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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시찰단, 오전 대구·경북 방문
- [공동취재단] 방한 5일째를 맞은 북측 고위급 경제시찰단 18명은 30일 오전 대구광역시 성서공단에 있는 직물염색 가공업체인 (주)범삼공을 방문, 직물염색 가공 현장을 둘러봤다.
북측 단장인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은 염색공정을 보며 "염색한 뒤 건조는 어디서 하느냐", "염료의 색깔은 어떤 기계가 읽느냐"며 상당히 전문적인 질문을 던졌다. 특히 박위원장은 이 업체에서 생산하는 종이로 만든 특수 작업복을 유심히 살피는 등 첨단 직물 생산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시찰단도 "기계가 달러로 얼마나 하느냐","기계는 한국산이냐","염료는 어디서 수입해 오느냐"며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질문을 해댔다.
박 위원장은 이에 앞서 방명록에 "민족공동의 번영을 이룩해 나갑시다"라고 서명했다. 시찰단은 방명록에 "경제 고찰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유를 묻자 "시찰은 그냥 대충 구경하는 것이고, 고찰은 생각을 하면서 진지하게 관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찰단은 (주)범상공으로부터 땀 흡수와 방수능력이 뛰어난 특수섬유로 제작된 스포츠웨어를 선물로 받았으며, 답례로 옥돌로 만든 고양이 조각상을 선물했다.
시찰단은 이어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방문, 단지 전체를 버스로 둘러봤다. 박위원장은 경북관광개발공사 관계자에게 "골프장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며 골프장에도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박위원장은 관광공사 관계자가 "골프장에서 연 1백40억원 정도의 순이익이 나며,이 돈으로 단지를 운영한다"고 설명하자 수입이 예상보다 많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시찰단은 경주 문화엑스포 사이버 영상관에 들러 석굴암,안압지 등 경주의 문화유적을 입체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성한 영상물을 관람했다. 시찰단은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만들어진 사이버 영상물이 신기한 듯 "애니메이션인데도 실제 광경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찰단은 경주에서 포항으로 이동, 포항제철 영빈관에서 환영오찬을 가졌다. 유상부 포스코회장은 환영사에서 "북측 경제시찰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1970년대 우리나라 철강생산은 50만톤에 불과했지만 포철이 탄생하면서 90배인 460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고 포철을 간략히 소개했다.
박위원장은 답사를 통해 "우리 시찰단을 성대히 환대한데 사의를 표시한다"며 "북남의 경제인,지식인들이 힘을 합쳐 통일과 민족번영을 이룩하자"고 말했다.
- (특파원리포트) CEO 자본주의의 몰락
-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미국은 영웅을 잘 만들어내는 사회다. 9.11과 같은 "특수상황"에선 말할 것도 없고 일상생활에서도 곧잘 영웅을 만들어낸다. 사회분위기가 그렇다. 헌혈을 촉구하는 광고판의 문구조차 "당신에게 영웅이 될 기회를 주겠다"는 식이다. 초등학생들도 학교 수업시간에 "나의 영웅을 그림으로 표현하라"와 같은 과제를 받는다.
90년 이후 장기 호황을 구가해 오던 미국 자본주의에서 최대 영웅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었다. 적어도 과거 10여년 동안 그랬다. 숱한 CEO들이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잭 웰치 전 GE회장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밖에도 엔론의 전 회장 케네스 레이, 월드컴 전 CEO인 버나드 에버스 등도 한 때 영웅으로 취급받던 CEO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예에서 알수 있듯 이같은 "영웅 신화"는 점차 무너져내리고 있다.
데니스 코졸로스키. 타이코의 전CEO다. 탈세와 공금 횡령혐의로 기소됐다가 최근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이혼한 전부인이 보석금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대납해 주겠다고 나선 것이 또 화제가 됐다. 코졸로스키 본인의 재산은 횡령혐의 때문에 현재 모두 동결돼 있다. "이혼한 전 부인의 돈은 그럼 깨끗한가"를 놓고 잠깐 청문회까지 벌어졌지만 법원은 결국 보석금으로 인정했다. 코졸르스키의 자존심은 구겨졌지만 미국 비지니스업계에 새로운 교훈을 주기는 했다. "이혼을 하더라도 전 부인에게 잘해줄 것."
