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세상에] '이불밖은 위험해?'…동물 사체와 26년 갇혀 지낸 러 여성

러시아 여성, 26년간 친어머니에 감금 피해
전기·물 없는 감금 장소서 동물 사체·배설물에 뒤섞여 생활
"살아있는 죽은 자 였다…이젠 일하고 싶어"
  • 등록 2020-06-28 오전 12:05:00

    수정 2020-06-28 오전 12:05:00

26년간 집에 감금된 러시아 여성 나데즈다 (사진=더 선)
[이데일리 이재길 기자] 바깥세상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친어머니로부터 26년간 감금된 러시아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더 선 등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주 지역의회장 바실리 토바르노프의 사무실에 한 여성이 찾아왔다. 당시 여성은 허름한 옷차림에 머리카락은 오랜 시간 빗질을 하지 않은 듯 뒤엉켜있었다. 온몸은 진흙과 먼지로 뒤덮여 있었으며 악취가 풍겼다.

토바르노프는 샌드위치와 음료를 건넸지만 여성은 먹지 않고 무언가에 홀린 듯 횡설수설했다.

얼마 뒤 자신을 42세 나데즈다라고 밝힌 여성은 토바르노프에게 자신의 감금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나데즈다는 아레핀스키 지역의 한 오두막집에서 26년간 갇혀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어머니 타티아나는 나데즈다가 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집에 가두고 외부 생활을 못하게 막았다.

나데즈다는 반발했지만 타티아나는 그가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장을 갖고 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정 형편이 어려웠음에도 사회복지사의 도움 등 주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적 혜택을 거부했다.

나데즈다가 감금됐던 장소는 처참했다. 그의 집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으며,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아 물도 나오지 않았다.

방은 들쥐와 고양이들의 털과 배설물로 가득했다. 구석에는 동물의 사체도 방치돼 있었다.

지역 당국의 조사 결과 나데즈다는 집에 감금된 26년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이 사료를 먹기도 했으며 2006년부터는 목욕도 하지 못했다.

나데즈다는 그간 타티아나의 눈을 피해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항상 한 침대에서 생활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타티아나가 돌연 쓰러졌고 이틈을 타 집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현재 타티아나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데즈다는 “내 인생은 고양이 보다 더 열악했다. 오히려 고양이에게 더 많은 자유가 있었다”면서 “나는 살아있는 죽은 자였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일을 하고 싶다. 직장과 여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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