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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축구 확대경] 앞을 봐야 희망이 있다...유로 2008의 교훈
- [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44년 만에 유럽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무관의 제왕’ 꼬리표를 떼어낸 스페인, 유로2004 실패 이후 연속해서 메이저대회 4강 진입에 성공하며 ‘녹슨 전차’ 이미지를 털어낸 독일.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공통된 바탕은 무엇일까. 유로2008 본선행 티켓조차 거머쥐지 못했던 축구종가 잉글랜드,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으로 대회 내내 실망감만을 안겼던 독일월드컵 결승전 매치업의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렇다면 이들이 실패했던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의 성패를 함께 묶어낼 수 있는 공통분모로 ‘내일을 위한 쇄신’이란 화두를 제시할 수 있겠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했거나, 정체됐던 오늘을 반성하며 달라질 내일을 준비했던 스페인과 독일은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반면 상대적으로 어긋난 길을 걸었던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소위 ‘전통의 강호’들은 철퇴를 피할 수 없었다. 실상 유럽 국가들의 수준이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판국에 마땅한 노력조차 없었으니 게을렀거나 혹은 자만했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했다. 스페인과 독일은 나란히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던 유로2004 이후 가장 의욕적이고 꾸준하게 탈피를 도모했던 나라들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젊고 재능 많은 플레이어들의 과감한 기용이 있었다. 라모스(DF) 사비, 세나, 파브레가스(이상 MF) 토레스, 비야(이상 FW) 등 2006 독일월드컵을 통해 메이저무대에 막 선을 보인 스페인의 젊은 피는 이번 유로2008에서 팀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하며 그토록 요원하던 정상의 감격을 선사한 주역으로 활약했다. 독일 역시 다르지 않다. 실상 전차군단의 변화는 보다 빨랐는데, 람, 메르테사커(이상 DF) 슈바인슈타이거(MF) 포돌스키(FW) 등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부터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뉴 전차군단’이 바로 2006월드컵, 유로2008 연속 4강이라는 쾌거를 조국에 안긴 키플레이어다. 젊고 어린 선수들의 기용이 곧바로 세대교체 혹은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기존 인물에 연연치 않고 강수를 두었다는 것, 가까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기다렸던 믿음이 결국 달콤한 열매를 만든 셈이다. 비록 히딩크의 러시아에 의해 생각지도 않았던 일격(8강/0-3)을 당했으나 달라진 오렌지 군단의 ‘실효성 있는 공격력’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반해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는 제자리걸음이 결국 화를 부른 모양새다. 실상 유로2004와 독일월드컵 그리고 유로2008 지역예선(혹은 본선)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스쿼드의 변화 폭이 가장 정적이었던 나라들이다. 필드를 떠난 지네딘 지단의 공백을 제한다면 새로운 인물을 찾기 힘든 프랑스와 칸나바로의 부상-네스타 대표팀 은퇴로 본의 아니게 플랫4가 바뀌었다는 것을 빼고 독일 월드컵 우승멤버가 고스란히 유로2008에 나선 이탈리아는 결국 자충수를 둔 셈이다. 믿었던 베테랑들은 시나브로 찾아온 체력저하와 안일함 속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면면으로 따지자면 화려하기로 소문난 잉글랜드의 본선행 좌절도 조합을 둘러싼 소모적인 고민에 허송세월하다 힘을 받지 못했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희망을 원한다면 내일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자명한 이치다. 모든 분야든, 적어도 이 시대에 ‘제자리걸음’은 곧 ‘도태’를 의미한다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고 외려 더 심할 수 있겠다. 이런 목소리에 동의한다면, 대한민국 축구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인물자체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히딩크라는 인물의 방한에 무조건 떠들썩해지는 지금의 상황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베스트일레븐> 기자 ▶ 관련기사 ◀☞[유럽축구 확대경] 스페인의 주연다운 조연, 세나 그리고 실바☞유로 2008에서 가장 탐나는 선수 톱 10은?...'인디펜던트'지 선정☞[유로 2008 리포트] 44년만의 스페인 우승, 지피지기의 산물☞[유로 2008]스페인. '이젠 심약하지 않다'...남은 건 월드컵 정상☞[유로 2008] 스페인 새 역사 썼다...독일 1-0 꺾고 44년만에 우승
- 오늘 ''범국민촛불대행진''
