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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동 증시50년)⑧60년대초 증시돌풍
  • [edaily] 증시는 60년대로 들어오자마자 미증유의 대파란을 겪게된다.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돌풍이 일어난다. 한줌도 안되는 소수 투자자들만 기웃거리던 길에 어느날 갑자기 꾸역꾸역 사람들이 찾아들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문전성시가 됐다. 그래서 특정종목을 대상으로 대(大) 작전이 전개되면서 시세가 하늘높이 치솟고 미친듯 춤추는 광란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증시가 왜 그처럼 갑자기 과열의 소용돌이속으로 빠져들었는가. 어떤 사람들은 50년대 축적된 기반위에서 60년대 일시적인 활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결코 충분한 이유가 되지못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5·16 쿠데타 및 그 이후 정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쿠데타가 비정상적이자, 증시도 비정상적으로 반영함 셈이다. 증시여건은 군사쿠데타로 인해 빠르게 변화해갔다. 먼저 군사정권은 쿠데타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물리적 통제를 통해 사회를 안정시킴으로써 침묵과 순종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갔다. 또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제개발에 주력하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내자조달의 극대화를 꾀하게되고 그 수단의 하나로 버려져있는 증시를 주목하게된다. 이미 1, 2공화국때 입안, 토의되어왔던 각종 법령과 제도가 군대식으로 빠르게 처리되는데 이중에 증시관련 부문도 다수 포함되어있었다. 증시는 이런 여건에 재빠르게 적응하게될 것은 생리로 봐서 너무 뻔한 것이다. 증시는 이떤 정당성이나 합리성을 따지기 이전에 단순히 안정을 선호하는 속물적 특성이 있다. 4·19 이후 혼란은 불가피하다해도 싫어할 수 밖에 없고, 5·16 이후 물리적 통제는 안정이라는 뜻에서 싫어하지않는다. 증시는 그렇게 안정을 위해서라면 `노예적 평화`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군사정부가 증시육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되니 이는 곧 활황의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증시는 급작스럽게 활기에서 열기로, 또 과열화로 치닫게된다. 무엇보다 또 증시가 그렇게 갑자기 과열된 것은 일부에서 계획적으로 활황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각종 제도에서 투기거래의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듯한 조항들이 있고 또 각종 조치에서도 그런 기미가 물씬 풍겼다고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앙정보부에서 직접적으로 증시활성화를 지원해주고있다는 얘기였다. 당시 주가조작을 주도했던 `통일증권`이라는 증권사는 정보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또 정보부 알선으로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려쓴다는 얘기도 파다했다. 여하튼 이런한 것들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하기 마련. 정부는 60년까지 침체속에서 마를대로 마른 장작더미에 제도개선으로 불을 붙이고 다시 여기에 여러가지 조치, 그리고 각종 지원설로 기름을 붓는 일까지 했다. 이렇게 해서 60년대초 증시 대파란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른바 5월의 증시파동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막대한 자금이 쌓이고 그 속에서 주가는 투기조작거래로 하늘높이 치솟았다. 결국 그런 지나친 과열은 끝없이 계속될 수는 절대로 없는 것이었고 정부 스스로 나서서 이를 수습할 수 밖에 없게됐다. 그래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또 그 파동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아예 증시의 문을 닫게하기에 이른다. 증시는 그후 수많은 사람의 엄청난 재산을 휴지처럼 날리게하면서 도박장의 오명을 쓴 채 문이 잠긴다. 60년대초 증시는 그렇게 국민대중에게 악의 대명사로 반짝하는 엽기적 행각을 벌이게 된 것이나 그것이 어찌 증시 자체의 잘못일 수 있는가. 그것을 악용한 일부 세력의 잘못이며 그것을 제대로 관리못한 정부의 책임이 아니고 뭔가.
2004.07.20 I 김영곤 기자
  • (edaily리포트)개미투자자의 부자되기
  • [edaily 정태선기자] 내수부진과 대외악재로 흔들리는 국내증시는 어느때보다 썰렁합니다. 예상보다 내수부진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속에 하반기엔 회복기운을 차릴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주식시장은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개인이 뛰어들기엔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고 탄식하는 소리가 주변에서도 들려옵니다. 과연 왜 그럴까요. 증권부 정태선 기자 얘기를 들어보시죠. 증권부로 옮긴 뒤로는 무슨 종목을 사야하느냐는 주변 친구들의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삼십줄에 접어든 친구들은 이제 직장에서 안정을 찾았거나 결혼을 해서 재테크에 한창 열을 올리는 시기에 접어들었죠. 언제부턴가 달아오르고 있는 `부자 열풍`도 한몫하고 있구요. 최근 유행하는 카페테리아를 기업형으로 서울 곳곳에 운영하고있는 A선배. 느닷없이 주식투자를 해야겠다며 어떤 종목을 사야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은행저축은 금리가 낮아 매력이 없고 아직 솔로니까 돈이라도 든든하게 불려야겠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주식은 장난이 아니예요`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주식투자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불태우며 관심을 갖더군요. 여기저기서 들은 얘기와 상상력까지 보태서 두 눈은 벌써 `대박`의 꿈에 부풀어서 의기양양해 있었습니다. 장사를 하는 데는 프로지만, 주식시장에 대해선 지식이 전무한 선배인 것을 알기에 말렸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장기투자를 하는 건전한 투자자가 될테니 제발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1000만원 정도 주식투자를 해서 한달에 한번만 매매를 하는거야. 8%정도 수익을 남기면 일년이면 2000만원이 되잖아. 이런식으로 10년만하면 100억원이지. 100억원까지 바라지도 않지만, 어쨌든 매달 수익은 적금으로 돌리던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닭이 달걀을 낳고 달걀을 팔아서 소를 사고...` 이런 식의 장밋빛 꿈에 부풀어 있더군요. 일단 폼을 잡고 "주식이란 생명체와 같아서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거시경제 미시경제의 흐름을 조금 이해해야 하는데. 지금은 유가 미국금리 중국경제성장률 이런 것도 잘 봐야돼. 그리고..." 말을 잇기전에 A선배 "그냥 종목하나 찍어주면 안될까?" 5분 정도의 인내심도 발휘하지 못하더군요. "그럼 초보니까 직접매매를 하지말고, 증권사 영업점 사람들에 도움을 받아서 판단하는 것이 낫겠네. 기사는 써도 종목 찍기는 전문가가 아니거든" 일주일뒤 다시 주식얘기를 꺼내는 선배에게 친구들이 물어보면 늘 하는 대답,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S전자 같은 우량주 사놓고 마냥 기다려. 떨어지면 가지고 있고 올랐을 때 팔면되지." "그렇지. 올랐을 때 팔고 떨어졌을 때 안팔면 되지. 왜 사람들이 그런걸 못할까..." 그 뒤로도 선배의 관심은 계속됐습니다. S전자는 비싸다면서 무슨 업체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 1000원 미만짜리 종목을 대면서 어떠냐고 묻기도하고, 증권사 계좌를 2~3군데 개설하고 영업점에 전화를 걸어 여러가지 종목을 추천받기도 했습니다. 맘에 정해둔 종목이 `4000원까지 떨어지면 사야지`하고 혼자 종목을 정해놓고 가슴 졸이기도 하고, 사야지하는 가격대 바로 직전에 다시 올랐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그 선배의 속앓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아직까지 진짜 거래는 시작하지 않았으니까요. 제법 똑똑하다거나 경제동향에 민감한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주식투자에 관해서는 A선배의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종종 목격합니다. 초저가민감주에 자꾸 눈돌리기, 하루살이 뉴스에 귀쫑긋 세우기, 고수익은 기본이라는 식이죠. "주식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돈버는 길"이라는 얘기들을 흔히 합니다. 맞습니다. 리스크를 감내할 자신이 없거나 공부하지 않는 투자자는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지면 안되죠. 시장은 냉정하니까요. 국내 주식시장은 어설프게 투자를 감행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로 인해 본질보다 더 왜곡돼서 악명을 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정보력이나 자금 측면에서 외국인이나 기관에게 밀리는 구조적인 모순을 가졌다고 불평을 하지만 주식시장은 언제나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금같은 초저금리시대에는 더욱 그렇죠. 금융지식을 쌓고 인내할 줄 아는 장기투자자에게 주식은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죠. 결국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에 비해 우리의 금융상식은 얼마나 되는지, 심리전이 치열한 주식시장에 견뎌낼 만큼 인내심은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주식투자의 출발점이 돼야할 겁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무더운 여름 여유를 가지고 금융지식 넓히는 공부나 해보면 어떨까요.
2004.07.06 I 정태선 기자
  • (연금빅뱅)⑧세계는 지금 "연금 大수술중"
  • [edaily 박동석 양효석기자] 연금의 앞 길은 가시밭길이다. 100년이 넘는 연금 역사를 갖고 있는 선진국들은 멀지 않은 우리나라 연금의 자화상이다. 선진국의 연금은 우리보다 더 한 중병을 앓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대신 부양받아야 할 노인수가 급증하는 고령화현상은 선진국의 연금을 재정만 축내는 골칫거리로 내몰고 있다. 중환자 신세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죽어가는 연금을 살려내기 위한 대수술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금부실을 더 방치할 경우 정권마저 위협당할 것이란 위기감의 발로다. 개혁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수술의 방향은 정도의 차이일 뿐 모두가 똑같다. 어떻게든 지금보다 연금부담(보험료율)을 늘리고 혜택(급부액)은 줄이는 쪽이다. 정부는 과거와 달리 미래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고 호소하고는 있지만 국민들이 당장 금전상 손해가 뻔한 개혁을 달가워할 리 만무다. 그럴꺼면 그동안은 왜 감언이설로 국민들을 속여왔느냐는 반감이 들끓고 있다. 파업의 연속, 시위의 연속이다. 유럽에서도 노(勞)-정(政)갈등은 예사롭지가 않다. 그러나 갈등의 양상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정치인들은 더이상 연금의 마술을 입에 담지 못하고 있다. 연금을 후하게 주겠다는 표밭갈이용 공약을 꺼낼 용기가 없어서다. 연금이 깎일 것을 우려해 거리로 뛰쳐나온 퇴직자들이나 부담이 높아질 것이 두려워 머리띠를 두른 근로자들의 목소리도 한풀 꺾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 프랑스의 선택 시위의 천국 프랑스에서는 2003년 7월 노조불패의 신화가 깨지기도 했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프랑스 근로자들마저 정부의 연금개혁 앞에 무릎을 꿇은 이유는 한 가지다. 저출산과 노동력 감소, 노인인구 증가라는 고령화 태풍 앞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연금수술의 열풍은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해 7월 24일, 4월부터 논란을 끌어오던 연금제도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노동자들의 연금 납입기간을 현재의 37.5년에서 오는 2008년까지 40년으로, 2020년까지 42년으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것이 개혁안의 골자다. 그동안 노동계는 연금개혁 필요성에는 동의하나 개혁안이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파업과 시위로 맞섰으나 국민여론은 장 피에르 라파렝 중도우파 정부의 연금개혁 필요성 주장으로 기울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연금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은 정부의 철저한 준비와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 총리가 집권하던 1998~2000년 사이 연평균 3.6%의 쾌속성장을 기록했으나 세계적 경기침체에다 동거정부 내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2001년 성장률이 2.1%, 2002년엔 1.2%로 추락했다. 2002년 우여곡절 끝에 재선에 성공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으로선 쓰러진 경제 추스르기가 그의 제1과제가 아닐 수 없게 됐다. ◇ 독일 “많이 내고 적게 가져가라” 아젠더 2010을 앞세워 독일병 치유에 나선 독일도 지난 3월 11일 노령연금 수령액 감축을 골자로 하는 연금법개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독일 연금 개혁도 프랑스와 다를 게 없다. 연금 재정을 더 지탱할 수 없으니 “많이 내고 적게 가져가라”는 것이다. 세금공제전 최종 임금대비 연금 수준을 현재의 53%에서 2020년까지 46%로 낮추고, 2030년까지 다시 43%로 하향 조정했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도 현행 65세에서 67세로 늦췄고, 조기에 받을 수 있는 최소 연령 역시 기존 60세에서 63세로 연장됐다. 울라 슈미트 보건사회부 장관은 “앞으로 연금이 노령자들의 기본 생활비를 보장해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말은 노후생활을 스스로 미리 준비하고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다가왔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자료 : 국민연금관리공단) ◇ 연금 수술 도미노 오스트리아의 볼프강 쉬셀 총리가 이끄는 연정은 연금개혁을 추진하다 50여년 만의 총파업과 연정 붕괴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03년 4월 29일 쉬셀 총리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연금 수령시기를 60세에서 67세로 늦추고 ▲보험료 납부기간을 40년에서 45년으로 늘리며 ▲벌과금을 강화해 조기은퇴를 억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맞선 오스트리아 노조의 저항은 거세다. 원래 조합주의 전통이 강한 노조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선 것만 봐도 투쟁의 다짐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만하다. 스위스도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연금재정 축소에 대처하기 위해 퇴직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67세로 늘리고 연금지급액도 줄이는 개혁안을 2005년 중반 의회에 제출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연금개혁에 대해 조급증을 보이는 것은 미국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미국의 고민은 기업들의 연금기금이 경기침체와 주가하락, 고령화, 조기퇴직 증가 등으로 빈사상태로 빠져드는 데 있다. 미 연방연금보증회사인 펜션베니피트개런티는 기업들의 연금기금 적자 누적부족분을 30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백악관은 기업들의 연금부담액을 줄여주는 대신 연금기금의 운영실태를 공개토록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 OECD “그래도 더 고쳐라” 일본은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연금을 못 내는 미납자가 급증해 국민연금이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국민연금 납부 거부자는 지난 1990년대 초반에만 해도 10%를 다소 웃도는 수준이었으나 2002년에는 37.2%에 달해 납부율이 1961년 연금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졌다. 기업도산과 실업으로 납부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것도 큰 원인이다. 일본 정부의 처방은 유럽과 다를 게 없다. 일본 정부는 연금납입료를 인상하고 지급액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령화라는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고려할 때 연금개혁은 갈 길이 멀다고 충고하고 있다. OECD는 지난달 11일 펴낸 ‘2004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유럽 국가들이 경기 침체기에 초래된 재정적자의 악순환을 끊지 못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성장 협약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로권 핵심 국가들의 연금개혁 시도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2004.06.02 I 박동석 기자
  • (연금빅뱅)⑦연금, 그 불안한 미래
  • [edaily 박동석기자] 지난해 유럽의 심장부 파리에서는 아귀다툼이 벌어졌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근로자들은 피켓과 몽둥이, 돌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정부는 여기에 맞서 물대포와 최루탄을 쏴댔다. 이 광경은 유럽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남의 일이 아니다. 서울에서도 전운이 감돈다. 나이가 좀 든 세대와 젊은이들이 제 밥그릇을 놓고 볼썽사납게 제 몫 챙기기에 안달하는 광경도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들이다. ◇ 만신창이 연금 공적연금들이 하나같이 만신창이로 변해가고 있다. 군인연금은 이미 1975년에, 공무원연금은 2001년에 사실상 부도상태에 돌입했다. 국민연금은 본격적인 완전노령연금이 지급되는 2008년이 오기도 전에 경고음이 요란하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2047년경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학연금의 고갈시점은 2018년경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민간연구기관들은 이 기간을 5~10년 정도씩 짧게 보고 있다. IMF는 <한국경제의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현행 시스템이 지속될 경우 국민연금은 지금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근로자가 은퇴할 무렵인 2043년에는 재원이 다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의 2배가량인 17.25%로 올린다면 연금체계가 2080년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한 정부의 예산지원이 매년 늘어나 2003년에는 국내 총생산(GDP)의 3%에 육박할 것이며, 사학연금은 2012년에 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고 2018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장은 국민연금 보험료와 연금지급액을 현 상태로 유지할 경우 2044년경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 실장의 국민연금 고갈 예측시점은 국민연금발전위원회의 2047년보다 3년이나 빠르다. 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저금리 추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OECD는 2000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이 고갈시점을 2039년으로 예측했다. 연금의 끔찍한 미래를 예고하는 보고서는 이것들 말고도 또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2년 11월 공무원연금의 적자가 갈수록 불어나 2030년경이면 20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민들이 메워줘야 할 돈이 GDP의 3분의 1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사회보험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는 더욱 직설적이다. 이 연구소가 2002년 11월 <공적연금의 재정평가와 향후 정책방향>에서 제시한 4대 연금 부족책임준비금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 미적립 연금부채 340조원 국민들이 정상적으로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2002년 말 기준으로 439조원의 책임준비금이 있어야 하는데 적립된 돈은 98조원밖에 없어 부족분만 34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이다. 책임준비금은 원래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들이 고객들과 계약상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적립하는 돈을 말한다. 연금에도 이 개념은 적용될 수 있다. 연금에서의 책임준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 의해 묵시적인 연금부채(Implicit Pension Debt)로 통용되며 엄밀하게 따져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을 의미한다. 미적립 연금부채인 340조원은 2002년 우리나라 GDP 596조원(추정치)의 57.1%에 이르는 금액이다. 더욱이 특단의 연금개혁이 없다면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 뻔하다. 4대 연금의 부족책임준비금은 보험료 수입(17조원)보다 19.7배나 많은 규모다. 그냥 내버려두면 재정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 미래세대가 더 불행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빚은 불어만 가는데 늘어나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과 교육시설, 요양, 의료시설에 대한 투자는 무슨 여력으로 감당해 나간단 말인가”라고 묻고 있다. 게다가 외환위기 때 부실 금융기관을 치료하기 위해 들어간 공적자금 157조원 중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아예 포기한 69조원도 25년 동안 갚아야 한다. 또 통일로 가는 길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한때 유럽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다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들어가는 통일비용 때문에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독일의 현재 모습은 우리에게 반면교사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연금의 미래가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연금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와 급속한 고령화라는 근본적 원인 외에 특수요인인 공적자금 상환과 통일비용 문제까지 떠안고 있다. 현세대와 후세대는 인구통계학적 격변, 지정학적 특수요인에서 발생하는 과제와 외환위기가 남긴 유산까지를 거의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한 가지도 해결하기 벅찬데 세 가지는 가진 게 사람뿐인 우리나라에 너무나 가혹하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지금이야 그렇다 치고 미래세대들에게 쪽박만 물려줄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은 요원하다. 대통령직속 고령화 및 인구사회위원회 변재관 인구정책팀장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 극복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4.06.02 I 박동석 기자
  • (edaily리포트)정보의 역설
