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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론스타의 계산법
  •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론스타펀드와 HSBC가 외환은행(004940) 매매계약 연장 협상을 좀처럼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말 양측의 계약 시한은 종료됐고 사실상 자동 연장 단계로 접어들은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계약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목 빠지게 기다려왔던 정부의 심사 절차가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연장 계약에 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외환은행 매각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론스타와 HSBC가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외환은행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23.6%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주가 하락에 따라 37%로 불었다. 세계적으로 금융회사 매물이 할인 판매되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몸 값은 상대적으로 상승한 셈이어서 HSBC가 인수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론스타측은 가격 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이유로 들며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금융권 관계자는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한국 정부가 과연 승인을 해줄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론스타측은 HSBC와의 협상과정에서 9, 10월까지 연장하더라도 그 때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 이유를 제기하며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지난 4, 5월에는 금융당국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항소심 결과가 나오면 승인해줄 것처럼 얘기했다가 무죄로 판결됐는데도 불구하고 심사를 미뤘던 경험이 있었던 것처럼, 2~3개월 뒤 국내 정세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금 사정이 여유로워진 론스타 입장에서는 좀 더 시간을 끌면서 HSBC를 안달나게 하고 정부를 압박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최근 `론스타펀드Ⅵ`는 75억달러, `론스타 부동산펀드`의 경우 25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다만, 론스타의 시간끌기를 이 같은 `협상의 기술`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론스타가 최근 시장의 급매물에 투자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받기보다 실제로 자금을 되도록 빨리 회수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지난 달 말 액면가 306억달러 짜리 메릴린치 부채담보부증권(CDO)을 고작 5분의 1수준인 67억달러에 사들인 바 있다. 이 같은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정부 승인이 필요없는 분할매각 카드를 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론스타가 한국에 추가 투자할 게 아니라면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니 지금와서 HSBC와의 계약을 파기한다 해도 손해볼 게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론스타도 이번 외환은행 건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패가 말릴 수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는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는 한국 정부에 무조건 자유로울 수 없다"며 "5조~6조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에는 세금 문제가 반드시 따라오게 돼 있으며 국세청에서는 과세 방침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HSBC그룹 한편에서 마냥 론스타에게만 매달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HSBC 내부에서는 `외환은행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의견과 `무리한 가격을 지불하느니 다른 매물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3년동안 `먹튀` 논란에 시달려왔던 론스타를 둘러싼 주변 여건이 지금과 같이 우호적인 적은 없었다. 외국인들의 `셀코리아`와 경기하강 추세로 반(反) 외국자본 정서가 많이 잠잠해졌고 금융당국 뿐 아니라 재판부도 신속한 처리를 약속한 터다. 외환은행을 팔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망설이고 있는 론스타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HSBC행장 "외환銀 대주주 자격심사 자료 보완제출"☞외환은행,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목표가↓-한국☞론스타-HSBC 외환銀 가격협상 `난항`
2008.08.05 I 하수정 기자
종합스포츠매거진 스포츠온 8월호 발간
  • 종합스포츠매거진 스포츠온 8월호 발간
  • [이데일리 SPN 김상화기자] 스포츠계 최신 이슈와 스포츠토토 게임 적중을 위한 심도 깊은 정보가 가득한 종합스포츠매거진 월간 ‘스포츠온’ 8월호가 나왔다. 스포츠온 8월호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이달의 특집으로 소개했다.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전망과 올림픽 축구 4강으로 꼽히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4개국 전력을 분석했으며,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전력을 마운드, 타격, 수비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또한 올림픽 야구 종목의 ‘빅3’ 팀인 쿠바, 미국, 일본 팀의 전력도 함께 분석함으로써 야구대표팀의 메달 전망을 종합적으로 짚어 본다. 또한 유럽축구 휴지기 동안 이루어지는 선수들의 이적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적 시장의 단골손님인 명문 부자클럽들의 동향과 과거 이적 시장의 ‘먹튀’ 선수들, 이적 시장에 나온 톱 플레이어들의 약점과 한계 등을 소개했다.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 대예언’ 코너에서는 올림픽 휴지기 이후 본격적인 후반기로 접어드는 한국 프로야구의 판도를 팀별로 예측해 보았다. 스포츠토토 게임 관련 정보를 수록하고 있는 책 속의 책 ‘토토가이드’에서는 8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2008-2009시즌 유럽리그의 전반적인 판도를 그려보고,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서는 한국대표팀의 출전 경기 각각의 흐름과 결과를 예상했다. ‘복기의 정석’ 코너에서는 ‘프로토를 승무패 게임으로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며 ‘레벨업 토토’에서는 투표율 해석 요령에 대해 살펴본다. 이 밖에 스포츠온 8월호는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 맞부딪힌 북한 대표팀의 축구 스타일 정밀분석, 프로야구 8개 구단 감독으로 살펴본 2008 프로야구, 2008-2009 KBL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 이모저모 등의 다양한 읽을거리를 담고 있다.  또 올림픽을 앞두고 후배 선수들에게 전하는 유상철 선수의 메시지와 우리 히어로즈의 노장 전준호 선수,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획득한 리듬체조 신수지 선수 등의 인터뷰와 문화로서의 스포츠의 가치를 조명한 ‘스포츠문화 캠페인’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는 스포츠온 8월호는 전국 유명서점과 토토 판매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구독문의. 02-589-5133.
2008.07.29 I 김상화 기자
  • 외환은행, HSBC 품으로 갈 듯
  •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외환은행(004940)의 새 주인이 결국 HSBC로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대주주인 론스타펀드의 `먹튀`논란으로 3년 동안 발목잡혀 있던 외환은행의 매각작업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주 초 론스타와 HSBC는 이달 말로 예정된 외환은행 매매계약 시한을 연장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론스타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계약 연장안에 대해 가닥을 잡았으며 HSBC도 오는 28일 이사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매계약은 2개월 추가 연장되는 방향이 될 것으로 금융권은 관측하고 있다. 론스타와 HSBC는 지난 4월 거래 종결기한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면서,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있을 경우 2개월을 자동 연장키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 달까지 계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던 양측의 분위기는 이달 초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론스타와 HSBC 모두와 교감하고 있는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지난 3일 "딜 성사를 100% 확신한다"고 장담했고 이달 초 계약 해지 가능 기간에 양측 모두 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또 최근 금융당국도 지난 달과는 달리 "앞으로의 상황을 좀 더 두고 봐야한다"며 강경 입장에서 보다 누그러진 태도를 나타냈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이날 외환은행 매각 승인 심사를 재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1심 판결 후 승인을 판단한다는 계획으로, 이르면 9월 중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이 미온적이기만 했던 정부의 태도가 변화한 것은 국제 사회의 압력 뿐 아니라 국내 여론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국자본의 `셀코리아`가 HSBC에는 오히려 호재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 한편 재무관료 출신 신명호 HSBC 회장, 웨커 외환은행장 등이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독자생존을 주장해오던 외환은행 노조가 지난 22일 HSBC와 손을 잡은 것도 분위기 반전에 힘을 보탰다.  ▶ 관련기사 ◀☞외환은행 매각 속도내나☞론스타-HSBC, 외환銀 계약 추가 연장하나 ☞(전문)금융위 외환銀 매각심사 재개 발표문☞금융위 "외환銀 매각승인 심사 재개" 공식발표(상보)
2008.07.25 I 하수정 기자
  • `외환銀 빨리 결론` 안팎으로 분위기 무르익어?
