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무법자, 전동킥보드]①"한 달 뒤 헬게이트 열린다"

인·차도 넘나들고 역주행 예사…전동킥보드에 `몸살`
사고도 증가세…2017년 340건, 올 상반기만 466건
정부는 되레 규제 완화…내달부터 13세이상 무면허
헷멜 미착용 범칙금도 없애 …`성급한 규제완화` 지적
  • 등록 2020-11-11 오전 5:03:00

    수정 2020-11-11 오전 7:26:00

[이데일리 정병묵 이용성 기자] “이제 한 달 뒤면 헬게이트(지옥의 문)가 열리겠네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전동킥보드 탓에 고민이 많다. 주중·주말 할 것 없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동네에 인도와 차도를 불문하고 달리는 전동킥보드 때문이다. 차도에서는 운행 방향을 거슬러 역주행하는 것도 예사 풍경이다.

김씨는 “킥보드 한 대에 둘이 올라 타고 역주행하는 연인들을 보면 아찔하다”면서 “안전도 안전이지만, 매장 앞이나 동네가 온통 전동킥보드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한탄했다. 그는 “규제를 더 엄격히 해도 모자랄 판에 다음 달부터 킥보드 규제를 푼다니 희한한 일”이라며 어리둥절해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 횡단보도 주변에 각종 전동킥보드가 불법 주차돼 있다. (사진=이용성 기자)


도심, 번화가를 막론하고 다니는 전동킥보드가 보행자와 운전자를 모두 위협하고 있지만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는 소식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이동 편의성을 증진하고 신종 스마트 모빌리티산업을 장려한다는 명분이지만 전동킥보드로 인해 다수 국민들이 받는 위협이 적지 않다보니 넌센스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지난 6월 경찰청과·행정안전부가 공포한 도로교통법·자전거이용법 개정안은 다음달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바뀐 규정은 이렇다. 기존엔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나이 16세 이상에 원동기 면허 소지가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13세 이상이면 무면허로 운전 가능하다. 헬멧을 쓰지 않을 때 내던 범칙금도 사라지게 된다.

전동킥보드의 인도 주행을 금지하고 자전거 도로로 다닐 수 있도록 했지만 이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인도 주행은 지금도 금지인데, 수많은 킥보드 이용자들이 버젓이 인도에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원동기 면허를 소지하지 않아도, 지금보다 더 어린 나이에, 헬멧 없이도 탑승이 가능해지는 셈.

실상은 전동킥보드 대중화로 사고 건수도 점차 늘고 있다. 최근 보험개발원·자동차공제조합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 접수건수는 2017년 340건에서 작년 722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466건으로 집계됐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 발의가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지난 6월 법 개정을 두고 다소 이른 규제 완화가 아니었나 하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개인형 이동수단의 관리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동킥보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제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우선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이용자 스스로가 인명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관계당국이 안전 운행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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