- [오마이뉴스 제공] 5일 촛불집회는 시민·종교계·노동계·정치권 등 각계가 참여하는 '범국민 촛불대행진'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지난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기독교 대책회의가 3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고, 오는 4일에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시국법회로 바통을 이어받는다. 원불교도 이미 오는 8일 시국대법회를 열기로 했다.종교계의 합류로 힘을 얻은 촛불에 노동계와 정치권도 합류하고 있다.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은 4일, 5일에는 지역 노조 간부들이 1박 2일 동안 상경 투쟁하는 등 최대 10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민주당은 지난 2일 '범국민촛불대행진'에 거당적 참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5일 범국민촛불대행진에 맞춰 여러 가지 행사도 준비 중이다. 3일 시국기도회를 주최하는 기독교 대책회의는 오는 5일 오후 6시 시청 앞 광장에서 기독교인 대합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헌국 '예수살기' 목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각 교회 성가대를 중심으로 연습 중이며 되도록 많은 이들의 참여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며 "1000명에 달하는 기독교인들이 합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5일 대합창 때는 다른 시민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그날이 오면' 등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곡들을 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도교 청년회 생명평화위원회도 5일 오후 3시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중앙대교당에서 현 시국에 대한 성명서를 작성하고 촛불대행진에 참가할 뜻을 밝혔으며, 교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시민들도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네티즌 '빈데'는 "5일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면 충돌이 불가피할 것 같고, 그렇다고 또 남대문-명동-을지로-종각-시청 뭐 레파토리 이전과 똑같이 하기에는 의미가 부족해 보인다"며 "비폭력평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리적 충돌을 피하는 한편, 정부 등에 최후 통첩을 하는 의미로 남산순환로를 행진하는 것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촛불집회에 참가할 정도의 시민이면 4시간 정도는 능히 걸을 것"이라며 "서울 전역에서 보이는 남산순환로를 한 바퀴 돌 수만 있다면 이는 역사적으로도 전무후무한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네티즌 'coolsexy'는 "미디어 다음의 '촛불자동차연합' 까페 회원들이 5일 차를 운전해 촛불집회 거리행진 때 후미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보호하는 한편, 부상자가 생길 경우 부상자 후송에 나설 것"이라며 차량 시위를 제안했다.그는 "우리는 내 조국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달리고 달리는 동안 같은 목적지(시청)를 향해서 승차하실 분들은 타시라"며 "촛불집회에 오셨다가 늦은 시간 차가 끊겨 못 가시는 분들과 카풀을 해 각 지역으로 돌아올 예정이니 많은 분들 참여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촛불집회를 반대하고 있는 회원들이 개설한 '과격 불법 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 카페는 지난 3일 공지를 내고 오는 5일 오후 5시부터 청계광장에서 맞불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카페 측은 "5일 집회에는 재미교포 대학생 100여 명, 외국 유학생 500~600명, 외국교수들과 원어민 강사 100여 명, 외국인노동자·탈북자 등 모두 10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며 "'차라리 북한인권을 위해 촛불을 들라'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날 집회에서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며 참여 외국인들이 미국 쇠고기의 안전함을 강조하고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다양한 구호도 외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책 속의 중국 지금 배우러 갑니다
- [조선일보 제공] ■시안(西安)-실크로드의 고향 고대 중국은 황하가 관통하는 화북평원에서 시작됐다. 시안은 바로 그 화북평원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첫 통일왕조였던 진나라, 중국의 원형을 완성한 한나라, 가장 강력했던 당나라가 시안과 그 주변을 수도로 삼았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兵馬俑坑)을 비롯한 중국의 위대했던 고대와 중세가 보전돼 있다. 천하절색 양귀비의 슬픈 사랑과 중국 유일의 여황제 측천무후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는 곳도 바로 시안이다. ▲ (우측 하단)진시황릉 안의 진시황 동상/ 송동훈 기자진시황릉과 병마용 박물관|사후의 진시황을 호위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군대의 주둔지였던 병마용(兵馬俑) 박물관은 시안 동쪽에 위치해 있다. 박물관과 주변 정원의 관리 상태는 중국 최고 수준이다. 열을 맞춰 서 있는 수 천의 테라코타 전사들은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이들의 주인은 진시황 영정(�政·기원전 259~210년). 전쟁이 일상이었던 전국시대 말기에 태어나 강력한 의지로 천하를 통일,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도입한 반면 지식인을 억압하고 책을 불태웠던 분서갱유(焚書坑儒)로도 유명하다. 주변에 있는 그의 무덤은 높이 80m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아직 내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연걸·장만옥 주연의 영화 '영웅(英雄)'을 보고가면 진시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화청지|시안 서쪽의 여산 자락에 위치한 아름다운 온천탕이 화청지(華淸池)다. 현종의 아내였던 양귀비의 전용탕으로 백옥을 깔고 둘레에는 용과 기러기를 조각했다. 양귀비는 뛰어난 미모와 춤·노력 실력으로 당나라 황제 현종(玄宗·재위 712~756년)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여인이다. 현종은 중국 역사상 가장 찬란한 궁정 문화를 창조한 명군이었지만, 그가 사랑놀음에 빠진 사이 나라는 양귀비의 친인척 손에서 절단났고, 양귀비의 양아들을 자처했던 안녹산은 반란을 일으켰다. 화청지의 또 다른 볼거리는 온천 뒤편에 위치한 오간청(五間廳)으로 시안사변의 무대다. 