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물 안' 플랫폼 정책은 그만

  • 등록 2023-08-16 오전 6:30:00

    수정 2023-08-16 오전 6:30:00

[김상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최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 규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전규제’ 도입을 포함한 ‘온라인플랫폼법’을 새로 제정하거나 기존의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플랫폼 업계는 이러한 규제 조치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혁신의 유인을 낮춤으로써 국내 시장에서 해외 플랫폼 기업들만 도와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발한다.

그런데 공정위와 업계는 모두 국내 시장으로 시야를 고정하고 있어, 글로벌 차원에서 부상하는 ‘플랫폼 지정학’의 트렌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온라인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다.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이 아니다. 양국 정부는 지정학적 견제를 목표로 상대국의 플랫폼 기업까지도 규제하고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자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했으며, 최근에는 미국도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인 틱톡에 제재를 가했다. 초국적 기반을 둔 플랫폼 기업들이지만 자국 국가기관 및 제도에 기대어 활동하면서 기업과 국가가 서로 밀접하게 의존하는, 이른바 ‘플랫폼 국가 자본주의’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중이 벌이는 플랫폼 지정학의 게임에 대처하는 한국의 전략은 ‘자국 플랫폼’의 구축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지정학이라는 말에서 유추되는 바와 같이, 플랫폼은 일종의 새로운 ‘영토’이다. 이는 단순히 자국 국적의 ‘기업 플랫폼’을 키우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플랫폼’ 또는 ‘국민 플랫폼’을 구축하는 문제이다. 디지털 경제의 시대를 맞아 자국 플랫폼 없이는 경제성장의 기회를 얻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마땅히 지켜야 할 ‘디지털 주권’도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도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자국 플랫폼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한국 플랫폼은 미·중 사이에 낀 중견국으로서의 고민도 안고 있다. 한국 시장은 여전히 미국 플랫폼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 플랫폼의 약진으로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전략적 딜레마의 상황을 우려하게 됐다. 디지털 분야를 넘어서 글로벌 패권경쟁 전반으로 확장되는 미·중 플랫폼 갈등의 골은 한국의 고민을 더욱더 깊게 한다. 미·중 두 강대국 플랫폼 사이의 틈새가 크지 않을 때는 이른바 ‘양다리 작전’이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플랫폼의 틈새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접근법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플랫폼 지정학의 트렌드와 한국 플랫폼의 역량 및 처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국가 전략이 요구된다. 국내외 시장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의 거대한 해외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정책과 법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의 기준은 자국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미래 혁신환경의 조성을 염두에 두고 마련돼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지향할 ‘플랫폼 국가 모델’에 대한 좀 더 진지하고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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