  •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지난 정권부터 3년간 지리하게 끌어온 외환은행 매각이 급속도로 결론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정부 분위기가 급변한데다, 론스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 온 학자들도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결론을 내라고 주장한다. ◇정부 `승인 검토`로 급선회 외환은행 매각의 핵심변수, 정부의 기류가 갑자기 변했다. 정부는 그동안 HSBC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승인 신청을 받아놓고도 심사 자체를 하지 않으며 시간을 끌었다. 반 외자정서와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를 정부가 돕는다는 비난 여론이 부담이었다. 한번 계약을 체결했으나 파기된 국민은행 등, 외환은행 인수를 희망하는 다른 국내은행들의 눈치도 봐야 했다. HSBC가 대주주로서 부적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일단 심사를 시작하면 승인을 내주는, 한가지 선택밖에는 없다. 그래서 정부는 심사 자체를 미뤄왔던 것. 이러던 정부가 HSBC와 론스타의 계약기간 만료일인 31일을 일주일을 앞두고 갑자기 심사착수 쪽으로 돌아섰다. 최근 청와대 및 관계장관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이런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입장을 바꾸게 된 데는 한국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론스타의 압박, 외환은행 노조와 협약서까지 체결하고 영국 총리도 동원해 우리 정부를 재촉하는 HSBC의 강한 인수 의지,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친외자` 라는 신정부의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는 최종 결론을 어떻게 내리든, 일단 HSBC와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하지 않게 하는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이렇게 해 두고 HSBC에는 작년말에 낸 서류를 새로 제출하라 해 시간을 벌어놓은 다음, 1심 판결결과를 보고 최종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학자들도 "조속처리" 주장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도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라`는 의견. 정부로서는 여론 부담도 다소 덜었다.지난 23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김대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법대 교수,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 교수 등을 만난 자리에서 `요즘 외환은행 처리 문제를 두고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장이 이런 고민을 내놓자, 이 자리에 참석한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결론이 무엇이든 빨리 종결을 지으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상조 소장은 "가장 나쁜 해결책은 시간을 더 질질 끄는 것"이라고 했다. 또 김대식 교수는 "(HSBC에 매각 승인을 내주든, 또 이로 인해 론스타가 차익을 실현하든 어쨌든)  우리(학자들)가 비난하며 정부 괴롭히지 않겠다, 그러니 빨리 해결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시비걸지 않을테니 시간을 더 지체하지 말고 가급적 빨리 해결하는게 최선`이라는 게, 이날 모인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는 것. 전 위원장은 학자들의 이같은 의견을 주의깊게 청취했다고 한다. 이처럼 안팎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외환은행이 HSBC의 품에 안길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여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관계자는 승인심사에 착수할지 본다는 것과 승인은 다른 얘기"라며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부처간 의견이 아직 조율된 것도 아니어서 미리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기획재정부든 청와대든, 민감한 이 문제를 책임있게 나서 처리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HSBC-외환銀 노조, 은행명·상장유지 등 합의(1보)
2008.07.25 I 김수연 기자
  • (이의철 칼럼)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허(許)하라
  • [이데일리 이의철 논설위원] 론스타와 HSBC간 외환은행 지분매각 계약 기한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지분 공개매수설에, 하나은행 등 국내은행의 가세 움직임,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에 이르기까지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 와중에 론스타의 먹튀논란 마저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같은 각종 논란 속에서 한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의 권리다.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51.02%에 대해 HSBC가 인수키로 한 가격은 주당 1만7725원이다. 반면 외환은행의 23일 종가는 1만3800원. 인수가격과 시장가격간의 차이가 소위 말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다. 문제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할 때 인수자가 지급하는 프리미엄이 모든 주주가 아닌 일부 대주주에만 지급된다는 점이다.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만이 M&A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갖는 것이 정당한가"하는 문제다.기업의 경영권이 변화할 때 소액주주들은 소외되기 쉽다. 그래서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대만 일본 등도 별도의 규정을 두어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좋은 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인수자가 해당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 30% 이상을 획득하게 되면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의무공개매수를 해야 한다. 또 기존에 30%-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가 지분을 1% 혹은 2% 이상 늘릴 때도 공개매수를 해야 한다.2004년 버드와이저의 모회사 안호이저 부시가 중국의 맥주회사 하얼빈맥주를 인수할 때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2004년 싱가포르 국영투자청 테마섹이 넵튠오리엔트라인을 인수할 때도 30% 규정에 따라 공개매수를 실시했다.하지만 국내엔 이런 규정이 없다. 상장회사의 지분 25% 이상을 취득할 경우 50%+1주 이상을 과거 12개월간 취득 최고가격으로 공개매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98년 폐지됐다.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논리였다. 현재 남아있는 규정은 매수자가 6개월에 걸쳐 10명 이상에게 5% 이상의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는 누군가가 90% 지분을 9명에게 매입하더라도 공개매수의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다.일본에도 ‘6개월간 10명에게 5%’라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매수자가 특정기업의 3분의 2이상 지분을 획득할 경우 의무적으로 공개매수를 해야 한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지분매각 프로세스가 정착돼 있어, 매수자가 잔여 소액주주 지분을 짜내기 위해 합병 분사 혹은 주식교환 등을 시도할 경우 소액주주들은 해당기업에 자신들의 주식을 정당한 가격에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대만조차도 매수자가 50일 이내에 해당기업의 총 발행주식 20% 이상을 매입하는 경우 의무공개매수가 필요하다.예를들어 HSBC가 홍콩이나 싱가포르 은행의 지분 51%를 획득하려 한다면 HSBC는 당연히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 제안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소액주주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하에 매수자로부터 제안된 프리미엄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물론 HSBC(매수자)입장에선 보다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그러나 핵심은 인수비용 총액이 커지냐 작아지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51% 지분에 대해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느냐 아니면 적정 수준의 프리미엄이 모든 주주들에게 지불되느냐 하는 문제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소액주주 권리 보호 차원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서도 유효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포이즌 필 (독소조항)의 경우 기존 경영진의 입지를 강화시켜 부실한 경영기업을 시장으로부터 퇴출시킬 여지를 오히려 좁힌다. 반면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 자체를 축소시킨다. 누군가 해당기업의 경영권인수를 원한다면 그들은 전체 주주를 대상으로 인수제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기업의 경영능력을 판단하고 보호할 수 있게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 그래서 소액주주들의 정당한 권리가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글로벌 금융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금융당국은 소액주주들의 권리 행사를 허(許)하라.
2008.07.24 I 이의철 기자
  • (뉴욕전망대)전환점이 보이는가
  •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뉴욕 증시를 옭매고 있던 족쇄 중 두 가지가 느슨해 졌다. 고공 행진을 계속했던 국제 유가, 그리고 바닥을 헤매던 금융주 행보가 바로 그것.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유가가 다시 내리고 와코비아의 실적이 부진하긴 했어도 공격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놓았고, 씨티그룹에 대한 투자의견이 상향되는 등 금융주에 대한 먹구름이 살짝 걷힌 데 따른 안도감으로 오를 수 있었다. 고유가, 금융불안 등의 추세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며 패닉은 잠잠해진 듯 보인다.  게다가 유가는 더 내릴 여지까지 생겼다.  미국 원유선물 등의 투기적 거래를 뿌리 뽑기 위한 상품시장 투기제한법이 미국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 아직 `첫 단계`이긴 해도 반가운 소식. 게다가 허리케인 `돌리`까지 다행히 멕시코만 부근의 미국 정유시설을 비껴가 계절적 우려까지 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주가 랠리를 보인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와코비아, 워싱턴 뮤추얼, 선트러스트 뱅크스 등 5개 은행이 총 110억달러가 넘는 분기 실적을 내놓았지만, 이들의 주가는 22일 평균 14% 올랐다. 이제 금융주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과 함께, 각 경영진의 강력한 턴어라운드 계획 발표가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상 최악의 분기 손실을 발표한 와코비아는 로버트 스틸 새 최고경영자(CEO)가 87%나 배당금을 삭감하고 감원까지 공격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 투자 심리를 불러 왔다. 