권한을 아래로 내려보내야 합니다. 중앙에 권한이 덜 집중되어야 하는 거죠. 창조성을 관리(manage)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창조성은 대부분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는 것이에요. 재능있고 똑똑하고 잘 교육된 사람들을 뽑아, 그들이 기술(skill)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구글의 예를 들어보죠. 구글은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도입할지를 놓고 투표를 합니다. 내부시장(internal market)을 형성하는 거죠. 또 구글과 코닥은 종업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시간을 줍니다. 공식적인 회사 일 이외에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하는 거죠. 그것이 바로 그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자유방임적인 리더십이 지시를 내리고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리더십보다 낫다는 얘긴가요.“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이나 괜찮다는 자유방임은 아닙니다. 만약 핵심가치를 위반하거나 고객과 동료직원에 대해 적절치 못한 태도를 보인다면, 해고돼야 합니다. 하지만 조직 내 사람들의 재능과 지식과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데는 매우 개방되어야 하는 거죠.”■ 앨빈 토플러와의 논쟁―2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논쟁을 벌이셨죠. 당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동전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신가요.“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증거가 별로 없습니다.”―그럼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는 것은 완전한 시간낭비라는 얘긴가요.“아뇨.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돈을 지불하면서 즐기려는 수요가 있으니까요. 다만 MIT의 다이내믹스 연구소에 따르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빨리 파악해서, 재빨리 대응하고 배우는 게 훨씬 성과가 좋습니다.”―2년 전 한국에 왔을 때 한국정부가 내놓은 미래 비전에 대해 비판하신 적이 있습니다. 근거가 약하다고…. 정부가 미래 비전을 말하는 것도 부질없는 겁니까.“비전을 세우는 것은 좋은 거죠. 미래예측(forecasting)과는 다른 겁니다. 미래에 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며,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 것이며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매우 중요한 겁니다.”―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정보화시대에 한국정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한국정부는 국민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투자해야 하고, 노동시장을 개방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효과적인 것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시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미시적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일하기 좋은 기업’이 좋은 기업―좋은 예가 될 수 있는 위대한 회사는 어떤 곳이 있는가요.“사우스웨스트항공, 싱가포르항공, 구글…. 포천지의 일하고 싶은 회사 100개를 보면 됩니다. 이들은 다른 기업들의 성과보다 훨씬 좋습니다.”―사람 중심의 전략을 믿고 계신 것 같네요.“나는 아무 것도 믿지 않습니다. 나는 과학자입니다. 데이터를 들여다볼 뿐입니다. 웹사이트에 가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가운데 첫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기업들의 주식을 사서 10년간 들고 계세요. 다른 주식보다 수익률이 훨씬 좋을 겁니다.”―그럼 심지어 재무보고서 등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건가요.“물론입니다.” ―한국의 대기업 CEO를 위해서 조언해 주신다면.“상식을 사용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드물어요.”―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관찰(observation)에 근거하라는 겁니다. 어느 책에서 봤다고, 혹은 GE가 했다고 따라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사실과 증거에 주의를 기울이세요.”―교수님이 말하는 인간중심 전략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관행을 도입해야 하나요.“직원들을 훈련시키는 데 투자하세요. 그들이 훈련에서 배운 기술(skill)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이 필요합니까.“이론훈련(class training)과 현장훈련(on the job training)이 모두 필요합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skill)을 훈련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주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기술을 발전시키고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거죠. 피아노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아노를 주고, 연주하게 하는 겁니다.”―이미 많은 기업에서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관찰해 보세요. 경기가 안 좋을 때 맨처음 하는 일이 훈련비용을 줄이는 거죠. 또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뭘 하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훈련을 통해 배운 것을 써먹을 기회를 박탈하고 있습니다.”―그렇게 간단한데, 왜 많은 기업들이 따라하지 못하는 겁니까.“영문 3글자로 말하면 ‘자아(ego)’ 때문입니다. CEO의 자아 때문입니다. ‘CEO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 ‘CEO의 결정은 거기에 참여한 수백명의 사람보다 뛰어나다’….”―이런 강한 자아의 문제가 중간관리자에게도 있는가요.“물론입니다. 조직의 위부터 아래까지 다 해당됩니다. 이런 문제가 없는 기업이 성공합니다.” "잭 웰치가 위대하다는 증거를 대라""그는 언론플레이에 능한 대리인이 있을 뿐"페퍼 교수는 잭 웰치 GE 전(前) 회장(사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참지 못했다. 그를 영웅시하는 비즈니스계의 관행과 미디어의 태도, 그를 모방하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했다. 세계 경영학계의 거목이 비즈니스계의 영웅 취급을 받는 CEO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은 잭 웰치에 대한 페퍼 교수의 공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GE의 잭 웰치는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중의 한 명으로 꼽히죠. 직원을 A, B, C로 나눠 하위등급 직원을 탈락시키는 강제배분평가방식(forced ranking system)을 포함해 그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잭 웰치는 매우 언론플레이를 잘하는 대리인(press agent)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웃음) 잭 웰치가 그렇게 위대한 리더라는 어떤 증거(one piece of evide nce)도 없습니다.” (페퍼 교수는 경영학자 톰 피터스와의 다른 인터뷰에서 “(잭 웰치의) 강제배분평가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어떤 체계적이고 문서화된 리서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부분을 지적했더니 잭 웰치는 ‘이것은 정확히 학교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학교에서 학습에 관한 모든 교육연구 자료를 들여다보면, 강제배분평가방식은 사람들을 배우게 하고,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최악의 방법이라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잭 웰치 추종자들이 실망하겠는데요.“추종자(follower)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요.(웃음)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보면 GE가 과장됐다는 게 나와요. GE가 그렇게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다른 증거를 대 보죠. GE가 수년 전 화학물질을 뉴욕 허드슨강에 불법 방류하는 바람에 엄청난 벌금을 물었습니다. GE가 혁신(innovation)한 게 어떤 게 있나요? GE는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회사(buying company)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담겨 있는 논리는 잘못됐지만 흔히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잭 웰치가 했으니, 우리도 한다’ ‘잭 웰치가 성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성공할 거다’ 이런 식이죠. 잭 웰치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의 에디터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습니다. 나중에 둘은 결혼했죠. 하지만 여러분이 그렇게 똑같이 한다고 해서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가 했던 것을 모방하려는 아이디어는 옳지 않습니다.”―하지만 그의 개인적 성격과 관련해 그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단호하게) 아닙니다(no). 그를 직접 본 적이 있나요?”―아뇨. 없습니다.“그는 키가 작고, 남자답지 못하죠.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냥 언론플레이에 능한 좋은 대리인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누구인재경영을 외친 ‘경영학계의 등대’&nbsp;&nbsp;정동일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경영학과 교수제프리 페퍼 교수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교수나 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역할모델(role model)이자 우상이다. 그의 이력서는 무려 25페이지에 달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논문·저서 등 왕성한 저술활동이 이력서를 꽉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다양한 경영학 이론들에 대한 명확하고 냉철한 판단이나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깊이있고 통찰력있는 이해 등 경영학자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퍼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정설(定說)처럼 받아들여지던 경영학 이론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통해 학계 전체의 흐름을 숱하게 바꾸어놓았다. 경영학계 ‘최후의 심판자’이자 ‘등대’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예컨대 1970년대 경영학계는 CEO(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대체로 CEO의 리더십은 조직의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주류였다. 