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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 시장이슈)⑩슈퍼개미 신드롬
  • [edaily 이진우기자] 지난 1월 초 4000원을 밑돌던 주가가 석달만에 9만원이 됐다. 무려 25배다. 주식이라기보다는 로또나 경마에 가깝다. 도대체 어떤 종목이야? 투자자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서울식품. 한 개인투자자가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촉매로 주가가 그처럼 급등한 것이다. 1월 초 1000원도 안되던 서울식품의 주가는 감자를 거쳐 9만2000원까지 올랐고 그때부터 생겨난 학습효과로 개인투자자가 지분을 대거 사들이기만 하면 주가는 급등했다. 이른바 "슈퍼개미 신드롬"이었다. 서울식품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투자자 경규철 씨는 "원조 슈퍼개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3월초에는 남한제지와 한국금속에도 슈퍼개미들이 달라붙어 주가를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선언했던 M&A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시장에 남긴 파장은 컸다. ◇ 5%만 넘기면 무조건 슈퍼개미? 처음에는 ①지분을 많이 사들이고 ②경영권 인수의사를 밝힌 개인투자자들만 슈퍼개미라는 칭호를 붙였지만 유사한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지분만 많이 사들여도 슈퍼개미로 간주됐다. 지분을 사들인 당사자들은 "단순투자"라고 밝혔지만 언제든지 "경영참여"로 얼굴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기꺼이 그들을 슈퍼개미로 불러줬다. 실제로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목적을 바꾸는 슈퍼개미들이 여럿 생겼고, 그것이 규정상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특정 개인이 지분만 많이 사면 일단 주가는 상한가를 치고 보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이런 사례가 나타나면 그 다음날 언론은 으레 "○○○, 슈퍼개미 등장"이라고 보도했고, 일부 투자자들은 특정 개인이 지분을 5% 이상 사들이면 금감원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이용, 금감원 공시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매수기회를 노렸다. 이들은 모두 "다음 슈퍼개미는 누구냐"가 유일한 관심사였다. ◇ 슈퍼메뚜기 슈퍼외국인..진화하는 슈퍼개미 슈퍼개미가 증시의 화제로 떠오르자 여기저기서 "짝퉁 슈퍼개미"들도 등장했다. 기존의 슈퍼개미들이 적어도 1~2개월에 걸쳐 눈길을 끌고 나서 수차례에 나눠서 차익실현을 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새로 등장한 슈퍼개미들중에는 자신이 5% 취득 공시를 한 당일에 주식을 모두 처분하는 속전속결형도 있었다. 한 종목에서 재미를 본 슈퍼개미들은 종목을 옮겨다니면서 비슷한 수법으로 차익을 실현했다. 서울식품에서 재미를 봤던 경규철 씨는 6월 말부터 한국슈넬제약 지분을 대거 매입해서 17%의 지분을 가진 주요주주로 부상했다. 한국슈넬제약의 주가는 6월 말부터 2주일 사이 4배로 급등했다. 원조 슈퍼개미로 "25배 대박의 추억"을 안겨준 경 씨의 명성(?)이 주가를 더 자극한 것은 물론이다. 지원철이라는 개인투자자도 신촌사료 ·도드람B&F ·우성사료 ·오픈베이스 등을 옮겨가며 다양한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올렸다. 추격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손해를 봤지만, 한발 먼저 사서 한발 먼저 팔면 된다는 식의 불나방식 투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슈퍼개미를 흉내낸 "슈퍼 외국인"도 등장했다. 거래소의 물류업체인 한솔CSN은 "외국인"이라고만 알려진 투자자들이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가 주가가 오르면 내다팔고, 다시 사들였다가 개인들이 추격매수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슈퍼개미 따라하기를 시도하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삼성물산의 적대적 M&A를 언급했다가 이틀만에 지분을 모두 팔아치운 외국인 큰손 헤르메스 역시 "슈퍼개미와 다를게 뭐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 슈퍼개미도 때로는 쓴맛 지분을 사들인 후 공시를 하고 M&A 가능성을 불러일으킨 후 주가가 오르면 판다. 아주 단순해보이는 작업이지만 역시 늦게 뛰어든 슈퍼개미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10월 들어 방역관련 장비업체인 파루 주식 5.2%를 사들인 한 개인투자자는 주가가 오르자 지분을 열심히 팔았지만 결국 매입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노티지를 사들인 슈퍼개미도 마찬가지였다. 두 달 만에 20% 넘게 손실을 보고 빠져나왔다. 반짝했던 주가가 차익매물이 나오자 상승폭보다 훨씬 하락했기 때문이다. 슈퍼개미 관련주의 주가는 공시 나오는 날이 꼭지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이 지분을 사들이는 걸 막을 수는 없다"며 수수방관하던 금감원도 사태가 심각해지자 슈퍼개미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일부 슈퍼개미들은 차익의 일부를 반환해야 했고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 "난 진짜(?) 슈퍼개미라니깐" 적대적 M&A를 선언한 슈퍼개미가 실제로 경영권을 갖게 되는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다는 게 추격매수를 말리는 증시전문가들의 충고였지만, 실제로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는 슈퍼개미들도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합성수지 전문업체인 세원화성 지분을 사들인 유선철씨는 8월말부터 11월까지 경영참여 목적으로 약 72억원을 투자, 세원화성 주식 30.18%를 확보했다. 유 씨는 이 회사 최대주주가 제안한 공개매수에 응해 25억원의 떳떳한 차익을 남겼다. 거래소 상장기업인 아이브릿지도 슈퍼개미 출신 이사가 탄생했다. 개인 투자자 왕경립 씨는 지난 7월말부터 이달초까지 이 회사 지분 26.86%를 꾸준히 매입, 기존 최대주주인 아이브릿지홀딩스(25.68%)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왕씨는 결국 아이브릿지의 임시주총에서 새 임원으로 정식 선임됐고 경영진 변경 등 지배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증시의 테마주 가운데 가장 민감하고 자극적인 것이 바로 지분경쟁"이라며 "이런 이슈들은 우량종목과 부실종목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2004.12.29 I 이진우 기자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Who`s Your Daddy?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결국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 시리즈 우승컵을 안았다. 86년만이다. 양키즈의 벽을 넘은 레드삭스가 `밤비노의 저주`에서도 벗어났다. 올해 메이저 리그 포스트 시즌에서는 월드 시리즈보다도 라이벌 레드삭스와 양키즈 간의 게임이 야구 팬들을 열광케 했다. 지난 13일 찾아간 뉴욕 브롱스 양키 스타디움(사진)은 무척 지저분했다. 평소 야구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숙적 레드삭스와의 경기를 놓칠 수는 없었다. 아메리칸 리그 챔피온 시리즈(ALCS) 2차전 티켓을 무려 액면가의 3배를 주고 샀다. 스타디움은 관중들로 만원이었다. 곳곳에 경찰이 서 있었지만, 양키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B` 자가 선명한 모자를 쓴 보스턴 팬들을 야유하며, 일방적으로 양키즈를 응원했다. 양키 골수 팬들은 보스턴 응원단에 대해 가차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땅콩, 팝콘, 휴지 등이 쏟아지기도 했다. 평소 같았으면 큰 싸움이 날 정도로 심한 욕을 했다. 레드삭스(Red Sox)를 `Red Suck`이라며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깜짝 놀랐다. `저렇게 욕을 해도 되나` 레드삭스 팬들은 웃으면서 그냥 넘어갈 뿐 대응을 하지 않았다. 양키 팬들로 포위된 상태에서 대응은 곧 싸움이다. 관중석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는 즉시 경찰들이 달려왔다. 양키즈와 레드삭스 경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격렬했다. 단순한 스포츠 게임이 아닌 것 같았다. 2차전 레드삭스의 선발은 페드로 마르티네즈. 이 친구는 지난해 ALCS에서 아버지 뻘 되는 양키즈의 투수코치를 그라운드에 내동댕이쳐서 양키 팬들의 공분을 샀던 인물이다. 양키 팬들은 마르티네즈가 공을 던질 때마다 "Who`s your daddy!"라고 외쳤다. 메이저 리그에는 별도의 응원단이 없다. 관중들은 대형 전광판에 "야유를 퍼부으세요"라고 사인이 나오면 그에 맞춰서 소리를 질렀다. 2차전은 양키의 승리였다. 적진 보스턴에서 치뤄진 3차전은 19대 8의 대승이었다. 그러나 이후 내리 4판을 져서 양키즈는 `가을의 전설 ` 월드 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했다. `야구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라이벌의 전쟁을 지켜봤다. `미국인들에게 도대체 야구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또 `무엇이든 돈으로 연결시키는 미국인들이 어째서 프로야구 팀은 주식시장에 상장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봤다. 야구, 메이저리그의 경제학은 가장 미국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비미국적이었다. ◇양키즈 vs 레드삭스 어디에나 라이벌은 있다. 그러나 양키즈와 레드삭스 같은 라이벌은 없다. 1920년 레드삭스가 베이브 루스를 양키즈에 팔아버린 이후 둘은 앙숙이 됐다. 이것이 유명한 `밤비노의 저주`다. 양키즈는 레드삭스가 월드 시리즈로 향하는 길목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선수들끼리 난투극을 벌이는 일도 허다하다. 지난해에도 두 팀은 ALCS에서 만나,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끝에 양키즈가 승리했다. 올해는 메이저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3대0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레드삭스가 3대4로 역전승을 거뒀다. 발목 부상을 입은 레드삭스의 에이스 커트 실링이 피로 붉게 물든 양말을 신고 역투하는 모습은 전율을 일으킬 정도다. 그런데 두 팀의 월드 시리즈 성적은 분명한 것을 보여준다. "부자 팀이 우승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양키즈는 39번 메이저 리그에 나가서 26번 우승한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의 명가다. 반면 레드삭스는 1986년 이후 18년만에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고, 1918년 이후 천신만고 끝에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양키즈의 한해 매출은 3억달러, 레드삭스보다 5000만달러가 많다. 올해 양키즈가 선수 연봉으로 쓴 돈은 1억8500만달러에 달한다. 레드삭스가 양키즈 다음으로 돈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도 양키즈에 비하면 6000만달러나 적다. 양키즈는 미국 최고 부자 야구단이다. 돈을 아끼지 않고 좋은 선수들을 끌어오니, 성적이 좋은 것이 당연하다. ◇Who`s your daddy? 마르티네즈가 등판했을 때 관중들이 "Who`s your daddy"라고 야유한 것은 상징적으로 양키즈라는 구단의 위상을 말해준다. 지난 9월 양키즈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마르티네즈는 "양키즈는 넘어설 수 없는 아버지같은 존재"라고 털어놨다. 그 이후 마르티네즈가 나올 때마다 "누가 네 아버지냐"고 야유를 하는 것이다. 마르티네즈의 고백은 사실 미국 야구 선수라며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양키즈가 배출한 걸출한 스타들을 영웅으로 생각하며 선수로 커 왔으니, 잠재의식 속에 양키즈는 모든 야구 선수들의 아버지인 셈이다. 그런데 양키즈는 물질적으로도 모든 야구 선수들의 아버지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펑펑 돈이 솟아 오른다. 현재 양키즈의 구단주 조지 마이클 스테인브레너3세는 1973년 단돈 1000만달러를 주고 CBS로부터 양키즈를 사들였다. 스테인브레너의 별명은 `보스(The Boss)`다. 그의 치세(?)에 양키즈는 9번 아메리칸 리그 챔피온이 됐고, 6번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그는 단장과 감독을 멋대로 갈아치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뉴욕이라는 엄청난 야구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면서,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1996년 양키즈가 선수 연봉으로 쓴 돈은 6100만달러였다. 8년만에 연봉은 세배로 불어나 1억8500만달러가 됐다. 이 돈은 메이저 리그 연봉 하위 6개 구단 전체 연봉과 맞먹는 수준이다. 2002년 양키즈의 연봉이 1억5000만달러를 돌파하면서 다른 구단들은 양키즈와의 `돈 싸움`을 포기하고 만다. 경쟁팀인 레드삭스는 양키즈를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비난했다. 양키즈가 돈의 힘으로 우수 선수를 싹쓸이 한다는 것. `보스`가 이처럼 다른 구단을 압도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때문에 뉴욕시가 벌어들이는 세수는 85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메이저 리그 8개 구단의 입장료 수입과 맞먹는다. 입장료 외에 각종 프랜차이즈 상품, TV 방송 중계료 등을 감안하면 양키즈는 화수분이나 마찬가지다. 야구의 상징인 양키즈가 훌륭한 선수를 뽑고,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뉴욕시민, 나아가 전 미국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일종의 의무라는 것이 `보스`의 생각이다.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양키즈는 얼마든지 돈을 써도 좋다. 양키 팬들은 열광하고, 미국도 따라서 열광한다. 양키즈의 이런 철학에 비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돈을 쓴 만큼 성적이 좋지 않다거나, 왜 메이저 리그 우승이 이렇게 뜸하냐는 것. 양키즈가 선수들 몸값을 너무 올려놔서 다른 팀들의 전력 보강이 쉽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양키즈의 이같은 `제국주의적` 투자는 이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월스트리트 투자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마이클 루이스의 책 `머니 볼(Money Ball)`은 값싸지만, 재능이 뛰어난 무명 선수를 영입해서 훌륭한 메이저 리거를 만든 후 비싼 값에 다른 구단으로 되파는 오클랜드 에스레틱스의 투자전략(?)을 다루고 있다. 오클랜드 에이즈(Athletics=A"s)의 `가치 투자`가 양키즈의 제국주의적 투자의 정반대 위치에 있는 셈이다. 사실 오클랜드 에이즈는 올해 레드삭스와 우승을 다퉜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와 함께 월드 시리즈에서 아홉번 우승, 양키즈에 이어 두번째로 우승 경력이 많은 구단이다. 만약 양키즈와 에이즈가 둘 다 상장사라면 훨씬 적은 돈으로 성적도 우수한 에이즈의 주가가 더 높을 지도 모른다. 월스트리트식 가치 투자의 관점에서는 에이즈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야구는 주식과 같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야구장에서 만큼은 냉철한 머리보다는 뜨거운 가슴이 더 중요하다. 야구의 세계에서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다는 사실은 몇가지 `확률 계산`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미국인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감성이 만들어내는 의외성, 불확실성 때문이다. 야구장은 이성과 합리의 탈출구다. 