리지 워스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 앨런 게일은 "조금 더 건설적인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며 다만 "아직 숲을 빠져나온 것은 아니다"란 말로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패니매, 프레디맥 두 모기지 업체에 대한 구제안에 대해 상,하원 의원들의 합의했다는 소식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3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발표했지만 의회에서 좀 더 손질되고 보강된 구제안은 빠르면 이날이나 24일 의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 美 `빅2 구제안` 윤곽 잡혔다..이르면 23일 표결  신용 위기에 대한 해법이 구체화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좋은 계기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내달 5일 열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이날 발표되는 12개 지역 연방은행 경제 상황 종합 보고서 `베이지북`이 과연 어떤 그림을 보여줄 지에 따라 투자 심리가 휘발될 수도, 더 강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어려움을 심각하게 보여줄 경우 자칫 투자 심리를 후퇴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금리 인상이 당분간 없을 것이란 안도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반면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비춘다고 해도 그 자체로 호재로 받아들을 지, 아니면 긴급 상황에서 잔뜩 끌어 내린 금리가 곧 되튈 것이란 우려로 읽혀질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맞물려 뱅크 오브 캐나다(BOC) 컨퍼런스에서 프레드릭 미시킨 FRB 이사나 도널드 콘 부의장이 FRB의 복심을 읽을 만한 힌트를 줄 지도 귀를 기울여 봐야 한다.  계속되는 개별 기업의 실적 발표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이날은 아마존과 맥도날드, AT&T, 보잉, 화이자, 퀄컴 등의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경제지표: 오전 7시 주간 모기지은행협회(MBA) 모기지 신청건수가 발표된다. 오후 2시에는 FRB 베이지북이 발표된다. ◇주요일정: 프레드릭 미시킨 FRB 이사가 오전 9시 뱅크오브캐나다(BOC) 컨퍼런스에서 연설한다. 도널드 콘 FRB 부의장도 같은 컨퍼런스에 참석, `금융 시장의 투명성`에 대해 논의한다.
2008.07.23 I 김윤경 기자
빌딩 가격 오름세 4~5년 간다
  • 빌딩 가격 오름세 4~5년 간다
  •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아파트 등 주택시장이 한파를 겪는 가운데 오피스 빌딩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빈 사무실을 찾기 어려운 `오피스난`이 가중되고 외국계 투자회사, 리츠(REITs) 등의 빌딩매입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빌딩 가격 급등세는 서울에 새 대형 건물 공급이 이뤄지는 오는 2012~2013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형빌딩 가격 3~4년에 2배 =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변에 위치한 한솔빌딩은 최근 4300억원에 매각가격이 결정됐다. 이 빌딩은 푸르덴셜그룹의 아시아 부동산투자 전문회사 프라메리카(옛 GRA)가 보유했던 것으로 지난 달 경쟁입찰 결과 최고가를 써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미래에셋은 최종 실사 후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중구 충무로3가 극동빌딩(자료: 두산백과)이 빌딩은 높이 24층, 연면적 6만3000여㎡(1만9090여평) 규모로 1998년 준공됐다. 프라메리카는 지난 2003년 한솔개발로부터 이 빌딩을 1800억원에 매입, 5년6개월여 만에 25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수익률은 138.9%에 이른다. 서울 중구 충무로의 랜드마크격인 극동빌딩도 올 하반기 중 매각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론스타가 극동건설을 인수한 지 6개월여 만인 2003년 하반기 이 빌딩을 매각해 `먹튀` 논란을 불러왔던 물건이다. 당시 이 빌딩은 맥쿼리프로퍼티어드바이저스가 운용하는 CR(기업 구조조정)리츠가 1580억여원에 매입했다. 이 리츠는 올해말 청산될 예정이어서 현재 빌딩에 대한 매각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오피스시장 최대 매물로 꼽히는 이 건물은 높이 23층, 연면적 7만2600㎡(2만2000여평) 규모. 현재 매각가격이 4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어 리츠의 투자수익률은 15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빌딩도 1년4개월여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이 빌딩은 작년 3월 도이치방크 계열 DBREI가 1120억원에 사들였다. 보유기간은 짧지만 최근 여의도 지역 사무실 부족현상과 치열한 매수 경쟁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가격은 1700억~1800억원까지 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무실 부족 → 매수경쟁 `과열` = 전문가들은 주택과 달리 오피스 건물의 가격은 대체로 3가지 방법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간 임대수익에 대한 운영수익률 ▲비슷한 입지에 동일한 규모의 새 건물을 지을 때 들어가는 비용 ▲주변 매각사례와 비교한 단위면적당 가격 등이 고려사항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대형빌딩은 추정 가격보다 매각가격이 높게 매겨지는 게 다반사다. 빈 사무실이 없다시피해 임대료가 급등세를 타고 있고, 향후 매각시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들어 외국계 투자회사들 위주의 경쟁에 리츠 등 국내 자본까지 가세해 매입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가격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여의도 대우증권 빌딩 매각에는 1차에서 10여개사가 참여해 추려진 5개사가 다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고, 한솔빌딩 경우도 국민연금 등 5~6곳의 투자자들이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 매수세가 불붙으며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저스트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 및 분당지역의 오피스 리테일 건물 거래건수는 총 12건, 거래면적은 34만9356㎡로 예년에 비해 소유권 이전이 활발했다.이주용 저스트알 PM사업부 차장은 "외국계 투자사에 국내 리츠 그리고 사옥을 매입하려는 기업들까지 빌딩 매수에 가세하고 있어 가격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1년째 공실률이 1%대에 머무는 등 빈 사무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빌딩 가격 급등세는 향후 4~5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2분기 서울·분당 빌딩 매매실적(자료: 저스트알)
2008.07.03 I 윤도진 기자
홈플러스가 인수한 홈에버, 불법깡에 쇠고기 속임수까지
  • 홈플러스가 인수한 홈에버, 불법깡에 쇠고기 속임수까지
  •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홈플러스로 인수가 확정된 이랜드 계열의 대형마트 홈에버가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불법 주류유통과 카드깡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어 이번엔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 판매해 물의를 일으킨 것. 올 들어서만 벌써 세번째다. 17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과 홈에버에 따르면, 지난 15일 홈에버 인천시 구월점에 입점한 한 식품매장에서 미국산 살치살을 호주산 양념 불고기로 속여 판 사실이 적발됐다. 문제된 양념육은 입점업체 `새아침` 직원이 작년에 구입했던 냉동 미국산 쇠고기 60㎏ 가운데 10㎏ 정도를 해동, 양념한 뒤 `호주산` 바코드를 붙여 매장에 진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이 제품은 지난 14일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세 명의 고객에게 2.5kg 정도가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농관원은 홈에버가 판매 중이던 양념육 54㎏을 현장에서 압수하고 입점업체와 홈에버 관리자를 상대로 원산지 허위표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홈에버 측은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내놨다. 문제가 된 업체의 물량을 자사 11개 매장에서 전량 철수시키는 한편, 계약해지 및 관련기관 고발 조치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밝힌 것. 또 임대 업체들의 수입물품 원산지 표기의 정확성 여부에 대한 현장 점검을 매장별로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의 먹거리에 대한 철저한 원산지표기 관리를 소홀히 한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상당한 댓가를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지난달 홈에버를 전격 인수한 홈플러스는 이번 사태의 불똥이 혹시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2008.06.17 I 유용무 기자
  • HSBC, 외환銀 포기 가능성…그 이후는
  •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HSBC가 외환은행(004940)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법적 불확실성에 국민적 정서까지 내세우며 론스타와 HSBC간 매매계약 승인을 미루고 있다. 오는 17일 외환카드 항소심 판결이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내달 초 론스타와 HSBC는 계약을 파기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HSBC의 경우 한국에서 아예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항소심 시나리오 금융권 안팎의 일반적인 예상은 오는 17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판결에서 론스타가 1심과 같이 유죄를 확정받고 금융당국의 대주주 부적격 판정에 따라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수순이다. 그렇게 되면 론스타는 HSBC에 외환은행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은 받을 경우 대주주 자격을 상실, 10% 초과보유 지분에 대해 처분명령을 받게 된다. 만약 론스타가 유죄를 인정하지 않아 상고를 하더라도, 이번 항소심에서 사실심이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론스타에게 대주주 부적격 판정을 내릴 명분은 갖춰지게 된다. 다만, 이번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론스타에게 무죄를 선고할 경우 경우의 수가 복잡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무죄 판결로 법적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판단하고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승인해 줄수도 있고, 오히려 연말께 예정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판결까지 판단을 미룰 수도 있다. 