  • [edaily 한형훈기자]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가끔 정보의 홍수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최근 한 책에서 정확한 정보도 투자가들에게 그릇된 판단을 유도하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읽었습니다. 악재와 호재가 한 번 씩 나오면 단순 계산으로 본전이지만, 심리적인 영향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에겐 안 좋은 것만 더 기억하고 강조하는 묘한 본성이 있습니다. 국제부 한형훈 기자입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공부중인 친구한테서 재밌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친구는 IMF사태로 대우그룹이 해제되기 전 싸다는 이유로 대우중공업 주식을 300만원 어치 샀고 곧바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친구는 한 참 후에야 대우그룹이 박살 났고 대우중공업은 감자를 거쳐 대우조선과 대우종합기계(042670)로 쪼개진 것을 알았습니다. 당시 친구는 계좌를 열어 본 후 상상을 뛰어 넘는 손실에 경악했습니다. 유학 생활이 고됐던 친구는 결국 푸념과 함께 휴지가 된 주식을 기억속에 묻었습니다. 3년이 지난 작년 가을. 친구는 국내에 들러 계좌를 정리하다 대우조선과 대우종합기계(042670)의 총 평가액이 원금 300만원을 넘어 깜짝 놀랐습니다. 그가 아무 것도 모르고 공부만 하고 있는 동안 대우조선과 대우종합기계가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급등한 것입니다. 친구는 주식이 죽었다 살아났다며 기뻐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영화 같은 극적 반전에 친구는 감탄사를 남발했습니다. 당시 대우 사태를 눈 앞에서 지켜본 투자가가 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겁니다. 파국으로 치닫던 대우 사태를 보고 주식을 안 팔았다면 이상합니다. 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사례입니다. 최근 하이닉스(000660) 주가는 1만원 선을 맴돌고 있습니다.주가가 300원(감자전 기준)을 밑돌며 담배값에 비유되던 모욕을 참아낸지 2년만의 일입니다. 투자가들이 다 버렸던 주식이 이젠 세계 D램시장 2위를 넘보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D램신이 하이닉스에 행운의 미소를 띤다"는 찬사까지 쏟아집니다. 얼마전에는 씨티그룹이 인수가를 높여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부분에 강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AIG 그룹이 채권단을 쥐고 흔들면서 하이닉스를 희롱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대우 계열사는 안 좋은 뉴스가 대부분입니다. 하이닉스 역시 D램가 하락이니 담배값 주가, 반덤핑 등 악재들 뿐입니다. 그동안의 단발성 뉴스를 아무리 조합해도 현재 대우중공업과 하이닉스에 대한 멋있는 그림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막연한 기억속에 두 기업들은 안 좋은 소식이 대부분입니다. 제 친구의 어설픈 행운은 어디서 왔을 까요. 친구는 주식 문외한인데다 시세판을 매일 들여 다 볼 틈도 없습니다. 친구가 만약 한국에서 대우 사태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했다면 주식을 갖고 있었을 까요. 십중팔구 친구는 원금의 10% 정도에서 술값이나 하려고 주식을 팔았을 겁니다. 친구에게는 일본에서의 바빴던 일상들이 오히려 약이 된 것 같습니다. 친구는 대우 사태와 관련, 3년에 단 한 번 공포스런 소식과 M&A·실적개선 등의 호재가 상쇄된 단순화된 결과만 봤습니다. 그 결과는 `대우중공업이 그룹 문제로 휘청했지만 펀더멘털은 살아있다"로 요약됩니다. 하이닉스도 `몇 번의 고비 후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로 단순화됩니다. 실시간 주가에 집착하는 이유는 불안감 혹은 자신감 둘 중에 하나입니다. 투자가들은 `주식이 급락하면 어쩌나` 라는 불안감으로 주가에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혹은 `주가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주가를 주시합니다. 하지만, 추천할 만한 습관이 아닌 것 같습니다. 뉴욕대학 교수이자 투자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렙은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라는 책에서 주가를 자주 들여다 보는 폐해를 수학적인 사례를 들어 꼬집었습니다. 탈렙 교수는 연 15%의 수익이 가능한 투자 상품(10% 오차)은 종형정규분포를 적용할 경우 한 해 동안 한 푼이라도 벌 확률이 93%라고 합니다. 즉, 투자가가 이 상품에 투자하면서 연말에 수익률을 한 번 확인하면 10년 중 9년은 수익이 난 계좌를 접하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투자가가 자주 계좌를 열면 상황이 악화됩니다. 분기에 한 번씩 계좌를 열면 돈 벌 확률은 77%로 줄어 듭니다. 한 달에는 67%, 하루 54%, 한 시간 51.3%, 1초에는 50.02%로 감소합니다. 즉, 연간 15%의 수익은 임의의 한 해에 한 번 관찰하면 돈 벌 확률이 90% 이상 이지만, 초마다 주가를 보면 확률이 50% 수준으로 급감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관찰기간이 길면 수익과 손실의 경우가 상쇄되지만, 단기간에는 상쇄 효과가 사라져 낮은 수익률을 접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수익을 호재에, 손실을 악재에 비교할 경우 비슷한 결과를 얻습니다. 일년에 한 번 계좌를 열면 호재와 악재가 상쇄된 후의 단순화된 결과만 보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마다 뉴스와 주가를 보면 호재와 악재가 상쇄될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물론 운 좋게 짧은 시간에 호재를 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인간의 나약한 심리가 훼방을 놓습니다.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같은 빈도로 나와도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아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인간은 호재에 대한 기쁨보다 악재에 좌절하는 아픔을 더 크게 느낍니다. 학자들도 부정적인 영향은 그 파급력이 긍정적인 것의 2.5배에 달한다고 지적합니다. 탈렙 교수는 "기준 시간이 짧을 경우 수익이 아닌 변수만 관찰되기 때문에 변화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이유로 탈렙 교수는 휴대폰이나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 가격을 확인하는 투자가를 볼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단발성 뉴스들은 판단을 흐리는 `잡음`이 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뉴스 조차도 길게 보면 투자가에게 잡음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대우 사태나 하이닉스에 대한 언론과 분석가의 경고는 대부분 시의적절했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실시간 뉴스에 투자심리가 압박당하면서 `기다림의 미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잡음과 정보를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로 귀에 들리는 뉴스와 정보에 본능적으로 반응합니다. 잡음을 피해가는 원시적인 방법은 자주 접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 번쯤 귀를 막고 시야를 넓게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한 재소자가 복역 후 출소하니까 갖고 있던 주식이 급등해서 벼락 부자가 됐다는 우스개 소리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4.05.17 I 한형훈 기자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Productivity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서 서킷시티에 갔다. 서킷시티는 우리나라의 전자랜드라고 할 수 있다. 잉크 카트리지를 사서 계산대 앞에 섰다. 이날따라 손님이 많아서 줄이 길었다. 짜증이 났다. 여유 있는 직원들을 계산대로 보내면 줄이 훨씬 짧아질텐데,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몇명씩 직원들이 붙어있었다. 다른 손님들도 불평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웬만하면 줄서기에 짜증을 내지 않는다. 그때서야 매장 책임자가 직원 몇명을 비어있는 계산대로 보냈다. 내 차례가 됐다. 내가 산 잉크 카트리지는 두 개, 20달러가 조금 넘는 것이다. 직원이 바코드를 찍는데,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손으로 제품 코드를 입력한다. 코드를 일일이 확인한다. 3초면 끝날 일을 2~3분 걸려한다. 23.87달러를 내란다. 매장에 붙어있는 제품 가격에는 세금이 포함돼 있지 않다. 가격표대로 돈을 준비하면 낭패 보기 일쑤다. 세금을 나중에 합산하기 때문에 늘 잔돈이 생긴다. 1센트 단위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식으로 하면 `89원27전` 이런 가격이 나오는 것이다. 20달러 한장, 5달러 한장을 줬다. 거스름돈은 1달러13센트. 간단한 셈이다. 이 직원은 전자계산기에 25달러라고 입력하고, 기계가 계산한 거스름돈을 확인한 후 금전등록기를 열어서, 1달러 지폐 한장과, 10센트 동전 한개, 1센트 동전 세개를 영수증과 함께 준다. 이 영수증이 가관이다. 잉크 카트리지 2개의 가격이 각각 얼마라고 찍혀있고, 그 밑에 제품 리턴을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깨알같은 설명이 죽 적혀있다. 다소 과장한다면 영수증 길이가 A4 용지와 맞먹는다. 카트리지 두 개를 계산하는데 한 20분은 기다린 모양이다. 서킷시티 직원이 손님 한명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 계산기를 작동하는데 들어간 전력, 엄청나게 긴 영수증을 찍어내는데 들어간 종이 등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것이 세계 최고의 `생산성(Productivity)`을 자랑하는 미국 전자제품 매장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서킷시티의 경험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일상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제조업 부문의 단위시간당 생산량 증가율은 5%가 넘었다. 서킷시티의 느릿느릿 움직이는 직원들로 가득한 미국 기업들이 한해에 5%나 많은 `아웃풋`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생산성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저금리 정책이 가능했다"고 단언했다. 미국의 생산성에는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생산성과 실업 미국 노동부가 집계하는 노동생산성 지표는 10여가지가 넘는다. 대표적인 지표만 나열해보면 이렇다. 단위시간당 제조업 생산, 단위노동비용당 제조업 생산, 실질 시간 임금당 제조업 생산, 단위시간당 기업 생산, 단위노동비용당 기업 생산, 실질 시간 임금당 기업 생산, 단위시간당 비농업부문 생산, 단위노동비용당 비농업부문 생산, 실질 시간 임금당 비농업부문 생산 등등. 세부적으로 생산성 지표의 특성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생산성은 인풋(Input)에 대한 아웃풋(Output)의 변화로 표현된다. 시간, 노동, 임금이 일정할 때 생산량이 얼마나 달라졌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성은 실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21일 상하 양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그린스펀이 한 말을 들어보자. "1990년대 후반의 자본투자를 근거로 효율성을 증대시킬 기회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성 증가는 의심할 여지없이 느려지게 될 것입니다. 만약 수요가 계속해서 견고하다면, 기업들은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노동력을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고용은 더욱 안정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As the opportunities to enhance efficiency from the capital investments of the late 1990s inevitably become scarcer, productivity growth will doubtless slow from its recent phenomenal pace. And, if demand continues to firm, companies will ultimately find that they have no choice but to increase their workforces if they are to address growing backlogs of orders. In such an environment, the pace of hiring should pick up on a more sustained basis, bringing with it larger persistent increases in net employment than those prevailing until recently.) 단위 시간, 단위 노동, 단위 임금당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한다면 기업들은 굳이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 정식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의료비, 연금 등 부수적인 비용까지 감당한다는 뜻이고, 이는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비용을 늘릴 수는 없다. 지금까지 미국 기업들이 높은 생산성에 의존하면서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린스펀은 생산성이 궁극적으로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효율성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기계도 짜꾸 쓰면 닳아 없어지기 마련이다. 인풋을 고정하고 아웃풋을 최대한 짜낸다고 하더라고 한계가 있다. 어느 순간 그 한계가 넘어가면 인풋(고용)을 늘려야만 한다. 그린스펀은 그러면서도 미국 고용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실업자들이 느끼는 근심(the anxiety)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가 30만개 이상 급증했지만, 아직도 매주 8만5000명의 실업자들이 실업보험이 소진돼 절망감을 맛보고 있다. 이는 2000년 9월 수준의 2배에 달한다. 평균 실직 기간도 2000년 9월 12주에서 지난 3월 현재 20주로 늘어났다. 그린스펀은 "이같은 노동 환경이 노동자들의 불안정성을 뚜렷하게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성과 기업실적 위 그림에서 실업률과 생산성은 함수관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 생산성 지표의 변화율이 의외로 심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와 생산성을 그린 것이다. 두 지표의 이동평균선을 들여다보면, 실업률보다는 분명한 상관관계를 볼 수 있다. 신규 일자리가 바닥을 치고 나면 생산성도 피크에 도달했다. 그린스펀이 말한대로 신규 고용을 미루고 버티던 기업들이 구인광고를 내면서, 인풋이 증가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아웃풋이 적어지면서 생산성도 낮아지는 것이다. 다시 그린스펀의 증언을 들어보자. "최근 생산성 증가는 기업들의 급격한 세전이익 증가에 반영돼 있습니다. 기업 이익은 2001년 3분기 7%선에서 지난해 4분기 12%선으로 호전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실질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매우 완만했습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수입에서 차지하는 임금의 비율이 과거 30년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임금 비용을 아낀 결과가 기업 이익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불황을 견디는 힘은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에서 나온다. 일단 고비를 넘기면 기업들은 현재의 인풋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아웃풋을 만들어냄으로써 비용을 아낀다. 미국식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생산성은 이처럼 비인간적인 면모가 강하다. ◇생산성과 사회 안정성 그러나 생산성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면 사회 안정성이 유지될 리 없다. 미국 노동자들이 순순히 감원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뭘까. 실직을 당하면 실업급여를 받지만, 이것도 무한정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생산성을 이유로 감원을 정당화할 때 노동자들에게도 반대급부가 있어야, 계급간 간장이 증폭되지 않는다. 이쯤에서 정부 정책이 개입한다. 부시 행정부가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감세 정책을 추진한 것이나, 그린스펀이 40년래 최저 수준까지 금리를 낮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건 적건, 미국인들은 지난 2년 동안 정부로부터 세금을 돌려받았다. 세금 환급 수표가 우편으로 날라오면, 자동차도 바꾸고, 가구도 들여놓고, 옷도 샀다. 실직으로 수입이 줄어든 가계에 이 수표는 귀중한 생활 보조 수단이었다. 보다 직접적인 사회 안전망은 모기지 리파이낸싱이다. 미국에서는 일단 집이 있으면 모기지라는 파이프를 통해서 저금리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이 `부의 효과`를 창출해 낸 것이다. 기업이 생산성을 무기로 불황을 탈출한다면, 가계는 감세와 저금리 파이프 라인에 의지해서 긴긴 겨울을 나는 셈이다. 이제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기업은 고용을 늘리려하고, 감세와 저금리 파이프도 천천히 잠기게 된다. 그린스펀은 정책 변화의 타이밍이 임박했다고 선언했다. ◇생산성과 인플레 다시 그린스펀의 증언으로 돌아가자. "과거의 예를 따른다면, 어느 순간 기업 이익은 실질 시간당 임금으로 이전될 것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고용 증가를 수반하면서 수입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역사적인 평균 수준으로 증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같은 과정에서는 인플레 압력이 추가되지 않습니다. 비록 노동비용이 이전처럼 떨어지지 않더라도, 이같은 비용이 아직은 명확하게 상승 반전한 것은 아닙니다. 설사 임금이 상승 반전하더라도, 기업의 높은 마진을 생각하면 임금 비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If history is any guide, competitive pressures, at some point, will shift in favor of real hourly compensation at the expense of corporate profits. That shift, coupled with further gains in employment, should cause labor"s share of income to begin to rise toward historical norms. Such a process need not add to inflation pressures. Although labor costs, which compose nearly two-thirds of consolidated costs, no longer seem to be falling at the pace that prevailed in the second half of last year, those costs have yet to post a decisive upturn. And even if they do, the current high level of profit margins suggests that firms may come under competitive pressure to absorb some acceleration of labor costs.) 아래 그림은 물가와 생산성을 함께 그린 것이다. 물가는 전년동월비이고, 생산성은 전분기대비이기 때문에 정밀한 해석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인플레와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대략적으로 살필 수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인플레는 생산성과 역의 관계에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인플레 압력이 낮아졌고, 생산성이 낮아지면 인플레 압력이 높아졌다. 그러나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지는 분명치 않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가계 수입에서 임금 비중이 낮아진다는 것이고, 이는 소비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므로, 가격이 하락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또, 경기 침체의 결과로 물가가 떨어지고, 동시에 감원이 증가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도 있다. 일단 그린스펀은 생산성이 임금비용을 절감함으로써 향후에 나타날 인플레 압력을 낮춰준다는 주장을 폈다. 그린스펀은 "임금 비용 증가가 지속적으로 가속된다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Should such an acceleration of costs persist, however, higher price inflation would inevitably follow.) 생산성이 인플레이션의 버퍼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생산성이 인플레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린스펀이 생산성과 임금에 주목하는 이유는 임금이 비용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기업들은 궁극적으로 그 비용을 가격으로 전환시켜 소비자에게 이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에게 통화긴축을 촉구하는 비판론자들은 이미 인플레가 목전에 와 있다면서 상품가격의 상승을 경고한다. 그린스펀은 그러나 "상품가격은 인플레에 아주 제한적으로 연결돼 있을 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인플레에서 중요한 것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금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생산성의 함정 생산성, 임금비용, 인플레를 연결하는 그린스펀의 논리를 비판하는 또 다른 주장은 `주택경기 과열론`이다. 지난 21일 청문회에서도 공화당의 론 폴 뉴저지주 상원의원은 "주택시장이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며 주택 소유자들의 부채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을 경고했다. 폴 의원은 "저축없이 진정한 부가 형성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택경기 과열론은 저금리 정책의 아킬레스 건이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 것은 앞서 지적한 사회 안전망과도 연결돼 있다. 주기적인 실직은 원래 임금이 낮았던 저소득층에게는 만성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매달 모기지 이자를 갚아야하고, 자녀들이 대학에 다니고, SUV를 굴리던 중산층 가계에서 실직은 훨씬 치명적이다. 중산층이 붕괴할 경우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유럽식 복지제도를 거의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저금리와 모기지 리파이낸싱으로 이들 중산층 가계의 수입을 보조(?)해 주지 않았다면 미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성이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다. 저금리가 필연적으로 주택 버블을 만들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생산성을 강조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서 주기적인 감원은 필연이다. 감원에 따르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 리스크`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유럽 경제가 복지혜택으로 사회적 긴장을 해소하는 대신 기업과 정부가 막대한 비용(재정)을 감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장과의 대화 그린스펀은 청문회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시장이 내가 말한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효율과 생산성을 신봉하는 그린스펀이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그렇게 썩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연방기금금리와 생산성의 상관 관계도 겉으로 보면 그렇게 긴밀한 것 같지는 않다. 연준리, 엄밀하게 말해서 그린스펀의 금리정책은 이전과 달리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90년대 IT 버블을 연착륙시키지 못하고 금리를 1%까지 끌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다. "왜 미리 경기변동을 스무딩하게 만들지 못했느냐"는 비판이다. 그린스펀은 숫자와 통계를 절대적으로 신임하지만, 인플레이션 타겟팅은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정해진 숫자에 연연해서 정책을 수행할 경우 미묘한 경제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린스펀 자신도 IT 버블 붕괴의 조짐을 미리 찾아내고, 대비하는데는 실패했다. 생산성에 집착하는 그린스펀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적들도 많아졌다. 사실 "높은 생산성이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킨다"는 주장은 90년대 `신경제론`과 같은 것이다. 신경제론자들은 당시 Y2k 등 비정상적인 IT 경기확장을 눈치채지 못하고,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성이 인플레없는 무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었다. 연준리가 금리인상에 과감한 태도를 보이지 못함으로써 또 한번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린스펀이 이번 청문회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디플레 종료"를 선언,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청문회 이후 많은 연준리 관계자들이 그린스펀의 코멘트를 부연 설명했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설명이 벤 버난케 연준리 이사로부터 나왔다. 버난케 이사는 그린스펀 청문회 다음날 미국 채권시장협의회 연설에서 "경제지표 호전에 따른 시장 반응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은 이미 긴축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다루는 금리는 단지 연방기금금리만이 아니다"면서 "다양한 금리와 수익률이 시장에서 형성되는데 3월 고용지표 발표후, 연방금리가 1%에 머물고 있음에도 `통화 환경`은 분명하게 긴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연준리가 실질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경제지표와 그린스펀의 코멘트 등이 어우러져서 시장 금리가 이미 상승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그린스펀은 시장에 메시지를 던졌고, 시장은 나름대로 그 메시지를 해석했다. 채권수익률은 상승하고 있고, 주식시장도 금리인상에 적응하느라 무분별한 랠리를 자제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이번에도 역시, `그린스펀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4.04.28 I 정명수 기자