시안사변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6년, 이 곳에 머물던 국민당 당수 장제스를 상대로 일어난 쿠데타. 그 결과 국공합작이 성립돼 중국 공산당은 궤멸 직전에서 살아났다. 장제스가 머물던 당시 모습이 복원돼 있다. 건릉(乾陵)|시안 동쪽에 진시황릉이 있다면 서쪽에는 건릉이 있다. 당 고종(高宗·628~683년)과 그의 아내였던 측천무후(則天武后·624? 625?~705년)의 합장릉이다. 합장릉이라지만 사실상의 무덤 주인은 측천무후다. 그녀는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였다. 당 태종 이세민의 후궁, 고종의 황후, 섭정을 거쳐 자신의 왕조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역성혁명을 뛰어넘는 파격이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측천무후가 항상 인재를 아껴 등용했기 때문이다. 건릉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측천무후의 유언에 따라 글자 없이 세워진 무자비(無字碑)다. 높이만 7m가 넘는 10t무게의 석비는 거대하고 당당하다. 글자를 새기지 말라고 한 이유는 미스터리다. 파격을 살아온 만큼 남들의 평가에는 초연하겠다는 자신감의 발로 아닐까. 기타|시안 서쪽의 마외역(馬嵬驛)에는 양귀비의 무덤이 있다. 살아서 그녀가 누렸을 영화와 비교된다. 진리를 찾아 인도에 다녀왔던 현장법사(서유기의 주인공인 삼장법사의 모델)의 모든 것은 자은사(慈恩寺) 대안탑(大雁塔)에 소장돼 있다. ▲ ①중국 혁명의 아버지 손문이 잠들어 있는 중산릉. 난징 자금산 남쪽 기슭에 있다. ②만리장성 팔달령. 만리장성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③19세기 식민시대 서구 열강이 세운 건물이 늘어선 상하이 와이탄. 건너편은 푸둥. ④전국시대 제작된 황금괴수. 시안 박물관에 전시됐다. ⑤당나라 때 만들어진 미녀상. 시안 박물관에 전시됐다. ⑥청나라 황실 정원이었던 이화원. ■베이징(北京)-황제의 도시 중화제국의 거대함을 느끼기에 베이징보다 적합한 곳은 없다. 모든 것이 압도적으로 크다. 황제의 거처였던 자금성(紫禁城)이, 하늘에 제사 지내던 천단(天壇)이 그렇다. 황실 정원이었던 원명원(圓明園)과 이화원( 和園)과 명나라 황제들의 무덤이었던 명 13릉의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만리장성(거용관)|명나라는 영락제 이후 국운이 쇠하자 장성을 쌓아 북방 유목민으로부터 안전을 도모코자 했지만, 결국 북방 유목인이 세운 청나라에 망했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장성이 아니라 장성을 지키는 자의 용기에 달려있다'는 배움을 얻기에 안성맞춤인 곳. 만리장성은 전국시대부터 존재했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은 명대에 새롭게 지어진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팔달령(八達嶺) 만리장성이지만 역사적인 의미를 찾는다면 베이징 바로 위에 있는 거용관(居庸關) 만리장성이 더 낫다. 거용관은 북방 유목민으로부터 베이징을 지켜내는 마지막 관문답게 육중한 요새와 장성이 함께 이어져 있다.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보자. '너는 장성 뒤에 숨을 것이냐, 장성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 자금성|자금성은 1406년부터 1421년 사이에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에 의해 지어졌다. 그 후 24명의 황제가 이 곳을 거쳐갔지만 대부분 황제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청나라의 강희제(1654~1722년)는 그런 측면에서 특별한 황제였다. 그는 소위 한족이 말하는 오랑캐였지만 그 누구보다 공자가 제시한 이상형에 가까운 군주였다. 백성을 위한 정책을 폈고, 질서를 세웠으며, 인재를 고루 쓰고자 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음은 물론이다. 강희제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가기를 권한다. 이화원과 원명원|베이징에 있는 황실 정원의 쌍두마차. 원명원은 청나라 건륭제가 아꼈던 정원으로 베르사유궁을 본 뜬 서양식 정원까지 갖추고 있었다. 1856년 시작된 2차 아편전쟁 때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불탔고, 소장품은 약탈당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한 나라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큰가를 배우기에 이 곳보다 좋은 곳은 없다. 이화원 역시 2차 아편전쟁 때 불탔지만 청조 말기의 권력자였던 서태후는 군비증강에 써야 할 돈까지 빼돌려 이화원 재건에 사용했다. 그 결과 청나라는 청·일전쟁에서 대패했고, 열강의 반식민지 상태로 빠져들었다. 사리사욕에 물든 위정자가 나라에 끼칠 수 있는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가르쳐 준다. 기타|베이징 북쪽에 위치한 명 13릉에는 영락제를 필두로 한 명나라 황제들의 무덤이 모여있다. 해질녘에 묘역으로 들어가는 신도(神道)를 걸으면 경건함이 절로 솟아난다. 베이징 서남쪽 20㎞쯤에 위치한 노구교는 1192년에 완성된 하얀 돌다리다. 마르코 폴로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표현했다. 난간 기둥에 늘어선 각기 다른 모양새의 사자상 485개가 인상적이다.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노구교 사건이 일어난 곳도 바로 여기다. ■난징(南京)·상하이(上海)-혁명의 요람 난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양자강 이남은 반골의 땅이다. 고대에는 중원의 변방이었고, 중세 이후에는 경제적으로는 부유했지만 힘 센 북부로부터 항상 수탈 당하고 무시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이 역사를 바꿔놓기도 했다. 한족은 이 땅에 남송을 세워 금과 원에 대항했다. 주원장은 명나라를 세웠고, 홍수전이 태평천국을 일으켰고, 손문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치욕적인 아편전쟁의 결과로 개방된 상하이는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국의 창이 됐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21세기 차이나 혁명의 실체를 보고 싶다면 난징·상하이 벨트를 방문해보자. 중산릉(난징)|중국 혁명의 아버지인 손문(孫文·1866~1925년)의 능묘로 난징에서 가장 높은 자금산 남쪽 기슭에 위치해있다. 그는 의사였다. 