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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결과 5,921건

  • (edaily 리포트)정치적 중립 일깨운 총장
  • [이데일리 조용철기자] `정치적 중립`이 이렇게 현실감있게 다가온게 참 오랜만입니다. 최고 권력기관중 하나인 검찰의 수장이 이 때문에 교체됐습니다. 그는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는 대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었습니다. 정치적 중립이 그렇게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볼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경제부에서 검찰 출입을 맡고 있는 조용철 기자의 느낌입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가치". 김종빈 검찰총장이 이 결연한 말을 남기고 6개월여의 짧은 재임 기간을 마감했습니다. 지난 17일 검찰청을 떠나는 모습은 처연했습니다. 김 전 총장은 퇴임식에서 밝힌 퇴임사에서는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습니다. "구체적 수사 지휘권이 행사된 순간 그동안 쌓아온 (검찰의)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은 어떤 일이 있어도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과거에 검찰을 평가할 때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검찰`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왔는데 그 이유가 검찰이 정치에 흔들렸기 때문"이라며 "검찰은 자성한다는 의미에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재삼 `정치적 중립`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했습니다.검찰은 김 전총장이 할말을 충분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일단 정중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 하나 물러난 것으로 충분하다. 더 이상 집단행동을 하지 말아달라"는 김 전 총장의 간곡한 당부도 기여했습니다. 사실 검찰이 이를 두고 집단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상황을 또다시 급변했을 것입니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형사소송법 개정,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등 여러 중요한 현안을 앞두고 검찰이 자칫 조직의 이해관계를 위해 `저런다`식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한 것이라고 해석됩니다. 김 전 총장이 당부한 대로, 국민은 정치권력의 수사 개입이나 외압에 굴복하는 검찰을 바라지 않습니다. 검찰이 정치권 등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어떤 영향도 없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그래야만 국민은 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김 전 총장의 사퇴는 검찰 구성원들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웠습니다. 또 중립성을 침해받을 우려가 언제라도 있다는 사실도 새삼 상기시켰습니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읽었기 때문에 당선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바로 그 `시대정신`은 바로 `탈권위, 탈권력`이었습니다.이같은 시대정신의 연장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도 `검찰도 시대정신에 따라야 한다`며 강정구 동국대 교수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정당화하기도 했습니다.천 장관은 사실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2001년, 참여연대가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삭제한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소개하는데 찬성해 불과 4년만에 변한 `소신`의 가벼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검찰의 권력 남용은 견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올바른 통제는 헌법재판소와 법원, 그리고 국회와 국민등이 골고루 통제의 주체가 되어서 행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절실한 것은 정치권의 검찰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현재 진행중인 검찰개혁이 `정치권의 검찰 길들이기`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김 전 총장은 "역대 법무장관들이 수사지휘권 행사를 자제한 것은 규정의 존재 자체로 상징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고 그것을 행사하면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전 총장의 이 말은 법대 학부생 수준의 아주 원론적이고 당연한 말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 말이 서초동 법조 마을에 계속 메아리로 맴돌고있습니다. 그리고 `총장직을 거는 검찰총장이 5명은 나와야 한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2005.10.18 I 조용철 기자
쇠고랑 찬 월가의 `마무리 투수`
  • 쇠고랑 찬 월가의 `마무리 투수`
  •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하루 4시간 이상 자지않고, 가끔은 오전 6시에도 출근하는 지독한 일벌레. 영국계 럭비선수였던 미국 최대 선물 및 상품브로커 회사의 대표 필립 R. 베넷(57)은 월가에서 `클로저(closer`라는 애칭으로 더 잘 통한다. `클로저`란 말 그대로 계약을 마무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야구에서는 팀의 승리를 지켜내며 게임을 끝내는 마무리 투수를 의미한다. 레프코에서 그가 구축한 이미지도 별명 만큼이나 완벽주의자 그 자체다. 1970년 체이스 맨해튼의 뱅커로 월스트리트에 첫 발을 디딘 베넷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81년 레프코에 입성한다. 그 때부터 이미 그는 레프코의 재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첫해 레프코의 재무담당 자회사인 레프코 캐피탈을 설립했고 1983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된다. 2년후에는 최고경영자(CEO)를 꿰찼다. <증권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필립 베넷>&nbsp;재무전문가로서의 명성 만큼이나 레프코를 미국 최고의 선물중개 회사로 이끈 장본이기도 하다. 경쟁사들이 모두 상품중개 영업에서 발을 뺄 때 그는 오히려 회사의 규모를 늘리는 전략을 택했고, 레프코는 상품 중개 업계에서 업계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1998년 레프코는 오스트리아 은행인 방크 아르바이트 앤 비르샤프트와 합작벤처사를 설립, 유럽 선물옵션 결제서비스 사업에 진출했다. 2000년에는 인도 시장에도 진출해 레프코-리피 증권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선물회사인 한맥선물을 인수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파생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독보적인 회사로 성장한다는 야심을 목표를 추진했었다. 두달전에는 레프코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지난 주말까지 그가 보유한 주식평가가치만 16억달러에 달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레프코의 꿈은 지난 10일 베넷이 회사 부채 4억3000만달러를 은폐했고, 해외 은행 계좌를 통해 그의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산조각났다. 검찰은 11일 베넷을 증권사기 혐의로 체포했고 12일자 미국 언론들은 레코프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하며 그의 퇴장에 놀라움을 표했다.
2005.10.14 I 김현동 기자
  • (금요일 오후에)삼성 뒷다리잡기가 아니다
  • [이데일리 문주용 경제부장] 똑똑한 삼성맨들이 몰라서 묻는다.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 좀 가르쳐달라." 이들에게 지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며 내놓는 정치적 타협안이 무의미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타협안은 또다른 임시변통으로 치부되거나 특혜 시비를 불러올 뿐이다. 일각에서는 삼성 논란에 대해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하고, 다른 기업들은 삼성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럴까? 기업들 대부분은 삼성 논란을 구경할 뿐이지 걱정안할 것같다. 삼성과 딴 기업은 입장이 너무 다른 까닭이다. 삼성 논란은 삼성이기에 발생한 논란이다. 삼성이 아니면 생기지 않는 논란이다. 그것은 단순히 기업으로서의 삼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을 보인 `삼성`이라는 실체에 관한 것이다. 또 시대적으로 본다면 이병철 회장 시대가 아닌 이건희 회장시대의 영광 뒤에 숨어 있는 그림자, 한계들과 관련된 것이다. 논란의 첫째는 편법 증여를 통한 경영권 변칙 상속 논란이다. 법적으로 옳고그름은 법원이 따질 문제라 차치할 수 있지만 , `법적으로 문제없다`식의 삼성 주장은 `윤리 경영`을 그토록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잣대에는 크게 배치되는 주장인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의 행적에 비춰보면 최소한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라는 정도는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회장의 윤리경영에 대한 수준이 어느정도였는지를 보자. 지난 93년6월 프랑크푸르트 선언때 이렇게 말했다. "시급한 것은 인간미와 도덕성의 회복이다. 도덕성을 회복하고 인간미를 살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없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또 이런 얘기도 한 적이 있다. "기업이 돈 잘버는 기계여서는 안된다. 도덕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이회장의 윤리경영 철학에 비춰보면 윤리적 잣대와 법적 잣대를 뒤섞어서 논쟁할 이유가 없다. 또 기업윤리와 개인 윤리가 다를 까닭도 없다. 금산법 개정 논란도 이와 같다. 법적으로는 삼성 주장이 맞을 수도, 참여연대 주장이 맞을수도 있다. 중간에서 적당히 타협하자는 대통령의 생각이 현실에 부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이 역시 단순명쾌하게 풀었어야 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고까지 하면서 초일류기업 도약을 위한 의식혁명을 주창한 이건희 회장이 금융계열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순환출자구조를 통한 지배구조등에서는 변칙적 접근법을 그대로 뒀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시의 법으로는 허용되었다 하더라도, 법의 취지나 한국경제의 미래를 항상 걱정할 정도로 사려깊은 이건희 회장 이라면 그 충분히 긴 시간동안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삼성이 법리논쟁으로 뭉갤 게 아니었다. 삼성 논란의 근본적인 것, 즉 `삼성공화국` 논란도 역시 큰 얘기다. `삼성 공화국`이라는 비판적 시각은, 국가경제의 20%를 차지할 만큼 삼성이 `소인국의 걸리버`같은 힘을 가졌기 때문에 생긴 시각만은 아니다. 기업 규모의 확대 뿐아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이 정치에 대해 매우 관심이 컸다는 점, 정치자금을 적극 제공했고 정치권력과도 가까웠다는 점, 언론·문화 등 경제외적인 분야로도 영향력 확대를 적극 꾀해왔다는 점 등이 `삼성공화국`의 징후로 국민들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95년 4월 베이징에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발언으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정치, 행정 수준을 절묘하게 비유한데다, 국내 1위기업의 총수 발언이었기에 폭발력이 매우 컸었다. 이처럼 이회장의 발언록 등을 보면 이 회장은 정치, 행정등 경영의 외부환경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너머 이런 외부환경을 개선시켜야한다는 `애국주의자`같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래서 삼성의 정치자금 문제가 다른 기업의 경우와 달리 느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른 기업들의 경우 정치권이 손을 내미니까 `보험`든다는 생각, 사후에 이권을 챙길수 있겠다는 생각의 `비지니스적` 행동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X파일 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삼성은 정치에 개입한다. 보험을 드는 정도가 아니라 정치판에 영향을 미치려한다.완벽경영, 무결점경영 스타일인 이 회장 경영방식은 기업 경영에서 엄청난 성공을 이룬게 사실이다. 이런 성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은 경영의 주변환경인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에도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해왔다. 이것이 `삼성 공화국`의 실체다. 이런 공화국의 꿈은 다른 기업들은 꾸지 않았지만, 삼성은 이병철회장에서 시작해 이건희 회장때에 현실화했다.하지만 삼성은 이에 대한 반발, 외부의 경계심을 방치했다. 이 경계심이 국민정서라고 한다면 단순히 `잘난 놈`에 대한 질시같은 성격은 아닌 것이다. 삼성은 엄청난 성공을 거듭했고, 기업을 너머 공화국이라는 아성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속, 삼성차문제, 상호출자구조, 무노조 등 초일류기업이라면 논란거리에서 벗어나야할 문제들에 대해선 `의식혁명`수준의 해결방안을 찾지 못함으로써 `모순`의 상황을 맞았다. 삼성 문제를 이렇게 풀어야 한다는 식의 대안제시는 참으로 어렵다.`잘못하지 않았느냐`고 정치, 사회가 삼성을 비판할 상황만은 아니다. 이보다는 삼성이 보지 않으려는 `어두운 면`을 겸허하게 바라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 회장 경영체제의 훌륭한 성과뿐아니라, 정반대의 방향으로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도 보도록, 삼성맨들이 스스로 각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IMF위기를 겪고 탈권위·평등주의를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국민들사이에 기업윤리에 대한 기대 역시 매우 높아졌다는 사실도 삼성맨들이 수용했으면 한다. 삼성 논란이 이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잘하는 사람 뒷다리잡기`가 결코 아님을 삼성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2005.10.07 I 문주용 기자
  • 현찰 없으면 청약 꿈꾸지 마?
