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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집단들은 그들의 자국 통화에 대한 모든 신뢰를 스스로 잃었다”며, 유럽의 가스 구매자들이 루블화로 대금을 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능한 이른 시일 내로” 이같은 조치가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들”에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 공급되는 제품이 그들의 통화인 유로로 결제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통화가치가 다시 오르려면 수요가 많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강제적으로 유럽의 가스 구매자들이 루블화를 쓸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이다. 가스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앞으로 루블화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 사용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은 이날 ㎿h(메가와트시)당 107유로를 기록, 전 거래일 대비 9% 상승 마감했다. 해당 가격은 일 년 전 대비 6배나 높은 것이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혼란에 빠졌다. 러시아 입장과는 달리 전쟁으로 가치가 불안정한 루블화를 사용하는 것에 위험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인 에너지 에스펙츠의 제임스 와델 유럽 가스 부문 고문은 푸틴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서방의 제재 속에서 러시아가 가스 계약을 완전히 망치려고 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오스트리아 석유화학 그룹인 OMV는 러시아에 가스 비용을 계속 유로로 지급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유틸리티 기업인 엔지 역시 루블화 지불 옵션이 애초 계약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