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SK이노 특허소송 그대로…'문서삭제' 안 통한 이유는(종합)

ITC, 소송 취소 요청한 LG엔솔 요청 기각
문서 보전 시점·침해 주장 특허 두고 '기싸움'
궁지 몰렸던 SK이노, 역전 발판 될지 관심
  • 등록 2021-04-02 오후 2:56:44

    수정 2021-04-02 오후 2:56:44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 전지사업부문)의 승리로 끝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달리 특허 침해 소송에선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총 두 건의 특허 소송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건은 지난 1일 내려진 예비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승리했다.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또다른 건은 LG에너지솔루션이 문서 삭제를 근거로 취소(제재)를 요청했지만 기각돼 그대로 진행된다. 양사 간 배터리 소송전이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ITC “특허 소송 취소해달라” LG엔솔 요청 기각

ITC는 1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096770)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특허번호 994) 침해 소송에 대해 제재해달라는 LG에너지솔루션의 요청을 기각한다는 내용의 결정문을 공개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으로의 LG에너지솔루션 인력 유출 문제로부터 불거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전은 ITC에서만 총 3건이 있다. 지난 2월 최종 결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승소로 끝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가장 먼저 제기된 건이고 여기서 특허 침해 소송이 파생됐다.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9월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며칠 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맞제기했다.

이번에 결정된 건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과 관련된 내용이다. 지난해 8월 LG에너지솔루션은 포렌식 결과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이유로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제재를 요청했다. 영업비밀 침해와 마찬가지로 특허 침해에서도 ‘문서 삭제’가 이뤄졌다는 주장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요청에 대해 ITC는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고 △문서가 잘 보전돼 있으며 △(삭제된 문서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거나 일반에 공개된 자료라는 점 등을 근거로 기각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 ITC가 예정대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비 결정은 7월30일, 최종 결정은 11월30일로 각각 예정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아우디, 재규어 등 전기차에 공급한 배터리에 대한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금지 명령과 구제 조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두 가지 쟁점은

①문서 삭제, 보전 의무 시점 차 vs 관련 없는 내용까지 적용


이번 결정을 두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해석이 엇갈렸다. 기각 당사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증거 보전 의무 발생 시점을 두고 ITC와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소송을 준비하려는 제품 분석 시점인 2019년 5월부터로 본 데 비해 ITC는 2019년 7월부터로 판단했다.

이에 비해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증거 인멸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관련 없는 내용까지도 문서 삭제를 무리하게 적용했다고 꼬집었다. ‘LG전자 행사’ ‘LG유플러스 모바일 결제’ 등 LG그룹 마케팅 파일로 관련성이 전혀 없는 문건이거나 파일이 들어 있지 않은 빈 폴더인데도 검색어 ‘LG’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문서 삭제 프레임을 들이댔다는 얘기다.

②SK이노의 특허994, LG엔솔 ‘A7’과 관련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이번 소송에서 침해 대상으로 규정된 특허번호 994 자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허 994가 출원된 2015년 5월 전에 이미 관련 선행 기술을 보유했고 실제 2013년 크라이슬러에 해당 기술이 적용된 ‘A7’ 배터리 셀을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특허 994는 LG에너지솔루션 출신 연구원이 개발하는 등의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이 훔친 기술과 영업비밀에 따른 ‘부정한 손’(Unclean Hands)이라고도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A7엔 특허 994가 포함되지 않았을 뿐더러 LG에너지솔루션이 관련 선행 기술을 보유했다면 특허를 등록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고 미국 특허청도 SK이노베이션의 특허 신청을 기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허 발명자가 LG에너지솔루션 출신이긴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A7을 적용한 2013년보다 5년 더 전엔 2008년에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했기 때문에 이직과 특허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특허 소송, SK이노 ‘기사회생’ 할까

이번 ITC 결정이 주목 받는 이유는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 예비 결정에서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나온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 섣불리 유불리를 따질 순 없지만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에서의 패소 이후 궁지에 몰렸던 SK이노베이션으로선 반전을 꾀할 카드가 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 본질을 다투기보다 합리적 근거 없이 문서 삭제 프레임을 주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소송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며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우월한 기술력과 차별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송 관련 쟁점을 정리해 가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로 소송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남은 소송절차를 통해 진실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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