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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아르헨티나가 또 국가부도 위기에 빠졌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권단간 채무 재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다음달 2일로 시한을 연장하려 하지만,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먼 미봉책이라는 평가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권단간 협상 시한(22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22일까지 당장 갚아야 할 돈, 다시 말해 밀린 이자는 5억달러(약 6200억원)다. 아르헨티나가 이 돈을 갚지 못하거나 혹은 양측간 합의(만기 연장 등)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아르헨티나는 디폴트 선언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전망은 부정적이다. 채권단의 주요 구성원 중 하나인 자산운용사 그레이록 캐피털 측은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22일 데드라인을 일단 넘기기 위해 다음달 2일 연장안을 원하고 있지만, 채권단 측은 시큰둥한 셈이다. 채권단은 블랙록, 피델리티, 애시모어 같은 세계적인 ‘큰 손’ 자산운용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채권단은 아르헨티나가 디폴트 상태가 돼도 곧장 소송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에 나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가 그야말로 국제사회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디폴트를 여덟 차례나 겪었다. 이번에 또 국가부도에 빠진다면 아홉 번째다.
학계에서는 ‘아르헨티나 병(病)’으로 불리는 포퓰리즘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려고 화폐를 찍어내는데 익숙하다 보니 경제가 자생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8%를 기록했다. 자국 통화인 페소화 가치가 약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외면 받는 와중에 국내에 돈만 풀어서 생긴 초인플레이션의 폐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가 중남미를 강타하면서 경제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중남미는 중국→유럽→미국에 이은 새로운 핫스팟(hot spot·코로나19 빈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