항소심 변론에서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변호인단인 김앤장측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는 주요 증거를 제시한데다, 상당히 빠른 심리 진행 절차를 고려해볼때 무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주심을 맡고 있는 이상윤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이 사건의 경우 적시에 처리할 주요 사건으로 돼 있고 피고인이 구속돼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이 구속상태일 경우 6개월내에 판결을 내도록 돼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지난 2월 20일 항소심이 접수된지 4개월도 안돼 선고기일이 잡혔다. ◇ 금융당국 결정은 론스타가 유죄이든 무죄이든 결국 외환은행의 매매 계약 승인은 금융당국이 내려야 한다. HSBC의 경우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론스타에게 대주주 부적격 판정을 내려 외환은행 지분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입장은 종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현재 정부에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이유는 론스타의 법적 불확실성과 국민적 정서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외국 투자자에게 국내 은행을 넘겼다는 비판과 외국자본의 `먹튀`를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것. 특히 미국 쇠고기 개방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내각 교체로 관료사회 내부가 뒤숭숭한 상태에서 금융위가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누군가 자리를 내놓고 책임질 각오로 나서지 않는 이상 반외자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외환은행 매각을 결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고백했다. ◇ 계약 파기 후폭풍 내달 초 론스타는 HSBC와의 매매계약이 파기된다면 외환은행 매입자를 다시 찾아나서거나 지분을 분산 매각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국민은행(060000)과 하나금융지주(086790)가 공식적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원하고 있어 공개입찰이 다시 진행될 경우 국내 은행들의 인수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이 곧장 국내 은행들의 인수를 승인할 명분을 찾기는 어렵고, 투자자금을 회수해야하는 론스타 입장에서도 시간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인 10%미만 분할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론스타가 평판 리스크에 치명타를 입고 외환은행 매각 지연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제 소송이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HSBC의 경우 다른 국내 은행을 인수하기보다 아예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SBC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HSBC가 우려하는 것은 이사회와 주주들이 한국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에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면 아예 한국시장을 포기하고 아시아 지역내 다른 국가로 관심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HSBC는 중국,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부 은행들을 상대로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총자산 세계 5위 금융그룹이 한국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신인도는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HSBC, 외환銀 인수 철회할수도(종합)☞HSBC 아태 CEO "외환銀 인수 철회할수도"☞외환은행, 6일 새벽 전산업무 일시중단
2008.06.11 I 하수정 기자
40년 입맛을 이어온 담백하게 개운한 맛
  • 40년 입맛을 이어온 담백하게 개운한 맛
  • [이데일리 EFN 홍현진 객원기자] 찰 냉(冷)에 국수 면(麵)을 쓰는 냉면(冷). 꾸밈이 없고 담백한 맛만큼이나 이름이 소탈하다. 들끓는 여름을 버티게 하는 시원한 능력에 비할 때 자못 겸손하기까지 하다.  특히 평양냉면은 종종 밋밋하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혀끝의 예민한 부분을 거칠게 몰아붙이지 않고, 흐를 듯 휘감아 부드럽게 어르고 달래기 때문이다. 담백한 육수와 두둘거리는 메밀면은 매끈하고 오돌오돌한 감자면에 비교를 당하는 치욕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억울하지 않다. 메밀면은 거친 듯 보이지만 씹을수록 구수하고 부드럽다. 육수는 맑아서 얕은 듯 속이 보이지만 맛이 깊다. 튀는 매력 없이도 빠져들만큼 매혹적이다. 이렇게 담백한 맛과 소탈한 이름 덕에 많은 사람들에게 물리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되면서 음식명부의 윗자리에 올라 있는 것이리라. ◇ 소박함과 풍요로움이 공존하는 평양냉면 평양냉면의 면은 메밀에 밀가루를 조금 섞어 반죽하고, 국수틀로 뽑는 면은 바로 끓는 물이 담긴 솥으로 떨어진다. 면이 되자마자 끓여진 셈이다. 이 면을 찬물에 헹궈 무김치나 배추김치 국물에 말아먹은 것이 바로 평양냉면의 원래 형태다.  한겨울 군불을 때서 방바닥이 뜨거우면 더할 수 없이 좋고, 그렇지못할 때는 두꺼운 이불이라도 쓰고 후루륵 들이키는 그 냉면 맛은 왕후의 밥상이 부럽지 않은 성찬이 분명했으리라.  경제여건이 좀 있는 양반가라면 모양새가 또 달라진다. 꿩육수 혹은 고기육수에 동치미국물을 섞어 국물을 만들고, 지단과 무채에 숟가락으로 살짝 저민 배 그리고 편육을 고명으로 올려 품격있게 먹었을 것이다.  면 역시 밀가루나 감자가루를 더 섞어 서민들의 것보다 조금 더 매끈했을 것이다. 아마 요즘 우리가 먹는 냉면에 버금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고 똑같지는 않다. 옛날보다 간이 더 세졌고, 육수와 면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먹는 계절도 겨울에서 여름으로 뒤바뀌었다. 그러다보니 평양냉면 본래의 담백하고 소탈한 맛도 여러모습으로 변했다.  그래서 기본을 갖추고 있는 평양냉면집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 광진구 구의동의 '서북면옥'은 평양냉면의 담백하고 소박한 맛을 표현해 내는 집으로 손꼽힌다.  사리원이 고향인 85세의 시어머니에게 손맛을 전수받은 며느리 이경미(52세) 대표가 대를 이어 음식맛을 내고 있다. 1968년에 처음 냉면을 냈으니 햇수로는 40년이다. 육수와 면, 반찬까지 모두 손으로 만드는 것은 40여년 전과 변함이 없다. 다만 국수를 더 쉽게 뽑을 수 있는 설비만 했을 뿐이다. 만드는 손이 달라졌을 뿐 손맛은 이어지고 있다. ◇ 별스럽지 않고 담담한 ‘한국사람’ 같은 맛집 '서북면옥'  두둘두둘하지만 씹을수록 구수하고 맛이 깊은 메밀면은 '서북면옥'의 자랑이다. 메밀과 밀가루를 가져다 비율대로 섞어 반죽해 면을 뽑아 거칠하고 구수한 맛이 제대로다.  고기국물에 채소를 많이 넣어 시원하게 담백한 육수 역시 이곳의 자랑이다. 느끼하지 않고 이것저것 섞지 않아 이맛도 저맛도 아니게 두루뭉슬한 맛이 아닌 속시원하게 개운한 맛이다.  얼음을 갈아넣지 않아 싱겁지 않고, 육수를 얼리지 않아 얼음맛이 아닌 육수맛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서북면옥'의 냉면은 자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다. 많은 양념을 하지 않고 식재가 가진 고유의 맛을 끌어낸다. 색색으로 치장하지 않은 거무잡잡하고 구불하기까지 한 메밀면이 당연히 주인공이다. 거칠고 투박한 어머니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이 밥상의 주인공이듯이 말이다. 고명으로는 녹색빛이 고운 오이채와 메밀과 단짝궁합인 무채, 속이 노란 반쪽짜리 삶은 달걀 그리고 두툼하게 썬 편육 한쪽이다. 이것이 별스럽지 않은 '서북면옥'의 냉면이다. 그런데도 40여석 좌석에는 늘상 손님이 차 있다. 나이 지긋한 중년의 부부, 머리가 허연 어르신과 함께 온 어린 손자, 일부러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는 젊은 총각까지 층도 다양하다.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별스럽지도 않은 평양냉면 한 그릇이 맛에 대한 기억을 완벽하게 지배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독일에 살던 일가족이 한국에 오자마자 이곳을 찾아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교통이 불편하고 주차할 곳도 찾기 힘든 곳, 일요일은 쉬기까지 한다. 그래도 30년이고 40년이고 평양냉면 한그릇을 위해 먼 길을 찾아온다. 그냥 맛있기만 한 음식이 아니라 나와 내 입맛 모두를 반겨주며 오랜시간 후에 찾아도 그 자리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서북면옥'의 또다른 별미는 만두다. 채소와 두부를 많이 넣어 부드럽고 큼지막한 평양식 만두는 냉면 다음으로 인기가 높다. 모양새로 보아선 꼭 오래 산 퉁퉁한 시골아낙같은데 속은 보드랍고 담백한 것이 갓 시집온 새색시 같다. 진한 사골국물에 넣은 만둣국도 좋고, 숟가락으로 툭 떼내서 먹는 접시만두도 맛있다. ◇ 대를 이어가는 작은 음식점의 자부심 '서북면옥'의 이경미 대표는 냉면맛과 음식점에 대한 애정이 깊고, 자부심이 남다르다. “맛 내기를 배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어요. 며느리라서 맵게 가르치셨고, 저 또한 그렇게 배웠지 않나 싶어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맛을 내는 것이 어렵죠. 스물다섯살 시집오자마자 허드렛일부터 배웠어요. 지금 생각하면 까마득하죠.”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대범해보이는 이경미 대표의 엄살 아닌 엄살이다. “지금은 자부심을 갖고 음식을 해요. 우리집 냉면을 잊지 않고 찾아주고 이 냉면이 아니면 안된다며 멀리서 오는 손님들 때문에요. 작은 점포지만 2대, 3대가 이어 전통을 이어가는 외국의 음식점들이 참 멋져요. 우리나라도 규모를 크게만 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맛있는 전통으로 대를 잇는 작은 음식점들이 빛을 발하고, 그것을 권장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도 세 딸 중 하나에게 냉면맛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40여석 남짓한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흰색벽에는 60~70년대의 감성을 담은 사진들이 있고, 위쪽에는 음식에 대한 '서북면옥'의 철학이 담긴 액자가 걸려있다.  ‘大味必淡(대미필담)’. ‘정말 좋은 맛은 담백한 맛이다’라는 '한서漢書'에 실린 구절이다. 담백한 맛은 깊이도 있을뿐만 아니라 무엇과 어울려도 어긋나지 않는다. 어울려야 상존할 수 있는 인생사와 매한가지다.  '서북면옥'은 1968년 그대로다. 맛과 정, 사람과 마음이 모두 옛것이다. 맑은 육수안에 계란 반쪽을 쓰고 거친 듯 매끈한 메밀면이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조금은 익살스러운 모습의 평양냉면을 젓가락으로 헤쳐본다.  세월이 더 변하고 대형 음식점들이 넘쳐나고 프랜차이즈의 유혹이 거세더라도 오롯이 그대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욕심을 담아서. DATA 대표메뉴 물냉면·비빔냉면 각 6천원, 쟁반냉면(대) 2만원·(소)1만5천원, 접시만두·만두국 각 6천원, 떡만두국·떡국 각 6천원(10월~4월까지만 판매), 수육 1만5천원, 편육 1만원, 만두전골(대)2만5천원·(소)2만원 쪾주소 서울시 광진구 구의2동 80-47호 전화 (02)457-8319 영업시간 11:30~21:30 휴무일 매주 일요일(5월 제외)
2008.06.09 I 객원 기자
  • [Why] 다시 뜬 국진이 ''개그 인생''을 얘기하다
