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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훈, 태안 복구에 5억원 기부...자원봉사 1200여명 모집
- ▲ 가수 김장훈[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가수 김장훈이 기름 유출 사고를 겪은 태안에 5억원을 기부하고 총 1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방제 작업 계획을 세웠다. 김장훈 측은 12일 오전 이 같은 뜻을 밝히고 이날 오후 10시부터 김장훈의 미니홈피를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김장훈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오는 22일과 23일 1차 작업을 시작으로 28일, 29일 2차 작업, 3월부터는 신곡발표와 함께 전국투어가 시작돼 매주 작업이 힘들어 한달에 두 차례씩, 4일간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행한다. 매회 작업에는 300명의 봉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다. 김장훈은 총 지원금 5억원 가운데 4억원을 기부할 예정으로 이중 2억원은 자원봉사자들의 방제 작업에, 2억원은 6월초 열리는 서해안 페스티벌에 쓰인다. 나머지 1억원은 의류회사로부터 물품지원을 받는다. 서해안 페스티벌은 여름 관광철에 앞서 서해안 활성화를 위해 김장훈이 직접 기획한 것으로 6월 초 서해안주민들과 10,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김장훈은 “복구 작업이 트렌드나 유행도 아니고 원상으로 될 때까지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완전복구를 위해서는 결국 전문 인력과 장비들이 동원되어야하고 자정을 위한 시간도 필요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 대대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김원희도 목소리 기부 동참...'★ 선행은 계속된다'☞유재석-노홍철 태안서 자원봉사...몰래한 선행, 잔잔한 감동☞비 태안 봉사 후일담...'컵라면으로 점심 때우고 직원 독려 선행 앞장'☞[윤PD의 연예시대]스타 선행이 '쇼'로 비춰지는 까닭은?☞장윤정, 한복 모델로 패션쇼 데뷔...소외계층 자선행사 출연 ▶ 주요기사 ◀☞[VOD]JYP가 발굴한 화제의 수퍼루키, 주(JOO)와의 '깜찍' '발랄' 인터뷰☞원더걸스,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후보 올라☞김진표 5년 공백 깨고 날개짓...3월 정규 5집 발표☞교통사고 김정욱, 디스크 부상에도 촬영장 복귀☞'이산' 35.3%로 최고 시청률 경신...40% 향해 약진
- [VOD] 대한민국 모범의 표본! '국민배우' 최수종을 만나다
- [이데일리 SPN 이민희PD] KBS 대하드라마 '대조영'에서 선 굵은 연기로 2007 KBS 연기대상을 거머 쥔 국민배우 최수종. 최수종은 1987년 KBS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 '질투', '첫사랑' 등의 드라마를 통해 인기스타로 거듭났고 이후 '태조왕건', '해신', '태양인 이제마', '대조영' 등의 사극을 통해 국민배우 반열에 올라선 연기파 배우인데요. 지난해 134부작 '대조영'을 성공리에 끝내고 휴식 중에 만난 그는 오랜만에 여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최수종은 2007년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왜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렸냐는 질문에 최수종은 "대상은 처음 타 건 10번을 타 건 나에겐 언제나 감격스럽고 소중하다"라고 답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2008년 활동계획에 대해서는 "휴식을 갖은 뒤 아내 하희라와 2월 캄보디아로 의료 봉사활동을 다녀올 예정"이라며 "나를 비롯해 올해는 모든 사람들이 봉사와 선행에 앞장설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남겼는데요. 반듯하고 바른 이미지로 사랑받는, 대한민국 모범의 표본 최수종. 그와의 인간적이면서도 따뜻했던 인터뷰 현장을 이데일리 SPN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 관련기사 ◀☞[VOD]방송3사 연기대상 배용준, 최수종, 박신양, 김희애 영광☞[SPN 포토]눈물 닦아주는 탁재훈, '최수종씨 울지마세요~'☞[SPN 포토]'대조영' 최수종의 눈물, 2007 KBS 연기대상 수상!☞'대조영' 최수종, KBS 연기대상 '대상' 수상 영예(종합)☞[SPN 포토]최수종 한지민, 2007 KBS 연기대상 네티즌상 수상 ▶ 주요기사 ◀☞[윤PD의 연예시대②]스타 몸값 모두가 배용준일 순 없지 않나?☞[윤PD의 연예시대②]스타 몸값 모두가 배용준일 순 없지 않나?☞소녀시대, '걸스카우트 포스터' 공개...홍보대사 활동 본격 돌입☞김래원, '식객' 촬영장 팬들 응원 방문에 파워 업 "추위와 피로 안녕~"☞최송현 등 아나운서 한복 맵시 어떨까
- 이윤지 '대종세왕' 이어 'TV문학관'으로 연기폭 넓힌다