하지만 페퍼교수는 1977년 ‘리더십의 모호성’(The ambiguity of leadership)이란 논문에서 “리더십의 개념이 일관성없이 부정확하게 사용된다”면서 기존 연구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조직이 리더를 선발하는데 리더십 역량과는 전혀 무관한 기준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 이후 경영학계에는 리더십과 조직 성과 연구에 대한 재점검 바람이 불었다. 페퍼 교수는 1990년대 들어 또 한번 경영학계와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당시는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과 차별되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R&D(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신제품 개발에 치중하고 있었다. 기업과 경영학계는 기업이 보유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했다.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데 몰두한 것이다. 당연히 직원들에게 투입되는 자원은 투자라는 관점보다는 비용이란 시각에서 다뤄졌다. 페퍼 교수는 1994년 ‘사람이 경쟁력이다’(Competitive Advan tage through People)란 책에서 “기업이 진정으로 중시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조직내의 사람이며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 만이 존속가능한 경쟁우위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 책에서 “1972년부터 1992년까지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 5곳을 뽑는다면 가장 정확한 기준은 기술·특허수·기업의 전략적 포지션이 아니라, 조직내 직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이를 경쟁우위로 삼았던 기업이냐의 여부”라고 밝혔다. 기술이나 전략 등의 경쟁우위는 산업구조나 기술 등 경영여건이 바뀔 경우 중요성이 감소하지만,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는 환경변화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페퍼 교수의 경영철학은 그후 ‘휴먼 이퀘이션’(Human Equation), ‘숨겨진 힘(Hidden Value)’ 등의 책을 통해 일관성있게 유지됐다. SAS의 굿나이트 회장,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 등 월드클래스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많은 CEO들이 페퍼 교수의 경영 철학에 영향을 받아 ‘인재경영’에 발벗고 나섰다.페퍼 교수는 최근 삼성 등 많은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는 ‘창조경영’에 대해서도 대가(大家)다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경영을 내세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핵심인재를 개발하고 이들의 창의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페퍼 교수는 “핵심인재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직원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는 창조적 본능을 극대화 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라”고 설파한다. 창조경영을 위해 CEO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페퍼 교수는 ‘정직함’을 꼽고 있다. 단순한 정직함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유지하는 ‘가차없는 정직성’(brutal honesty)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월가시각)M&A 열기에 가려진 악재
  •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이쯤 되면 열기가 아니라 광풍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저금리가 낳은 풍부한 유동성은 세계 금융시장을 M&A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29일 뉴욕 주식시장도 이 덕에 상승세를 이어갔다. 통신장비, 금융, 부동산, 자동차, 컴퓨터, 식음료, 건설, 제약 등 갖가지 업종에서 전방위적으로 M&A 재료가 등장하며 투자 심리를 고무시킨 덕이다.베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로버트 셰퍼 매니저는 "M&A든 사모펀드든 어쨌든 주식시장은 유동성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뉴 암스테르담 파트너스의 미셸 클레이먼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사모펀드들의 돈이 시장을 떠돌고 있다"며 "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올해 5월에 이뤄진 M&A 규모만 무려 4960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 1910억달러의 거래가 미국 시장에서 이뤄졌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고 기타 경제지표도 뜨뜻미지근하지만 다우 지수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거래의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올해 5월에 일어난 M&A는 건수로는 2567건이다. 하지만 3435건의 M&A가 이뤄진 지난 2000년 5월의 경우 전체 M&A 금액은 올해 5월의 반인 2500억달러에 불과했다. 영국 2위 은행인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네덜란드 ABN 암로 인수 추진 등에서 보듯 동종 업계의 판도를 바꿀만한 대형 딜이 자꾸자꾸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다.하지만 M&A 열기 뒤에 가려진 악재도 있다. 이날 시장에서도 상당히 우려할 만한 두 가지 문제점이 등장했다. 첫 번째는 국채수익률 상승이다. 투자자들이 M&A 열기에 취해있는 사이 10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어느덧 4.9% 앞에 바짝 다가섰다.퍼시픽 그로스 에쿼티의 스티븐 마사오카 애널리스트는 "M&A가 이어지는 한 주가 상승을 유지시킬 수 있겠지만 최근의 국채수익률 상승은 우려할 만 하다"며 "10년물 국채수익률이 5%를 웃돌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S&P/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집값은 전년비 1.4% 떨어졌다. 1991년 3분기 이후 16년만에 첫 하락이다. 아직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고, 기업 수익도 둔화가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금리 상승이 겹친다면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중국 주식시장의 냉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식 거래에 대한 인지세를 세 배로 인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지난 2월 말 발생한 `검은 화요일`의 예에서 보듯 중국 주식시장의 급락은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타격을 미친다. 라이언 벡 앤 코의 제이 서스킨드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미국 주식시장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05.30 I 하정민 기자
  • [SPN명예기자석]그들이 말하는 근성...그것이 바로 롯데 야구
  • [이데일리 SPN 고남욱 명예기자]롯데 팬들만큼 시끌벅적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길을 끄는 응원을 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 응원문화가 다양함은 물론, '마약야구'라고 할 만큼 팬들의 중독성 또한 강한 것이 바로 롯데야구다. 어제 져도, 오늘은 이기겠지 라는 심정으로 야구가 있는 날이면 유니폼과 기타 응원도구는 그들 잠자리 머리맡에 있다. 다음날 아침이면 본능적으로 사직 야구장 주변에서 할머니들이 손 내미는 김밥 한 줄과 음료를 가지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롯데 팬들. 응원 피켓은 기본이고 갖가지 의상과 메이저리그에서도 볼 수 없는 응원도구들은 롯데 경기에서 주기적으로 선을 보인다. 그러던 중에 롯데 열혈 팬이라고 자부하는 세 명의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부산, 경남의 롯데 팬들은 야구가 종교라는 말에 대해 등호를 넣고자 한다. 그리고 응원 문화 자체를 하나의 흥이며, 즐기는 문화라고 받아들인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강치만(32)씨는 롯데 응원 문화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아무나 롯데 팬일 수 있었다면 저는 안했을 것입니다. 우승이요? 우리가 언제 우승하라고 했습니까. 오늘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게임 하면 됩니다. 내 자식 같은 선수들 실수 하나 하는 것 까지 앞에서는 한마디 하겠지만, 정말 감정이 담겨서 뭐라 하겠습니까. 그냥 롯데가 좋고, 선수들이 좋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사직 야구장에 62명 중 한명이 저에요. 선수들 의욕도 없어 보이고, 팬들은 정말 지치고, 야구가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에서, 가장 재미없는 스포츠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정말 농담조로 몸에 사리가 쌓이는 줄 알았습니다.(웃음) 롯데 야구가 어떻게 가야하는지는 이미 여러 번 보여주었죠.” 롯데 팬들의 열성은 이미 여러 번 보도된바 있다. 그리고 그런 열성을 무더운 날 도심 한복판의 분수에서 화려하게 분출 시키는 곳에는 용병들도 한몫했다. 모두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팬들의 좋은 활약을 음미하고도 남았다. 검은 갈매기 호세(42)를 비롯해, 존갈(29), 브라이언 마이로우(31), 라이언 잭슨(35) 등 외국인 선수들은 부산 야구팬들만큼 열광적인 팬들은 없다고들 입을 모은다. 특히 라이언 잭슨과 존 갈은 롯데 팬들의 문화를 자신의 캠코더에 담으면서,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부산, 경남 지역과 연고지가 전혀 없지만 롯데의 열혈 팬이라고 자처하는 김시종(26)씨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저는 롯데를 응원하게 된 계기가, 삼성, 해태 팬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약체였구요. 롯데 자이언츠는 참 매력적인 팀입니다. 아시겠지만 무조건 사직에서 전날 이기면 다음날 5천명 이상은 더 오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은 팬들의 아들 같은 존재입니다. 선수들도 그걸 알아요. 그러니 야구장에서 실력과 상관없이, 노력을 안하는 선수는 내보내기가 코칭 스탭진들 사이에서도 미안해하지 않나 싶어요. 롯데 팬들 또한 게임에서 이기는 거 중요하죠. 그런데 이기는 것도 이기는 거지만, 선수들 자세를 보거든요. 눈빛과 근성만 있다면 그 선수는 1군 선수입니다.” 롯데는 2007년 시즌 개막과 동시에 현대를 제물로 연승가도를 달렸다. 당시 이런 분위기를 타던 롯데 팬들은 사직은 물론, 잠실, 인천 등 각지에서 그들의 흥을 배출했다. 호탕하면서도, 속 깊은 강한 정을 가지고 있는 롯데 팬들은 구장 안에서 부산갈매기를 함께 목청껏 부르면서 서로 친구가 되어 있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롯데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서부터 한국 프로야구의 개선 방향까지 그들의 대화에서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한 움큼 배어난다. 팬들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롯데 팬들이 강조하는 것은 다름아닌 '근성'이다. 삼성과 해태같은 강팀을 만나서, 종이거인으로 매번 패배하던 롯데 팬들에게는 그날의 승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상대팀의 발목을 잡아서라도, 다시는 우리팀을 얕보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더 많이 언급하곤 한다. 