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여 전에 이미 사고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를 시작으로 사고 직전까지 총 11건의 신고에서 시민들은 “죽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위험 징후가 명백했음에도 막지 못한 전형적인 인재였단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청이 1일 공개한 112신고 접수 녹취록엔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현장의 위험천만한 모습이 담겼다. 거듭된 신고에 경찰은 “확인하겠다, 출동하겠다”고 답했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
바로 잡을 기회는 있었다. 경찰청은 앞서 2015년 발주한 ‘다중 운집 행사 안전관리를 위한 경찰 개입 수준에 관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다중 운집 행사의 유형을 포괄해 정리하고 안전관리계획 작성을 의무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 앞서 미국과 일본, 홍콩 등이 압사 사고로 인명 피해를 입은 뒤 마련한 인파 관리 매뉴얼을 교훈 삼지도 않았다.
참사가 난 해밀통호텔 옆 골목이 ‘죽음의 골목길’이 된 데에도 안전불감증이 영향을 미쳤다. 용산구와 해밀톤호텔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사고 골목과 접한 해밀톤호텔의 일부 공간은 불법 증축된 상태다. 호텔 본관의 북측에 있는 주점이 테라스(17.4㎡)를 무단 증축해 쓰고 있다. 이 때문에 골목길 폭은 3.2m로 더 비좁아졌다. 유동인구가 많은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이태원역으로 향하는 T자형 골목의 병목현상을 심화해, 사고 위험이 커진단 인식을 하지 않은 셈이다. 용산구는 지난해 이런 사실을 확인해 호텔 측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고, 시정되지 않자 강제이행금을 부과한 뒤 해밀톤호텔 본관을 위반건축물로 표기했다.
이날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은 “세월호 이후에도 바뀐 게 없는 것 같아 슬프다”며 “인명사고가 크게 났을 때에만 반짝하지 말고 정부도 우리도 모두 안전을 최우선으로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