그래서 야구장에서 만큼은 fuck 이나 asshole 같은 욕을 해도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것이다. ◇의외성과 불확실성의 세계 야구의 핵심적인 속성이 의외성과 불확실성이라면 야구팀을 투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상천외한 금융상품이 거래되는 월가에서도 프로야구팀을 IPO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 야구가 얼마나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특히 디비전 챔피언전이나 월드 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 어째서 의외의 팀이 우승하는 일이 많은 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양키즈가 ALCS 7차전에서 레드삭스에 끝내 패한 후 10월24일 뉴욕타임즈에는 흥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1952년 하바드대 수학과 강사였던 모스텔러는 미국 통계학회지에 `The World Series Competition`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레드삭스의 열렬한 팬이었던 모스텔러는 "왜 레드삭스같은 훌륭한 팀이 월드 시리즈에서 패하는 것일까. 정규 시즌 성적이 좋은 팀이 월드 시리즈에서 패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항확률이론(Binomial Probability Theory)을 적용, "승률이 높은 팀이 월드 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 상당히 높은 확률로 패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25페이지에 달하는 이 논문은 야구 경기를 수학적으로 풀이한 최초의 논문이었다. 이항확률이론은 옵션 가격을 결정할 때 활용되기도 한다. 모스텔러는 정규 시즌에서 승률이 60%인 강팀일지라도 29%의 확률로 7번 붙어서 최소한 4번은 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월드 시리즈가 7전4선승이므로 객관적인 전략이 아무리 뛰어난 팀이라고 하더라도 `승리의 여신`의 변덕에 좌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0게임 이상을 벌이는 정규 시즌에서는 객관적인 전력, 승률이 팀의 성적을 지배한다. 승률(이길 확률)이 60%라는 것은 10번 싸우면 6번 정도는 이긴다는 뜻이다. 정규 시즌에서 10연패를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100게임, 200게임 게임 횟수(시행 횟수)가 늘어나면 결국 승수가 60게임, 120게임에 근접한다는 것이 수학이 말하는 승률(확률)의 개념이다. 월드 시리즈는 승률만으로 우승팀을 점칠 수 없을 정도로 시행 횟수가 적다는데 문제(재미)가 있다.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스텔러의 결론은 "단기전인 포스트 시즌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다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양키즈가 3번 먼저 이겨 놓고도, 레드삭스에 역전패 당하는 드라마같은 일이 벌어졌다. 3패 후 우승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보스턴 팬들이 "우리는 아직도 믿는다"는 플랙카드를 들고 팬웨이 파크(레드삭스 홈구장)를 가득 메운 것도 바로 이런 의외성 때문이다. 실제로 정규 시즌에서 성적이 좋은 팀이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할 확률은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50%)과 엇비슷하다. 오클랜드 에이즈의 매니저 빌리 빈도 "포스트 시즌에서 우승하는 일은 도박이다"고 말한 바 있다. 1969년 이전에는 메이저 리그가 단일 리그였고, 7전4승으로 우승 팀을 가렸다. 당시 정규 시즌에서 승률이 높은 팀이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한 경우는 65번 중 34번으로 확률 50%를 약간 넘었다. 1969년부터 1993년까지는 월드 시리즈 전에 내셔날 리그, 아메리칸 리그 우승팀을 먼저 가렸다. 5전3승 나중에는 7전4승의 디비전 챔피온 시리즈를 거쳐서 월드 시리즈를 치뤘다. 이 시기 정규 시즌 승률이 높은 팀이 우승한 경우는 25번 중 7번으로, 확률이 28%였다. 이는 동전의 앞면이 연속해서 2번 나올 확률 25%와 별 차이가 없다. 1995년 이후 포스트 시즌은 8개 팀이 참가, 월드 시리즈까지 세차례 단기전을 펼친다. 동전을 세번 던지는 것과 유사하다. 정규 시즌 성적이 더 좋은 팀이 우승한 경우는 9번 중 단 한번 밖에 없었다. 동전이 연속해서 세번 앞면이 나올 확률은 8분의 1이다. 올해도 카디날스의 정규 시즌 승률은 64.7%로 레드삭스의 61%보다 높았지만, 우승컵은 레드삭스로 돌아갔다. 월드 시리즈에서는 `실력`은 물론이고 승리에 대한 `의지와 열정`까지 동원해야 우승할 수 있다. 팀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강렬한 열정을 가지고, 마우드에 피방울을 흩뿌리며 역투한 커트 실링이 레드삭스의 다른 선수들을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열정이 3대0의 열세를 뒤집는 전설을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1918년부터 2003년까지 레드삭스는 월드 시리즈 우승을 단 한차례도 하지 못했다. 이것을 확률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같은 기간 양키즈는 무려 26번 우승했다. 레드삭스가 우승할 확률이 1%만 있다고 하더라도 100년 안에 한번은 우승해야 한다. 100번을 시행하면 1번은 기대하는 사건(우승)이 나타나야한다는 것이 확률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레드삭스같은 강팀의 우승 확률이 1% 이하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결국 그동안 레드삭스의 우승을 방해하는 확률 외적인 요소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수학은 어쨌든 레드삭스의 우승을 예고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지독히 승운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그것을 `저주(curse)`라고 불러도 하나도 이상할 것은 없다.
2004.10.28 I 정명수 기자
  • [국감엿보기]농협 국감장 간식 `우리 농산물`
  • [edaily 최한나기자] ○…조일현 열린우리당 의원은 농협 임직원의 연봉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대근 중앙회장에게 "자신의 연봉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고 있느냐"고 질문. 이에 정 회장은 "급여는 다달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연봉이 얼마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하자 조 의원은 "성과급 5800만원과 경영수당 월 570만원 등을 합해 2년간 자그마치 2억2500만원이나 올랐다"며 "축하한다"고 비아냥. ○…이날 농협은 취재차 국감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삶은 밤과 고구마, 대추 등을 간식으로 준비해 눈길. 김상택 홍보실 과장은 "우리 농산물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이같은 간식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을 세워두고 장시간 훈계해 관심을 모았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 농업은 안팎으로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실제적으로 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지, 웬만한 문제 앞에서 어렵다, 힘들다고만 말하면 회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호통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정 회장이 대답을 하려고 마이크를 당기면 "농업 위기를 알고는 있느냐. 아는 걸로는 부족하다. 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하다. 중앙회에서 경제사업 벌여놓고 수익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전부 농민이 짊어져야 할 짐이 되고 있다"며 쉴새없이 공격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은 막판에 "알겠다"는 한마디로 답변을 끝냈다.
2004.10.18 I 최한나 기자
  • 한나라 연극 파문 "그 놈은 X 달 자격도 없는 놈"
  • [오마이뉴스 제공] `호남과의 화해"를 내세운 한나라당 의원연찬회. 리허설 때부터 이미 노무현 대통령을 빗대 성적 비하와 욕설로 논란을 빚은 여의도극단(단장 박찬숙)의 본 공연은 더 노골적이고, 원색적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 24명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 연찬회 첫 날인 28일 전남 곡성 봉조리 주민들 앞에서 창단 공연을 했다. 정치풍자극 "환생경제"라는 제목의 이 연극의 주인공은 "허구한 날 술 퍼마시고 마누라 두들겨 패고 가재도구 때려부수는, 그래서 집안 말아 먹은" 무능한 가장의 "노가리"(주호영 의원 분)가 그 주인공. "민생"(심채철 의원 분)과 "경제" 두 아들을 둔 노가리는 둘째 아들 경제가 제대로 먹지 못해 "후천성영양결핍신경근육마비"라는 병을 얻어 죽게 되는 장례식장에서 소주병을 꿰 차고 술주정만 해댄다. 노가리는 아들의 죽음은 순전히 집터가 안좋기 때문이라며 집기둥에 톱질을 해대며 이사갈 궁리만 한다. 반면 어머니 "근애(이혜훈 의원 분)"는 이사를 반대하며 경제의 회생을 바라면서 시종일관 아들의 죽음에 슬피 흐느껴 운다. 노무현 어록과 과거사·수도이전 등 정치현안 섞어 원색적인 비난 연극 곳곳에는 노가리가 노무현 대통령이고, 근애가 박근혜 대표를 상징한다는 사실이 거의 직설화법으로 묘사된다. "이 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대통령 노릇 못해먹겠다" 등 노 대통령의 어록이 등장하며 수도이전, 과거사 문제 등 현안이 줄거리의 중심을 이룬다. 큰아들 민생은 노가리를 향해 "아버지가 바람나서 돌아다니는 동안 엄마는 집안 챙기고 그 덕분에 살고 있는데 아버지는 한 일이 뭐 있어요? 호적 타령이나 하고, 호적에서 밥이 나옵니까 술이 나옵니까"라고 과거사 청산작업을 비판한다. 아들이 대들자 노가리는 "개나 소나 힘으로 밀어붙이니 이거 애비 노릇도 못해먹겠어"라며 "이게 우리 집 꼴이요, 계급장 다 떼고 위아래도 없고 공부 잘하던 경제도 죽고 이게 다 이 빌어먹을 집터 탓이요"라며 집기둥에 톱질을 해댄다. 멀쩡한 집기둥을 자르려는 이유에 대해 노가리는 "그냥 가자면 말을 안들으니 집이 휘어야 마누라 자식이 내 말듣고 따라오지, 그게 다 고단수 전략이야, 난 한다면 하는 놈이야"라고 말한다. 아들 경제를 데려가기 위해 등장한 "저승사자"(주성영 의원 분)는 "이사를 가려면 먼저 식구들이랑 상의를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라며 "600년 넘은 고택이고 문화유산인데 전문가를 불러야 하지 않냐"고 충고하지만 노가리는 막무가내로 "늙은이 말을 뭘 들을 게 있어. 김홍신이 말처럼 재봉틀로 입을 쫙 박아버야 해"라고 광분한다. 또한 노가리의 친구로 등장한 "뻔데기"(정두언 의원 분)는 21세기 민족민주 풍수지리학회 회장으로 서울 세종로 제일대학의 교수. 그는 노가리에게 이사를 부추기며 "새끼고 뭐고 동지 아니면 다 적이야, 우리말 안 들으면 다 죽여야 해"라고 소리친다. 정부여당의 신행정수도이전사업을 맹목적인 밀어붙이기 식이라며 비판해온 한나라당의 입장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 연극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문제는 관심이 없고 오직 치적 쌓기에만 열중인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 중 하나가 남북교류사업. 노가리의 친구 "깍두기"(정병국 의원 분)는 "단군시대부터 김대중 정부까지의 역사를 바로세운다"는 5천년 역사바로세우기 위원장. "대학 때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고 운동만 하고 다닌" 그는 노가리에게 위원장 자리를 하나 제안하며 갖은 위세를 다 부린다. 실업자인 노가리가 제안받은 위원회는 그 이름도 길다. "남북통일을 위한 한민족 상호간 증오심 거두기 운동본부 산하 웃음되찾기 연구소 부설 민족민주개그위원회". 이 위원회 위원장의 자격은 "말을 잘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아주 싸가지 없게, 순간적으로 말을 잘 바꾸고 즉흥적이고 화려한 수사와 언변, 그리고 두꺼운 낯짝이 필요하다"며 깍두기는 "그 분야 최고"의 노가리를 추천하겠다고 약속한다. 또한 깍두기가 "못 웃겨도 좋다, 남북대화만 성사시키면 모든 것을 깽판쳐도 좋다, 너는 김정일 위원장을 웃길 수 있잖아"라고 독려하자, 이에 노가리는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에서 로고송으로 사용한 일명 "개구리송"을 율동과 함께 불러 보인다. "그 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참여정부의 과거사 청산작업과 관련한 묘사는 더욱 냉소적이다. 최근 정치인들의 가계 친일전력 시비가 이는 것과 관련, "고아만이 떳떳하게 살 수 있다"로 비꼬았다. 깍두기: 너네 대학 총장선거가 언제야. 너 출마하지. 내가 뒤봐줄께. 경쟁자가 나오면 그 명단만 보내. 내가 누구냐. 5천년 역사바로세우기 위원장 아니냐. 누구든지 할아버지, 아버지 뒤를 캐면 걸리는 게 나오거든. 아마 단군 할아버지도 뒤를 캐면 뭔가 나올 껄. 너는 고아잖아. 뒤를 캐면 뭐가 나올 게 있겠어? 뻔데기: 그래 나는 고아라는 게 정말 자랑스러워. 깍두기: 고아가 떳떳하게 살수 있는 이 세상.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이게 바로 참회정부의 위협이야. 정치현안에 근거한 인신공격에서 나아가 "육××놈" "개×놈" "불×값" 등의 욕설과 성기묘사를 동원한 비난은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근애의 친구로 등장하는 "번영회장"(송영선 의원 분), "부녀회장"(박순자 의원 분)은 장례식장에 등장, 다음처럼 노가리를 욕하며 근애를 위로한다. 번영회장: 안녕하세요. 노가리: 자식새끼 죽었는데 안녕은 무슨 안녕! 부녀회장: 인사를 해도 욕을 하는 뭐 이런 개×놈이 다 있어. 노가리: 이쯤 가면 막 가자는 거지요. 부녀회장: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값을 해야지. 육××놈. 죽일 놈 같으니라고. 노가리: 나도 다 사정이 있어요. 경제 죽고 나니 가슴이 싸릿싸릿 하오. 근데 내 탓이 아니고 순전히 집터가 안 좋아서 그런 거 아니요. 명당이라면 집안 꼴이 이런가. 그런데 마누라는 (이사를) 기를 쓰고 반대하니. 부창부수라고 하는데 복장 터지요. (장면 바뀌어 친구들이 근애를 위로하며) 번영회장: 근애야, 이혼해. 부녀회장: 그래 이혼하고 위자료로 그 거나 떼달라 그래, 그 거시기. 번영회장: 그 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반면 근애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헌신적인 어머니로 그려진다. 저승사자는 "경제를 살려주는 대신 저 썩을 놈의 아버지를 데려가면 안되겠냐"고 근애에게 묻지만, 근애는 "입이 거칠어 망발하고 가볍게 처신하지만 민생이를 애비 없는 자식 만들 수는 없다"며 "차라리 나를 데려가라"고 애원한다. 이에 염라대왕의 "판결"은 "죽은 경제를 살려주고 대신 남편을 데려가되 그 집행을 3년 연기"하는 것으로 극은 마무리된다. 3년의 집행유예는 대통령 임기를 뜻한다. 그러면서 저승사자가 노가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말. "지 새끼 죽은지 모르고 상가집에서 춤을 추는 등신 같은 놈아. 앞으로 3년 간 어떤 짓 하지말고 제발 입조심하고 똑바로 하거라." 박근혜 대표 "프로를 방불케 하는 연기" 호평 연극 곳곳에는 "민주세력"에 대한 비아냥도 드러난다. 노가리의 친구는 사실 "전두환 때 선거벽보에 오줌 싸다가, 그것도 얼굴에 정통으로 맞춰 민주투사가 되었"고, "운동권 학생들은 올림픽대회에 내보내 금메달을 따오게 해야 된다"는 식이다. 박근혜 대표는 숙소로 돌아와 이번 연극에 대해 "프로를 방불케하는 연기였다"고 호평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시종일관 박장대소를 하며 극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무대 뒤편에 뒷짐지고 선 주민들은 시큰둥한 표정이었고, 기자들 사이에서도 "너무한 거 아냐"라는 소리가 오갔다. 연출 경험이 있는 이재오 의원은 "너무 직설적이긴 하다"며 "메시지를 줄이고 우회적으로 보여줘야 했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후한 점수를 줬다. 욕설과 성적비하에 대해 노가리 역의 주호영 의원은 "5일만에 급하게 배역을 소화하느라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며 "아마추어인 점을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비판적 창조를 통해 "재치"와 "깨우침"을 목표로 하는 풍자극. 대중문화를 통해 호남민심에 다가가려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처럼의 시도가 전남 곡성 봉조리 주민들에게 어떤 "깨우침"을 전달했는지 의문이다. 이미 리허설 동영상을 봤을 뿐인 네티즌들의 성토는 빗발치고 있다.
