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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 2008 리포트] 터키 돌풍 잠재운 독일의 ‘승리공식’
- ▲ 대형유니폼 걸개를 내건 독일 응원단들이 터키를 꺾은 독일 선수단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사진=송지훈 기자][바젤(스위스)=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클럽과 대표팀을 막론하고 ‘단기전의 강자’로 불리는 팀들이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력, 운영 방식 등과는 별도로 경기 수가 적은 토너먼트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팀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러한 팀들은 대회 일정과 상대할 팀들의 면면을 철저히 분석해 매 경기 최적의 해답을 구한 후 그것에 ‘올인’한다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어떤 팀에게든 활용 가능한 ‘확실한 무기’를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대표팀 중에는 이탈리아와 독일이 ‘토너먼트에 최적화 된 팀’으로 첫 손에 꼽힌다. 전자의 경우 정상급 수비력을 바탕으로, 후자의 경우 높이와 파워를 활용해 월드클래스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나라들이다. 26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 상크트 야콥-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과 터키의 유로2008 4강 첫 번째 경기는 독일이 전문가들과 도박사들 사이에서 ‘우승 후보 0순위’로 지목받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이번 대회서 매 경기 명승부를 연출하며 ‘투르크 돌풍’을 일으킨 터키가 기대 이상의 역량을 선보이며 꾸준히 흐름을 지배했지만 마지막에 환호한 쪽은 전차군단이었다. ‘내용이야 어쨌든 결과만큼은 이긴다’는, 특유의 승리공식이 또 한 번 적용된 셈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뛰어난 체격조건에 근거한, 파워풀한 축구를 구사한다.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 성인 남성 평균 신장(182.5cm)이 말해주듯, 멤버들 중 대부분이 장신이기에 가능한 결과다. 공격 시에는 측면이 주요 루트로 활용된다. 발이 빠른 선수가 터치라인 부근을 장악한 후 상대의 위험지역으로 공을 올려 보내면 중앙에 포진한 동료들이 마무리 짓는 식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방식임에도 ‘승리 공식’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로 불리는 건 타고난 체격조건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적절히 어우러진 결과다. 3골을 터뜨린 터키와의 4강전이 좋은 예다. B.슈바인슈타이거의 선제골, M.클로제의 역전골, P.람의 결승골 등 모든 득점상황에서 측면수비수 람의 오버래핑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중원에 ‘전술 핵’ M.발라크가 포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전진패스보다는 측면으로 내주는 패스가 많았고, 어시스트보다는 득점가담에 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반 41분 터키 공격수 S.센투르크에게 실점을 허용해 2-2로 추격을 허용하고도 4분 만에 한 골을 보탠 건 특유의 득점 시스템이 위기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경기 후 가진 공식인터뷰에서 뢰브 독일대표팀 감독이 “우리 선수들은 상대가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승리 본능을 잃지 않는다”며 칭찬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정규시간 종료 직전 실점을 허용하며 분패한 터키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여운이 많이 남을 법한 경기였다. 일단 모든 지표에서 독일을 압도하고도 정작 득점에서는 모자랐던 것이 아쉽다. 슈팅 수(20-9) 유효슈팅 수(11-3) 볼 점유율(54%-46%) 실질적 볼 소유 시간(32분59초-27분34초) 등 모든 자료가 ‘터키의 우세승’쪽으로 잔뜩 기울었으니 전차군단 입장에서는 굴욕에 가까운 경기를 치른 셈이다. 터키선수단이 출장 정지와 부상이 겹쳐 14명의 가용인원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안타깝다. 선전의 배경으로는 F.테림 터키 감독의 ‘맞춤형 전술’이 첫 손에 꼽힌다. 이날 투르크 전사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조별리그, 8강전 당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후반 중반까지 웅크렸다가 막판에 상대를 몰아치던 기존의 틀을 깨고 일찌감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초반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있다는 테림 감독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양쪽 날개 자원이 수시로 전차군단의 수비지역 측면을 파고들었고 센투르크가 이끈 공격진은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내며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민첩성과 조직력 등 비교 우위를 지니는 장점들을 철저히 활용해 흐름을 장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경기를 온통 지배하고도 패했으니 어찌 보면 3개에 불과한 유효슈팅을 모조리 득점으로 연결한, 독일의 얄미우리만큼 날카로운 골 결정력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테림 감독은 “매번 경기 막판 골을 성공시키며 신바람을 냈는데 이번엔 외려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져 적잖이 어색했다”며 “주도권을 잡고도 승리하진 못했지만 그것이 바로 축구의 묘미이기도 하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다크호스 듀오’ 중 하나였던 터키가 결승 문턱에서 탈락하면서 이제 홀로 남은 러시아의 거취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러시아와 스페인의 8강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대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거스 히딩크 러시아 감독과 러시아대표팀 주전 공격수 아르샤빈의 이야기로 온통 떠들썩하다. 공개훈련장에 이례적으로 400여 명의 기자들이 찾았을 정도니 그야말로 ‘폭발적인’ 관심이다. 과연 러시아는 히딩크 감독 특유의 ‘마법’을 앞세워 스페인을 꺾고 돌풍을 지속할 수 있을까? 결과는 27일 새벽 확인할 수 있다. ▶ 관련기사 ◀☞[유로 2008] 독일은 결승 티켓, 터키는 자부심 획득☞[유로 2008 4강전] 예정된 수순인가 이변의 완성인가☞[유로 2008 리포트]‘무적함대’ 스페인, 새 역사에 도전하다☞[유로 2008]'히딩크 매직'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유로 2008] 히딩크, 조국의 반역자 되다...네덜란드 꺾고 4강 진출