마사 스튜어트. 살림의 여왕으로 칭송받는 여성 CEO다. 자신의 이름을 딴 마사스튜어트옴니미디어리빙의 회장으로 미국 가정주부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경영자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 임클론 주식 4000여주에 대한 내부자거래혐의로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TV와 잡지에서 언제나 "가정의 행복이 최고"라고 예쁘게 미소짓던 마사 스튜어트는 그러나 실제로 전남편(이혼했다)과 종업원들에게는 "표독한 아내", "정떨어지는 사장"이었다고 해서 다시 한번 구설에 올랐다.
비즈니스업계의 대표적인 영웅을 꼽는다면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9년 연속 두자리수 이익성장률을 기록한 GE의 성장 신화 뒤엔 "경영의 신"으로까지 일컬어지던 젝 웰치 전 회장이 있다. 그러나 그런 잭 웰치도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퇴직후의 각종 특혜가 문제가 돼 마침내 전용비행기 전용사무실 등 연간 수억달러 상당의 퇴직후 특전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잭 웰치 전회장 뿐만이 아니다. 내년 3월 퇴직할 예정인 IBM의 루이스 거스너 CEO도 20여년 동안 경영자문료로 매년 200만달러와 사무실 아파트 임대료, 전용기 사용료, 골프장 회원권 등을 받기로 돼 있다. 이외에도 AOL타임워너의 제럴드 레빈, 델타항공의 로널드 엘빈, 버라이즌의 찰스 리 등 전직 CEO들이 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연간 수십만달러의 특전을 받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가 잘 나가던 때는 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보상 따위는 아예 이슈조차 안됐다. 10이라는 이익을 내던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100이라는 이익을 냈다면, 그리고 이같은 이익이 CEO의 탁월한 능력에서 나왔다면, 늘어난 이익의 절반을 준들 주주 입장에선 아까울 게 없다. 아니 보다 많이 주는 것이 "적정하고 공정한 보상"이다. 거액의 연봉과 보너스, 연봉의 몇 배에 달하는 스톡옵션, 그외 각종 특전, 현직에 있을 때의 특전도 모자라 퇴직후의 각종 퇴직 특전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이익이 늘어난 결정적인 이유가 딴 데 있다면? 예를 들어 해당 산업의 호황기에 운좋게 CEO를 맡아 그다지 힘 안들이고 이익을 많이 낼 수 있었다면? 아니면 엔론 이후 월가를 뒤흔들었던 회계스캔들 마냥 실제 이익을 낸 것이 아니고 "그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처럼" 보이기만 했다면?(분식회계가 이런 식이다)
미국 자본주의는 이제 영웅몰락의 시기를 맞으면서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컨퍼런스보드가 미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방안을 보면 이같은 이슈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바로 "경영자의 과도한 보상에 대한 견제장치"다.
컨퍼런스보드는 이사회와 독립적인 "보상위원회"를 두고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연봉과 보너스, 그리고 여타 보상문제들을 다룰 것을 권고한다. 특히 주가와 같은 단기적인 성과 외에 장기적인 성과도 경영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삼을 것, CEO의 성과를 여타 변수 예를 들어 해당 업종이나 산업의 성과와 구별할 것 등도 권고하고 있다.
CEO를 영웅으로 만들었던 미국식 "CEO자본주의"의 최대 피해자는 역시 주주들이다. CEO들은 그간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제 배를 불리기에 급급했다는 것이 주주들의 항변이다. 말하자면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식이다. 그러나 CEO들에게 그런 권한을 이양해준 것은 바로 "주주"들 자신이다. 스스로 발등을 찍은 것이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랴. 남은 생선이나마 지금부터라도 잘 지키는 게 현명하다.
- (M+스페셜)②통안채 장기화·단기화..`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 [edaily 정명수기자]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보자. 통화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국민경제의 지속적 상장을 위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가져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통안채를 효율적으로 발행하는 것은 통화정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통안채를 시장에서 바라보고, 발행과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결국 정책 효율성과 연결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통안채를 국채처럼 3년물, 5년물 나아가 10년물까지 발행해야한다고 말한다. 통합발행, 선물상품 개발, 바이백(Buy Back)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더구나 시장은 장기채권 부족에 허덕이고 있지 않는가.