그러기에 최동원 같은 불세출의 투수가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소중할 수 밖에 없었고, 쓰러질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또 다른 철완 윤학길, 금테 안경을 만지며 인터뷰 하던 염종석, 그리고 악바리 박정태로 이어지는 선수들은 팬들에게 소중함 그 이상이었다. 강치만 씨와 동향 친구라는 민병덕(31)씨가 바톤을 이어받았다.“응원은 1등 할 수 있습니다. 하는데 까지 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웃음).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뛰기만 하면 됩니다. 선수들 보러 운동장에 오지요. 부산에서 학교 다니신 분들 고3때 조마조마 하셨을 겁니다. 롯데가 4강가는 해이면, 부산에 고등학교 3학년생들은 대거 재수하는 해니까요. 사직에 가서 응원하면 전율이라는 것이 무언지 정말 느낄 수 있죠. 저는 최동원의 향수에 젖어서 야구장에 왔습니다. 아마 지금 한화에 계신 최동원 2군 감독님이 다시 오시기를 바라는 롯데 팬은 저 뿐만이 아닐 꺼에요. 마해영, 전준호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대전 구장에 걸려있던 롯데 플래카드처럼 롯데팬이라면 순위가 위에 있던 아래에 있던 우리의 마음은 항상 그 자리일 것입니다.” 인터뷰 내내 취재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신 강치만 씨는 쓴 소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야구 이기고, 마시는 맥주 한잔의 맛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도 밤늦게 가끔씩 술 마실 수도 있고, 놀러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야구란 것이 생업인데, 지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너무 기분 푸는데 시간 투자는 많이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 누가 나타났다, 저기에 누가 나타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부산에서는 선수들 얼굴 다 알기 때문에, 훈련 안하는 야구 선수가 누구인지 다 압니다. 그 다음날 야구장 가서 그런 부분 때문에 졌다라고 생각하면 가슴도 아프고, 기분도 안 좋죠. 술도 우리가 대신 마셔주면 되려나.(웃음)” 이들은 롯데 선수들이 부산에서 운동하는 동안 경남, 부산을 연고로 하는 지역 어디든지 운동만 잘하고, 성실하다면, 밥걱정, 차비 걱정은 없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그만큼 팬들의 열성은 사직을 떠나가게 질러대는 함성만큼 대단하다. 요새는 고교에서 예전만큼 특급 선수들이 배출되지 못하지만, 경남권 지역에는 야구 명문학교 들이 즐비하다. 롯데의 에이스인 염종석, 손민한이 그랬고, 4번 타자 이대호가 그랬다.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이들이 현재 롯데의 간판이며, 열성적인 팬들의 가슴이다. 그러기에 그들이 신발 끈을 한 번 더 묶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시종 씨가 인터뷰 끝으로 덧붙였다. “프로야구팀들 모두 선수들에 대한 처우가 합당하게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없지만, 롯데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롯데라서 그런 대우를 받는다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정말 야구밖에 모르는 순수한 선수들이 부산, 경남을 떠나기 싫어서 헐값에 계약하고, 힘든 환경에서 운동하고, 이런 부분 이제 팀에서 개선해주어야죠. 삼성이 돈으로 무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투자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잘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로 볼 수도 있어요. 운동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켜줘야지 선수들의 기량 발휘가 극대화 됩니다. 롯데가 운동하기 가장 열악한 팀 중에 하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습니까.” 경기 내내 롯데 선수들에게 주문이라도 거는 듯이 펼쳐지는 '신문지 응원'과 '주황색 비닐 봉투 응원'까지 그들의 응원 레퍼토리에는 굳이 파도타기와 어우러지지 않아도 한계가 없어 보인다. 사직구장을 사수한 3만 여 팬들의 응원가 '부산갈매기'는 해운대와 송정 앞바다를 비롯한 부산의 명소들을 외면하고 먼저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갈증을 해소시켜준다. 그리고 이 귀한 명소로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롯데자이언츠 라는 명함을 헤어지기 전에 웃으면서 건낼 수 있는 이미지로 각인 되었다. 많은 팬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 롯데 팬들은 선수들 플레이 하나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그들의 애정을 혹여나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조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파울볼이 날아와 어른이 잡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구장 곳곳에서 외쳐지는 '아주라(애 줘라)'와 상대팀 투수가 1루 주자를 슬쩍 바라보며 견제할 때 짧게 '마!'라고 외치기까지, 타 팀 선수들이나 타 팀 팬들에게도 자신의 심장이 살아있음을 일깨워 주는 이들이 바로 롯데 팬들이다. 오늘 져도, 그 다음날 스포츠 뉴스와 신문을 꼬박 챙겨 본다는 롯데 팬들, 2007년 가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부산 갈매기'를 부르면서 파도타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내가 만난 세 명의 롯데 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을에 야구 하는 날이 온다면, 만사를 제치고 야구장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롯데 팬들에게 가을이 독서의 계절일지, 야구의 계절일지 매년 느끼는 거지만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지 않나 싶다. <사진-이재석,전능표> 인터뷰에 응해주신 롯데 자이언츠 팬 강치만, 민병덕, 김시종씨에게 감사 말씀드립니다.
2007.05.11 I 고남욱 기자
  • (edaily리포트)CEO 황영기·손복조는 성공한 걸까
  • [이데일리 김춘동기자] 올해 금융권에서는 굵직굵직한 CEO 인사가 많았습니다.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우리은행장과 기업은행장,&nbsp;최근에는 대우증권 사장 인사도 있었죠. 투명성과 공정성을 모토로 모두 공모절차를 거쳤지만 오히려 잡음은 더 심했습니다. 금융부 김춘동 기자는 이 가운데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과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이 유난히 눈에 띈다고 합니다. 손복조 사장은 강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조직장악력,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워커홀릭(workaholic) CEO로 꼽히며 그에 걸맞게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경영스타일은 대우그룹이 망한 후 나락으로 떨어질뻔했던 대우증권을 단시간안에 정상궤도에 올려놨습니다. 손 사장의 뚝심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례로 자본시장통합법이다 투자은행(IB)이다 해서 모든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와 IB에 눈을 돌리고 있을 때 손 사장은 공공연히 금기영역이었던 브로커리지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브로커리지를 통해 돈을 벌어야만 IB업무의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론 때문이었죠. 그 결과 한때 업계 5위까지 떨어졌던 대우증권은 단숨에 1위를 탈환했고, 브로커리지에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IPO)를 중심으로 IB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에게 우리금융회장 자리를 물려준 황영기 전 회장도 재임기간동안 탁월한 경영성과를 올렸습니다.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우리은행장으로 1인2역을 수행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의 자산을 100조원이상 늘렸고 3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취임 당시 8850원이었던 우리금융의 주가는 현재 2만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황 전 회장 역시 검투사로 불릴만큼 타협하지 않는 강한 추진력의 소유자입니다. `일 벌리기에만 급급했다`, `너무 정치적이다`는 등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영능력을 크게 의심하는 이는 없습니다. 손 사장과 황 전 회장은 모두 선이 굵고 강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가진 CEO로 꼽힙니다. 조직장악력도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원한 1등 대우증권`과 `1등 우리은행`이라는 분명한 조직의 목표를 제시하고 직원들을 강력하게 독려한 점도 유사합니다. 성과에 따른 과실배분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모그룹의 부도와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허덕이던 대우증권과 우리금융 직원들에게 1등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직원들 사이에서 신임과 존경심이 두터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탁월한 실적과 뛰어난 경영능력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연임에 실패했습니다. 황 전 회장은 최종 3배수 후보에도 들지 못했고 손 사장도 3배수에 포함되긴 했지만 애초부터 유력후보에서 비켜나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왜 일까요? 강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오히려 연임의 가장 큰 독이 됐습니다. 대주주와의 마찰이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황 전 회장은 LG카드 인수와 경영개선약정 등 사사건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부딪혔습니다. 성과급을 선지급해 연봉이 깎이기도 했습니다. 대주주와 사전논의없이 비정규직 31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깜짝쇼를 펼치면서 결정적으로 미운털이 박히게 됩니다. 손 사장 역시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눈에 들지 못했습니다. CI변경을 비롯한 회사의 주요 경영사안에 대해 대주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충분하지 않았던&nbsp;탓이죠. 산업은행은 대주주이면서도 대주주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속만 끓일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탁월한 경영능력을 가진 두 CEO가 모두 연임에 실패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일부에서는 대주주의 특성상 손 사장과 황 전 회장의 연임 실패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모그룹의 부도와 외환위기 등 격동기에 조직을 회생시켜야 하는 역할과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역할은 엄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성공적인 CEO 더 나아가 성공적인 직장인이 되기 위한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요?