- [유로 2008] 독일은 결승 티켓, 터키는 자부심 획득
-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기적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전차 군단’ 독일이 터키 ‘돌풍’을 잠재우고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결승에 선착했다. 독일은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의 상크트 야콥 파크에서 벌어진 터키와의 준결승에서 전반 22분 선제골을 내주는 등 고전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터진 필리프 람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독일은 지난 1996년 대회에 이어 12년 만에 결승에 진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노리게 됐다. 1972년, 1980년, 1996년 대회 정상에 올랐던 독일은 오는 30일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러시아-스페인전(27일)의 승자와 패권을 다툰다. 반면 스위스, 체코와의 조별리그부터 크로아티아와의 8강전까지 강한 정신력으로 극적인 뒤집기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던 터키는 이번에는 먼저 리드를 잡고도 독일의 저력에 말려 결승 문턱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우여곡절의 결승행 독일은 대회 개막전만 해도 도박사들이 꼽은 우승후보 1순위였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크로아티아에 발목을 잡혀 조 2위로 8강에 턱걸이하자 1순위 자리는 네덜란드에 내주고 4순위로 내려 앉았다. 도박사들은 독일보다 스페인 포르투갈의 우승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예상을 뒤엎고 포르투갈을 꺾은 독일이지만 ‘다크호스’ 터키를 제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전 멤버들이 경고 누적과 부상으로 대거 전열에서 빠진 터키의 보랄에게 전반 22분 선제골을 내주는 등 오히려 리드를 빼앗겼다. 경기 후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우리 플레이에 문제가 많았다. 하기로 했던 것을 제대로 못했다”고 토로할 정도로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 ▲끈기의 승리 로이터 통신 또한 “독일의 움직임은 예측 가능했고 볼과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집중력도 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인내심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선제골을 내준 독일은 4분 뒤인 전반 26분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맹활약한 슈바인슈타이거가 포돌스키의 크로스를 절묘하게 방향만 돌려놓는 재치있는 슛으로 동점골을 뽑았고, 후반 33분에는 클로제가 헤딩슛으로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하지만 터키의 뒷심은 여전했다. 후반 41분 세미흐가 사브리의 패스를 동점골로 연결, 재역전의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45분 람이 침착하게 결승골을 작렬, 터키의 파티흐 테림 감독이 “연장까지 갔으면 우리가 이겼을 것”이라는 때늦은 아쉬움을 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터키 비록 패하긴 했으나 이날 터키의 이스탄불에는 국기를 흔들며 ‘터키’ ‘터키’를 외치는 팬들로 가득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터키 대표팀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었다. “독일은 강한 규율, 브라질은 기술로 유명하다면 터키는 이제 강한 투쟁심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질 것”이라는 대학생 파우르크 부유키오란의 말이 터키팬들의 자부심을 대변했다. ▶ 관련기사 ◀☞'히딩크 매직' vs '무적함대' 장단점은?☞[유로 2008] 스페인, '6월 22일 8강전 승부차기 저주' 풀었다☞[유로 2008]'히딩크 매직'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유로 2008] 히딩크, 조국의 반역자 되다...네덜란드 꺾고 4강 진출☞[유로 2008] 관중석의 뢰브, 그라운드의 스콜라리 울리다
- [K 리그] '귀네슈호', 끝없이 추락...경남에 져 조 최하위
-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후반 20분께 FC 서울 서포터스석에서 마침내 “정신 차려 서울” 이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그들의 응원을 전혀 살려주지 못하는 FC 서울에 대한 실망감과 답답함의 표현이었다. FC 서울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FC 서울은 25일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2008 삼성 하우젠컵 대회 A조 6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경남에 1-2로 패배, 2무4패로 조 최하위에 떨어졌다. 컵대회에서 최근 3연패, 정규리그 포함 최근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의 부진이 이어진 결과였다. 반면 경남은 3승3무(승점 12)를 마크, 이날 제주와 1-1로 비긴 선두 수원 삼성(4승2무, 승점 14)을 승점 2점차로 추격하는 상승세를 보였고 수원은 무패행진 기록을 17경기(14승 3무)로 늘렸다. 세뇰 귀네슈 감독이 컵 대회를 포기하다시피하고 했던 FC 서울이지만 이날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정규리그 재개에 대비, 컨디션을 점검하기 위해 이전과는 달리 이을용 정조국 김은중 김진규 등 주전급을 투입하고도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에서 막 합류한 박주영, 이청용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변명이 될 수 없었다. 초반부터 선수들의 이름값에서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남의 스피드와 조직력에 말려 주도권을 빼앗긴 FC 서울은 전반 24분 인디오에게 선제골을 허용한데 이어 43분에는 경남 산토스의 헤딩슛을 아디가 헤딩으로 걷어내려다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책골까지 내줬다. 