  • [조선일보 제공] 사진 촬영을 위해 좀 웃어달라고 부탁하자 표정이 어색해졌다. "제가 낯을 가려서요. 옛날에는 출연자 대기실에도 못 들어갔다니까요." 그럼 개그는 어떻게? "그러게요, 그게 참 묘하죠?"TV만 켜면 유재석, 강호동을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세상이다. 1990년대 중·후반 김국진(42)이 그랬다. 그가 방송에 나와 '여보세요?'하면 다음 날 동네 꼬마들이 따라 했고 곧 유행어가 됐다. 혀가 짧아 말도 길지 않았다. '어라?' '오 마이 갓' '사랑해요' '밤새지 마란 말이야'….김국진은 키 171㎝ 몸무게 57㎏이다. 그런데 씨름 천하장사를 지낼 때 180㎝에 한때 120㎏이 넘었던 강호동이 방송에서는 그에게 꼼짝 못 했다. 그런 김국진이 어느 순간 TV에서 사라졌다. 이혼하고 골프 선수가 되겠다더니 급기야 사업하다 망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김국진이 작년 9월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로 컴백했다. 5년 만에 돌아온 그를 보고 시청자들은 '90년대 개그는 안 통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이 요즘 김국진만 보면 배꼽을 잡는다. 복귀의 비기(秘技)는 '수비형 개그'다. 다른 사람 말을 귀기울여 듣다 맞받아치는 것이다.물이 오르자 라디오스타에서 췄던 김국진의 일명 '야야야 춤'이 인기를 끌더니 MBC 예능 프로그램 '명랑히어로', KBS '사이다'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10년 전 세상을 웃겼던 억양 그대로다. 지난달 30일 홍대 앞에서 그를 만났다.―'라디오스타'는 '정글' 같은 분위기더군요. 괴성이 오가고 독침 같은 개그가 난무하던데."시작할 때 사람들이 말렸어요. 제 스타일과 안 맞는다고요. 막상 시작하고 나서 저도 놀랐습니다.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개그가 파괴적이었으니까요. 방송이라는 게 주고받는 흐름이 있는데 그런 게 없어요. 파도로 비유하면(그는 손을 들어 넘실대는 파도를 표현했다) 이렇게 너울거리면서 '탕' '탕' 뱃머리를 때리는 게 아니라 휙~ 하고 저리로 갔다가 휙~ 하고 이리로 떨어져요. 말하자면 토네이도 같은 개그죠."―처음에 대본을 집어던지거나 김구라 씨 멱살을 잡기도 했는데 그게 적응 과정이었나요."그때는 정말 이게 뭔가 싶어서 그랬어요. 축구로 비유하자면, 목표는 상대방 골대에 골을 넣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건 골 넣을 생각은커녕 자기편 골대에 슛을 해요. 공이 어디로 튈지 몰라요. 초대손님 불러 놓고 진행자끼리 얘기하고 막말하는 걸 보면서 '야, 이게 뭐니, 도대체!' 한 거죠. 그런데 제가 그렇게 얘기하면서 흐름이 끊어지고 오히려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가 버렸죠."―최근 시청자들은 그런 스타일의 개그를 원하나요."네. 초반에는 '안녕하세요? 이말 한마디 하고 나서 '아~' '아~' 하거나 웃다가 프로그램이 끝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묘한 흐름이 보였어요. 무(無) 흐름 속에도 흐름이 있더군요. 제 방식대로 토네이도를 한 번 뿌려보기도 하고 춤도 추게 됐죠. 그게 인터넷 동영상으로 돌더군요. 이렇게도 가보고 저렇게도 가보고 아니다 싶으면 '나만 바본가'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이런 격렬한 개그를 겪으면서 앞으로 다른 어떤 프로그램을 해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김구라씨가 김국진씨 이혼 경력을 소재로 개그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별의 아이콘''이별을 집대성하신 김국진'이라면서요. 기분 나쁘지 않았나요?"기분 나쁘기보다는 깜짝 놀랐죠. 당황스러웠어요. 대본에도 없는 얘기를 막 하잖아요. 그 친구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건너뛰는 게 없어요. 그런데, 오히려 좋은 면도 있어요. 어차피 인터넷으로 돌고 도는 얘기잖아요? 다 아는 거 어설프게 숨기는 것보다 낫죠. 지금은 웬만한 얘기를 들어도 웃으며 넘기죠."―짜고 하는 건 아닙니까?"그런 건 없어요. 그런 걸 어떻게 짜고 해요? 중구난방으로 오가는 얘기를 짜고 하려면 아이큐 400은 넘어야겠죠."김국진은 1991년 1회 KBS 대학 개그제에서 동상을 받았다. 그때 동기가 유재석, 김용만, 남희석, 박수홍, 김수용이다. 김국진은 데뷔 1년도 안 돼 인기를 끌었다. 그는 어릴 때 꿈이 "대통령과 개그맨이었다"고 했다.―웃기려면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 하나요."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어렸을 때부터 학교든 어디든 제가 꼭 마이크를 잡게 됐어요. 그러면 꼭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져요. 원래 소심한 성격이라 주저했는데 주변에서 '너한테 딱'이라는 거예요. 그러다 개그맨 시험 한번 보고 붙은 거죠."―KBS에서 인기를 끌다 MBC로 간 게 문제가 돼 갑자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게 사실인가요. "원래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당시 저하고 김용만, 박수홍, 김수용이 입사 동기로 '감자꼴 4인방'이라 불렸죠. 그때 김용만이 허리가 아팠고 박수홍은 입대해야 할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미국행을 생각했어요. '이때 가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겠다' 싶었던 거죠. 미국식 토크쇼도 접해보고 싶고요. 박수홍씨가 제대하고 돌아오고, 우리는 유학 갔다 돌아왔을 때 다시 뭉치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선배들은 '잘나가는 애들이 왜 갑자기 그만두냐'고 오해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초대 받은 거예요. 고별 인터뷰하러 가는 거였는데 '이적(移籍)'으로 오해를 받은 거죠."―연예인협회에서 징계를 받았었죠."신문 보고 알았어요. 선배들은 화가 난 상태에서 사과를 요구했어요. 그런데 사과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게 되는데 우리는 안 그랬으니까요. 벌써 10년도 훨씬 전의 일입니다. 말이 요새는 인터넷으로 돌고 돌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요. 돌이켜보면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일이죠."―미국에서 뭘 했나요."박사 학위를 따러 간 게 아니잖아요. 그냥 사는 게 공부였어요. 자니 윤 선생님께 얘기도 듣고 돈 벌어야 하니까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 그때 LA에 지진까지 나 정말 많은 걸 경험했어요. 코미디라는 게 평범한 일상에 웃음 요소를 집어넣는 거잖아요. 그만큼 경험이 중요하죠."김국진은 1년 만에 귀국해 KBS로 돌아왔다. 복귀 후 맡은 프로그램은 '오키도키쇼'였지만 그는 "처절하게 실패했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 7시 황금 시간대 프로그램에서 쫓겨나자 어느 프로그램, 어느 방송국에서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게 됐다. 그 후 MBC로 옮겨서 '도전추리특급'을 하며 김국진은 살아났다. '테마게임''일요일 일요일 밤에''칭찬합시다' 등 그가 나온 프로그램마다 '대박'을 쳤다. 1997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코미디언 연기상, 1998년 MBC코미디언 대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1999년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20세기를 빛낸 한국 코미디언 1위로 그를 올려놓기도 했다. ―당시 인기가 어느 정도였나요."그때는 잘 몰랐죠. 제가 방송에서 한마디 하면 다음 날 아이들이 제가 한 말을 따라 했어요. 당시 MBC 사장께서 가끔 제게 들러 '국진아, 뭐 하니?'라고 할 정도였어요. 우리나라 방송계를 움직이는 파워 10인에 들어간 걸 보고 그냥 신기했었죠. 그때는 '내가 열심히 하니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지는 않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어요."―5년 동안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스케줄이 꽉 찼었다면서요. 1주일에 한 편씩 광고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고."어느 날 일정이 취소돼서 하루가 빈 적이 있었어요. 쉬는 날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매니저하고 둘이서 우왕좌왕할 정도였어요."당시 그의 인기를 반영하는 사례가 바로 그의 이름을 딴 '국찐이 빵'이다. 지금까지 제과 역사상 연예인 이름을 딴 빵은 이후 '핑클 빵'밖에 없었다. ―'국찐이 빵'으로 돈 많이 버셨습니까?"당시 IMF로 그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많이 못 받았지만 회사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하더군요."―당시 식품 광고와 내의 광고를 공짜로 해줬다고 들었습니다. "공짜는 아니었고 생각할 수 없는 적은 가격을 받았었죠. 기업이 힘든데 돈을 많이 받을 수 없잖아요?"―어쨌건 돈은 엄청 많이 벌었겠네요."많이 벌었습니다."―더 벌 수도 있었을 텐데요."마음먹었으면 10배는 더 벌 수 있었죠. 그때 소속사라는 게 없었으니까 계약을 모두 제가 결정했어요. 프로그램이든 광고든 돈보다는 저한테 맞는 일인지를 먼저 고민했어요."―그런데 왜 갑자기 어느 날부터 TV에 안 나왔습니까? 골프 때문이었나요.김국진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골프 때문은 아닙니다. 굉장히 지친 상태였어요. 5년간 방송을 그렇게 하면 사람이 골병이 들어요. 방송을 관두고 나서 운동을 시작했죠. 저는 도전을 좋아해요. 골프 안 했으면 에베레스트 에 올랐을지도 몰라요."―골프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접은 이유는요."2년 정도 되니 한계가 보이더군요. 그다음에는 그렇게 골프에 열중하지 않았어요. 제 덩치에 운동 선수처럼 지옥 훈련을 통해 끝장을 보겠다는 것도 아니었죠. 그런데 제가 골프 친다는 걸 아니까 꼭 누군가 '며칠 있다가 골프 시험이 있어' 귀띔하죠. 저는 '그래?' 하면서 어차피 취미로 치는 거니까 나갔던 거예요. 그런데 악재가 겹치니 '다 골프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왔어요. 그런 소리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어요. 지금은 최대한 골프 안 치려 합니다."―주변에서 말려도 끝까지 해보는 성격이라면서요."그게 장점으로 작용할 때는 좋지요. 그런데 골프 치면서 그런 성격이 안 좋을 때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게 많잖아요? 모든 걸 끝까지 다 파볼 필요는 없는 거라는 걸 골프를 통해 배웠어요. 사실 지금도 고집이 센 편이지만요."김국진은 2002년 시트콤 '연인들'에서 만난 이윤성과 결혼했다. 결혼 생활은 1년5개월 만에 합의 이혼으로 끝났다. 그 이야기를 예상했다는 듯 김국진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안 좋은 시절을 겪으며 많은 걸 배웠어요. '내가 너무 동굴 속에서 살았구나'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많은 일이 펼쳐지는구나'라는 걸 느꼈어요."―한동안 코미디를 하지 않고 MBC '반달곰 내사랑'(2001), KBS '달래네 집'(2004), MBC '진짜 진짜 좋아해'(2006)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죠.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요."저는 연기를 잘 못해요. 저도 잘 알아요. 그런데 제 얼굴을 카메라에 대면 가만히 있어도 슬픈 느낌이 나요. 똑같은 표정인데도 묘하게 익살스러운 표정도 나온대요. 그것도 자연스럽게요. 당시 저를 제외하면 모두 전문 연기자였어요. 새 분야인 드라마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요."―결과가 좋지 않아 오래 쉬고 하는 일마다 안 됐는데, 복귀할 때 두렵지 않았나요. "저는 '무모한 자신감'은 있어요. 그게 성공하면 자신감의 결과가 되고, 실패하면 무모함만 남는 거겠죠. 저는 출발선에 서서 똑같이 출발했을 때 최종 골인 지점에 다가갈수록 더 잘 달릴 자신감은 있어요. 세상은, 신은 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이 제가 5년 동안 잠도 못 자면서 그렇게 일을 하고 나서 또 5년간 푹 쉬었어요. 데뷔했을 때도 1년 반 동안 정신없이 일하다가 미국 가면서 2년을 쉬었고요. 성공과 실패의 꼭짓점을 찍어봤지만 연예계 생활 17년을 돌이켜보면 평균적으로 적당히 일한 셈이죠."―복귀한 이유가 돈 때문인가요."돈 때문이라면 더 빨리 복귀했어야죠. 인기를 조급해했다면 5년을 못 쉽니다. 저는 방송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길 바랐어요. 제가 즐겁게 일해야 시청자들도 즐거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잘 쑥스러워하고 소심해요. 기다렸습니다. 평온했던 느낌이 돌아오도록. 그리고 지난해부터 엉켰던 실타래 같은 게 하나씩 풀려가는 걸 느꼈죠. 그래서 복귀한 겁니다."―예전 같은 인기를 얻을까요?"제 목표는 인기가 아닙니다. 열심히 하면 인기가 따라올 때도 있고 안 따라올 때도 있죠. 그걸 의식하면 안 돼요. 욕심이라면 방송을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저는 신인의 마음으로 출발선에 새롭게 서서 달리려 합니다."김국진은 현재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저를 낳아주셨지만 저와 인생을 함께하고 있는 친구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최근에 외롭지 않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잘나갈 때 결혼식 사회를 정말 많이 봤어요. 그 커플들이 잘살고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좋죠. 제가 방송에 나와서 '다시 사랑하고 싶다'고 했더니 '나이가 있으니 다시 시작해야 해'라는 소리를 자주 들어요. 하루하루 살다 보면 또 다른 인연을 만나겠죠. 언젠가는 만나지 않겠습니까?" 사족(蛇足)―사진기자와 그는 구면(舊面)이었다. 사진기자가 말했다. "데뷔했을 때쯤 제가 사진을 찍어드렸는데 그때랑 하나도 안 변하셨습니다. 저만 늙은 것 같아요." 김국진은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눈 주위에 잔주름이 피어올랐다. "아이고 별말씀을요. 어제 촬영하느라 밤을 새워서요, 사진이 난민처럼 나올까 걱정입니다."