안락한 삶을 버리고 혁명가의 길을 택한 건 사랑하는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서였다. 1911년 신해혁명과 함께 왕정이 무너지고 손문은 다음해 난징에서 중화민국 임시 대총통에 취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후계자들은 혁명을 위해 싸우기보다, 손문의 묘를 황제의 규모로 건설하는데 열을 올렸다. 손문의 진짜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난징대학살 기념관(난징)|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7년 12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일본군은 약 30만 명의 난징 시민과 포로를 학살했다. 참혹했던 현장과 당시의 사진·기록들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전쟁의 비극성과 함께 힘 없는 나라의 백성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의 크기를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줄 수 있다. 호구와 검지(쑤저우)|쑤저우(蘇州)의 호구(虎丘)는 춘추오패의 하나였던 오왕 합려의 무덤. 합려는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자와 당대 최고의 명장이었던 오자서의 도움을 받아 천하를 평정했다. 무덤에는 그가 수집한 3000자루의 명검이 묻혔다고 한다. 진시황을 비롯한 후대인들은 그 검을 찾고자 호구를 파헤쳤다. 그 결과 연못이 생겼는데 이름하여 검지(劒池)다. 합려의 진짜 힘은 칼이 아니라 인재(손자와 오자서)에 있었음을 배우지 못한 후대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악묘(항저우·杭州)|남송 때의 국민 장군 악비(岳飛·1103~1142년)를 기리는 사당. 악비는 여진족이 세운 금에 맞서 한족의 자존심을 지키고, 잃어버린 땅을 되찾고자 했다. 그를 눈엣가시로 여겼던 화친론자 진회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죽었다. 악묘 안에는 진회 부부의 동상이 있는데, 그의 가묘 앞에 포박된 채 무릎 꿇려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영원토록 사는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기타|루쉰공원 안에는 그의 묘와 기념관, 옛 집이 몰려 있다. 위대한 사상가이며 실천하는 지식인의 표상인 루쉰(노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난징에서는 주원장의 능묘인 명효릉과 태평천국 역사박물관도 방문할 만하다.
- [유로 2008 리포트] 터키 돌풍 잠재운 독일의 ‘승리공식’
- ▲ 대형유니폼 걸개를 내건 독일 응원단들이 터키를 꺾은 독일 선수단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사진=송지훈 기자][바젤(스위스)=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클럽과 대표팀을 막론하고 ‘단기전의 강자’로 불리는 팀들이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력, 운영 방식 등과는 별도로 경기 수가 적은 토너먼트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팀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러한 팀들은 대회 일정과 상대할 팀들의 면면을 철저히 분석해 매 경기 최적의 해답을 구한 후 그것에 ‘올인’한다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어떤 팀에게든 활용 가능한 ‘확실한 무기’를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대표팀 중에는 이탈리아와 독일이 ‘토너먼트에 최적화 된 팀’으로 첫 손에 꼽힌다. 전자의 경우 정상급 수비력을 바탕으로, 후자의 경우 높이와 파워를 활용해 월드클래스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나라들이다. 26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 상크트 야콥-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과 터키의 유로2008 4강 첫 번째 경기는 독일이 전문가들과 도박사들 사이에서 ‘우승 후보 0순위’로 지목받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이번 대회서 매 경기 명승부를 연출하며 ‘투르크 돌풍’을 일으킨 터키가 기대 이상의 역량을 선보이며 꾸준히 흐름을 지배했지만 마지막에 환호한 쪽은 전차군단이었다. ‘내용이야 어쨌든 결과만큼은 이긴다’는, 특유의 승리공식이 또 한 번 적용된 셈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뛰어난 체격조건에 근거한, 파워풀한 축구를 구사한다.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 성인 남성 평균 신장(182.5cm)이 말해주듯, 멤버들 중 대부분이 장신이기에 가능한 결과다. 공격 시에는 측면이 주요 루트로 활용된다. 발이 빠른 선수가 터치라인 부근을 장악한 후 상대의 위험지역으로 공을 올려 보내면 중앙에 포진한 동료들이 마무리 짓는 식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방식임에도 ‘승리 공식’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로 불리는 건 타고난 체격조건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적절히 어우러진 결과다. 3골을 터뜨린 터키와의 4강전이 좋은 예다. B.슈바인슈타이거의 선제골, M.클로제의 역전골, P.람의 결승골 등 모든 득점상황에서 측면수비수 람의 오버래핑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중원에 ‘전술 핵’ M.발라크가 포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전진패스보다는 측면으로 내주는 패스가 많았고, 어시스트보다는 득점가담에 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반 41분 터키 공격수 S.센투르크에게 실점을 허용해 2-2로 추격을 허용하고도 4분 만에 한 골을 보탠 건 특유의 득점 시스템이 위기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경기 후 가진 공식인터뷰에서 뢰브 독일대표팀 감독이 “우리 선수들은 상대가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승리 본능을 잃지 않는다”며 칭찬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정규시간 종료 직전 실점을 허용하며 분패한 터키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여운이 많이 남을 법한 경기였다. 