  • [조선일보 제공]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사는 류모(34)씨. 2년 전 33평형 빌라를 샀던 그는 최근 분양 중인 서울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하지만 분양 신청은 엄두도 못내고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 이유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샐러리맨치고 돈을 쌓아놓고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 대출을 받는다. 건설사 직원은 류씨에게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기존 주택을 1년 내 반드시 팔아야 대출받은 중도금을 회수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씨는 기존 빌라를 사면서 7000만원의 은행 대출을 받았다. 그는 “아파트야 매매가 비교적 활발하니까 팔릴지 모르지만 빌라나 개인 주택은 팔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앞으로 아파트 분양은 꿈도 못꾸게 됐다”고 낙담했다. 실제로 류씨는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지난 4월 시세보다 2000만원 싼 1억6000만원에 살고 있는 빌라를 내놨지만 아직 전화 한 통 없다. &nbsp;‘새 아파트를 분양받고서 기존 주택을 1년 내 팔지 않는 경우 신규 담보 대출을 회수하라’는 금융감독원의 담보대출 시행 지침에 주택 실수요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기존 집 못 팔면 대출 원금 회수&nbsp;금감원은 지난 6월 말 ‘투기지역에서는 기존 주택의 처분을 조건으로 신규 대출을 해주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울·경기도 대부분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상태여서 사실상 이 지역 모든 아파트 분양에 지침이 적용되는 셈이다. 지침이 하달된 후 일선 금융기관 대출 담당자나 소비자들은 한동안 혼란을 겪어야 했다. ‘기존 주택의 처분’이 ‘기존 주택 대출금을 갚으라는 뜻’인지 ‘집을 무조건 팔라는 것’인지가 헷갈렸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지난 15일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금을 회수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예컨대 A 아파트를 2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구입해서 살다가 평수를 조금 넓히려고 B 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 가정하자. B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중도금 대출을 받으려면 A 아파트의 대출금 2억원을 갚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년 안에 A 아파트를 반드시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실수요자 아파트 구입 포기 속출&nbsp;이번 조치로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청약이나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주택자 중에서 새 아파트로 옮기려는 실수요자들이 기존 주택 처분에 불안을 느껴 분양받을 엄두를 못내는 것. 서울 정릉동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H건설 관계자는 “당초 집을 사겠다던 사람 중에서 대출 제한 얘기를 듣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매일 1만명 이상 다녀가는 화성 동탄 L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도 대출 제한과 관련된 실수요자 상담이 쏟아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객의 절반 이상이 1주택자”라며 “현찰이 없는 수요자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분양시장·주택 매매 위축새로운 담보대출 기준을 따르면 결국 중산층이나 서민 같은 실수요자만 손해를 보는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빌라나 다세대주택, 비(非)인기 지역 주택 보유자는 턱없이 싼 가격에 집을 내놓기 전에는 기존 집을 팔기 어렵다. 반면 1주택자라도 돈이 많은 사람들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좀더 큰 집으로 옮기는 데 경쟁이 줄어들어 훨씬 유리해졌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집값 하락세로 비인기 지역은 거래가 완전히 끊어졌다”면서 “비인기 지역의 경우 매물이 더 늘어나고, 분양시장도 결국 위축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edaily리포트)가난한 CEO들을 위한 변명
  •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한국의 유명한 벤처기업을 꼽으라면 열손가락 안에는 꼭 들어가곤 했던 터보테크가 700억원이라는 거액의 분식회계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대우사태에서 보듯 분식회계는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입니다. 투자자들에 대한 사기죄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벤처신화의 대표격인 장흥순 회장은 왜 그 죄를 저질렀을까요. 증권부 이진우 기자는 그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의 경계로 떼밀려있는 벤처CEO가 비단 장 회장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샐러리맨들에게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열이면 일곱 여덟은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재벌기업처럼 크지는 않더라도 알차고 튼튼한 내 회사를 갖고 싶다는 게 이나라 월급쟁이들의 꿈입니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오늘도 '투잡스'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구상합니다. 실제로 벤처열풍이 불었던 99년에는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뛰쳐나와 벤처기업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벤처기업을 차려 성공한 사장들은 시대의 영웅으로 부러움과 존경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신문들은 틈만나면 벤처갑부들의 재산이 몇백억인지 계산해서 순위를 매깁니다. 이번에 분식회계를 시인한 장흥순 회장은 그런 직장인들의 우상이었습니다. 코스닥 상장법인을 두 개나 갖고 있고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5년이나 맡으면서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터보테크는 몰라도 장 회장을 아는 사람도 꽤 많으니까요.벤처 신화의 주인공들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도대체 이 사람들은 고민이 뭘까?'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머리가 빠진다거나 자식들이 말을 안듣는다거나 배가 자꾸 나온다거나 하는 소소한 고민들이야 한두개씩 갖고 있겠지만 몇날 며칠을 머리싸매고 고민해야 할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벤처기업들의 사장들을 만나보면 저의 이런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다들 그러더군요. "그렇게 좋아보이면 한 번 해보세요. 저도 해보기 전엔 몰랐습니다. 보기와는 정말 달라요"벤처기업 CEO들의 여러가지 고민중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의외로 '돈 고민'이었습니다. 한 벤처기업 사장의 말입니다."대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7년만에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켰습니다. 요즘도 제 주식가치는 100억원이 넘어요. 그런데도 늘 돈 문제가 고민이에요. 큰 돈 번줄 알고 돈 쓰라는 곳은 많은데 제 재산은 팔지도 못하는 주식이 전부거든요"배부른 사장들의 어줍잖은 투정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들의 사정이 실제로 딱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증자를 할 때 이런 고민은 커집니다. 회사가 주주들을 상대로 '사업좀 하게 돈 좀 주십시오'하고 부탁하는 게 바로 유상증자입니다. 그런데 회사의 대표이사도 주주입니다. 대부분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주주죠. 그러니 주주인 본인도 회사에 돈을 내야 하는데 그 규모가 만만치 않습니다. 물론 유상증자를 포기하고 실권을 해도 되지만 돈 달라고 한 사람이 자기 돈은 못 내겠다는 모양새가 영 곱지 않습니다. 주주들로부터 100억원을 조달하려면 대주주인 본인도 지분에 따라서 20억~30억원은 회사에 넣어야 합니다. 그럼 그 돈이 어디서 나올까요?이런 경우에 벤처CEO들이 택하는 수단은 크게 세가지 입니다. '유비무환형' CEO들은 이럴 때를 대비해서 코스닥 상장 전에 미리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주식을 분산해둡니다. 코스닥에 상장되어 주가가 오르면 그 차명계좌의 주식들을 팔아 현금화합니다. 그리고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그 돈을 회사에 넣습니다. 이런 일은 불법이지만 적발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많은 CEO들이 애용해왔습니다.'자급자족형' CEO들은 이럴 때 자기 주식을 들고 증권사나 은행으로 갑니다. 갖고 있는 회사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죠. 그 돈을 유상증자 대금으로 내고 주식을 받습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다 보면 이런 '자급자족형' CEO 들은 빚도 많고 주식도 많은 그런 상황이 되죠.'정면돌파형' CEO들은 그냥 자기 주식을 적당한 시점에 시장에 내다 팝니다. 대개 유상증자 가격이 주가보다 할인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식을 100주쯤 팔면 150주정도의 유상증자에 참여할만한 자금이 나옵니다. 주가가 아주 좋을 때 팔면 판 주식의 2~3배를 유상증자 주식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럴 경우 투자자들이 욕을 하지요. '대표이사가 회사에 확신이 없어서 주식을 판다'는 둥 '자기는 팔면서 우리보고는 사라고 한다'는 둥 말이 많지만, 그냥 정면돌파 합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식이죠.이번에 분식회계로 문제가 된 장흥순 회장은 '자급자족형'이었습니다. '유비무환형'은 불법이고 '정면돌파형'으로 가기엔 벤처업계의 대부로서 가지는 명예가 마음에 걸렸을 겁니다. 이런 자급자족형 CEO들의 문제는 주가가 내려갈 때가 고민입니다. 100억원어치 주식을 맡기고 50억원을 빌려서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빌릴때보다 주가가 반으로 내리면 돈을 빌려준 사람은 추가로 담보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담보로 맡길 주식도 없습니다. 이럴때는 어떻게 해결할까요.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리면 방법은 정면돌파형 또는 유비무환형 둘 뿐 입니다. 그런데 정면돌파형의 치명적 약점은 자칫하면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겁니다. 주가가 높을 때 정면돌파해서 팔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주가가 낮으면 지분은 많이 팔고 돈은 얼마 못 건집니다. 그래서 '상당수'의 CEO들은 알게 모르게 유비무환형을 점점 선호하게 됩니다. 아니면 회사 돈에 손을 대게 되지요.이런 분위기는 요즘도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대주주가 주식을 팔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인 양 손가락질을 합니다. 대주주도 사람이고 돈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예외도 없고 용서도 없습니다. 주식은 못 팔게 하지 돈 쓸일은 많지,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참 난감합니다.장 회장의 700억원대의 분식회계도 이런 분위기에서 생긴 부작용입니다. 돈 쓸일이 있으면 자기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다가 주가가 떨어지니 어쩔 수 없이 회사 돈을 끌어다 넣은 것입니다. 물론 그 유혹을 떨치지 못한 장회장의 잘못은 당연히 추궁해야 하겠지만, 대책없는 낭떠러지로 벤처기업인들을 몰아가는 업계의 분위기도 함께 바뀌어야 할 듯 합니다. 대주주가 주식을 파는 것이 주주들에게는 마뜩잖은 일이겠지만 가끔은 '그래도 사채 안쓰고 주식 팔아 쓰는구나 그만하면 대견하다'는 시선으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할 듯 합니다. 이제는 '안그러면 도둑질 해오라는 것 밖에 더 되냐'는 벤처기업가들의 항변에 귀를 기울일 때도 됐습니다.
