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기술 안면정보 수집, 테슬라는 되는데 국내기업은 ‘불법’

중기부, 규제뽀개기 3탄 미래 모빌리티 규제 점검
모의재판 형식으로 모빌리티 분야 규제 불합리성 법률적 검토
법안 과잉해석부터 기준 미비한 분야까지
  • 등록 2023-08-28 오후 3:49:42

    수정 2023-08-28 오후 7:24:39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피고인은 초범이지만 범행기간 및 횟수 등을 고려해 징역 10월을 선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8일 오전 서울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내 모의법정.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를 개발하는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검사로부터 10개월 형을 구형받았다. 이 대표의 죄목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배달로봇의 주행 성능과 안전성을 향상하기 위해 불특정 행인들의 얼굴을 촬영한 뒤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킨 것이 죄가 됐다.

이영(왼쪽에서 다섯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열린 ‘모빌리티 분야 규제뽀개기 모의재판’을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비록 모의법정이었지만 대한민국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실제 뉴빌리티는 개인의 민감정보로 해석될 수도 있는 안면정보를 모자이크로 처리한 뒤 비식별 정보로 변환해 저장한다.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조치이지만 이 과정에만 5~10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세계 1위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는 이 같은 법망을 피해 자유롭게 안면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간 ‘통상조약’에 근거해 전국 5만대의 테슬라 차량이 안면정보 데이터를 별도의 추가 조치 없이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AI 알고리즘 향상에 활용한다. 국내 규제가 역차별까지 야기하는 셈이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모빌리티 분야 규제뽀개기 모의재판’에는 뉴빌리티 외에도 전기차 폐배터리 보관과 관련해 최성훈 에임스 대표, 선박수소연료전지 실증과 관련해 이칠환 빈센 대표가 각각 기소됐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폐배터리의 법정 보관기간을 30일로 규정하고 있다. 폐기물을 장기 보관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환경 오염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폐배터리를 쓰레기나 동물사체와 같은 폐기물로 적용한 ‘폐기물 관리법’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론을 맡은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변호사는 “폐배터리는 잔존 수명이 70~80%이기 때문에 재사용 및 재활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폐배터리’ 대신 ‘사용후 배터리’로 규정해야 한다”며 “이같은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80%가 그대로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칠환 빈센 대표는 국내에 규정 자체가 없는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선박분야의 테슬라’를 기치로 소형 수소선박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지난 4월에나 마련된 ‘선박수소연료전지 잠정기준’에 준해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마저도 ‘잠정’ 기준이어서 기준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

가령 잠정기준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가 설치되는 구역 전체를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모든 장비’에 방폭 기준을 강제하고 있으나 이는 국내에서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전세계 어디에도 이를 만족시키는 방폭 기준 제품이 없다. 수소선박을 개발하기 이전에 부품 개발에 먼저 나서야하는 형국이다.

경기동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잠정기준 제5조 제1항 본문에 ‘이 기준을 적용하기에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은 이 기준의 각 조항의 내용을 적절히 경감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라며 “적절히 경감이라는 점에서 합격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명확하지도 않다. 기준 자체가 미비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신산업 분야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고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제 수준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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