  • (내수를 살리자)①"수출에 올인"..절반의 성공
  • [edaily 최현석기자] 수출이 홀로 지탱하던 경기회복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수출증가율이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경고다.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수가 살아나야 하는데 좀처럼 조짐이 없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긴축정책, 고유가 행진이 한국경제의 풍랑을 예고하고 있다.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경제를 구할 정책은 무엇일까. 달러대비 고환율을 유지하며 수출에만 의존하던 모습에서 탈피해 내수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편집자註)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환율하락 방어는 여전히 변화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년까지도 환율이 수출주도 경기회복 정책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어려울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외환정책의 효과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출을 뒷받침하는 환율정책대신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통해 직접적인 내수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들은 수출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주체를 하지 못하는 반면 중소기업과 가계는 과도한 부채와 신용부실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부진의 필연적인 결과다. ◇국제 통화 전쟁에 정면 대응..절반의 성공 당국이 본격적인 달러매수 개입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정부는 북핵위기와 카드사 위기 등 악재를 발판으로 지난해 4월 125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며 5월초 1190원대로 떨어지자 달러 매도대신 매수개입으로 전환했다. 존 스노우 미 재무장관이 ABC 방송에 출연, “달러약세가 수출업자들에 도움이 된다”며 기존 강한달러 정책과는 다른 입장을 내비친 이후 시작된 기축 통화국가들간 총성없는 전쟁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 이후 환율 하락속도가 조절되자 개입의 고삐를 늦추는 듯 했으나, 9월 두바이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을 전후해 1140원대로 폭락하자 강력한 개입을 재개하며 환투기성 달러매도에 대응했다. 당국의 적극적인 방어는 결국 역외 등 투기세력의 손절매수를 촉발시켰고 연말 환율을 1200원 부근으로 올려놨다. 이후로도 1140원은 강력한 지지선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그동안 외환시장안정용 국고채를 18조8000억원(약 162억달러)이나 발행해 혈세를 축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성급히 역외선물환(NDF) 시장 규제를 내놓아 안팎으로 비난받다 결국 대폭 수정하는 아픔도 겪었다. ◇“중심에는 최충격이 있다“..호시우행 미국의 쌍둥이 적자 축소를 위한 글로벌 달러약세가 대세라는 안팎의 주장에도 불구, 외환정책이 유지된 데는 지난해 4월중순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부임한 최중경이란 인물의 역할이 컸다. 물론 경제상황이 그만큼 나쁘다는 절박감에 기초한 것이기는 하나, 최 국장 스타일의 개입이 아니었다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화 역외세력의 투기성 매도를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국장의 스타일은 평소 환투기 움직임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한번 개입에 나서면 시장이 충격에 빠질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여 이라크전을 모방한 `충격과 공포`식 개입으로 불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장을 놀래킨 것은 1년을 넘긴 개입 기간. 지난해 5월 일부에서 당국 개입이 장마성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처럼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본 기관은 거의 없었다. 환율 조작국 지정 압박이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온갖 비아냥을 한몸에 받고도 그야말로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것. 그 결과 지난해 여름부터 1100원을 외치던 세력들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전망을 접어야 했고, 당국을 믿지 않고 바닥이던 1140원선에서 선매도한 기업들은 환차손에 울상을 지어야 했다. ◇1년간 지속된 개입..외끌이 성장에 기여 이 같은 당국의 노력으로 환율하락에 불안해하던 기업들은 안심하고 수출분을 매도할 수 있었고 수출상품 가격 경쟁력에서도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지난해들어 3월까지 12억달러(통관기준) 가량 적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가 4월이후 14개월 연속으로 흑자기조를 보인데서 잘 나타난다. 14개월간 누적 흑자는 무려 284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수출 호조세는 성장동력을 잃고 침체의 나락에 빠질 뻔한 국내 경제를 지탱하는 목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 1분기동안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105%에 달하며 4분기 연속으로 100%를 넘었다. 수출이 없었다면 5.3%의 좋은 성적을 낸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을 것이라는 의미다.
2004.06.18 I 최현석 기자
  • (edaily리포트)죄 많은 민족
  • [edaily 오상용기자] 이라크와 한국은 비행기를 타고 족히 반나절 이상은 가야 서로가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월드컵 축구 예선전을 치를 때 말고는 평소에 부닥칠 일도 없지요. 그런데 요즘들어 두 나라는 정치적, 군사적으로 너무나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최근 주한미군 감축논쟁과 이라크 내전을 지켜본 국제부 오상용기자가 그간의 느낌을 전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당장 손이 급한 이라크에 주한미군 3600명을 보내고, 2005년까지 1만2500여명을 감축해 한국에는 2만5000명의 미군만 남긴다는게 주요 내용입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술렁입니다. `철없는 애들이 촛불들고 길거리 나갈 때 부터 알아봤다`는 비아냥에서부터, `정부는 뭐했냐`는 추궁, `이번 감축논의를 계기로 한미 동맹관계를 다시 정립하자`는 주장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안보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이는 정부의 몫입니다. 그에 따르는 비용은 당연히 국민의 몫이고요. 부담스럽다고요? 다른 데서 값싼 용병을 들여오거나, 획기적인 대량살상 무기 개발이 힘들다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범위내에서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위한 비용은 당연히 우리가 져야 합니다. 남의 손으로 코풀려는 마음가짐은 빨리 버릴 수록 좋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해법은 남북간 군사무기 감축이겠지요. 한미간 주한미군 감축논의가 지난해부터 진행돼 왔고 구체적인 윤곽도 잡혀있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쉬쉬해온 정부는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 공표했다는 책임은 면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대등한 동맹관계, 자주적 국방확립이 구호로 그치지 않도록 실체적인 대안과 철학도 내놔야합니다. 국민들의 가치관은 다양하며 일부 진영에서는 현 정부의 안보관과 대외정책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자기반성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주한미군 감축을 좌우 이념갈등, 국민들의 반미감정 고조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은 도움이 안됩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추도집회가 반미감정의 발로였든 불평등한 한미동맹관계를 바로잡아달라는 요구였든 간에, 미국이 주둔국에서의 반미감정때문에 군대를 철수시킨 역사는 드뭅니다. 미군 감축과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은 전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한반도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컸다면 주한미군 병력을 늘렸겠지요. `그러게 평소때 잘 보였어야지`라는 자기비판은 우리 스스로를 힘빠지게 합니다. 미국내에서 조차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과 동맹국과의 관계 소홀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지 않습니까. 주한미군 감축은 우리의 죄입니까?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을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이라크 전쟁`만큼 좋은 교과서가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파수꾼을 자처해온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명분은 대량살상무기를 양산하는 깡패국가를 처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눈의 가시인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 국민의 자유를 되찾아준다는 명분도 내걸었지요. 안타까운 것은 수천명의 민간인과 젊은 병사의 목숨을 앗아간 이라크 전장에서 아직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살충제 공장을 부수러 그 먼 곳까지 갔느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옵니다. 그리고 이라크 국민은 자유로워졌습니까. 유럽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으로 통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퍼부었습니다. 민족내부의 문제에 제3자가 개입할 때는 그만큼 이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주의·국제평화기여라는 수식어는 이를 가리는 허위에 불과할 때가 많습니다. 이라크의 비운이라면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양대축인 핵과 석유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국가였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보기에 "분에 넘치게도" 말입니다. 민족의 문제는 민족 스스로 해결토록 해야 한다는 민족자결주의 원칙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유의미합니다. 이라크내 무장세력에 정당성을 실어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미군입니다. 이라크의 후손들은 2003~2004년의 역사와 이 시대를 살았던 저항세력에 어떤 평가를 내릴까요. 죄많은 민족이 누구였는지는 후대 역사가 가려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4.06.07 I 오상용 기자
  • (edaily리포트)풍선이 부풀다가
  • [edaily 윤진섭기자] 정부가 주택거래신고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 원가연동제 등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연일 대책과 규제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세적인 가격 안정책에 강남권 아파트 값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부의 규제가 한쪽을 누르면 또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산업부 부동산담당 윤진섭기자가 신고제이후 부동산 시장의 또다른 왜곡현상을 전합니다. 연일 치솟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지난 4월 28일 주택거래신고제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날 이후 송파구 아파트 값은 0.7%가 떨어졌고, 강동구는 0.51%, 급기야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강남구 아파트 값도 0.1%가 하락해 정부의 주택가격안정화 대책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집값 안정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인식한 정부는 이 기회를 십분 활용, 연일 후속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공공택지에선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엔 원가연동제를 실시하겠다고 천명했고, 채권입찰제의 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재건축 아파트의 늘어나는 용적률 25%를 임대아파트로 배정토록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메가톤급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따져볼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시장은 정부의 희망대로 안정적으로 흐르고 있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속칭 부동산 시장을 `들었다 놓았던`큰손들이 정부의 정책에 순응하고 있는가 여부도 되짚어 볼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을 중심으로 표면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비(非)주택거래신고제 지역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또 큰손들 역시 희소가치가 크고, 규제를 피한 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 정책의 빈틈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틈새시장은 유망 리모델링 아파트와 파주 일대 토지시장, 그리고 뚝섬 일대 아파트, 강북뉴타운 재개발 등이 꼽힙니다. 최근 리모델링 사업 수주전이 한창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아파트가 대표적이 케이스입니다. 워커힐 아파트는 리모델링 공사비만 1500억~2000억원으로 국내 최대규모 단지입니다다. 55~77평형 576가구로 한때 국내 최고의 아파트로 명성을 날리던 단지이기도 합니다. 현재 워커힐 아파트 리모델링에는 대림산업(000210), LG건설(006360), 포스코(005490)건설, 삼성건설 등 4개사가 수주 전에 뛰어든 상태인데, 무리한 홍보 전략도 등장한다는 소문입니다. 과거 재건축 수준전과 흡사하다는 게 현장 중개업자들의 중론입니다. 그런데 수주전만 비슷한 게 아닙니다. 