2007.05.10 I 김춘동 기자
(차이나 NOW)중국 연예계는 지금 '음모론'과 전쟁중
  • (차이나 NOW)중국 연예계는 지금 '음모론'과 전쟁중
  • ▲ 자신에 대한 악소문을 퍼트린 가수를 고소한 공리[칭다오(중국)=이데일리 정유미 통신원]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온갖 소문과 가십이 난무하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그 과정에서 소문을 조작해 남을 깍아내리는 이른바 '마타도어'가 난무하고 이에 대한 해명으로 시끄럽다. 바로 요즘 중국 연예계가 스타에 얽힌 온갖 ‘음모론’과 그것에 대한 진실 공방으로 떠들썩하다. 가장 최근 '음모론'으로 공방을 주고 받는 것은 역시 뇌물 파동의 조미와 판빙빙이다. 중국의 여성 톱스타인 두 사람은 소속사를 통해 요즘 치열한 폭로전과 깍아내리기를 펼치고 있다. ◇ 뇌물 파문의 조미 vs '몸로비' 소문의 단골 판빙빙 공방의 시작은 얼마전 중국에서 ‘결혼하고 싶은 여성 1위’로 꼽히기도 했던 인기 여배우 조미(자오웨이)가 제14회 베이징 대학생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타기 위해 50만 위안(약 6000만원)의 뒷돈을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이다. ▲ 조미이 소문의 근원지로 조미의 라이벌 판빙빙이 지목되었고, 이후 양측의 폭로전과 깎아내리기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조미측에서 폭로전의 주모자로 의심하는 판빙빙 역시 각종 로비 의혹의 중심에 있는 여배우다. 판빙빙은 연예계뿐 아니라 정&8228;관계 거물급 인사에게 성상납을 통해 주연을 따내고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게 됐다는 추문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중국 연예계에서 성상납에 얽힌 스캔들이나 각종 소문은 결코 드물지 않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감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좋은 배역을 따낸다는 '몸로비'가 연예계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2006년 중국 사극 탤런트 장위는 성상납 현장을 담은 비디오와 녹음 테이프를 언론에 공개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 2006년 파문 일으킨 탈의실 몰카, 소속사의 조작으로 드러나 시끄러운 소문의 배경이 꼭 경쟁관계인 라이벌측인 것도 아니다. 지난 해 8월 중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홍콩 인기 듀오 ‘트윈스’ 멤버 아자오의 탈의실 몰카 사건 역시 최근에야 그 배후가 소속 기획사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당시 말레이시아 공연 때 아자오가 분장실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장면이 몰래 카메라로 찍혀 홍콩의 연예잡지 ‘이번볜리’ 표지에 실려 논란이 됐다. '연예인에 대한 파파라치의테러'로 불리었던 사건은 '트윈스'의 소속사가 인기를 위해 아지오 몰래 계획적으로 조작한 사건으로 드러났다. ▲ 트윈스 멤버 아자오의 탈의실 몰카 사진 실린 홍콩잡지 이번벤리그런가 하면 실력파 여배우 위샤오휘는 이달 초 자신의 사생아라고 주장하는 25세 위롱이라는 여성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결국 DNA검사를 하고 법정에까지 가게 된 위샤오휘는 “분명히 배후에 누군가 나를 깎아내리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음모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 중국 국민배우로 꼽히는 공리도 '음모론'에 휘말려 가수 세나 역시 2006년 3월 남자친구였던 배우 류예와 헤어지면서 ‘이별비’ 명목으로 그의 1년 수입인 800만 위안(약 9억6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이 소문을 조작한 네티즌이 나중에 공식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중국에서 국민배우로 꼽히는 공리(궁리)도 음모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공리는 3월 '자질이 부족해 위원직에서 곧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을 퍼트렸다며 가수 자오잉을 고소하기도 했다. 13억 인구가 지켜보고 있는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많은 중국 연예인들은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검은 손’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nbsp;(관련기사) ☞ 조미, 여우주연상 뇌물 진실 공방
2007.04.30 I 김재범 기자
(SPN)중국 연예계는 지금 '음모론'과 전쟁중
  • (SPN)[차이나 NOW]중국 연예계는 지금 '음모론'과 전쟁중
  • ▲ 자신에 대한 악소문을 퍼트린 가수를 고소한 공리[칭다오(중국)=이데일리 SPN 정유미 통신원]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온갖 소문과 가십이 난무하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그 과정에서 소문을 조작해 남을 깍아내리는 이른바 '마타도어'가 난무하고 이에 대한 해명으로 시끄럽다. 바로 요즘 중국 연예계가 스타에 얽힌 온갖 ‘음모론’과 그것에 대한&nbsp;진실 공방으로 떠들썩하다. 가장 최근 '음모론'으로 공방을 주고 받는 것은 역시 뇌물 파동의 조미와 판빙빙이다. 중국의 여성 톱스타인 두 사람은 소속사를 통해 요즘 치열한 폭로전과 깍아내리기를 펼치고 있다. ◇ 뇌물 파문의 조미 vs '몸로비' 소문의 단골 판빙빙▲ 조미공방의 시작은 얼마전 중국에서 ‘결혼하고 싶은 여성 1위’로 꼽히기도 했던 인기 여배우 조미(자오웨이)가 제14회 베이징 대학생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타기 위해 50만 위안(약 6000만원)의 뒷돈을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이다. 이 소문의 근원지로 조미의 라이벌 판빙빙이 지목되었고, 이후 양측의 폭로전과 깎아내리기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조미측에서 폭로전의 주모자로 의심하는 판빙빙 역시 각종 로비 의혹의 중심에 있는 여배우다. 판빙빙은 연예계뿐 아니라 정&#8228;관계 거물급 인사에게 성상납을 통해 주연을 따내고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게 됐다는 추문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중국 연예계에서 성상납에 얽힌 스캔들이나 각종 소문은 결코 드물지 않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감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좋은 배역을 따낸다는 '몸로비'가 연예계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2006년 중국 사극 탤런트 장위는 성상납 현장을 담은 비디오와 녹음 테이프를 언론에 공개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6년 파문 일으킨 탈의실 몰카, 소속사의 조작으로 드러나시끄러운 소문의 배경이 꼭 경쟁관계인 라이벌측인 것도 아니다. 지난 해 8월 중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홍콩 인기 듀오 ‘트윈스’ 멤버 아자오의 탈의실 몰카 사건 역시 최근에야 그 배후가 소속 기획사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당시 말레이시아 공연 때 아자오가 분장실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장면이 몰래 카메라로 찍혀 홍콩의 연예잡지 ‘이번볜리’ 표지에 실려 논란이 됐다.&nbsp;'연예인에 대한 파파라치의테러'로 불리었던&nbsp;사건은 '트윈스'의 소속사가 인기를 위해 아지오 몰래 계획적으로 조작한 사건으로 드러났다. &nbsp;▲ 트윈스 멤버 아자오의 탈의실 몰카 사진 실린 홍콩잡지 이번벤리&nbsp;그런가 하면 실력파 여배우 위샤오휘는 이달 초 자신의 사생아라고 주장하는 25세 위롱이라는 여성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결국 DNA검사를 하고 법정에까지 가게 된 위샤오휘는 “분명히 배후에 누군가 나를 깎아내리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음모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중국 국민배우로 꼽히는 공리도 '음모론'에 휘말려가수 세나 역시&nbsp;2006년 3월 남자친구였던 배우 류예와 헤어지면서 ‘이별비’ 명목으로 그의 1년 수입인 800만 위안(약 9억6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nbsp;온라인을 통해&nbsp;일파만파로 퍼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nbsp;결국 이 소문을 조작한 네티즌이 나중에 공식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중국에서 국민배우로 꼽히는&nbsp;공리(궁리)도 음모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공리는 3월 '자질이 부족해 위원직에서 곧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을&nbsp;퍼트렸다며 가수 자오잉을 고소하기도 했다. 13억 인구가 지켜보고 있는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많은 중국 연예인들은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검은 손’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2007.04.29 I 정유미 기자
