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원자재..도처에 '지뢰밭' 성장보다 내실 경영 나선 재계

대외 불확실성 대비하는 기업들
달러 약세 영향으로 원화 강세
유가·비철금속값 상승도 부담
올 수출 증가율 4%에 그칠 듯
현대기아차·현대重·삼성重…
목표실적 낮추고 임원 줄이기도
  • 등록 2018-01-04 오전 5:00:01

    수정 2018-01-04 오전 5:00:01

[이데일리 피용익 김정남 기자] 기업들이 연초부터 ‘위기’를 언급하고 있다. 환율 하락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대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에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가 올해 ‘내실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 역시 그만큼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64.5원을 기록하며 6거래일 만에 소폭 상승했다. 다만 전날을 제외하면 지난 2014년 10월30일(1055.5원) 이후 3년2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손에 꼽히는 게 달러화가 이상할 만큼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외환당국이 환율 하단을 막는 개입(달러화 매수)에 소극적인 것도 한 요인이다. 최근 지적학적 리스크가 점차 완화하는 점도 원화 자산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화 강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단기적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1.3%포인트 하락한다.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그냥 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변동 폭도 심하다”며 “중소기업들이 대비를 잘 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최윤규 중소기업중앙회 산업통상본부장은 “수출주도형 중소기업이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전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는 원자재를 수입하는 제조업체들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최근 국제 유가와 주요 비철금속 가격이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기업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은 올해 실적 목표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5년 전 수준인 755만대로 대폭 낮췄다. 이는 지난해 초 제시한 목표보다 8.4% 줄어든 규모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를 7조9870억원으로 잡았다. 매출이 14년 만에 10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수출이 올해는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록한 15.8%보다 대폭 낮아진 증가율이다. 원화 강세와 유가 상승,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하방 요인이 상존한다는 분석이다.

삼성·현대차·SK·LG·한화 등 주요 기업들은 내실강화로 이같은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보다 10.9% 줄어든 310명만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삼성중공업이 임원 수를 30% 축소하기로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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