반대로 통안채는 본원통화를 조절하는 수단이지 금리를 조절하는 수단이 아니며 통화정책의 기본원칙에 따라야지 채권시장의 일시적인 요구에 부화뇌동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있다.
상반된 두 주장은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을 어떻게 시장에 전달하고 확산시킬 것인가와 관련이 있다.
◇통화정책 전달 경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수행의 기본 체계를 바꾼 것은 98년 개정된 한은법이 발효된 이후부터다. 그 전까지 한은은 통화량 지표(M2 등)의 증감을 조절, 통화정책을 구현했다.
그러나 통화량은 96년처럼 신탁제도가 개편되거나 금리상품의 유행이 바뀔 때 한은의 정책적 의도와 달리 급변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한은법이 개정되고부터는 인플레이션 타게팅(targeting)으로 통화정책이 바뀌었고 정책금리인 콜금리를 조정, 통화 목표를 이루도록 했다. 즉, 통화량 중심의 통화정책이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으로 바뀐 것이다.
통화정책을 구현하는 수단은 중앙은행 대출, 지급준비정책, 공개시장조작 등이 있다. 채권시장에서 직접적인 문제가 되고 현재 통안채와 관련, 논점이 되는 것은 공개시장조작이다.
공개시장조작은 중앙은행이 단기금융시장이나 채권시장과 같은 공개시장에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공채 등 증권을 사고 팔아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통화나 금리를 조절하는 것이다. 공개시장조작의 유용한 수단 중 하나가 통안채의 발행이다.
이같은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에 파금되는 경로는 금리경로(interest rate channel), 자산가격경로(asset price channel), 환율경로(exchage rate channel)와 금리경로에 대비되는 신용경로(credit channel) 등이 있다.
장단기 채권금리와 연결돼 있는 금리경로만 살펴보면 두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통화정책이 금융시장내에서 단기금리, 장기금리 및 은행금리로 순차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이다. 둘째는 전반적인 금리 변화가 소비, 투자 등 실물 부문으로 파급되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금리와 은행금리 등은 반드시 단기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장기채권의 금리는 미래의 금리상승을 예고하는 통화정책, 경기 및 인플레 전망(expectation theory)과 채권을 보유하는데 따르는 유동성 프리미엄(liquidity premium theory)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중앙은행의 단기금리 조정은 장기금리 결정의 한 부분이며 금융시장이 앞으로 경기상황이나 인플레를 어떻게 예측하느냐, 유동성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요구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중앙은행의 금리조정이 단기물에서 장기물로 제대로 확산될 수 있도록 시장 구조가 갖춰져 있느냐는 것이다. `금리경로`가 작동해야한다는 것.
아래 표를 보면 콜과 국채의 상관계수가 회사채, CD보다도 낮다. 이는 채권시장의 금리경로가 (상대적으로) 지표채권 부분에서 잘 연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요 시장금리간 상관계수(자료=한은)
89~91년 92~94 95~97 98~2000
콜-CD 0.73 0.86 0.85 0.99
콜-회사채 0.78 0.78 0.81 0.97
콜-국채 - - 0.92 0.88
보다 피부에 와닿는 예로는 지난 5월 콜금리를 인상했지만 그 이후 장기채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진 것을 들 수 있다. 콜금리 인상에서 실기했다는 비판과 콜금리의 정책능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통안채 3년물, 5년물, 10년물은 불가능한가
"금리경로에 이상이 있다면 한국은행이 직접 금리경로를 개척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통안채 장기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한은의 정책목표가 통화량에서 금리로 바뀐 이상 적극적으로 금리 조절에 나서야한다고 역설한다.
통화정책의 효율화와 함께 통안채의 `현실적인 힘`을 유지해야한다는 것. 한은이 공개시장조작으로 통안채를 발행하는 행위 자체가 `현실적으로`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일드커브(yield curve)의 짧은 쪽에서 긴 쪽까지 모두 통안채의 영향력을 활용하자는 논리다.