스코어는 0-2였으나 FC 서울은 더 많은 골을 내주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 해야 했던 전반에 승부는 사실상 갈라졌다. 후반 김은중 대신 데얀, 윤홍창 대신 기성용을 투입하며 반전을 시도하긴 했으나 후반 34분 터진 이승렬의 만회골도 크게 빛이 나지 않았다. FC 서울로선 팀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한판이었다. 한편 B조의 성남 일화는 대구와 접전끝에 4-3으로 신승했고, 울산 현대는 광주를 2-1로 제압했다. 전북과 대전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A조의 인천은 부산을 1-0으로 눌렀다. ▶ 관련기사 ◀☞귀네슈 감독, 단단히 뿔났다...'K 리그 진출 후 최악'☞귀네슈 감독 "조국 터키 경기는 생방! 나머지는 재방!"☞귀네슈 감독의 쓴소리 "스타 의식에서 벗어나라!"☞이근호의 올림픽 대표 유니폼은 얼마?...'스타 소장품 사랑나누기 캠페인'
- [유로 2008 4강전] 예정된 수순인가 이변의 완성인가
- [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드디어 유로2008 4강 매치업이 완성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가볍게 누르고 대회 4번째 우승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독일과 조별예선부터 그야말로 극적인 드라마를 제작, 상영하고 있는 변방의 돌풍 터키, 진부한 멘트가 됐으나 그 위력을 보고 또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히딩크 매직’의 러시아와 88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이탈리아를 제압하고 44년 만에 메이저대회 정상을 노리고 있는 스페인. 이들 간의 맞대결로 이제 13번째 유럽대륙의 제왕이 가려지게 됐다. 몇몇 국가들의 탈락이 아쉽기는 하지만, 겉모양 상 ‘우승후보vs돌풍의 팀’이라는 흥미로운 조합이 나왔다. 실상 독일과 스페인은 대회를 앞두고 가장 많은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국가였다. 4회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전차군단이나 1964유럽선수권 정상 등극 이후 지긋지긋하던 무관의 제왕 꼬리표를 뗄 수 있을 전력이라는 무적함대 모두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본 실제의 모습도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알차고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8강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꺾고 올라왔다는 상승세도 독일과 스페인 입장에서는 반가운 대목이다. 전차군단이 생각보다 손쉽게 제압했던 포르투갈이나 무적함대가 승부차기 끝에 어렵사리 잡았던 이탈리아는 독일과 스페인만큼 우승에 근접했던 국가다. 따라서 각각의 8강이 이번 대회 최대의 분수령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험준한 산이었다. 더구나 4강전의 상대가 그래도 수월한 나라라는 것도 달가운 소식이다. 제 아무리 가파른 기세를 타고 있다한들 이름값에서 부담이 덜할 수밖에 없다. 물론 터키와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따질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의 흐름상 상대가 누구라는 것쯤은 끼어들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조별예선 2차전부터 스위스, 체코, 크로아티아(8강)를 맞아 공히 종료직전 골을 기록하며 기사회생을 반복하고 있는 터키는 알 수 없는 ‘행운의 호위’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은 지금껏 상대들과는 다른 기운을 전달한다. 완패에 가까웠던 포르투갈과의 예선 1차전을 상기할 때, ‘명백한 강호’ 독일과의 맞대결에서도 터키의 승전보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해진 주포 니하트의 공백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니 테림 감독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닐 터다. 실상 기세만으로는 누구도 두렵지 않을 나라가 러시아다. 스페인과의 조별예선 첫 판을 무기력하게 내줬던(1-4) 모습이 설정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그리스, 스웨덴과의 2, 3차전에서 보여준 러시아는 달랐다. 게다가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던 네덜란드와의 8강전은 왜 히딩크라는 감독의 존재를 허투루 여길 수 없는지 여실히 증명했던 무대였다. 그들은 부지런했고, 쉼 없었고 또 자신이 넘쳤다. 게다 이제 그들의 자신감이 한층 높아졌을 것이란 예상은 쉬운 일이다. 물론 연장 혈투를 벌였다는 부담은 있겠으나 이는 4강 상대 스페인도 마찬가지니 조건은 동일하다. 실상 터키가 독일을 잡을 확률보다 러시아가 스페인 함대를 격추시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대회 개막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독일과 스페인, 그리고 가장 열세로 분류됐던 터키와 러시아. 우리시각으로 26일 새벽부터 재개되는 4강전 결과에 따라 ‘독일vs스페인’이라는 최상의 결승카드가 나올 수도 있고 ‘터키vs러시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대회를 주최하는 UEFA를 비롯해 대부분의 팬들이 후자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그리스의 승승장구로 수많은 관객을 잃고 관심도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던 UEFA 입장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노심초사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축구공은 둥글다는 진부하고 자명한 논리가 또 다시 실현되고 있는 유로2008이다. 과연 예정된 수순으로 끝나는 결말일지 아니면 2회 연속 이변이 완성될지. 막바지로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13번째 유럽선수권이다./<베스트 일레븐> 기자 ▶ 관련기사 ◀☞[유로 2008 리포트]‘무적함대’ 스페인, 새 역사에 도전하다☞[유로 2008] 스페인, '6월 22일 8강전 승부차기 저주' 풀었다☞[유로 2008]'히딩크 매직'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유로 2008] 히딩크, 조국의 반역자 되다...네덜란드 꺾고 4강 진출☞[유로 2008] 관중석의 뢰브, 그라운드의 스콜라리 울리다
- [유로 2008 리포트]‘무적함대’ 스페인, 새 역사에 도전하다
