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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aily리포트)요즘 창투사가 사는 법
  • [edaily 문병언기자] 설렁탕, 커피 전문점, 오리고기.... 증시가 박살나서 짜증 나 죽겠는데 웬 먹는 것 타령이냐구요? 물론 맨날 깨지기만 하는 주식 투자를 집어치우고 이들 외식업을 해보라는 건 아닙니다. 창투사들이 투자하고 있는 음식입니다. 요즘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창투사들이 이름 난 음식점에 투자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창투업계의 요지경을 문병언 기자가 들여다 봤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 유명한 설렁탕 집에 있습니다. 수육 맛도 알아주는 곳입니다. 얼마 전 모 창투사는 이 음식점에 15억원이나 투자했습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거의 실종된 현 상황을 감안하면 "거액"을 선뜻 투자한 것입니다. 투자를 받은 이 음식점은 가족형 운영에서 벗어나 법인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습니다. 음식 노하우와 널리 알려진 상호를 활용하면 가맹점들을 대거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점에 돈을 댄 창투사는 이 사실을 기사화하지는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 이유는 "X 팔린다"는 거였습니다. 이 창투사의 얼굴(?)을 고려해서 사명을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이에 앞서 국내 창투사를 대표하는 H, K사도 이름 난 오리고기집에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또 다른 창투사는 커피 전문점에 손을 댔습니다. 투자받은 업체는 외국계 커피 브랜드를 들여와 이미 몇개의 매장을 냈습니다. 이밖에 서울 목동에 새로 들어선 모 백화점 식당가의 몇몇 음식점에도 창투사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창투사들이 음식점 투자에 혈안이 되고 있는 건 순전히 생존용이라는 겁니다. 벤처열풍이 식자 영화 투자에 너도나도 뛰어들었으나 흥행 실패로 줄줄이 쪽박을 찬 창투사들이 이번에는 "돈 되는" 외식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음식점이라면 큰 이익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또 이같은 음식점에 대한 투자는 코스닥 등록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이익이 "확실하게" 남기 때문에 배당만 받아도 회사 운영비를 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창투사 한 임원은 벤처업체에 투자해 봤자 코스닥에 등록할 만큼 성장할 지 불투명하고, 그나마 모양을 갖춰도 진입장벽이 높아져 등록이 쉽지 않고, 등록되더라도 주가가 낮아 투자액 회수가 요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증시가 언제 살아날 지 불투명하고 버는 돈도 없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죠. 최근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만 이는 창투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음식점 투자는 벼랑 끝에 내몰린 창투업계의 위기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해도 됩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창투사들의 투자는 뚝 끊긴 상태입니다. 이는 주가조작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등 벤처기업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죠.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벤처기업에게는 한푼의 돈이 생명줄과 같습니다. 기술력을 가진 유망 벤처기업의 육성에 앞장서야 하고 이 때문에 각종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는 창투사들이 음식장사에 열중하면 우리의 미래가 어떨 지는 보나마나겠지요.
2002.09.27 I 문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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