아파트 값도 큰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재건축 못지 않게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아파트 67평형은 지난 한 달 동안 상한가 기준으로 1억원이 올라 현재 10억5000만~16억원의 시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전 평형에 걸쳐 5000만~1억 원 정도가 올랐다고 합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동 등 주택거래신고제로 묶인 지역의 `큰손`들이 원정 매입에 나설 정도로 투자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토지시장도 뜨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파주 일대는 월롱면에 파주LCD단지가 들어선다는 이야기에 인근 적성면이나 연천군 일대 땅값이 작년말에 비해 30%나 오르고, 이런 상승세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요즘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로 인해 `한쪽이 눌리지만` 또다른 `한쪽은 튀어나오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택정책의 총괄자로서 정부가 시장을 공세적으로 보고 규제하는 것은 정책적 정당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규제 홍수 속에 실상 부동산 `큰 손`투자자는 규제의 틈새를 교묘하게 빠져나가서 또다른 곳에서 활개치고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아직도 정부와 큰손은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식의 기(氣)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또다른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이같은 일련의 대책이 전개되는 과정에 새롭게 반사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곳이 있는지를 면밀히 체크, 이에 대한 대책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시중 자금을 생산적이고 투명한 곳으로 갈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과 이를 위한 장려책이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표적인 방안 중 하나가 바로 리츠와 부동산펀드입니다. 그러나 부동산펀드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이고, 리츠는 부동산 개발과 증시를 접목한 투자 상품인데도 각종 규제 때문에 사실상 그 존재가치가 사문화되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고, 부동산펀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개발이 절실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시장 규제를 지휘하는 건교부와 이를 시행하는 서울시, 경기도가 따로 놀고 있다며 비아냥되고 있습니다. 실상 건교부는 주택거래신고제 등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 중심의 정책을 피고 있는 반면 서울시나 경기도는 뚝섬개발, 행정신도시 등 개발 위주의 시정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책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다 보니 그것 자체가 투기의 또다른 빌미가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투자자금은 긍정적으로는 지역개발의 에너지입니다. 이런 에너지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체단체가 보다 정교하면서 에너지의 힘을 잃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투자자금이라고 하는 에너지가 투기를 부추기는 악순환 구조가 아니라, 균형적인 지역개발을 유도하는 선순환구조를 따라가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지만, 지금 꼭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2004.06.03 I 윤진섭 기자
  • (마켓리뷰)아직도 박스속
  • [edaily 이진우기자] 물리학의 법칙을 금융시장에 직접 대입하는 것이 어설프긴 하지만, 추세에 힘이 실리며 모멘텀을 받아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관성의 법칙"으로 설명한다면 저항선과 지지선의 반발에 기술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며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는 것은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비유할 수 있겠다. 주식시장은 계속 박스권 속에 갇혀있고 기간조정이든 가격조정이든 숨고르기를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우세하다. 채권시장을 며칠간 지배했던 유동성에 기댄 낙관론도 벽을 넘지는 못했다. 어제 올랐던 것이 가장 큰 악재가 되고 어제 내렸다는 사실이 제일 믿을만한 버팀목이 되는 상황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금융시장이 상승의 주요인은 기술적 반등이고 가장 큰 하락 이유는 기술적 부담인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하루였다. 좁은 박스 속에서는 관성의 법칙보다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더 지배적이다. 한편 전일 관심을 모았던 외환시장은 달러/원 환율이 이틀째 반등했다. 당국의 개입과 함께 달러/엔 환율의 급등도 오름세를 부추겼다. NDF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불거진 당국의 과도한 개입노력은 G7의 성명서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힌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환율 움직임"의 주체가 바로 외환당국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올만큼 시장의 불안한 흔들림은 계속되고 있다. 거래소 시장은 하루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하루만에 5일선 아래로 내렸다. 외국인들은 주식을 어제보다 더 샀지만 미국장의 막판 급락의 영향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매도를 늘리며 프로그램 차익매물의 출회로 대형주들도 버티지 못했다. 지수는 전일보다 4.16포인트(0.47%) 떨어진 877.4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1371억원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약세였지만 은행주들과 실적 호전이 눈에 띄는 일부 증권주들은 약세장 속에 상승세가 돋보였다. ☞거래소 은행주 원맨쇼..5일선 회복 코스닥시장은 이틀째 약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오늘도 11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11일째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기관과 개인이 쏟아내는 물량공세를 이기지 못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정부의 사교육 대책에 따른 수혜주로 부각된 교육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이며 눈길을 였다.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면 PC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PC 관련주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교육주만 잔치..이틀째 약세 파생상품 시장도 약세분위기가 주도했다. KOSPI 선물은 하루만에 다시 하락하며 징검다리 장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선물을 5000계약 이상 순매도하자 베이시스 악화와 차익매물이 이어졌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베이시스는 한달만에 백워데이션으로 전환했다. 3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1.05포인트, 0.91% 내린 114.90으로 끝났다. 이로써 하루만에 다시 5일선(115.65p) 아래로 떨어졌다. ☞KOSPI선물 한달만에 백워데이션..114.90p KOSPI 옵션도 풋옵션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내가격 풋 115.0이 어제보다 19.02% 올랐고, 풋 112.5와 110.0은 각각 16.47%, 13.16% 상승했다. 풋 110.0은 145만계약으로 거래가 가장 많았다. 콜 115.0은 21.88% 떨어졌다. 코스닥 선물은 이틀 연속 하락했다. 3월물 지수는 이렇다할 반등 시도 없이 약세 분위기를 이어가며 전날 보다 0.45포인트, 0.71% 내린 63.25로 끝났다. 채권값도 소폭 하락했다.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며 연일 상승한데 따른 경계심리와 피로감이 작용했다. 지표채권인 국고채3년물 3-5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2bp 상승한 4.76%에 장외거래를 마쳤다. 장중 4.73%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최근 낙폭이 너무 지나쳤다는 인식이 강했다. ☞채권수익률 소폭 상승.."쉬어가자" 공감 NDF 규제완화로 관심을 모은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20원 높은 1167.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틀간 15.10원 상승한 것. 지난 6일 1168.10원이후 2주만에 최고수준이다. 달러/엔 환율이 상승폭을 확대하며 달러 매수심리를 유지시킨 것이 주요한 배경이었다. ☞환율 이틀간 15원 급등 1167.3원 마감
2004.02.20 I 이진우 기자
  • (전문)문재인 민정수석 `사직의 변`
  • [edaily 김진석기자] 문재인 민정수석은 12일 사퇴를 발표하면서 자신이 물러나는 이유를 담은 `사직의 변`을 배포했다. 다음은 전문이다. [전문] 민경찬씨 펀드건으로 말을 열고자 합니다. 민정수석실이 구체적인 정보를 처음 접한 것은 시사저널의 보도직전이었고, 그가 그런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였습니다. 저희는 즉시 그를 조사했고, 그는 투자회사를 이미 설립한 것이 아니라 설립할 예정이라는 것 외에는 시사저널이 보도한 내용을 대체로 시인했습니다. 그는 투자자 수가 60~70명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시사저널에는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합법적인 사업임을 주장하면서 간섭하지 말라는 태도였고, 투자자 보호를 핑계로 그 명단과 투자약정서 등의 자료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부득이 저희는 보다 전문적인 조사와 판단을 위해 금감원에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는 이미 발표되어 보도딘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민씨가 금감원 조사에서 투자자 수를 줄이고, 투자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개발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주식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며, 아직 투자약정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등으로 말을 바꾼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벌률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위법성을 찾지 못했다는 금감원의 발표가 미덥지 못하여 금감원 조사 바로 다음날인 1월31일 경찰로 하여금 민씨를 우선 출국금지부터 해두고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하도록 하였습니다. 한편, 민씨는 금감원 조사에서도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2.4일 투자금이 예치된 계좌 등 관련 자료를 가지고 민정수석실로 출두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출두를 약속했다가 막상 약속시간이 되자 기자가 사무실에 와 있어 움직이기 어렵다는 핑계를 대면서 출두를 기피하였고, 그 대신 `해명서`를 보내왔습니다. 그가 출두하기 어렵다며 해명서를 보내겠다고 한 전화 통화가 저와 민씨가 나눈 유일한 통화입니다. 그와 같이 그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므로 저희는 경찰로 하여금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를 서둘도록 하였고, 경찰은 바로 그날 오후 그의 사무실과 자택 등 5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하고 그를 임의동행시킨 다음 긴급 체포를 거쳐 지금까지 구속수사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진행 경과는 대체로 언론에 이미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느닷없이 청와대와 민씨가 말을 맞추어 사건을 조율했다는 의혹을 대문짝만하게 제기하였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부분입니다. 조율했다면 조율한 내용이 있어야 할텐데 도대체 무엇을 조율했다는 것일까요. 청와대와 금감원의 조사로 끝내기로 또는 구속하지 않고 조사하는 시늉만 내기로 조율했을까요. 사건의 진행경과만 보더라도 아님이 자명합니다. 투자자 수를 줄이는 등 합법적인냥 몰아가기로 조율했을까요. 민씨가 금감원 조사 때 투자자 수를 줄이는 등 말바꾸기를 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린 것이 오히려 민정수석실이었습니다. 그가 지금 경찰에서 하고 있듯이 펀드의 실체가 없으며 모두가 거짓말이었다고 말을 바꾸기로 조율했을까요. 그러나 민씨는 저와 통화 후 언론에 배포했다는 `해명서에서도 여전히 편드의 실체가 있을을 주장하였습니다. 그 밖에 무엇을 조율했을 수 있을까요. 진행경과를 보면 출금, 압수수색, 연행좌, 긴급체포, 구속이 불가피하니 감수하라고 조율하였음직은 합니다. 얼마나 터무니없고 황당한 의혹제기입니까. 그런데도 그 터무니없는 황당한 의혹 제기가 민정수석과 민정실 직원들이 증인으로 소환되는 국회 청문회로 이어졌습니다. 아마도 청문회 끝나면 특검하자고 할지 모릅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한심하지 않습니까. 친인척 관리를 완벽하게 하여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이 기울인 노력을 보살펴보지도 않고 문제만 생기면 무조건 늑장 대응이다 부실대응이다, 축소·은폐다 제식구 감싸기다 하며 이의을 제기해 높고 보는 형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참으로 맥빠지게 합니다. 돌이켜 보면, 양길승씨 사건 때도 그러하였습니다. 합당한 근거도 없이 마구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이 결국 특검으로까지 이어졌고, 저희는 아직까지 부실조사 또는 은폐한 죄인입니다. 그러나 그후 여러달 동안 검찰수사와 특검수사가 있지만 그가 이원호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습니다. 특검수사 결과에서도 양길승씨가 돈을 받지 않았다고 확인될 경우 세상이 그에게 진 그 많은 빚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요. 저는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는 내내 몸에 맞이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하였습니다. 권력의 자리, 정치적이기도 한 자리에 제가 맞지 않으리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애당초 저에게 버거운 직책이었던 셈이지요. 버거웠던 만큼 많이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재직동안 제가 스스로 다짐했던 원칙들을 그대로 지켜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간섭을 배제하여 검찰의 성역없는 엄정한 정치자금 수사가 정치개혁의 원동력이 되게 하는데 일조할 수 있었던 것은 저로서는 큰 보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인간적인 아픔들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근거없는 폭로와 의혹 제기들, 그는 그로 인해 매일매일이 비상사태 같은 긴장과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고, 대응할 길도 마땅찮은 무력함 때문에 저는 정말 지쳤습니다. 건강도 많이 상하였습니다. 근래 점점 거세지는 출마압력도 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습니다. 이번 총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다른 생각도 존중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체력과 정신력이 고갈되어 저는 이제 힘이 부치는 무거운 직책을 내려놓고 저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저에게 분에 넘치는 성원과 애정을 보내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04.02.12 I 김진석 기자
  • (채권전망)핑계김에 쉰다?
