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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피해를 입은 직후 밖으로 빠져나와 곧장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파출소로 차를 몰아서 강간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술이 깨지 않은 상태였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5%. 그 결과 A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남성은 성폭행 혐의로 입건됐으나 “합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에서 범죄자로 전락한 A씨는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음주운전이 불법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음주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달라는 것이었다.
법원은 “A씨가 범죄 현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음주상태에서 차량 운전을 감행한 것은 강간을 당하고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며 “우월한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유일하고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설령 긴급피난이 아니더라도 정당방위에 해당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처벌하기 어려웠다.
A씨는 무죄 판결을 근거로 해서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자신이 받은 무죄 판결은 범죄 현장을 벗어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인정된 결과였고, 여기서 말하는 범죄 현장은 그날 강간이 일어난 숙소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합의된 성관계는 처벌할 수 없다’며 남자를 무혐의로 처벌했으니, 잘못이라는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을 심리한 헌재는 “남자를 다시 수사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A씨가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린 이유는 성폭행을 당한 게 아니고서야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