일단 모든 지표에서 독일을 압도하고도 정작 득점에서는 모자랐던 것이 아쉽다. 슈팅 수(20-9) 유효슈팅 수(11-3) 볼 점유율(54%-46%) 실질적 볼 소유 시간(32분59초-27분34초) 등 모든 자료가 ‘터키의 우세승’쪽으로 잔뜩 기울었으니 전차군단 입장에서는 굴욕에 가까운 경기를 치른 셈이다. 터키선수단이 출장 정지와 부상이 겹쳐 14명의 가용인원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안타깝다. 선전의 배경으로는 F.테림 터키 감독의 ‘맞춤형 전술’이 첫 손에 꼽힌다. 이날 투르크 전사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조별리그, 8강전 당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후반 중반까지 웅크렸다가 막판에 상대를 몰아치던 기존의 틀을 깨고 일찌감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초반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있다는 테림 감독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양쪽 날개 자원이 수시로 전차군단의 수비지역 측면을 파고들었고 센투르크가 이끈 공격진은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내며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민첩성과 조직력 등 비교 우위를 지니는 장점들을 철저히 활용해 흐름을 장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경기를 온통 지배하고도 패했으니 어찌 보면 3개에 불과한 유효슈팅을 모조리 득점으로 연결한, 독일의 얄미우리만큼 날카로운 골 결정력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테림 감독은 “매번 경기 막판 골을 성공시키며 신바람을 냈는데 이번엔 외려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져 적잖이 어색했다”며 “주도권을 잡고도 승리하진 못했지만 그것이 바로 축구의 묘미이기도 하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다크호스 듀오’ 중 하나였던 터키가 결승 문턱에서 탈락하면서 이제 홀로 남은 러시아의 거취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러시아와 스페인의 8강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대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거스 히딩크 러시아 감독과 러시아대표팀 주전 공격수 아르샤빈의 이야기로 온통 떠들썩하다. 공개훈련장에 이례적으로 400여 명의 기자들이 찾았을 정도니 그야말로 ‘폭발적인’ 관심이다. 과연 러시아는 히딩크 감독 특유의 ‘마법’을 앞세워 스페인을 꺾고 돌풍을 지속할 수 있을까? 결과는 27일 새벽 확인할 수 있다. ▶ 관련기사 ◀☞[유로 2008] 독일은 결승 티켓, 터키는 자부심 획득☞[유로 2008 4강전] 예정된 수순인가 이변의 완성인가☞[유로 2008 리포트]‘무적함대’ 스페인, 새 역사에 도전하다☞[유로 2008]'히딩크 매직'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유로 2008] 히딩크, 조국의 반역자 되다...네덜란드 꺾고 4강 진출
- [유로 2008] 독일은 결승 티켓, 터키는 자부심 획득
-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기적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전차 군단’ 독일이 터키 ‘돌풍’을 잠재우고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결승에 선착했다. 독일은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의 상크트 야콥 파크에서 벌어진 터키와의 준결승에서 전반 22분 선제골을 내주는 등 고전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터진 필리프 람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독일은 지난 1996년 대회에 이어 12년 만에 결승에 진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노리게 됐다. 1972년, 1980년, 1996년 대회 정상에 올랐던 독일은 오는 30일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러시아-스페인전(27일)의 승자와 패권을 다툰다. 반면 스위스, 체코와의 조별리그부터 크로아티아와의 8강전까지 강한 정신력으로 극적인 뒤집기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던 터키는 이번에는 먼저 리드를 잡고도 독일의 저력에 말려 결승 문턱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우여곡절의 결승행 독일은 대회 개막전만 해도 도박사들이 꼽은 우승후보 1순위였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크로아티아에 발목을 잡혀 조 2위로 8강에 턱걸이하자 1순위 자리는 네덜란드에 내주고 4순위로 내려 앉았다. 도박사들은 독일보다 스페인 포르투갈의 우승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예상을 뒤엎고 포르투갈을 꺾은 독일이지만 ‘다크호스’ 터키를 제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전 멤버들이 경고 누적과 부상으로 대거 전열에서 빠진 터키의 보랄에게 전반 22분 선제골을 내주는 등 오히려 리드를 빼앗겼다. 경기 후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우리 플레이에 문제가 많았다. 하기로 했던 것을 제대로 못했다”고 토로할 정도로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 ▲끈기의 승리 로이터 통신 또한 “독일의 움직임은 예측 가능했고 볼과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집중력도 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인내심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선제골을 내준 독일은 4분 뒤인 전반 26분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맹활약한 슈바인슈타이거가 포돌스키의 크로스를 절묘하게 방향만 돌려놓는 재치있는 슛으로 동점골을 뽑았고, 후반 33분에는 클로제가 헤딩슛으로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하지만 터키의 뒷심은 여전했다. 