  • [edaily 강종구기자] 수익률 변동성이 극히 제한되면서 거래참여 역시 매우 부진한 흐름이다. 2일 장내 채권 거래량의 경우 6400억원 정도로 평상시 거래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단기적으로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기관 등 시장참여자들은 짙은 관망세를 유지하며 발을 들이길 꺼려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이 오더를 주지 않으니 브로커들은 속이 타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아래쪽을 보는 이나 위쪽을 보는 이나 "뭔가 새로운 모멘텀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조금 긴 전략은 세워놨는데 그에 걸맞는 환경이 그 어느쪽에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어 나오는 동상이몽이다. 시장의 힘을 수익률 상승쪽에 있다는 데 딴지를 거는 이는 별로 없다. 발행물량 부담은 늘어가고 펀더멘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수익률이 버티는 이유는 참여가 없기 때문이고 올해초까지 설움을 면치 못했던 단기물들이 강세를 보이며 반격에 나서고 장기물들이 단기물과의 간격(스프레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장참여자들은 급등락을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 온갖 불확실성이 시장 주변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결정이야 동결로 기정사실화 된 마당이지만 최근 물가가 급등하고 있어 "선제적 대응" 과 관련된 멘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물가는 이달 집중될 공공요금 인상으로 당분간 경제이슈로 계속 남을 것으로 보이고 미국에서는 1월 실업률 등 중요한 경제지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환율하락을 막는 정부의 외환정책이 물가상승과 내수부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주말에는 선진7개국 재무장관회의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7회의 결과에 따라, 그리고 이후 달러화 추이나 미국의 정책변화에 따라 정부의 환율방어 의지는 강화될 수도 있고 한발 물러날 수도 있다. 어쩌면 시장개입의 필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 최악은 미국이 유로와 일본 대신에 다른 아시아국가들, 특히 페그제를 택하고 있는 중국과 "소프트 페그"라는 비아냥을 듣는 한국의 원화를 공격대상으로 삼을 경우다. 환율급락을 좌시할 수 없는 정부는 시장개입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환시용 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고 서둘러 한도 증액에 나설지도 모른다. 이를 소화하며 피를 흘려야 하는 쪽은 채권시장이다. 아직 큰 관심을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통안채도 2월에는 관심을 가져야 할 듯. 1월에는 중앙은행의 배려(?)와 설 연휴 등 시장의 여건으로 인해 1조원 정도 순상환 됐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수출호조가 지속되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도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이로 인해 늘어난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통안채 발행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도 "조금 더 해야 하는 입장"임을 숨기지 않았다. 당장 3일 2년물과 546일물로 2조5000억원이 발행되는데 시장이 당초 생각했던 것 보다는 다소 많다는 의견이어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저가매수와 고점매도를 노리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통안채 부담으로 수익률이 크게 오르면 매수가 유입될 것이다. 수익률 하락 가능성도 극히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오늘 역시 좁은 박스에 갇혀 서너발짝 떼지 못하는 답답한 흐름이 예상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4.95%를 중심으로 한 흐름을 예상하는데 4.90%를 하회하기도, 5%를 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4.02.03 I 강종구 기자
  • (미국시장 공략기-현대자동차)②"양날의 칼"을 빼들다
  •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많은 이들이 현대자동차 북미시장 공략의 이정표로 98년 말의 "10년 10만마일 워런티"를 꼽는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10년 10만마일은 한편으론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배수진이었다". 이 같은 전략마저 먹혀들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절박함이 있었다는 얘기다. 최한영 현대차 마케팅총괄본부장(부사장)은 "10년 10만마일 워런티가 전환점을 이룬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최 부사장은 그러나 "10년 10만마일 워런티를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주법인에 근무했던 현대차 주재원들도 최 부사장의 관점에 동의한다. "10년 10만마일 워런티"는 하나의 촉매였을 뿐 핵심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의 경쟁사들은 현대차의 "10년 10만마일 워런티"를 두고 "미친짓"이라고 비웃었다. "2년 2만4000마일 워런티"가 일반적이던 때였다. 현대차의 "10년 10만마일 워런티" 마케팅을 두고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바보짓"이라는 비아냥도 들렸다. 그러나 현대차는 흔들리지 않았다. 꿋꿋이 밀고 나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0년 10만마일 워런티"를 비웃던 경쟁회사들이 이젠 오히려 현대차를 따라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본차들의 워런티는 "3년 3만36000마일"로 늘어나더니 슬그머니 "5년 6만마일 워런티"를 채택하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현대차는 소비자 만족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물론 우려도 많았다. "지금이야 워런티를 늘려서 판매 실적을 높일 수 있지만 나중에 애프터 서비스가 돌아올 때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10만마일 워런티"가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같은 우려는 기우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우선 예상만큼 애프터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많지 않다. 또 워런티 연장에 대한 비용을 모두 차곡차곡 상각해놓고 있어 현대차는 재무적으로도 튼튼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10년 10만마일 워런티"는 콜롬부스의 달걀이었다. 경쟁업체들은 당시 이를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뒤집어버렸다. "콜롬부스의 달걀"을 세운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현대차 미주법인에서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최재국 전무는 "그것은 바로 현대차의 품질"이라고 자신한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품질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확인해보자. 미국내 자동차 품질평가기관인 JD파워에 따르면 올해 5월 발표한 초기품질조사(IQS)에서 현대차의 쏘나타는 중형 세단부문에서, 산타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품질은 사실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개선돼 왔다. 그러나 터닝포인트를 이룬 것은 정몽구 회장이 품질경영에 시동을 걸면서부터다. 정 회장의 품질 최우선 경영은 현대차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계기가 됐다. 최한영 부사장은 "최근 5년간 JD파원의 IQS에서 현대차의 품질은 42% 상승했다"며 "CEO의 각별한 관심과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가장 정평있는 소비자관련 잡지인 컨수머 리포트의 올 4월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도 현대차는 초기 품질조사에서 도요타에 이어 2위를 달렸다. 혼다와는 동률을 기록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연구소(IIHS)의 충돌시험 결과에선 현대차 산타페가 경쟁차종에 비해 월등한 성적을 냈다.IIHS가 소형 SUV 11개 차종에 대해 측면 차량 충돌시험을 한 결과 현대차의 산타페는 적합(acceptable)판정을 받아 스바루 포레스터와 함께 합격권에 들었다.혼다의 CRV나 지프 랭글러는 취약판정을 받았고 포드 이스케이프, 혼다 엘리먼트, 새턴뷰,미츠비시 아웃랜더, 랜드로버 프리랜더,스즈키 그랜드 비타라, 도요타 라브4 등 나머지 7개 차종은 불량 판정을 받았다. 이 밖에 액센트는 "카 북"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차로 현대차 쏘나타와 함께 선정됐다. 카북은 자동차 안전센터와 공동으로 올해 최고의 차를 뽑고 있으며 올 초 NBC방송을 통해 올해 수상한 차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엘란트라는 올 6월 "오토 패시픽"이 뽑은 최고 성능 세단(컴팩트카 부문)으로 폴크스바겐 비틀즈와 함께 1위에 올라섰으며 에드문드닷컴이 뽑은 "올해 가장 사고 싶은 차"(1만5000달러 이하 세단부문)로 뽑히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컨수머 리포트의 데이빗 챔피언 편집장은 미국시장에서 최근 10년 동안 가장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자동차 업체로 현대차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챔피언 편집장은 "10년전만 해도 하위권에 머물던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신뢰도가 최근 3년 동안 급상승해 이제는 혼다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현대차의 품질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초기 품질조사에선 수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구입후 3년 이후의 자동차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선 중위권으로 처진다. 최근 JD파워가 구입후 3년이 자난 차량 소유주 5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는 총 16개 회사중 11위에 그쳤다. 즉 초기 품질은 괜찮지만 이후엔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의 리세일 밸류가 도요타나 혼다에 비해 떨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품질경영"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품질과 이미지를 한단계 "레벨 업" 시켰다.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싼 차"에서 "가격대비 좋은 차"로 이미지 전환을 이루어냈으며 이제 "가격대비 좋은 차"에서 "품질 좋은 차"로 또 한차례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길을 과연 순탄하게 갈 수 있을 것인가.
2003.11.11 I 이의철 기자
  • 사공 바꾼 ECB, 정책방향 바뀔까
  • [edaily 강종구기자] 유로존 12개국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일 전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장 클로드 트리셰(60세)를 새로운 총재로 맞아 출범 2기를 시작했다.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퇴임한 빔 뒤젠베르그 전 총재가 다소 서툴고 직설적인 발언으로 종종 화제를 일으킨 것과 달리 트레셰 새 총재는 신중하면서도 모호한 화법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닮아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가다듬어지지 않은 언사로 “어수룩한 빔”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던 뒤젠베르그는 고별 연설에서조차 특유의 직설법을 사용해 “나도 매우 잘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새 총재라고 똑같이 하지 못하겠는가”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취임 초기 유로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데도 적절한 행동(금리인하 등)을 하지 않는다며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유로를 달러 및 엔화와 함께 3대 주요 통화로 자리매김시켰고 “느리지만 확실한 결정”을 해 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유럽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불안한” 시점에 유로존 통화정책의 삿대를 쥐게 됐다. 마침 이번주 취임하자 마자 금리결정 회의를 주재해야 한다. ECB는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 경기부양에 나서라는 각국의 요구를 받고 있다. 추가 금리인하는 없다 트리셰 총재가 취임 초기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도 그렇고 보수적인 그의 성격때문에도 그렇다. 다행히 환경은 퇴임전 뒤젠베르그보다 우호적이다. 뒤젠베르그의 ECB는 금리인하에 늑장을 부려 유럽 경제를 미국이나 유럽보다 뒤지게 했다는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아 왔다. ECB는 2001년 이후 7번에 걸쳐 금리를 내렸는데 이에 비해 미국은 13차례, 영국은 9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의 중심국가들은 최근까지도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 경제는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고 올해보다는 내년이, 내년보다는 후년이 더 좋을 전망이다. 유럽경제는 내년에 1.8%, 후년에는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트리셰 총재의 금리변동 결정은 인하가 아닌 인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는 최소한 내년 2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리셰의 보수적인 성향은 과거 이력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던 시기에 성장했고 프랑스 중앙은행장으로 있던 90년대에는 “물가 잡는” 총재였다. 당시 프랑스의 물가상승률은 1% 미만으로 유지됐고 트리셰는 프랑화의 강세를 유도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그를 아는 정책입안자들이나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성장이 본격화되고 물가가 상승조짐을 보이면 트리셰가 금리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안정성장 중시, 조국도 예외없다 유럽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에 대해서도 트리셰는 확고부동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안정성장협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트리셰의 조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2005회계연도까지 4년 연속 재정적자가 유럽연합의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또한 이 한도를 넘었다. 프랑스 등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재정적자 상한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차기 유럽중앙은행장으로 프랑스인이 되기를 희망한 이유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트리셰는 ECB총재로 선임되는 순간 “나는 프랑스인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국적에 연연하지 않는 정책을 펴겠다는 것으로 시라크 행정부와 확실한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 강세 선호할 것 트리셰 체제하에서 유로화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ECB의 통화정책은 추가 완화보다는 긴축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 안정”을 더욱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1일 독일 TV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이런 의중을 엿볼 수 있다. “모든 힘을 동원해 유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 ECB 총재가 되기 전 그가 시장에 보낸 메시지들도 일관되게 “강한 유로”를 시사해 왔다는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트리셰는 경제회복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 곧바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다. 유럽 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해 회원국에 재정적자 축소를 촉구할 것이다. 이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 등과의 마찰도 예상할 수 있다. 유럽 수출업자들을 위한 유로 약세보다는 유로 강세를 선호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3.11.03 I 강종구 기자
  • 외환, 유망 투자대안 급부상
  • [edaily 강종구기자] 채권시장은 강세장이 끝나가는 듯하고 주식투자는 여전히 불안하다면 외환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국제 금융시장의 환경변화로 각국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외환거래가 중요한 투자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새로운 시장”의 냄새를 맡은 듯 외환거래팀, 외환전략팀, 영업팀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에는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 새로운 투자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눈길 끌기에 나서고 있다. 외환은 주식, 채권과 더불어 금융시장의 3대 투자자산중 하나. 거래규모만 따지면 매일 1조2000억달러 가량이 오고 가는 최대 시장이지만 일반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생소했던 것이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해외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때 외환거래를 “필요악”정도로 생각했고 특히 주식투자자들은 워낙 큰 변동성에 익숙하다 보니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 정도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이후 시작된 달러약세 추세가 질서정연했던 외환시장을 흔들어 놓으면서 변동성은 몰라보게 커졌다. 외환시장을 외면했던 투자자들도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 인식변화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에 대한 인식변화를 “상전벽해”라고 표현할 정도다. 지난달 20일 미국과 유럽이 주축이 된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채택한 “유연환 환율”을 촉구하는 성명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 성명서는 사실상 인위적으로 달러가치를 떠받쳐 왔다는 의심을 받는 아시아에 대한 경고였다. 성명서 이후 달러가 추가로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널리 퍼졌다. 투자은행들은 서둘러 외환팀의 인력보강에 나섰다. 달러의 약세는 시장에 변동성을 키운다. 환율이 안정적일 때보다 돈을 벌 기회가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 증폭될 수 있다. 달러가 아직까지는 세계의 중심통화이기는 하지만 유럽 12개국의 공용통화인 유로는 “화장실용”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출범당시와는 몰라보게 위상이 높아졌다. 일본 엔화가치가 달러에 대해 3년래 최고를 기록하면서 아시아통화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HSBC의 외환투자전략가 데이비드 블룸은 “시장은 지금 거품붕괴이후 세번째 큰 흐름이 준비중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닷컴 붕괴이후 주식가격이 하락했고 그 다음으로 채권 수익률이 하락했으며 이제는 달러가치 하락이 그 뒤를 잇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외환과 관련한 상품에 새롭게 관심이 몰리고 있다. 달러약세의 추세를 이익창출의 기회로 삼으려는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를 위한 새로운 펀드들이 선보이고 있다. 특정 통화와 관련한 것도 있고 수많은 통화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여러 통화를 묶은 통화바스켓과 관련된 상품도 있다. JP모건의 캔디인덱스도 그 중 하나. 동유럽 통화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동유럽국가중 상당수가 내년에 유럽연합(EU) 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돼 국제적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투자자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아직 제한적이다. 프로급 투자자들은 환율변동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환율변동성을 피하려는 헤지전략은 투자펀드나 기업 재무담당자에게 거의 필수적이다. 블룸은 “채권 수익률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환위험을 피하지 못하면 견딜 수 없다”며 “애써 올린 수익이 환율변동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2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1.7~1.9% 수준이다. 이정도 수준은 최근 외환시장에서 하루에 일어날 수 있는 환율변동이다. 메릴린치가 한달에 한번씩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하는 설문조사는 세계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이달 메릴린치는 환율변동을 전망할 대상 통화의 수를 늘렸다. 데이비드 바우어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폭넓은 투자대안에 대해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설문조사결과 내년에 환율변동이 확대될 것이란 응답이 줄어들 것이란 응답에 비해 41%포인트 높았다. 스위스 프라이빗뱅크이자 자산운용사인 줄리어스 배어는 외환거래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투자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 리치몬드 배어 회장은 통화가 “새로운 자산”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투자은행들의 성과도 이를 입증한다. 올해 들어 수 많은 투자은행들의 실적이 호전됐고 이중 일부는 외환부문의 약진 덕분이었다. 특히 브라질의 레알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호주의 호주달러화에 1월에 투자한 투자은행들은 연초대비 20%가 넘는 이익을 얻었다.