- ▲ 이탈리아의 8강전 경기가 열리기 전, 스페인 서포터스가 승리를 기원하며 경기장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사진=송지훈 기자)[비엔나(오스트리아)=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비엔나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2008 8강 네 번째 경기 스페인-이탈리아전 취재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4강의 마지막 한쪽 모서리를 채우는 승부인데다 두 팀 공히 우승권으로 분류되는 강호들인 만큼 진지한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어느덧 대회가 종반에 접어들어 결산을 앞둔 까닭인지 각국 언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연장전으로 접어들 무렵엔 근처에 있던, 백발이 성성한 영국인 기자 서너 명이 대화를 시작했는데, 범상치 않은 내공이 느껴지는 노(老)기자들의 대화 내용이 궁금했던 터라 승부차기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 팀 모두 지쳤지만 그래도 스페인이 유리할 거야. 막판까지 선수들의 열정이 살아 있더군.” “이제껏 중요한 대회에서 스페인이 이탈리아를 꺾는 장면을 본 적이 없어. 오늘 승부차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몰라. 1994미국월드컵 때 절호의 찬스가 있었지만 놓쳤지.” “8강 컴플렉스도 있지. 2002월드컵 당시에도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3-5로 패했지. 상대는 한국이었고 감독은 거스 히딩크였어. 현장에 있었지만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하겠더군.” “카시야스(GK/스페인)가 먼저 하나 막았군! 경험상 승부차기에서 ‘먼저’는 종종 ‘결국’이 되지.” “역시 스페인이 이겼어. 역사를 바꾼 거지. 스페인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밤이 되겠는걸.” “아라고네스 감독(스페인)이 어제 몇몇 스페인 기자들과 만나서 4강에 오를 경우 히딩크 감독과 맞대결을 벌이게 되는 것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는군. 기자회견장에서 사실인지 확인해봐야겠어.” ▲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미디어센터를 찾은 스페인 기자들. 언론인의 품위를 중시하는 유럽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사진=송지훈 기자)베테랑 외신기자들의 대화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스페인의 승리가 갖는 의미는 여느 1승 그 이상이다. 메이저대회에서 ‘8강’과 ‘이탈리아’라는, 지긋지긋한 두 가지 벽을 허물어낸 까닭이다. ‘무적함대’가 4강에 이름을 올린 건 1984년 유럽선수권(준우승) 이후 24년 만이다. 비중 있는 국제대회서 아주리 군단에 승리를 거둔 기억을 되짚으려면 88년 전인 1920올림픽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각종 대회마다 우승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도 번번이 중도 탈락하는 등 이제껏 쌓아올린 비운의 역사에 ‘아주리의 그림자’도 짙게 배어있었다는 의미다. 오랜 세월 이탈리아 앞에서 ‘약한 자’ 겸 ‘도전자’였던 스페인은, 그러나 이번엔 경기 시작 전부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팀 컨디션과 전력 공히 상대에 비교 우위를 점했다 평가받은 까닭이다. 우선 분위기에서 앞섰다. 조별리그 3경기서 전승을 기록한 스페인은 천신만고 끝에 8강에 턱걸이한 이탈리아(1승1무1패)에 비해 한결 여유로웠다. 유로2008 본선을 포함해 2006년 10월 이후 치른 A매치 21경기서 무패 행진을 이어온 것 또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중원을 이끌어 온 두 주역 안드레아 피를로와 젠나로 가투소(이상 MF)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것 역시 무적함대의 승리 가능성을 높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렇듯 긍정적인 요소를 두루 등에 업은 스페인은 실전에서도 전반적으로 흐름을 주도하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점수는 0-0이었지만 볼 점유율(스페인56%-이탈리아43%), 유효슈팅 수(27개-14개), 총 패스 횟수(803개-587개) 등 다수의 지표에서 이탈리아에 앞섰다. 잦고 빠른 패스워크를 통해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어내려 애썼고 D.비야, F.토레스 등 민첩한 공격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전진패스도 적극 시도했다. 수비시에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루카 토니 등 체격조건이 우수한 이탈리아 선수들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협력플레이를 선보였다. 아주리군단과의 대결 과정에서 나타난 전술적 장점과 문제점들은 러시아와 맞붙을 4강전, 독일과의 조우가 유력한 결승전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없이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 1964유럽선수권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던 스페인은 이번엔 ‘마지막 승자’로 남아 환호할 수 있을까. 유로2008을 통해 아픈 역사와의 단절에 성공한, 하지만 더 크고 중요한 도전을 눈앞에 둔 스페인이 뜻을 이룰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베스트 일레븐 기자> ▶ 관련기사 ◀☞[유로 2008] 스페인, '6월 22일 8강전 승부차기 저주' 풀었다☞[유로 2008]'히딩크 매직'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유로 2008] 히딩크, 조국의 반역자 되다...네덜란드 꺾고 4강 진출☞[유로 2008] 관중석의 뢰브, 그라운드의 스콜라리 울리다
- 히딩크 매직은 쉬지 않는다...스웨덴 꺾고 8강 합류
