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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수·공옥진 전위무대 펼쳤던 공간 소극장 부활
- 조정권(왼쪽) 시인과 김구림 작가가 지난 4일 열린 공간사옥 소극장 재개관식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아라리오갤러리).[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김덕수의 사물놀이, 공옥진의 1인 창무극 등 시대를 앞서 간 공연이 펼쳐졌던 공간사옥 소극장이 다시 문을 열고 관객들을 맞는다. 지난해 9월부터 미술관으로 바뀐 서울 종로구 원서동 옛 공간 사옥(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지하 소극장이 지난 4일 조정권 시인과 김구림 작가의 퍼포먼스로 재개관 했다. 공간 사옥은 1977년 한국 1세대 건축가 김수근 씨가 지은 건물로 건축설계사무소 겸 전시·공연이 펼쳐졌던 곳이었다. 당시 예술종합지 ‘공간’의 편집장이었던 조 시인은 “공간사랑으로 불린 소극장에서 시낭독, 전통·현대무용, 타악기 연주, 판소리, 연극, 마임, 인형극, 퍼포먼스 등 여러 장르의 공연이 바쁘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날 재개관식에서 조 시인과 김 작가가 선보인 퍼포먼스는 1981년 5월 같은 장소에서 선보였던 공연 ‘손톱과 시’를 재연한 것이다. 조 시인이 의미가 없는 음성시를 낭독하면 김 작가가 옆에서 손톱을 깎는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은 “소극장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이 많아 미술관 리모델링 당시 전시실로 변경한 소극장을 원래의 극장으로 복원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3일 색소포니스트 강태환의 연주와 전통악기의 협연이 소극장에서 열린다. 6월에는 한국 마임 1세대 유진규 마이미스트의 공연이 계획돼 있으며, 7월에는 판소리명창 배일동과 드러머 사이먼 바커, 트럼펫연주자 스코트 틴클러의 실험적인 공연이 펼쳐질 계획이다. 1980년 5월 공간사옥 소극장에서 열린 ‘사물놀이’의 한 장면. 왼쪽부터 이광수, 김용배, 김덕수, 최종실(사진=예술자료원).
- 현대미술, 최전선 제주로 남하하다
- 중국 현대미술가 장환의 거대한 설치작품 ‘영웅 No.2’. 제주시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의 간판 전시작품이다(사진=아라리오뮤지엄).[제주=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대표작인 ‘마릴린 먼로’가 제주도에 정착했다. 워홀뿐만이 아니다. 작품 한 편당 100만달러가 넘는다는 독일 현대미술계의 거장인 지그마르 폴케, 인도의 현대미술 지형을 바꾼 작가로 명성이 높은 수보드 굽타의 작품도 제주도에 안착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재평가받고 있는 김구림의 작품도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현대미술의 주요 작품들이 한반도 남쪽 섬의 옛 동네로 이사를 온 것이다. 제주시 탑동의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등 3곳이 오는 10월 1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내부와 전시작품을 미리 공개했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천안을 무대로 사업을 키워온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의 미술수집가로서 꿈이다. 첫 발은 이달 초 오픈한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내디뎠다. 김 회장이 지난해 11월 한국 현대건축 1세대인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공간사옥(등록문화재 제586호)을 150억원에 낙찰받아 내부를 보존한다는 원칙 아래 리모델링한 미술관이다. 아라리오뮤지엄의 또 다른 분점이라 할 수 있는 탑동시네마와 탑동바이크샵, 동문모텔도 김 회장이 직접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거쳐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탑동시네마는 1999년 개관해 본래 4개의 상영관이 있던 제주 최초의 복합상영관이었다. 탑동바이크샵은 오토바이 가게와 이벤트 회사, 여행사가 들어 있던, 지하 1층 지상 3층의 평범한 상업건물이었다. 동문모텔은 1975년 여관으로 개축된 이후 2005년까지 영업을 했다. 제주의 구도심인 탑동과 동문동이 신제주의 개발로 쇠락하자 일찍부터 제주에 전시장을 만들고 싶었던 김 회장은 자신이 구상했던 미술관들의 이미지와 겹친다는 생각에 건물을 사들인 것. 결국 김 회장은 3700여점의 이른바 ‘아라리오컬렉션’을 제주에 상설 전시하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건물의 역사와 특징이 다른 만큼 전시의 성격도 같지 않다. 탑동시네마는 바다가 보이는 미술관으로 영화상영관이었던 내부를 활용해 스케일이 큰 작품들을 내놨다. 가로 3m, 세로 3m에 이르는 폴케의 ‘서부에서 제일 빠른 총’을 비롯해 길이만 20m에 달하는 수보드 굽타의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높이 4.6m 길이 10.7m, 폭 5.2m에 달하는 중국작가 장환의 ‘영웅 No.2’ 등은 관람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10개국 작가 21명의 72점을 마련했다. 탑동시네마 지척에 있는 탑동바이크샵은 한 명의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장소로 활용한다. 개관전 작가로는 ‘현상에서 흔적으로’ 등으로 유명한 김구림 작가를 선정, 1970년대부터 작업해온 27점을 선보인다. 7개국 16명 작가의 63점이 마련된 동문모텔에서는 두 곳에 비해 전위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제이크와 디노스 채프만 형제의 ‘자본이 고장났다! 예스? 노! 바보!’를 비롯해 시귀르뒤르 구디욘슨의 ‘보호수용소’, 제주의 지역성을 살린 한성필의 ‘해녀’ 연작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김 회장의 말처럼 ‘제주비엔날레전’이라고 할 정도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이 많다. 또한 모텔의 구조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 내부를 예술적으로 활용해 그 자체가 설치미술의 한 예가 됐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에 설치된 인도의 현대미술가 수보드 굽타의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길이만 20m에 달해 다섯 등분으로 분해한 뒤 현장에서 재조립했다(사진=아라리오뮤지엄).김 회장은 미술계에서 ‘괴짜’로 통한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재벌도 아니다. 스스로 ‘씨킴’이라는 이름으로 미술작업도 병행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1990년대 후반 당시 독일 라이프치히 화파를 한 발 앞서 눈여겨봤고 데미안 허스트 등 영국 YBAs 화파들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미리 선점했다. 또한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의 신진작가의 작품에도 투자했다. 수장품은 늘어났고 가치 또한 높아졌다. ‘직접 보고 작가의 영혼이 느껴지는 작품만을 수집한다’는 원칙이 성공요인이라고 김 회장은 말한다. 남은 목표는 훗날 재단을 세워 국가에 소장품을 기증하는 것이다. 아라리오뮤지엄의 ‘분점’도 제주에 더 생겨날 예정이다. 이미 서귀포와 제주시 몇곳을 물색해 건물을 매입해 뒀다. 064-720-8201(탑동시네마), 064-720-8204(탑동바이크샵), 064-720-8202(동문모텔).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24일 열린 제주시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프레스오픈에서 전시장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아라리오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