- ▲ 이윤지[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대종 세왕'에 출연 중인 신세대 연기자 이윤지가 숨가쁜 연기 행보로 연기폭을 넓힌다. 이윤지는 내년 1월1일 방송되는 KBS 1TV 'TV 문학관-봄, 봄봄'(극본 박지숙, 연출 이건준)에 캐스팅돼 KBS 1TV '대왕 세종' 촬영을 잠시 접고 30일부터 '봄, 봄봄' 촬영에 돌입한다. 일단 이윤지는 다음 달 8일까지 '봄, 봄봄' 촬영에 전념할 생각이지만 '대왕 세종' 역시 내년 1월5일부터 방송을 시작함에 따라 경우에 따라선 촬영 병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봄, 봄봄'은 1935년 조광(朝光)지에 발표된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신모계 사회의 시대 모습과 이에 대항하는 왜소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원작의 정서를 살려 해학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윤지는 '봄, 봄봄'에서 덕배(박근형 분)와 점순(이경진 분)의 딸 혜은 역을 맡았으며 그녀의 상대역으로는 윤희석과 서도영이 캐스팅돼 각각 병기, 경호 역을 출연한다. '봄, 봄봄' 제작진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드라마와 인터뷰 등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각 상황마다 권위 있는 인터뷰어를 섭외해 캐릭터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접근,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일반인의 경험담, 주제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의견 등 다양한 시선을 담아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윤지, 애견사업가 변신... 애견용품 쇼핑몰 '누리펫' 오픈☞[44회 대종상]강성연 이윤지, '블랙 원피스라도 느낌이...' ▶ 주요기사 ◀☞권상우 前소속사로부터 피소...또 다시 법정공방 휘말려☞김희선 미니홈피에 한복사진 공개...폐백, 함 받던 날의 단아함 눈길☞시상식엔 없고 대선후보 정책간담회에만 있는 가수들☞SM-소리바다 전략적 제휴, 온라인 음원 유통시장 다변화 모색☞[포토]머리 쓸어넘기는 전지현, '뽀글 퍼머도 잘 어울려~'
- 7년 만에 언론에 모습 드러낸 민사고 설립자 최명재
- [조선일보 제공] “파스퇴르 우유는 망해서 팔았고, 내게 남은 것은 민족사관고등학교밖에 없소.”말은 입속에서 웅얼거렸다. 나는 의자를 끌어당겨 그에게 바싹 다가갔다. 그의 말을 잡아내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내게는 민족사관학교만 남았지요”라는 이 짧은 말을 마칠 때쯤 벌써 숨이 찬 것 같았다. 최명재(崔明在)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7년 만에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아파트. 인터뷰를 위해 한복으로 애써 단장한 이 팔순 노인은 한때 세상에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 시끄럽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돈키호테’ ‘고집쟁이’ ‘정신병자’ 등 그를 향해 숱한 야유와 비방이 잇따르기도 했다. 그는 싸움을 잘했지만, 그 파스퇴르유업은 벌써 2004년 한국야쿠르트로 넘어갔다. 그런 그에게서 마지막으로 남은 직함은 ‘민족사관고등학교’ 이사장뿐이다. 이제 그는 실내에서 정물(靜物)처럼 칩거 중이다. 그는 2000년 7월 제주도 호텔의 한 사우나에서 욕탕으로 급하게 뛰어들다 화상(火傷)을 입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어쩌면 그 직선적인 성격의 일면을 보여준 것인지 모른다. 그 뒤로 그는 언론에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 의료진은 전신 85%가 2~3도 화상을 입은 그의 회생(回生)이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한다. 세 차례의 피부이식 수술과 재활치료가 계속됐고, 요즘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세상에 대해 그렇게 할 말이 많았고 말하기를 좋아했고 달변이었던 이 노인은 사고 뒤로 일절 언론을 피했다. 인터뷰 신청이 끊이질 않았으나 그는 결코 응하지 않았다. 찾아오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으나 그는 만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화상 뒤의 신체적 변화로 인해 그는 자신이 품어온 생각을 더 이상 이전처럼 말로 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7년 만에 처음 이뤄진 이번 인터뷰를 수락하면서도, 가족은 “비록 대면은 하겠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과거에 그를 인터뷰했던 기사를 보니, 그에게 ‘천하에 독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달아놓았다. 독한 사람이라면, 최(崔)씨 성에다 틀림없이 키가 작고 단단할 것이라고 그의 아파트로 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180㎝의 기골이 장대한 노인이 느릿느릿 로봇 같은 걸음으로 안방에서 거실로 나왔다. 네모진 얼굴 속에는 아이의 표정이 숨어있었다. 악수했을 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그 얼굴에는 홍조(紅潮)가 번졌다. 