-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히딩크 매직’은 강력했다. 이번에는 러시아를 극적으로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8강에 끌어올리는 힘을 발휘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19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티볼리 슈타디온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D조 최종 3차전에서 전반 24분 로만 파블류첸코의 선제골과 후반 5분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추가골로 ‘바이킹 군단’ 스웨덴을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2승1패를 기록, 이날 그리스에 2-1로 역전승한 스페인(3승)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소련이 아닌 러시아로 출전, 본선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오는 22일 준준결승에서 히딩크 감독의 조국 네덜란드와 격돌한다. 러시아는 소련으로 참가한 1988년 대회 결승에서 네덜란드와 맞붙어 0-2로 패한 바 있다. 실패를 모르는 히딩크 마법의 위력을 확인한 한판이었다. 반드시 이겨야 8강 티켓을 획득할 수 있었던 러시아는 경기 초반부터 스웨덴을 몰아붙여 전반 24분 파블류첸코가 선제 결승골을 뽑았고, 후반 5분 경고 누적으로 1, 2차전에 결장했던 플레이메이커 아르샤빈이 쐐기골을 터트렸다. 경기 전만 해도 히딩크 감독 스스로 ‘스웨덴에 비하면 러시아는 아웃사이더’라고 말할 만큼 쉽지 않은 승부였지만 결과는 스웨덴이 더 많은 골 차로 패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해야 할 정도로 러시아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히딩크 감독으로선 그의 성공사에 또 하나의 빛나는 기록을 추가할 수 있게한 성과였다. 1차전에서 스페인에 1-4로 참패,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 몰렸다가 2연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8강 티켓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한 유로 96 본선에서 8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1998년 월드컵 4강(네덜란드), 2002월드컵 4강(한국) 2006 월드컵 16강(호주)을 차례로 기록한 바 있다. 어느 팀을 맡던 본선 조별리그 통과는 기본으로 해 낸 셈이다. 한편 이번 대회 8강전은 포르투갈(A조 1위)-독일(B조 2위), 크로아티아(B조 1위)-터키(A조 2위), 네덜란드(C조 1위)-러시아(D조 2위), 스페인(D조 1위)-이탈리아(C조 2위) 대결로 결정됐다. ▶ 관련기사 ◀☞네덜란드 유로 2008 우승후보 1순위로 급부상☞뒷심의 이탈리아 기사회생...스페인과 4강 다툼☞발라크, 호날두와 유로 2008 4강 길목서 맞대결☞'균열의 전조인가 아니면...', 수상한 포르투갈의 완패☞'히딩크 매직', 그리스의 비극 연출
- (르포)`386, 그들이 쿨하게 돌아왔다`
-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정치세력으로써 386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의 주 구성원으로 변화를 꿈꿨으나 실패한 세력으로 분류되기도 했던 386세대. 2008년 6월,촛불집회 현장에서 그들은 다시 정치의 관망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돌아와 있었다. 6.10민주항쟁 기념일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맞물린 2008년 6월10일은 1987년 6월 이후 최대의 열기였다. 2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군부독재에서 대통령 직선제로 바꾼 그 열기는 그대로 살아있었다. 중심에 386이 있었다. 혈기왕성한 대학생이었던 그들이 이제 가장으로, 사회의 중견이 돼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왔다. 운동화와 청바지가 구두와 넥타이로 바뀌었지만 의식은 전과 같았고, 결기도 여전했다.◇ 87년 오늘과 다른 듯 닮았다..열정은 그대로 87년 6월과 2008년의 6월은 닮았다. 형식면에선 달라졌지만 그 열정은 그대로였다. ▲ 87년6월항쟁 참여자로 인터뷰에 응해준 양춘승 씨87년 당시 시위대의 대다수가 대학생이었던 데 비해 2008년서울 광장을 메운 사람은 십대 부터 50,60대 노인까지 다양해졌다는 것. 87년은 삼엄한 분위기에 구호를 외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면 2008년은 시위가 아닌 문화제란 이름으로 새로운 시위 문화로 다가오고 있었다. 6.10 항쟁 당시 대학 2학년이었던 86학번 김 모 씨는 "당시에는 피가 아니면 이야기 자체가 안 통했다"며 "87년의 집회는 죽기아니면 까무려친다는 심정이었고 구호를 외치는 건 극히 소수였다"고 말했다. 지랄탄이 날아다니고, 도심에서도 공공연한 폭력이 자행되던 시기였다. 87년 6월 항쟁 참여자로 다시 광화문을 찾았다는 양춘승씨는 "당시 집회에선 넥타이 부대로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젊은 친구들이 주도하는 집회를 관객처럼 구경하는 게 미안하게 느껴져 6.10 기념일을 맞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다는 서울대 조국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정치적이든 문화적이든 권위주의를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특성은 20년 전 오늘과 공통점"이라며 "정책적으로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 닮은 점"이라고 언급했다. 추가 질문을 던지려 하자 조 교수는 "오늘은 교수가 아니라 한 참여자로 즐기려 왔다"면서 미소를 던지며 황급히 군중 속으로 뛰어들었다. ◇ 그들을 이끌 건 아들·딸..세대 간의 소통 창구로 ▲ 세종로 앞 컨테이너 앞에 설치된 스티로폼 위에서 6.10민주항쟁에 대해 자유발언하는 한 시민386들을 다시 시청 앞 광장으로 이끈 것은 그들의 아들, 딸이었다. 386들은 자신들보다 먼저 일어나는 자식들을 보고 부끄러웠다는 것과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해야 하는 이 여전한 현실을 바꿔놓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85학번으로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던 최경오 씨는 "나는 기러기 아빠"라며 "아이러니컬하게도 외국에 가 있는 아이들에게 인터넷으로 촛불집회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대학 2학년으로 지금은 수원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남 모 씨는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식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먹거리부터 불안하는 등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며 "세상을 바꿔놓을지 알았는데 여전히 정부에 말할 수 있는 수단은 시위 뿐인 이 현실이 부끄럽다"고 했다. 촛불집회는 386과 그들의 자식세대에서 또 하나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식들에게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의 한 장면을 교과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중학생 딸을 데리고 왔다는 한 시민은 "촛불집회로 딸과 많이 친해졌다"며 "아이가 광화문에 먼저 가겠다고 했을 때 주문한 건 사태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가라는 것"이라고 했다. 