  • 정동영 "한나라 국회장악 눈앞에 닥쳐"
  • [edaily 조용만기자] 12일밤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를 전격 사퇴, 단식에 돌입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13일 "저는 총선전선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당의 중심을 지키겠다"면서 "의장직에 연연하지 않고 선거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배포한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탄핵심판의 전선이 흐려지고, 총선의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면서 "탄핵관철 음모를 저지하고, 대통령을 살려내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해 탄핵이슈를 부각시켰다. 또 "한나라당의 국회장악이 눈앞에 닥쳐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국회장악을 막으려면 한 표가 중요하다. 국민 속으로 달려가 유권자들의 가슴에 호소하자"고 말해 거야부활을 막기위한 세결집을 강조했다. 정 의장이 선거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 총선결과 과반의석 또는 전국정당 목표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의장직 사퇴 수순이 예상되지만 정 의장의 `사퇴` 승부수가 총선정국과 열린우리당 득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음은 정동영 의장이 13일 발표한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호소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위기입니다. 참으로 비상한 위기입니다. 저는 어젯밤 참으로 어려운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대위원장 직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버렸습니다.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3.12 의회쿠데타 한달을 맞으며 저는 당원 동지들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4.15 총선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탄핵심판의 전선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총선의 본질이 희석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가 다시 발호하고 있습니다. 민의는 왜곡되고 역사는 역류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총선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이 엄중한 위기를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길은 이 길 뿐이었습니다. 탄핵세력, 차떼기 부패세력, 지역주의 세력이 무섭게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국회장악이 눈앞에 닥쳐 있습니다. 대통령을 탄핵한 한나라, 민주, 자민련이 4월 15일 저녁 승리했다고 만세 부르는 광경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동지들과 손잡고 반드시 탄핵세력의 국회장악을 막아낼 것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탄핵관철 음모를 저지하고, 대통령을 살려내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위기에 처한 당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의를 세우기 위한 저의 충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40년을 지배해 온 의회권력의 교체가 물거품이 될 위기입니다.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의 염원도 무산될 위기입니다. 단식은 이 심각한 위기상황을 국민들께 호소하기 위해서입니다. 책임완수도 중요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알려내는 일이 더 급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총선전선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당의 중심을 지키겠습니다. 의장직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선거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습니다. 백의종군의 자세로 당원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승리를 일궈낼 것입니다. 존경하는 당원여러분 단식은 여러분 몫까지 제가 혼자 하겠습니다. 당장 모두 현장으로 달려가 주십시오. 한나라당의 국회장악을 막으려면 한 표가 중요합니다. 국민 속으로 달려가십시오. 유권자들의 가슴에 호소합시다. 마지막 한 방울의 피와 땀과 눈물까지 쏟아냅시다. 지금부터 더욱 단단히 뭉쳐 하나가 됩시다. 그러면 반드시 승리합니다. 다시 호소 드립니다. 뜁시다. 더 뜁시다. 더 열심히 뜁시다. 우리는 이깁니다. 2004년 4월 13일. 정 동 영 드림
2004.04.13 I 조용만 기자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Dow Jones Industrial Average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미국 동부 연안의 관광 명소 중에 로드 아일랜드라는 곳이 있다. 바닷가 경치 좋은 곳에는 커다란 저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문에서 현관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야하는, 영화 속에 나오는 성같은 저택들이다. 그 중에 `Breakers`라는 독특한 이름의 저택이 있다. 파도가 와서 하얗게 부서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기둥과 발코니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졌고, 방도 수십개에 달한다. 천평도 넘을 것 같은 넓은 정원은 파란 잔디로 덮여 있고, 그 끝에는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있다. 이 저택의 주인은 19세기말 미국의 철도 재벌이었다고 한다. 관광 가이드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미국 초창기 부자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 1세대부터 3대에 걸쳐 상상을 초월할 수 없는 엄청난 부를 축적합니다. 이 저택의 주인도 마찬가집니다. 처음에는 대농장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철도 회사까지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3대 이후 후손들부터는 돈을 물쓰듯 쓰게되고, 집안도 몰락하게 됩니다." 한세대를 30년이라고 한다면 100년을 못간다는 뜻이 된다. 브레이커즈의 후손들도 나중에는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저택 자체를 지역사회에 기부 해버렸다. 관광객들의 입장료가 없다면 고대 유적처럼 버려질 처지가 된 것이다. 미국 자본주의 역사를 돌아보면 브레이커즈와 같은 길을 걸어간 기업들이 수도 없이 많다. 브레이커즈의 주인이 운영했다는 철도 회사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다우존스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에서도 그 같은 역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은 다우존스지수 자체가 미국 자본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굿바이 AT&T 지난 1일 다우 지수를 산출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부터 30개 구성 종목 중 3종목을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대신 새로운 종목 3개를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다우 종목은 뉴욕 주식시장의 `핵심 블루칩`을 상징하는 만큼 종목 변경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당연했다. 탈락 종목은 AT&T, 인터내셔날페이퍼, 이스트만코닥이었고 신규 편입 종목은 버라이존, AIG, 화이자였다. AT&T는 1916년 다우에 편입된 현존하는 미국 최고(崔古)의 전화회사다. `코닥필름`으로 유명한 이스트만코닥역시 1930년이후 지금까지 다우 종목에 들어있었다. 제지 그룹인 인터내셔날페이퍼는 1956년 처음으로 다우에 편입됐다. 다우 구성 종목은 기업간의 합병, 파산 등의 이유로 부정기적으로 교체돼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매우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구성 종목을 수시로 교체했다. 다우 지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소유이기 때문에 그 종목 선정도 월스트리트저널이 임의로 할 수 있다. 이번 종목 교체에 대해서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주식시장의 트렌드를 반영, 금융과 헬스케어 업종의 성장과 기초 원자재 업종의 퇴조를 반영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인 AIG와 제약사인 화이자가 편입된 이유와 인터내셔날페이퍼를 제외한 이유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AT&T와 이스트만코닥의 탈락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월가는 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스트만코닥은 지난해 기존의 필름 사업 부문을 완전히 정리하고 디지털 프린터, 디지털 사진 용지 업체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었다. 필름이 사양 산업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코닥은 어느새 시가 총액이 73억달러에도 못미치는 중소형주로 전락해 있었다. `대형 블루칩 리그`인 다우에서의 퇴출은 시간 문제였다. AT&T의 퇴장은 더욱 극적이다. AT&T의 시가총액은 153억달러. AT&T를 대신해 다우에 들어온 전화회사 버라이존의 시가총액은 1042억달러다. AT&T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당할 자가 없는 막강 통신기업이었다. 전화기를 발명한 벨이 설립한 전화의 역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AT&T는 그러나 1984년 정부와의 반독점 전쟁에서 패하면서 몇개의 지역 전화회사로 강제 분할됐다. 이때부터 본체였던 AT&T는 `Ma Bell(엄마 전화회사)`, 떨어져 나온 지역 전화회사들은 `Baby Bells(꼬마 벨)`로 불렸다. `꼬마 벨` 중 하나가 바로 버라이존이다. 버라이존보다 앞서 1999년 다우 종목에 들어간 SBC커뮤니케이션즈도 AT&T에서 분화된 꼬마 벨 멤버다. 결국 꼬마 벨들이 엄마 회사를 퇴장시킨 셈이다. AT&T의 퇴장도 코닥처럼 예견된 것이었다. AT&T는 사세가 기울면서 주요 사업 부문을 잇따라 매각, 지금은 평범한 지역 전화회사 중 하나로 전락했다. AT&T가 가지고 있던 전국적인 케이블 방송망은 컴캐스트에 팔아버렸고, 얼마 전에는 이동통신 자회사(AT&T와이어리스)도 입찰 형식으로 매각했다. 반면 버라이존은 유무선 전화, 인터넷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미국 최대의 통신기업이다. 기업의 규모로 볼 때 버라이존의 다우 종목 편입은 다소 늦어진 감이 없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때때로 다우 지수를 너무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 받고 있다. 다우 지수는 `대형 블루칩`이라는 울타리를 고수해왔기 때문에 1896년 탄생한 이후 1999년까지는 오직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만을 편입 대상으로 삼았다. 나스닥에 들어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1999년에야 겨우 다우 종목에 들어갔다. 이같은 보수성에도 불구하고 다우는 "현재 미국 산업을 선도하는 대표 기업들"의 주가를 보여주는 벤치마크다. ◇찰스 다우 다우 지수는 1896년 한 창의적인 저널리스트에 의해서 고안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 창간자 중 하나인 찰스 다우가 그 주인공이다. 다우는 1851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글재주가 뛰어났던 그는 18세에 `Springfield Daily Republican`이라는 지방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뛰어난 문장으로 이름을 얻은 다우는 당대 최고의 신문 편집인 중 하나인 조지 다니엘슨이 이끄는 `The Providence Journal`로 옮겨 본격적인 기자 훈련을 받는다. 다우는 이때 지역 역사와 금융, 부동산 투자와 같은 독특한 취재 영역을 개발했다. 베테랑 기자로 성장한 다우는 뉴욕으로 진출, `Kiernan News Agency`에서 활동했으며 1882년 에드워드 존스, 찰스 버그스트리저와 함께 `다우존스앤코(Dow Jones & Co)`라는 신문사를 설립한다. 1883년 다우는 `Customer"s Afternoon Letter`라고 하는 2쪽짜리 신문을 인쇄하기 시작했다. 이 신문이 바로 월스트리트저널의 원형이다. `레터`는 월가에 거의 혁명적인 충격을 안겨줬다. 당시 주식투자는 `야바위` 노름이나 마찬가지였다. 거래되는 주식의 주가조차 정기적으로 공표되지 않을 때였다. 기업들은 기업 사냥꾼을 피하기 위해 회계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았다. `레터`는 정기적으로 주식시세표를 실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연간 재무 정보도 제공했다. 다우는 반 사기꾼이나 마찬가지인 주식 거래인들 사이의 패쇄적인 정보를 기사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의미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레터`를 통하지 않고서는 일반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회계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었다. 다우가 만든 `월스트리트저널`은 1934년 증권거래법이 만들어지고,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회계 정보를 공개하게 될 때까지 이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이름 그대로 월스트리트의 `저널`이었던 것이다. ◇다우 지수의 탄생 다우는 1884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철도회사 주식 12개를 골라, 이들의 평균 주가를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주가지수`라는 개념은 지금은 너무나 평범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지금 주식시장이 활황이냐, 침체장이냐"를 가늠할 기준조차 없었다. 훗날 다우는 주가지수의 개념에 대해 이런 글을 남겼다. "어떤 사람이 조류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 사람은 만조와 간조를 알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바닷가에 긴 막대를 꽂고 물이 최고로 올라왔을 때와 최저로 내려 갔을 때를 표시하면 될 것이다. 밀물과 썰물을 관찰하는 이런 방식이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표시하는 긴 막대가 바로 주가지수다. 다우가 최초로 만든 지수는 철도회사로만 구성돼 있었다. 당시는 철도회사가 최첨단 기업이었고, 주식 거래도 가장 활발했다. 다우는 1986년 5월26일 철도회사를 포함한 당시 미국 산업의 최고 우량주(Bellwether) 12개를 골라서 본격적인 `다우 평균 지수`를 만들었다. 이 지수는 12개 회사의 주가를 합해서 12로 나눈, 그야말로 평균(average) 주가였다. 최초의 다우 지수는 40.94였다. 이 때 편입 종목은 철도회사를 비롯, 설탕, 가죽, 담배, 가스 생산 기업들이 막라돼 있다. 다우는 1902년 51세로 죽을 때까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차례 지수 편입 종목을 바꿨다. 다우 지수는 1916년 20개 종목으로 늘어났고, 1928년부터 30개 종목으로 고정됐다. 다우 지수는 산업의 변화, 경제 발전,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종목을 변경했다. 최초 지수의 핵심이었던 철도 회사는 오늘날 다우 종목에는 그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유일한게 원년 맴버로 오늘날까지 생존(?)해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제너랄일렉트릭(GE)이다. GE도 1896년 이후 두차례 종목에서 퇴출된 경험이 있다. 1898년 9월 GE는 US러버라는 고무회사와 교체된다. GE는 1899년 4월 다시 다우 종목에 편입된다. GE는 1901년 4월에도 다우에서 빠졌다가, 1907년 11월7일 재등장, 지금까지 다우 종목으로 남아있다. 다우 지수의 역사적 저점은 1896년 8월8일 기록한 28.48이다. 다우 지수가 만들어지고 나서 3개월 동안 하락세가 계속된 것이다. 다우의 역사적 고점은 2000년 1월14일 기록한 1만1722.98이다. 다우 지수의 일일 최대 낙폭 기록은 2001년 9월17일 684.8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이날 다우는 8920.70으로 끝났다. 911테러로 휴장했던 주식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다. 반대로 일일 최대 상승 기록은 2000년 3월16일 499.19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날 다우는 1만630.60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의 한계 다우 지수는 순수하게 주식가격으로만 산출되는 지표다. 최초의 다우 지수가 편입 종목의 주가를 모두 합해서 편입 종목 수로 나눈, 평균 주식이었던 것처럼 지금도 다우 지수는 주가로만 산출된다. 오늘날 다우 지수는 주식 액면 분할과 종목 교체 등을 감안한, 별도의 계수(divisor)로 구성 종목 주가의 합을 나누는 방식으로 구한다. S&P이나 러셀 지수는 시가총액을 고려한 지수다. 현재 월가에서는 다우 지수를 상징적인 지표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주식시장을 실질적으로 대표할 때는 S&P 지수가 더 많이 인용된다. 다우 지수의 상징성은 그 역사와 `핵심 블루칩`이라는 구성 종목의 특성에서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99년에 가서야 MS를 다우 종목에 편입시켰다.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을 받지 않으면 다우 종목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다우 종목이 우량주 전체를 대표하는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네트워크 대장주인 시스코는 시가총액이 1630억달러로 시가총액 10대 기업에 드는 대형 기술주임에도 다우 종목이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역시 미국 최대의 은행 중 하나로 시가총액 10위안에 들지만 다우 리스트에는 없다. 거침없는 M&A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미디어업계의 새로운 강자, 컴캐스트나 휴렛팩커드와 자웅을 겨루고 있는 델도 다우 종목은 아니다. 다우 종목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 가치에 손상을 입거나, 다우 종목에 새로 편입됐다고 해서 기업 가치가 반드시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1999년 이후 다우 지수는 지금까지 3% 가량 하락했다. 이해에 다우 종목이 된 홈디포는 같은 기간 26% 하락했다. 인텔은 30%, MS는 46% 하락했다. SBC역시 52%나 떨어졌다. 새롭게 `핵심 우량주` 대열에 합류한 4개 기업이 다우 지수 전체의 하락률을 앞지르고 있다. 반면 1999년 다우에서 쫓겨난(?) 백화점 업체 시어스는 52.4%나 상승했다. 다우 종목에 들어간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다우 지수의 역사를 보면, `영광의 기록`을 3대 이상 끊이지 않고 이어간 기업이 전무하다. 원년 멤버인 GE의 경우도 2번 탈락했었다. 100년후 MS가 다우 종목에 남아 있을까. 성을 쌓는 것보다 성을 지키는 것이 훨씬 어렵다.
2004.04.08 I 정명수 기자
  • (자료②)盧대통령 기자회견 일문일답
  • [edaily 조용만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오늘(3월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 문 : 이제 당장 몇 시간 후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표결처리가 예상돼 있고 지금 온 나라가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까지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탄핵을 강행하려는 야당에 대한 반대와 비판도 많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대통령께서 경위야 어찌됐든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사과를 하고 유감표명을 통해서 어쨌든 파국만은 막아야 된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런 의향이 있으신지를 말씀해 달라. ○ 대통령 : 사과하라는 여론이 많은 것은 저도 잘 알고 있다. 제게 국민들이 제게 잘못이 있고 제가 잘못을 범했고 그래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하신다면 언제든지 사과할 수 있다. 두 번 세 번이라도 사과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시끄러우니까 그냥 사과하고 넘어가자, 그래서 탄핵을 모면하자 이렇게 하시는 뜻이라면 그것은 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원칙이 있고 또 각기 책임을 질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시끄러우면 무조건 대통령이 원칙에 없는 일을 해서 적당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가고 그렇게 호도해 가는 것은 좋은 정치적 전통이 아니다. 탄핵은 헌정중단, 헌정이 부분적으로 중단되는 중대한 사태이다. 이와 같은 중대한 국사를 놓고 정치적 체면 봐주기 흥정하고 거래하고 이런 선례를 남기는 것은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결코 이롭지 않다. 제가 사과를 할 일이라면 탄핵문제가 끝난 뒤에 그리고 저의 선관위 해석에 둘러싼 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드리고 그리고 그래도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사과하겠다. 아직은 국민들의 여론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 문 : 탄핵 관련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국가적 위기상황이라고 한다. 세시간반 후면 탄핵이 현실화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탄핵이라는 정치용어가 현실화되는 시간이 세시간반 남았다. 사람들은 국민들이 착하디 착한 국민들만 불쌍하다고 한다. 국정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께서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게 된 데 대해 원인이 무엇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소견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 ○ 대통령 :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를 짐작해서 정치적 해석을 할 수는 있겠지만 국회에서 엄격한 법적 형식을 거쳐서 갖추어서 제출한 탄핵발의의 내용은 제가 보도를 통해서 본 것으로 보면 선거법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관위의 경고를 불복했다, 그리고 부정부패하고 경제파탄에 책임 있다 이런 것이다. 뒤에 두 가지는 아마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 같고 선거법 위반이 핵심적인 것인 것 같다. 그래서 선거법 위반에 대한 선관위의 판단부터 제가 먼저 한번 자세히 들여다 봤다. ‘2004년 2월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취임 1주년 특별회견에서의 발언과 관련하여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이에 대하여 3월3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한 바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님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금지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께서는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가지는 공무원이시므로 앞으로 선거에서의 중립의 의무를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이대로이다. 많은 보도는 경고라고 보도했지만 저는 그것을 경고로 생각지 않는다. 그냥 의견표명 아닌가. 