오래 떨어져 있었던 언론과의 만남에서 오는 어떤 흥분 같은 것이었다. 부축을 받고서야 소파에 앉았다. 그가 앉기 위해 소파에는 등받이, 발밑에는 받침대를 받쳤다. 그는 꼿꼿하게 허리를 세웠다. ―하루 일상을 어떻게 보내나요?“몸은 괜찮아요.” 그는 웃음을 지었다. 보청기를 끼고 있는 그는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했던 것 같았다. 나는 의자를 앞으로 당겼고 목소리도 높였다. “집안에서 지내요. 한 달에 한번 병원에 갈 때를 빼면, 내 방에서 종일 TV를 봐요. 외국영화만 봐요. 외국영화에는 자막(字幕)이 있으니, 자막으로 내용을 읽어요. 귀가 안 좋아 한국 드라마는 (보청기가 울리기 때문에) 안 봐요. 아침에 일어나 뉴스는 봅니다만. 그리고는 쭉 외국영화만 봐요.”―그렇게 저돌적으로 기업 활동을 했던 분이 집안에만 쭉 계시니 답답하지 않으세요?“집안이 아니라도, 어차피 어디에 있어도, 걸음걸이가 잘 안 되니까요.”곱게 차려입은 한복의 바깥으로 드러난 손목과 발목에는 연분홍 화상 자국이 보였다. 그는 똑바로 걷는 것은 얼마간 가능하나, 옆이나 뒤로 걷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민사고에는 안 갑니까?“두 달에 한 번쯤 가요. 학교에 상주하지는 못해요. 새로 선생님이 들어오거나 일이 있을 때면 가요. 내 관심은 늘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지요. 하지만 선생님을 한명 한명 만나지는 않아요. 교사들을 지도하는 부교장을 만나고, 행정실장과 교장님께 이야기를 들어요. 나는 어떻게 이끌고 가라는 방향만 말해요.”배석한 가족이 “회장님 방에는 민사고 교사 명단과 정년 날짜가 적힌 표까지 있다. 집안에 계시지만 학교를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질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이는 행정실장을 맡고 있는 그의 장남이다. 하지만 민사고의 ‘브랜드’는 아직 팔순 노인인 그에게 있다. 장남은 토요일마다 서울 집에 들러 그에게 학교 상황을 보고한다.▲ "민사고가 귀족학교라고요?대부분 중산층 자녀예요 그들은 자녀교육 위해 전국을 찾아다니지요 자기 인생을 자녀 교육에 바쳐요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귀족인가요?" 그가 자신의 분신인 학교를 자신의 핏줄인 장남에게 맡긴 것은 어쩜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는 파스퇴르 유업을 할 때,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기도 했고 때로는 육사출신 장교를 대거 영입하는 인사 실험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학교를 맡긴 이유를 묻자, “아들은 참을 줄을 압니다”라고 했다. “어려울 때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 참을 줄 알아야 하지요. 그 애도 학교를 맡으면서 자기 살림을 학교 운영비로 집어넣었다고 해요. 금방 이익을 안 나는 일에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요. 그렇게 자기 것을 던질 줄 모르는 사람은 월급쟁이는 돼도 사업가는 못돼요. 이런 교육 사업은 못해요.”―몸이 불편해 학교까지 가는 데 힘이 드시죠? “뭐, 차를 타고 가니까요. 콜택시를 특별히 불러서 가요. 내가 타던 자가용은 팔고 운전사도 내보냈어요.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야죠. 몸이 이래서 차를 쓸 일이 없어요. 내가 그렇게 외출할 일도 없고. 간병인도 더 이상 쓰지 않아요(가족 한 명이 함께 살면서 돌보고 있음). 학교에 도착하면 나를 위해 휠체어를 끌고 나와요.”―처음 민족사관학교를 세울 때, ‘미친 짓’이라는 소리도 들었지요.“처음에는 사람들이 이해를 못 했죠. 우유 팔아서 돈 좀 벌게 되니 뭐 다른 일이 없을까, 기왕이면 ‘한번 세상에 나와 짧은 평생 살다 가는데 가장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했지요. 내가 영국의 이튼스쿨을 방문해보고(1970년대), 교육 투자가 가장 많이 남는다, 제대로 된 지도자를 키우면 모든 게 남는 장사라는 걸 알았지요. 장사꾼이 돈을 벌면 소득이 가장 많이 나는 곳에 투자를 해야지요. 민사고를 설립할 때, 누가 뭐라도 나는 자신이 있었죠. 한해 한해 졸업생들이 훌륭하게 배출되니, 세상에서 우리 민사고를 보는 눈이 달라졌지요. 갈수록 더 뛰어난 학생들이 들어와요.”그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아 정부의 간섭도 거부하는 ‘자립형’ 사립학교 민족사관학교를 세운 것은 1996년이었다. 당시 파스퇴르유업 전체 자산이 370억원. 이중 20%인 70억원을 재단에 출연했다. 소목장으로 쓰던 토지 70만평과 서울에 있는 시가 40억 원의 부동산이었다. 매년 운영비로는 우유 팔아 번 돈에서 30억~50억원을 내놓았다. 파스퇴르유업과 학교의 운명이 같이 묶여있었던 셈이다. 처음에는 전원 장학금을 주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 30명으로 시작했다. 교사의 수는 27명이었다. 그는 자신의 돈으로 학생들을 공부시키고 자신이 생각하는 학교를 운영해보겠다는 배짱이었다. “두고 보라. 우리 학교 출신들이 훌륭한 대학에 들어가고, 인격적으로도 뛰어나는 사실이 확인될 때 이와 같은 학교가 우후죽순으로 세워질 것이다. 