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노정익 현대상선사장 "난세에 강하다"

  • 등록 2005-10-09 오전 11:25:37

    수정 2005-10-07 오후 5:05:22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노정익 현대상선(011200)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23일 대표이사 직함을 뗐다. 그렇다고 변한 것은 없다. 노 사장은 오전 7시면 적선동 현대상선 12층 집무실에 어김없이 출근해 업무를 본다.

회사 측은 "이사 임기 만료로 노 사장은 대표이사 자리만 내놓은 것일 뿐 사장 직은 계속 수행하게 된다"며 "현정은 그룹회장이 이미 내년 정기 주총에서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2002년 9월 중간에 임기를 맡아 올해 9월이 3년이 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3년 전인 2002년 9월 24일 노 사장은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다음날 현대그룹의 대북 5억달러 송금설(說)이 터졌다. 현대상선은 당시 유동성 위기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해 있었다.

"대북송금 의혹으로 부도설까지 돌았습니다. 악성 부채가 계속 돌아오는 데 은행이 잔뜩 움츠리더군요" 노 사장과 같은 날 현대상선에 들어온 오동수 현대상선 상무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노 사장은 회사에 들어오자 마자 은행부터 돌아야 했다. 만기 사채를 연장하기 위해서였다. 그 와중에 자동차 사업부도 팔아야 했다. 당시 회사 매출의 20%에 이르는 알짜 사업부였다.

노 사장도 "현대상선 사장으로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자동차 사업부를 매각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해 12월 10일. 사장으로 부임한 지 3개월여만에 매각 협상을 타결지었다. 매각 대가도 1조8000억원이나 챙겼다. 장부상 가치 5000여억원보다 값을 3배를 높게 받았다. 오 상무는 "시장이 노 사장의 능력을 믿은 결과"라고 말한다.

노 사장은 난세(亂世)에 강하다는 말을 듣는다. 험난한 길을 걸어오면서도 꿋꿋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현대 그룹 시절에는 경영권 분쟁인 `왕자의 난`을 겪었다. 현대상선 사장 시절에는 인력 구조조정, 대북 5억달러 송금 특검, 유동성 위기, KCC와 경영권 분쟁 등을 겪었다.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한 지 불과 3년만에 발생한 사건들이다.

그 기간 현대상선은 좌초위기에서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계열사로 거듭났다. 실적이 이를 증명해 준다.

지난해 현대상선은 30년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04년 영업이익은 5548억원으로 2002년 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알짜 사업부던 자동차 사업부를 팔았는데도 이 만큼이나 늘었다. 

노 사장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지난 3년간 국내 해운업체는 사상 최고 호경기를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상선 직원들은 "실력과 운을 함께 갖췄다"고 그를 평한다.

노 사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서울고-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래 재무분야에 대부분 일했다. 재무 관련 자격증도 4개나 된다.

이런 배경을 알고 노사장을 보면 놀란다. 격식이 없기 때문이다. 와인이나 맥주보다는 막걸리를 좋아한다. 이 때문에 고대 출신으로 오해받을 때도 많다. 평소 과묵하지만 사람을 깊게 사귀는 편이다. 한번 목표가 정해지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 편이다.  

최근 현대그룹이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해임으로 어수선하다.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시작한 대북사업은 위기에 처했다. 난세가 또 시작되는 지금, 노 사장이 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관심이 쏠린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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