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한국판 인태전략, 어디까지 왔나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 등록 2023-04-04 오전 6:15:00

    수정 2023-04-04 오전 6:15:00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3월 초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필자는 인도를 방문했다. 2023년 G20 의장국 인도는 미·중 전략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강화된 자신의 위상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했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G20 외무장관들이 참석한 포럼에서는 최근 중국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국에게 묻고 있다. 한국의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에서 인도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인태 전략이 보다 구체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지역 전략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돌이켜보면, 2022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독자적인 인태전략 수립 계획을 밝혔다. 그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제23차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부는 한국의 인태 전략 핵심 요소를 처음으로 소개했고, 12월에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적으로 공표했다. 인태 전략의 지역적 범위는 아프리카 동안에서 아메리카 서안을 아우른다.

한국의 인태 전략은 세 가지 전략적 함의를 지닌다. 첫째,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포괄적 지역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과거 동북아와 아태 지역에 머물러 있던 한국의 지역전략 범위를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s)의 위상에 부합하게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또한 기존의 경제통상 중심의 협력에서 해양 안보, 역내 지역질서 재편 등 안보와 전략 분야에까지 한국의 지역적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둘째, 한국은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규칙 기반 질서’의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한국이 지향하는 지역질서 비전을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한국의 향후 대외정책의 전략적 방향성을 규정했다. 셋째, 한국의 인태 전략과 함께 ‘한-아세안연대구상(KASI)’을 발표해 아세안을 단순히 경제파트너가 아니라 ‘전략적파트너’로 간주하고, 안보와 전략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함의를 지닌 한국의 인태 전략은 공표하자마자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과 지지를 얻었다.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국제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고 핵 비확산을 촉진하기 위한 양국의 공동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또한 페니 윙(Penny Wong) 호주 외교부 장관은 “호주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의 인태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속한 후속 조치의 이행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지난 2월 초 외교부는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을 위해 외교전략기획관실 산하에 5명 규모의 전담팀을 설치했다. 그러나 한국의 인태 전략이 경제협력뿐 아니라 안보와 지역질서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지역전략이고 대상지역이 매우 넓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직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설치도 고려할 만하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인태전략 관련 후속조치를 조속히 추진하고 새롭고 구체적인 지역전략으로 발전시켜 실질적인 협력과제를 도출하고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태 전략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큰 만큼, 서둘러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의 대외전략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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