파스퇴르유업이 할 수 있는 일이면 똑같은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우리나라에 5000개는 된다. 그 중에서 100분의 1만 동참하더라도 나라 안에 50개의 새로운 학교가 세워지지 않을까”라고. 애초 그의 구상은 남자고등학교는 ‘민족사관고등학교’, 여자고등학교는 ‘사임당여자고등학교’를 짓는 것이었다. 그런 뒤 대학까지 만들 계획이었다. 당시 그는 작가 이청(李淸)씨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좀 선동적인 얘기로 들리겠지만, 사학(私學)이라는 것은 재단에서 학교의 운영비를 대는 것인데 거꾸로 학생들로부터 거둔 돈으로 재단을 살찌우고, 재단은 그 돈으로 다른 사업을 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거꾸로 된 나라가 어디 있어요. 그러니 학문은 상품화되고, 학문이 상품이니까 수요자인 학생은 싸게 사려고 하고 공급자인 재단은 비싸게 팔려고 할 것이니 싸다 비싸다 시비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이게 우리나라의 사학이고,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입니다. 어쩔 수 없기는 뭐가 어쩔 수 없어요.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쳐야지요. 이것이 우리나라 사학의 일반적인 형태라면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사학은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될 겁니다.”세간에는 “그런 학교는 지구상에 없다”고 모두 비웃었고, 그 실패를 예견했다. 실패는 다른 쪽에서 왔다. 설립 이듬해 IMF가 터졌고, 민사고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온 파스퇴르가 1998년 부도났다. 그는 ‘부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신문 광고까지 내면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뒤 세월이 흐르면서 학생 정원도 450명으로 늘어났고, 이제 학생 등록금이 학교 운영의 70%를 차지하게 됐다. 그럼에도 민사고는 ‘하늘의 별’처럼, 학부모들과 중학생들이라면 한번쯤 선망하는 목표가 됐다. 그는 비록 실패한 기업인이 됐지만, 그의 학교실험은 결국 성공한 것이 아닌가. ―요즘 민사고에 대해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나요?“모두 잘해요. 다만 영재교육을 더 강화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영재교육을 더 잘 시킬 수 있는 선생님을 모셔올까 해요.”―민사고는 현 정권의 고교평준화 정책과는 반대로 갔던 셈입니다. 교육에서의 평준화는 잘못된 것일까요? “우리 학교는 교육평준화 정책에는 안 들어갑니다. 교육을 받는 기회의 균등과 교육의 평준화는 다른 거지요. 그러나 나는 정책이니 그런 걸 몰라요. 우리 사회에서 이런 학교가 필요하다고 난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부 돈을 전혀 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해보려고 한 거죠.”그의 표정에는 뭔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은 힘에 부쳐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는 민사고를 설립한 직후, “소수의 영재만 집중 발굴하는 방식은 학생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과외 열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세상의 공격에 맞서 이런 심경을 밝힌 적이 있다.“정신적 능력이 각기 다른 학생들이 각자의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때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탄생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가 탄생될 때 우리 민족이 부강해질 수 있다.”―학부모 입장에서 묻는데, 민사고를 ‘귀족학교’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정말 귀족학교가 맞나요?“그 말을 들었어요. 관심 없어요. 실없는 사람들의 말장난인데 무슨 대꾸를 해요.”―그래도 정말 그런가 보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우리 학교에는 큰 부잣집 아이는 별로 없어요. 대부분 중산층이에요. 이분들은 좋은 학교와 좋은 교육 환경을 찾고, 자기 인생을 자녀 교육에 바쳐요.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귀족인가요?’―민사고는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코스라고 하지요. 학부모들이 자녀를 민사고에 집어넣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래서 민사고가 고급화된 입시 전문기관으로 변질됐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당초 설립 취지와 맞나요?“우리 학교는 시험 교과목만 가르치지 않아요. 우리 학교의 목표는 서울대가 아니죠. 서울대는 둘째 셋째죠. 세계로 나아가 외국 유명대학이 목표죠. 지금 잘 해내고 있어요. 똑똑하게 태어난 영재들은 그만큼 조국에 대한 사명을 가져야 해요. 