위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그리고 앞으로 중립의무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그때 말씀하신 것 보니까 혹시 앞으로 중립 아닌 행동을 하실 지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시비걸리지 않도록 좀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권고 아닌가. 이 권고도 정치적으로 갖는 의미가 크고 그래서 국민들에 전달되기는 경고받은 것으로 그렇게 전달되기 때문에 그래서 청와대 대변인에게 일단 존중한다, 그러나 납득할 수 없다, 말하자면 이것이 법적인 효력은 없는데도 정치적으로 대통령이 선관위로부터 주의경고 처분을 받은 것 같은 결과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이 품위가 많이 손상됐다. 그래서 왜 그런 정치적 결정을 하는가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납득할 수 없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 그렇게 말씀을 드린 것이다. 게다가 한번 이것이 정치적 중립이냐 아니냐 이 문제를 놓고 정치적 중립을 얘기가 되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옛날에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96년 총선때이다. 당 총재로서 모든 당직을 다 임명하고 공천심사위원 임명하시고 전체 공천하시고 그 다음에 이회창 후보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직접 만나서 설득해서 당에 영입해서 위원장으로 임명하시고 그래 놓고 돈 천억을 당에 내려 보내지 않았나. 이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아닌가? 그 다음에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돈은 안 내려보내셨지만 특보단장 내세워서 사람들 다 영입해서 당 새로 만들고 역시 공천 다 하고 그 다음에 돈은 제가 모르겠습니다, 하셨지 않나. 이것 지금 저는 전혀 안 하지 않나. 공무원 단 한 사람에게도 저는 선거와 관련된 어떤 눈치를 준 일도 없다. 완전히 중립하고 있는 대통령이다. 다만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왜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을 공격하나. 그 이유는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대통령을 공격해야 열린우리당이 공격을 받는 것이고 선거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저를 공격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그렇게 정치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때로 정치적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총선이라는 중요한 국면에서 대통령의 정국구상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이 대통령이 그대로 책임있게 국정을 주도할 수 있게 해 줄 것인가 아니면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권한이 비대하고 하기 때문에 꼼짝 못하게 야당을 키워서 발목을 묶어줘야 될 것인가를 판단하실 것 아닌가, 제가 뭘 하려고 하는지 해야 된다. 해야 되는데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한다. 9일날 9시 뉴스에 일제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의 경고가 보도되고 그날 10시 31번 캐치원 프로그램에는 미국 백악관의 대통령과 참모들의 얘기, 웨스트윙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는데 그 드라마 속의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제47번 선거구에 출마한 자기당 소속 의원의 후원회 지원 유세를 거기 가 있다. 현장에 가서 다음 연사로 소개받는 것으로 그 막이 내린다. 아마 드라마에서는 끊어졌지만 계속 연설을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닌가. 자꾸 이중적 사고, 이중적 태도 같은 것을 빨리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렸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한국의 인식과 정서가 있기 때문에 제가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납득하기는 어렵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 논평하고 입장을 표명한다. 존중한다고 했는데 마치 존중 안 하겠다고 한 것처럼 야당이 계속 주장하니까 그 주장이 보도가 돼 나가고 그래서 국민들이 대통령이 선관위의 결정을 거부한 것으로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정치적 발언을, 선거에 관련된 발언을 계속 할 것으로 한 것으로 그렇게 지금 알려지지 않았나. 이 사실이 국민들에게 다시 바르게 전달돼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의 여론... 그래서 이것을 갖고 탄핵사유로 얘기하는 것은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그리고 대선자금은 조금 전에도 제가 말씀을 드렸지만 어떻든 법률적으로는 직무상의 불법행위가 아니면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 경제파탄에 관해서 얘기하는데 이것은 본시 탄핵사유에 해당이 안된다. 지금 대통령이 실시하려는 경제정책이 하도 위험해서 그 정책을 그대로 하게 두었다가는 그야말로 큰 위기가 올 수 있는 그런 정책이 있으면 그 정책을 적시해 줘야 한다. 대통령이 지금 말하자면 무슨 FTA, 엉뚱한 FTA 그것을 체결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것이 체결되고 나면 내용이 아주 잘못돼 있어서 바로 잡지도 못하고 경제적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정책 중에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즉시 중단시키기 위해서 한다면 그것도 위법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지만 기왕에 위법이 걸렸으니까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바가 있으니까 그렇게 한다면 경제파탄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이것은 탄핵의 이유가 될 수 없고 경제파탄이 제 책임은 아니다. 빨리 회복시키지 못한 책임은 있지만 파탄에 대해서 제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 경제에 관련된 하나하나의 변수들을 저는 잘 관리해 왔다. 북핵문제, 이라크 문제, 사스 문제, 또 카드문제, 카드회사 부실문제, 가계 부실문제, 어떤 경제 전문가도 약간의 비판은 있지만 큰 흐름에 있어서 관리에 큰 과오가 없다고 하고 있다. 어제 페르손 총리가 다녀가셨는데 그분이 무슨 얘기 끝에 이렇게 얘기했다. 94년 재무부장관이 돼 가지고 건전재정정책을 쓰고 긴축재정을 썼을 때 전 국민들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했다, 그랬는데 그것이 6년 뒤에 성과가 나타나니까 나를 수상을 시켜 주더라 그렇게 얘기했다. 아일랜드의 노사정 합의가 87년에 이루어졌고 그것이 효과가 나타난 것은 93년이다. 제대로 된 정책은 빨라도 3년 보통은 5년 가야 정책이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게 돼 있다. 너무 성급하게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원인에 대해서 대통령 책임감 느끼지 않느냐, 어떻든간에 대통령 이 원인에 대해서 책임 없느냐. 대통령 당선된 것이 책임이라면 책임이다. 김대중 대통령, 5년 지나는 세월을 제가 봤다. 반대했던 사람들이 끝까지 흔들었다. 저도 비슷한 처지 아니겠나. 되면 처음부터 될 것 같은 것이 예고가 되고 당선돼야지 완전히, 완전히 떨어지는 것처럼 됐다가 갑자기, 갑자기 뒤집어지는 바람에 아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는 제게 잘못이 있다면 당선된 원죄, 갑자기 모든 예측을 뒤집어엎고 당선된 죄, 그 원죄가 있고 그렇다. 그래서 저를 인정하지 않은 것 아닌가. 그래서 탄핵얘기가 진작부터 나온 것 아닌가. 그 다음에 지역구도에 그대로 안주하지 않고 열린우리당 창당해서 지역구도 이것 한번 해소해 보자라고 하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것 그것이 또 하나의 죄다. 그렇게 해서 국회의석이 이처럼 불리하게 된 것을 감수하면서 소위 지역구도 극복이라고 하는 정치개혁을 시도하는 것이 오늘의 이 원인 아니겠나. 대선자금수사가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탄핵까지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선자금수사 제가 하자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든 대선자금수사가 벌어지게 된 것이 저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 아니냐. 제가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검찰청 인사를 할 때 여러 사람이 제게 경고했다. 다른 것은 다 중립하더라도 검찰만은 손을 잡아야 한다, 쉽게 말해 틀어쥐어야 한다, 이렇게 얘기했다. “무슨 소리하십니까? 지금 검찰이 어느 검찰인데 검찰을 틀어쥐다니요, 우리가 중립, 독립하기로 약속했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서 그야말로 검찰에서 모두들 인정하는 사람들을 전부 간부로 만들어 놓았더니 그 뒤에 이런 일이 벌어져 버렸다. 저도 뒤늦게 가끔 후회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시대의 대세를 제가 어떻게 하겠나. 제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이리로 가고 있는 것이다. 후회할 수도 없다. 다시 검찰인사를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역사의 흐름이다. 이것을 제가 어떻게 좌지우지 하겠나. 그래서 제게 책임이 있다, 없다 보다는 전체적으로 큰 정국의 흐름이 있는 것이고 이 흐름이 너무 아프니까 야당은 또 야당대로 저항하는 것 아니겠나. 저항하는 것이고 그 저항이 도를 넘어가는 것 같은데 저는 지금이라도 야당이 그냥 철회해 주시면 만사는 다 해결된다, 제가 그 농성을 지시하거나 요청한 바는 없지만 기왕에 열린우리당이 저러고 있는데 야당에서도 한발 물러서주시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러면 저도 또 사과할 것 사과하고 야당과 협의하고 타협할 것도 타협하고 하겠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굴복을 강요하는 이런 정치는 반복되면 안된다. ○ 문 : 대통령께서는 총선 결과를 국민심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씀하심으로써 사실상 총선 결과와 재신임을 연계했다. 일단 그러려면 일차적으로 입당을 하셔야 할텐데 열린우리당 입당은 언제 하실 것인지? 대통령께서 총선결과와 재신임을 연계시킬 경우 공정선거관리나 이런 부분과 마찰이 생길 소지도 있다고 제 개인적으로 생각되는데 이 부분을 해소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대통령께서 직접 밝히시기는 아직 상황이 안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래도 워낙 중대한 문제이고 앞으로 탄핵정국이나 향후 총선판도에도 굉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는데 대략적인 총선결과와 어떤 식으로 연계시킬 것인지에 대한 큰 윤곽이라고 조금 그려주셨으면 좋겠다. ○ 대통령 : 정부, 특히 공권력의 정치적 중립, 이미 다 돼 있지 않나.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 보자. 어느 부처가 어느 부처의 어느 공무원이 지금 선거에 개입하고 있거나 할 것 같나. 한번 상상을 해 보라. 여러분 머리에는 상상이 떠오르나. 저는 아무런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나는 단 한 사람의 공무원에게도 선거 좀 도와달라고 지시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우리 공직사회에 보기에 따라서는 옛날에 상대방 후보에게 다 줄섰다는 소문이 났지 않나. 인사를 하는데 그것을 사유로 삼으면 인사를 할 수가 없을 수준이어서 일체 무시하고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 무시하고 지금 인사하고 있다. 어느 공무원을 누구를 어떻게 알아서 제가 선거에 개입해 달라고 말할 수 있겠나. 제가 아마 그렇게 하면 하루를 못 지나서 그것이 말썽이 돼서 금방 터져 나올 것이다. 어느 나라 없이 수상이 직접 선거를 하고 다니고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하고 다녀도 공무원은 중립한다. 민주주의 제대로 하는 선진 사회에서 공무원조직은 그렇게 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 입당을 하느냐 안 하느냐 이것을 가지고 선거에 있어서의 정부의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옛날에는 공작을 하지 않았나. 이제 공작 안 한다. 없어졌다. 저는 지금 현재 어느 지역구에 누가 유력한지 여론조사 조차도 아무 데서도 보고받고 있지 않다. 국정원에서도 보고하지 않는다. 우리 비서실에도 그 여론조사 하지 않는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래서 입당과 저의 정치적 견해 표명과 선거는 별개의 것으로 그렇게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선거법 위반, 하지 않겠다. 분명히 말씀드린다. 선거법 위반하는 일 없도록 하겠다. 선진국에서는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저는 선거법을 위반하지는 않겠다. 그 다음에 입당시기는 당하고 의논해서 이제 소위 오늘 이 결과를 밝히는 문제와 저는 특검도 좀 일찍 끝내줄 줄 알았는데 그것이 빨리 끝나지 않고 해서 못 했는데 특검에서 수사가 좀 마무리되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늦지 않게 입당을 결정하겠다. 그리고 총선결과, 재신임, 탄핵 이 모든 것을 다 모아서 결국은 총선결과를 존중하고 그에 따른 결단을 함으로써 재신임 문제를 해소해 나가겠다, 이렇게 말씀드린 것을 굳이 연계로 표현하시는데 저는 해소라고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재신임이라든지 등등 그 진퇴가 걸린 문제는 그렇게 해소하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존중할 것이다. 그 존중에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진퇴까지를 포함하는 결단이다. 그렇게 할 것이다. 상세한 내용을 애매하게 해 놓고 국민들을 헷갈리게 한다거나 또는 협박한다는 소리가 들리거나 그렇게 하지 않겠다. 명확하게 조건과 결과를 이해할 수 있게 혼돈이 없게 그렇게 제가 밝혀 드리겠다. 대개 입당하는 시기쯤에 그렇게 밝혀 드리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 문 : 조금 전에 모두 발언에서 10분의 1 발언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대통령께서는 지난해 12월 4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직을 걸고 정계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에 의하면 언론이 대부분 집계했지만 한나라당의 불법자금은 823억원, 노무현 캠프의 불법자금은 113억원 가량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럴 경우 8분의 1을 조금 넘는 것으로 돼 있다. 대통령께서는 10분의 1 발언과 관련해서 이러한 판정기준이 어떤 것이고, 그리고 그 발언과 관련해서 어떠한 해석을 하고 계신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다. ○ 대통령 : 이 문제에 관해서 우리 참모들은 자꾸 돈 얘기하고 돈을 얼마 얼마 10분의 1 넘었다 안 넘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가서 그런 시비하지 말라고 품위문제라고 그렇게 조언을 하고, 그래서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모두 발언만 하고 질문 받지 말고 그냥 끝내자고 그렇게 했다. 이 질문과 답변이 하도 구차할 것 같으니까 그렇게 고심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의 품위도 중요하지만 진실보다 더 큰 품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 의견을 말씀을 드리겠다. 분명히 10대 1이라는 비교는, 10대 1이라는 것은 비교이다. 왜 비교를 하나. 비교라는 것은 비교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비교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것끼리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선거 불법자금, 그것끼리 비교가 돼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선자금끼리 한번 비교를 해야 된다, 그렇게 하면 검찰이 발표한 113억 중에서 상당히 많은 금액이 아마 제외될 것이다. 그 다음에 제외되는 것이 약 30억 가까이 된다. 계산 한번 해 보십시오. 대선 후에 측근들이 받았다고 하는 이런 등등의 돈을 제외해야 10대 1의 의미가 있고, 두 번째는 영수증을 변칙으로 발급했다는 것인데 그것을 엄밀히 보면 불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신고된 공개된 자금이다. 공개되고 신고됐다. 그 당시의 관념으로서는 영수증 발급하고 회계보고에 공개하고 그 정도이면 합법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이 부분까지 불법자금에서 빼면 훨씬 더 줄어버린다. 약 73억 수준으로 내려와 버리는데 이 부분이 왔다갔다하더라도 여기에 이 금액이 16억6천만원이라고 하는데요, 이 부분이 왔다갔다하면 아마 몇 억 차이가 나는 것이죠? 그럴 것이다. 몇 억 차이가 난다. 그런 수준인데, 그 몇 억이라는 것이 대통령이 은퇴약속을 지켜야 될 만큼 무거운 것이면 은퇴해야겠죠.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과 참모들의 의견은 이 16억6천은 불법자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니까 이것은 그냥 그 정도 무승부로 놔 두셔도 괜찮지 않겠나. 그렇게 하고, 크게 묶어서 그렇게 결단하도록 하겠다. 문제는 그 10분의 1 논의 자체에 대해서 말실수로 한때 제가 몰렸다. 말실수한 것 아니다. 며칠을 고심하다가 마음먹고 한 얘기이다. 여기 와서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그때 그 자리가 있어서 했다. 왜 그렇게 극단적인 표현을 했는가, 절반은 받았지 않았겠는가, 700대 0이 말이 되느냐 이것이 기정사실로 그것이 당연한 진리처럼 그렇게 덮여져 가는 상황에서 그것을 반전시키지 않고는 굉장히 제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절반 아니다, 차이가 많다 그 말을 하기 위해서 10대 1, 은퇴 그렇게 도수 높은 말을 썼다.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는 마구 덮어씌우는 그 보자기를 제가 벗겨낼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 그렇게 해서 정치적 공방을 벌려야 됐을까 그런 고민이 있다. 다음에,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허물이 있다. 그러나 제 허물을 좀 다른 허물과 차별화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차별성을 부각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하고 준비해서 한 발언이다. 그런데 말실수처럼 해서 한때 제가 우스갯감이 되고 말았었다. 말실수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이다. 10대 1이라는 것이 간단한 것이 아니다. 차이가 가벼운 것이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까 우연히 10대 1이 생긴 것이 아니다. 이것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다. 그것도 한평생 정치를 하면서 이 차이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온 결과가 10대 1이다. 제가 13대 처음 국회의원 선거할 때 10대 1이 아니라 수십대 1의 비용의 차이를 가지고 눈물겹게 선거해서 이겼다. 그 이후 선거도, 14대 선거 낙선했지만 그때도 엄청난 선거자금, 소위 금력의 차이에 맞서서 싸워왔다. 부산시장 선거 때도 아마 비슷했을 것이다. 증거는 없지만 그 당시 상황을 저는 안다. 선거를 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안다. 선거하고 만나보면 안다. 띠 두르고 서 있는 사람의 숫자와 표정에서 알 수 있고, 나를 돕겠다고 약속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밤중에 사라져버리고 그 다음 만날 수 없을 때, 우리 선거운동하던 사람이 상대방 선거운동원으로 어느 날 돌아서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돈이 얼마나 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저는 항상 10대 1의 자금과 싸워왔다고 감히 그렇게 생각한다. 지난 번 종로선거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 정인봉 후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만, 우연한 결과가 아니고 저로서는 뜻을 가지고 해 왔던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에 나는 이것이 조금은 그래도 부끄러운 가운데도 내세우고 싶은 자랑이라서 내세운 것이다. 이 점은 정확하게 이해되는 것이 필요하다. 김경재 의원께서 삼성의 누구가 사람만 지명해 주면 돈을 주겠다고 해서 대통령께 그렇게 보고했다라고 그렇게 폭로한 일이 있다. 그렇다. 사실이다. 김경재 의원이 제게 와서 “사람을 정해 주면 돈을 주겠다고 하니 사람을 한 사람 정해 주십시오, 저를 지명해도 좋습니다”고 해서 제가 “두고 봅시다”고 묵묵부답 했다. 그러지 마시오 해야 하는 것인데 사람을 그렇게 면박주기가 쉽지 않다. 당신 그러면 안 된다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그것이 성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밖에도 막판에 여러 몇몇 기업에서 접촉의 제의가 있었다. 누구누구를 만나겠느냐, 제가 만나지 않았다. 다 거절했다. 단 한군데도 전화를 못해 주었다. 당에서는 후보가 직접 전화를 해 줘야 돈이 모일 것 아니냐, 후보가 직접 전화 좀 해 달라고 성화가 빗발쳤지만 저는 끝내 버티었다. 단 한군데도 전화하지 않았다. 지구당에 돈 내려보내지 마라, 필요 없다, 돈 없으면 광고하지 마라, 그렇게 버틴 결과가 이것이다. 좀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저처럼 고집했다면. 그러나... 그렇다. 저만 잘한 것 같은데, 사실 그렇다. 제 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돕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선거비용은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저 많은 돈 모을 때 이회창 후보가 다 몰랐다고 생각한다. 다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들이 다 분배해 가지고 거둔 것 아닌가. 후보가 그것을 어떻게 다 알겠나. 후보는 가만히 계십시오, 꼭 필요할 때는 전화나 한 통 해 주십시오 그런 것 아니겠나. 뭐 다된 마당인데 전화하고 말고 할 것 뭐 있습니까. 그냥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그 점에서 저의 선거를 그때 밀착해서 도와줬던 선거대책본부위원회 사람들에 대해서 아직도 마음의 믿음과 존경을 가지고 있다. 그 분들이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끝내줬다. 그 이전에 재계에 발이 좀 넓다는 사람들을 저의 재정참모로 기용하라고 하는 당의 여러 권고를 제가 뿌리친 사실을 여러분도 알고 있지 않나. 제가 재정참모를, 재정책임자를 뿌리쳤기 때문에 후보로서 고초를 겪었고 또 따라서 선거자금을 지금 10분의 1이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것 아니겠나. 이 차이는 대단히 중요한 차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어찌 보면 내놓고 우리 과오를 전부 내놓고 어떤 경로로든 고해성사하자고 했지 않나. 고해성사는 어려운 것이다. 털어 내놓고 국민들에게 심판 받고 그리고 이제 다시는 이런 선거하지 말자, 그것 지금 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저는 이 의미를 좀 크게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애써 무시하고 싶은 사람들이 10분의 1을 5억 넘었느냐 10억 넘었느냐 그렇게 얘기를 끌고 가고 싶어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평가하고 올바르게 미래의 제도를 개혁해 나가고 정치를 개혁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2004.03.11 I 조용만 기자
  • 盧 대통령, 일문일답 및 마무리 발언