중학생인 딸은 "가자고 한 건 나였는데, 나도 아빠의 주문으로 신문도 찾아보고 친구들과 토론도 하면서 더 관심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 잊혀진 열정을 불붙인 도화선 386들은 87년 6월처럼 다시 가슴이 뛴다고 했다. 민주화의 구호를 놓고 한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인으로 내 문제에만 내몰돼 살았는데 촛불집회를 계기로 다시 사회로 향한 관심을 표출할 수 있게 됐다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87년 당시, 대학교 1학년으로 21년 전 이날을 구로경찰서에서 보냈다는 김범학 씨는 시위 내내 큰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21년 만에 찾아온 이 현장에서 그에게 `설레지 않는냐`고 묻자 돌아오는 답은 명쾌했다. "그냥 마냥 이 자리에 서서 그 때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며 "왠지 뭉클해서 아무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목소리에서는 묘한 떨림이 느껴졌다. 삼삼오오, 대학동기나 선후배들이 함께 나온 386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함께 과거를 추억했고, 지금의 사태를 토론했다. ▲ 87년 당시 21살로 6.10민주항쟁에 참여했다는 박준건 씨82학번이라는 한 시민은 인터뷰를 자처했다. 그는 "사실 우리 입장에선 말을 하고 싶어도 말할 기회가 없었다"며 "촛불집회가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87년 당시 21살로 시위에 참여했다는 박준건 씨(사진)는 "시민들이 마치 해코지라도 하려는 듯, 청와대로 가는 길을 컨테이너로 봉쇄한 이 행태는 시대착오적이라 옛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86학번과 87학번 동기가 함께 나왔다는 한 시민은 "20년 지난 오늘, 달라진 건 국민이고 변하지 않은 것은 정부란 생각이 든다"며 "이번 쇠고기 사태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이번 기회로 국민들이 쇠고기나 FTA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단 것과 그리고 내 가슴 속에 있던 열정을 다시 불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386들은 시위가 새벽을 지나도록 광화문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또는 직장동료·대학 선후배들과 그 대열 속에 있었다. 혈기왕성했던 청년은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바라보면서, 이제 민주주의와 정의 뿐만 아니라 가족과 자식을 생각하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우리 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 배용준 日 직격 인터뷰..."이제는 한류 아닌 아시아류 만들 때"
- ▲ 1일 오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태왕사신기 프리미엄 이벤트'에 참석한 배용준(사진=BOF 제공)[오사카(일본)=이데일리 SPN 이유진통신원] "'태사기' 촬영으로 인한 부상으로 몸이 성한 곳이 없다" 배용준이 1일 오후 오사카 쿄세라돔에서 열린 '태왕사신기 프리미엄 이벤트'를 마치고 대기실에 한국 취재진들과 티타임을 겸한 짧은 인터뷰를 갖고 드라마 촬영 후일담과 근황을 전했다. 검정색 티셔츠에 회색 재킷, 청바지 차림의 배용준은 공연 직후 가진 만남이라 무대에서의 상기된 모습을 떨치지 못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되자 배용준은 점차 안정을 찾았고 결혼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소개 좀 해달라"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배용준과 취재진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공연 어땠나? -일본은 항상 혼자 왔었다. 이번에는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이 함께 와서 좋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팀들이 같이 오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했다. ▲ 이벤트 당시 언급한 차기작에 대해 설명해달라. -마음으로는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안한 상태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 ‘겨울연가’ 애니메이션은 일단 한국어인데 일본어로도 한번 생각해보고 있다. 방송은 내년이 될 것 같다. ▲ ‘태왕사신기’ 촬영 당시 다친 곳은 괜찮나? -사실 아직 회복이 다 안 된 상태다. 걷는 것이 좀 불편하고 주사도 맞고 있다. 어깨의 경우는 한 두달 보다가 더 계속 아프면 수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온몸이 성한 곳이 없다. 촬영 당시는 옆에서 겨우 부축하지 않으면 서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말 타는 사람, 내리는 사람, 걷는 사람 따로 대역을 썼겠는가. ▲ 부상 후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 않아 병이 더 악화된 것 같다. -촬영을 10일 정도 남기고 다쳤기 때문에 병원을 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많이 다쳤다는 걸 스스로 직감했고 병원에 가봤자 의사들이 말하는 건 뻔한 것 아닌가. 의사들은 깁스하라고 할테고 촬영이 힘들어질 건 불 보듯 뻔했다. 부상 당일은 너무 아파서 잠을 잘 못 잤다. 서울에서 가져온 진통제를 계속 맞았는데 하루는 주사를 맞기 위해 단양에 있는 병원을 찾다가 딱 한 곳을 발견했는데 간호사가 한 명 뿐인 병원이었다. 근데 마침 교통사고 환자가 들어와서 간호사가 못 나오는 바람에 링거 주사를 스스로 맞기도 했다. 6번에 성공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도 모르겠고. 당시 매니저가 내가 직접 링거 놓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누가 그걸 보고 내가 마약을 하는 장면으로 볼 수도 있으니 절대 유출하지 말라고 당부도 했었다.(웃음) ▲ 김종학 감독이 정직한 배우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스로도 연기에서나 실제 삶에서나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김 감독과의 사이는? -김 감독님 하고는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다. 또 때로는 친구 같은 부분도 있다. 두 가지 부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재밌다. 