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곁으로 떠난 '축구의 신' 마라도나[그해 오늘]

1960년 아르헨 빈민가에서 출생한 국민 영웅 마라도나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골든볼 수상하며 우승 견인
축구는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세기의 축구선수
시대 초월해 라이벌로 평가받는 메시는 카타르에서 고전중
  • 등록 2022-11-25 오전 12:00:03

    수정 2022-11-25 오전 12:00:03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탈리아 축구 1부리그 세리에 A의 SSC나폴리는 1980년대 황금기를 보냈다. 1986-87, 1989-90시즌 두 차례 리그 우승과 1990년 UEFA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우승을 각각 차지했다. 1983-84시즌 강등권을 겨우 벗어난 약체 구단의 환골탈태였다.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4년 나폴리에 입단하고서 달라진 일이었다. 이후로 지금까지 나폴리는 리그와 컵에서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에서 붙은 아르헨과 잉글랜드. 경기 도중 디에고 마라도나가 손으로 골을 넣고 있다. 경기는 아르헨이 2대 1로 이겼다.(사진=FIFA)
축구는 열한 명이 하는 경기다. 모두가 한 몸으로 움직여야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이걸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선수가 마라도나다. 빼어난 실력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도 많다. 시즌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앞서 나폴리의 황금기 시절을 들여다보면 마라도나가 이런 선수라는 데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1986년 아르헨티나의 멕시코 월드컵 우승도 마찬가지였다. 역대 아르헨 국가대표팀 선수단 가운데 당시를 최고로 평가하는 의견은 우세하지 않다. 그러나 당시 사실상 마라도나가 월드컵을 지배한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대회에서 그는 골 5개와 도움 5개를 기록하고 골든볼을 차지하며 우승을 견인했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아르헨에 3대 1로 패하면서 제물이 됐고, 8강전의 잉글랜드는 축구사 유일한 ‘신의 손’ 골을 먹고서 눈물을 삼켰다. 마라도나는 “내 머리와 신의 손으로 골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세상은 그를 ‘축구의 신’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마라도나는 가장 화려한 길을 걸은 축구선수로 평가된다. 1960년 10월 아르헨티나 브에노스 아이레스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가족이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축구로 성공하려고 했다. 유년기부터 뛰어난 실력을 보이면서 1976년 아르헨 1부리그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 데뷔했다. 만 16세였다. 1981년 같은 리그 명문 보카주니어스로 이적하고 첫 시즌 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98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FC를 거쳐서 1984년 이탈리아 나폴리로 이적했다.

축구선수로서 황금기는 나폴리에서 만개했다. 나폴리는 당시 역대 최대 이적료를 지불하고 마라도나를 영입했다. 이후 위와 같은 성과를 거두면서 팀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나폴리 시민은 약체이면서 타 구단에 멸시받던 팀을 구세한 마라도나를 떠받들었다. “마라도나를 비난하는 것은 신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이런 대접은 조국 아르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와 아르헨에는 마라도나를 숭배하는 ‘마라도나교’라는 종교가 생겼다.

축구선수로서 경력은 화려했지만 자기 관리에는 소홀했다. 나폴리 황금기를 직접 이끌던 1991년 코카인 흡입 사실이 적발된 이래 줄곧 마약 중독에 시달렸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약물검사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조별리그 도중 귀국했다.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되고 후유증으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2004년 쿠바에서 카를 카스트로 도움을 받아 마약을 끊기까지 마약의 늪에서 헤맸다. 1997년 현역에서 은퇴할 당시도 마약에 절어 있었다. 이탈리아 진출 이후 마피아와 만나면서 마약에 손을 댔다는 게 정설이다.

이탈리아는 마라도나에게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안겨줬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아르헨이 4강에서 이탈리아를 제친 것이 화근이었다. 승부 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르헨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탈리아 여론은 마라도나에게 급격하게 등을 돌렸다. 마치 안정환 선수가 한일 월드컵 16강에서 결승골을 넣어 이탈리아를 무너뜨리고, 이탈리아 소속팀에서 방출된 것과 같았다. 이탈리아 사법 및 세무 당국은 마라도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마약 복용과 탈세 혐의가 드러났다.

몰락한 축구 영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자국 대표팀 감독으로 발탁되면서 재기에 성공하는 듯했다. 아르헨이 8강에서 독일에 4대 0으로 패배하면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2018년까지 여러 클럽 팀을 돌면서 감독직을 맡았는데 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축구 실력과 감독의 용병술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리오넬 메시가 22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 도중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경기에서 사우디가 아르헨을 2대 1로 이겼다.(사진=로이터)
건강이 좋지 않던 차에 2020년 11월25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코로나 19 증상이 의심돼 자가격리 와중에 변을 당했다. 아르헨은 마라도나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렀다. 대통령은 공식일정을 취소했고 모든 공공기관은 조기를 게양했다. 코로나 19가 한창이라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조문 인파가 수km 줄을 섰다. 앙숙 관계인 클럽 팬들도 얼싸안고 울며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마라도나를 방출했던 나폴리는 마라도나 등번호 10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경기장 이름을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로 바꿨다.

생전 마라도나는 2000년 12월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세기의 축구선수에 올랐다. 매해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와 격이 달랐다. 20세기 백 년을 대표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가린 것이다. 공동 수상한 브라질 펠레는 축구인이 뽑았지만, 마라도나는 축구 팬이 뽑았다. 시대를 초월해 라이벌로 평가받는 아르헨의 리오넬 메시는 마라도나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아르헨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사우디에 패배하고 고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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