  • [오마이뉴스 제공] 노무현 대통령 기자회견 일문일답 및 마무리 발언 <대통령 일문일답> - 탄핵 앞두고 노 대통령이 사과와 유감을 표명하라는 여론이 많다. 사과 용의가 있나? ▲"사과하라는 여론이 많은 것은 나도 잘 안다. 국민들이 잘못이 있으니 사과하라면 언제든지 사과할 수 있다. 두 번 세 번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 없는데 시끄러우니 사과하고 넘어가자, 그래서 탄핵을 모면하자는 뜻이라면 그것은 내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가 원칙이 있고, 또 각기 책임질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시끄러우면 무조건 대통령이 원칙에 없는 일로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된다. 탄핵은 헌정이 부분적으로 중단되는 중대사태다. 이와 같은 국사를 놓고 정치적 흥정거래의 선례를 남기는 것은 정치발전에 이롭지 않다. 사과할 일이라면 탄핵 문제가 끝난 후에 선관위 해석에 대한 내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래도 국민들이 사과를 요구하면 사과하겠다. 그러나 국민 여론이 아직 그것은 아닌 것 같다." - 3시간 반 후에는 탄핵이 현실화된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게된 것에 대한 본인의 심경은?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탄핵발의 내용을 보면 선관위 불복과 부정부패, 경제파탄이라는 것이다. 뒤의 두 가지는 정치적 책임이고, 첫번째 선관위 해석이 핵심이다. 선관위 결정을 다시 봤는데... (선관위 통고문을 읽어준다) 언론은 이걸 보고 선관위가 대통령에게 경고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위반하지 말라는 권고 아니냐? 이 권고가 정치적 의미가 큰데, 국민들에게는 경고로 알려졌다. 일단 존중한다 그러나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선관위 결정이 법적 효력은 없는데, 정치적으로 경고받은 것처럼 돼서 대통령 품위가 훼손됐다. 정치적 결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이 "정치적 중립"이 얘기가 되는 지 생각해보자. 예전 YS시절에는 96년 총선때 당 총재로서 모든 당직을 임명하고, 이회창 총재를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공천을 당에 내려보냈다. 이것은 선거에 영향 미치는 행위 아닌가? 그리고 DJ 시절에는 돈은 안 내려보냈지만, 사람들 영입하고 공천 다 하지 않았는가? 이걸 나는 전혀 안 하지 않느냐? 공무원 단 한 사람에게도 눈치를 준 적이 없다. 다만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한나라당나 민주당이 선거 앞두고 대통령 공격하는 것은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선거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공격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은 그런 위치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총선에서 정국구상을 밝혀야 국민들이 판단할 게 아닌가? 내가 뭘 하든지 정치적 발언은 해야 한다. 9일 저녁 9시뉴스에 선관위 경고라고 보도된 후 10시 케이블TV 캐치온에서는 미국의 정치드라마 웨스트윙이 방영됐다. 드라마 속의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의 선거구 후보 지원유세에 가서 다음 연사로 소개받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드라마는 여기서 끝났지만, 대통령이 계속 연설하지 않았겠나? 우리가 이중적 사고를 빨리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그러나 한국의 인식과 정서가 있기에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존중한다고 했는데, 마치 안하겠다는 것처럼 야당이 주장하니 대통령이 선관위 결정 거부한 것으로, 앞으로도 선거관련 발언할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나? 이 사실이 국민들에게 바르게 전달돼야 한다. 이걸 탄핵 사유로 얘기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대선자금은 법률적으로는 직무상의 불법행위가 아니며 탄핵사유가 안된다. 경제파탄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하도 위험해서 큰 위기가 있을 수 있다면 그걸 적시해달라. 이를테면, 엉뚱한 FTA 체결해서 경제위기 온다. 그런 걸 중단시키기 위해 탄핵을 하려 한다면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이유가 될 수 없다. 경제를 빨리 회복시키지 못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어도 이게 내 책임은 아니다. 어제 페르손 스웨덴 총리가 다녀갔는데, 페르손이 94년 재무장관을 하며 긴축재정 썼을 때 전국민이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6년 뒤 효과가 나타나자 자기를 총리시켜줬다고 하더라.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책임이라면 책임이다. 김대중 대통령 5년을 곁에서 지켜봤는데, 반대한 사람들은 끝까지 반대했다. 나도 비슷한 처지 아니냐? 대선에서 계속 이기다가 갑자기 승부가 뒤집어져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아니냐? 그래서 탄핵 얘기가 내가 취임하자마자 진작부터 나온 것 아니냐? 지역구도에 안주하지 않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것이 또 하나의 죄다. 국회의석이 불리할 것을 감수하면서도 지역구도 극복을 시도한 것이 원인 아닌가? 대선자금 수사 없었으면 탄핵까지 오지도 않았겠지만, 대선자금 수사 벌어지게 된 것이 나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 아니냐? 검찰 인사하면서 여러 사람이 내게 경고했다. 다른 건 놔두어도 검찰은 틀어쥐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무슨 소리냐 중립, 독립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나도 뒤늦게 후회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시대의 대세를 어떻게 하겠나? 후회할 수도, 검찰 인사를 다시 해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역사의 흐름이다. 내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 야당의 저항이 도를 넘어가는 데, 야당이 탄핵을 철회하면 해결된다. 우리당 농성도 지시한 바 없는데, 기왕에 저지하려고 하는데 야당에서도 한발 물러나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럼 나도 사과하고, 야당과 타협할 것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굴복을 강요하지 마라." - 사실상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했는데, 우리당 입당은 언제 할 것이냐? 공명선거 실시와의 마찰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재신임과 연계시킬 총선 결과의 윤곽을 그려달라. ▲"정부, 특히 공권력의 정치적 중립은 이미 돼 있지 않나? 구체적으로 얘기하자. 어느 부처, 어느 공무원이 지금 선거에 개입하거나 할 것 같나? 한 번 상상해보라. 나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 걸 공무원에게 지시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우리 공직사회가 보기에 따라서는 상대방 후보에 줄을 다 섰다는 소문이 나지 않았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까지 감안해서 인사를 하고 있는 정도다. 내가 그렇게 하면 하루도 못 가서 말썽될 것이다. 나의 우리당 입당과 정부의 선거중립을 연계시키지 말아달라. 지역구 여론조사도 보고 받지 않고 있다. 국정원에서도 청와대 비서실에서도 그런 건 안 한다. 이것이 진실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선거법 위반하지 않겠다. 입당 시기는 우리당과 얘기하겠다. 특검도 일찍 끝나지 않아서 못했는데, 특검에서 마무리되는 것을 보면서 늦지 않게 입당 결정하겠다. 국민들 협박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 조건과 결과를 명확히 해 혼란하지 않도록 입당 즈음에 얘기하겠다." - 1/10 발언과 달리 1/8을 조금 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참모들은 1/10 넘었다, 안 넘었다 시비하지 말라고 했다. 오늘 회견도 질문 받지 말고 끝내자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진실보다 더 큰 품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10 대 1은 비교다. 왜 비교를 하냐면, 의미가 있어서다. 대선 불법자금끼리 비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113억원 중에 상당히 많은 금액이 제외될 것이다. 제외되는 게 한 30억 정도 된다. 대선 후 측근 받은 돈은 제외해야 한다. 영수증 변칙 발급했다는 게 엄밀히 불법으로 볼 수 있지만, 공개되고 신고된 게 아니냐? 영수증 발급하고 회계보고하면 합법으로 보는 게 그 당시 관례다. 이렇게 되면 73억 원 정도로 내려오는데, 이것이 은퇴 약속할 만큼 무거운 것이라면 내려와야 한다. 1/10 논의 자체에 대해 말실수로 몰렸지만, 말실수가 아니라 며칠 고심하다가 나온 얘기였다. 절반은 받지 않았냐는 얘기까지 나와서 "1/10 = 은퇴"라는 표현을 썼다. 위험부담 있었지만, 마구 덮어씌우는 보자기를 벗겨낼 수 없었다. 오죽하면 그렇게 해서 정치적 공방을 벌여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나의 허물과 다른 허물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나온 발언이다. 그러나 말실수로 알려져 웃음거리가 됐다. 1/10의 차이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그것도 한평생 정치하면서 노력한 결과가 1/10이다. 13대에서부터 눈물겹게 노력해서 이겼다. 14대에서 낙선했지만, 금력의 차이속에서 선전했다. 부산시장 선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선거 운동 해보면 상대가 얼마나 돈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돕겠다는 사람이 갑자기 돌아서고, 띠 두르고 인사하는 사람들의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번 98년 종로 보궐선거에서 정인봉 후보는 그렇지 않았다. 김경재 의원이 삼성의 아무개가 사람만 지명하면 돈 주겠다고 보고했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김 의원이 "사람을 한 명 지명해달라. 나를 지명해도 좋다"고 했다. 그것이 성사되지 않았다. 그 후에도 몇몇 기업에서 접촉 기회 있었지만 내가 거절했다. 단 한군데도 전화하지 않았고, 지구당에도 돈을 내려보내지 말라고 버텼다. 돈 없으면 광고하지 말라고 버틴 결과가 이것이다. 나만 잘한 것 같은데, 사실이 그렇다. 누가 돕느냐에 따라 선거비용은 차이가 난다. 이회창 후보도 그 많은 돈이 들어오는 걸 잘 몰랐을 것으로 본다. 참모들이 "후보님, 가만히 있으시고 꼭 필요한 곳에 전화나 해주십시오"라고 한 게 아니냐? 선거에서 밀착해서 도와준 사람들에 대해 아직도 믿음과 존경을 가지고 있다. 그들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끝냈다. 내가 선거때 재계에 발이 넓은 사람을 뿌리친 것은 알고 있지 않냐? 그래서 후보로서 고초를 겪었고, 지금 1/10이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 우리 이제 과오를 내놓고 고해성사하자고, 다시는 이런 선거는 하지 말자고 하지 않았나? 이 의미를 크게 이해해달라. 1/5, 1/10 넘었느냐가 사건의 본질로, 개혁에 도움되지는 않을 것이다." <마무리 발언> 내가 마음을 비우겠다. 10년간, 15년간 내 딴에는 정치를 열심히 했다. 항상 새로운 길 가려고 노력했다. 그게 무조건 좋아서가 아니라 지금 걷는 길이 그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역간 분열에도 반대했다. 극복해보고자 몸을 던져서 노력했다. 정치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낙선이 아니다. 무슨 돈으로 경선했냐고 할 때, 지금도 대답할 수 없다. 우리 정치인들이 이걸 대답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지금 선거비용이 내 생각보다는 많다. 비용의 액수만 가지고는 선진국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 문제는 편법과 불법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 100만원 이상 다 공개해야 하는데 선거자금 다 모을 수 있는지 걱정되지만, 국민들의 정치참여 문화로 극복해야 한다. 부끄러우면서도 열심히 변명할 수 있는 게 지난 대선에서 50억 넘는 소액 성금과 발품팔이가 있어서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모든 걸 투명하게 못했지만, 제 마음을 헤아려달라. 내가 겪었으니 다음 정치인들은 정치자금으로 치부하는 일도, 부당하게 돈을 마구 쓰는 일도 없게 해야 떳떳하게 정치가 개혁될 수 있다. 편파수사 얘기는 본시 그렇게 보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측근수사가 너무 가혹해서 균형 맞추려고 쥐어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당은 오죽 했겠나? 그러나 편파수사는 아니다. 측근들은 수백 만원 받은 것까지 수사가 되는 것 같더라. 수백 회는 소환된 것 같다. 대통령과 관련된 측근 수사하면서 한 사람이 수십 번씩 소환되고, 압수수색되고, 친척의 친구의 집까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런 일 다시는 없도록 하자. 나도 수사에 불만이 있다. 그러나 불만은 작은 요소이다. 큰 것은 이번 일 겪으면 뛰어넘자는 것이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도 뛰어넘지 못했는데...이번에는 뛰어넘어야 한다. 학벌사회, 연고사회다. 내가 그 위에 돛단배처럼 떠있다. 편파가 있을 수 없고, 오히려 역편파가 있지 않겠나? 그동안 몇 가지 벌여놓은 일을 하게 해주시면 신명과 소명의식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 너 적당하지 않다. 그만두라 하면 혼란없는 적절한 시기에 국민들의 뜻을 받아들이겠다."
  • 집값 5억이면 월200만원 대출가능
  • [조선일보 제공] 이르면 올 하반기 중 도입될 ‘역(逆)모기지(Reverse mortgage)’ 제도는 연금 혜택도 충분치 못하고 자식 부양도 기대할 수 없는 노인들에게 유일한 재산인 집을 잔여 수명 동안 ‘천천히 처분’하는 방식으로 생활비를 조달토록 한다는 개념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집을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에는 이 제도 도입은 상상할 수 없었다”며 “그러나 이제 노인이 집을 처분해서라도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토록 하지 않으면 노후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연령 높을수록 대출액 많아져 평생 일해 집 한 채(평가액 5억원)를 장만했지만 생활 자금이 모자라 고생하는 은퇴 노인 A씨(65)의 예를 들자. 은행은 A씨의 현 나이와 건강상태를 보고 앞으로 10년간 더 살 수 있다고 판단, A씨 집값의 50% 만큼인 2억5000만원을 매달 나눠서 대출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A씨는 매달 208만원 정도를 생활비로 대출받고, ‘원금+이자’만큼 집의 소유권을 단계적으로 금융기관에 넘기게 된다. 재경부 당국자는 “역모기지 대출금을 받는 노인의 수명이 예상보다 길어져도 매월 생활비 대출은 애초 약정된 대로 중단 없이 계속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단 역모기지를 받으면 사망 때까지 일정액을 보장하는 보험 성격으로 운영한다는 얘기다. 대출을 신청한 노인의 연령이 높으면 매달 대출받는 금액도 높아지고, 노인의 연령이 낮으면 대출금액도 낮아진다. 고령(高齡) 노인의 경우 대출금액을 다 받기도 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담보로 잡은 집을 팔아 대출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모기지 대출을 받은 뒤 나중에 집값이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노인 A씨는 이미 받은 대출금을 일단 상환한 뒤 오른 집값을 기준으로 다시 대출계약을 맺어 더 많은 생활비를 대출받을 수도 있다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도중에 이사를 가야하는 경우에는 대출금을 상환한 뒤 집을 옮겨갈 수도 있다. ◆ 자식이 대출금 갚으면 집 상속받아 정부는 집값의 몇 %를 생활비로 빌려줄 것인지와 대출금리 수준, 대상 노인의 연령기준 등을 확정해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이 제도를 우리에 앞서 시행한 미국의 경우 62세 이상 노인에게 적용한다”며 “우리의 노인취업 현황, 은퇴연령 등을 감안해 대상 연령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금에 적용하는 이자율은 연5%대 확정금리를 적용한다는 게 재경부 내부 구상이지만, 시중금리가 크게 내려가면 일정 기간마다 금리를 재조정할 수도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역모기지 대출을 받은 노인이 사망한 경우, 자녀가 대출금을 상환하면 담보로 잡힌 집을 자녀에게 우선적으로 넘기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 제도와는 별도로 다음달부터 ‘모기지론(Mortgages loan)’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모기지론은 젊은 층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집값의 70%(2억원 한도)까지 20~30년간 장기대출받는 제도다. 재경부 당국자는 “결국 젊어서는 20~30년간 모기지론을 이용해 집을 장만했다가, 나이 들어서는 ‘역모기지론’으로 집을 처분하고 생활비를 대출받는 인생 사이클이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 (황창규의 실전 돈굴리기)30대 맞벌이 부부 재산 관리 재테크
  • [edaily] 최근 30대 부부들 사이에서 힘들여 모은 돈으로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을 구입할 때, 부부 공동 명의로 하는 것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되면서, 여권 신장의 영향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지만, 모 연구소의 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70% 이상의 주부들이 내 집을 마련할 때에는 ‘소유권 보전등기를 할 때에는 남편 명의로’ 한다는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30대 직장인 홍씨 부부는 결혼 7년차에 접어든 맞벌이 부부로서, 그간 애써 모은 목돈으로 내 집 마련과 투자도 할 겸 아파트 분양권 구입을 생각 중이라고 한다.홍씨 부부는 최근 모 신문사 인터넷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재테크 강의에 참석해서 부부 공동 명의로 하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언뜻 듣고, 과연 아파트 명의를 부부 공동으로 하면 어떤 유리한 점이 있는지를 궁금해 하고 있었다. 《홍씨의 재무 정보》 1. 가족 현황 : 본인(37세 직장인), 부인(34세 IT컨설턴트), 자녀 1(7세) 2. 자산 현황 (1) 금융자산 ; 약 1억5천만원 -은행 정기예금 ; 본인, 배우자 6천만원 -신협 예탁금 ; 본인, 배우자 4천만원 -증권사 ELS ; 5천만원 기타 보험 및 적립식 저축상품 (2) 기타 자산 ; 전세 보증금 8천만원 3. 부채 현황 ; 없음 홍씨는 인근 신축 중인 아파트 분양권 매물이 나와 프리미엄이 적은 현 상태에서 투자코자 하는데, 부부 공동명의로 구입하고, 나중에 공동 명의로 소유권 보전 등기를 하면 세제 측면에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하였다. 만약 홍씨 부부가 분양권 구입 후 소유권 보전등기까지 부부 공동 명의로 한다면, 어떤 유리한 점이 있을까. 사실 필자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명의는 필자의 명의로 되어있다. 나는 특별하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지 않고 있지는 않지만, 부부 공동 명의의 절세 효과를 살펴본다면, 매력적인 재테크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절세 효과를 따져보기로 하자. 현재 양도세율은 일반적으로 양도차익, 그러니까 매매차익에서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 필요경비를 공제한 차익의 금액에 대해 부과한다. 그 해당 금액이 1천만원 이하는 9% 부터 8천만원 초과 시에는 36%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양도 차익이 1억5천만원일 경우 한 사람 명의로 처분하게 된다면, 차익에 대해 36%의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부부 공동명의로 된 재산이라면 양도 차익이 본인과 배우자 몫인 각각 7,500만원으로 나눠지게 된다. 그러므로, 세율도 최고 세율이 36%가 아닌 18 ~ 27% 범위 내의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양도세 총액이 대략 30 ~ 50% 가까이 절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홍씨처럼 맞벌이 부부로서는 서로 경제적 소득이 있는 만큼 부부 공동의 재산을 마련했다는 뿌듯함과, 공동재산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져 사랑 또한 더 깊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서로의 신뢰도 깊어짐에 따라 재산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부부 공동 명의로 등기하면, 배우자의 법적인 동의 없이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부동산을 처분한다거나 대출 담보 설정이나 보증 채무를 지울 수 없게 되어 원치 않는 위험과 불행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신문이나 심지어 최근 모 유명 탤런트와 관련된 가십 기사에서도 보았듯이 배우자 중 한 쪽의 친인척이나 아는 사람이 담보 제공이나 보증을 서 달래서 배우자 몰래 마지 못해 서 줬다가 돈을 날리고, 단란하던 가정마저 산산이 깨지는 일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부부 공동 명의라면, 사실 거절하기 어려운 입장에 몰린다 하여도 이 핑계로 정말 불확실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억측인가. 그렇지만 살다 보면, 담보대출을 안받는다는 보장 없고,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지분만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제공했다가 대출을 못 갚아 가압류에 이은 경매가 들어올 최악의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이 때에도 배우자 일방이 싼 값으로 이를 다시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에 대해 배우자 한 사람의 지분만 담보 제공되었을 때, 경매에 부쳐져도 공유지분 소유자의 동의가 없는 한 경매 개시 결정이 나지 않는다. 설사 난다 하여도 지분이 반쪽인 아파트를 낙찰 받으려는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이 경우 공동 소유자가 경매 법원에 우선 매수 신고를 하면 싼 값에 낙찰된 값으로 아파트를 되찾아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독자 분들에게 일어나서는 아니 되겠지만, 부부 공동명의는 절세를 통한 이익을 볼 수 있고, 미래 불확실한 재산 상의 위험에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본다. (황창규 하나은행 PB지원팀 차장)
2004.02.09 I 황창규 기자
  • 올해 미국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것은.."미국"
  • [조선일보 제공]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각) 작가와 학자 등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올해 미국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것과 과소평가된 것들을 조사해 발표했다. ◆ 가장 과대평가된 것 미국 프린스턴대의 피터 싱거(Singer) 생물윤리학 교수는 “미국인들이 가장 과대 평가한 것은 바로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가장 자유 국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자국 시민들(테러 관련자들)에게 변호사 접근 기회를 주지 않은 채 2년 가까이 구금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민주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상상하지만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당리당략에 의해 선거구를 불합리하게 개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닉슨의 그림자’ 저자인 데이비드 그린버그(Greenberg)는 “올 봄 갑자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시카고대의 레오 스트라우스 교수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생겨났으나, 그는 국제정치학에는 관심이 없었다”면서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사상적 대부로 알려진 고(故) 레오 스트라우스 교수의 사상을 가장 과대 평가된 것으로 꼽았다. 그린버그는 “이라크 전쟁을 배후 주도한 세력은 조지 부시와 딕 체니, 도널드 럼즈펠드라는 ‘정치적 동물들’”이라고 주장했다. 정신건강에 관한 12권의 책을 쓴 폴라 캐플런(Caplan) 박사는 “미국 정신과 협회와 제약 및 보험회사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지 2개월이 지나도록 슬퍼하는 사람을 우울증 환자로 분류하는 세상”이라면서 “세상에 정상적인 것은 없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심리학’이 가장 과대 평가되었다”고 주장했다. ‘어둠의 강’ 저자 레베카 솔닛(Solnit)은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국가에서 교육과 의료보험, 주택 사정이 악화되고, 누구를 위해 고용없는 경제회복이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자본주의’를 가장 과대평가된 대상으로 꼽았다. 그 외에 ‘그리스 신들, 인간적인 생애’의 저자 메리 레프코위츠(Lefkowitz)는 세상에 옳은 길은 하나이며 나머지는 모두 나쁘다고 믿는 ‘유일신 종교’를, 코넬대의 로버트 프랭크(Frank) 경제학 교수는 설문조사 응답자의 70%가 지지한 부시 행정부의 ‘부동산세 폐지’를, ‘힙-합 세대’의 저자 바카리 키트와나(Kitwana)는 ‘랩가수들간의 다툼’을 각각 과대평가된 것으로 선정했다. ◆ 가장 과소평가된 것 ‘뮤즈들의 생애’ 저자인 프랜신 프로스(Prose) 소설가는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진짜로 숨겨 놓았다고 믿고 있는지, 새로운 처방약 가격 정책이 노인들에게 실제로 혜택이 돌아가는지 등 핵심 현안을 물어 보면 ‘당파적’이거나 ‘비애국적’으로 치부되는 현실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것은 ‘정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하버드대 리자베스 코헨(Cohen) 역사학 교수는 “우리는 밤낮으로 이메일과 핸드폰에 속박되어 있으며, 밤이고 주말이고 일에 빠져 미국민의 3분의 2가 하루 8시간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성 질병이 번창한다”면서 ‘휴식’을 꼽았다. ‘힙합 세대’의 저자 바카리 키트와나는 “하룻밤에 수백만장씩 CD가 팔려 나가는 힙합(hip-hop) 운동이 선거와 연결되면 정치 양상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면서 ‘힙합의 정치’를 올해 가장 과소평가된 주제로 평가했다. 그 외에 프린스턴대의 신 윌렌츠(Wilentz) 역사학 교수는 ‘토마스 제퍼슨’을, 프랭크 교수는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캐플런 박사는 ‘여성들의 사회적 변화’를 가장 과소평가된 것으로 꼽았다.