  • 돈공천 파문확산..재보궐 선거 최대 변수로
  • [노컷뉴스 제공] 4.25 재보궐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나라당에서 불거진 '돈 공천' 파문이 확산되면서 막판 선거 판세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파문의 진원지인 한나라당은 재보궐 선거 막판에 터져나온 돈 공천 등 금품 문제로 비상이 걸린 상황. 경기도 의원 공천 과정에서 억대의 돈을 주고받은 혐의가 드러나 예비후보자와 당원협의회장 등이 경찰에 입건된 데다, 대구 서구에서는 과거 선거법 위반 벌금 대납 사건 의혹까지 불거졌다. 열린우리당 박찬석 최고위원은 "지난 2005년 대구 서구 주민 18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과 과태료를 부과 받자 당시 강재섭 의원 사무실 인사가 대구 서구청장으로부터 3800여 만원을 받아 대납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진상조사위원회까지 구성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그런데 실제로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직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20일 밝혔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부정선거와 돈선거가 한나라당의 검은 손에 의해서 부활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대변인도 책임있는 해명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공세에 가담했다. 한, 잇딴 윤리위 소집, 진상 조사 착수 파문 진화 나서 반면 한나라당은 돈 공천 거래와 관련해 윤리위원회 차원의 진상 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문 진화에 나섰다. 당 윤리위원회가 20일 밤 소집된 데 이어 21일, 윤리관인 박세환 의원이 돈 공천 의혹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에 나선다. 그리고 이날 밤 윤리위원회를 또 소집해 둔 상태다. 관계자들의 진술을 들어 보고 사실 여부를 확증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사실로 드러나면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건의 성격상 진술만으로는 진실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정 모 당원협의회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공천심사위원회에 여러차례 이 모씨(돈을 건네 예비후보자)의 공천 부당성을 알렸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해 새로운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이인기 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으로선 한 당사자의 주장에 불과하다"며 "다른 관련자들의 증언을 들어 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 중앙당 관계자는 "선거 막바지 이런 일이 터져 공교롭다"며 "아무래도 이번 선거에서는 압승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선거 구도가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으로 굳어진 가운데 선거 운동 막판에 불거진 '돈 공천' 파문으로 양진영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중 부동산 찬바람... 한국인 1조원 날릴 판
  • [오마이뉴스 제공] 엄격히 적용할 경우 한국인 투자금 1조원 가량이 위협받을 수 있는 중국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신화사는 6일 "중국의 관련 부서 8개가 연합해 부동산시장의 영역간섭과 위법행위, 권력형 거래 등을 엄단하는 조치를 실행한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가 엄격히 실행되면, 현재 1만여 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내 한국인 주택 구매자들의 투자가 위협받게 된다. 이럴 경우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는 중국 부동산을 관할하는 정부 부서가 팔을 걷어붙이고 부동산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전면적인 조치다. 4월 들어 조사에 들어갔고 그 대상도 신규분양 아파트 뿐만 아니라 기존 거래 아파트도 해당된다. 베이징·상하이·산둥·랴오닝 등에 적지 않은 한국인 부동산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인의 중국 부동산 구매는 대부분 적법한 조치를 따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입 용도 이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목적은 '검은 커넥션과 자본'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5일 국가건설부와 국토자원부 등은 합동기자회견에서 전면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 부동산에 문제가 생길 요소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우선 가장 큰 문제는 시공사·건설사·관리회사가 대부분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한 회사가 이 세 가지를 같이 하지만 중국에서는 건설을 기획하는 시공사, 실제로 건물을 짓는 건설사, 완공 후 건물을 관리하는 관리회사가 대부분 다르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건설 진행에서 다양한 문제소지를 안고 있다. 우선 기본자금을 만들기 위한 은행과 시공사의 커넥션, 또 건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발주사와 건설사의 커넥션, 일반인들의 주택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은행과 시공사의 커넥션, 토지를 공급받기 위한 토지관련부서와 시공사의 커넥션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시공사들은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힘과 권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문제는 특히 가장 큰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시공사들은 이런 구조를 맞추기 위해 아파트 가격을 상당히 높은 가격에 내놓는데, 대대적인 홍보 등을 이용해 입주자를 모집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국인 구매자를 모으기 위해 대대적인 커미션을 주는 등 복잡한 분양 형태를 갖고 있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은행들은 분양가의 50~90%에 이르는 자금을 개인가구에 대출해 집을 사게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인 이운학 우평투자자문 대표는 "우선 부동산 자금의 출처를 완벽히 파악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과거에는 구매자의 경우 자금의 출처를 묻지 않았지만 이번 조치로 이런 라인이 원천적으로 막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0㎡ 이하의 소형 주택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중대형 주택 시장의 경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며, 특히 한국인의 고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일단 이번 조치는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우선 4월에서 6월 사이까지는 지방급 이하에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한다. 7월에서 8월까지는 지방급에서 조사를 실시하고, 9월에서 10월까지는 성급에서 조사를 실시한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11월과 12월에는 유관 8개 부서가 조사를 실시하고 내년 1~2월에 집행한다. 