2005.09.29 I 이진우 기자
  • (edaily리포트)`웰컴 투 한국경제`
  •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추석 연휴에 북핵 6자 회담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긴급 속보로 날아들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이 북한을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습니다. 북한핵은 그동안 한국경제가 제대로 할인돼 평가받는 주요인이었습니다. 증권부 류의성 기자는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작년 2월초로 기억합니다. 당시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38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됐습니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두 형제의 비극적인 운명과 형제애를 담은 영화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영화가 끝난 뒤 눈을 닦고 나오느라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당시 열렸던 2차 6자 회담은 북핵 해법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완전검증 가능한 핵프로그램 폐기를 내세웠고 북한은 미국이 말하는 불가침을 믿을 수 없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실질적인 회담 성과 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올해 추석 연휴에는 한 방송사에서 이 `태극기 휘날리며`를 방송하더군요. 실미도 북파부대원들 사건을 다룬 영화 `실미도`도 추석 TV 안방을 찾았습니다. 모두가 남북 분단의 아픈 현실을 담은 영화였습니다.북핵 6자 회담 극적 타결 소식을 알리는 징조였을까요. 최근 극장가에는 반대로 남북 화해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선을 보이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강원도 첩첩산중 한 마을에 남과 북, 미군 병사까지 찾아들며 서로 마음을 열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웰컴 투 동막골`은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4위에 올라섰습니다. 극장가에서 느꼈던 남북 화합의 메시지를 추석 연휴에 `북핵 6자 회담 극적 타결`이라는 큼지막한 선물을 받고 나니, 이런 소식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재구성된 듯한 착각도 느끼게 됩니다.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던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Country Risk)가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라 쏟아졌습니다. 외국인 투자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고 남북 경제협력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2003년 8월 시작된 1차 6자 회담이 북핵 평화적 해결이라는 큰 그림을 내놓기 전까지 약 2년이 걸렸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6자회담의 결과는 불투명했습니다. 무산되는게 아니냐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리는 분위기였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쟁점사항에 대해 한발씩 물러나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회담을 마친후에도 핵폐기가 먼저냐, 경수로제공이 먼저냐를 둘러싸고 다소간의 의견차이가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포괄적인 원칙에 합의를 했을 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문득 문득 불거지는 `갈등의 앙금`처럼 말이죠. 이날 증시에서는 6자회담 타결이라는 훈풍이 투자심리를 가볍게 했습니다. 종합주가지수는 1190선에 올라섰고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증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충만했습니다. 마침 이날 전해진 뉴스는 한국경제의 장래를 더욱 밝게 합니다. 투자회사인 어라이언스 트러스츠는 최근의 성장추세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2050년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 G8 정상회담의 회원국이 될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특히 투자자들에게 `친디아(중국과 인도의 영어식 합성어)를 잊고 한국을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일단 가닥을 잡은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남북간 시너지`도 무시할수 없을 테니까요. 영화가 `꿈`을 실현시켜주기도 하지만 그 꿈을 잉태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화해 무드를 주제로 그린 한국영화에서 앞으로는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세계 중심으로 커가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북한의 핵포기와 미국의 불가침 의사 표명, 남한의 경제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번 6자회담의 공동성명(Joint Statement)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어렵게 이끌어낸 결과이니만큼 잘 키워가는 일입니다.외교도 이번처럼 매끄럽게 하고 내부의 적인 보혁갈등도 잘 치유해서 앞으로의 실천과정도 공동성명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불어서 한국 경제가 에누리를 많이 당하지 않고 어디서나 환영받을 수 있게 되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시장과 함께 기대해보겠습니다.
2005.09.20 I 류의성 기자
  • [나훈아]"노래인생 40년 깨달음? 오직 연습뿐이라는 것"
  • [조선일보 제공] 한 마리 ‘호랑이’가 앉아 있었다. 지난 14일 오후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만난 나훈아(58). 질박한 경상도 억양으로 인사를 건네는 그와 악수를 하면 손이 뻐근하다. 청바지에 검은 재킷 위로 드러나는 몸매, 군살 하나 없다. 부릅뜬 눈 주변의 팽팽한 피부에서도 세월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머리칼과 수염을 물들이고 있는 흰 빛은 옹골찬 39년 노래 인생을 상징하는 ‘훈장’이다. ―내년이면 데뷔 40주년이다. 기분이 어떤가? 오랜 세월 깨달음이 있다면.“특별한 건 없다. 연습, 연습, 연습 뿐이라는 것 정도? 초등학교 4학년도 다 느끼는 것일거다. ‘무슨 일을 하든 연습만이 최상의 길’이라는 걸 매번 깨닫고 있다.&nbsp;―무대 이외의 곳에서는 왜 이렇게 만나기가 힘든가?“스타가 뭔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다. 그리고 꿈을 파는 사람이다. 관객은 꿈을 사러 오는 사람이고. 우리는 그대로 꿈이고 별이어야 한다. 대중이 스타에 대해 이것저것 다 알아버리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66년 데뷔, 소리를 꺾고 비틀며 감정을 집어넣는 창법을 창조한 ‘트로트 황제’는 아직도 날이 서 있다. 노래인생 40주년을 앞두고 신곡으로 채워진 기념앨범 ‘벗’, ‘뉴 프리 스타일(New Free Style)’을 발매했고, 지난 10일에는 한강 노들섬에서 광복 60주년 기념 대형공연 ‘나훈아의 아리수’(17일 밤 9시40분 MBC 방영)를 펼쳐 1만4000여명 관객을 끌어모았다. ‘강촌에 살고싶네’, ‘머나먼 고향’, ‘고향역’, ‘물레방아 도는데’, ‘고향무정’…. 숱한 고향 노래를 불러 명절이면 더욱 생각나는 이 타고난 소리꾼. 3년여 만에 인터뷰에 응한 그로부터 마음 깊은 곳 얘기들을 하나 둘 끄집어냈다.&nbsp;―음반사에서 사환 생활을 하며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고생한 끝에 데뷔했다는 얘기가 있다.“하하, 다 거짓말이다. 옛날 기자들이 소설 쓴 거다. 무역상을 하던 아버지 덕에 부산 우리 집은 상당히 부자였다. 나 어렸을 때, 부산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 4층이었는데 아버지가 3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었으니. 옛 기사에는 내가 구두닦이를 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우습다. 대학 간 형 따라서 서울로 왔고, 서라벌 예고 시절 학교에서 ‘노래 잘하는 녀석’으로 소문 나면서 오아시스 레코드 사장 앞에서 노래를 했다. 이어서 바로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 수록된 음반을 취입했다. 느닷없이 떠서 솔직히 제대로 된 신인시절이 없었다.”―나훈아 하면, 60~70년대 남진과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그야말로 ‘공생공존(共生共存)’이었는데 정말 대단한 시절이었다. 남진은 전라도 출신에 하얗고 예쁘장하게 즉 도회적으로 생겼고, 나는 경상도 촌놈에 시커먼 게 소도둑처럼 생겼으니 완전히 대조적인 거다. 당시 김대중, 김영삼 등 지역을 대표하는 두 정치인의 대결구도에 편승한 측면도 있다.”&nbsp;―두 사람의 경쟁은 누구의 승리로 끝난 걸까?“글쎄, 각자의 길을 갔기 때문에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 남진은 크든 작든 많은 무대에 서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배가 고파 라면 하나를 먹는 한이 있어도 내가 설 자리가 아니면 나서지 않는 식이었다.&nbsp;―”남진이 시켰다”고 횡설수설하며 한 관객이 무대에 뛰어올라와 사이다 병을 휘둘러 얼굴을 70바늘이나 꿰맨 사건도 있었다.“아마 목포 공연이었던 것 같다. UDT 출신이라던데, 하여튼 죽을 뻔 했다. 내가 완력이 있으니까 이 정도지 목을 겨냥하고 들어왔으니 다른 가수였으면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다. 당시 무대에서 10여분간 싸웠는데, 관객들은 장난인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러다 피가 쏟아지는 걸 보고 경찰이 출동했다.”&nbsp;이어,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나훈아가 자신의 왼쪽 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직도 굵은 흉터가 선연하게 얼굴 한 쪽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는 “그 일 말고도 연예인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깡패들과 싸운 일이 여러 번. 그래서 7번쯤 경찰서에 들어갔다 훈방됐다”며 “쇼를 할 때마다 분장실에 찾아와 여자 무용수 가슴을 마구 주무르는 깡패들 작태를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신은 타고난 소리꾼인 것 같다. 가수로서의 인생에 만족하나?“다시 태어나면 노래 안 한다. 내 스타일은 어쩌면 남대문 시장에서 수건 하나 목에 매고 소리치며 장사하는 거다. 끝나면 저녁에 소주 한잔 마시며 옛 노래 부르고…. 그런데 이렇게 평생 노래하며 살고 있으니 항상 불만스럽다. 그래도 가수 또는 연예인으로 스스로 도취돼있지 않기 때문에, 항상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반성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nbsp;―특유의 꺽고 비트는 창법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어려서 할머니 따라다니며 민요공연을 봤던 영향이다. 최희준, 남일해 등 선배들은 노래를 깨끗하게 불렀는데, 나는 민요에 바탕을 둔 창법으로 음을 이렇게 저렇게 꺾어 불렀다. 이후 후배들은 내 창법을 교과서처럼 따라하고 있다. 가요사에 남을 일이라고 생각한다.”&nbsp;나훈아는 ‘트로트’라는 표현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였다. “영어로 쓰면 ‘trot’인 ‘트로트’는 4분의 2박자인 리듬을 나타낼 뿐이다. 더구나 우리의 정서와 한을 담은 전통가요를 일컫는 명칭이 왜 외국어라야 하냐?”며 ‘트로트’ 대신 ‘아리랑’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는 몇개월전 각 방송사 음악 프로 관련 PD들에게 이런 생각을 담은 문건을 일제히 보낸 적도 있다.―직접 작사, 작곡도 하는 당신의 음악활동은 끝이 없다. “내 자랑 한번 하자. 이 정도로 긴 세월 노래하며 끊임없이 새 히트곡을 내는 가수가 있는가? 게다가 나는 80년대 이후 방송의 힘도 외면한 채, 라이브에만 전념했다. 마이클 잭슨만 봐도 예전 히트곡을 계속 우려먹지 않는가? 난 언더그라운드 아리랑 가수다. 이번에 나온 ‘벗’ 앨범은 유명 작곡가 14명이 나를 위해 곡을 써서 만들어진 기념비적 음반이다. 100년쯤 지나면 희귀앨범이 될 것이다.”&nbsp;―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20~30대 못지 않은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운동 안 하면 2시간 공연도 못한다. 빨리 걷는 운동을 한다. 대중 앞에 서는 스타가 배는 불뚝 나오고 살이나 디디(많이) 쪄있으면 어쩌겠나? 담배도 끊은지 5년이 넘었다. 사명감에서 한 일이다.”나훈아는 사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피했다. 85년 14년 연하의 후배가수 정수경씨와 결혼, 1남1녀를 두고 있다. 1970년대 당대의 여배우 김지미씨와의 열애설은 중년 팬들에게는 아직도 기억에 뚜렷한 ‘사건’. “예전 김지미씨와…”라고 운을 떼자 “어허 됐다니까”라며 슬쩍 웃어넘긴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나훈아의 아리수’ 공연 녹화 테이프를 보며 제작진과 함께 편집 작업을 하고 있다. 거대한 성(城) 모양의 세트를 뚫고, 말을 탄 채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 잘나가던 애널리스트 신성호씨 "내가 직접 투자해보니…"