  • 최병렬-김원기 회동..웃음 띤 얼굴, 치열한 신경전
  • [오마이뉴스 제공]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김원기 열린우리당 상임의장이 "미소 공방"을 벌였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고사성어가 가장 들어맞는 자리였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단식중인 자신을 "위로방문"한데 대한 답례 차원에서 12일 오후 2시께 김원기 우리당 의장을 예방하고 약 15분 동안 불법대선자금과 이라크 파병 문제를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양당 대표는 시종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마치 칼을 숨겨놓은 듯 서로의 약점을 자극하는 등 신경전을 펼쳤다. 칼을 먼저 꺼내든 쪽은 김원기 우리당 의장. 김 의장은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곧장 "건강도 회복했으니까 대선비자금과 관련해서 빨리 좀 수사에 협조해 종결시키는게 중요하다"며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 이에 최병렬 대표는 "이제부터는 이 당(열린우리당)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겠나"면서 검찰과 열린우리당을 은근히 압박했고, 김원기 의장은 "왜 최돈웅 의원 등이 출두하지 않지 않냐"고 되받으며 최 대표를 난처한 지경으로 몰아갔다. 최 대표는 물러서지 않고 "테크닉 차원에서 늦어지는 것이지 안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걱정하지 말라"고 반박한 뒤 다시 "(수사가) 균형이 맞아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균형이 안 돼 있다"고 화살을 열린우리당의 불법대선자금으로 돌렸다. 김원기 의장은 "엄청난 차이가 나고 실상이 다른데 억지로 수사로써 균형을 못 맞추는 것"이라고 역공을 가하고 "(액수가) 많고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안 되는 대로 하는 것이고 못한 것은 못한 대로 하는 것이지 억지로 잡아서 균형을 잡을 수는 없지 않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대선자금 규모의 차이를 부각시켰다. 또한 최 대표는 이라크 파병과 관련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입장이 상당한 거리가 있다. 보고를 못 받은 것 아니냐"며 대통령 정치고문으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에 대해 김원기 의장은 "밖에서 보기 이상한지 모르지만 정신적 여당이라면서 정부나 대통령의 방향과 처음부터 일치해 가지 않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독특한 점"이라고 받아넘겼다. 한편 김 의장은 답례차 찾아온 최 대표에게 다소 자극적인 발언을 내뱉는 것이 미안한 듯 "오신 손님에 대해 이런 말을 하기 민망하지만…"이라며 양해를 구하자 최 대표가 "하실 말씀을 다 하시면서…"라고 화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음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김원기 열린우리당 상임의장간에 오간 대화록 전문이다. 김원기 열린우리당 상임의장 "우리가 좀 불편하다. 소파를 없앴다. 여기만 있기에 없앨 것이면 다 없애라고 해서 이렇게 됐다. 손님 맞이할 때는 좀 불편하더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좋다. 들어오는 입구가 정당 사람에게 익숙한 곳이 아니네. 큰 회사의 회장님 사무실 같다. 부럽다." 김원기 "회사에서도 동적으로 일하기 위해 진작에 소파를 없앴다고 하더라. 정당만 소파를 놓고 있고." 최병렬 "우리도 소파를 없애야겠다. 당사에 와서 챙겨주고 격려도 해 줘서 고맙다. 처음 힘들었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괜찮더라. (맞은편 왼쪽에 앉아있는 김한길 우리당 전략위원장을 향해) 더 젊어졌다." 김원기 "여전히 백발인데 뭐.(웃음) 건강도 회복했으니까 대선비자금과 관련해서 빨리 좀 수사에 협조해 종결시키는게 중요하다." 최병렬 "우리야 감출 것도 없고 감출 방법도 없고 있는 대로 고해성사하고 새로 다듬어야 하지 않겠나. 이것이 계기가 돼 총선이든 대선이든 평시 활동이건 돈으로부터 해방되는 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앞장서라." 김원기 "우리가 신당까지 만든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다. 돈 많이 드는 정치구조는 시대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부패정치구조를 빨리 청산하겠다는 게 창당의 목적이다. 앞장서겠다." 최병렬 "뒤에서 밀겠다." 김원기 "같이 해서 완전히 모든 것이 드러날 게 있으면 드러내고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지도록 하자. 그 바탕 위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 최병렬 "적극 동감이다. 대선자금 때문에 정치가 거기에 매몰돼 있고 현재 어려운 상황이다. 나중에 민생이…. 사실 단식하면서 민생문제와 관련한 안건이 이뤄지지 못해 심적인 부담을 느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는 역할을 우리가 제대로 해야 한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해결했지만 이제 국회가 힘을 합쳐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원기 "최 대표의 말을 들어보니 잘 될 것으로 보인다. 좌우간 민생을 챙기고 하는 것도 오늘 상황으로 봐서는 여하튼 대선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서 빨리 수사에 응해서 적극적으로 밝혀질 것을 밝혀지도록 협력해서 종료돼야 경제도 안정되고 기업체도 여기에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는 종결이 와야 챙길 수 있다. 모든 점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서로 협력해서 빨리 제대로 끝나도록 하고 민생도 챙기자. 총선 앞두고 있는데 정치개혁 입법들을 임시국회 중에는 모든 문제가 종결이 되도록 양당이 서로 상의해서 처리해야 한다." 최병렬 "지금 안 되면 안 된다." 김원기 "그런 문제도 가속을 해서 등장한 모든 문제를 합의해야 한다." 최병렬 "총선이 다가오니까, 경제는 경제이고, 민생은 민생이니까, 함께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이 그래도 일말이라도 기대감을 다시 회복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선자금과 관련해서 한나라당은 거의 대충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부터 이당(열린우리당)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겠나." 김원기 "수사가 지금부터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수사가 계좌까지. 우리는 까놓고 얘기해서 말로 여당이었지 여당인 상태에서 선거를 치른 것이 아니고 이회창 후보가 진작부터 대통령이 돼 있는 상황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했다. 우리 경우에는 법정한도 자체가 다 채우기 힘든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전부다 계좌가 다 추적되도록 처리했기 때문에 앞으로 대통령 선거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한 것은 몰라도 이미 추적된 것은 다 추적됐다. 여하튼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타당이니 우리당 할 것 없이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에 대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여하튼 검찰 수사에 협력해서 모든 것이 빨리 드러나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 최병렬 "수사에 관해서는 우리당의 입장은 감출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김원기 "그런데 최돈웅 의원 등이 출두하지 않지 않나." 최병렬 "개인적인 여러 가지 수사와 관련된 테크닉 차원에서 늦어지는 것이지 안 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걱정하지 말라. 전폭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인사하러 와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지 않지만 수사라는 것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균형이 맞아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균형이 안 돼 있다. 지켜보기로 하자. 당면한 것은 같이 힘을 합쳐서 민생을 챙기고 정치개혁입법, 어차피 시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견이 있어도 조정해서, 정치가 바뀌는 모습을 함께 하자. 오랜 경험을 쌓으셨으니까." 김원기 "뒷부분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제1당 대표가 적극적으로 챙기시겠다고 하니 든든하다. 앞의 균형 부분을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차이가 나고 실상이 다른데 억지로 수사로서 균형을 못 맞추는 것이다. 많고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안되는 대로 하는 것이고 못한 것은 못한 대로 하는 것이지 억지로 잡아서 균형을 잡을 수는 없지 않나. 오신 손님에 대해 이런 말을 하기 민망하지만.(웃음)" 최병렬 "하실 말씀을 다 하시면서.(웃음) 이라크 파병문제 대통령은 거의 정한 것 같더라. 열린우리당은 방향을 잡았나." 김원기 "우리는 진작 잡았다. 파병에 대해서는 찬성을 하는 것이고. 다만 파병이 평화재건 목적으로 가는 것이고, 자위를 위해서는 혼성부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어디까지나 비전투병 중심의 파병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최병렬 "당론이 그런가. 대통령이 결심하고 있는 것과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보고를 못 받은 것 아니냐." 김원기 "이야기를 들었는데, 의총에서 결정된 당론을 그렇다." 최병렬 "대통령 결심과 열린우리당 당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은 어떻게 조정되나." 김원기 "상당한 거리라고 볼 수는 없는데 차이가 생기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최병렬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김원기 "거리가 있으면 조정을 해야지." 최병렬 "1차 파병 때 우리는 대통령이 결심을 했기 때문에 무조건 지지했다. 그 이후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어 씁쓸한 경험을 했다.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이 같은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도 대통령 생각을 지지를 한다든가 입장을 천명할 수 있지 않나. 1차 파병 때와 같은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고 싶다." 김원기 "옛날하고 밖에서 보기 이상한지 모르지만 정신적 여당이라면서 정부나 대통령의 방향과 처음부터 일치해 가지 않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독특한 점이다. 과거의 여당과 전혀 다른 것이다.(김원기 의장 전화벨이 울림) 이렇게 와서 대화를 하니까 좋다. 기자들이 이렇게 주시하는 속이라 속에 있는 얘기를…." 최병렬 "속에 있는 얘기를 하지 않아도 기자들은 다 안다.(웃음)" 김원기 "좌우간 건강이 회복돼 다행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나라당과 대화를 많이 해야 정국이 잘 풀릴 수 있지 않겠나. 기대를 한다." 최병렬 "평소 존경하는 선배님이므로 잘 모시겠다."
  • 영화 `황산벌` 다르게 보기..관창, 왜 죽었을까?
  • [오마이뉴스 제공] 6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약했던 나라는 신라였다. 그러나 결국 신라가 7세기 후반 삼국을 통일하고 만다. 신라가 기존의 강대국인 백제와 고구려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였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고구려, 백제와 구별되는 신라 고유의 화랑도 정신이었다고 국사 교과서는 말한다.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루는데 원동력이 되었던 화랑도 정신은 사군이충(事君以忠)·사친이효(事親以孝)·교우이신(交友以信)·임전무퇴(臨戰無退)·살생유택(殺生有擇)의 다섯 가지 계율로 정의된다. 아직 자신의 정체성이 성립되기 이전의 나이. 성인들보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신라의 십대들은 이런 화랑도 정신을 배우고 익혔을 것이다.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친구를 신의로 사귀고 싸움에 물러남이 없으며 살생에 있어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세속오계의 정신은 다름 아닌 신라의 기성세대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바라는 국가 이데올로기였다. 그 이데올로기를 몸으로 실천하고 죽어갔던 화랑의 이름을 기억한다. 신라의 삼국통일 전초전. 황산벌 전투에서 백제의 계백에게 죽은 열여섯의 소년 관창. 그가 바로 그 이름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지난 주말 오후 신촌의 한 극장에서 영화 <황산벌>을 보았다. 신라와 백제의 황산벌 전투를 소재로 만든 영화 <황산벌>은 요즘 유행하는 일종의 퓨전 사극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서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만으로 그려낼 수 없던 과거의 모습을 지금의 상상력으로 채운 영화 <황산벌>은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답게 관객들의 웃음을 끊임없이 이끌어 내었다. 특히 신라 군사들과 백제 군사들이 벌이는 육두 문자들의 난타전은 공적인 곳에서 차마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없는 ‘거시기’한 것들임이 틀림없지만 웃다가 배가 아플 정도로 근래 본 영화 장면 중에서 최고의 코미디 장면이었다. 물론 그런 ‘쌍욕’들의 대부분은 남성들 사이에서 상대를 모욕하기 위해 은밀하게 쓰이는 성적 표현이었지만 걸러지지 않은 언어들이 주는 생동감은 남녀를 막론하고 극장 안을 일순간 폭소의 한마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면면에 흐르고 있는 정서는 코미디가 아니었다. 오히려 비극적인 요소가 강했다. 그것은 영화의 소재 자체가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바로 백제, 고구려에 대한 신라의 전쟁과 같은 이름이었다. 그 전쟁의 시발점이 바로 황산벌 전투. 사서에 기록된 황산벌 전투는 오천명의 결사대를 이끄는 백제의 계백(박중훈 분)과 오만명의 군사를 이끈 신라의 김유신(정진영 분)이 각기 자국의 존폐를 놓고 대결했던 피의 현장이었다. 수적으로 우세한 신라군이었지만 목숨을 걸고 자신의 나라를 지키려는 백제군에 비하면 오히려 열세에 놓여 있었다. 특히 자신의 처자를 베고 나온 계백의 결의는 수하의 오천명 결사대를 하나로 만들었다. 신라는 백제의 관문 황산벌을 뚫어야 당군과 합쳐 백제를 멸망시킬 수 있었던 상황. 황산벌 벌판에서 맞닿은 백제와 신라군은 팽팽한 탐색전과 신경전으로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보급품을 가져오지 않은 당나라 군대에 ‘살’을 전해주고자 장수로서의 모욕감을 참아가며 버티고 있는 신라의 대장군 김유신. 그는 외세의 힘을 업고 삼국을 통일하려는 신라의 지도부와 오로지 자국에 대한 우월감으로 무장한 당군의 소정방이 모두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정치의 생리를 몸으로 체험했던 장군이었다. 계백에 비하여 전투보다는 전쟁을, 전쟁보다는 정치를 알았던 김유신은 장기판을 앞에 두고 우직한 계백과의 머리 싸움에서 역전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자신의 처자를 죽이고 전투에 나온 계백의 모습은 백제군의 사기를 크게 고양시켰고 신라군에게는 그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상 우세했던 신라군이 백제군에게 번번이 패했던 까닭은 바로 그 부족함에 있었다. 김유신은 진영으로 돌아와 신라군의 사기를 고양시키고 전의를 불태우기 위한 고육책을 생각해 낸다. 그것이 바로 신라 화랑들의 죽음이었다. 김유신과 함께 신라군의 장군이었던 김흠춘과 김품일은 모두 자신들의 자식들을 데리고 출전했다. 그들의 자식들은 모두 김유신의 조카들이기도 했다. 김유신은 김흠춘과 김품일에게 계백의 이야기를 하며 아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간파한 김흠춘과 김품일. 각기 자신의 자식이며 화랑인 반굴과 관창을 불러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화랑도의 자세를 강조한다. 이것은 곧 나가서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사서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반굴보다는 관창. 열여섯의 아직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전장에 나아간 그는 신라를 위해 홀로 적진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계백에게 잡힌다. 계백은 그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낸다. 관창은 다시 백제군에게 돌진하고 백제군은 그를 사로잡기 몇 번. 결국에는 관창의 목을 잘라 신라군에 보낸다. 이것을 본 신라군의 전의는 크게 불타오르고 결국 황산벌 전투는 신라군의 승리로 기록된다. 영화는 매우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반굴과 관창의 백제군에 대한 단기필마 출전을 재해석한다. 당시 화랑이었던 그들은 국가관에 충실하여 자발적으로 백제군에게 달려갔던 것이 아닐 것이다. 즉 이들은 아버지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나가서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보여준다. 자식을 사지에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안 아버지들은 이를 거부하는 아들들에게 내가 죽으면 약발이 받지 않기 때문에 어린 너를 보내야만 한다고 호소한다. 또 지금 폼 나게 죽으면 그 이름이 천년을 갈 것이라고 아들들의 출전을 종용한다. 관창은 그러한 아버지를 핏빛 어린 눈으로 반항하다 결국 아버지의 뜻과 국가의 뜻에 따른다. 그리고 백제군 진영에 가서 소리를 내지른다. 자신은 신라국의 자랑스러운 화랑이며 조국을 위해 계백의 목을 자르겠노라고. 하지만 그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소년 전사의 모습이 아니라 죽음에 내동댕이쳐진 십대 소년의 악에 받힌 울부짖음이었다. 영화는 적진으로 뛰어든 십대 화랑들이 오로지 반굴과 관창만 있지 않았을 것임을 암시한다. 일종의 군대였던 화랑도의 소년들 역시 그 전투에 투입되었을 것이고 수많은 희생자를 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된 화랑의 이름은 반굴과 관창뿐. 추측컨대 단순히 그 둘의 희생만으로 전세가 역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그런 측면에서 기존 인식을 뒤엎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일종의 자살 특공대 같은 어린 화랑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신라군이 그 전투에서 이겼을 것이라고. 그것은 역사에 기록된 사실을 배척하는 것이었으나 우리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역사적 진실일 것이다. 사실 뒤에 가려진 역사적 진실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황산벌>이 여타의 단순한 코미디와 명확하게 구별되는 지점이었다. 이 영화의 상상력은 계백의 부인(김선아 분)이 남편의 칼에 죽기 전.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고 사람은 그 이름 때문에 죽는 것”이라고 매섭게 쏘아 부치는 장면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국가 권력을 위해 자신의 처자를 칼로 베고 나온 계백이나 자신들의 아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신라의 장군들이나 결국은 자신들의 체제를 위해 여성이나 미성년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강요했던 비정한 남성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러한 남성상은 대게 우상화되고 따라야할 모범적 가치관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으로 삼게 된다. 신라가 자랑하는 화랑도 정신도 뒤집어 보면 십대 남성들에게 강요했던 국가 이데올로기의 전형에 불과하다. 그 화랑도 정신의 강요에 따라 수많은 십대 소년들이 자신의 인생을 꽃 피워보기도 전에 수컷들의 피바다 잔치인 전쟁터에서 죽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를 쓰는 성인 남성들은 후세의 청소년들이 따라야 할 모범적인 인물로 십대 화랑들의 죽음을 미화했을 것이다. 그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황산벌>은 그런 측면에서 국가가 강요하는 가치, 혹은 권력을 쥐고 있는 성인 남성들이 원하는 가치가 과연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평범하게 살아가는 민중들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를 웃음의 표피를 쓰고 예리하게 되묻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계백과 김유신을 제외하고 영화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인물. 백제 오천 결사대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름도 없는 농민 ‘거시기’(이문식 분)가 지닌 상징성이나 계백 부인의 그 냉소적인 눈빛은 영화 <황산벌> 저변에 깔린 그러한 인식의 확인이었다.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김유신은 미치지 않고서 하지 못하는 것이 전쟁이라며 전장에 처음 나선 부관들을 다그친다. 자신들의 어린 조카들을 사지에 떠미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삼국통일을 이룩한 용장 김유신의 신화적 전설은 사라지고 오직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 김유신의 비정한 고뇌만이 뇌리에 남았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역사가 외면한 진실에 더욱 가까울 것이다. 살육의 전쟁이 인간 역사의 커다란 부분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의 피해와 모순을 지적하며 전쟁의 허무함을 환기시키는 내용이 상업적 영화의 소재로 쓰인다는 사실은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처지에서 반가운 일.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과거의 억압에서 벗어나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그 발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주말 극장에는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젊은 연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네들은 영화관을 나서며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네들에게 이 영화는 일견 가볍게 볼 수 있었던 단순한 코미디 영화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 역시 죄 없는 백성들이 백제군과 신라군으로 나뉘어 선혈을 낭자하며 벌이는 육박전의 화면을 아무런 느낌 없이 응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웃음 뒤에 남는 그 비릿한 무언가가 가슴 한쪽에 남은 사람이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가판대 신문에는 이라크 파병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전쟁이란 정통성 없는 놈들이 정통성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영화 초반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신라의 김춘추와 당나라의 소정방을 향해 일갈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 (전문)통합신당 김근태대표 국회연설
  • [edaily 양효석기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지금은 중대한 시점입니다. 역사의 방향을 바꿀 만큼 참으로 엄중한 순간입니다. 오늘의 심각한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희망으로 빛날 수도 있고, 절망으로 변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나섰습니다. 사상초유의 일입니다. 시정연설을 통해 솔직히 털어놓고 자성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국민이 새롭게 출발하자고 받아들일 만 했습니다. 여론을 귀담아 듣는 겸손함이 돋보였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먼저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것을 국민에게 맡기면 됩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어떻습니까?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수를 넘는 제 1당입니다. 국회권력을 명실상부하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처음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은 "연내에 국민투표를 실시해야한다"고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이 재신임 의사를 밝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11일에는 "연내 국민투표 실시는 적절한 결정"이고 "대통령은 조속히 구체적 시기와 방식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12일에는 "국정표류를 막기 위해 빨리해야 한다"고 재촉했습니다. 그러다 여론이 재신임 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13일부터 말을 바꿨습니다.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아무 설명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하자고 요구하다가 사실상 하지 말자고 말을 바꾼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 한나라당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14일 대표연설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안은 명백한 속임수이자 고도의 정치술수"라고 선동하고 나섰습니다. 특검과 국정조사를 넘어 탄핵까지 들먹였습니다. 며칠 사이에 극에서 극으로 왔다 갔다 한 것입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한나라당의 원칙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 같으면 오케이고, 불리할 것 같으면 아니오 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원칙입니까? 대책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원내 제1당 한나라당을 보고 국민들이 국정을 발목 잡는다고 비판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비밀은 여기에 있습니다. 여론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가 그렇지 않으니까 뒤집어 버린 것입니다. 정말 국민을 외면하는 당리당략의 극치요, 발목잡기 구태정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또 있습니다. 며칠 전에 당 대표가 "대검 중수부장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최고의 실세"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런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데 특검과 국정조사를 거론하는 것은 무슨 영문입니까? 아무 이유도 없이 별안간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합니까? 한나라당이 이 시점에서 느닷없이 왜 특검을 주장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실 큰 비밀은 아닙니다. 이미 국민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진상규명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대국민선언을 무력화하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민주당도 다를 바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과 공조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그러면서 정통성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실망스럽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국민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는 방송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민생과 경제가 어려운데 재신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민생을 챙겨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습할 수 없는 정쟁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걱정 했습니다. 다른 당도 그런 충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정반대였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가 왔다는 듯이 "연내에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를 없애버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또다시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게 뭡니까? 반대를 위한 반대, 정쟁을 위한 정쟁 아닙니까? 어디로 가자는 것입니까? 13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표가 만났고, 14일에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3당 원내총무 회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3당 대표와 원내총무가 만났습니다. 이를 보며 "반민주연합"이라고 비판받던 90년의 3당야합이 떠올랐습니다. 과도한 추측입니까? 한 쪽은 대통령의 측근비리부터 규명하라며 탄핵운운하고 있고, 한 쪽은 위헌이라며 국민투표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쪽은 내각제 개헌과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뿌리도 다르고 말도 다른 세력이 만나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권력게임을 하자는 것이 핵심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통합신당은 이 부적절한 3자공조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3년판 제2의 3당야합"으로 규정할 것입니다. 신3당연합에 의해 의회독재가 탄생한다면, 이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할 것입니다. 정치가 무엇입니까? 이제 국민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 전에, 정치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통합신당은 재신임 문제를 당당하고 떳떳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오직 "국민의 뜻"만 따르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노무현대통령이 제안한대로 12월 15일을 전후해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합시다. 이것이 압도적 다수 국민의 뜻입니다. 재신임 여부는 전적으로 국민에게 맡겨야합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국론을 결집시켜야 합니다. 더 이상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부정부패는 공공의 적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부정부패는 공공의 적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고름은 살이 되지 않습니다. 썩은 살과 고름은 도려내야 합니다. 정치자금 의혹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을 부정부패의 원천으로 지목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정치권이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해내야 하고, 또 할 수 있습니다. 검찰에 촉구합니다. SK 비자금 등 각종 정치추문에 대해 근본적으로 수사해야 합니다. 누구의 눈치도 봐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 검찰의 명운을 거십시오. 