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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 다툼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RM China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 설립된 ARM Holdings의 중국 자회사다. 지난해 6월 ARM Holdings의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는 ARM China의 주식 51%를 중은집단투자, 실크로드 기금, 중국투자(CIC) 등 정부계 펀드 등이 참가하는 컨소시엄에 매각, 중국 정부가 사실상 경영권을 쥐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가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ARM China는 처음에는 ARM이 가지고 있는 기술 라이센스를 중국 고객에게 주로 판매하는 업무를 했으나 최근에는 기술 개발 쪽으로 급속히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4월 기준 말 기준 ARM China 소속 직원은 341명에서 약 6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500명이 기술 인력이라고 한다.
이미 인공지능(AI)나 사물인터넷(IoT)을 위한 4가지 주요 기술을 개발해, 20~30개의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중에서 주목받는 것은 독자개발한 ‘산하이’(山海)라고 불리는 데이터보안 시스템이다. 기밀성이 높은 데이터의 누설 등을 방지하는 기술로, 중국의 암호화 기술 표준을 따르고 있다.
여기에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한 미·중 갈등은 반도체 기술을 하루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중국의 위기감을 더욱 키웠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화웨이를 미국 안보에 위협에 미치는 기업인 ‘엔트리리스트(EL)’에 등재해 미국 정부의 허락 없이는 미국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이 조항이 미국의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을 25% 이상 사용한 미국 외 기업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ARM China는 자신 역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에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ARM China의 최대 고객은 화웨이의 반도체 제조 자회사 하이실리콘이다. 화웨이가 제작하는 스마트폰 핵심 반도체 ‘기린’의 기판(아키텍처)은 ARM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고가 스마트폰에는 ARM의 그래픽코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ARM은 이후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 대부분 기술이 저촉되지 않는다는 자문을 받은 후에야 10월 거래를 재개했다. 다만 관계자에 따르면 여전히 일부 기술은 공급제한이 걸려있다고 한다.
11월 되서야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화웨이와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정부의 판단으로 미국 통신망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제품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마련하는 등 ‘화웨이 조이기’의 고삐를 놓치지 않는 상황이다. 언제든지 거래가 차단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독자 기술을 개발해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ARM China는 2021년 중국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2025년에는 영국 본사의 매출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다. 중국정부가 주창하는 ‘중국제조 2025’의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11월 중국 난징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행사에 강연자로 참여한 왕다쥔 ARM Chin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외부세력의 압력은 중국 제품 개발을 가속화해 생태계를 넓히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