  • [조선일보 제공] 신성호(49) 동부증권 법인본부장(상무)은 증권가에서는 알아주는 정통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1981년 삼보증권(현 대우증권) 조사부에서부터 리서치 업무를 시작, 1990년대 말에는 ‘리서치 본가’라는 말을 듣는 대우증권의 대표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3월 현직을 떠나 스스로 투자에 나섰었다.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그만두고, 동부증권 영업맨으로 돌아오기까지 약 5개월간 야인(野人)으로 지내며, 자신의 재산을 주식·펀드·옵션 세 분야에 나눠 직접 돈을 굴려봤다. 결과는 ‘성공’이라고 부르기는 다소 어색한 것이었다. 특히 옵션 분야에서는 손실을 봤다고 그는 얘기한다. 그는 “과도한 단타성 매매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다”며 자신의 체험담을 직접 소개한다. &nbsp;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상황판단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제력’이 중요했다. 오랫동안 증권업계에서 종사했던 나에게도 매매과정에서의 자제력 유지는 어려웠다.나는 3월 중순부터 증권회사를 떠나 있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동안 주식을 매일 연구하기는 했지만 애널리스트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본인이 직접 투자를 할 수는 없었다. 회사란 틀에서 자유로워진 후 스스로 투자에 나섰다.&nbsp;◆가지고 묻어둔 주식에서는 이득 봤다5개월 후 현 직장에 복귀하기까지 주식관련 자산을 인덱스펀드, 주식현물, 옵션의 세 부문으로 나눠 투자했고, 인덱스펀드와 주식현물 부문은 좋은 성과를 거뒀다.증권사 재직 중에서도 인덱스펀드는 투자할 수 있었다. 2년 전 펀드 가입 이후 지금까지 주가지수는 53.8% 상승했는데, 내가 든 펀드는 수익률이 74%에 달했다. 이 펀드는 아직도 보유 중이다.&nbsp;주식 현물은 딱 한 종목만 투자했다. 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중저가 대형주로 기관과 외국인이 선호할 만한 것이었다. 4개월 15일간 보유하다 동부증권 입사가 결정된 직후 팔았다. 29.1% 차익을 봤는데, 이 기간 중 종합주가지수가 10.5% 상승했으므로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옵션의 실패&nbsp;사실 기대를 크게 걸었던 것은 옵션투기거래 쪽이었다. 적은 자금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큰돈을 만들 것이란 희망 때문이었다.1000만원 넘는 돈으로 투자를 했다. 처음에는 아무리 단기투기매매가 성행하는 옵션이라도 장기적으로 투자를 가져간다는 전략이었다. 원래 투자전략이 전공이었으므로 자신이 있었다. 길게는 1개월, 짧게는 3~4일 동안의 주가흐름을 예측한 채 투자를 했다. 초기엔 성공했다. 순식간에 투자금이 3배로 불었다.&nbsp;“이러다가 조만간 떼부자가 되어 크루즈 여행이나 하며 지내는 것 아니야?” 머릿속은 온갖 꿈으로 가득 찼다. 더구나 시장흐름이 생각과 비슷하게 흘러가며 자신감은 확신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nbsp;그런데 시간이 경과하면서 욕심이 생겼다. 점점 단기에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생선가시에 붙어있는 매우 작은 살점까지 발라서 먹는 식으로, 더 빨리 승부를 보고자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매가 잦아졌다. 어떤 때는 사고 10분 만에 팔았다.◆성격이 조급해진다&nbsp;그 다음에는 이런 불안감으로 행동이 거칠어지고 조급해졌다. 매매를 하지 않으면 허전해졌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게임에 몰두하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투자가 게임으로 변질 된 것인데,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이런 매매를 할 때마다 비판하고, 냉소적이었던 나 자신도 그렇게 변했던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옵션의 큰 흐름을 놓쳤고, 결국 거의 투자자금이 반토막나고 말았다.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8월 초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주식투자에서 1조6000억원 가량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투자자 실패의 상당부분은 나와 같은 단기매매 때문이 아니었을까. 덧붙여 자금여력보다 엄청 더 큰 주식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미수(외상)매매도 절제력을 약화시키고 투자의 단기화를 유발시켜 성과를 낮추었을 것 같다.&nbsp;[투자 실패 5가지 교훈]①시장의 큰 흐름을 파악하라 이득을 본 것은 언제나 시장의 큰 흐름이 오르는 것인지 내리는 것인지를 생각해 투자했을 때였다.&nbsp;②해당종목의 가치를 파악하라한 종목을 가지고 오래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 종목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믿을 만한지가 중요했다.&nbsp;③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말 것작은 이익에 연연할 경우 오히려 큰 시장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nbsp;④단기 매매는 금물이다.단기 매매의 중독성은 심각했다. 이런 중독성은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nbsp;⑤간접상품 활용으로 위험통제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힘들다면, 누군가가 자제시켜 줘야 한다. 전문가의 얘기를 듣든지 아니면 간접상품을 활용하라.
  • LG화학, 자동차소재 국산화 `박차`
  •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LG화학(051910)이 자동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를 우리 기술로 개발해 국산화하는 데 가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자체 개발한 에어백 커버 소재 `키플렉스 BT`를 현대자동차(005380)의 신형 `베르나`와 `싼타페` 후속(프로젝트명 CM)에 공급키로 했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량 뿐 아니라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될 `싼타페` 후속에도 LG화학의 에어백 커버 소재가 부착될 예정이어서, 국산화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품질을 인정받게 됐다. 신형 `베르나`는 연간 글로벌 판매 3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싼타페`후속도 앨라배마 공장 생산 15만대와 국내 생산 10만대 가량으로 예상되는 등 현대차가 내세우는 해외 수출 전략 차종들이다. 에어백 커버 소재는 그동안 미국 화학업체 `듀폰`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으며 국내 업체들도 대부분 듀폰으로부터 제품을 수입해 생산해오고 있는 실정. LG화학은 지난 98년 에어백커버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을 시작해 99년 기아자동차 `세피아`, 2002년 `옵티마 리갈` 내수용에 일부 납품을 해왔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용까지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은 베르나, 싼타페가 처음이다. LG화학은 2007년과 2008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에도 확대 적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메이커에도 공급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LG화학은 `듀폰`와 `몬텔`등이 주도해오던 자동차 도어 및 계기판 스킨재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적용차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적인 부품소재인 `TPO(Thermoplastic Olefin)`로 기아차의 `그랜드카니발`에 적용됐으며 내달 중순 출시될 `로체`(옵티마 후속)에도 공급하게 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자동차 소재는 안전성과 내구성을 담보해야하기 때문에 충분히 검증되고 신뢰성이 확보되야만 공급이 가능하다"며 "과거에는 수입소재와 경쟁하거나 대체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최근 국산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5.09.15 I 하수정 기자
  • 30세부터 준비하는 `은퇴후 30년`<3>
  • [조선일보 제공] ▲ 이은정씨가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이씨는 “아침마다 2시간씩 운동을 한다”며 “건강해야 돈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조흥은행 PB강남센터에서 부자고객들의 자산관리를 맡고 있는 이은정 팀장(38)은 서른 살이 되던 해, 평생을 싱글로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노후계획을 짰다. 그의 노후구상은 55세 은퇴 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불우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경제 교육을 해주는 것. 이 꿈을 이루려면 일단 집부터 마련하고, 최소 4억원 이상 여유자금을 확보해야겠다고 계산했다. &nbsp;서른한 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자마자, 카드를 1장만 남기고 몽땅 가위로 잘랐다. “카드를 여러장 쓰니까 돈이 어디로 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더군요.” 카드 할부 구입도 절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꼭 사야할 물건이 있으면 매달 조금씩 생활비를 쪼개 모아서 현금으로 구입했다. 계좌에서 즉시 사용 금액이 빠져나가는 체크카드가 등장하자, 사치스런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체크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nbsp;통장 관리 방식도 개선했다. 월급 통장과 생활비 통장, 두 가지로 나눴다. 용돈만 쓰는 생활비 통장은 체크카드 결제계좌로만 사용했다. 이렇게 하니까 한 달 용돈 씀씀이를 한눈에 점검할 수 있었다. 월급통장은 100만원 단위로 여윳돈이 쌓이면 이자가 3~4%대로 짭짤한 머니마켓펀드(MMF)로 바로바로 옮겼다. 여러 겹의 인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싱글은 기혼자보다 인생의 위험 요소가 많으니까요.” 그는 현재 종신보험 2종, 운전자 보험, 암보험, 연금보험 등에 가입해 있다. 보험료는 월 급여의 8~10% 정도를 지출하도록 설계했다. 지독한 소비 절제와 계획된 씀씀이 덕분에, 이씨는 준비한 지 만 3년 만에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대출금이 있으면, 돈을 허튼 데 쓰지 못하잖아요. 50만원씩 나가는 원룸 월세도 너무 아까웠고요. 대출을 끼고서라도 집부터 사야겠다고 결심했죠.” &nbsp;그는 주말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샅샅이 훑고 다녔다. 모델하우스는 부동산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자세한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모델하우스 출근을 거듭하다 보니, 마음에 쏙 드는 아파트를 금방 찾았다. 은행에서 4000만원을 빌려 서울 강서구에 22평짜리 아파트를 마련했다.