후반 41분 세미흐가 사브리의 패스를 동점골로 연결, 재역전의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45분 람이 침착하게 결승골을 작렬, 터키의 파티흐 테림 감독이 “연장까지 갔으면 우리가 이겼을 것”이라는 때늦은 아쉬움을 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터키 비록 패하긴 했으나 이날 터키의 이스탄불에는 국기를 흔들며 ‘터키’ ‘터키’를 외치는 팬들로 가득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터키 대표팀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었다. “독일은 강한 규율, 브라질은 기술로 유명하다면 터키는 이제 강한 투쟁심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질 것”이라는 대학생 파우르크 부유키오란의 말이 터키팬들의 자부심을 대변했다. ▶ 관련기사 ◀☞'히딩크 매직' vs '무적함대' 장단점은?☞[유로 2008] 스페인, '6월 22일 8강전 승부차기 저주' 풀었다☞[유로 2008]'히딩크 매직'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유로 2008] 히딩크, 조국의 반역자 되다...네덜란드 꺾고 4강 진출☞[유로 2008] 관중석의 뢰브, 그라운드의 스콜라리 울리다
- [K 리그] '귀네슈호', 끝없이 추락...경남에 져 조 최하위
-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후반 20분께 FC 서울 서포터스석에서 마침내 “정신 차려 서울” 이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그들의 응원을 전혀 살려주지 못하는 FC 서울에 대한 실망감과 답답함의 표현이었다. FC 서울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FC 서울은 25일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2008 삼성 하우젠컵 대회 A조 6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경남에 1-2로 패배, 2무4패로 조 최하위에 떨어졌다. 컵대회에서 최근 3연패, 정규리그 포함 최근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의 부진이 이어진 결과였다. 반면 경남은 3승3무(승점 12)를 마크, 이날 제주와 1-1로 비긴 선두 수원 삼성(4승2무, 승점 14)을 승점 2점차로 추격하는 상승세를 보였고 수원은 무패행진 기록을 17경기(14승 3무)로 늘렸다. 세뇰 귀네슈 감독이 컵 대회를 포기하다시피하고 했던 FC 서울이지만 이날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정규리그 재개에 대비, 컨디션을 점검하기 위해 이전과는 달리 이을용 정조국 김은중 김진규 등 주전급을 투입하고도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에서 막 합류한 박주영, 이청용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변명이 될 수 없었다. 초반부터 선수들의 이름값에서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남의 스피드와 조직력에 말려 주도권을 빼앗긴 FC 서울은 전반 24분 인디오에게 선제골을 허용한데 이어 43분에는 경남 산토스의 헤딩슛을 아디가 헤딩으로 걷어내려다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책골까지 내줬다. 스코어는 0-2였으나 FC 서울은 더 많은 골을 내주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 해야 했던 전반에 승부는 사실상 갈라졌다. 후반 김은중 대신 데얀, 윤홍창 대신 기성용을 투입하며 반전을 시도하긴 했으나 후반 34분 터진 이승렬의 만회골도 크게 빛이 나지 않았다. FC 서울로선 팀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한판이었다. 한편 B조의 성남 일화는 대구와 접전끝에 4-3으로 신승했고, 울산 현대는 광주를 2-1로 제압했다. 전북과 대전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A조의 인천은 부산을 1-0으로 눌렀다. ▶ 관련기사 ◀☞귀네슈 감독, 단단히 뿔났다...'K 리그 진출 후 최악'☞귀네슈 감독 "조국 터키 경기는 생방! 나머지는 재방!"☞귀네슈 감독의 쓴소리 "스타 의식에서 벗어나라!"☞이근호의 올림픽 대표 유니폼은 얼마?...'스타 소장품 사랑나누기 캠페인'
- [유로 2008 4강전] 예정된 수순인가 이변의 완성인가
- [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드디어 유로2008 4강 매치업이 완성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가볍게 누르고 대회 4번째 우승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독일과 조별예선부터 그야말로 극적인 드라마를 제작, 상영하고 있는 변방의 돌풍 터키, 진부한 멘트가 됐으나 그 위력을 보고 또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히딩크 매직’의 러시아와 88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이탈리아를 제압하고 44년 만에 메이저대회 정상을 노리고 있는 스페인. 이들 간의 맞대결로 이제 13번째 유럽대륙의 제왕이 가려지게 됐다. 몇몇 국가들의 탈락이 아쉽기는 하지만, 겉모양 상 ‘우승후보vs돌풍의 팀’이라는 흥미로운 조합이 나왔다. 실상 독일과 스페인은 대회를 앞두고 가장 많은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국가였다. 4회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전차군단이나 1964유럽선수권 정상 등극 이후 지긋지긋하던 무관의 제왕 꼬리표를 뗄 수 있을 전력이라는 무적함대 모두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본 실제의 모습도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알차고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8강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꺾고 올라왔다는 상승세도 독일과 스페인 입장에서는 반가운 대목이다. 전차군단이 생각보다 손쉽게 제압했던 포르투갈이나 무적함대가 승부차기 끝에 어렵사리 잡았던 이탈리아는 독일과 스페인만큼 우승에 근접했던 국가다. 따라서 각각의 8강이 이번 대회 최대의 분수령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험준한 산이었다. 