우리 졸업생들은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가야지요.”―그런 기대대로 될 것 같습니까.“저는 믿고 있어요.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노벨상을 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우리 학교를 만들 때 나는 노벨상 좌대(座臺)를 15개나 만들어놨어요. 우리 학생들이 그걸…”그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금방 눈 주위가 젖어들 것 같았다. 배석한 가족이 “학생들 생각만 하면 마음이 그런가 봐요. 이제 정말 그만 하시죠”라고 가로막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고 싶어 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봤어요.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말씀이 안 되니, 너무 힘들어하시는 것 같네요”라면서. 인터뷰도 사람의 ‘때(時)’가 있는 것이다.나중에 작별 인사를 위해 그의 방문을 여니, 노인은 인터뷰용 한복을 벌써 벗고서 시원한 러닝셔츠 차림으로 안락의자에 앉아 리모컨을 든 채 외국영화를 보고 있었다. 내 쪽을 향해 아이처럼 웃었다.
- `정책국감` 아직 멀었다
-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17대 국회의 국정감사가 종반부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의 국정감사와는 그 형태가 사뭇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들 "이번 국감은 정책국감"이라며 뿌듯해하고 있다. 소위 `폭로전`이라 불릴만한 `대형 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가 그렇게 자평할 만큼 실상은 뿌듯하지 않다. 주된 이슈가 없는 대신에 그 자리에는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 국감의 핵으로 자리잡았고 이벤트와 보여주기식의 국감이 그 자리를 대신 메웠다. 거기에 국감을 진행하는 방식에서는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잘못된 근거를 제시해 여론의 빈축을 사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 이미 지적됐던 것까지 재탕, 삼탕하는 행태도 여전했다. ◇`폭로`가 떠난 자리 `삼성`이 메워 이번 국감은 `삼성 국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온통 삼성 일색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증인출석 문제부터, X파일, 삼성자동차, 에버랜드에 이르기까지 국감의 모든 이슈를 삼성이 `독점`하다시피 하고있다. 심지어 각 당의 대변인들조차도 매일 각 당별 국감현안 브리핑에서 삼성관련 국감이 있는 날에는 "오늘 주목해서 봐야할 상임위"라며 `콕 찍어주기`까지 한다. 그래서인지 삼성을 주 타깃으로 삼은 재정경제위나 법제사법위의 경우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물론 소속 의원들의 움직임 또한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 보다 훨씬 활발하다. `삼성 저격수`로 자임하고 나선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의 경우 10여페이지가 넘는 국감 자료집을 매일 내는 것도 모자라 별도로 내놓은 삼성 관련 별도의 분석 보고서만도 벌써 대여섯권이 넘는다. 심 의원은 "삼성이 그동안 보여온 편법과 불법적인 상속에 대한 올바른 문제제기이며, 좀더 크게 보면 국민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삼성에 대한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심 의원과 더불어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 또한 `삼성 저격수`의 한 멤버다. 박 의원은 삼성의 근본적인 지배구조를 좌우할 수 있는 금산법에 대한 접근에서부터 삼성 조이기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금산법에 관한 사항은 지난 6월부터 차근히 준비해 오며 수차례 심상정 의원과 더불어 정책적 `공조`를 이뤄왔다. 박 의원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받았다"고 전하고 삼성에게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 말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삼성이 법을 어기지 않았다면 아마 아무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삼성이 법을 어겼기 때문에 내가 낸 법안이 하나의 타깃이 된 것일뿐 법을 어기지 않았으면 삼성이란 회사가 그 모양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변칙증여에 의한 삼성의 지배구조의 모순을 비판했다. 이와 함께 법사위에서 이건희 회장의 증인 출석 문제를 이슈화 해냈던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금산법과 관련된 부칙조항에 공정위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해 공정위원장의 시인을 받아낸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 등도 주목받고 있다. 