이번에 조사하는 위법행위는 개발상들이 멋대로 용적률을 줄이거나 원래 약정한 시설 투자를 줄이는 것을 포함해 과다한 이윤을 내는 행위다. 또 허가를 받지 않은 개발상들이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은행 융자를 받은 행위도 엄벌한다. 또 준비가 부실한 상태에서 개발한 부동산회사도 엄단하고, 허가되지 않은 구입자들에게 방을 분양하거나 임대한 은행도 조치할 예정이다. 임의로 가격을 올린 개발상들도 가격을 조정시킬 예정이다. 또 개발상들이 작전을 갖고 개발지역을 정리하거나 작전을 펴는 행위도 근절할 계획이다. 부동산 기업의 회계조작이나 자산 거짓 신고, 이윤 은닉, 영업세 탈루, 거짓 자료에 의한 대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부동산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의미한다. 일단 시민들의 반응은 환호와 더불어 의심의 눈초리가 강하다. "관과 개발상이 결탁해 방값을 높였다. 방값은 턱 없이 올라갔다. 백성들은 방을 살 수 없다. 하지만 조사해야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진짜 탐관을 찾아내서 사형을 시켜야 한다. 집값은 백성들의 피와 땀이 어린 돈이다. 그러니 몇은 사형시켜야지 하나로 될 것인가.""사실 많은 부동산개발회사의 막후에는 막강한 실력자들이 있다. 내 동업자가 은행장이고, 건설위 주임의 동생인데…."(중국 포털 '신랑' 네티즌)자신의 거주지 개발에 대한 조사를 하라는 요청도 많다. "중앙에서는 광저우 류마우 지구의 부패를 조사해 주세요. 개발상과 관이 결탁해 부패해 있습니다."('신랑' 네티즌) 전체적으로 지금 분위기가 격앙된 중국 서민들보다는 개발상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일반 서민에게 주는 영향은 급속한 집값 상승을 막는 정도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외국인이 될 전망이다. 그 가운데 한국인이 특히 위험하다. 현재 베이징이나 상하이에는 각각 한국인이 1500여채 이상의 집을 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3000여채까지 전망되는 칭다오 등 산둥지역 등을 합치면 한국이 중국에 구매한 집은 줄잡아 1만여채가 넘는다. 그 중에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어렵다고 평하는 중국의 외국인 부동산 구매 조건에 합당한 이는 많아야 10%를 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럼 9000여채는 불법 구매에 가깝고, 한 채에 1억원을 호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1조원 가량이 이번 조치에 의해 위험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이운학 대표는 "일단 전반적인 한국인 구매에 대한 소급적용은 어렵겠지만 3~4년 전부터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면 손댈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그럴 경우 실수요자 중심의 베이징은 낫겠지만, 투자 형식으로 들어온 상하이의 자금은 상당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마 개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고 정치적인 방법까지 동원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05년 상하이 부동산의 투자 금지 조치로 된 서리를 맞은 중국 부동산 투자는 이번 조치로 완벽한 빙하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파주·고양에선 돈 자랑 마라"
  • "파주·고양에선 돈 자랑 마라"
  • [조선일보 제공] 지난달 2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술을 마시던 김모(42·파주시 야당리)씨는 은행 지점장에게 전화를 했다. “급하게 쓸 돈이 필요하니 1000만원만 가져다 달라”는 통화였다. 밤 10시였지만 해당 은행 직원이 30분 만에 나와 사인을 받고 김씨에게 수표를 건넸다. 은행에 개발보상비 수십억원을 예치해 특별관리고객으로 분류돼 있는 김씨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쌀 한 가마니 지고 금촌역 앞에서 술과 바꿔 먹곤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로 보상이 한창인 파주·고양시 등 경기북부에서 간간이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다. 요즘 이 지역엔 “자식에게 10억원씩 물려주는 게 유행” “파주·고양에선 돈 자랑 하지 마라”라는 말이 나돈다. 작년 파주·고양지역에 풀린 개발 보상비는 3조1519억원으로, 전년(4556억원)에 비해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운 좋게 이사 간 3곳마다 보상 받는 ‘대박’이 터져 100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오른 윤활유 대리점 사장, 경운기를 몰고 가다 중소기업 오너의 고급승용차를 접촉하곤 오히려 큰소리쳤다는 70억대 재산의 ‘경운기 할아버지’ 얘기는 이 지역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은행서 6천만원짜리 외제차 사줘 파주시 1차 운정지구 보상금으로 340여억원을 받은 윤모(48)씨는 금촌동 지역 은행에 100억원 넘는 돈을 예치했다. 대가로 은행은 6000만원이 넘는 고급 외제 SUV를 윤씨에게 사줬다.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부분)만 해도 그런 차를 몇 대씩은 사줘도 될 만하기 때문. 윤동렬 한국토지공사 삼송지구 사업단장은 “작년 말 완료된 고양시 삼송지구 토지보상에서 100억원 이상 받은 사람만 11명이었다”며 “요즘 이 지역을 다니는 차들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중 개관할 일산신도시의 대형종합공연장 아람누리도 이 점에 착안, 차를 팔 때 공연티켓을 끼워 팔 수 있도록 외제차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인근 유흥업소들도 호황을 맞고 있다. 일산의 ‘V’룸살롱 이모 부장은 “평일에도 저녁 8~9시 이전에 와야 자리가 있다”며 “고양시뿐 아니라 파주시 분들도 손님의 절반 정도 된다”고 말했다. ◆ 거액 보상 받는 공무원도 속출 파주·고양시청에서도 즐거운 공무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상당수 공무원들이 이 지역 출신이라 토지보상 대상자가 됐기 때문. 고양시청의 한 공무원은 3차 운정지구 보상자 명단에 들어가 올해 말 10억원을 받기로 돼 있다. 파주시청의 한 공무원도 “요즘 공무원들이 박봉과 과다업무로 시달리는데, 보상을 받고 나니 일이 힘들 땐 (공무원을) 그만둬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시는 땅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업을 마무리 짓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파주시는 작년 행정자치부로부터 배정받은 채무한도 195억원 전부를 빌렸다. 통일로 우회도로 등 도로 확·포장 공사를 위해서였다. 올해 들어서도 문산~연풍 간 도로건설 등을 위해 채무 한도액 241억원 중 200억원을 이미 경기도 지역개발기금에서 빌렸다.&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검·경찰은 최근 들어오는 소송들이 대부분 근거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문중 땅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골치 아파한다. 고양지청 송승섭 전 차장검사는 “계약서도 없으면서 몇 대조 할아버지가 땅을 샀다고 우기는 사람이 많다”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난감해 했다. 파주시의 경우, 2003년 47건에 그쳤던 ‘조상 땅 찾기 운동’ 건수가 2005년 233건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작년에도 159건에 달했다.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한국토지공사 삼송사업단 직원들 명함엔 아예 휴대전화번호가 없다. 폭주하는 항의에 시달리다 못해 내린 처방이다. 삼송지역 주민들은 평균 토지 보상가가 서울 은평뉴타운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 돈 둘러싼 도박·사기·살인… 지난 1월 파주시 교하읍에선 농사꾼 양모(66)씨 장례식이 치러졌다. 양씨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농지가 1차 운정지구에 수용돼 50억원이 생겼다. 자식을 출가시키고 할 일이 없어 노름에 손을 댄 양씨는 사기도박단에 걸려 2년 만에 돈을 다 날렸다. 