실제로 통안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조금씩 장기화되고 있다. 아래표는 2001년 9월말 현재 통계다. 통안채 2년물 비중이 54.1%로 가장 높고, 1년물이 33.6%로 그 다음이다.
2002년 7월 현재 통안채 비중을 보면 2년물이 66%로 늘어났고 1년물은 18%로 줄어들었다. 최근 1년6개월물(546일물)이 발행되면서 통안채의 대부분(80% 정도)이 1년물 이상이고 그 중에서도 2년물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통안채 발행규모 및 만기별 구성(2001년 9월말 현재)
91일물 182일물 364일물 392일물 546일물 2년물
1.3% 5.7% 33.6% 2.1% 3.2% 54.1%
(자료=한은)
통안채 전체 규모가 커지면서 장기물로 발행하는 것이 손쉽고, 시장의 요구도 장기물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한은이 무의식적으로(?) 만기 분산을 위해 시장참가자들의 장기물 통안채 요구에 부응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80조가 넘는 거대한 통안채의 차환 발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도 장기화가 자연스럽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통안채 3년물 발행은 당장 국고3년물과 충돌을 빚을 것이 뻔하다. 지표채권의 지위를 놓고 통안채와 국고채가 경합을 벌인다면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통안과 국고의 유동성 프리미엄은 어찌할 것인가.
통안3년과 국고3년이 동시에 발행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론적으로 같은 신용도의 무위험채권 수익률은 같아야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상품성 측면에서 통안채를 국고채보다 낮게 취급한다. 예보채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한국은행이 정책 협상을 잘해서 국고3년을 국고1년처럼 점차 축소한다고 하자.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국고3년의 지표채권 지위를 통안채가 물려받으면 국채선물, 국채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도 그대로 전수받아야한다. 이 경우 정례발행의 원칙이 지켜져야하고 통화정책과 무관하게 통안3년을 정기적으로 공급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는 "통안채는 통화안정을 위해 발행한다"는 통안채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궁극적으로 통안채 발행을 점차 축소해야한다는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통안채 장기화에 제동을 거는 보다 근본적인 논리는 한국은행이 장기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 행위, 시장과 게임을 벌여야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조절로 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지만 채권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도 흔치않다.
포르투갈이 통안채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 채권을 장기물로 발행한 예가 있으나 중앙은행의 행동과 역할을 담은 교과서 어디에서도 `장기금리를 놓고 시장과 직접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은 없다.
◇통안채는 단기자금 시장에도 약(?)
지난 5월2일 한국은행이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개최한 채권시장 발전방안 세미나에서도 통안채 장기화와 관련된 주장이 나온다.
아벨 마테우스 전 포르투갈 중앙은행 부총재는 "한국의 경우 국채시장의 발전과 함께 효율적인 단기금융시장 육성이 시급하다"며 몇가지 정책 제안을 내놨다.
첫째, 한국은행 주도하에 LIBOR와 같은 KIBOR(Korea Inter-Bank Offered Rate) 시장의 형성을 유인하는 한편, 공개시장 조작횟수를 축소하여 은행간 자생적인 자금거래 유인을 제고한다.
둘째, 한국은행이 현재 2년으로 되어 있는 통안증권의 최장만기를 확대하는 등으로 자본시장에서는 유동성을 흡수하되 단기금융시장을 통해서는 단기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통화공급구조를 개선한다.
셋째, 통안증권의 누증이 환율정책에 크게 기인하는 만큼 정부는 1990년대초와 같이 단기국채를 발행하여 한국은행과 통화관리 부담을 분담토록 한다.
넷째, 시장분할현상을 막기 위해서 만기 1년이내의 통안증권을 단기재정증권으로 전환하되 발행정책과 비용은 한국은행이 전담하도록 한다. 또한 정부 일시부족자금의 對한국은행 차입에 대해서는 동 단기재정증권 발행금리를 적용함으로써 시장금리가 반영되도록 한다.
한은 내부의 여러가지 목소리 중에서 통안채의 상품성, 시장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을 대변하는 정책 제안이다.