  • (스톡이슈)정상 그 너머에..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증시에 신천지가 펼쳐졌다. 사상 최고치의 높은 벽 앞에서 수없이 발길을 돌리고 좌절해야 했던 한국 증시가 10년10개월여만에 꿈에 그리던 1140포인트대를 밟았다. 역사적 고점을 넘어선 `역사적인` 날인데도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증권사 지점장들 얘기로는 객장에서 환호소리나 박수소리를 듣기도 힘들었고 객장을 지키는 개인투자자들 역시 평소와 다름 없이 조용했다. 예전 같았으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순간 잭팟이라도 터트린 양 환호 소리가 들려오고 증권사 객장 주변 음식점과 술집은 주식투자자들로 넘쳐났을텐데 말이다. 물론 객장에 아이를 업은 아줌마나 장바구니를 든 아줌마가 나타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제 차익실현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고유가와 금리인상 기조 등 국내외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 최고치를 경신했으니 곧 깊은 조정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경계심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어제(7일) 지수가 장초반부터 강하게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 경신` 신호를 미리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2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도 어찌보면 이런 우려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공교롭게도 트리플위칭데이를 하루 앞둔 날,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당장 오늘 겪어야 할 세 마녀의 심술이 걱정이다. 너무 속도를 냈다는 점도 부담이다. 간밤 유가는 3주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고 뉴욕 증시는 올랐다. 그러나 미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다소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베이지북은 카트리나가 발생한 당일까지만 반영된 것이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위협을 지적했고 시카고 연방은행의 마이클 모스코우 총재도 꾸준히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요즘 증시는 호재만 편식하는 분위기지만 조정이 필요하다면 뭐든 빌미가 될 수 있다. 금리인상 우려도 그렇고, 개장전 발표된 소비자기대지수가 5개월째 하락했다는 소식도 마찬가지다. 어짜피 상승이 있으면 조정도 따르기 마련이다. 증시는 앞으로 조정과 상승을 반복하며 다시 먼 길 가기 위한 바닥을 다져야 한다. 다행히 94년 11월 고점을 찍었을때와 비교해면 낙관적인 면이 많다. 당시는 경기가 정점에 달해 꺾이기 바로 직전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저점을 통과해 상승국면 초입에 서 있다. 기관화 장세였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주식형수익증권에 몰린 자금은 이번이 60% 이상 많다. 고객예탁금도 3배에 달한다. "정상에 서서야 알았습니다. 그 너머에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모 증권사 광고 카피처럼 증시는 결국 정상에 올랐고 새로운 세계를 봤다. 그러나 보는 데에서 그칠 것이냐, 아니면 밟아볼 것이냐는 유가와 금리, 글로벌 경기회복에 달려있다. `카트리나` 여파부터 시작해서 3분기 기업실적까지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다. ☞[뉴욕증시]이틀째 상승..다우 1만600선 회복☞[월가시각]유가 다음은 금리
2005.09.08 I 권소현 기자
  • (정해근의 국제금융단상)부석사 두꺼비
  • [이데일리 정해근 칼럼니스트] 얼마전 가족과 함께 영주 부석사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하늘은 까만 먹구름에 덮히고 소낙비가 장대처럼 쏟아져 포장이 안된 절길 위로 붉은 흙탕물이 흐르고, 시원챦은 우산으로는 간신히 얼굴만 비를 피할 정도였습니다. 간신히 무량수전 앞 높다란 안양루에 올라 빗구경을 한참 한 연후에야 비로소 빠꼼하게 하늘이 뚫리고 경내를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가람인지라 뜬돌(부석)의 유래라든지, 독특한 사각형의 무량수전 액판이라든지 하는 것은 차치하고 무슨 보물창고 같은 각종 건물이며 석등, 석탑, 벽화에 불상 등이 가람 전체를 덮고 있어 하나하나를 새기며 감상하려면 거의 끝이 없을 정도일 것입니다. 조사당 벽화가 이미 아래쪽 보장각 박물관에 옮겨졌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한참이나 산위에 위치한 조사당을 향해 온 가족이 비그친 축축한 길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굳게 잠긴 조사당 문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벽화가 딴곳에 옮겨졌음을 기억하고는 금새 처마밑 철망안에서 자라는 애처로운 선비화의 신비로움에 모두들 감탄했습니다.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자라 천년의 세월을 넘어 왔다는 전설에 비하여 가냘픈 가지 몇을 멀리 마당까지 뻗었을 뿌리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을 보며 삶의 처절함과 무상함을 함께 느꼈습니다. 더욱 우리 가족을 부산하게 한 것은 조사당 뜨락과 입구의 나무등걸 사이로 유유자적 기어다니고 있는 두꺼비 떼였습니다. 물경 4마리나 보았으니 그만하면 보기 드문 두꺼비류로서는 `떼`에 해당할 것입니다. 두 마리는 짙은 밤색이 섞인 검은 색이었고, 다른 두 마리는 밝은 베이지색 무늬에 엻은 고동색을 띠는 앉은 크기가 13-4센티는 될만한 큼직한 놈들이었습니다. 두꺼비를 처음보는 어린 아이들은 우둘두둘한 등딱지의 징그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잡으려해 독이 있다고 겁을 주며 간신히 직접 잡는 것을 말려야 했습니다. 막대기로 배를 뒤집어 노란바탕의 검은 색 점들을 지적해주고 한 장소에 사는 두꺼비의 색깔이 사뭇 다른데 대하여 함께 궁금해 했었습니다. 아이들로서는 딱딱한 조사당 벽화니하는 국보들 이야기나, 기억에도 없을 의상대사의 지팡이보다는 내가 들려주는 두꺼비의 독이며, 두꺼비 문 독사가 뱀꾼들 사이에서 비싼 값에 팔린다는 이야기며, 요즘 재복의 상징이라는 두꺼비 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닌데 한꺼번에 네 마리나 보았으니 이는 필시 우리집에 재물이 모일 징조니 이럴때 복권을 사야 한다느니, 간신히 한줄만 기억나는 `두꺼비 파리를 물고` 하는 옛 시가 학창시절 시험문제로 곧잘 나왔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았을 것입니다. 보는 사람의 시각이나 관심에 따라 그 중함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국제시장이 다시 석유가격의 앙등으로 어수선합니다. 멕시코만을 비껴 가리라던 허리케인 Katrina의 진로가 멕시코만으로 진격해 들어오며 하루 백만배럴의 석유생산이 중지되면서 세계경제에 주는 암울한 메시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주에도 미국 SERI(전략에너지경제연구소)에서 OPEC의 산유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정유사들의 정제능력 역시 한계에 이르고 있어 당장 설비투자를 하더라도 당분간은 쉽게 정제하여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며, 미국과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확장으로 수요는 급증하는 구조적인 수요초과/공급제한 국면이며, 앞으로의 위기는 산유국들의 정정불안이나 이란의 핵문제, 자연재해 및 정유사들의 파업 등 지속적으로 공급을 제한하는 사안들 뿐이라는 불길한 예고를 내놓은 터여서 이번 허리케인 접근에 따른 1983년 석유선물이 상장된 이래의 최고가인 70.80달러라는 가격은 우리에게 충분히 위협적입니다. 오늘 아침 나온 Morgan Stanley의 애널리스트 Stephen Roach의 보고서 역시 최근의 Oil Shock이 가져올 Globalization의 문제점에서도 극명하게 세계경제에 주는 암울한 예측을 담고 있습니다. 낮은 저축률과 높은 부채에 신음하고 잇는 미국소비자들에 대한 가중되는 부담과, 미국의 소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에너지 의존 집약적 산업구조를 갖는 아시안 제국에의 경제 압박, 그중 특히 중국과 함께 중국 경제에 예속되다시피 의존하고 있는 한국, 대만, 싱가폴, 말레이시아의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유가파동은 세계경제의 2대축인 미국중심의 소비경제의 위축과 중국 중심의 생산/공급국가들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경기하강!! 다시금 주식시장의 부담과 채권시장의 화려한 부활을 점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위기 가능성을 불식시키고자 다시금 중국 위안화의 대폭 절상 압력이 대두될 것이고, 한동안 풍미하였던 소비재, 내구재 상품설비의 과도한 투자에 따른 공급과잉에 이어 최근 원유를 제외한 철강, 석탄, 전력 등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의 과도한 공급압력은 이제와는 다른 새로운 문젯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혹은 근거없이 떠돌던 98년도 아시안 제국의 외환위기 당시의 음모론이 그랬듯이 새로운 음모론이 시작될런지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세계경제가 안정적으로 일어서려면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고대종교같은 사고방식이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의 3년래 최저수준으로의 하락을 보며 점점 근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꾸준한 외자유치와 안정적인 투자확대로 상당히 낙관적으로 해석되던 인도네시아 경제가 갑자기 일부에서 ‘그간의 내용이 과대 포장되었다’는 진단과 함께 뒤틀리고 있습니다. 정부당국으로서도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금리인상의 한계(투자와 소비의 위축)와 연료보조금 지급의 철폐를 통한 유가 상승압력에의 대응방안 역시 재정적자의 확대라는 희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라 옴쭉달쭉 할 수 없는 정책의 딜렘마에 처해있어 더욱 가련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유가 앙등이란 압력을 과거 실질가격에 의한 부담은 인내할만한 수준이란 관점에서 인플레위협을 무시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아야겠다는 그리스펀의장의 금리인상 용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단기금리만 요동칠 뿐 장기금리는 꿈적도 하지 않아 미국 정부채 수익률의 2년물/10년물 스프레드는 바짝 좁혀진 상황입니다. 이제 곧 역전될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 넘치고 있어 은근히 최근 이런 류의 금리상품에 많이 투자한 우리나라 기관들이 걱정됩니다. 상품들의 확률구조나 수익률 곡선에 대하여 조금만 살펴보면 왜 외국기관들이 그러한 상품들을 만들어 헤지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 수 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에 보이는 수익률에만 급급한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어쨌거나 시장은 누가 무엇을 하든 묵묵히 흘러갑니다. 두꺼비 파리를 문 듯 나타난 현상만으로는 세상물정을 파악하기 힘들어 졌습니다. 혹은 부석사까지 여행을 가서는 온통 두꺼비 이야기만 하고 돌아온 우리가족처럼 정말 중요한 본질은 놔둔 채 엉뚱한 데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모든 분들에게 힘든 와중에도 우리 가족이 만났던 두꺼비가 주는 재복과 안녕이 집을 지켜준다는 덕담이 함께 하였으면 합니다.