암울한 경기선행지수..한켠에선 '신뢰도'에 물음표
  • 암울한 경기선행지수..한켠에선 '신뢰도'에 물음표
  •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광공업생산 넉달째 두자릿수 증가, 수출 8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 우리 경제의 대내외 성적표다. 안팎에서 만들어지는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측케 하는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다섯달 전부터 내리&nbsp;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전년동월비 기준). 경기선행지수만 놓고 보면 우리 경제는 갈수록 더 나빠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nbsp;주요 연구기관들은 이를&nbsp;근거로&nbsp;올해 우리&nbsp;경제성장률 전망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nbsp;그러나&nbsp;한편에서는&nbsp;선행지수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산출방식과 해석방법상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1.&nbsp;후행하는&nbsp;선행지수..2000년 이후 선행성 상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선행지수가 `선행성`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경기흐름에 한 발 앞서 움직이며 향후 경기를 미리 려볼 수 있게 해야 할 선행지수가 실제 경기흐름보다 뒤늦게 움직이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nbsp; 경기 동행지수와 딱 붙어 움직이거나 뒷북을 치는 선행지수의 모습은 특히 지난 2000년 이후부터 자주 목격된다.&nbsp;&nbsp;&nbsp;▲ 통계청, 이데일리&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통계청 관계자는 "진폭이 작아지면서 경기 사이클이 예전처럼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선행지수로 향후 경기 흐름을 잡아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nbsp;2.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선행지수에 해외수요 관련항목&nbsp;全無 구성항목상 해외수요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nbsp;우리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동력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외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선행지수로는 경제 앞날을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항목은 총 10가지. 기계수주액과 자본재수입액, 건설수주액 등 앞으로의 향후 국내 투자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될 물량적 요인과 소비자기대지수, 종합주가지수, 장단기금리차 등 향후 경기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전망을 토대로 하는 항목 등이 포함된다. 반면,&nbsp;수출경기를 예측할&nbsp;항목은 하나도 없다.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의 건설 수주나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선박 수주, 우리나라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쓸어담아가고 있는 이머징 마켓에서의 수요가 완전히 배제돼 있는 것이다. 올 1분기 우리 경제가 달성한 성장률 5.8%(전년동기비)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7%포인트가 수출을 통해 이뤄졌다. &nbsp;특히 최근처럼&nbsp;성장모멘텀의 대부분을 수출이 전담하는 경우에는 선행지수의 설명력은 더 떨어진다. 1분기중&nbsp;전기비 성장률 0.8% 중에 수출 기여분은 0.7%포인트에 달한다. 2003년초까지만 해도 수출 신용장(L/C) 내도액을 통해 미래 수출 물량을 사전에 추정하는 항목이 포함돼 있었으나, 신용장 없이 이뤄지는 수출 비중이 높아진 현실을 감안해 2003년 2월 6차 개편 이후 제외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해외에서 얻은 수익이 국내로 송금된다거나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국내에서 자재를 조달하는 활동 등을 통해 국내 산업이 받는 연관 효과가 작지 않다"며 "이 부분에서의 파급력이 확대된다면 국내 경기가 현재의 완만한 국면에서 더 빠르게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nbsp;3. 전년동월비 방식 `기저효과의 함정`통계 분석상의 문제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통계청은 전년동월비 등락률을 비교해 선행지수를 분석하고 있다. &nbsp;전달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5%였고, 이달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4.3%라면 "선행지수가 전달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고 보는 식이다. 이같은 방식은&nbsp;기저효과(base effect)로 인한 통계착시에 취약하다.&nbsp;&nbsp;&nbsp;예컨대 어떤 이유에서든 작년 3월 선행지수가 큰 폭으로 튀어 올랐고 이에 대한 조정으로&nbsp;4월에 크게 둔화됐다고 치자. 이 경우 올 3월 선행지수의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큰 폭으로 둔화되고,&nbsp;4월에는 급반등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4월중 선행지수는 3월에 비해 큰 폭 상승했다"는 분석이 내려지게 된다. &nbsp;특별한 요인 없이도 경기가&nbsp;대폭 개선됐다고 해석할 만한 위험이 있다는 뜻.&nbsp;◇ 다른 방향 가리키는 전년비-전월비.."우리 경제 어디로 가나"지난달 30일 발표된 4월 경기선행지수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2.6%로 전달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11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경기선행지수 추이>&nbsp;▲ 통계청, 이데일리반면 전월비로 봐서 4월 경기선행지수는&nbsp;보합이었다.&nbsp;0.4% 하락했던 3월에 비해&nbsp;개선된 것. &nbsp;지난 1월부터 석달 연속 전월비로 '마이너스' 보여왔던 선행지수의 추세가 반전 조짐을 보였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nbsp;갈수록 저점을 낮춰가고 있는 전년동월비 기준 지수와는 180도 반대 방향을 가리킨 것이다.&nbsp;&nbsp;통계청 관계자는 "전월비는 현재의 속도를 나타내고, 전년동월비는 큰 시각에서 흐름을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며 "전월비로 보면 올초 금융쇼크에서 벗어나 한층 나아진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월비, 전년동월비 동시 분석 필요..'추세적 변동요인' 제거 관건전문가들은 전월비 증가율에서 추세적 요인을 제거한 `순환변동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2004년을 100으로 놓고, 매달 나오는 수치들을 기준치 100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선행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3월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치 100보다 0.1% 올랐고, 4월에도 기준치 대비 0.1% 올랐다면 현재 경기는 전달과 변동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식이다.&nbsp;&nbsp;한국은행 관계자는 "미 컨퍼런스보드 선행지수는 계절변동 조정을 거쳐 전월대비 지수 변동치를 보고 있다"며 "전월비로 지수를 파악하려면 통계적 중립성이 지켜진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nbsp;전민규&nbsp;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최근의 경기흐름을 살펴보려면 전월비 상승률로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전월비를 비교하려면 사이클상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끔 추세적 요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 부분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항목별로 계절조정을 하고 총 지수를 산출하기 때문에 전월비 수치는 이미 계절조정된 상태"라며 "다만 불규칙 요인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전월비보다는 전년동월비를 통해 경기추세를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06.04 I 최한나 기자
3作 3色 캐릭터 열전, 정상 등극 핵심 승부수
  • [월화드라마 新 기상도③]3作 3色 캐릭터 열전, 정상 등극 핵심 승부수
  • ▲ KBS 2TV '최강칠우'&nbsp;[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지상파 방송 3사의 새 월화드라마 시청률 경쟁은 캐릭터 열전(熱戰)이라 할 만하다. 그만큼 독특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월, 화요일 메인 드라마 시간대를 수놓는다. 또 그 캐릭터들은 각 드라마의 간판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며 시청률 경쟁의 선봉에 설 예정이다. KBS 2TV ‘최강칠우’의 주인공 최칠우(문정혁 분)는 낮에는 소심한 의금부의 나장이지만 밤에는 자객이 되는 캐릭터다. 특히 자객이 되기 전에는 ‘너무 일을 잘하면 튀고 너무 못하면 태클이 걸린다. 너무 튀면 주목받아 오래 못가고, 너무 태클이 자주 걸려도 오래 못간다’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드라마 주인공으로는 왠지 믿음직스럽지 않은 모토를 갖고 산다. 칠우와 함께 자객으로 나서는 민승국(전노민 분)과 자자(이언 분), 칠우의 양아버지이자 의금부 상사인 최남득(임하룡 분) 역시 독특한 캐릭터다. 민승국은 조선시대 최고위층 양반의 아들로 동료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고 조선이 삼강오륜의 기반 위에 서게 하고자 자객이 된 인물로 무술은 뛰어나지만 융통성이 없다. 자자는 추진력은 있지만 아무 계획이 없고 앞뒤 재는 것 없이 단순무식한 캐릭터. 최남득은 조선시대판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다 자객단에 합류, 사건을 받아오고 돈을 분배하는 일을 한다. 칠우를 짝사랑하는 연두(김별 분)는 비녀 대용으로 새총을 꼽고 다니는 독특하면서도 밝고 씩씩한 아가씨다.&nbsp;&nbsp; ▲ SBS '식객'SBS ‘식객’의 성찬(김래원 분)은 국내 최대 궁중요리점 운암정 요리사 출신이지만 운암정 후계자 경쟁에서 좌절을 맛본 뒤 트럭을 몰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식객 여행을 한다. 그러나 요리사가 되기 전 성찬은 싸움질에 말썽만 피우는, 노는 것 외에는 하고 싶은 게 없던 인물이다. 여자 주인공 진수(남상미 분) 역시 오랫동안 모은 돈으로 운암정의 A코스 요리를 혼자 앉아 먹고 그 요리사를 만난 것에 감격스러워하는, 역시 평범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다. &nbsp; ▲ MBC '밤이면 밤마다'MBC ‘밤이면 밤마다’에서 김선아가 연기할 허초희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듣기 싫은 말은 툭 잘라버릴 정도로 성격도 별로, 매력적인 외모지만 애교는 전무한 인물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사범 단속반원이라는 직업도 독특하다. 이동건이 맡은 김범상은 고미술품 감정 및 복원 전문가로 실력이 뛰어난 데다 잘 생긴 외모에 예의바른 듯 보이지만 실제는 처녀만 좋아하고 애국심, 존경심, 이해심, 동정심, 경로심은 눈꼽만큼도 없는 이중인격자다. 고위 공직자로 출세할 신랑감을 만날 생각으로 문화재청에 들어온 왕주현(김정화 분)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다. 주현은 경쟁상대로 생각하지만 원초적 섹시함을 당할 수 없는 초희에 맞서 청순가련형으로 자신을 위장한다. ▶ 관련기사 ◀☞[월화드라마 新 기상도②]에릭 김래원 김선아...'컴백' 스타 자존심 대결☞[월화드라마 新 기상도①]'이산' 종영 후 대대적 지각변동...'새판의 승자는?'☞[월화드라마 新 기상도④]장르와 배우는 달라도 '공통점'은 있다☞김정화 '밤이면 밤마다'서 내숭녀 변신...김선아와 매력 대결☞김래원-김선아-에릭, '이산' 종영 후 월화드라마 패권 3色 대결