반면, 삼성을 주재료로 삼지 못한 여타 의원들은 "열심히 준비했어도 티가 나지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할 만큼 이번 국감에서의 `삼성의 이슈 독점`은 대단하다. ◇한가위 TV프로그램 같은 국감..볼 것만 많고 먹을 것은 없어 이번 국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벤트가 강화된 국감이라는 점이다. 지금껏 국감하면 주로 의원간의 고성이 오가고 험악한 분위기만을 경험했던 국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차원에서 높이 살만한 했다. 그러나 단발성 `보여주기`에 끝난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 문광위 국감에서는 의원들이 모두 우리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한복을 입고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복을 차려입고 나온 의원들의 질의 모습이 이채로와 국민들의 시선끌기에는 충분했으나 그 역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어 지난달 27일 산자위에서는 전기의 소중함을 알자는 취지에서 전등을 비롯한 마이크까지 모두 끄고 촛불만 밝혀둔 채 국감을 진행하는 `촛불 국감`이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아침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이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히자 강재섭 원내대표조차도 "단전상황을 꼭 경험해봐야 아느냐"며 핀잔을 줬을만큼 일회성 이벤트는 계속 됐다. 그 밖에도 방연마스크를 들고 나와 직접 작동이 되지 않음을 시연한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의 경우나 변종 성매매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한 박명광 열린우리당의원, 성인오락실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제시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 등도 눈에 띄었고 열린우리당 제종길 의원은 친환경 차량인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국감장에 나타나는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각종 비주얼한 면들이 의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데에는 매우 유용하나 단편적인 언론 비춰지기에 국한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언론에 비춰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면서 "그러기위해 소품을 준비하고 시연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털어 놓기도 했다. ◇구습(舊習)이 명습(名習)이다? 의원들의 책상에 놓여진 수북한 자료가 이번 국감부터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그 자리에는 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과 CD로 제작된 자료들이 놓여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IT강국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첨단화된 국정감사 현장의 외형적 변화와는 달리, 의원들의 잘못된 지적과 그에 대한 공방, 그리고 이미 과거에 지적됐던 사항을 재탕, 삼탕 우려내는 행태는 그대로였다. 대표적으로,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의 이해찬 총리 `1가구 2주택`의혹제기. 결국 이 의원측에서 “실무자의 집계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며 사과했지만 이 총리측에서는 더욱 확실히 사과하라고 해 여야의 수뇌부까지 나서는 등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의 홍미영 의원은 동명이인의 피감자를 착각하여 "X파일과 관련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다`는 지적을 받고서야 "직원의 착각으로 잘못된 질의 자료가 배포됐다"며 급하게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울러 여야 할것없이 총 8명의 의원들이 제기했던 토지공사의 장기 미분양 산업단지 문제도 이미 지난 2002년부터 `써먹었던` 단골메뉴로 이번 국감에서도 숫자 바꾸기와 말 바꾸기로 마치 방금 나온 것인 양 제기돼 국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이와 더불어 의원들의 자기 말만 하고 답변 안듣기, 고압적인 자세로 명령하듯 꾸짖기 등의 구습은 여전히 계속 자행되고 있다. 또 피감기관의 경우도 어물쩍 넘어가기, 무조건 `예스맨`되기, 자료제출 안하고 버티기 등의 문제도 여전히 선진적인 국정감사로 나가는데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