통안채 장기화와 같은 맥락에서 통안채 단기물을 정기적으로 발행, 단기자금 시장의 중심 채권이 되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장 내부에서도 단기자금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의 유명무실한 단기 변동금리인 CD대신 통안3개월물 활성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금리스왑(IRS) 시장참가자들을 중심으로 CD 대체론이 나오고 있는 것.
CD 금리는 변동금리로서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아래 그림을 봐도 지표채권인 국고3년의 변동성을 CD금리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고3년-CD 금리 추이
CD금리의 기능 상실은 FRN과 신종채권 가격 왜곡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IRS 2년, 3년 레이트가 통안2년이나 국고3년 수익률보다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IRS 1년 레이트는 3개월 CD금리와 밀착해버렸다.
스왑 스프레드 왜곡이나 장단기 수익률 역전은 기본적으로 수급 불균형에서 오지만 단기자금 시장이 비효율적이어서 자금조달과 운용이 매칭되지 않는데에도 한 원인이 있다.
통안채의 단기화에 반대하는 논리역시 장기화에 반대하는 것과 같다. 통안채가 단기자금 시장을 위해 존재하는 `채권`이 아니라는 것. 통안채 단기물이 늘어나면서 통화관리, 지준관리에 엄청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초단기물인 RP 조작이 5조~6조원 규모로 혼란스럽게 이뤄졌던 것을 떠올려보자. 단기 일드커브를 구성할 정도로 통안채 단기물이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려면 최소한 10조~20조원은 발행 잔액을 유지해야할 것이다. 이런 규모의 통안채 단기물을 만기도래할 때마다 차환발행한다고 생각해보라. 한은 공개시장운영팀 인력이 현재의 4~5배로 늘어나야할 것이다.
한은 조직의 보강뿐 아니라 통화정책, 지준정책 전반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상당한 모험을 감수해야한다. 단기자금 시장의 활성화도 좋지만 한은이 나서서 총대를 메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
통안채 장기화 및 단기화 주장은 통안채의 현실적인 시장지위를 인정하고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를 고도화하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는 "금리(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이 책임진다"는 정책적 함의도 된다. 한국은행이 금리정책의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할 자신감이 없으면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
80조원이 넘는 통안채를 현재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한국은행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본격적인 논의를 꺼리고 있다.
통안채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정책적 충돌, 시장과의 마찰을 각오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채 부족 현상과 맞물려 통안채 장기화 및 단기화 문제는 정책당국과 시장이 언젠가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 (edaily리포트)금메달까지 빼앗다니
- [edaily] 오늘 다들 흥분하셨죠? 올림픽 금메달이 박탈되는 장면을 그냥 넘길 수 없었던 것은 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대국답게 굴어야지. 금메달을 뺏어 가다니..." 부시의 방문과 금메달 강탈. 오늘은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 하는 물음을 떠올리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증권산업부 문주용 기자가 "미국"에 대해 한마디 했습니다.
오늘 텔레비전에서 중계한 동계올림픽 경기, 다 보셨습니까. 쇼트트랙에서 우리나라의 김동성 선수가 무난히 1등으로 들어온 후 세레모니를 하다가 갑자기 태극기를 떨어뜨리는 장면에서 저는 당황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심판들이 라식 수술을 했나? 엊그제까지 이런 파울, 저런 파울을 다 못본체 하더니 오늘은 파울축에도 못낄 것을 이유로 탈락을 선언했습니다.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금메달에 목을 매고 멀리 솔트레이크 시티까지 갔는데, 도시 이름대로 "인심한번 짜다 짜!" 싶더군요.
중계방송이 나간 후 우리 네티즌들이 거세게 반격했습니다. 미국 방송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항의의 글을 일제히 올리고, 설문조사에 몰표를 던지면서 판정의 부당성을 알리려고 분주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미 NBC방송의 인터넷사이트 nbcolympics.com이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참가, 압도적인 몰표로 우리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오후에는 메일에 "반칙송"이라며 글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내 생애 봄날은"이라는 요즘 가요를 "내 생애 골드(금메달)는"으로 바꿨더군요. 엊그제 우리를 슬프게 했던 중국의 리자준 선수와 오늘 억지로 금메달을 뺏아간 미국의 안톤 오노 선수가 불러야 제 맛이 난답니다. 일부만 소개하죠.