2003.10.21 I 강종구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만들어진 환율은 재앙을 불러온다
  • [edaily] 오늘 칼럼은 edaily 독자들과의 작별을 위한 세리머니의 성격을 띱니다. 그 동안 왜 칼럼의 형식을 빌어 국내외 외환시장 동향을 짚어왔는지, 스스로 내리는 칼럼에 대한 성적표는 어떠한지, 그리고 환율에 대해 평소 지녀온 생각 한 가지와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지금 현재 갖고있는 저의 개인적인 뷰를 밝히고자 합니다. 시장을 사랑하고 또 시장을 떠날 수 없기에 저의 ‘환율 이야기’는 새로운 모습으로 곧 재개될 것입니다. 그 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분들에게 깊이 감사 드립니다. ◈ 과거를 반추하며 지난 1997년 겨울의 `IMF 외환위기`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하게 그 배경이나 의의 등을 논할 수가 있다. 필자는 표현이 좀 저속하기는 하지만 `국제 투기자본의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윤간`이라고 그 시절을 정의한다. 그리고 철저히 시장(Market)이라는 관점에서 살핀다면 그 때부터 한국의 증시와 채권시장, 외환시장은 상당히 먹을 것이 많은 `돈 되는 곳`이 되었다. 엄청난 고통의 시기였지만 그 시기가 일생에 한 번 도래하는 기회였던 사람들이 이 땅에도 적지 않았으며, 특히 해외자본에게 한국 시장은 그저 주워 담기만 해도 돈이 되는 곳이었다. 오랜 세월 700~800원 하던 환율이(유복한 집안에서 곱게 자란 양갓집 규수가) 2000원 가까이 치솟는 일진광풍이 휘몰아친 뒤 대한민국 원화환율은 IBM(이미 버린 몸)이 되었다. 아주 대담하고 화끈해져서(현학적으로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어) 예전에 본 레벨이라면 다시 못 갈 이유가 없다. 아래로는 1100원이 아니라 1000원 이하로도 갈 수 있고, 기분 내키면(?) 다시 1300원, 1400원도 못 갈 이유가 없다. 800~900원대 환율이 한두 달 만에 1900원대로 치솟았던 것이 누가 보아도 너무했기에 98년 이후 환율은 지속적인 하락국면에 접어들었고(高 환율로 인해 급증한 무역수지 흑자와 헐값의 한국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외국인 주식자금의 유입), 이후 우리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 2000년 11월 하순(1140원 돌파) 부터 이듬해 4월4일 1365.30원까지 환율이 치솟았던 장세가 있었다. 2001년 식목일 이후 필자는 줄기차게 `숏`을 주장했었고, 그래서 요즘에는 “당신 같은 `숏돌이`가 환율 빠질 요인밖에 없는 이 시기에 어찌 그리 저점매수만 외치고 있느냐?”는 핀잔을 듣고 있다. 2001년4월부터 시작된 숏 마인드의 가장 큰 배경은 “서울에 달러가 많다.”는 수급(需給)요인 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도 서울의 달러수급은 엄연히 달러공급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숏`을 권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이따금씩 수급을 뒷전으로 미룰 수 있는 더 강력한 변수가 지배하는 시기가 있을 수 있고, 또 시장은 대다수 사람들이 상식으로 여기고 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주었으면 하는 방향으로 잘 가주지 않는 묘한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 비해 환율에 관해서는 읽을 만한 글이 없다는 사실에(우리나라 기업체들이 꼭 보고싶어 하는 외국 금융기관들의 전망이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더 많았다는 사실에) “그럼 내가 써 보자.”하는 마음으로 칼럼은 시작되었고, 1~2원만 반대로 가도 자신의 포지션을 꺾어야 하는 은행권 딜러나 데이 트레이더들보다는 길게 내다보고 거래해야 할 기업체나 개인들을 염두에 둔 전망이다 보니 “당신 칼럼은 일주일 지나 읽으니 도움 됩디다”라는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구분 안 되는 얘기도 많이 들어왔다. 큰 변곡점을 앞두고 항상 워닝(warning)을 발해왔기에 스스로 판단하는 그 간의 칼럼 성적표는 80점 정도는 된다 보고, 이제 이하에서는 환율에 대한 평소 생각 한 가지와 왜 지금 이 시점에 달러매도를 말리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환율이 추가하락 해야 한다는 전망이나 이 정도에서 반등가능 하다고 보는 전망이나 그 논리의 전개는 아주 깔끔하고, 배경 자료나 근거의 제시도 흠잡을 데가 없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리포트가 아닌 칼럼 형식이기에 가능한 논리 전개로 향후 환율의 반등(더 나아가 큰 상승)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 지금은 플라자인가, 逆플라자인가? 국제금융론 책이면 조금씩 지면을 할애하는 국제통화제도의 변천사를 잠깐 살펴본다.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고정환율제도로 1944년 출범한 브레튼우즈 체제는(쉽게 요약하면 미국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고 다른 나라 통화는 달러에 연동시키는 제도) 이후 마구 찍어낸 달러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된다. 1971년 상반기에 실제 30억 달러를 들고 와 금으로 바꿔달라는 영국의 요구에 놀란 미국은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는 금태환(金兌換) 정지를 발표했고(이른바 닉슨 쇼크), 이후 금값을 올려 달러를 약세로 몰고 간 스미소니언 체제를 거쳐 1973년에는 변동환율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킹스턴 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한동안 달러약세 기조를 유지하던 미국은 1978년 2차 석유파동이 나고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 달러가치는 높아지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심각한 양상을 띠게 된다. 이에 미국은 1985년 9월22일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선진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을 불러모아 비밀회담을 가졌고,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며 이것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간 협조개입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다는 이른바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이끌어내었다. 85년2월 264.50엔까지 치솟았던 달러/엔 환율은 이 합의 이후 10년 간에 걸친 장기하락추세에 진입, 95년4월에는 79.77엔이라는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다. 이 때 경제가 망가진 두 나라가 바로 일본과 독일… 일본의 장기침체가 미국, 일본 모두에 보탬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미국은 다시 달러강세 정책으로 선회하였는데, 선진 7개국이 95년 4월에 ‘엔低 유도’를 합의한 것이 이른바 ‘역(逆) 플라자 합의’이다. 로버트 루빈 당시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은 강력한 달러(strong dollar)를 원하고 있으며 G7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천명하였는데, 실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중앙은행들이 대대적인 공조개입(joint intervention)을 단행하여 달러시세를 끌어올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나 역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강세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급증시키며 작금의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고(95년 GDP 대비 1.5% 수준인 1000억 달러 적자규모가 2000년에는 4.4%에 달하는 4300억 달러로 급증했고, 2004년에는 GDP의 7%인 8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옴), 그 당시 엔화의 급격한 절하는 달러에 연동됐던 많은 아시아 통화가 엔화에 대해 고평가되는 현상을 초래하며 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달러강세를 즐기던(?) 미국은 `신경제`의 환상이 깨지면서 들이닥친 주식시장의 붕괴와 달러약세 와중에 이제는 중국이라는 타겟을 정해 위안화 절상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꾸 심기를 거스르면 들고있는 미국 국채를 던져버리겠다는 공갈도 섞어가며 배짱 부리는 중국에 비해(중국은 일본에 이어 미국채 시장의 두 번째 큰 손이다) 입으로는 “강한 달러 정책 불변”을 외치면서 실제 행동은 달러약세 유도에 안간힘을 쓰는 미국의 민망한 모습도 필요 이상 강했던 자국통화 때문이었다. 하물며 지난 97년 겨울, 코 앞에 닥친 위기상황을 외면하고 피같은 달러를 매도개입에 소진했던 우리나라의 경우를 떠올리면 “억지로 만드는 환율은 재앙을 불러온다”는 오늘 칼럼의 제목도 억지라 볼 수 없다. 상품이나 서비스 등의 수출입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던 시기는 이미 오래 전 얘기고 지금은 자본의 세계화 이후 수시로 이 나라 저 나라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을 넘나드는 국제자본의 흐름이 외환거래에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절이 되었다. 무역 불균형이 환율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정되기보다는 급속한 자본의 움직임이 환율 급변을 야기하면서 금융위기를 불러오는 시절이기도 하다. 일시적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시장의 패닉(panic) 상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차원의 정부개입은 불가피하다고 하겠으나, 플라자 합의나 역플라자 합의 같은 힘있는 나라들의 야합에 따른 환율 조작(?)은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었다는 과거 경험을 한 번쯤 곱씹어 보았으면 한다. ◈ 왜 달러매도를 말리고 있는가? 지금부터의 논의는 맞고 틀리고를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지극히 필자 개인적인 뷰이며, 그 논의의 전개과정 또한 지극히 주관적임을 미리 밝힌다. 수치상 확연히 드러나는 달러공급 우위의 수급상황, 당장 오늘이라도 116엔, 115엔 아래로 내려설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달러/엔 동향, 연일 1~2000억원 대의 주식 순매수를 기록하며 시장에 매물부담을 가중시키는 외국인 투자자… 환율하락(원화강세)이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전망이 될 것임에도 굳이 현 레벨에서 달러매도를 조금만 더 참아보라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달러/엔 환율의 추가급락도 쉽지않고 지금 엔화는 그 어떤 `합의`하에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요즈음 이루어지는 달러/엔 하락은 달러약세가 아닌 엔화강세로 해석해야 한다. 회복기미를 보이는 일본 경제에 대한 재해석과 주가가 상대적으로 너무 낮아져 있었던 일본 주식시장으로의 해외자본 유입이 유로/엔 급락과 달러/엔 하락을 동시에 야기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표는 미국 경기 또한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는데, 달러의 주요통화 대비 강세와 엔화대비 약세가 병행할 때, 우리 원화가 반드시 엔화시세를 추종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플라자 합의 이후의 10년을 추세로 본다면 이후 조정국면이 이뤄지는 시기도 최소한 10년 이상은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조정국면을 야기한 변수가 역플라자 합의였고, 역플라자 합의가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할 만한 정황은 아직 없다. 일본의 집요한 시장개입을 미국이 직접 뜯어 말리지도 못할 뿐더러, 미국의 엔화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 또한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95년 80엔 이후의 장기 상승추세선이 밀린다고 해서 달러/엔 환율의 추가적인 급락이 보장되지도 않을 만큼 지금은 각국 외환당국의‘개입’이라는 변수가 강하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시기이다. 둘째, Critical level의 붕괴(돌파) 이후에도 급하게 액션을 취하지 않는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을 존중하고 싶다.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의 우격다짐에 가까운 매수공세와 지수 높이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추격매수세가 따라붙지 않고 있다. 돈이 없어 그럴 수도 있고 지난 몇 년간 축적된 `학습효과`(외국인 뒤꽁무니 쫓아가서 이익을 낸 적이 없었다는 경험에 따른)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그들 또한 시장을 이루는 주축들이며 그들을 상대로 차익실현을 해야 하는 외국인들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현상이다. 엔화강세,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과 여전한 흑자기조의 무역수지 등 환율하락 요인이 눈에 빤히 보이는데도 급하게 매물화 되지않고 있는 거주자 외화예금에도 주목한다. 1170원이 잠시 무너지기도 한 8월 하반월에 10억 5천만 달러가 감소하기는 하였으나(8월말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은 144억 4천만 달러) 아직까지는 외화예금에 잠겨있는 달러가 시장에 매물로 급하게 몰려온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다. 결정적인 순간 한꺼번에 매물화 될 경우 환율급락을 야기할 수 잇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 당장의 환율하락 요인을 좀 더 견디며 환율이 급하게 오를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달러보유 세력들의 의중이 읽혀진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의 추이에서 확인되는 것은 거주자외화예금의 급증은 환율 급등에 선행해왔었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환율관리는 은행권이나 역외세력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안 팔겠다면 시장 재료는 하락우호적이라도 환율이 안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기술적으로 아주 큰 삼중 바닥(Triple bottom)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작년 7월26일의 1164원 저점과 금년 1월30일의 1168원 저점, 그리고 지난 8월25일의 1,166원 저점이 이중 바닥보다 더 무서운 삼중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을 제기하고자 한다.그리고 주목할 것은 지난 두 차례의 저점 형성 전후의 양상과 이번 1166원 저점 형성 전후의 장세가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1170원 근처에서의 바닥 다지기(?)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고, 그 때와는 달리 장단기 이동평균선들이 가까이 수렴함으로써 향후 환율 방향성이 설정되면 아주 `큰 장`이 설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달러/엔 하락을 무조건 추종할 수 없다는 점, 달러보유 세력이 쉽사리 달러를 내놓지 않는다는 점, 기술적으로 향후 반등장세가 예견된다는 점 등이 환율 더 빠지기 어렵다는 뷰의 골격인데, 이러한 뷰를 뒷받침 하는 재료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쉽게 말해 북한변수)`이다. 오늘(9월3일) 점심 시간 직전만 하더라도(비록 해프닝 성격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우리는 북한 변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 금융시장의 속성을 확인했다. 단기적인 환율하락 압력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 참고 견디다 결국 마지막 고비를 못 넘기고 손절을 치고 나면 그 때서야 시장은 원하던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조금만 더 견디고 보자면서 연말 결제수요가 있는 업체들에게는 매수 헤지(hedge)를 준비할 때라고 권해왔다. 그러나 9월 초가 1170원대 환율에 달러를 내다팔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음이 추후 판명된다면 어설픈 환율전망으로 남들을 현혹(?)해 온 자신에 대한 심각한 자아비판이 따라야 함을 각오하고 있다.