2005.08.29 I 정해근 기자
  • (edaily리포트)체감주가지수도 1천인가
  •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지난 2월말 주가가 1000포인트를 찍자 여의도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났습니다. 최근 지수가 50일 연속 1000포인트를 웃돌고 있습니다. 꿈의 지수 1000포인트 시대가 열렸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1000포인트를 체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증권부 조진형기자는 이 때문에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었다고 해서 경제문제가 다 풀렸다는 식의 정부 인식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증시가 다시 1000포인트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사상최고치를 넘볼 정도로 높게 치솟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예전같았으면 길가에 함박웃음이 넘쳤을터이지요. 이상한 것은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입니다. 높게 솟아 있는 주가와는 달리 우리 주변에 주식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다들 1000포인트에 무감각합니다. 얼마전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객장은 여전히 썰렁하고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변함이 없습니다. 1000포인트를 체감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뜻밖입니다. 축제 기분은 아니더라도 이젠 좀 흐뭇해하고 그동안 자린고비생활 때문에 미뤄놨던 여행도 하고 새 차도 살 여유도 생겨야할텐데 말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렇게 1000포인트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못 궁금해졌습니다. 타오른 증시 덕을 못 봤다는 것인데 그 이유를 살펴보죠.얼핏 보기에 지수가 오르면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이익을 내지 않았을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난 95년 2월 당시보다 오른 거래소 종목이 몇 개인가 따져보았다고 합니다. 결과는 놀랍습니다. 그 때보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20% 미만이었습니다. 일부 종목들이 지수를 1000포인트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그 일부 종목들도 개미와는 상관없는 종목이었습니다. 대부분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고 유통수도 많지 않은 탓입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아니라 코스닥지수야말로 개인투자자의 체감과 가장 밀접하게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현재 코스닥 지수는 512포인트. 지난 2000년 3월 기록했던 2900포인트의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는 일종의 환상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환상이 단순히 투자자들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그나마 시장에서 이런 모순을 어렴풋이 느껴 체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어떨까요. 오히려 박탈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의 꽃이고, 주가지수는 한 나라의 경제의 체온계 역할을 합니다. 이런 인식은 과거부터 이어져왔고 대체로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꿈의 지수가 1000포인트만 되면 다들 미뤘던 소비도 하고 저축도 좀 늘릴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이 깨지고 있는 것입니다. 쉽게말해 주가지수와 투자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는 영 다르게 가고 있다는 얘기지요.물론 적립식펀드다 뭐다해서 간접투자문화가 확산된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만 그렇더라도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었다고해서 경제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정부의 생각은 위험한 듯 싶습니다.노무현 대통령이 일전에 연정(聯政) 제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어 안정되는 것을 보고 이제 정치구조를 이야기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고 한 말은 정부의 인식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체감지수는 1000포인트를 한참이나 밑돌고 있는데도 정부는 실제와는 동떨어진 주가에 무척이나 기대고 싶은 모양입니다.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대다수의 투자자들, 많은 국민들이 피부로 주가가 오르고 경기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진력해야할 것입니다. 결코 자만할 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투자자들의 체감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기업이 주식발행을 꺼리고 갈 곳없는 돈이 증시로 흘러들어와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밀려올라가는 현상에 실물경기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물경기가 좋아져 주가도 올라가는 선순환이 형성되어야합니다. 부동산도 중요하지만 죽은거나 매 한가지인 기업가정신을 일깨워주고 투자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묘안이 더욱 절실한 때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장경기가 활력을 얻을 때라야만 체감주가지수도 훌쩍 1000포인트를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2005.08.26 I 조진형 기자
  • (주식Cafe)나의 주식브로커는 하나님
  • [이데일리 김대환 칼럼니스트] 여름 휴가철이 다 끝나기는 했지만, 혹 늦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해변가에 누워서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 두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 하바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였던 케네스 갈브레이드가 쓴 ‘테뉴어 받은 교수’라는 소설은주식시장의 비밀을 찾아낸 한 교수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 나오는 ‘테뉴어’라는 말은 정기적으로 재임용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는 교수직을 일컫는 말이다. 대학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게 조교수나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되고 나면 더 이상의 재임용 심사 없이 평생 고용이 보장되곤 한다. 테뉴어를 받고 나서야 교수들은 연구실적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들이 정말로 원하는 연구에 모든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갈브레이드의 소설 속 주인공은 테뉴어를 받기 전까지는 냉장고 가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테뉴어를 받은 후 여유가 좀 생기고 나서는 냉장고 가격에 관한 이론을 주식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연구 후 이 교수는 냉장고 가격에 관한 이론을 조금 수정하면 주가를 예측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이 교수가 주가 예측 이론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이 교수의 투자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가 주식 A를 사면 많은 투자자들도 주식 A를 사 들였고, 이 교수가 주식 B를 팔면 많은 투자자들이 좇아서 주식 B를 팔아 치웠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상황에서는 주가 예측 이론이 맞건 틀리건 상관없이 이 교수는 ‘투자의 귀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교수가 주식 A를 사자마자 주식 A에 대한 매도가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에 A의 주가는 치솟게 되고, 이 교수가 주식 B를 팔자마자 주식 B에 대한 매수가 갑자기 늘어나 B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게 된다. 즉 이 교수는 항상 낮게 사서 높게 파는 ‘천재성’을 지니게 된 거다. 교수가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리자 미 정부의 증권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결국 교수에게 주가 조작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가가 오를 것이란 걸 알고 남들보다 먼저 사고, 주가가 내릴 것이란 걸 알고 남들보다 먼저 팔았다는 혐의다. 증권가에서 쓰이는 용어로 이 교수는 ‘프런트 런닝’을 한 것에 해당된다.소설은 교수가 투자이익금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고 주식투자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정부와 합의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경제학자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결말이 좀 밋밋하기는 하다.뉴욕에서 활동하는 컬럼니스트인 크리스토퍼 버클리와 존 티어니가 쓴 ‘나의 주식브로커는 하나님’은 수도승이 된 주식브로커의 이야기다. 고객의 돈을 마음대로 투자하다가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고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 주인공은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승이 된다. 그런데 수도원은 기부금이 줄어들어 큰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었고, 전직 주식브로커인 주인공은 수도원의 재정상태를 개선시킬 것을 주문 받는다. 이 때 수도승의 규율을 따라 성경을 읽던 주인공은 성경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사실은 신이 내려 준 주식 힌트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가령 사과가 떨어진다는 구절이 나오면 애플 컴퓨터의 주가가 떨어지는 식이다. 성경에서 얻은 주식 힌트로 주인공은 큰 돈을 벌게 되고 수도원도 부유해진다. 하지만 자금이 넘치던 수도원은 와인 판매라는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다시 파산 상태에 이르게 되고, 하늘에서 내려준 주식 힌트는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신의 저주를 받은 것이다. 이 소설은 수도원이 와인 사업을 접고 수도원의 성격에 보다 부합하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끝난다. 수도원의 새로운 사업은 일종의 ‘최고경영자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재무관리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이 두 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써 오라고 했더니 반응이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좀 `오버`해서 이 소설을 읽고 주식시장의 작동에 관한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종교적인 학생들은 신에 대한 불경이라며 읽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그냥 재미있는 책 소개해 줘서 잘 읽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어쨌든 휴가지에서도 주식시장으로부터 마음을 뗄 수 없는 ‘중독성 투자자’들은 해변가에 누워 휴대폰으로 주가를 확인하는 대신에 소설이라도 읽으며 마음을 좀 식히는 것이 휴가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그냥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꾸며 잠깐 낮잠을 자는 것도 아주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김대환 불가리아 아메리칸대학 경제학 교수]
2005.08.19 I 김대환 기자
  • 마광수 교수 "이제는 예쁜 애들이 공부도 잘한다"
  • [조선일보 제공]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생방송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외모 지상주의를 옹호하고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마 교수는 11일 밤 MBC ‘100분토론’에 출연, “옛날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하면 못생겼지만 이제는 예쁜 애들이 공부도 잘한다”며 “멋 안내는 애들은 게으르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학자인 오한숙희씨가 “공부도 못하고 얼굴도 안예쁜 여자들은 낙인이 찍혀버린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게으른거죠”라고 답했다. 또한 마 교수는 “(서양문학사에서) 최초로 미녀가 아닌 주인공이 등장한 게 ‘제인에어’였는데, 영화화 했을때 손님이 하나도 안들었다”며 “그게 리얼리티”라고 주장했다. 이에 방송인 이숙영씨가 “‘슈렉’ 같은 영화는 다르다”라고 반박하자 마 교수는 “어쩌다(예외적인 경우)”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방송의 주제는 몸짱 신드롬과 다이어트 열풍 등 한국 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몸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에 대해 마 교수는 “2000 년을 지배한 정신 우월주의에 대한 반동”이라고 규정한 뒤 “‘마음이 고와야 여자다, 얼굴이 예쁘다고 여자냐’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를 위한 성형 또한 자기만족과 행복감을 추구하기 때문에 의료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20년 후에는 유전공학 발달로 유전자 자체가 변형돼 모두 미남미녀가 된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마 교수는 이날 일부 방청객들과도 설전을 벌였다. 먼저 한 여성 방청객이 “외모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해 화가 난다”며 “외모에 노력하라고 했는데 그 노력의 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마 교수는 “사랑은 관능적 경탄”이라며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은 외모 보고 반하는 것이지 마음 보고 어떻게 아나”라고 맞섰다. 방송이 나간 뒤 ‘100분 토론’ 시청자 게시판에는 마광수 교수의 발언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 네티즌 ‘양경숙’씨는 “게으르고 뚱뚱한 여자는 공부도 못한다는 주장은 한심하다 못해 한대 때려주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며 “마교수는 (방송에) 장난으로 나왔다고 밖에 볼수없다. 제2의 럭스사건”이라고 말했다. ‘박영희’씨는 “그런 사고 방식을 가진사람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다는것이 답답하고 한심스러울 뿐”이라며 “민감하고 예민한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한 꿈보다는 외모지상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가고있는 현 세태가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신동준’씨는 “개인적으로 몸짱 열풍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마 교수의 발언은 열린사고라기 보다는 본능에 근거한 궤변적 사상들 이었다”며 “이게 가식없음이고 허심탄회함인가? 크게 역사적이고 심도있는 사상을 가진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 레벨업)①이젠 質로 승부한다
  • (현대차 레벨업)①이젠 質로 승부한다