충격에 술만 마시던 양씨는 결국 간암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지난 2월엔 파주시 일대 문중 소유 토지 6만여 평을 임의로 명의 변경해 팔아 22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모 종중 회장 등 3명이 의정부지검에 구속됐다. 토지보상으로 땅값이 뛰기 시작하던 2005년 설날 파주시 탄현면에선 유산분배 문제로 말다툼을 한 큰형이 막내 동생의 부인과 여조카 2명 등 3명을 엽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머리에 총을 쏴 자살한 사건도 일어났었다. ◆ 일부는 ‘황금 보기를 돌같이’ 생활 돈을 아끼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파주시 야당리의 농지로 50억원을 보상 받은 성모(55)씨는 요즘 바다낚시에 푹 빠져 있다. 일주일간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있으면 200여만원만(?) 쓰면 되기 때문이다. 성씨는 “아내에게 4000만원을 줬더니 6개월 만에 다 써버리더라”며 “도시에선 술 한번 마시면 하룻밤에 200만~300만원 나가는 게 다반사인데 바다에 나가면 그런 걱정 없이 편하게 쉬다 올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작년 말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120억원을 보상 받은 한 50대 농부는 요즘도 된장과 김치를 반찬 삼아 공깃밥 한 그릇이면 한 끼를 거뜬히 해결한다. 그는 “돈이 많으나 적으나 내 생활에 별 변화는 없다”며 “그저 맘 편하게 살다가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
  • (미리보는 경제신문)코스피 사상최고 1500눈앞
  • [이데일리 문승관기자] 다음은 4월5일자 경제신문 주요기사다.(가나다순)◇ 매일경제▲1면-한미FTA효과 코스피 사상최고 1500눈앞-개성 이외 北지역도 한국산 가능-세계는 `FTA 그물망`에 덮인다▲종합(KORUS FTA)-초대형 로펌·킬러변호사만 살아남는다-쇠고기·돼지고기 과다수입땐 세이프가드-친환경車 관세철폐 10년 유예-냄새·소리도 상표등록 허용-광우병 위험국 쇠고기는 수입불가-개성공단 생산품 노동·환경조건 충족돼야 한국산 가능-FTA가 자동차 내수시장 살릴까-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재협상은 없다"▲경제종합-오래살려면 서울서 살아라?-증권사 지급결제업무 허용 강행-국민연금 개혁안 국회 통과 실패로 90년대 이후 출생자 큰 부담-무단점유한 나라땅 여의도 면적의 18배 ▲정치·외교안보-盧 박수 받으며 떠나려면...-상반기 韓·美정상회담 검토-전운 감도는 4월 경선캠프▲국제-태양에너지 수요 2015년 10배로-中 매년 5000명 국비유학-美국채 보유 日>中>英>韓 순▲금융·재테크-아시아 금융시장 매력적..티커 英 PCA그룹 CEO-삼성카드, 리볼빙 수수료 대폭인하-농협·수협·신협 순익 1조2071억원-론스타, 극동건설·스타리스 매각 추진▲기업과 증권-최첨단 삼성 서초타운 입주 시작-삼성가전 3월 내수판매 1조 돌파-차세대 디스플레이 조명 나온다-파라다이스 2세들 상속세 380억 냈다-글로벌증시 강세속 외국인 사자-잘나가는 중견그룹株 찾아라-이머징 마켓 조정 끝났나-아시아펀드에 길게 묻어둬라-일본 리츠펀드는 블루칩▲증권·코스닥-새내기株 증시서 모은 돈 어디로 대부분 투자않고 현금 쌓아둬▲부동산-분양가 부풀리는 건설 감리비-공사비 확 줄이세요-집값 대세 안정기 진입?◇서울경제▲1면-"FTA, 성장전략차원 다뤄야"-1인당 국가채무 600만원 육박-포스코, US스틸과 합작 美에 API강관공장 건설-주가시총 800조 돌파▲종합-불황 탈출 기회 대구가 웃고 있다-權부총리 中과 FTA체결 성공해야-靑 `국가신용등급 올리기`나섰다-美 금융시장 진출·영업 `탄력`-EEZ내서 잡은 수산물 원산지, 연안국 기준으로-자동차세수 연간 4000억 감소-서울시민, 가장 오래산다-정부 송파신도시 중소형 공영개발 원칙 청약예·부금 가입자 기회 없을 듯▲정치-지지도 급등, 盧대통령 힘받는다-靑, 3단계 정상회담 로드맵 검토-76년 미국 철수 우려에 박정희 정권 전방위 로비 ▲금융-코딧 `지역특화산업`보증 확대-론스타, 한국철수설 부인-금융사 불공정 행위 등 규제권한 공정위서 금감위로 넘겨야-보험업법 개저안 처리 난항▲국제-세계 철강시장 `중국시대`곧 온다-엔 캐리 트레이드 다시 꿈틀-나스닥 `중국지수`만든다▲부동산-요즘엔 아파트가 "주상복합 닮자"-두바이 인공섬 `팜 제벨알리`해상교량 공사 삼성 3억5000만弗 단독수주-건설경기 서서히 봄기운▲산업-삼성전자 내수매출 월1조 돌파-수입차 진검승부 돌입-삼성에버랜드 재채기에 여행업체들 `몸살`-노키아 한국시장 재진입 채비-3G부가서비스 전략 차별화-애들도 건강식품 챙겨주세요-CJ 종가집 게 섰거라 ▲증권-1500까진 무난히 상승할 듯-대형IT株 모처럼 강세 연출-증권株 봄날 왔다-중저가 중형株 주목하라-휴대폰 부품주, 곧 햇살 비친다◇한국경제▲1면-권부총리 "美와 역차별 없게 규제 풀겠다"-FTA 효과 주가 급등..코스피 1483 사상 최고-주택 예·부금가입 73만명 1순위 배제▲종합-국산 부품소재 갈수록 설 땅 좁아져-올 IT 설비투자 14.6% 감소-전문가들 `연금개혁안` 신속 재추진 촉구▲한-미 FTA 시대-`밥그릇 지키기` 깨고 경제 체질 바꿔라 -`우체국 보험` 금감위서 감독한다-국내사 복제약 출시 최소 6개월 늦어진다-제네릭 비중 높은 한미약품 타격 클 듯-법무부, 전문가로 `ISD 전담기구` 설치▲국제-中, 지식 강국 향한 `유학 대장정`-말레이시아 "이슬람 금융 잡아라"-EU, 애플 독점혐의 조사-한·일·대만, 미국 국채 줄였다▲산업-`기가` 1조배 `제타` 시대 온다-프리챌, 동영상 포털로 바뀐다-싱크피아, 미에 2550만불 수출▲부동산-아파트 꼭대기층 "인기 좋네"-가점제 이전 대단지 분양 `관심`▲금융-하이일드펀드 뜨나-대츨급증에 은행BIS 일제히 하락▲증권-그린화재 前대표 경영참여 선언-張펀드, 동원개발 지분 5.21%로 확대
2007.04.04 I 문승관 기자
 가나 <2>
  • [박정석의 아프리카 에세이] 가나 <2>
  • ▲ 엘미나 성 앞의, 이제는 화석이 된 커다란 대포 위에 아이들이 걸터앉아 있다.[한국일보 제공] 합승택시를 타고 엘미나 성에 내리자마자 성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 십 수 명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엘미나 축구클럽에 기부를 좀 해 주세요. 유니폼도 사고 공도 사게요. 여기 이 명단을 보시면 지금껏 기부한 외국인들 이름과 기부금 액수가 적혀 있어요.” 아이들은 나를 빙 둘러싸더니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끈질기게 졸라댄다. “일본인이지요? 기부 좀 하세요.” “내 친구가 되어줄래요? 기부 좀 하세요.” “이메일 주소를 알려줄래요? 기부 좀 하세요.” 혼자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성 앞의 대포 위에 올라타고 있는 꼬마들을 발견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들 두 명. 서로 장난을 치며 갈색 고철 위에서 놀고 있었다. 거리는 약 30미터 정도. 완벽한 피사체였다. 사바나에서 아름답고 겁 많은 초식동물을 발견했을 때처럼, 나는 카메라 가방으로 손을 뻗어 소리없이 망원렌즈를 꺼냈다. ‘잠깐만 그대로 있어 봐.’ 그 애들은 날개를 접은 채 잠시 쉬고 있는 새들 같았다. 곧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렌즈를 바꿔 끼는 내 손은 초조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부딪혀 조개껍질처럼 희게 빛이 바랜 성벽,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엘미나 성을 배경으로 원색의 옷을 걸친 두 명의 어린 생명들. 망원렌즈의 초점이 맞은 순간. 삐, 카메라가 소리를 냈고 나는 얼른 셔터를 누르려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소녀들은 멀리 있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린 것처럼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카메라 렌즈 속에서 얼굴을 가린 손가락 틈으로, 그 애들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그 애들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내 눈에 띄리라는 것을 알고 바로 그 때문에 대포 위에 기어 올라갔던 것이다. 쉽게 얼굴을 보이면 안된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얼굴을 보여 봐라.’ 영리한 아이들은 여전히 얼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깔깔 웃고, 대포에서 매달리고, 목청껏 노래를 불러댔지만 끈질기게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린 채였다. ‘얼굴을 보여 달란 말이야.’ 한참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눈치를 살피던 두 소녀는 어느 순간 동시에 손을 내렸다. 카메라 렌즈를 향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는데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내 귀에 방울소리처럼 맑은 환청이 울려 퍼질 정도로 환한 미소였다. ▲ 엘미나는 노예 무역이란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땅이다. 