더구나 4강전의 상대가 그래도 수월한 나라라는 것도 달가운 소식이다. 제 아무리 가파른 기세를 타고 있다한들 이름값에서 부담이 덜할 수밖에 없다. 물론 터키와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따질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의 흐름상 상대가 누구라는 것쯤은 끼어들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조별예선 2차전부터 스위스, 체코, 크로아티아(8강)를 맞아 공히 종료직전 골을 기록하며 기사회생을 반복하고 있는 터키는 알 수 없는 ‘행운의 호위’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은 지금껏 상대들과는 다른 기운을 전달한다. 완패에 가까웠던 포르투갈과의 예선 1차전을 상기할 때, ‘명백한 강호’ 독일과의 맞대결에서도 터키의 승전보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해진 주포 니하트의 공백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니 테림 감독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닐 터다. 실상 기세만으로는 누구도 두렵지 않을 나라가 러시아다. 스페인과의 조별예선 첫 판을 무기력하게 내줬던(1-4) 모습이 설정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그리스, 스웨덴과의 2, 3차전에서 보여준 러시아는 달랐다. 게다가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던 네덜란드와의 8강전은 왜 히딩크라는 감독의 존재를 허투루 여길 수 없는지 여실히 증명했던 무대였다. 그들은 부지런했고, 쉼 없었고 또 자신이 넘쳤다. 게다 이제 그들의 자신감이 한층 높아졌을 것이란 예상은 쉬운 일이다. 물론 연장 혈투를 벌였다는 부담은 있겠으나 이는 4강 상대 스페인도 마찬가지니 조건은 동일하다. 실상 터키가 독일을 잡을 확률보다 러시아가 스페인 함대를 격추시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대회 개막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독일과 스페인, 그리고 가장 열세로 분류됐던 터키와 러시아. 우리시각으로 26일 새벽부터 재개되는 4강전 결과에 따라 ‘독일vs스페인’이라는 최상의 결승카드가 나올 수도 있고 ‘터키vs러시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대회를 주최하는 UEFA를 비롯해 대부분의 팬들이 후자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그리스의 승승장구로 수많은 관객을 잃고 관심도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던 UEFA 입장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노심초사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축구공은 둥글다는 진부하고 자명한 논리가 또 다시 실현되고 있는 유로2008이다. 과연 예정된 수순으로 끝나는 결말일지 아니면 2회 연속 이변이 완성될지. 막바지로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13번째 유럽선수권이다./<베스트 일레븐> 기자 ▶ 관련기사 ◀☞[유로 2008 리포트]‘무적함대’ 스페인, 새 역사에 도전하다☞[유로 2008] 스페인, '6월 22일 8강전 승부차기 저주' 풀었다☞[유로 2008]'히딩크 매직'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유로 2008] 히딩크, 조국의 반역자 되다...네덜란드 꺾고 4강 진출☞[유로 2008] 관중석의 뢰브, 그라운드의 스콜라리 울리다
- [유로 2008 리포트]‘무적함대’ 스페인, 새 역사에 도전하다
- ▲ 이탈리아의 8강전 경기가 열리기 전, 스페인 서포터스가 승리를 기원하며 경기장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사진=송지훈 기자)[비엔나(오스트리아)=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비엔나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2008 8강 네 번째 경기 스페인-이탈리아전 취재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4강의 마지막 한쪽 모서리를 채우는 승부인데다 두 팀 공히 우승권으로 분류되는 강호들인 만큼 진지한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어느덧 대회가 종반에 접어들어 결산을 앞둔 까닭인지 각국 언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연장전으로 접어들 무렵엔 근처에 있던, 백발이 성성한 영국인 기자 서너 명이 대화를 시작했는데, 범상치 않은 내공이 느껴지는 노(老)기자들의 대화 내용이 궁금했던 터라 승부차기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 팀 모두 지쳤지만 그래도 스페인이 유리할 거야. 막판까지 선수들의 열정이 살아 있더군.” “이제껏 중요한 대회에서 스페인이 이탈리아를 꺾는 장면을 본 적이 없어. 오늘 승부차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몰라. 1994미국월드컵 때 절호의 찬스가 있었지만 놓쳤지.” “8강 컴플렉스도 있지. 2002월드컵 당시에도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3-5로 패했지. 상대는 한국이었고 감독은 거스 히딩크였어. 현장에 있었지만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하겠더군.” “카시야스(GK/스페인)가 먼저 하나 막았군! 경험상 승부차기에서 ‘먼저’는 종종 ‘결국’이 되지.” “역시 스페인이 이겼어. 역사를 바꾼 거지. 스페인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밤이 되겠는걸.” “아라고네스 감독(스페인)이 어제 몇몇 스페인 기자들과 만나서 4강에 오를 경우 히딩크 감독과 맞대결을 벌이게 되는 것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는군. 기자회견장에서 사실인지 확인해봐야겠어.” ▲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미디어센터를 찾은 스페인 기자들. 언론인의 품위를 중시하는 유럽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사진=송지훈 기자)베테랑 외신기자들의 대화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스페인의 승리가 갖는 의미는 여느 1승 그 이상이다. 메이저대회에서 ‘8강’과 ‘이탈리아’라는, 지긋지긋한 두 가지 벽을 허물어낸 까닭이다. ‘무적함대’가 4강에 이름을 올린 건 1984년 유럽선수권(준우승) 이후 24년 만이다. 