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아라…내일 신문기사로 읽기 싫다면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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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변인 위한 '기자사용설명서'
언론·기자 대하는 방법 넘어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리까지
실제 훈련·대응법으로 정리
말할 것·하지 말 것 구분하고
핵심메시지 끝까지 가져가야
…………………………………
기업의 입
정용민|272쪽|ER북스
  • 등록 2017-06-21 오전 12:15:00

    수정 2017-06-21 오전 12: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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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오늘 아침 두 종류의 기사가 동시에 떴다. 하나는 A기업의 대표가 불우이웃을 도왔다는 훈훈한 미담 기사. 다른 하나는 B기업의 대표가 불우이웃을 때렸다는 분노유발 기사. 둘 중 어느 것을 열어볼 건가. 답은 바로 나온다. ‘마음은 미담에 두되 손가락은 분노유발을 향한다’는 것으로.

이유가 뭔가? 단순하다.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휴머니티·감동, 여기에 사회적 영향력 등등의 훌륭한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강력한 한방, ‘재미’가 있어서다.

뉴스라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언론사의 선택은 어떨까. 대중이 좀더 열광하는 쪽으로 파고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언론사도 장사를 해야 하니까. 그럼 제품을 생산하는 현장에 투입된 기자는? 누구나 아는 모범답안에 근접하려 안달이 난다. 의혹을 찾아내고 문제를 부각하고 자극을 달구는, 한마디로 B기업 대표의 행태를 추적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언론사와 기자의 타깃이 된 기업은 또 어떨까. 가능한 한 의혹·문제·자극의 소스를 제공하지 않으려 갖은 수완을 다 발휘한다. 그래도 사건이 터지면 일단 본능적으로 감추기부터 시작한다. 시치미를 떼고 변명을 하고. 그러다 정신을 수습하곤 허둥지둥 이슈를 확정해 보도자료를 만든다. 뒤늦은 기자회견을 하고 인터뷰도 하고. 하지만 원천봉쇄로 쌓아올린 둑은 어느 순간 터져버린다. 애는 썼다지만 전혀 효과적이진 않았던 거다. B기업의 경우라면, 대표가 불우이웃이 됐다는 기사 정도는 나와야 판도가 뒤집힐까.

어느 무인도에 뚝 떨어져 나홀로 경영을 하지 않는 이상 기업의 언론접촉은 필연적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는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기업 이슈·위기관리 컨설턴트인 저자는 이 해법을 ‘미디어 트레이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한다. 언론과 잘 지내고 싶다면 그들을 파악하고 그들에 대처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 전체가 나설 필요는 없다. 저자는 기업을 대표해 언론과 소통하는 역할을 담당한 이들을 ‘대변인’이라고 칭하고, ‘기업의 입’이 된 ‘그들의 입’을 어떻게 풀고 어떻게 단속할 건가에 전문적으로 다가선다.

큰 그림은 기업·조직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으로 그렸다. 주먹구구식 대응방식에서 벗어나 예측하고 준비하고 연출하자는 것이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최선의 대비를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묘사로 들어가면 언론을, 더 구체적으론 기자를 어찌 다룰 건가에 ‘한 수’를 모은다. 결국 실전에서 맞부딪칠 대상이 기자니까.

▲언론, 기업의 동지인가 적인가

맞다. 책은 대놓고 쓴 ‘기자사용설명서’쯤 된다. 참 난감한 노릇이다. 기자를 다루는 법에 관해 쓴 책에 기자가 쓰는 평이라니. 맞다고 해야 하나 맞지 않다고 해야 하나. 기자에게도 ‘영업비밀’이란 게 있는데. 그래도 저자가 실전 트레이닝에서 뽑아냈다는 몇몇 질문과 답안은 짚고 넘어가자.

“오프더레코드라는 게 있지 않나.” 맞다. 있다. 사전에만 있다. 저자는 현실에서 기자에게 하는 모든 말은 ‘온더레코드’라고 여겨야 한단다. “이런 이야기는 쓰지 마세요”라는 시도를 하는 순간 ‘오프’는 즉각 ‘온’으로 전환될 거라고 말한다. 기자입장에서도 이 조언은 틀리지 않다. 솔직히 기자는 ‘오프더레코드’를 기사로 옮겨 생긴 문제보다 옮기지 못해서 생긴 문제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사실 난 회사를 대표하지 않는다.” 기자도 안다. 하지만 그의 입은 회사를 대표하는 중이다. 저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한다. 기자와 말을 섞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모든 메시지는 회사의 공식메시지가 된다는 거다. ‘예외는 없다’에 방점까지 찍었다.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을 땐?” 답답한 상황이다. 기자는 예고하고 연락하는 법이 없으니까. 저자는 답변을 준비할 시간을 벌라고 조언한다. 그후 해당기자와 다시 커뮤니케이션하라고. 그런데 기자는? 이런 상태를 잘 견뎌내지 못한다. 인간성 탓이 아니다. 마감에 쫓기고 데스크에 시달리고 옆집 언론사에 견제당하다 보면 상대를 배려해 마지막까지 젠틀하기가 쉽지 않다.

어찌 됐든 어떤 경우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있단다.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 ‘핵심메시지’라는 것. 명료한 논리, 인간적인 전언으로 누구든 ‘기억할 수 있게’ 정리한 기업·조직의 입장 말이다. 기자가 아무리 몰아세우고 거친 질문을 쏘아대도 붙들고 있어야 할 기둥인 셈이다.

▲‘기자사용설명서’를 사용하는 방법

결국 관건은 ‘입’이다. ‘말해야 할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 이를 두고 저자는 “내일 아침 신문기사로 읽기 싫은 내용이 있다면 말하지 말라”로 일갈한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소리다.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고 성공적인 인터뷰를 설계하고 창구를 단일화하는 등. 이 전부를 그저 언론을 관리하는 팁 정도로 본다면 섭섭할 수 있겠다. 책의 궁극적 목적은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자는 거다. 소소하게는 ‘입단속’이지만 나아가선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리더십에까지 이른다. 원칙을 말하고 철학을 이야기하는 리더십 말이다.

국내 상위 그룹사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이들이 훈련으로써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언론은 과연 그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가. 게다가 저자는 국내 미디어 환경 변화를 제대로 들여다보라는 일침도 꽂았다. 지상파를 넘어 종편, 인터넷 매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적인 소셜미디어까지 취재대상이 된 마당이라고.

언론 때문에, 기자 때문에 항상 긴장상태인 ‘대변인’의 위치라면 꼼꼼히 챙겨볼 만하다. 하지만 모두가 정답은 아니다. 반은 맞고 반은 경우에 따라 맞다. 반은 훈련이지만 반은 연륜이고 경험이라서다. 그 반에 대변인의 개인기는 물론 순발력·친밀감·성품까지 다 들어 있을 터.

‘진정한 저널리즘’ 운운하며 따지고 들었다면 되레 반감을 불렀을 수도 있다. 언론계 안에서도 머리가 터지는 논쟁이니까. 대신 저자는 다른 식으로 뼈아픈 고민거릴 던진다. “여기서 제시한 대응방식은 정상적인 언론과 정상적인 기자를 향한 것”이라고. 언론이란 힘을 빌려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부 매체, 안하무인격으로 기업임원을 윽박지르는 기자, 거드름을 피우고 손을 벌리고 협박하는 언론은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 아니라고. 책은 ‘기업의 입’을 봐달라고 하는데 자꾸 눈이 가는 건 ‘기자의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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