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역량 빨아들이나…ARM CHINA 매서운 질주

ARM CHINA, 中정부계 펀드가 지분 51% 보유
인력 불과 1년 반만에 2배 가까이 증가…독자기술도 개발"
美 제재 中반도체 독자 생태계 가속화할 것"
  • 등록 2019-12-05 오후 5:38:28

    수정 2019-12-05 오후 5:38:28

△리차드 유 화웨이 소비사업부문 사장이 9월 6일 화웨이의 5G 반도체칩 ‘키린 990’를 발표했다. 이 기린 990은 미국의 거래제한 조치로 ARM이 발표한 최신 기술 CPU보다 한 단계 낮은 ARM의 ‘코텍스 A76’CPU의 기술을 사용했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영국 반도체설계 기업 암 홀딩스(ARM Holdings)의 중국 합작법인 암 차이나(ARM China)의 성장이 무섭다. 1년 반 만에 인원을 2배 이상 키우고 독자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 다툼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RM China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 설립된 ARM Holdings의 중국 자회사다. 지난해 6월 ARM Holdings의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는 ARM China의 주식 51%를 중은집단투자, 실크로드 기금, 중국투자(CIC) 등 정부계 펀드 등이 참가하는 컨소시엄에 매각, 중국 정부가 사실상 경영권을 쥐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가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ARM China는 처음에는 ARM이 가지고 있는 기술 라이센스를 중국 고객에게 주로 판매하는 업무를 했으나 최근에는 기술 개발 쪽으로 급속히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4월 기준 말 기준 ARM China 소속 직원은 341명에서 약 6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500명이 기술 인력이라고 한다.

이미 인공지능(AI)나 사물인터넷(IoT)을 위한 4가지 주요 기술을 개발해, 20~30개의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중에서 주목받는 것은 독자개발한 ‘산하이’(山海)라고 불리는 데이터보안 시스템이다. 기밀성이 높은 데이터의 누설 등을 방지하는 기술로, 중국의 암호화 기술 표준을 따르고 있다.

ARM China의 성장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맞물린다. ARM은 세계 반도체 설계 시장 90%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 독점 회사다. 삼성전자조차 중앙처리장치(CPU)의 코어 설계는 ARM에 의존해왔다. 삼성전자는 CPU 코어를 독자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2010년부터 진행해왔지만 지난달 경우 이를 포기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만큼 ARM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반도체 제작의 기반이 되는 핵심 역량이다.

여기에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한 미·중 갈등은 반도체 기술을 하루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중국의 위기감을 더욱 키웠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화웨이를 미국 안보에 위협에 미치는 기업인 ‘엔트리리스트(EL)’에 등재해 미국 정부의 허락 없이는 미국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이 조항이 미국의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을 25% 이상 사용한 미국 외 기업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ARM China는 자신 역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에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ARM China의 최대 고객은 화웨이의 반도체 제조 자회사 하이실리콘이다. 화웨이가 제작하는 스마트폰 핵심 반도체 ‘기린’의 기판(아키텍처)은 ARM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고가 스마트폰에는 ARM의 그래픽코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메이트 30’을 출시했으나, 미국의 제재로 ARM의 최신 기술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비슷한 시기 나왔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이 ARM의 최신 CPU ‘코텍스’ A77를 적용한데 반해, 메이트30는 이전 버전인 코텍스 A76을 사용했다.

ARM은 이후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 대부분 기술이 저촉되지 않는다는 자문을 받은 후에야 10월 거래를 재개했다. 다만 관계자에 따르면 여전히 일부 기술은 공급제한이 걸려있다고 한다.

11월 되서야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화웨이와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정부의 판단으로 미국 통신망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제품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마련하는 등 ‘화웨이 조이기’의 고삐를 놓치지 않는 상황이다. 언제든지 거래가 차단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독자 기술을 개발해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ARM China는 2021년 중국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2025년에는 영국 본사의 매출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다. 중국정부가 주창하는 ‘중국제조 2025’의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11월 중국 난징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행사에 강연자로 참여한 왕다쥔 ARM Chin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외부세력의 압력은 중국 제품 개발을 가속화해 생태계를 넓히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