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의 지분 매각 사실이 알려진 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장중 최대 12%대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서 비교된 직전보고서의 작성기준일이 지분율이 20%대로 높던 8년 전인 2015년 7월 2일이라, 마치 지분을 대규모로 매각한 것처럼 오인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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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각한 건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다. 월요일~금요일의 5거래일에 걸쳐 총 9만119주를 1만주~3만주 가량씩 일정하게 장내 매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26일 공시됐다. 지분율은 16.18%에서 15.95%로 0.23%p 낮아졌다.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지분율 변동이다 보니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공시된 내용은 ‘투자자금 회수목적’이다. 다만 투자자금 회수목적이라기엔 매각대금이 4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은 금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은 점을 노려 경영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배상금 마련 등 현 회장의 자금 조달이 비교적 빠르게 이뤄지면서 주가가 오를수록 공고해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의미있는 차익 실현을 위해서라면 (장내 매도가 아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활용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경영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현 회장이 M캐피탈, H&Q로부터 보유 주식을 담보로 비교적 신속히 자금 융통에 나섰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친화정책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오르면서 경영권을 지키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20년에 달하는 기간동안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을 눈독 들인 쉰들러로서는 주가가 올라버린 주식을 당장 더 사들이기도, 그렇다고 여기서 차익을 실현해 엑시트(Exit)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세계 2~3위 수준의 엘리베이터 업체인 쉰들러가 여전히 국내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에 비해 땅이 좁은 탓에 고층 빌딩이 많은 국내에 승강기 설치와 유지보수 관련 수요가 꾸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설치된 승강기도 15~20년이 지나면 재설치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장이 많지 않은 환경 속 지속적으로 승강기 관련 수요가 존재하는 곳이 국내 시장인 셈이다.
앞선 관계자는 “쉰들러가 웬만한 나라에 다 진출했지만 유일하게 국내에만 진출하지 못했다”며 “쉰들러는 우리나라 시장만 장악하면 세계 1위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