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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서울 성북구의 한 세차장에는 손님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세차장을 찾은 한 손님은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너무 심하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세차장 사장 문모(60)씨는 부랴부랴 음식 쓰레기를 주워담았다.
문씨는 “셀프 세차장에 딱히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 점을 악용해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셀프 세차장이나 빨래방 등 무인시설 가운데 손님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곳이 늘고 있다. 업주나 직원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일회용품이나 가정용 쓰레기까지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발견한 직원이 이를 제지해도 손님은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를 감시하기 위한 CC(폐쇄회로)TV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다. 무인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의식 제고와 함께 법적 제재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인 시설 점점 느는데…보는 눈 없다고 양심도 사라져
대표적 무인 시설인 셀프 세차장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사설 셀프 세차장 시공업체 ‘이건테크 셀세모’에 따르면 이 업체가 시공을 맡은 셀프 세차장은 지금까지 320곳(이달 현재)에 달한다. 2015년 150곳과 비교해 3년 새 2배 넘게 급증했다.
셀프 빨래방도 비슷한 속도로 늘고 있다. 셀프 빨래방 업체 크린업 24에 따르면 이달 현재 이 업체의 점포수는 351개로 2015년(154개)보다 2.3배 증가했다.
무인 시설이 늘면서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를 버리거나 오물 묻은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는 일도 덩달아 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셀프 빨래방에서 근무하는 김상현(24)씨는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손님이 강아지 털이 잔뜩 묻은 이불을 세탁기에 돌려놓고 가는 바람에 세탁기에 낀 털을 일일이 빼내야했다”며 “심지어 오물 묻은 이불이나 기저귀를 빠는 손님도 있는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빨래를 넣으면 기계가 고장 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인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직장인 윤모(28)씨는 “세탁기에 빨래를 넣기 전 먼저 안을 확인하지 않으면 세탁하러 왔다가 오히려 오물을 묻혀갈 수가 있다”며 “공용으로 쓰는 시설이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이용했는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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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감시 수도 없고…양심에 맡길 수 밖에”
상황이 이렇지만 ‘비매너’ 손님들을 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관리자들의 고민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셀프 세차장을 운영 중인 노재환(66)씨는 “쓰레기 불법투기 금지나 CCTV 감시 중이란 푯말을 붙여놨지만 여전히 쓰레기를 버리는 손님이 많다”며 “쓰레기를 버리다 적발되도 ‘안 버리면 될 것 아니냐’며 화를 내고 떠난다. 그래도 손님인데 매번 무단투기를 감시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전문가들은 시민의식 제고와 함께 법적 제재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승재 소상공인협회 회장은 “업주 입장에서는 CCTV와 표지판 설치 비용까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무인 시설을 내 맘대로 이용하는 것을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시민의식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셀프 세차장 등의 무인시설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비자 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특히 일부 소비자들의 비매너를 처벌할 법적 제재까지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