감독님도 교통사고 후에도 어김없이 촬영에 임하셨고 스태프에 대한 통솔력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 이번 이벤트 마지박을 이동차 퍼레이드로 마감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차에 올라타서 눈을 직접 맞추졌을 때 그 분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위에 있으면 앞이 보이지 않는데 말은 많이 못했지만 눈빛으로나마 교환할 수 있었다. 왜 진작 하지 않았는지 후회스러울 정도다. ▲ 항상 팬들을 촬영하곤 한다. -원래 사진을 좋아한다. 가족들(팬)의 모습을 머리로는 기억하겠지만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지금 사진으로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도 있다. 한국에 대해, 내가 태어난 조국에 대한 사진책을 만들고 싶다.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책을 생각 중이다. 직접 주요 관광지를 돌며 촬영할 예정이다. ▲ 끊임없는 스태프들과의 불화설은 왜 난다고 생각하나? -기자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무런 불화가 없다. 박성호, 이필립에게는 내가 첫째 형이고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김 감독님과는 담배도 함께 피울 정도로 워낙 친한 사이다. 감독님도 그렇고 서로 불면증이 있어 어떤 약이 더 좋다며 약에 대한 교환 정보도 활발하다. 어디 약이 좋다고 추천도 받는다. ▲ 언론 인터뷰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말이 아닌가? -인터뷰를 기피했던 사실은 인정한다. 내가 하는 말에 대한 의도를 가슴으로 받아드리고 써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기사에 한류라는 단어는 그만 썼으면 좋겠다. 무릎을 꿇었다는 표현까지 봤다. 인터뷰를 해도 결국엔 안 좋은 기사가 나간다. 그 기사는 일본을 비롯 아시아 현지 기자들이 또 인용해서 그대로 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아시아류를 만들 때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쓰지도 않는다. ▲ 결혼은 언제? -친구들, 동생들 결혼하고 아이 낳는 모습을 보면 부럽고 하고 싶다. 그러나 내 혼자 마음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3년 안에 정말로 하고 싶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분한 사랑 늘 감사한다. 다른 아시아 가족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은 건 팬들이 주시는 사랑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뿐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 중에 있다. ▶ 관련기사 ◀☞박성웅, 신은정과 '열애' 당당 고백...'달비, 지금은 내 여자"☞'티켓 800만원 호가, 호외 발행'...'태왕' 배용준 행차에 일본 열도 후끈☞배용준 "차기작 日 만화 원작 드라마 출연 검토 중"☞1일 오사카는 '욘사마'의 날...日 '태사기 이벤트' 3만5천여팬 '열광'☞'배용준을 잡아라!'...日 취재진, '번호표 받는 수고 쯤이야'
- [유럽축구 확대경] 유로2008 빛낼 최고의 골잡이는? 토레스, 호날두 등 주목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축구는 골이 귀한 스포츠다. 매 경기 수십 점씩을 주고받는 농구, 홈런 하나로 4점까지 뽑아낼 수 있는 야구 등과 달리 득점 장면 자체가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골이든 예외 없이 1점으로 계산돼 많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준수한 골 감각을 갖춘 스트라이커들은 언제나 주목의 대상이 된다. 결정적인 순간 상대의 골네트를 흔들어 승리를 안기는 일류 해결사들이 클럽과 대표팀에서 간판스타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유럽선수권은 공격수들에게 있어 자신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득점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경우 국제적으로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유럽선수권 역사를 살펴보면 본선무대에서 절정의 득점 본능을 과시하며 ‘세계축구의 별’로 공인받은 영웅들이 여럿 눈에 띈다. 유로72 대회서 득점왕(4골)을 차지하며 조국 독일의 우승을 이끈 게르트 뮐러를 비롯해 미셀 플라티니(프랑스/유로84 득점왕), 마르코 반 바스텐(네덜란드/유로88), 데니스 베르캄프(네덜란드/유로92), 앨런 시어러(잉글랜드/유로96) 등이 대표적인 예다. 현지시각으로 6월7일 개막하는 유로2008 또한 내로라하는 골잡이들의 실력 경연장으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축구 대륙’으로 불리는 유럽에서도 최고를 자부하는 고수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는 까닭에 득점왕 판도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선수 자신의 골 결정력과 컨디션뿐만 아니라 소속팀의 전력, 동료들의 지원, 전술 수행 방식, 우승 가능성 등의 기타 변수들까지 다양하게 고려해야 하는 만큼 축구팬들의 예상 또한 다양하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일단 본선 진출국 선수들 중 2007-08시즌 정규리그서 준수한 성적을 남긴 공격자원들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랭킹 1, 2위에 빛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페르난도 토레스(스페인), 스페인 라리가의 최상급 골 사냥꾼 다니엘 구이사와 다비드 비야(이상 스페인),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의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이탈리아), 아드리안 무투(루마니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등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루카 토니(이탈리아), 마리오 고메즈, 케빈 쿠라니(이상 독일) 등 득점 3총사, 올 시즌 프랑스 르 샹피오나가 배출한 ‘신성’ 카림 벤제마(프랑스) 등도 눈여겨 볼만한 골게터로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인재들이다. 한편 지역예선에서 높은 공헌도를 기록했거나 월드컵 등 메이저급 토너먼트 대회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에비 스몰라렉(폴란드)과 루카스 포돌스키(독일)는 각각 예선무대서 9골과 8골을 터뜨리며 조국의 본선행을 이끌어서, 그리고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는 ‘메이저대회의 사나이’라는 별칭답게 큰 경기서 더욱 빛을 발하는 특유의 득점 감각을 인정받아 시선을 끈다. 