최도술 씨 의혹에 대해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정치권과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고리를 완전히 끊는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권 역시 성실하게 검찰수사에 응해야 합니다. 우리 통합신당이 먼저 하겠습니다. 다음엔 한나라당이 하십시오. 한나라당에 촉구합니다. SK 비자금의 진실은 결코 감출 수 없습니다. 현금 100억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데도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 "SK 사람을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은 급기야 당이 보호해주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도 자신이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지도부를 협박하는 것 아닙니까? 한나라당은 이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를 또 방탄으로 이용할 생각입니까? 국민들은 어처구니없어 하고 있습니다. 이 무슨 억지입니까? 이게 과연 사실상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제 1당의 자세일 수 있습니까? 건국 이래 최대의 국기문란 사건인 1,000억원이 넘는 안기부자금횡령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반성해야 합니다. 국민의 혈세를 가져다 자신들의 선거에 쓴 것이 법원의 판결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엉뚱한 궤변으로 혹세무민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백배사죄하고, 유용한 자금을 스스로 당장 국고에 반납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14일 한나라당 대표 연설을 듣고 당황스러웠습니다. 한나라당은 말로는 정치개혁, 부패청산을 외쳤지만 정작 자신의 부패혐의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사과와 반성도 없었습니다. 그 흔한 유감표명조차도 없었습니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한나라당이 되길 바랍니다. "기득권 포기"를 통해 정치개혁을 이룹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를 통해 역사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국민의 여망은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국민은 낡은 정치를 버리라고 요구했습니다. 금권정치를 벗어나라고 명령했습니다. 투명한 정치를 명령했습니다. 이제,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이 시대 정치인 가운데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사실 저만해도 작년 3월에 정치자금으로 인한 고통과 수치심을 견디다 못해 양심고백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으로 쓰라렸습니다. 심지어 "현실정치인 김근태는 끝났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결국 당내 경선에서 사퇴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겪어보니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정치개혁에 대한 말은 많았지만 큰 진전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 스스로 정치개혁에 대한 합의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얼마 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범국민정치개혁 협의회"을 공동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한데 대해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이미 최대표와 민주당 정대철 전 대표가 합의한 바도 있습니다. 정치인과 더불어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 법조계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함께 모여서 10월말까지 위원회를 구성합시다. 최대표께서 제시한대로 11월말까지 시한을 정해 입법 성과를 만들어 내도록 합시다. 의원 여러분! 만에 하나 정치개혁 없이 다시 총선을 치른다면 우리 정치가 어디로 갈까요. 생각하면 정말 두려워집니다. 어쩌면 정치개혁에 나라의 안위와 미래가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우리는 정치개혁에 대해 수도 없이 토론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도 충분히 나와 있습니다. 이제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합시다. 선관위와 시민단체 등이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획기적 제안을 했습니다. 정치적 득실을 떠나 전면 수용합시다. 정당개혁에 나섭시다. 지구당을 폐지하고, 중앙당은 줄입시다. 확실하게 원내정책정당을 실현합시다. 상향식 공천을 의무화하고 국민경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여 정치를 국민에게 돌려줍시다. 망국적 지역감정을 뿌리뽑기 위해 선거제도를 고칩시다. 현행 1인 1표의 비례대표 선거제도는 이미 위헌판결을 받았습니다. 즉각 개정해야 합니다. 대신 1인 2표의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합시다. 최병렬 대표께서도 정치개혁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셨습니다. 좋습니다. 거의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통합신당은 정치권에 다음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집단적 양심고백"을 통해 정치개혁 "대국민약속"을 합시다. 뇌물 수수 등 부정부패 사건은 당연히 처벌돼야 합니다. 그러나 현행 정치자금법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자신과 관련있는 정치자금 내역을 미리 스스로 밝히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합시다. 이를 위해 「정치자금에 대한 특별법」제정에 나설 용의가 있습니다. 남아연방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법" 같은 모델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정치권이 함께 "선거법 지키기 대국민 약속"을 선언합시다. 내년 총선을 깨끗한 선거 원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내일 모레 10월 18일부터 사전선거운동이 규제됩니다. 만일 18일 이후 누구든지 우리 당에서 선거법을 어기면 단호하게 조치하겠습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지도부도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우리 정치가 구태를 벗지 못하면 국민의 분노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할 것입니다.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처"입니다. 21세기에 우리 사회가 경쟁력을 갖느냐 마느냐가 여기에 달렸습니다. 다가오는 총선의 진정한 승자는 우리 정치권 전체가 돼야 합니다. 우리 모두 당당히 경쟁하고 모두 함께 승리자가 됩시다. 국정쇄신의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께서 재신임 이후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로 일대 쇄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 국정쇄신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재신임 이후로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하는 정부" "책임지는 정부"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여정부는 국정원과 검찰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었습니다. 당연해 보이는 일이지만 역대 모든 권력이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옳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국정방향을 관철시켜 나가는 수단을 놓아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어쨌든 상당한 진전입니다. 우리 통합신당은 참여정부의 이런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세간의 여론은 냉정합니다. 거대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와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인 공세가 직무수행을 어렵게 만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타넘어 갈 수 있는 결의를 보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진은 책임을 깊이 느껴야 합니다.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했다고 해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무총리 이하 내각도 깊은 성찰이 있기를 바랍니다. 참여정부가 국정쇄신의 청사진을 먼저 제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를 통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16대 국회는 정쟁으로 얼룩졌습니다. 이번 마지막 정기국회도 정치적 논란이 벌어질 사안이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한 일이 많아도 "일하는 국회" "봉사하는 국회"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처리해야할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이 우리 앞에 산적해 있습니다. 수도권 과밀화를 방지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국토균형발전법」, 「지방분권특별법」,「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합니다.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한 「상속세및증여세법」, 소액투자자를 구제하기 위한 「증권관련집단소송법」등 경제개혁입법도 차질 없이 통과시켜야합니다. 우리 통합신당은 국정운영 결과에 대해 스스로 참여정부와 함께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어떤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정치적 여당으로서 책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동산 투기"와 전면전을 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라는 부끄러운 신화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강남발 부동산 투기열풍"으로 국민은 절망하고 있습니다. 수백만원의 과외가 판을 치고, 명품이 아니면 걸치지 않는다는 등 이른바 "강남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서민들은 "자식에게 죄를 짓는 것이 아닌가"하는 자괴감마저 느끼고 사는 실정입니다. "부동산 투기"로 조성된 위화감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와 전면전을 벌여야 합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무엇보다 주택을 사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1가구 다주택의 경우 시가총액이 일정금액을 넘으면 강력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투기지역에는 한시적으로 자금출처도 조사하고 세무조사도 강화해야 합니다. 집 없는 서민과 애환을 함께 하겠습니다. 아파트 분양가 부풀리기를 없애고, "무주택자 우선 분양제"를 전면 추진하겠습니다. 향후 10년간 15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주택난을 개선하겠습니다. 부동산 거품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습니다. 부동산담보 대출비율을 인하하고,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인상하겠습니다. 그러나 1가구 1주택 보유자나, 실수요자는 불이익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강남불패" 신화는 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균형잡힌 교육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획기적인 사교육비 절감방안을 세우겠습니다. "경제살리기"와 "민생보호"에 힘을 모읍시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경제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성장전망도 불투명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 전력을 다해 경제살리기에 나서야합니다. 국민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2만달러 시대로 힘차게 나아갑시다. 우리 통합신당은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와 "민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첫째, 정책 신뢰성을 높여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겠습니다.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불확실성을 줄이겠습니다. 기업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습니다. 투명성 제고는 계속 추진하겠지만, 투자의욕을 꺾는 규제는 과감히 풀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겠습니다. 우리 당은 균형예산 정신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성장잠재력을 보호하는 한도 내에서 필요할 경우 적자재정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용증가와 경기활성화 효과가 큰 SOC 예산 3조원 증액을 요청합니다. 3개년에 걸친 균형재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에 앞장서겠습니다. 노사간의 무한대립은 노조의 발전에도, 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합리적이고 성숙한 노사관계 없이 제2의 경제성장은 불가능합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꿈도 이룰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갈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우리는 비정규직노동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임금과 사회보험 등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에 나서겠습니다. 넷째, 차세대 동력산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IT 분야, 지능형 로봇, 미래형자동차 등 차세대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신용평가기법을 개발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섯째, 청년실업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입니다. 우리 아들, 딸들이 사회 첫출발부터 쓰라린 좌절감을 맛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모두 합심해서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는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일자리창출특별법」을 제정하고 추진하겠습니다. 단기 인턴사원제도를 활성화하고 이후 취업이 되면 특별 보조금을 지원하겠습니다. 인턴제, 직업훈련, 취업알선을 묶은 「패키지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이공계 졸업자를 위해 기술개발, 판로개척, 해외진출 등을 연계시킨 「패키지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하겠습니다. 여섯째, 농어민의 삶을 보호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칠레와의 FTA를 포함해 자유무역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나 "선대책 후개방" 원칙에 따라 농민의 피해를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농어민 소득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제도를 보완 확대하고, 보상 단가를 현실화하겠습니다. 양식어민들을 위한 재해보험도 조속히 추진하겠습니다. 다양한 직불제를 도입하여 도시와 농어촌의 소득격차를 줄여 나가겠습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국민 여러분! 북핵문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합니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의 시대정신이자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가기 위한 기본 전제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햇볕정책입니다. 6.15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비로소 평화의 새싹이 움텄습니다. 이로 인해 기나긴 남북 간의 반목과 대립이 해소되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건강한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동시에 유지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입니다. 우리 통합신당은 햇볕정책을 온전히 계승할 것입니다. 남북한 직접대화와 6자회담을 병행해야 합니다. 북한에 대한 대통령 특사 파견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 위원장도 서울답방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에게 남북 국회회담 개최를 제의하고자 합니다. 개성공단사업을 비롯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북한이 우리와 협력하고 상호 윈-윈하는 길로 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제도적이고 규범적인 해결 방식을 수용하게 해야 합니다. 6자회담을 "동북아 평화협력체"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항구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밀고 나가야 합니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은 신중해야 합니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라크 국민에게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라크의 안정과 경제재건을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과 국제사회의 친구가 되는 것은 대립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사회의 평화와 정의를 지키는 것이 바로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길입니다. 이라크 파병은 졸속으로 결정되서는 안 됩니다. 특히 전투병 파병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의 인명피해, 한미관계, 경제적 측면,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제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합니다. 공식 결정이 나기도 전에, 정부 당국자들이 앞 다투어 파병의견을 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주미대사는 무조건 파병을 주장하고, 외교 안보 국방분야의 책임자들 역시 개인 의견을 서슴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 됩니다. 외교정책에 혼란이 생기고, 국익이 손상됩니다. 최종 결정 이전까지 정부 당국자들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신중하게 처신할 것을 촉구합니다. 만일 이후로도 부적절한 언행이 지속된다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준엄하게 질책하고 징계해야 합니다. 정부가 파견한 이라크 조사단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중립적인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초당적인 국회 조사단 파견을 제안합니다. 충분한 검토와 조사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국책사업 추진의 새로운 모델을 정착시킵시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각합니다. 민주주의 발전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기도 합니다. 이제 정부는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민주주의 원칙을 보다 중시해야합니다. 위도 방폐장 부지 선정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기대합니다. 정부는 절차가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주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길 촉구합니다. 최근 대화기구를 구성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국무총리 산하에 "부안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여기에서 모든 것을 논의하고,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 조속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통합신당이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에 앞장서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 사회는 지역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에 갇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의 권위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광범위한 사회현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치를 바로 세우는 것"만이 해답입니다.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세워내야 합니다. 신뢰를 잃어버린 지금의 정치로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정치를 바꾸어 주십시오. 참여하여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다시 한번 국민의 저력을 보여 주십시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부패와 특권과 지역주의로 얼룩진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냉전과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전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더욱 젊어지고, 더욱 부강한 나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 통합신당이 여러분과 함께 어깨를 걸겠습니다. 친구가 되겠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뛰겠습니다. 국민만을 믿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 정쟁의 당사자가 아니라 국가발전의 무한책임을 지는 "일꾼정당"이 되겠습니다. 경청해주신 국민 여러분, 깊이 감사드립니다.
2003.10.16 I 양효석 기자
  • (김경록의 채권프리즘)채권 먹는 불가사리
  • [edaily] 우리나라 전설에 보면 철을 먹는 불가사리가 있다. 철을 먹고 계속 커지다가 뾰로롱 하고 다시 원래 밥풀로 만든 인형으로 돌아온다. 국민연금을 보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무조건 채권을 먹어치우다가 어느날(물론 세월이 30년 이상 흘러야 겠지만) 보니 뾰로롱 하고 채권을 토해내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2030년 경 적립금 예상액이 2000조원에 이르는 연금이 이러한 과정에서 채권시장과 자본시장, 나아가서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하는 것이다. 현황 1 : 불가사리처럼 커지는 초기 단계의 자금적립 국민연금은 1988년에 실시되어 계속 가입자를 확대했다. 1999년부터는 연금가입 급여수준을 하향화 했고 가입범위도 도시지역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와 자영업자로 확대했다. 반면에 연금수급 개시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였다. 그 결과 연금가입자수가 급속히 확대되었고 연금보험료 역시 급속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1995년에 사업장 가입자 550만명, 지역가입자 190만명이, 2001년에는 사업장 가입자는 590만명으로 증가한 반면에 지역가입자는 1000만명으로 증가했다. 경제활동 인구에서 국민연금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5년 40%에서 2001년에 84%로 불과 6년만에 두 배로 된 것이다. 적립기금은 1995년 16조원에서 2001년에는 75조원, 2002년에는 93조원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적립방식이기 때문에 20년 만기의 장기저축을 강제 가입하게 했다고 보면 된다. 국민연금 초기 단계에 강력한 강제저축을 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자금의 지출이 적어 적립금이 누적적으로 커지게 된다. 기금 적립금에서 지출되는 비율을 보면 2000년에 2.8%이나 2005년에는 2%정도에 불과하며 2010년에도 2.5%정도에 머무른다. 이에 따라 적립기금은 2010년에 30조원, 2030년에는 2000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상의 데이터는 전병목(2002), 국민연금 장기재정 전망과 정책과제) 2030년의 경제에서 받는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30년 동안에 명목 성장률이 7%정도라면 복리로 보면 명목 GDP 규모가 지금의 약 8배에 이르므로, 2030년의 2,000 조원은 지금의 약 250조원 정도로 보면 된다. 명목 성장률이 6%이면 약 350조원이 된다. 지금 적립규모가 100조원이 아니라 250~300조원이라고 상상해보면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현황 2 : 먼 미래를 대비한 현재의 강제저축과 자원 배분의 강제성 당국은 노령화와 국민복지를 위해 국민연금이라는 강제저축을 실시하였다. 개인들이 지금까지 스스로 자산을 배분하던 것을 정부가 끌어다가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약 100조원에 정부가 간여한 것으로 연간으로 보면 연간 20조원의 규모이다. 이런 추세가 앞으로 30년 정도는 지속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 배분 결정권의 이동에 따른 영향이다. 첫째, 개인은 소비가 위축된다. 개인은 지금 납부하는 것을 저축으로 간주하면 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서 거의 반 강제적인 세금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30년 후에는 다시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지금은 개인은 이 부분만큼 자신의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 둘째, 개인이 그 자금을 운용한다면 은행예금을 하든지 주식투자 등 단기운용을 할 것이다. 은행예금은 대출로 이어지며 은행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자금이 많이 가게 된다. 따라서 보다 위험이 큰 부문에 투자가 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으로 그 돈이 집중되면 이런 행위가 어려워진다. 국민연금은 이미 하나의 자산 배분 주체가 되어 버리고, 감시자가 많기 때문에 주로 국공채 등에 투자하고 주식의 비중도 거의 없다. 이러한 자원배분의 중앙 집권적인 성격은 안전자산의 선호를 높이게 된다. 셋째, 강제저축을 증가시키게 되면 금리는 하락한다. 특히 향후 지출될 것을 예상하여 지금부터 누적을 많이 시켜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금리가 펀더멘탈보다 undershooting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펀더멘탈을 바로 반영하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자산의 비효율적 배분이 일어나게 된다. 금리자체가 시장경제에서 자산배분의 기준이 되는데, 이것이 과다하게 낮으면 소비 증가, 부동산 투자 뿐만 아니라 설비투자가 회복되면 비효율적인 기업에게까지 투자 기회를 주게 되는 것이다. 현황 3 : 불가사리처럼 오그라드는 먼 미래의 자금 고갈 문제는 불가사리가 다시 밥풀로 뾰로롱 꺼지는 때이다. 즉 적립금이 급속하게 줄어드는 때이다. 당국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적립금이 급속하게 줄어들게 되면 다시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가 유동성이 급속하게 감소할 수 있다. 이때가 되면 다시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자금이 고갈되면서 채권매수가 줄어드는 한편 당국은 재정지출을 늘리게 되어 채권발행이 증가한다. 따라서 이때 금리는 펀더멘탈보다 상승하게 된다. 물론 급속하게 고갈되어야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그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그렇다고 배제할 수는 없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 일시에 급증하는 자금의 흐름이 경제를 왜곡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돈이 한 곳에 모인 것은 위기이자 기회이기 때문이다. 첫째, 국내저축을 일단 해외로 일정부분 옮기는 것이다. 주식이나 채권 모두에 해당한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저축을 다시 해외로 유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 다시 국내 투자가 필요할 때 국내 투자 자산의 비중을 늘리면 저축과 투자 갭을 빨리 조절할 수 있는 순기능을 가질 수 있다. 둘째, 철저한 위험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대체투자를 확대시켜야 한다. 대체투자 확대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치열하지만, 철저한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투자를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대체투자는 SOC등을 고려해 볼만하다. 너무 눈에 보이는 수익성과 안전성만 추구하면 이를 하기 힘드나, 이를 실행한다면 장기저축을 동원하여 장기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부채만기가 긴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성격에 맞을 뿐 아니라 동북아 기지를 건설하는데 필요하다. 셋째, 채권 보유액이 70조원 정도인데 평균만기 3년 정도라고 하면 매년 20조원 이상의 채권이 만기가 되어 채권을 사야 한다. 국민연금 확대 초기단계에서는 채권 듀레이션을 많이 늘리지 못하였고, 지금 만기 되는 채권들은 장기 채권들로 점차 비중을 높여가게 되는데, 신규 유입되는 자금의 채권수요와 함께 국민연금은 엄청난 물먹는 하마가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노출되기 쉬우므로, 당분간 안정궤도에 접어들 때까지 block trading이 필요하다. 넷째, 장기채 시장을 육성하는데 당국은 적극적이어야 한다. 현재 MBS시장은 은행이나 차입자 모두 장기대출을 선호하지 않아 활성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당국은 장기대출에 대한 소득공제액을 확대시켰는데 이런 유인 정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미래 정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행해지고 있는 국민연금 정책이므로 당국은 어느 정도의 재정지원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부동산 시장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급성장은 자본시장이나 경제에 왜곡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도 많다. 투자와 저축 갭의 조절, 투자와 위험관리 능력의 한단계 상승, 장기채 시장의 육성, 건전한 자본시장의 조성, 동북아 기지 인프라 구축 등이다. 외환위기 이후 채권시장은 눈부신 발전을 하였다. 국민연금의 위기도 우리의 능력과 전략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자들의 능력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03.09.23 I 김경록 기자
  • (edaily리포트)다시 꿈꿀 수 있을까?