"비겁하다 /욕하지마 /더티한 플레이만 /하고는 다녀도
옆에 같이 /엎어진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했다
반칙처럼 /짧은 경기 /내 반칙 아낌없이 /뽐내려 했건만
심판실격 /선고하는 그 순간/ 내 생에 골드는 간다"
하필이면 오늘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국을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2박3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오늘 우리나라를 떠나는 부시 대통령은 우리에게 귀빈이었습니다. 외교가는 물론이고 증권가도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악의 축" 발언이후 놀라기도 했지만 이번 방한에서 국민들은 부시 발언덕분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제 중국으로 갔습니다. 그가 떨어뜨린 낙수는 무엇입니까. 언론마다 "부시, 북과 전쟁의사 없다"라며 헤드라인을 뽑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북관을 전혀 바꾸지 않았습니다. "북과 전쟁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북은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요.
이번 방한에서도 우리쪽 희망만 너무 부각됐다는 느낌입니다. 그전, 미국에 공화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도 우리는 너무 낙관적이었습니다. "외교"라는 고도의 정치행위는 "현실"이라는 토양과 이해관계라는 계산법으로 볼 때 하루아침에 서먹한 관계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외교당국자는 이걸 너무 믿고 햇볕정책이 계속 미국측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햇볕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그렇고, 국민들의 지지가 그랬고, 더욱이 냉전의 종식이라는 역사 발전 측면에서 너무나 정당해 보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는 어땠습니까. 부시 대통령을 축으로 한 미국 공화당 정부의 입장은 얼마나 단호합니까. 옳고 그름의 논쟁을 떠나서 보시죠. 아버지가 CIA에 오래 있어서 보수적인 집안에서 성장한 부시 입장에선 공산주의자들을 믿는다는 것, 그들과 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를 위험천만한 일이라 생각할 만합니다.
평생을 보낸 군대에서, 공산주의자를 "악의 무리"로 교육받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온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다른 공화당 인사들보다는 온건파라 하더라도 그 역시 대결의 논리, 승패의 논리로 무장돼 있는 마당에 어떻게 해서든지 어둠에 있는 "악"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귀결입니다.
장시간의 정상회담으로도 부시가 대북관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이런 것입니다. 그는 "논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도덕"의 관점에서 북한을 "악"으로 지목합니다. 부시도 "악의 축"이라는 표현은 "도덕적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흑백의 논리가 지배하는 부시의 세계에 대 테러전쟁은 도덕의 전쟁이 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뜻입니다.
도덕이라는 잣대로 보는 사람에겐 논리적 설득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논리가 막히면 생각을 바꾸지만 도덕률은 논리의 변경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판단할 문제로만 볼 뿐입니다.
하지만 언론에 비친 우리 외교 당국자와 통일 당국자는 "결국 부시 정권이 햇볕정책을 지지하게 돼 있다"는 식으로 현실인식의 논리가 바뀌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듯합니다. 미국과의 관계가 막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같은 막연한 기대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견제자나 경쟁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유일한 강대국이 자신을 유일 초강대국으로 설정해놓은 현재의 세계구도를 일부러 바꿀 이유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햇볕정책과 대통령에 대해 "용비어천가"만 불러제낀 당국자들은 결국 우리의 맹방을 오해하는 우를 범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굳이 오늘 금메달 강탈 사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미국은 비판받을 만 합니다. 우선 미국은 스스로 강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쥐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양이는 쥐를 위협하는 절대 강자입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절대적인 강자일뿐 아니라 실제적인 위협의 대상입니다.
미국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무기(카드)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강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할 만큼 자신의 힘을 의심하기 때문에 더 위협적입니다.
미국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미국이 바로 지구촌에서 견제받을 정도의 유일한 초강대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오판을 할 경우 상황은 특정 국가에 한하는 게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위협이 됩니다. 때문에 저는 미국이 지구촌 여론으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는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금메달을 뺏긴 오늘,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지를 다시 한번 짚어봄으로써 지구촌 시민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것이 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