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철밥통’ 깬다…경영평가에 직무급 반영

기재부 공운위 ‘경영평가 편람’ 개정
직무급 도입하면 경영평가서 가점
경사노위서 정부·노조 논의 본격화
文대통령 “연공서열식 급여 맞지 않아”
  • 등록 2020-01-03 오전 7:41:12

    수정 2020-01-03 오전 7:41:12

문재인 대통령.[사진=이데일리 DB]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직무급을 도입한 공공기관이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 ‘철밥통’의 뿌리인 연공서열식 호봉제가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달 27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내년 경영평가부터 직무급을 도입한 기관에 가점을 주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공공기관 편람은 올해 실적부터 공공기관에 적용된다. 평가 결과는 내년 6월에 발표돼 공공기관 성과급 산정에 반영된다.

현재까지는 임금체계 관련 경영평가의 기준을 ‘합리적이고 공정한 보수체계를 운영하기 위한 노력과 성과’로 적용해왔다. 앞으로는 ‘직무 중심의 합리적 보수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기관의 노력 및 성과’, ‘합리적인 직무분석 평가·관리 여부’, ‘연공성에 의한 급여 비중이 감소했는지 여부’로 수정돼 적용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매년 편람 개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직무 중심의 보수체계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39개 공공기관 중 새만금개발공사,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재정정보원이 직무급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직무급제는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 정도 등으로 직무를 나눠 직무 평가·단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와 달리 개인의 역량이나 성과에 따라 임금이 달라진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박근혜식 성과연봉제에 반대한다”면서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 역시 맞지 않다”며 직무급제 도입을 시사했다. 공기업 직원(2018년 시장형 공기업 기준)의 평균 연봉은 8257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5대 부문 구조혁신(산업, 노동, 재정·공공, 인구대응, 사회적 인프라 확충)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노동혁신 분야에선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 △임금 연공성 완화를 시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정부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해서도 직무급 도입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작년 11월부터 기재부·행정안전부·고용부, 한국노총, 공익위원들은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임금 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병훈 공공기관위원장은 공공기관 임금 체계 개편과 관련해 “교환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어느 한 쪽만 챙기는 식으로는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 정부·노조가 각각 바라는 것을 주고받는 식으로 가야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호봉제 체제에선 승진을 못해도 버티기만 하면 매년 임금이 올라간다”며 “문재인정부가 성공하려면 호봉제 폐지처럼 ‘인기 없는 개혁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공기업 직원 평균 연봉이 7000만원을 넘어섰다.[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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