  • [edaily 손동영기자] 출범 6개월을 넘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그들 표현대로라면 "많은 난제들을 끌어안은 채 출발"했습니다. 또 "여러 분야에서 개혁과 변화를 통해 당면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려고 부심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합니다. 그런데 이런 평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경제부 손동영 기자는 "다시 꿈 꿀 수 있을까를 회의(懷疑)하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누가 "너는 진보냐 보수냐"고 물어온다면 저는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 "진보쪽에 가깝겠지"라고 답할 겁니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보수적이지않은` 후보에 표를 던졌고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지켜야할 것`보다 `바꿔야할 게` 훨씬 많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위에 참 많은데 그들 대부분이 요즘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지난 6개월동안의 참여정부를 평가하면 `실망`이란 단어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는 거죠. 사실 정권출범 6개월만에 `실망`을 입에 올리는 사람이 이렇게 늘어나기도 드문 일이랍니다. `하다못해` 앞서 대통령들은 적어도 1년이상은 거품일지언정 대단한 인기를 누렸는데 말입니다. 지난 대선때 다른 후보를 찍었던 분들이야 정권초기부터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 혈안이 돼있던게 사실이고, 마침 그들에게 유리하게 환경이 돌아가니 쾌재를 부를만 합니다. 물론 대외적으론 "나라꼴이 엉망이다. 큰일났다"는 염려(?)로 포장됩니다만. 지금 그런 `거짓 소리`들은 논외로 하죠. 그럼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지금 `실망`을 입에 올리는 이유는 뭘까요.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요. 그렇진않을 겁니다. 저의 기대는 애당초 그렇게 크지않았습니다. 어쩌면 "최소한 지금보다 나아지겠지"하는 소박한 기대가 문제였지요. 정권담당자들은 지금도 "좀 참으라"고 합니다. 국정 혼란에 대한 비판은 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는 과정의 일시적 혼돈`쯤으로 치부합니다. 물론 `보수언론의 폭력`이 중요한 매개고리입니다. 정부가 "보수언론에 의해 짓밟혔다"고 항변하고, 그래서 소송도 열심히 제기합니다. 그럼 국민들이 희망을 잃었다고 하는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노 대통령의 진심을 알아주기엔 국민들이 너무 무식하거나 냉정한건 아닐까요. 정권 입장에선 `보수언론에 휘둘려 진실을 보지못하는 국민들`이 참 야속한듯 합니다. 그런게 그게 이유라고 한다면 진짜 우리는 앞으로 어떤 꿈도 품을 수 없겠습니다. 정권을 책임진 사람들이 `본질은 다 잘돼가고있는데 국민들이 못보고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 충정을 이해할 거다, 우리는 지금껏 해온대로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현실을 보고있다면 암담하지요. 노 대통령은 `코드`라는 화두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코드는 여전히 참여정부를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대통령 주변에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서있을 땅은 없습니다. 국민들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여기에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대통령 주변엔 늘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사람들뿐입니다.(맞추는 거지, 맞는다는 뜻이 전혀 아니란 것입니다) `널리 인재를 구한다`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 통치이념은 애초부터 존재하지않았던 겁니다. 그들의 말대로 우리 사회가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시련을 겪고있다면 이해할만 한데, 문제는 새로운 시대가 머릿속에 그려지지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동북아 경제중심? 아니면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 어느 것도 하루하루 생활에 찌든 사람들에게 와닿지않습니다. 지금의 혼돈을 고통스럽게 넘겨가며 맞이할 새로운 시대가 과연 동북아 경제중심이나 국민소득 2만달러입니까? 과연 노 대통령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우리의 새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세요. 여러분들도 대개 머리가 그다지 좋지않아 무척 힘들고, 괴로울 겁니다. 저는 진짜 괴롭습니다.
2003.08.27 I 손동영 기자
  • (전문)盧 대통령 8.15 경축사
  • [edaily 김진석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 5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 연설을 통해 자주국방 의지 등 국정운영 방향을 밝혔다. 다음은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동포 여러분, 오늘은 참으로 뜻깊은 날입니다. 58년 전 오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빼앗겼던 나라와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에는 민주공화국을 세웠습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설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러한 해방과 건국의 역사 위에서 자유를 누리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자자손손 영원히 이 날을 기억하고 기념할 것입니다. 당시, 간교하고 무자비한 탄압에 온 세상이 숨을 죽였고, 믿었던 동지들마저 엄청난 무력과 경제력에 놀라 희망을 버리고 일제에 빌붙어 버렸습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오로지 역사와 대의에 대한 믿음 하나로 목숨을 바쳐 싸워오신 애국 선열들의 숭고한 헌신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은 단지 오늘을 기념만 하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쩌다가 나라를 잃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게 되었는지, 또다시 그러한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인지, 어떻게 해야 후손들에게 불행한 역사를 물려주지 않을 것인지, 노여움과 원망과 부끄러움이 뒤엉킨 가슴으로 새로운 다짐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우리는 나라를 지켜낼 군대도, 군대를 키울 경제력도 없었습니다. 급변하는 세계질서를 읽어내고 새로운 질서에 대처할 방도를 세울만한 지혜도, 국민의 뜻과 힘을 하나로 모을 역량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는 온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적 성공을 이루어냈습니다. 이제 정보화 시대의 선두주자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온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튼튼한 경제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충성스럽고 강한 국군이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미·일·중 3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세 나라 모두로부터 저는 정중한 예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뜻이 동북아 질서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억압과 수탈로 자주적 발전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식민지 역사와 분단의 아픔, 그리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딛고 일어서 나라를 여기까지 발전시켜온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존경과 찬사를 올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다함께 다짐합시다. 다시는 그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합시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보다 넉넉하고 안정된 세상에서, 제 나라와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저마다의 꿈을 자유롭게 펼치면서, 당당하게 세계질서에 참여하고 주도하는 국민으로 살게 합시다. 경제와 안보를 보다 튼튼하게 다져야 합니다. 분단을 극복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질서가 자리잡게 해야합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먼저 국민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뿌리내려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존중하고 가꾸어야 할 원칙과 대의명분을 뚜렷하게 세워나가야 합니다. 경제의 성공이 중요합니다. 경제의 성공 없이는 다른 성공도 어렵습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린 대로, 정부는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시장개혁과 사회문화의 개혁, 그리고 동북아 시대와 지방화 시대를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채택하고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민생을 안정시키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 주택가격을 비롯한 부동산 안정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선진 노사문화의 정착을 위한 대책도 곧 내놓겠습니다. 노사간의 갈등과 대립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개방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입니다. 자유무역협정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개방으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교육도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개혁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정책들을 임기 내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결코 일시적인 인기에 연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임기 내에 2만 달러 시대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임기 후에는 우리 경제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려워할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가 풀리면 남북간에 평화와 협력의 물꼬가 트일 것이고, 이어서 동북아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동북아 시대가 열리면 중국의 발전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우리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당장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청년실업이 늘고, 신용불량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더욱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할 때는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이 어려움도 곧 넘어 설 것입니다. 그 동안 정부는 경제시스템이 무너지거나 성장 잠재력이 손상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처해 왔습니다. 이제는 이들 고통받는 분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회복되는 대로 빈부격차를 줄이고, 의지할 데 없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는 사람들이 없도록 사회안전망을 다시 정비하겠습니다. 산·학·연 협동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해서 청년실업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도 세우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주한미군 문제를 놓고 국민들간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는 주한미군의 일부가 축소되거나 배치만 바꾸어도 나라의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며 재배치를 반대합니다. 일부이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주한미군이 나라의 자주권을 침해한다며 철수를 주장합니다. 국민들간에 서로 승복하지 않는 대립이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양쪽 모두 지난 날 이념적 대결시대의 논리에 매몰되어 역사와 현실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습니다. 6.25 전쟁에서 미군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바쳐 우리의 자유를 지켜주었고, 오늘날까지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평화의 토대 위에서 오늘의 성공을 이루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안보를 언제까지나 주한미군에 의존하려는 생각도 옳지 않습니다. 자주독립국가는 스스로의 국방력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국군은 6.25 전쟁을 거친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능히 나라를 지킬만한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독자적인 작전 수행의 능력과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안보전략도 수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이 바뀔 때마다 국방정책이 흔들리고 국론이 소용돌이치는 혼란을 반복할 일이 아닙니다. 대책없이 미군철수 반대만 외친다고 될 일도 아닙니다. 이제 현실의 변화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저의 임기동안, 앞으로 10년 이내에 우리 군이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정보와 작전기획 능력을 보강하고, 군비와 국방체계도 그에 맞게 재편해 나갈 것입니다. 주한미군의 실질적인 전력이 약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부대의 재조정도 수용하려고 합니다. ‘용산기지’는 가능한 최단 시일 안에 이전하도록 할 것입니다. 주한미군 제2사단의 재배치 등 전반적인 재조정은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안보상황에 맞추어서, 그 시기를 조절해 시행하도록 부시 미국 대통령과 협의하겠습니다. 정부가 수립된 지 55년이 되었습니다. 세계 12위의 경제력도 갖추었습니다. 이제 스스로의 책임으로 나라를 지킬 때가 되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자주국방을 하더라도 한미동맹 관계는 더욱 단단하게 다져나가야 합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상호동맹 또는 집단안보동맹으로 평화체제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결코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닙니다. 상호 보완의 관계입니다. 동북아시아의 질서가 평화와 번영의 질서로 발전하게 되더라도 한편으로는 대립과 갈등의 잠재적 가능성이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그 동안 한미동맹 관계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강한 군대와 융성한 경제만으로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유럽은 50년 전부터 공동체 질서를 출범하여 평화와 공동번영의 질서를 구축하고, 이제 국가간 통합의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계속된 전쟁으로 생긴 대립과 반목의 장벽을 거의 허물어 버리고, 그 위에 화해와 통합의 질서를 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유럽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역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구권까지 통합의 질서 속으로 편입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역협력을 통한 평화와 공동번영의 질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가는 것이 21세기 세계사의 조류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북아시아에도 협력과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어디에 기댈 것인가를 놓고 편을 갈라 싸우다 치욕을 당하는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저의 ‘동북아 시대’ 구상의 핵심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시대는 우리에게 그 이상의 기회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유럽 인구의 4배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럽과 같은 협력과 통합의 질서가 자리잡게 되면 동북아시아는 그야말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한국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새로운 질서 속에서 동북아시아가 더 이상 세계의 변방이 아니듯이, 한국도 더 이상 변방이 아닐 것입니다. 수 백년 동안 우리를 움츠리게 했던 변방의 운명을 벗어 던지고, 주변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당당하게 세계질서를 함께 이끌어 가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될 것입니다.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로 가는 길목에 북한 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도 없습니다. 잘못하면 한반도 문제가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갈등의 빌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북한 핵 문제는 조속히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동족상잔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또다시 불행한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 민족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상처를 입게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사정을 우방국의 지도자들에게 간곡히 설득했습니다. 다행히 북핵 문제는 이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핵무기는 결코 체제보장의 안전판이 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고립과 위기를 자초하는 화근일 뿐입니다. 이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는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해서 앞장 설 것입니다. 이웃나라들과 협력해서 국제기구와 국제자본의 협력도 끌어들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동북아 시대가 열리고 북한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평화와 번영을 함께 나누게 될 것입니다. 지난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은 남북한만의 합의가 아닙니다. 세계를 향한 평화의 약속이었습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 추진 중인 각종 협력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계속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남과 북은 평화체제 구축과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협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 앞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고난과 시련을 안겨주었던 제국주의와 냉전질서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 화해와 협력, 평화와 공존의 새 질서가 싹트고 있습니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동북아 시대의 주역으로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그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 것인가 하는 것은, 이제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맡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통합된 힘으로 경제를 개혁하고 정치를 혁신해야 합니다. 정부도 변해야 하고 기업과 근로자 모두 변화해야 합니다. ‘통합과 혁신’, 그것만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 흐름에 부응하고 동북아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길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냉전의 산물인 분단과 전쟁, 그리고 오랜 군사독재도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지 못했습니다. 금 모으기 운동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하나된 함성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우리 국민입니다. 마음을 모으면,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못해낼 것이 없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합시다.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줍시다. 감사합니다.
2003.08.15 I 김진석 기자
  • (전문)盧 대통령, 칭화(淸華)대학 연설문
  • [edaily 김진석기자]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중국 최고 명문대학중 하나인 `칭화(淸華)` 대학을 방문,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중 협력"을 주제로 연설했다. 다음은 연설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꾸빙린`(顧秉林) 총장님과 교수 여러분, `쩌우지`(周濟) 교육부장을 비롯한 귀빈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들어오면서 보니까 캠퍼스가 참 아름답습니다. 과연 중국을 대표하는 명문, ‘칭화따쉐’(淸華大學)다운 면모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칭화대 학생들은 사귈만하다”는 유행어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도 오늘 여러분과 사귀고 싶습니다. 이렇게 귀한 기회를 마련해 주신 데 대해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날 세계가 찬탄하는 중국의 발전에는 칭화대 동문들의 땀과 열정이 배어있습니다. 존경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께서 여러분의 자랑스런 선배라는 점도 칭화대인들의 자부심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끊임없이 연마하고, 덕을 앞세워 발전을 이룬다"(自强不息 厚德載物)는 `칭화정신`은 모든 배움의 근본 자세일 것입니다. 이러한 자세로 매진해 나간다면, 칭화대는 ‘세계 일류대학’ 건설이라는 큰 목표를 반드시 이루어낼 것입니다. 대학은 미래를 준비하는 곳입니다. 이 시간,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도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저는 중국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위대한 문화유산, 눈부신 경제발전, 근면하고 역동적인 국민들의 삶, 모든 것이 참으로 놀랍고 감명깊었습니다. 그 감동을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국민들의 일치된 노력으로 ‘사스’(SARS)의 재난을 극복해내신 데 대해서도 위로와 찬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국은 지금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중국 사회 전반의 새로운 도약과 번영을 가져올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우리 국민들도 이 행사들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것입니다. 저는 `덩샤오핑`(鄧小平) 지도자,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과 `주롱지`(朱鎔基) 전 총리, 그리고 `후진타오` 주석의 탁월한 통찰력과 지도력에 대해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주도해온 개혁과 개방이 선진 중국을 건설해나가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은 지난 20여년의 역사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중국이 활력있는 경제와 역동성을 바탕으로 더욱 풍요로운 사회, ‘샤오캉’(小康) 사회를 실현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국과 중국은 다음달에 수교 11주년을 맞습니다. 이번에 저와 `후진타오` 주석은 우리 양국이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나아갈 것을 합의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눈부신 관계발전에 비추어볼 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들이 해마다 가장 많이 찾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지난해에는 양국에서 모두 230만명의 국민들이 서로를 방문했습니다. 10년 전보다 열 일곱 배가 늘어난 숫자입니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은 3만 6천명에 이릅니다. 외국인 학생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한국에서 온 셈입니다. 여기 칭화대학에서도 자랑스런 ‘칭화 동문’이 되기 위해서 500명이 넘는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 양국은 서로에게 세 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입니다. 지난해의 교역규모는 41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의 기업들에게 중국은 최대의 투자파트너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신기술 분야의 협력도 활발합니다. 다음주에는 칭화대학과 한국 전자부품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한·중 전자부품 산업기술 협력센터’가 문을 엽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러한 미래 첨단분야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런데, 한·중 관계가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닙니다. 우리 두 나라는 5천년에 이르는 교류와 우호친선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두 나라 국민들은 서로를 가깝게 느끼며 서로의 삶과 문화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한풍’(漢風)과 ‘한류’(韓流)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습니다. 어디를 가나 중국상품이 넘쳐납니다. 서울의 지하철에서는 중국어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나 `공리`(鞏&20432;), `리밍`(黎明) 같은 중국의 대중 스타들을 모르는 젊은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중국에서도 ‘한류’는 이제 큰 물줄기를 이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국의 가요나 영화, 드라마를 즐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김치도 인기가 있다는데, 여러분도 기회가 되시면 꼭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한·중 우호협력의 토양은 이처럼 두텁고 비옥합니다. 문제는 이 옥토에 어떤 씨앗을 뿌려야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씨앗에 따라서 열매는 달라집니다. 20년 후, 30년 후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저에게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씨앗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21세기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희망입니다.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비전입니다. 지난날의 동북아는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되풀이해 왔습니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충돌, 동서양의 갈등, 동서진영의 이념적 대립으로 오랜 세월 불신과 반목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한 경계심은 아직도 이 지역 국민들의 마음속에 아물지 못한 상처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동북아의 역사는 바뀌어야 합니다. 다시는 침략과 지배로 고통받았던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됩니다. 대립과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고, 협력과 통합의 질서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끼리 경계하고 불신하는 동안에는 세계사의 흐름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자국만의 이익, 소아(小我)의 울타리를 넘어서, 대동(大同)의 새 역사를 일궈가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마음의 벽을 허물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화해와 협력의 씨앗, 평화와 번영의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유럽의 각국들은 이미 반세기 전에 공동의 미래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 결과 오늘의 유럽연합(EU)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국가간의 경계도, 마음의 장벽도 허물어냈습니다. 저는 우리 동북아에서도 이러한 평화와 번영의 미래가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사이였습니다. 국민들은 만나면 처벌까지 감수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후 불과 십 수년만에 한·중 관계는 상상조차 못했던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우리가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오늘을 만들어 왔듯이, 그러한 미래도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믿음의 근거입니다. 올해 들어서 한국과 중국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양국의 국민들이 저와 `후진타오` 주석처럼 젊은 지도자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저는 국민의 기대도, 시대의 요구도, 이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동북아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과 중국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보다 진지하게 논의해야할 시점입니다. 동북아 공동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향해서 협력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우리가 함께 감당해나가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동북아시아는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 세계 GDP의 20%를 담당하고 있고, 10년이나 15년 후에는 30%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풍부한 자원이 있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찬란한 문화적 전통과 무한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공동의 비전, 곧 ‘평화와 번영’의 새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는다면, 동북아의 역사는 달라집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일 안에 유럽·북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경제의 3대 축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동북아는 세계의 생산과 투자, 금융과 물류, 정보와 기술이 모여들고 퍼져 나가는 ‘번영의 허브’(Hub)가 될 것입니다. 베이징의 학생들은 기차를 타고 평양과 서울, 부산을 거쳐서 도쿄까지 수학여행을 다녀옵니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동북아시대’의 한 모습입니다. `동북아시대`는 경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경제적 동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동북아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한·중 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나라들은 전통적인 가치관을 함께 해왔습니다. 유교적 전통에서 비롯된 인간중시의 사상, 그리고 상생과 화합, ‘대동’의 세계관은 동북아가 공유하고 있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입니다. 저는 여기에 ‘미래지향적인 개방성’과 ‘협력지향적인 참여’의 가치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고, 협력을 위해서 참여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면, 대립과 갈등의 역사는 종식되고 협력과 통합의 새 질서가 싹틀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우선 대화와 교류를 꾸준히 늘려가야 합니다. 구체적인 협력사업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신뢰를 쌓고 공동의 이익을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통신, 에너지, 자원, 환경분야에서의 지역 협력, 한반도에서 중국과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 건설 같은 사업들이 그 좋은 시범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매년 ‘아세안(ASEAN)과 한·중·일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동북아의 미래를 논의하는 유익한 대화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당면한 최대의 관건은 역시 한반도의 평화정착입니다. 한반도 평화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말할 수 없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평화와 번영의 대열에 합류시키느냐 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북한이 개방을 통해서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국제사회에 건설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한·중 양국은 물론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북아시대`를 열어 나가는 데 어느 한 구성원도 소외되어서는 안됩니다. 동시에, 그 어떤 구성원도 주변국의 안보나 동북아의 안정을 해칠 권리는 없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화와 공생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어느 누구도 북한의 핵이 북한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평화와 번영의 대열에 동참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와 개방의 길로 나아올 때, 국제사회는 필요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은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관계국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북한도 동참하는 가운데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가 열리기를 희망합니다.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결을 거슬러 헤엄친다"(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가난한 농촌에서 자라면서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독학으로 공부해서 판사가 되었고, 변호사로도 활동하다가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언제나 정의의 편에서, 또 국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거센 바람과 물결을 헤쳐 오면서, 힘도 들었고 좌절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원칙과 신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원대한 포부를 안고 원칙과 신념을 지켜 나간다면, 학생 여러분의 꿈은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 다함께 희망의 씨앗을 뿌립시다. 동북아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뜻과 지혜를 모아 나갑시다. 언젠가는 여러분과 제가 다시 만나서, 풍성한 열매를 수확한 기쁨과 보람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그 날이 멀지 않은 장래에 꼭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07.09 I 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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