원색의 깃발, 원색의 빨래가 펄럭이는 엘미나 포구(왼쪽)와 그들의 검은 피부를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눈부신 흰 성벽(가운데). 유럽인들의 노예 무역 거점이었던 엘미나 성(왼쪽).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속해서 셔터를 누르고, 초점과 노출을 확인하고, 다시 셔터를 눌렀다. 덤불 사이로 보이는 연약한 짐승의 목덜미를 곧장 겨냥한 사수처럼, 모든 신경이 눈동자와 손가락 끝에 집중되었다. 몇 장만 더. 이윽고 대포에서 소녀 한 명이 내려왔다. 푸른 잔디를 밟고 나를 향해 비칠거리며 다가왔다. “이제.......돈을 주세요.” 소녀는 수줍은 듯 웃었다. 내가 자신들의 사진을 찍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돈을 달라고? 내가 너에게? 왜?” 소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키며 맥없이 중얼거린다. “......먹을 것 사려고요.” 그 애는 아직 어렸지만 벌써 부끄러움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내 표정을 보더니 곧 포기하고 뒤돌아섰다. 다시 깡총거리며 멀리 대포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에게로 되돌아갔다. 돈을 받지 못할 것을 알게 된 애들은 더 이상 얼굴을 가리는 헛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제 인색한 이방인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었다. 더러운 수건을 파란 하늘에 대고 깃발처럼 흔들며 노래하고 있었다. 운이 좋은 날이면 이렇게 대포 위에서 잠깐 기분을 내는 것만으로도 얼마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애들이었다. 운이 나쁜 날이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그러나 일한 자는 먹어야 한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내 멀리 있는 소녀들을 향해 흔들었다. 소녀는 내 신호를 이내 알아들었다. 조그만 얼굴이 기쁨에 넘쳤다. 원하기만 한다면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도 있을 것처럼. 낡아빠진 옷을 걸친 맨발의 여자애는 푸른 풀밭을 박차고 하늘을 날 듯 이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자칫 앞으로 쓰러질 듯 위태롭게. 나는 반사적으로 다시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소녀의 환한 얼굴, 가냘픈 팔다리, 좁은 가슴을 정조준했다. ‘너희들은 새. 나는 포수.’ 엘미나에서 케이프코스트로 돌아오는 합승택시 속에는 케이프코스트 여인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어시장에서 생선을 사들였는지 비린내가 진동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여자들은 택시기사를 통해 내 이름을 물어왔다. “오브루니.” 내가 대답하자 뒷좌석의 여자들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 말고, 당신 진짜 이름이 뭔지 궁금하대요.” “아쿠아(Akua).” 여자들은 더 큰 소리로 웃어 젖혔다. 어쩌면 나는 정말 수요일에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수요일이 좋았다. 좋은 날이었다. 고통스러운 월요일과 화요일은 이미 지나갔고 이제 하루가 갈수록 점점 즐거워질 일밖에 남지 않은 일주일의 중간이었다. 오늘이 바로 수요일이다. 내 생일날.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후였다. 다친 다리의 상처가 아직도 쑤셨고 어깨에 멘 카메라는 쇳덩어리처럼 무거웠다. 엘미나의 소녀들은 디지털 파일에 갇힌 채 죽지도 썩지도 못하고 박제된 동물처럼 어린 모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방으로 통하는 길고 좁은 복도는 어두컴컴했고 누가 후추를 넣고 요리를 하는지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쇠로 된 커다란 열쇠를 방문에 꽂고 이리저리 돌렸지만 손잡이는 너무 낡아 잘 열리지 않았다. ▲ 엘미나 성 (Elmina Castle) 흑인들 한 서린 노예무역 거점 1482년 포르투갈 상인들이 세운 엘미나 성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첫 번째로 건설된 유럽인들의 노예무역 거점이다. 성의 상층부에는 서아프리카의 유럽식 성들이 보통 그러하듯 유럽인들을 위한 호화로운 객실이 위치하고 지하에는 잡혀온 노예들이 감금되는 감옥이 있었다. 한 방에 많은 경우에는 200명까지 수용되어 제대로 눕지도 못할 정도로 좁았으며 위생과 영양상태가 매우 열악하여 말라리아와 황열병이 자주 발생, 노예들 중 상당수가 엘미나 성의 '돌아오지 못하는 문(The Door of No Return)'을 지나 아메리카와 카리브 등지로 팔려가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엘미나 전략 2015'의 일환으로 보수 중이다. 지하 감옥 입구에 걸린 현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죽은 자는 편히 잠들고 돌아온 자는 뿌리를 찾게 하소서. 다시는 이런 불행이 없기를, 살아있는 우리는 맹세합니다.' 케이프코스트(가나)=글ㆍ사진 소설가 박정석
  • "싱싱한 해산물 집에서 받으세요"
  •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이제는 해산물도 인터넷을 통해 가정에서 손쉽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온라인 배송서비스 향상으로 당일 배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싱싱함`이 생명인 농수산물 인터넷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업계에 농수산물 산지직배송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오픈마켓 G마켓(www.gmarket.co.kr)은 오는 31일까지 수산특가와 축산특가 기획전을 열고 20여가지 상품에 대해 반값 혜택과 산지직배송, 무료배송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먼저 돌김한박스(10봉)를 판매가의 반값인 4900원에 제공하고 돈등뼈(5kg/5900원)를 구입할 경우 하나 더 제공하는 `1+1` 행사를 펼친다. 이와 함께 대게 10마리(3만3000원)와 활멍게(3kg/9900원)를 산채로가정에 직배송해주고 전복(1kg/3만6200원)과 굴(3kg/1만8500원)을 무료배송 혜택까지 제공한다. 엠플(www.mple.com)은 통영 멍게 직배송 할인 이벤트를 벌인다. 활멍게 3kg를 1만1800원으로 당일 직배송한다.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잡은 멍게를 바로 배송하여 다음날 도착하므로 신선하게 받아볼 수 있다. 참꼬박 2kg(1만3600원)도 전남 여수에서 직배송한다. GS이숍(www.gseshop.co.kr)은 `농수산물 산지 직배송 특별전`을 갖고 산지의 싱싱한 수산물, 농산물을 판매 중이다. 영덕군에서 지정한 영덕대게 원조마을 차유마을의 영덕대게 5마리를 5만5000원에 선보이고 킹크랩 1.2kg 을 3만6060원에 판매한다. 인터파크마트(mart.interpark.com)에서는 완도산 참전복(1kg/5만)을 다시마와 함께 포장해 신선도를 그대로 살려 배송한다. 국산 자연산 대하(18~20마리/8900원)도 서해안에서 갓잡은 싱싱한 자연산 대하를 영하 40도로 급냉한 후 바로 배송해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디앤샵(www.dnshop.com)도 깨끗한 완도 앞바다에서 자란 완도전복(500g, 7~10미)을 2만7900원에 산지 직배송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싱싱한 전복을 받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맛 좋고 영양이 풍부한 강원도산 홍문어(1.2kg 1~2미, 4만원)와 한려수도 청정 지역의 싱싱한 생굴 1박스(1kg/1만9000원) 등의 다양한 생물수산물들도 신선하게 냉장 포장해 산지에서 직접 배송한다.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해산물, 모듬회 등 각종 수산물을 산지 직배송해주는 `집에서 즐기는 수산물 요리 진검승부`코너를 열고, 오픈기념으로 각종 생선, 건어물, 해산물 등을 시중가 대비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할인판매한다. 통영산지에서 직배송되는 모듬회 1인분은 9405원, 오돌낙지 1.3kg은 7900원, 바다장어구이 1kg은 1만425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진영 G마켓 식품팀장은 "매월 온라인을 통해 제철 농수산물을 판매하려는 산지 농어민들이 늘고 있어 고객들은 다양한 산지 농수산물을 저렴하고 신선하게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03.20 I 류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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