2008.06.03 I 김은구 기자
(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변화의 중심, 뉴 제너레이션
  • (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변화의 중심, 뉴 제너레이션
  •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촛불문화제를 이끌어낸 원동력으로 10대 청소년들의 역할이 집중조명 받으면서 한국 사회는 이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환영하고 있다. 촛불소녀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알파걸들을 비롯한 10대들은 '2.0세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 2.0세대는 논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사에도 밝다. 따라서 이번 촛불 문화제를 주도한 이유를 단지 광우병 걸린 소고기를 먹기 싫어서, 좋아하는 스타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고만 해석할 수는 없다. 영어 몰입 교육, 0교시 수업 등으로 쌓였던 불만이 광우병이라는 이슈를 만나 표출된 것. 눈치만 보며 늑장 부리는 어른들을 기다리다 못해 잠재적 유권자로서 직접 정치적인 목소리를 냈다. 2.0세대들의 촛불문화제는 다른 세대들의 각성을 촉구했고, 점차 폭넓은 참여를 만들어내고 있다.기성세대는 젊은 층이 튀는 행동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이름을 붙여가며 호들갑을 떨어왔는데, 금방 기억에서 사라진 용어들도 많지만 그 가운데엔 당시의 시대문화를 대표하는 코드로 자리 잡은 것들도 있다. ▲ 너바나이젠 40대가 되었지만, 탄생 당시엔 30대의 나이였고, 80년대 학번에 60년대 생이었던 '386세대'는 학생운동을 통해 민주화를 이룬 의미를 가지며, 90년대에 20대를 보낸 'X세대'는 미국의 경우 베이비붐세대의 후손으로서 당시 미국 경제가 불황이었던 이유로 어둡고 반항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국내의 X세대는 어려운 시절을 겪은 부모님으로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받고 자라 소비 지향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다. 이후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80년대 생들을 주축으로 한 'N세대'가 등장했다. 네트워크에서 따온 말. 하지만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N세대가 최근엔 다른 세대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대학생들이 이끌어왔다고 봤을 때,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소고기 반대 시위에서 어린 10대 동생들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 게다가 이 민감한 시기와 겹쳐서 열린 대학 축제 기간 중, 서울대 학생들이 게스트로 출연한 원더걸스를 가까이 보겠다고 아우성치다 넘어진 사건이 알려져 창피까지 당했다.대학생들을 비롯한 20대들이 사회적 문제에 둔감해진 건 물론 이유가 있다. '97년 말 터진 IMF사태로 어린 시절 경제적 어려움이란 것을 경험했고, 사회 진출을 앞둔 나이엔 극심한 취업난과 비정규직 확대로 인해 치열한 경쟁 속에 던져진 것. 이제 달갑지 않은 '88만원 세대'라는 이름도 붙었다.촛불문화제에 참가하는 중심 연령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격세유전 이론도 등장했다. &nbsp;보수 성향을 띠는 88만원 세대는 청년 시절 새마을운동을 겪은 부모님을 두었고, 2.0세대의 경우 사회 참여 의식이 높은 386세대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 하지만 이러한 이론이 결정적인 건 아니다. 20대들에겐 아직 시간이 많다. 현 상황에 체념하기보다 스스로 변화의 중심으로 나선다면 88만원세대라는 오명을 벗고, N세대보다도 멋진 이름으로 불리어질 수 있다.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기획팀장 및 패션 칼럼니스트
2008.06.03 I 김서나 기자
'슈퍼주니어-해피', 5일 첫 앨범 발매...'요리왕'으로 여름 공략
  • '슈퍼주니어-해피', 5일 첫 앨범 발매...'요리왕'으로 여름 공략
  • ▲ '슈퍼주니어-해피'[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슈퍼주니어의 새로운 유닛 ‘슈퍼주니어-해피(Happy)’의 첫 미니앨범 ‘요리왕(COOKING? COOKING!)’이 오는 5일 발매된다. ‘슈퍼주니어-해피’는 ‘슈퍼주니어-K.R.Y’, ‘슈퍼주니어-T’, ‘슈퍼주니어-M’에 이어 4번째로 선보여지는 유닛으로 이특, 예성, 강인, 신동, 성민, 은혁 6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이번 첫 미니앨범 타이틀 곡 ‘요리왕(COOKING? COOKING!)'은 여자친구가 해주는 요리를 먹으면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은 가사가 돋보있는 경쾌한 댄스곡이다. 미니앨범에는 이외에도 파자마 파티로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소망을 담은 귀여운 가사의 ‘파자마파티(PAJAMA PARTY)’, 신나는 스윙리듬과 이국적인 기타멜로디가 돋보이는 달콤한 러브송 ‘둘이(YOU&I)’ 등 총 5곡이 수록돼 있다. 이번 미니앨범에는 '슈퍼주니어-해피' 멤버들이 베개싸움, 요리 등을 하는 파자마파티 콘셉트, 댄디스타일 등 다양한 모습의 멤버들을 만날 수 있는 총 28페이지 분량의 미니화보집도 함께 구성되어 있어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한편, ‘슈퍼주니어-해피’는 오는 7일 ‘드림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nbsp;&nbsp;▲ '슈퍼주니어-해피'▶ 관련기사 ◀☞슈퍼주니어의 끝없는 '진화'...새 유닛 '슈퍼주니어-해피' 공개☞'亞 투어' 슈퍼주니어, 첫 태국 공연 티켓 매진...한류스타 '우뚝'☞[VOD]소녀시대 슈퍼주니어 "톡톡 튀는 'Spring News' 기대할게요"☞'슈퍼주니어-M' 한경, 스촨성 피해복구 성금 10억 기부☞[포토]슈퍼주니어, '블랙 수트로 멋진 발라드 무대'
2008.06.02 I 양승준 기자
슈퍼주니어의 끝없는 '진화'...새 유닛 '슈퍼주니어-해피' 공개
  • 슈퍼주니어의 끝없는 '진화'...새 유닛 '슈퍼주니어-해피' 공개
  • ▲ '슈퍼주니어-해피(Happy)'[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인기그룹 슈퍼주니어가 새 유닛 ‘슈퍼주니어-해피(Happy)’를 새롭게 결성해 활동에 나선다. ‘슈퍼주니어-해피’는 ‘슈퍼주니어-K.R.Y’, ‘슈퍼주니어-T’, ‘슈퍼주니어-M’에 이어 4번째로 선보여지는 유닛으로 이특, 예성, 강인, 신동, 성민, 은혁 6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슈퍼주니어의 소속사 관계자는 “‘슈퍼주니어-해피’라는 그룹 이름처럼 밝고 경쾌한 음악과 신나는 안무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슈퍼주니어-해피’는 여자친구가 해주는 요리를 먹으면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은 가사가 인상적인 경쾌한 댄스곡 ‘요리왕'으로 음악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슈퍼주니어-해피’는 "슈퍼주니어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4번째 유닛 '슈퍼주니어-해피'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 드린다”며 “경쾌한 음악으로 여러분께 행복을 선사하겠다"고 활동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슈퍼주니어-해피’의 첫 데뷔앨범은 오는 6월 초 발매된다. ▶ 관련기사 ◀☞'亞 투어' 슈퍼주니어, 첫 태국 공연 티켓 매진...한류스타 '우뚝'☞'슈주' 강인-김희철 뮤지컬 데뷔..."연기 신인, 채찍보단 당근을"☞이수만 "콘텐츠 프로듀싱 시대...음악과 연기 융합한 신 모델 창출할 것"☞[VOD]소녀시대 슈퍼주니어 "톡톡 튀는 'Spring News' 기대할게요"☞'슈퍼주니어-M' 한경, 스촨성 피해복구 성금 10억 기부
2008.05.30 I 양승준 기자
이런 앙큼한 것을 봤나! 등칡
  • 이런 앙큼한 것을 봤나! 등칡
  • ▲ 등칡 꽃의 생김새는 독특하다 못해 괴상망측하다. 둥글게 휘어진 꽃송이에 기어들어간 곤충은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꽃 동굴 속에서 버둥대기 마련이다. 이 발칙한 식물이라니! / 사진 =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조선일보 제공] '나무해설도감'을 쓴 윤주복씨와 등칡나무를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에 솟아오른 화악산(華岳山). 한 시간을 걸어올라 등칡과 마주했다. 등칡은 다릅나무 혹은 느릅나무 줄기를 비비 꼬며 휘감고 있었다. 수줍음이라도 타는 걸까. "그럴 리가요. 등칡은 그렇게 얌전한 녀석은 아니에요." 윤주복씨가 고개를 젓는다. 얌전하지 않은 나무라…? 나뭇잎 그늘아래 꽃을 보기 위해 허리를 구부렸다. 꽃은 알파벳 U자처럼 휘어진 모양새다. 뭘 닮은 것도 같았다. 꽃을 향해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던 사진기자가 멈칫하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이거 너무 야한데…." ■ 야릇한 매혹… 등칡을 만나다 등칡 꽃은 사실 사람을 민망하게 하는 구석이 많다. 등칡에 대한 문헌을 뒤져보면 '처녀는 보면 안 되는 꽃'이라는 얘기도 있고, '향기가 독특해 딱정벌레나 파리가 많이 꼬이는 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옆에서 보면 남성의 상징을, 꽃나팔이 있는 정면에서 보면 반대로 여성의 국부를 닮았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음흉한 상상력이라고 흉보기엔 생김새가 꽤 그럴듯 하다. 악기를 닮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박상진 경북대 임산공학과 명예교수는 등칡을 두고 "손가락 굵기의 아기색소폰을 닮았다"고 썼다. 트럼펫을 닮았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 그것 참 독한 꽃이로세! 등칡 꽃은 살펴볼수록 더욱 오묘하다. 