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문의 세상보기)도시 재생사업이 성공하려면…

  • 등록 2007-09-20 오전 10:01:00

    수정 2007-09-20 오전 10:01:00

[이데일리 이기문 칼럼니스트] 영국에도 도시재생사업이 있었다. 1998년 신노동당 정부가 출범하면서 커뮤니티 뉴딜정책을 10년의 장기정책으로 고안, 1998년 17개 지역에서 출발한 도시 재생사업은 이듬해 22개 지역을 추가로 지정, 영국전역 39개 지역에서 시행됐다.

10년간 총 20억 파운드(약 3조8000억원)를 쏟아 부어 열악한 주거환경의 악순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당시는 주택가격이 낮고, 공가율이 높아서 지역내 주택수요가 없는 상황이었으며 단독가구의 거주비율 또한 높았다. 따라서 지역 내의 다양한 계층에서 나오는 수많은 의견으로 의사결정에도 어려움이 많았고 이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돼 반사회적인 행동이 빈발되기도 했다.

영국정부는 시장중심이 아닌 거주자 중심의 주택공급원칙을 세웠다. 지역의 이미지 관리전략을 세우고, 주택 리모델링을 통해 도시재생지역내 주택들의 구매를 장려했다. 개발초기단계부터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으며 물리적 환경개선을 위한 정부차원의 투자도 이뤄졌다. 그리고 지역 내 주민들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를 대비한 규정을 마련하는 등 사회질서유지 등의 보안체계도 강화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어떤 지역의 인기를 높이기 위함이 아닌 그 지역의 사람들이 행복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사람중심’의 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 내의 시민들이 꿈꾸는 지역을 만든 것이다. 주택 환경 개선 및 녹지 조성과 같은 물리적 시설정비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떠한 지원시설이 필요하며 그 총체적인 대안이 무엇인지를 주민들과 직접 협의, 지역주민들의 생활변화를 질적으로 향상시키도록 했다. 그리고 도시 정비 사업을 마무리한 후에는 매년 주민조사를 통해 지속적인 평가가 이뤄졌으며 5년 단위로 도시 재정비 사업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활용, 재생사업 후에도 유지 보수 및 보다 나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듯 선진국의 도시정비사업은 주로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쇠퇴하는 도심을 재활성화 하거나 쇠퇴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용도 및 기능구현 중심의 도시개발이 이뤄졌으며 시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계획됐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서울의 뉴타운사업, 대전의 원도심 활성화사업, 인천의 노후한 구도심의 기능개편사업 등은 낙후된 구도심을 정비해 동일 도시 내의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취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노후주택이 밀집된 구시가지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도시 재생사업은 단순한 주거공간 조성과 확장에 치중되고 있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재생이 아니라, 오히려 거주하고 있던 시민들이 지역 내에서 추방당하는 등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시공사에게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줌으로써 정경유착의 새로운 고리로 만들기도 했다.

도시재생사업의 추진배경에 있어서도 선진국과는 사뭇 다르다.

영국의 경우는 도시가 쇠퇴되면서 부동산의 가치가 많이 떨어져 정부의 지원없이는 민간의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조건에서 추진됐지만 우리나라의 도시 정비는 지역의 주택이 노후되기는 했으나 토지가격이나 가치가 높아 대부분 민간기업들이 큰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재생사업에 달려들었다. 거기에 단체장들의 업적쌓기도 한몫을 했다.

진정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려면 첫째, 지역여건과 지역주민들의 실정을 철저히 파악해 지역주민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이후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제 자리에서 다시 생활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들이 선행돼야 한다. 사후의 부담금 문제로 인해 그 지역에서 쫓겨나는 일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둘째, 물리적인 낙후성에만 착안할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역사 등 원주민의 재정착과 지역사회의 특성이 회복되는 등의 지역사회의 통합에 중점을 두는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는 지역균형발전의 차원에서 도식적으로 재생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대상지구를 선정함에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해당지역의 도시기반시설의 확충 지원하는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재생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

넷째는 대상지구의 선정기준에 따라 선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체계와 평가체계를 마련해 각각 어떤 지원 모델을 만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또 지역주민이 지원모델을 스스로 인식해 그들이 재생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의 반대 의사가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민협조체제하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정비작업이 선행되도록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등이 무분별하게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시범사업지역을 선정해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그 지역에 맞는 도시재생이 이뤄지도록 함으로서 타지역으로 재생사업이 순차적으로 확대되도록 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관련부처간의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위 특별법에 반영돼 정부차원의 지원의지가 마련되고 지역 주민들이 선택하고 참여해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이기문 변호사(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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