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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부친의 묘를 확인해보라.”
롯데그룹은 신 회장 부친 신진수씨 묘가 있는 고향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으로 인력을 급파했다. 현장의 묘는 파헤쳐 있었고, 신씨의 유골 일부(머리 부분)가 사라진 상태였다. 앞서 전화를 걸어온 남성이 다시 연락을 취해왔다.
“유골을 찾고 싶으면 현금 8억 원을 준비하라.”
극악 패륜 범죄에 롯데 가(家)는 발칵 뒤집혔다. 조상 숭배와 분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한 한국에서 도굴은 반인륜 범죄였다. 우리 형법이 관에서 유골을 훔쳐가면 징역 7년 이하로, 묘를 파헤쳐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징역 10년 이하로 세게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한국의 유교 의식을 반영한다. 사건이 공개수사로 전환하면서 사정을 전해 들은 여론도 함께 분노했다.
“묘 안에 보석이 있는 줄 알고 파헤쳤습니다.”
처음부터 유골을 훔치려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재벌 회장의 부친 묘에 금은보화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걸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묘에서 보물이 나오지 않자 금품을 요구하고자 유골을 가져갔다. 신 회장은 부친의 유골을 수습하고 11일 다시 장례를 치렀다.
정씨는 “롯데에 미안하다”고 했으나 징역 5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출소한 정씨는 “미안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배덕한 도굴 범행을 반복했다. 출소한 2004년, 김승연 한화 회장의 조부모 묘를 도굴하고 수억 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출소 직후인 2010년에는 태광그룹 이임용 창업자의 묘를 도굴하고 10억 원을 요구했다.
이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된 정씨는 그해 4월 거기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