비중 있는 국제대회서 아주리 군단에 승리를 거둔 기억을 되짚으려면 88년 전인 1920올림픽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각종 대회마다 우승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도 번번이 중도 탈락하는 등 이제껏 쌓아올린 비운의 역사에 ‘아주리의 그림자’도 짙게 배어있었다는 의미다. 오랜 세월 이탈리아 앞에서 ‘약한 자’ 겸 ‘도전자’였던 스페인은, 그러나 이번엔 경기 시작 전부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팀 컨디션과 전력 공히 상대에 비교 우위를 점했다 평가받은 까닭이다. 우선 분위기에서 앞섰다. 조별리그 3경기서 전승을 기록한 스페인은 천신만고 끝에 8강에 턱걸이한 이탈리아(1승1무1패)에 비해 한결 여유로웠다. 유로2008 본선을 포함해 2006년 10월 이후 치른 A매치 21경기서 무패 행진을 이어온 것 또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중원을 이끌어 온 두 주역 안드레아 피를로와 젠나로 가투소(이상 MF)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것 역시 무적함대의 승리 가능성을 높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렇듯 긍정적인 요소를 두루 등에 업은 스페인은 실전에서도 전반적으로 흐름을 주도하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점수는 0-0이었지만 볼 점유율(스페인56%-이탈리아43%), 유효슈팅 수(27개-14개), 총 패스 횟수(803개-587개) 등 다수의 지표에서 이탈리아에 앞섰다. 잦고 빠른 패스워크를 통해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어내려 애썼고 D.비야, F.토레스 등 민첩한 공격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전진패스도 적극 시도했다. 수비시에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루카 토니 등 체격조건이 우수한 이탈리아 선수들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협력플레이를 선보였다. 아주리군단과의 대결 과정에서 나타난 전술적 장점과 문제점들은 러시아와 맞붙을 4강전, 독일과의 조우가 유력한 결승전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없이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 1964유럽선수권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던 스페인은 이번엔 ‘마지막 승자’로 남아 환호할 수 있을까. 유로2008을 통해 아픈 역사와의 단절에 성공한, 하지만 더 크고 중요한 도전을 눈앞에 둔 스페인이 뜻을 이룰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베스트 일레븐 기자> ▶ 관련기사 ◀☞[유로 2008] 스페인, '6월 22일 8강전 승부차기 저주' 풀었다☞[유로 2008]'히딩크 매직'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유로 2008] 히딩크, 조국의 반역자 되다...네덜란드 꺾고 4강 진출☞[유로 2008] 관중석의 뢰브, 그라운드의 스콜라리 울리다
- 히딩크 매직은 쉬지 않는다...스웨덴 꺾고 8강 합류
-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히딩크 매직’은 강력했다. 이번에는 러시아를 극적으로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8강에 끌어올리는 힘을 발휘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19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티볼리 슈타디온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D조 최종 3차전에서 전반 24분 로만 파블류첸코의 선제골과 후반 5분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추가골로 ‘바이킹 군단’ 스웨덴을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2승1패를 기록, 이날 그리스에 2-1로 역전승한 스페인(3승)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소련이 아닌 러시아로 출전, 본선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오는 22일 준준결승에서 히딩크 감독의 조국 네덜란드와 격돌한다. 러시아는 소련으로 참가한 1988년 대회 결승에서 네덜란드와 맞붙어 0-2로 패한 바 있다. 실패를 모르는 히딩크 마법의 위력을 확인한 한판이었다. 반드시 이겨야 8강 티켓을 획득할 수 있었던 러시아는 경기 초반부터 스웨덴을 몰아붙여 전반 24분 파블류첸코가 선제 결승골을 뽑았고, 후반 5분 경고 누적으로 1, 2차전에 결장했던 플레이메이커 아르샤빈이 쐐기골을 터트렸다. 경기 전만 해도 히딩크 감독 스스로 ‘스웨덴에 비하면 러시아는 아웃사이더’라고 말할 만큼 쉽지 않은 승부였지만 결과는 스웨덴이 더 많은 골 차로 패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해야 할 정도로 러시아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히딩크 감독으로선 그의 성공사에 또 하나의 빛나는 기록을 추가할 수 있게한 성과였다. 1차전에서 스페인에 1-4로 참패,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 몰렸다가 2연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8강 티켓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한 유로 96 본선에서 8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1998년 월드컵 4강(네덜란드), 2002월드컵 4강(한국) 2006 월드컵 16강(호주)을 차례로 기록한 바 있다. 어느 팀을 맡던 본선 조별리그 통과는 기본으로 해 낸 셈이다. 한편 이번 대회 8강전은 포르투갈(A조 1위)-독일(B조 2위), 크로아티아(B조 1위)-터키(A조 2위), 네덜란드(C조 1위)-러시아(D조 2위), 스페인(D조 1위)-이탈리아(C조 2위) 대결로 결정됐다. ▶ 관련기사 ◀☞네덜란드 유로 2008 우승후보 1순위로 급부상☞뒷심의 이탈리아 기사회생...스페인과 4강 다툼☞발라크, 호날두와 유로 2008 4강 길목서 맞대결☞'균열의 전조인가 아니면...', 수상한 포르투갈의 완패☞'히딩크 매직', 그리스의 비극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