특히나 클로제의 경우는 2002한일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에서 나란히 5골씩을 터뜨린 바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욱 높은 관심을 받는 케이스다. 축구 베팅업체들이 내놓은 유로2008 득점왕 예상 명단 또한 앞서 소개한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도박사들의 철저하고도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 능력은 축구계에서 나름의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 참고해볼 만한 자료다. 유럽 베팅사이트 윌리엄힐(www.williamhill.com)이 제시한 배당률을 살펴보면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페르난도 토레스가 나란히 9대1의 배당률을 받아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첫 손에 꼽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0대1로 3위를 차지했고 루카 토니와 다비드 비야(이상 14대1), 루드 반 니스텔루이(네덜란드)와 마리오 고메즈(이상 16대1), 티에리 앙리(프랑스/18대1) 루카스 포돌스키(20대1) 등이 뒤를 이었다. 올 시즌 프로무대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루드 반 니스텔루이와 티에리 앙리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건 선수 자신의 팀 내 비중은 물론, 소속팀의 우승 가능성까지 상당부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격수들이 꾸준히 득점포를 가동하며 분전할 경우 팀이 정상에 오를 확률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포’들의 활약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 관련기사 ◀☞[유럽축구 확대경] 첼시, 개혁의 칼을 휘두르다☞[유럽축구 확대경] 승리를 위한 방정식, 퍼거슨의 배짱☞[유럽축구 확대경] ‘EPL 전성시대’의 허와 실☞[유럽축구 확대경]박지성,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유럽축구 확대경]‘엘 클라시코’, 그 엇갈린 행보
- 美전역 교민들 ‘미친소 반대 리본달기’ 운동 중
- [경향닷컴 제공]미주한인주부들의 모임이 이번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반대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미주한인주부들의 모임은 14일 세계 최대의 동영상 커뮤니티 ‘유투브’에 ‘Ribbons against Mad Cow(미친 소를 반대하는 리본들)’이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3분22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아리랑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며, 고국에서 벌어지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반대운동에 뜻을 같이 하고자 진행 중인 ‘리본달기 운동’의 모습이 담겨있다. <!--imgtbl_start_1--><!--imgsrc_start_1--><!--imgsrc_end_1--><!--cap_start_1--><!--cap_end_1--><!--imgtbl_end_1-->이들은 지난 8일부터 미국산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며 자동차 번호판과 대문, 옷, 가방, 우편함 등에 리본을 달아 협상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리본은 흰색과 빨간색으로 함께 엮여있다. 흰색은 쇠고기 협상 백지화와 불공정거래의 부당성,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육골분사료)의 부당성을 뜻하며 빨간색은 쇠고기의 색과 광우병의 위험, 결사반대 등을 의미한다. 특히 이 동영상은 미국 전역의 교민들이 이틀동안 미주한인주부들의모임의 인터넷 게시판에 직접 올리거나 보내온 사진 93장으로 구성됐다. 한반도 사진과 함께 ‘몸은 멀리 조국을 떠나 있으나 고국을 생각하는 그 마음은 똑같습니다. 하나의 촛불을 더하는 정성으로 우리도 리본을 달고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동영상은 수많은 교민들이 자동차 번호판과 가방 등에 리본을 달아 ‘아무 제한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영상 중간중간 ‘대한민국은 쓰레기 하차장이 아니다.’‘미국에 거주하는 진돗개 왈, 우리 사료로도 거부한 소고기 정말 한국에서 수입합니까. 사람은 사람다운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등 교민들이 직접 쓴 플랜카드도 눈길을 끈다. 또 동영상 말미에는 ‘앞으로 이 사이버 집회는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도 격려의 메시지를 남기며 뜻을 같이했다. 아이디 ‘proverb1106’는 “촛불집회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 영상으로 달래본다”고 했고, paulusnam은 “우리의 진심어린 소망의 마음이 꼭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최근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미국 교민사회에서도 이번 졸속적인 수입 협상으로 인한 한국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많은 한인 주부들이 실명으로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임은 이어 “리본 달기 운동은 검역주권을 회복하고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으로 고려된 합리적인 재협상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동영상은 14일 오후 4시10분 현재 4460개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두번째 동영상도 준비 중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주부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16일까지 간단한 문구에 리본을 붙인 사진을 미주한인주부들의 모임(devoclay@naver.com)으로 보내면 된다. 단 해외거주라는 것을 나타낼 수 있는 증거와 도시명, 주, 국가명 등이 사진에 있어야 한다. 한편 이들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미주 교민을 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 반대와 재협상 촉구’에 대한 2차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1191명이 참여, 지난 1차 때 1125명을 포함해 총 2316명이 서명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