2003.09.03 I 이진우 기자
  • (주총스케치)"SK나 대구지하철이나 옆차 피해 더 커"
  • [edaily 이진우기자] 1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K(03600)(주)주총은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SK그룹의 중심회사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날 행사장에서 주주들은 만담 경연장을 방불케하는 입담을 과시하며 회사와 경영진을 질책했다. ○...첫번째 안건 처리를 앞두고 한 주주는 SK그룹 주총이 14일 하루로 몰려있는 것을 비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LG그룹은 주주총회 날짜가 중복된 회사가 하나도 없다. 관심있는 주주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게 하자는 건데 SK랑 삼성은 왜 하루에 몰아서 주주들을 난처하게 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오늘도 SK텔레콤 주총에 가려다가 겹쳐서 못가고 여기 왔다"며 이런 담합주총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현 경영진이 물러나야 되는 이유중에 하나"라고 소리를 높였다. 의장을 맡은 황 부회장은 결국 "주총일자를 내년부터는 효율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 주주는 이번 SK사태를 대구 지하철 참사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구 지하철도 처음에 불이 난 열차보다는 옆에 붙어있던 열차에서 사람이 더 많이 죽었다"고 언급하고 "SK글로벌에서 시작한 불이 SK(주)로 더 크게 옮겨 붙을까봐 불안해 죽겠다"며 제대로 된 대책을 요구. ○...이날 주총장은 회의시작을 10여분 앞둔 9시 50분경부터 주총장을 빠져나가려는 주주들로 입구가 붐볐다. 이유는 회사 측이 주총기념품을 주총 시작전에 미리 나눠줬기 때문. 기념품을 받은 이들 주주들은 지방에서 대절해 올라온 관광버스에 올라 주총장을 총총히 떠났다. 한 주주는 이들에 대해 "동원된 방청객인 듯한데 주총장이 꽉차서 기념품만 받아 떠나는 것"이라고 비아냥. 주총 기념품 치고는 의외로 부피가 커서 대부분의 주주들이 안고 다니다시피 한 이 기념품은 휴대형 담요였다는 후문 ○...이 주총기념품은 주주총회 중에도 또 화제로 떠올랐다. 한 주주가 현 경영진 퇴진을 거칠게 요구하며 단상으로 접근하다 제지 당하자 옆에 있던 주주의 기념품을 들어 바닥에 던지며 "이렇게 선물이나 먼저 돌리고 하니까 사태가 이 지경 아니냐"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그 선물의 주인인 듯한 주주가 "왜 남의 물건을 맘대로 던지냐"며 더 큰소리로 대들어 일순 긴장감. 물건을 던진 주주는 당황해서 곧바로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사과해 마무리하고 다시 단상을 향해 "봤지? 사죄는 이렇게 하는거야. 사람이 자기 잘못을 알면 사과하고 물러날 줄 알아야 돼"라며 재치있게 경영진 쪽으로 화살을 돌려 질타를 계속했다. 이를 본 주변의 주주들은 "정말 대단한 순발력"이라고 한마디. ○...네 번째 안건인 이사급여한도확대 문제도 한 주주가 "뭘 잘했다고 월급을 더 받겠다는 거냐"고 따져물으며 문제가 됐다. 황 부회장은 "연봉은 한푼도 안올리겠다"며 "그러나 일부 그만두는 이사들을 위한 퇴직금 적립이 필요해서 한도를 늘린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템플턴자산운용의 대리인은 "퇴직금은 작년에도 적립했던 것"이라며 "안건 통과에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337만주의 대리권을 갖고 주총장에 참석한 이 템플턴사의 대리인은 대차대조표 승인을 제외한 모든 안건에 대해 명확히 반대의견을 제시, 눈길을 끌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일부 주주들은 삼성전자 진대제 전 사장의 연봉이 50억원 이상이었음을 거론하며 이사진 전체 급여한도를 32억원으로 올리자는게 뭐가 많으냐며 회사 측 입장을 거들기도 했다.
2003.03.14 I 이진우 기자
  • (edaily 리포트) 음모론에 멍드는 하이닉스
  • [edaily 이진우기자] 하이닉스 매각 문제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매각을 추진하는 쪽도 매각을 반대하는 쪽도 지쳐가고 있는 듯합니다. 28일 열린 하이닉스 주총은 하이닉스 매각 문제를 둘러싼 누적된 불신과 음모론이 폭발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주총에 참석한 이진우 기자가 양측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요즘처럼 우리 사회에 `음모론`이라는 단어가 흔하게 쓰인 적도 없던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경제학에 나오는 용어도 경제상황에 대한 해석보다는 음모론을 주장할 때 더 자주, 더 효과적으로 사용됩니다. 28일 하이닉스 주총장에서도 하이닉스 매각을 둘러싼 음모론이 무성했습니다. 우선 매각을 반대하는 쪽이 제기하는 음모론입니다. 주총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의 말입니다. "하이닉스를 헐값에 팔려는 의도는 정치적인 이유가 강하다. DJ정권이 선거를 앞두고 구조조정 성과를 하나라도 더 올리려는 목적이다. 하이닉스는 LG반도체와 현대전자를 합병시켜서 만든 기형아로서 하이닉스가 문제를 일으키면 일으킬수록 LG반도체와 현대전자를 합쳐놓은 DJ정권이 부담스러워진다" "은행들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딴 곳으로 흘러가 회수되지 않는 것도 DJ정권의 큰 부담이다. 한푼이라도 거둬들여야 할 판에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부채를 갚아주겠다고 하니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 쪽은 선거가 급하기 때문에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해서 조금씩 갚아나가는 것은 관심이 없다" 음모론 답게 그럴듯 하게 들립니다만 문제의 본질은 비껴가고 있습니다. 하이닉스를 매각하려는 쪽이 내세우는 독자생존 불가론에 대한 논리적 반론은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측도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대해 역시 비슷한 음모론(?)을 제기합니다. 주총을 진행하던 하이닉스측 간부의 말입니다. "여기 나와 있는 주주들 중에 진정으로 하이닉스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주주가 얼마나 되겠는가. 하이닉스 주가가 떨어지니 단지 그게 불만인 거다. 만약 하이닉스가 매각돼야 주가가 오른다면 당장 매각하라고 주장할 거다. 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면 팔아버리면 그만인 사람들이 주장하는 독자생존론에 힘이 실리기는 어렵다. 실제로 하이닉스 주주들 중에는 조용한 다수도 있다" 음모론이라기 보다는 비아냥에 가깝긴 하지만 서로 본질을 벗어난 상호불신이 극으로 치닫고 있음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매각문제에 대해 정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해가 첨예하게 상충되는 채권단과 소액주주들을 다 만족시킬 묘안은 없다는 것이죠. 진념 부총리가 "하이닉스는 팔려도 문제, 안팔려도 문제"라고 말할 정도로 하이닉스는 해결이 어려운 골칫덩어리인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하이닉스 문제가 음모론과 불신속에 더 꼬여가고 있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채권단도, 소액주주도, 하이닉스 경영진도 모두 "현 상황"에서는 피해자일 뿐입니다. 하이닉스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보이지 않는 손`은 따로 존재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음모론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냉정하게 해답을 찾아가야 할 시기입니다.
2002.03.29 I 이진우 기자
  • (초점)신화에서 몰락까지..날개꺾인 이민화 신화
  • [edaily] 한국 벤처의 신화로 불리던 이민화 회장의 "메디슨호"가 결국 침몰했다. 메디슨은 그간 자금난 속에서 자회사들을 하나씩 매각하며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최종 부도를 피하지 못했다. 메디슨의 이같은 좌초는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메디슨의 화려했던 옛 영광을 돌이켜봤을 때 여전히 충격적이다. 메디슨의 침몰은 벤처업계의 대부로 불리던 이민화 메디슨 전 회장의 몰락을 의미한다. 벤처붐이 일면서 이민화 회장은 벤처업계의 대부로 부상했고 너도 나도 이민화 전 회장을 모델로 삼아 창업의 길로 나섰다. 한때 메디슨의 계열사라는 것이 든든한 힘이 됐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도 초라한 몰락이 아닐 수 없다. 한때 5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며 선단식 벤처를 운영하던 이민화 전 회장은 한국의 벤처 신화를 상징하던 인물. 결국 이민화 전 회장의 분신인 메디슨의 몰락은 지난 수년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벤처업계의 단면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공식적으로 메디슨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아직도 그를 메디슨의 대표로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많고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이민화 전 회장은 53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공대와 카이스트를 거쳐 대한전선에서 컴퓨터 단말기를 개발하던 엔지니어였다. 그가 메디슨의 간판 상품인 초음파 진단기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대한전선을 떠나 입학한 카이스트 박사과정에서였다. 카이스트에서 초음파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받은 그는 그 기술을 상품화하기 위해 85년 메디슨을 창업했다. 그 후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초음파 진단기를 들고 개인병원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시작했다. 이때 만난 사람이 한국 벤처 투자업계의 대부로 불리며 벤처업계의 쌍두마차로 위세를 날렸던 서갑수 전 한국기술투자 사장이다. 서 전 사장은 메디슨 에 2억원을 융자해줬고 이 돈이 메디슨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됐다. 업계에서 나름대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성장을 거듭하던 메디슨이 95년 거래소에 상장되며 이 전 회장은 큰 돈을 만지게 된다. 이 자금으로 컬러 초음파 진단기, 디지털 3차원 초음파 진단기 등을 개발했다. 이민화 전 회장이 기업인수의 맛을 알게 된 것은 96년 오스트리아의 크레츠테크닉이라는 입체 초음파 진단기 생산업체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우수한 기술을 갖추고 있었지만 상품기획력이 떨어졌던 크레츠의 잠재력을 보고 850만달러에 인수한 이 회장은 인수 당시 2천500만 달러 매출에 적자였던 크레츠를 2년여 만에 1억 달러 매출에 600만 달러의 흑자를 올리는 기업을 바꿔놨다. 이후에도 메디슨은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 가도를 거침없이 달렸다. 연평균 매출 증가율 52%, 순이익 증가율 58%. 심지어는 IMF 위기 첫해였던 98년에도 전년 대비 35%가 늘어난 1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99년엔 2000억원을 넘어섰다. 순이익은 1998년 200억원에서 1999년 500억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고 이민화 회장의 업계 위상도 하루가 다르게 커져갔고 95년 벤처기업협회 회장직을 맡게된다. 이민화 전 회장의 화려한 질주는 "벤처보국"의 깃발이 휘날리던 99년 최고조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벤처기업특별법 등 벤처 육성과 관련한 각종 정책을 입안했고 한글과컴퓨터, 비트컴퓨터 등 한때 내로라하는 벤처기업들에 투자하며 명실상부한 벤처업계의 대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 회장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초음파 진단기"에서 "벤처 투자"로 주력 사업을 바꿔갈 바로 그 무렵부터 메디슨에 위기가 찾아들기 시작했다. 99년 발표할 예정이었던 초음파 진단기 시제품을 결국 출시하지 못했고 영업실적은 저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메디슨의 회장이기보다는 벤처업계의 대부였던 이 전 회장은 오히려 "메디슨 연방제"를 주창하며 수십개의 벤처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린 선단식 경영을 시작, "재벌벤처 1세대"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자회사 지분의 평가익 앞에서 "약간의" 영업손실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차입금을 끌어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늘려나갔다. 영업실적의 저조함을 벤처투자의 화려함으로 메워나가던 "메디슨 그룹"은 2000년부터 벤처업계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며 함께 몰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모든 자회사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하며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장부가치로 수백~수천억원에 달하던 자회사들이 매각될 당시엔 수억~수십억원의 헐값에 팔려나가며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됐다. 끊임없이 만기가 다가오는 단기부채의 물결 앞에서 메디슨이 자랑하던 벤처계열사들의 주식은 거의 휴지조각이나 다름 없었다. 메디슨은 지난해 한글과컴퓨터 지분을 22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메디다스, 비트컴퓨터, 크레츠테크닉, 프로소닉 등 자회사의 지분을 1100억원에 매각하면고 또 최근엔 본사 사옥까지 310억원에 매각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민화 전 회장도 지난해 10월 메디슨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은 회장직에서 사임하자마자 메디슨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 또 한 번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 전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난 직후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메디슨 주식 32만여주를 장내 매도했다. 촉망받는 벤처사업가에서 출발, 벤처왕국 황제로 업계에 군림하던 이민화 전 회장은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갔지만 그가 세운 메디슨은 29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벤처기업 최초의 거래소 상장, 최고 공모가 신기록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식시장에 데뷔한 지 불과 6년만이었다.
