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각 의도 두고 '설왕설래'

지분율 0.23%p 감소 …"투자자금 회수 목적"
지분 매각 대금 40억 수준으로 큰 의미 없어
일각선 "주식 담보 잡은 현 회장 견제 의도"
쉰들러, 여전히 국내 시장 ''눈독''
  • 등록 2023-06-29 오후 7:08:29

    수정 2023-06-29 오후 7:08:29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현대엘리베이터의 오랜 2대 주주이자 세계 2~3위 수준의 다국적 승강기 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Schindler Holding AG)의 지분 매각 의도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매각한 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취득한 이래 매각한 것 자체가 처음이라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쉰들러의 지분 매각 사실이 알려진 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장중 최대 12%대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서 비교된 직전보고서의 작성기준일이 지분율이 20%대로 높던 8년 전인 2015년 7월 2일이라, 마치 지분을 대규모로 매각한 것처럼 오인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충북 충주 캠퍼스.(사진=현대엘리베이터)
쉰들러의 매각 의도는?…“10%대 지분 보유해 대주주로 남을 것”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각한 건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다. 월요일~금요일의 5거래일에 걸쳐 총 9만119주를 1만주~3만주 가량씩 일정하게 장내 매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26일 공시됐다. 지분율은 16.18%에서 15.95%로 0.23%p 낮아졌다.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지분율 변동이다 보니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공시된 내용은 ‘투자자금 회수목적’이다. 다만 투자자금 회수목적이라기엔 매각대금이 4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은 금액이다.

쉰들러 측은 “현재의 긍정적인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를 고려해 보유한 주식의 일부를 매각하고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다”며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0% 이상을 지속 유지할 것이며, 계속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로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은 점을 노려 경영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배상금 마련 등 현 회장의 자금 조달이 비교적 빠르게 이뤄지면서 주가가 오를수록 공고해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의미있는 차익 실현을 위해서라면 (장내 매도가 아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활용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경영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엑시트냐 경영권 재도전이냐 쉰들러의 선택은

쉰들러는 과거 현 회장이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금융회사들과 맺은 파생상품 계약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 끝에 일부 승소했다. 쉰들러 측은 상대가 자발적으로 빚을 갚도록 협의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즉시 강제집행 절차에 돌입하며 압박에 나섰다.

다만 현 회장이 M캐피탈, H&Q로부터 보유 주식을 담보로 비교적 신속히 자금 융통에 나섰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친화정책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오르면서 경영권을 지키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20년에 달하는 기간동안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을 눈독 들인 쉰들러로서는 주가가 올라버린 주식을 당장 더 사들이기도, 그렇다고 여기서 차익을 실현해 엑시트(Exit)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세계 2~3위 수준의 엘리베이터 업체인 쉰들러가 여전히 국내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에 비해 땅이 좁은 탓에 고층 빌딩이 많은 국내에 승강기 설치와 유지보수 관련 수요가 꾸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설치된 승강기도 15~20년이 지나면 재설치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장이 많지 않은 환경 속 지속적으로 승강기 관련 수요가 존재하는 곳이 국내 시장인 셈이다.

앞선 관계자는 “쉰들러가 웬만한 나라에 다 진출했지만 유일하게 국내에만 진출하지 못했다”며 “쉰들러는 우리나라 시장만 장악하면 세계 1위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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