고개를 돌려 꽃송이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면 노란색 꽃잎 세 장이 맞붙어 나팔꽃처럼 작은 동굴을 만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동굴은 새끼손가락이 하나 들어갈 정도의 크기, 곤충은 향기의 꾐에 빠져 이 동굴로 제 몸을 집어넣는다. 들어가긴 쉬워도 빠져 나오긴 쉽지 않다. 수꽃가루를 몸에 묻히고 꽃송이의 동굴로 기어들어간 곤충은 아마도 다시 꽃나팔의 입구로 나가기 위해 버둥거릴 것이다. 그러나 둥글게 휘어진 동굴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곤충의 몸에 붙은 수꽃가루는 덕분에 아낌없이 등칡의 암술로 떨어져 내릴 테고, 등칡은 곤충이 버둥거릴수록 수정을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 위부터 무당개구리, 도깨비 부채, 다릅나무.윤주복씨는 "등칡 꽃송이 속에 더욱 놀라운 비밀이 있다"고 말했다. 꽃송이를 세로로 잘라 봤다. 등칡의 단면은 겉모습보다 화려했다. 암술이 붙어 있는 꼭지부분과 꽃잎이 감싸고 있는 동굴의 입구는 자줏빛이 감도는 갈색, 꽃송이가 휘어진 가운데 부분만 흰 빛깔이다. 단면을 아래에서 바라보면 더욱 재미있다. 암술이 붙어있는 꼭지 부분은 좀 더 밝고 환한 빛인데 비해 꽃잎으로 열려 있는 동굴의 입구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인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곤충의 눈에서 보면 아무래도 더 밝은 곳으로 나가려고 하겠죠? 그런데 그렇게 기어올라간 곳이 동굴의 입구가 아니라 정 반대인 암술꼭지인 거죠." 탈출할 수 없는 꽃의 동굴…, 한번 들어온 곤충은 아무리 밝은 빛을 향해 기어올라도 그 곳이 바깥세상이 아닌 꽃의 중심일 뿐임을 깨닫고 절망했을까. 알면 알수록 야릇한 나무, 등칡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아직도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 우리가 '나무기행'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등칡을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등칡, 살짝 들춰보니 ■ 요것, 이름 값 좀 합니다 '등칡'이라는 이름에 등나무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칡을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등칡은 등나무도 아니고 칡도 아니지만, 두 식물 모두를 조금씩 닮았다. 등칡은 낙엽이 지는 덩굴나무다. 덩굴지는 줄기는 등나무처럼 친친 감기면서 10m까지 뻗어나가고, 잎은 칡처럼 생겼지만 좀 더 작다. 그래서 등칡이라고 이름 붙었다는 설도 있다. 등나무는 자기 힘으로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어딘가에 의지해 자라는 식물이다. 이런 성질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등나무가 '부부의 애정'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한국의 나무 문화'의 저자 송홍선씨는 '예부터 사이가 나쁜 부부에겐 등나무를 삶은 물을 마시게 하는 풍습도 전해 내려온다'고 썼다. 한편 칡은 덩굴줄기가 워낙에 질긴 덕에 강원도 영월지방에서 줄다리기 끈으로 쓰기도 했다. 등칡도 이 두 식물의 성질을 조금씩 닮았다. 둥글게 말린 나뭇잎은 온전한 하트 모양, 그야말로 등나무처럼 '애정의 상징'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줄기는 또 어떤가. 칡보다 질긴 것은 기본, 그런데 줄기의 감촉은 보드랍고 폭신폭신하기까지 하다. 줄기의 껍질이 두꺼운 코르크 질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요게 겉과 속이 다른 대표적인 줄기에요. 만지면 말랑말랑하지만 속을 까보면 놀랍죠." 윤주복씨가 등칡의 죽은 줄기 하나를 채집해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 어딜 보나 '팜므 파탈' "이야…" 탄성이 나왔다. 껍질을 벗은 등칡 줄기는 앙큼하기 짝이 없다. 말랑말랑한 피부 아래 납작하고 단단한 노끈을 겹겹이 포개놓은 것 같은 조직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구, 이거 보통이 아닌데…." 혀를 내두를 만큼 질기디 질기다. 그러고 보니 등칡은 참 어딜 보나 '팜므 파탈'을 닮았다. 야릇한 꽃송이의 생김새는 그렇다 치고, 곤충이 지칠 때까지 밖으로 쉽게 내보내주지 않을 만큼 독한 데다, 끈질긴 속살의 줄기까지 감추고 있지 않나. 이뇨 작용을 돕고 통증을 막아주는 한약재로 쓰이는 동시에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성분도 살짝 몸에 품고 있어 사용이 제한된다고 하니, 과연 등칡은 쉽게 볼 나무가 아니다. ▲ ①등칡 꽃을 자른 단면. 가운데만 희고 꼬투리와 꽃나팔 입구는 자줏빛을 띤 자갈색이다. ②아래에서 바라본 단면. 환한 동심원처럼 생긴 부분이 암술이 있는 꽃의 중심부다. 꽃 동굴에 들어온 곤충이라면 밝은 곳을 입구라고 착각하고 탈출을 시도하다가 끝내 나가지 못하고 낙담하지 않을까. ③단단한 노끈을 겹쳐놓은 것 같은 등칡의 속줄기■ 혼자 잘났다고? 층층나무 화악산 숲으로 올라가는 길, 눈 돌릴 때마다 더 높이 더 길게 가지를 뻗은 나무가 눈에 띄었다. 가지마다 자잘하게 매달린 흰 꽃 무더기가 어찌나 풍성한지 마치 양탄자 조각을 덧대놓은 것만 같다. 한 눈에도 튀는 이 나무는 다름 아닌 층층나무.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것만 같다. 윤주복씨는 "숲 속에 빈터가 생기면 먼저 들어와 쑥쑥 자라고 가지를 펼쳐 햇빛을 독차지하는 나무"라고 했다. 이런 나무를 숲의 선구자라는 뜻으로 '선구수종'이라고 부르거나, 숲의 무법자라는 뜻으로 '폭목(暴木)'이라고 부른다고. 역시 저 혼자 잘난 녀석은 결국 폭군이 되는 법인가. ■ 티 나게 생겼다, 난티나무 화악산에선 느릅나무의 사촌 격인 '난티나무'도 쉽게 볼 수 있다. 잎사귀만 봐도 난티나무는 이름처럼 티가 난다. 잎 끝부분이 뾰족하게 튀어나오면서 3~5갈래로 갈라지는 것이 꼭 물갈퀴처럼 생겼다. 나뭇가지에 개구리 발바닥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 같다. ■ 보송보송 솜털 가득한 다릅나무 하얗게 센 할머니의 머리칼 같은데, 이게 나무의 새순이다. 다릅나무의 새움은 잿빛인 동시에 보랏빛이고 은빛으로 빛나는가 싶은데 초록빛이다. 이렇게 오묘한 빛깔을 내는 건 다름아닌 보송보송한 흰털이 잎사귀 표면에 가득 붙어 있기 때문. 사람처럼 나이를 먹으면 이 솜털도 점점 사라져, 나중엔 진한 초록색으로 변한다고.&nbsp;▲ ④수꽃이 샹들리에처럼 주렁주렁 늘어진 가래나무. ⑤물갈퀴처럼 생긴 잎사귀가 특이한 난티나무. ⑥봄밤을 환히 밝히는 야광나무. ⑦소담한 꽃송이가 탐스럽다, 함박꽃나무. ⑧긴 병을 닮은 붉은병꽃나무. ⑨무당개구리, 등은 점박이 초록색이지만 배는 새빨갛다. ⑩거품 속에 몸을 감추는 거품벌레.&nbsp;■ 봄밤을 밝힌다, 야광나무 "푸른 하늘 아래에선 귀룽나무를 봐야 하고, 봄밤엔 야광나무를 봐야 하죠." 윤주복씨의 말이 시처럼 들렸다. 야광나무는 눈부신 흰 꽃이 밤에도 환하게 빛나, 이 나무 아래 서면 어두운 줄 모른다.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이들은 '봄밤에 야광나무 아래 둘러앉아 술 한 잔 나눠 마시는 것이야말로 낭만의 극치'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다. ■ 한눈에 반하는 함박꽃나무 주먹만한 크기의 꽃이 소담하게 피었다. 눈부신 꽃송이가 함박꽃(작약)을 닮았다고 해서, 함박꽃 나무. 죽은 김일성 주석이 이 꽃 나무를 보고 한눈에 반해 북한의 나라꽃으로 정하기도 했다.(북한에선 '목란'이라 부른다) 활짝 벌어진 수술은 수평으로 붉게 벌어졌고, 눈부신 꽃잎은 한데 모여 풍성하다. 미처 벌어지지 않은 꽃봉오리가 마치 케이크 위에 짜놓은 생크림 같았다. 산에 피는 목련이라, 산목련나무라고도 한다. 간혹 일본 목련나무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 자생꽃이다. ■ 날 때부터 타오른다, 붉은병꽃나무 화악산 어귀 여기저기 피어있는 붉은 꽃들은 대부분 병꽃나무였다. 병꽃나무는 날 때부터 붉은 녀석이 있고, 희게 피었다가 점점 붉게 타오르는 녀석이 있다. 날 때부터 붉은 꽃을 '붉은병꽃나무'라고 부른다. 꽃도 세워놓은 병을 닮았지만, 열매도 사이다병처럼 생겼다. ■ 새빨간 배 예쁘기만 한 무당개구리 숲으로 난 오솔길 중턱, 웅덩이에 개구리가 잔뜩 모여 있었다. "앗, 청개구리인가요?" "아뇨, 이건 무당개구리인데요." 검은 점무늬를 뒤집어쓴 개구리 하나를 살짝 들어 뒤집었다. 세상에 배가 새빨갛다! 스파이더맨이 뒤집어쓰는 변신 의상을 연상시켰다. 배가 이렇게 새빨간 것은 적이 나타나면 몸을 뒤집어 위협하기 위해서라는데. 웬걸, 예쁘기만 하잖아. ■ 살아남기 위해 숨는다, 거품벌레 나무마다 거품이 잔뜩 붙어 있었다. 무식한 탓에 첨엔 누가 숲에서 비누방울이라도 엄청 불고 갔나 보다 했다. 이건 거품벌레의 소행이다. 배 끝에서 나오는 액체를 공기로 부풀려 흰 솜털 같은 거품을 내는 건 천적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살아남기 위해 거품벌레는 부지런히 그렇게 숨고 또 숨는다. ◆ 화악산에 등칡 보러 가려면 서울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내까지 진입, 화악리 방향 대신 가평군 도대리 방향으로 간다. 강원도 화천군으로 진입해, 도마치 고개를 넘어 화천군 사내면에서 삼일계곡으로 올라가면 화악산 중턱으로 들어서는 작은 숲길이 나온다. 길 초입부터 고추나무와 박쥐나무, 가래나무, 병꽃나무, 난티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한 시간 가량 걸어 올라가면 길 끝에 여러 그루의 등칡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이번 주가 지나면 화악산 등칡 꽃은 질 가능성이 높다. 등칡 꽃을 보러 나선다면 서두르는 게 낫겠다.
오므트토마토, 자연 이미지를 강조한 새로운 인테리어 컨셉
  • 오므트토마토, 자연 이미지를 강조한 새로운 인테리어 컨셉
  • [이데일리 EFN 강동완기자] 퓨전 오므라이스 전문 레스토랑 오므토 토마토(대표 신희호, www.omutotomato.com)는 수원애경백화점에 34호 매장을 오픈하고, 선착순 1,000명에게 미니토마토 화분 무료 증정이벤트를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오픈 한 수원애경점은 수원시내 가장 번화가인 애경백화점 6층 쇼핑가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며, CGV, 스타벅스, 베스킨라빈스 등과 인접해 있어 쇼핑과 외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이번 오므토 토마토 수원애경점은 지난 2004년 2월 서울 무역점 오픈이래 새로운 인테리어 컨셉을 도입했다. 우선 오므토 토마토 기존 매장의 톡톡 튀고 밝은 컨셉과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화사한 느낌의 그린 컬러와 고급스러운 원목소재를 사용해 자연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 다양한 식자재 이미지가 담긴 액자를 배치해 신선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더했으며, 간단한 샐러드나 음료를 즐기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낮은 톤의 조명을 사용했다. 오므토 토마토는 이와 함께 오픈 기념행사로 오므토 토마토 수원애경백화점를 찾는 고객 중 선착순 1000명에게 배양토를 활용한 재생용지의 “미니토마토 화분”을 무료 증정한다. 이번 미니토마토 화분 증정 이벤트는 국내 대표 외식브랜드인 아모제의 친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으며, 앞으로도 안전한 먹거리 제공에 앞장서는 다양한 매장 프로그램을 개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008.05.28 I 강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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