2002.01.29 I 이진우 기자
  •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②김용범 삼성투신 본부장(하)
  • [edaily]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 삼성투신운용의 김용범 채권운용본부장(인터뷰 상편에서 이어짐)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이 훈련으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능력이나 직관에 좌우되는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있습니다. ▲타고난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사 1년차라해도 저보다 딜링을 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딜링을 잘 하느냐 마느냐의 여부가 아니거든요.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씀하시는 걸 보면 승부욕이 무척 강한 편인 것 같은데. ▲지는 것은 누구나 싫어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중요한 문제에서는 안 지려고 하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전 그렇지는 않아요. 그렇게 살면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펀드매니저는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 -펀드매니저가 된 계기는 뭡니까? ▲그냥 됐습니다. 학교다닐 때는 주로 놀았죠.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이 같으면 무척 행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잘 할 수 없으면 견디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또 잘할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구요. ‘내가 뭘 할까?’ 하고 고민하니 몇 가지 직업이 떠올랐습니다. 원래는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략을 수립하는 것 역시 좋아했구요. 그 때 마침 지도교수가 대한생명에 다녀오시더니만 저보고 한 번 해보지않겠냐고 권하시더군요. 교수님이 “하는 일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신속한 의사결정이 요구되고 잘못되면 그때그때 바꾸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사실 사는 것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잖습니까. 의사결정의 문제가 인생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데 이 일이 어찌보면 인생의 압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년 정도 그런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더군요. 또 대한생명에 선배들도 많이 있었어요. 그 선배들이 “투자쪽에 생각이 있으면 이 일 한번 해봐라”라고 권했습니다. -처음에는 1~2년 예정을 하고 입사한 셈인데 어느 순간 ‘나한테 잘 맞는다’라는 느낌이 들던가요? ▲입사할 때부터 “중간정도는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이 있었죠. 빌빌대지 않고 밥벌이 정도는 하겠구나 뭐 이런 생각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의미를 못 찾겠더라구요. 이 직업이 무척 익사이팅한 직업이긴 한데 의미를 찾기는 어렵더라구요. -그럼 어떤 계기로 인해 의미를 찾게 되었나요? ▲재미있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학교다닐때 영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본격적인 영화제작자로 나서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왔어요.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보니까 영화보다는 이 일을 계속하는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나서는 저절로 의미부여가 됐습니다.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한다거나 그런 거창한 의미보다는 이 일이야말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자신있는 일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영화에 대한 숨겨진 관심 -그럼 영화제작자로서의 꿈은 포기한 겁니까?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죽기전에 영화 한 편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렇게 할 거구요 -직업에 대한 의미부여가 이루어진 후에도 혹시 ‘이 일 정말 못해먹겠다’ 라는 생각이 든 적은 없던가요? ▲있죠. 요즘도 해요.(웃음) 마음 한구석에 항상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니까요. 이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은 항상 합니다. -"이거말고 다른 거 해서 먹고 살면되지" 라는 심각한 고민을 해본적은 없습니까? ▲그런 적은 없습니다. -시장에서 이러저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텐데 개인적으로도 교류를 하십니까? ▲사람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점심, 저녁 약속이 모두 있는 날은 출근할 때부터 부담이 돼요. 저녁은 차라리 낫죠. 점심시간에 약속이 있으면 생각할 시간이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점심약속을 잘 안하는 편입니다. 시장에 제 얼굴이 잘 알려져있지 않을 거에요. 통화하는 사람들은 많을지 몰라도. -지금까지 만나본 투자자들중 합리적으로 투자한다는 생각이 든 사람은 누구인가요? ▲기관중에 두 군데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목적이 무엇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걸 일관성있게 요구했죠. 운용결과를 자신들이 직접 모니터링하기도 하면서 양자의 목표가 맞는지 확인하고. 철학이 있는 거죠. -브로커 중 열심히 일한다는 느낌을 준 사람은 있습니까? ▲다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열심히 안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선호하는 브로커 스타일은? ▲입 무거운 사람입니다. 간단해요 시장의 관행이나 관습을 개선하려 노력 -작년에 선물과 관련해서 안 좋은 소문이 좀 있었죠.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원칙대로 합니다. 잔머리 굴리거나하지 않아요. 저희가 시장의 관행이나 관습들을 좋은 쪽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위치니까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판을 깨끗하게 만들어야죠. -애널리스트 중에 눈여겨보는 사람은 있습니까? ▲뭐 다 좋은데..부하직원들에게 펀드매니저나 이코노미스트 등 각각의 자문단을 만들라고 말합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얘기들을 들어보라는 거죠. 그 얘기를 회의석상에서 서로 토론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코노미스트건 애널리스트건 각각 시장에서 자기 사람이 있어야된다고 봅니다. 그들과 신뢰가 쌓이고나서 기준만 맞으면 저는 주문도 그 쪽으로 주라고 말할 정돕니다. 저 역시 밖에 자문단이 있습니다. -이제 거느리는 사람이 모시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텐데, 기억에 남는 상사는 누굽니까?. ▲아 이건 좀 아부같은데(웃음) 우리 대표(황영기 사장)가 스마트해요. 외국계 은행에서 전설적인 기록을 세운 분입니다. -상사로서의 본인에게 점수를 준다면 얼마나 주겠습니까? ▲중상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욕이야 많이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부하직원들이 저를 공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리라 믿습니다. "투자의 명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 -외국계 투자은행 등 다른 곳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까? ▲별로 없습니다. 이 계통에서도 얼마든지 금융계의 명가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투자의 명가, 우리 안에 내재한 힘을 정확히 파악해서 투자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말입니다. 그럼 내재된 힘은 뭐냐. 그건 바로 신뢰입니다. 누가 우리회사의 이름을 들었을 때 ‘아 저곳은 믿을 수 있다’ 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저기에는 장인들만 있다고 평가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 투신 안에서 경쟁할 생각은 별로 안해요. 결국은 은행들하고의 싸움이 되겠죠. 작년이 우리의 발판을 만드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더 나은 포맷을 만드는 해가 될 겁니다. 내년부터는 은행과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입니다. 최인호의 ‘상도’란 책을 읽어보셨나요?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죠. 거기서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어느날 임상옥에게 세 사람이 찾아와서 돈을 백냥씩 빌려달라고 합니다. 임상옥이 그 돈을 빌려주고 기다리던 어느날 세사람이 다시 찾아오죠. 첫번째 사람은 백냥으로 조그마한 사업을 해서 10냥 정도의 이자를 가져왔고, 두번째 사람은 그 돈을 굴려서 더 큰 돈을 남겨왔습니다. 세번째 사람은 기생들과 노닥거리다가 그 돈을 다 써버리고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임상옥은 그 세번째 사람에게 또 백냥을 빌려줬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빈털터리가 돼서 돌아오죠. 그때에는 그 세번째 사람에게 매우 큰돈을 빌려주고서 “자네 마음껏 한 번 사업을 해보게” 라고 말하죠. 임상옥이 말하기를 “첫번째 사람은 농군의 근면함만을 가졌기에 상재 재목이 아니다. 두번째 사람은 시류는 잘 파악하지만 거상이 될 자질이 없다” 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두번째 부류가 김우중 전 대우회장 같은 사람이 아닌가합니다. 어떤 일에서 대박을 터뜨리려면 한 자리에서 꾸준히 때를 기다리고 부단히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학교다닐 때 문과 과목을 좋아하셨습니까. ▲아닙니다. 수학을 더 좋아했습니다. 인문지리같이 외우는 과목은 질색했죠. -경영학을 선택한 동기는 뭡니까. ▲아주 간단합니다. 실용적인 학문이니까요. 수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과에는 전공하고싶은 학문이 없었어요. 과를 택한 것은 우리 형님들 친구들을 보니 경제학과 간 분들은 공부만 하고 경영학과 간 분들은 열심히 놀더군요. 그래서 갔죠(웃음) -80년대 초반에 학교를 다닌 선배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공부를 못할 상황이었는데. ▲데모는 한 일년정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관뒀죠. 그리고나선 여행을 많이 다니고 술 많이 먹었습니다. -영화 얘기를 하셨는데요. ▲대학때 서울대학교 영화동아리 ‘얄라셩’에서 활동했어요.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도둑"이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운동은? ▲좋아하는데 요즘 별로 할 시간이 없어서 못합니다. 운전면허도 없습니다. 게을러서요(웃음). 골프보다는 등산을 좋아합니다. 운동은 달리고 뛰는 원시적인 것이 좋습니다. 체력관리는 그 정도로 하는 편입니다. 담배를 많이 피기 때문에 심폐기능이 약해져선 안되기 때문이죠. -책은 자주 읽으시는지. ▲소설을 좋아합니다. 외국 정신과의사가 쓴 “The road less traveled” 란 책이 있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과 같은 의미죠. 그 책은 "악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쓴 책입니다. 인간이 즐거운 것만 하려 하고, 즐겁지 않은 것을 안 하려고 막 미루다 보면 악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코너에 몰린다는 것입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회장인 캐서린 그레이엄이 쓴 자서전도 감명깊게 봤습니다. -부인도 사회활동을 하시나요? ▲체이스의 심사역으로 있는데 작년에 그만두려했었죠. 마지막으로 ERP관련 업무를 석 달 정도 보고 관둘 예정입니다. -아직 애기가 없으시다니 친구처럼 지내시겠습니다. ▲친구같지는 않고… 저는 집에서는 업무관련 얘기를 한 마디도 안하거든요. 하지만 집사람은 일이 잘 돌아가는지 아닌지를 금방 알아요. 일요일은 각방을 쓸 정도입니다. 일요일에는 생각이 많아지잖아요. 다음주에 어떻게 일을 해야할까 하는 고민도 해야하고. 항상 긴장한채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만들어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김용범 본부장 약력) -63년 출생(본적 경기도 광주)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 -대한생명 주식운용역 -95~98년 CSFB 외환, 채권담당 이사 -98년11월~99년11월 삼성화재 자산운용실 부장 -99년11월 삼성투신 -2001년 3월 삼성투신 채권운용본부장(상무보)
2001.03.16 I 정명수 기자
  • 정부 구조조정, 아직 성공여부 판단 어려워- 유로머니
  • 한국은 5개 은행을 퇴장시킨 은행구조조정의 제 1 라운드를 거쳐 남은 은행들을 합병시키는 과정을 향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쟁력 강화와 규모의 경제를 도입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러나 타이밍이 적절할 것인가 또 정부의 합병 유도가 올바른 접근 방법인지, 이에 대해 유로머니 최근호는 분명하게 대답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한국 정부는 금융권에 7조원을 투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5개 은행을 합병하려는 계획은 수순대로 진행되고 있다. 합병될 은행에 대해서는 "병든 메가은행"(mega-ailing bank)라는 비아냥이 들리고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행에 관한 일에 정부가 간여한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에서 개혁의 속도가 완만하다고 얘기한다. 국제투자가들과 투자기관들은 좀 더 해주길 원하고 있다. 그들은 뭔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느낌을 요구하고 정부와 은행이 질질 끈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실정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또 다른 견해를 보인다. "조그만한 주머니에 너무 많이 꾸겨넣으면 찌져집니다. 속도는 늦은 감을 줄 수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으며 보다 많은 문제들을 감내할 만큼 강하지도 않다. 좀더 변화를 조리할 수있는 시간이 필요하다"(위성복 조흥은행장)는 주장이다. 또 서울에 있는 골드만삭스의 토마스 오는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냐에 따라 얘기는 달라질 수있다"면서 "얼마나 많은 은행들이 지난 3년동안 무대 뒷편으로 사라져갔는가 하는 문제라면 속도가 느리다고 할 수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은행들의 대출을 하는 멘털리티(mentality)를 봐야 한다면 변화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요지이다. 아는 사람이 있으면 대출에 손쉽게 접근할 수있는 구조속에서는 재벌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채산성이 의문시되는 분야에 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용인하게 된다. 물론 수익 지향적인 경영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이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대출 방식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청산하기 어려운 오래된 습관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한국이 97년의 위기이후 긴 터널을 지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부인하기 어렵다. 그것에 대해 충분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급속한 구조조정이 도입되기 어려운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장애물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오히려 아시아적인 정서를 감안할 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변화를 조속히 받아들이고 이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과 조치를 취해왔다. 구조조정의 첫번째 단계는 분명히 끝났다. 한국은 다음 스테이지로 옮겨가고 있다. 첫번째 단계는 청산(clearing up)이었다. 그 연장인 다음 스테이지는 경쟁력을 제고하고 주주들이 연계된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창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두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 첫째는 한국의 금융부문 - 특히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 에게 다음 스테이지로 갈 준비가 돼 있는가이다. 청산이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남은 충격파는 아직도 느껴지고 있다. 지난 3년동안 30개에 달했던 상업은행은 17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서, 정부의 개입이 너무 크다는 쪽과 충분하지 않다는 쪽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것은 딜레마다. 김대중 정부는 IMF에 금융시스템을 현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맡기고 시스템으로 알아서 굴러가도록, 자유시장적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은행은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도구이다. 그러나 외국 투자가들은 몇몇 은행의 독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UBS워버그의 리처드 사뮤엘슨은 "어느선까지 은행이 회수가 불투명한 기업에 대해 신용제공을 하는데 있어서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 정부는 전적으로 독립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무대뒤에서 진행되는 압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많은 은행들이 사라졌지만 한국에서 합병이란 단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사용되는 것이며 금융지주회사란 단어는 신조어에 해당한다. 정부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고 나머지 은행들을 지주회사의 우산속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죽은 가지가 쳐지고 노동 효율성이 제고되길 원하고 있다. 한빛은행은 (지주회사로 거듭나면서) 고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조흥은행도 매우 적극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보다 건전한 재정을 보였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간의 합병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같은 딜을 누가 추진했으며 어떻게 합병이 진행되게 됐고 과연 필요했는가 하는 혼란스런 질문들이 남아있다. 한 은행원은 "합병이 이뤄지면 지점과 인원이 너무 많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정부와 은행은 공개적으로 두 은행의 합병으로 지점이 폐쇄되거나 인원이 해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은 말이 안되는 얘기다. 일본의 예를 봐도 그렇다. 두 은행이 합쳐져서 자산규모 63위의 대형은행이 되는 것을 좋은데 그정도 자산규모였던 일본은행들이 어떤 결과를 보이고 있는가를 보면 잘 알 수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성향도 많이 온건해졌다. 사람들은 이제 살아남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최소한 지금 현재 길을 깨끗해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목소리 큰 노동조합이 던져놓았을 미래의 장매물들은 어느정도 해소된 것이다.
2001.02.13 I 박재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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