  •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세계 100대 브랜드 진입, 브랜드 가치 35억달러, 내구성 품질 단숨에 12단계 상승....`현대자동차(005380)에 대한 평가가 최근 1~2년 사이 놀라보게 달라졌다. 그야말로 수직 상승이다. 판매대수 등 단지 양(量)적 개념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들어선&nbsp;브랜드, 품질 등&nbsp;질(質)적 요인에 대한 호평이 부쩍 늘고 있다. 명실공히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청신호`가 켜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의 이같은 결실은 과거의 `싸구려 차`가 아닌 `제값 받는 차`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사활을 걸다시피 해온 품질경영에&nbsp;바탕을 두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진두지휘해 온 이같은 전략은&nbsp;적중하고 있다.&nbsp;품질 상승이 곧 판매 증가와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nbsp;이제는 서로 상승효과를 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nbsp; 오는 2010년 기아차와 함께 국내 300만대, 해외 200만대 등 국내외 50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 `글로벌 톱5`에 진입하기 위해 숨가쁘게 뛰고 있는 현대차. 이같은 야심찬 목표는 더이상 꿈이 아니다. 중국, 인도 등 브릭스(BRICs)를 넘어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으로 향한 글로벌 경영이 앞에서 끌고, 품질 및 브랜드 경영이 뒤에서 밀면서 `꿈`은 `현실`로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현대차가 명실공히 글로벌 메이커로 확실히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노사 상생 문화의 정착, 고급차 브랜드 육성, 미래차 경쟁력 확보 등이 바로 그 것이다. 특히 GM의 추락과 도요타의 부상에서 알 수 있듯이 노사 상생문화의 정착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edaily는 `현대차 레벨업-이젠 질(質)로 승부한다`는 주제로 일곱 차례에 걸쳐 현대차의 괄목할 만한 성장 및 그 원동력과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닛산을 누르다"..세계 車업계 9번째 브랜드`세계 100대 브랜드 첫 진입` 현대차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총괄적으로 상징하는 결과다. 브랜드야 말로 그 기업의 현 주소를 정확히 판가름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현대차는&nbsp;브랜드 가치 35억달러로 전세계 브랜드중 84위를 차지했다. 세계 유명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의 조사 결과다. 한국자동차산업 역사상 최초로 세계 100대 브랜드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표1 참조&nbsp;◆세계 車업계 브랜드 순위(표1)특히 현대차는 `일본 빅3`중 하나인 닛산(85위)을 제치는 개가를 올렸다. 이로써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업계 9번째 브랜드로 올라섰다. 이는 `렉서스` `어큐라` 등 일본차와 같은 별도의 고급 브랜드 육성을 검토하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희망가나&nbsp;다름없다. 세계 자동차업계 10대 브랜드는 도요타(전체순위 9위), 벤츠(11위), BMW(16위), 혼다(19위), 포드(22위), 폴크스바겐(56위), 포르쉐(76위), 아우디(79위), 현대차(84위), 닛산(85위) 순이다. 현대차는&nbsp;2010년까지 3단계 브랜드 전략을 통해 장기적으로 도요타와 같은 세계 유명 자동차 메이커 수준의&nbsp;브랜드 가치를 확보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전세계 30대&nbsp;및 자동차 부문 5대 브랜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차 품질 이어 내구성 품질 `점프업`현대차의 세계 100 브랜드 진입은 최근 몇년새 급상승한 품질 수준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현대차의 내구성 품질 순위가 12단계나 뛰어올랐다는 J.D 파워의 조사 결과가 나온지 얼마 안돼 세계 100대 브랜드 첫 진입 소식이 나온 것은 이런 맥락이다.&nbsp;세계 고객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한 품질 수준이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세계적인 소비자 조사기관인 J.D 파워가 미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신차 구입후 3년동안의 내구성 품질을 조사한 결과, 현대차는 벤츠, 볼보, 아우디, 폴크스바겐, 닛산 등을 제치고 조사 대상 37개업체중 20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2위에서 12단계 급상승. 자동차업체중 가장 큰 폭의 품질 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표2 참조&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현대차 내구성 품질 추이(표2)100대당 문제 발생빈도가 260건으로 업계 평균인 237건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1~2년 사이 `쏘나타`가 도요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신차품질(IQS)이 상위권에 진입한 점을 감안할 때 향후 2~3년내 내구성 품질 역시&nbsp;상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구성 품질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미국 고객들이 차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중고차 가격을 좌우한다는데 있다. 내구성 품질이 상승하면→`리세일 밸류(Resale Value)`인 중고차 가격이 오르고→브랜드 인지도도 덩달아&nbsp;높아지고→판매량이 늘고 판매가격도 올릴 수 있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따라서 현대차가 진정한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세계적 수준의 내구성 품질 확보인 것이다. ◇정몽구 회장 현장경영 `원동력`현대차의 레벨업에는&nbsp;정몽구 회장의 철두철미한 `현장경영`이 한몫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빼닮은 그의 현장경영이&nbsp;지금의 현대차를 만들었다는 평가다.&nbsp;&nbsp;&nbsp; 정 회장은 국내외 사업장을 막론하고 현장중심 경영을 펼치기로 유명하다. 국내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2~3회씩 생산 현장과 영업 일선을 방문해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점을 주문한다. 해외 현장 경영 역시 정 회장의 주무기다. 지난해에는 13차례나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올해도 터키, 미국 앨라배마, 중국 등을 누비며 해외 경영을&nbsp;직접 챙기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세운 앨라배마 공장에&nbsp;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nbsp;앨라배마공장은&nbsp;2교대로 전환하면서 가동률이&nbsp;90% 수준의 정상화 단계로 가고 있다.&nbsp;특히 정 회장의 현장경영은 품질경영으로 이어졌다. 품질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는 정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것이다.&nbsp;해외 유력 언론이 현대차와 정 회장을 잇따라 극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유력 자동차전문지인 오토모티브 뉴스는 정 회장을 2005년 자동차부문 아시아 최고의 CEO(최고경영자)로 선정했다. 글로벌 경영을 통해 현대차의 판매량을 급신장시킨데다 품질경영을 바탕으로 현대차의 품질을 비약적인으로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했다.&nbsp; 미국 대표 시사주간지인 타임(Time) 역시 정 회장의 품질경영을 연이어 극찬했다. 타임은 지난 6월&nbsp;특집기사에서&nbsp;"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정 회장은 어떤 결함도 용인하지 않는다(Hyundai Motor’s Chung Mong Koo is worried about the small stuff and won’t tolerate any errors)”라며 정 회장의 품질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현대차 성공의 직접적인 원동력(architect of Hyundai’s rise)이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경영, 현장경영, 뚝심경영 등 세가지가 정 회장의 핵심적인 경영철학"이라며 "특히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뜻의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라는 좌우명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노사 상생 문화 정착 시급 하지만 현대차의 앞날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nbsp;과제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매년 되풀이되는 투쟁적인 노사 문화는&nbsp;반드시 해결해야할 최대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nbsp;&nbsp;GM이 세계 1위 자리에서 휘청거리며 추락하고 있는 이유가 적대적인 노사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을&nbsp;현대차 노사 모두&nbsp;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nbsp;GM의 추락 원인을&nbsp;모두 노사관계에 있었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nbsp;노사 상생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nbsp;잃을 수 밖에 없다는&nbsp;교훈을 주고 있는 것 또한&nbsp;부정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빅3 추락의 근본 원인이&nbsp;90년대말&nbsp;전미자동차노조(UAW)와 정년 연장, 연금ㆍ의료보험 혜택 확대에 동의한 것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nbsp;경영의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nbsp;&nbsp;&nbsp;애스턴 마틴, 재규어, 랜드로버, 벤틀리, 롤스로이스로 유명했던 영국의 자동차산업이&nbsp;노사 및 노노 갈등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nbsp;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nbsp;&nbsp;&nbsp;이에 반해&nbsp;지난 반세기(50년)동안 연속 흑자를 내며 세계 1위의 자동차업체로&nbsp;발돋움하고 있는 도요타는 정반대의 사례다.&nbsp;55년간 무파업의 노사 관계가 맺은 결실이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지난해&nbsp;사상 최대인 1조1710억엔의 순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노사는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다. 올해로 4년째 동결이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위해 더 많은 연구개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노사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이유다.&nbsp;오쿠다 히로시 도요타 회장은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행사에 참석, "경영자와 노동자가 서로&nbsp;신뢰하는 관계를 맺은 게&nbsp;55년 무파업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nbsp;이런 맥락에서&nbsp;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언제까지 지금의 경쟁력을&nbsp;유지할 수 있는지를&nbsp;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nbsp;세계자동차시장은 연간 1000만대 이상 생산능력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해 있다.&nbsp;특히 중국의 자동차산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nbsp;&nbsp;한국의 최대 수출 효자 산업이자 최대 고용 산업인 자동차산업, 그중에서도 맏형인 현대차는 사측 뿐만 아니라 노조 역시&nbsp;`노블리제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nbsp;올들어 연이어 터진 노조의 채용비리 사건 등을 감안할 때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nbsp;노사가 `생산성 극대화`라는 목표 아래&nbsp;대화를 통해 상생의 문화를 반드시 정착해 나가야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nbsp;&nbsp;&nbsp;&nbsp; 남충우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은 "노사간의 쟁점사항들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nbsp;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할 사안이지 파업이라는&nbsp;극한 수단을 동원해서는 안된다"며&nbsp;"특히 자동차산업의 노사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명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5.08.08 I 김기성 기자
日 화장품 업계, 가네보 인수戰 격화
  • 日 화장품 업계, 가네보 인수戰 격화
  •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일본 2위 화장품업체 가네보를 둘러싼 인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마감한 인수 예비신청에 업계 1위 시세이도는 물론 고세, 가오 등 주요 화장품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 일본 화장품 업계에 대대적인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작년부터 꾸준히 인수 시도를 해 온 가오가 유력한 인수자로 점쳐지고 있지만, 미 프록터 앤 갬블(P&G), 프랑스 로레알 역시 인수 의사를 밝혀 외국 기업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네보 매각..한번의 실패 그리고? 4년여에 걸친 분식회계 등으로 골병이 든 가네보 그룹은 지난해 유일한 `흑자사업부`인 가네보 화장품을 동종업체 가오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연간 300억엔의 매출을 내는 화장품사로 시세이도의 아성을 위협하게 된다. 게다가 인수 규모가 4000억엔(38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비금융 부문에서 일본 최대 합병사례로 기록될 전망이었다. 양사는 부푼 꿈을 안고 작년 2월 정식계약을 체결,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야심찬 M&A 계획은 가네보 노조의 격렬한 반대로 무위로 돌아갔다. 가네보 경영진은 노조의 요구에 굴복, 화장품 사업부 매각 대신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기로 결정했다. 화장품 사업부를 분리, 정부산하 기업회생기구(IRCJ) 관리하에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2년여의 구조조정을 통해 전열을 정비한 가네보는 IRCJ의 주도로 다시 값비싼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한 때 실패한 딜의 주인공이었던 가오는 물론 10여개 국내외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 가네보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가오 인수 유력 파이낸셜 타임스(FT)는 IRCJ가 지난 15일 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일본 시세이도와 가오, 고시를 비롯해 `SK-II`로 유명한 P&G, 로레알 등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향료업체 ST케미칼, 식품사 롯데 등 타업종의 기업들도 포함됐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인수 규모는 약 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입찰 결과는 8월 중순 경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회생으로 2년여만에 몸값이 12억달러 가량 치솟은 셈이다. 시장은 한때 인수를 합의했던 가오가 인수자로 가장 유력하다고 점치고 있다. 오자키 모토키 가오 사장은 "우리의 기술력과 가네보의 영업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다"며 2년전 인수가 좌절된 이후에도 가네보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업계 4위 코세도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가오의 승리를 속단할 순 없다. 코세나 가오가 가네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일본 화장품 업계는 시세이도-가네보(+가오) 혹은 시세이도-가네보(+코세)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다. 시세이도 역시 인수 의사를 표시했지만,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FT는 시세이도가 가네보를 인수할 경우 일본 반독점법에 위반하는 거대 기업이 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2005.07.28 I 김경인 기자
  • "美 주택과열은 세제 때문"-BW
  •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미국의 전례없는 주택 붐은 주식이나 채권과 차별된 세제 혜택에 크게 기인하고 있으며 이를 조정하지 않을 경우 자본이 부동산에만 몰려 기업의 성장과 기술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즈니스위크(BW)가 26일자로 보도했다.지난 1996년 이후 미국 주택 소유자들의 부(富)는 5조달러나 늘어났으며 주택 소유 비율도 사상 최고인 69%에 달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전역의 평균 주택 가격은 지난 2001년 이래 40% 급등했다.그렇다면 무엇이 주택 붐을 일으키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주로 저금리, 개발제한, 인구통계학적 원인들을 이유로 늘어놓고 있다. 그렇지만 BW는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가한 `납세자구제법(TRA)`이야말로 부동산 투기꾼들을 양산한 `악법`이라고 주장했다.TRA는 한 가족이 거주하던 주택을 50만달러(싱글은 25만달러) 이하의 금액에 판매할 경우 자본소득세를 완전히 면제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TRA 발효 이전 이 금액은 12만5000달러에 불과했다.이와는 대조적으로 주식과 채권은 소득의 15%를 자본소득세로 내야 하며 2003년 세제 개편 전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20%에 달했다. 이 같은 불평등한 세제 혜택이야말로 주식시장이 지난 1997년 이후 연 4% 성장에 머무는 동안 주택시장이 연 7%의 고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BW는 설명했다.이코노미스트들은 주택시장이 너무 많은 경제자원을 흡수하고 있는 데 높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쓰여야 할 막대한 돈이 콘크리트 구조물에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 크레딧 애널리스트(BCA)의 마틴 번스는 "지난해 모든 민간투자의 35%는 주택 관련 투자였다"며 "이 같은 현상은 197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BW는 감세 혜택이 지나치게 주택시장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어번 인스티튜트(UI)에 따르면 자본소득세 면제와 모기지금리 공제를 통해 정부가 주택유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보조금`은 약 1470억달러에 달한다.BW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을 통해 얻는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을 일원화 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세제 개혁은 미국의 혁신적인 기업들에게 미래를 이끌어갈 만한 자본력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말했다.주택 소유가 `미국의 꿈`일지는 모르겠으나 또 다른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발견하는 것 역시 모든 이들의 소망이라고 BW는 덧붙였다.
