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낭만현대무용 '슬리핑 뷰티'

심사위원 리뷰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슬리핑 뷰티’
  • 등록 2021-05-13 오전 6:00:00

    수정 2021-05-13 오전 8:41:29

(사진=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박재홍 한성대 교수]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는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작 ‘슬리핑 뷰티’를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월 26일부터 이틀간 공연했다. 1990년대 유럽에서 활동한 김성한을 주축으로, 2005년 민간 무용단으로 창단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는 서울 강동아트센터 상주단체를 거쳐 2020년부터 양천문화회관 상주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작 ‘슬리핑 뷰티’는 “꿈과 현실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안무가의 물음에서 알 수 있듯 꿈은 현실을 반영하지만 엄연히 현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양자 간의 필연적 괴리와 혼재를 샤를 페로의 원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플롯을 빌어 새롭게 재해석했다.

이 공연은 무대로 가는 우회 통로로 관객을 유도하면서부터 시작한다. 길을 따라 ‘마을’로 설정된 무대로 입성하면 일종의 콜라주처럼 다양한 프로젝션 이미지와 행위로 무대와 벽면 공간을 채운 ‘파티’가 한창 열리고 있다. 관객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심이 가는 출연자를 둘러싸고 그들의 행위를 관람하면서 한동안 출연자와 함께 ‘파티’를 구성하는 일원이 된다. 프로시니엄을 경계로 무대와 객석으로 나뉜 두 대립적 공간을 뒤섞고 시작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관점을 전환하도록 의식적으로 유도한 셈이라 읽혔다. 이윽고 마을의 요란한 ‘파티’를 마치고 관객이 객석으로 내려와 자리하면 마을은 초대받지 못한 자의 저주로 붉게 타오르고, 무대 위 분위기는 이내 폐허를 배경으로 꿈과 현실이 혼재하는 몽환의 혼돈에 휩싸이며 반전된다.

(사진=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사진=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사진=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미녀와 마을 사람들은 저주로 시작된 몽환적 혼란 속에서 각자 저마다의 이상을 꿈꾸기 시작한다. 나아가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품게 되면서 꿈을 실현시켜줄 구원자를 자신이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갈망하기에 이른다. 저주가 풀리고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미녀와 마을 사람들은 결국 구원자를 만난다. 그러나 안무가는 그 구원자를 초대받지 못한 자로 설정한다. 따라서 그들을 구원해 줄 수도 없으며 ‘초대받지 못한 구원자’라는 것으로 오히려 저주로 혼란을 초래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준다. 더구나 미녀와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저주를 받아 자기 자신의 꿈을 꾸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설정함으로써 꿈꾸는 자의 나약함도 화두로 제시한다. 안무가는 ‘이중적인 모습을 가진 꿈처럼 현실도 이중적이다’라는 명제를 이렇게 실현하고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19세기 초엽 유럽의 낭만주의(浪漫主義) 사조를 떠올린다. 당시의 극심한 사회혼란 속에서 현실과 그 현실을 벗어난 꿈과의 괴리를 파국으로 맞이하는 낭만주의 작품의 주인공을 불러내온다.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혼재 속에서 몽환적 삶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는 작금의 우리 예술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로써 이 작품은 부여된 소명을 다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극적 꿈일지라도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기에 현실과 꿈의 괴리가 있을지라도 허무적 낭만주의가 아닌 진정한 ‘낭만’으로, 낭만현대무용 ‘슬리핑 뷰티’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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