2005.07.27 I 이태호 기자
  • 신한은행장 "우리의 경쟁상대는 삼성전자"
  • [edaily 오상용기자]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7일 "우리는 국내의 고만고만한 은행들 중에서 1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톱 클래스(Top Class)로 가야한다"면서 "시야를 넓혀 업종이 다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삼성전자, 포스코 등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행장은 이날 신한은행 창립 23주년 기념사에서 "경쟁의 구도를 확 깨야 한다"면서 직원들에게 좁은 범주에 머물지 마고 넓은 경쟁의 장으로 나설 것을 독려했다. 그는 "모든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벤치마킹을 통해 모방하고 따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래의 길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 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23년전 한국금융사를 다시 쓰겠다며 출범한 신한은행이 한국을 대표하는 은행으로 성장했다"면서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월드클래스의 뉴뱅크를 꽃피우자"고 당부했다. 신 행장은 "모든 출발은 `기본"과 `정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양에 의한 경쟁우위란 빠른 시간에 소멸된다"고 말했다. 그는 콜럼버스가 신대륙 탐험시기 선원들에게 했던 `나는 나침반이나 선박의 성능을 믿고 항해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바로 신세계를 향한 우리의 꿈과 희망이다`이라는 말을 상기시켰다. 신 행장은 이어 "콜럼버스가 절망적 상황에서 타협했거나 되돌아갔다면 신대륙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역사는 도전하는 창조적 소수에 의해 쓰여진다"고 강조했다.
2005.07.07 I 오상용 기자
  • (조선경기 긴급진단)대박이냐 쪽박이냐
  • [edaily 좌동욱기자] "지난해 초 현대미포 주식 500주를 주당 1만5000원씩 총 750만원에 사서 지난해 연말 주당 3만5000원 정도에 팔았습니다. 1000만원 이상 남겼죠" 현대미포조선 주식에 투자했던 한 투자자가 들려준 말이다. 그러나 이 투자자가 지난해 말 현대미포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더욱 높아졌다. 6개월만 더 보유했더라면 1000만원을 추가로 벌 수 있었다. 지난해 이후 조선 주가가 급등해온 `폭`을 여실히 보여준다. ★표1 참조 ◇조선 주가 급등 왜? 사실 국내조선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손실을 봤다. 현대중공업이 981억원, 삼성중공업이 1087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부터 실적이 극도로 악화돼기 시작, 올해 상반기에만 15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주가는 왜 올랐을가?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어온 후판 가격이 올 하반기부터 안정세 혹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주 선가는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선박 공급이 수요를 초과, 국내 조선업체들은 향후 3년6개월 이상의 수주를 확정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조선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졌다. 일감이 넘치는데 굳이 값싼 선박을 수주할 필요가 없기 때문.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오는 2007~2008년 실적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2007년 영업이익이 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예상 영업손실은 800억원.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같은 미래 기대이익에 기초한 것이다. ◇조선주 갑작스런 `풍랑`..골드만삭스 보고서 거침없던 주가가 한가지 장애를 만난 것은 지난달 13일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계기가 됐다. 골드만삭스는 이 보고서에서 국내 조선주가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지만 이같은 기대 이익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국내 조선업종의 미래 수익이 불확실해질 조짐이 나타난다며 국내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력(Attractive)`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그 근거로 ▲정점에 이른 수주 잔고 ▲2006년 이후 후판가격이 재상승 ▲선가 하락 가능성 ▲해운운임 하락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 가능성 등을 들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조선·해운 조사 기관인 클락슨의 보고서가 같은날 시장에 전해지면서 골드만삭스의 리포트는 설득력이 더해졌다. 클락슨은 주간 단위 선가 보고서를 통해 6월초 선가가 지난 2003년 1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조선사들의 평균선가는 이후 3주 연속 하락했다. ★표2 참조 ◇경기 논란=선가 논쟁? 골드만삭스의 리포트는 국내에서 조선 `선가 논쟁`으로 이어졌다. 특히 국내 증권가는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선가가 하락하지 않았다며 조선 경기는 앞으로도 호황을 보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우증권은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직후 "클락슨의 수치 집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틀 후엔 자체 보고서를 통해 "14일 체결된 현대미포 수주 선가가 클락슨 자료보다 22%가 높다"고 분석했다. 골드만 삭스는 자체 조사 분석한 자료(★그래프 1참조)를 통해 선가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80%에 이른다고 강조했지만 그래프를 실제 분석해 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는 주가와 선가의 움직임이 상반되게 나타난다. 당시는 환율 하락과 후판가 급등 등으로 조선 업체의 실적이 극도로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던 시기. ◇조선 업계 "선가 경쟁, 조선업체가 이길 것" "조선업체와 선주들이 선가를 놓고 밀고 당기는 기싸움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외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황태진 상무가 최근 조선 선가에 대해 내린 평가다. 황 상무는 "선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실제 영업 전선에서 계약건수가 줄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당분간 선가가 더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체에서 선가 하락은 수익성 악화와 직결된다. 조선업체들은 지난 2002년~2003년 상반기 상대적으로 저가에 수주한 선박을 지난해와 올해 집중 건조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황 상무는 "조선업계가 결국 게임에서 이길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유는 향후 수급상황이 좋다는 것.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과거 10년간 신조선 평균 발주량은 2600만톤이지만 올해 이후 2010년까지 평균 발주량이 3000만톤으로 예상된다. 10~15%가량 발주량이 증가한다는 것.★그래프1 참조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업계가 3년6개월치 수주 잔고를 확보했기 때문에 향후 수주가 증가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수주잔고가 많다는 것이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수주잔고가 많을수록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 값비싼 선박만 골라 수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가 추이가 선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도 조선업계에 유리하다. 가격 약세를 보이는 선박 대신 값이 비싼 배를 건조하면 되기 때문이다. 황 상무는 "올해 1분기까지 조선 경기 붐을 주도했던 8000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이 최근 약세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컨테이너선 수주) 전략의 수정을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수익 선종인 LNG선과 초대형유조선(VLCC)의 수요가 앞으로도 탄탄하다. LNG선 가격의 강세는 조선경기를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골드만삭스도 보고서에서 인정하고 있다. VLCC의 경우 현재 운행중인 선박의 교체수요가 풍부하다. 대우조선해양은 클락슨의 자료를 인용, 현재 운행중인 선박의 58%가 교체수요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최대 리스크 문제는 후판가격과 환율하락, 세계 경제성장률 등 미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 지 여부다.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주요 원인 역시 환율하락과 후판가격 급등 때문이었다.★ 표1 참조 골드만삭스는 철강가격 싸이클이 2~3년 주기로 나타나기 때문에 후판가격이 2006년 저점을 치고 2008년 다시 정점에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철강업체 관계자는 "후판가격 경기 싸이클이 2~3년 주기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후판가격의 상승 폭은 지나친 면이 있다"며 "3년 후 후판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나 세계 경제 성장률 역시 역시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 조선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근거로 제시한 환율이나 후판가격, 경제성장률 등의 요소는 현재로서 정확하기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2008년 `대박`일까 `쪽박`일까 업계와 시장은 여전히 2007년~2008년 조선업계가 `대박`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수익 선종을 선별 수주하는 한편 평균 3년6개월의 수주 잔고가 남아 있기 때문에 선주들과의 가격협상에서도 우위에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후판가격 역시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선가와 환율, 후판가격, 세계 경제성장률 등의 외부 변수가 현 수준에서 급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수립된 것이다. 시장이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요동친 까닭도 3년후 기대 이익을 너무 과신했다는 `자각` 탓이 컸다. 이런 점에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충분히 경고음 역할을 했다. 실제 2008년 조선업계의 `대박과 쪽박`을 가르는 기준은 불확실한 주변여건으로 파생되는 경영상의 리스크를 조선업계가 어떻게 차단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07.04 I 좌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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