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2001)중국 WTO 가입, 국제무역 새 질서 예고

  • 등록 2001-01-01 오전 10:19:28

    수정 2001-01-01 오전 10:19:28

2001년 국제 무역계의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는 ‘예정된 사건’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다. 그것이 갖는 의미는 한마디로 차별없는 경쟁의 무대로 중국이란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 헤비급과 플라이급의 자유 경쟁 15억 인구의 대륙은 문호를 개방하게 된다. 군침을 삼키던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 들어가 외국기업으로서의 차별을 받지 않고 중국기업들과 동등한 기회를 누리며 경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중국기업들도 자신들은 제품을 외국시장을 향해 별다른 제약없이 선보이게 된다. WTO에 이미 가입된 나라들은 마찬가지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 호혜의 원칙에 따라 자국 기업과 똑 같은 대우를 하게 된다. 사실 한 나라의 WTO 가입이 ‘그리 대단한 문제일까’라고 생각할 수있다. 그러나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WTO 가입이 가져올 충격파가 그리 간단치 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경을 없는 것으로 만들어 자유롭게 무역한다는 관세무역자유협정(GATT) 시절부터의 논리를 단순하게 생각하면 별 게 아니다. 그러나 자유 무역이란 이상을 쫓을 만한 공정한 경쟁구조가 국제경제계에 갖춰져 있는가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 국가간에는 환율의 차이가 있고 각 국별로 강한 산업과 약한 산업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같은 차이는 WTO 체제하에서 합리적인 소비자들로 하여금 싸고 좋은 물건(어느 나라가 만들었는가는 나중에 생각하고) 쪽으로 몰리게 할 것이며 결국 무역 역조로 연결될 소지가 충분하다. 자유무역이란 이상을 쫓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어진 플레이어들간의 처지가 동등하지는 않다. 때문에 WTO는 헤비급과 플라이급간의 자유로운 경쟁으로 비유되고 한다. 중국의 WTO 가입은 정교한 기본기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초강력 ‘빤찌’(펀치)를 갖고 있는 준 헤비급 선수가 한 명 더 링위로 올라왔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어떨까. ◇ 97년 오픈게임에서의 기억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20세기의 대미를 장식한 일대 사건이었다. 놀란 토끼 눈으로 한국을 비롯한 태국 말레이시아등 아시아의 많은 정책 담당자들은 도대체 원인이 무엇이었을까를 찾고자 부심했다. 내/외부의 이런 저런 이유들이 갑론을박으로 제기됐다. 부실덩어리를 왕창 끌어안고 있는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금융구조 같은 것들이다. 기업구조조정 금융구조조정은 오늘날까지도 외환위기 당사국에서 해결과제로 남아있는 뿌리깊은 사안이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다. 국제경제를 무대로 한 거시경제적 차원에서도 원인이 지적됐으니 바로 중국이 강력한 무역경쟁국으로 등장하면서 외환위기국들이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란 요인이 지적됐다. 중국은 89년 천안문사태를 계기로 서방의 심한 무역제재를 받았다. 외국인투자가 거의 끊어졌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 같은 서방투자의 공백을 메운 것이 동남아 일대 화교경제권으로부터의 투자였으며 이후 메이드 인 차이나를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갖고 세계의 저가품 시장을 휩쓸었다. 한국의 경우는 약간 상황이 달랐지만 태국 말레이시아등은 중국과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외환위기로 연결되는 주요 원인의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즉 중국에 밀려 무역기조가 흔들리게 되면 시시각각 통화가치를 시장 수요에 맞춰 평가절하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정책적인 차원에서 통화가치를 시장의 평가보다 높게 유지했으며 외환투기꾼들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일거에 환율이 급등하고 외국돈이 이탈하는 외환위기로 연결됐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은 또다시 이 같은 결과를 몰고 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물론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했으니 대처하는 능력이 다르겠지만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아무런 장벽을 거치지 않고 거래된다면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나라들의 제품은 시장을 잃게 될 공산이 적지 않다. 일본의 일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 국가에 따라 산업별로 역할분담을 하는 ‘기러기 형’ 국제 분업구조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국가 주권이 살아있는 한 국제사회에서 그 같은 발전형태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다. 또 그렇게 되더라도 일 국가 차원에서 일어나게 될 산업구조조정의 고통을 피하기는 어렵게 된다. 중국의 WTO 가입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97년의 아픈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충격파의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 앙상블의 공세 중국의 WTO 가입은 역사적으로 그 출발점이 50여년 그 전신이었던 GATT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50년 대만은 GATT에서 탈퇴했다. 72년 중국이 유엔으로부터 합법적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GATT 회원국이 될 자격을 얻었지만 이데올로기가 강했던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86년 가입신청서를 제출했으나 94년 가입에 실패했으며 결국 WTO 체제가 출범한 95년 옵저버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을 위한 기반정비를 끝내고 내년초 가입이 거의 기정사실화돼 있는 상황이다. 가입하면 경제 산업적으로 어떤 측면들이 변하는가.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조치들을 몇가지로 요약한다면 관세인하, 쿼터철폐, 투자허용과 자유로운 환율변동등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무역에서 관세율은 9.4%(일부 품목은 7.1%)로 인하된다. 화학제품에서도 원료인 경우 관세율은 0%가 되며 중간제품은 5.5%, 완제품인 경우는 6.5%가 된다. 물론 일정 시차를 두고 점차적으로 내리는 업종도 있고 바로 시행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쿼터(외국제품 수입허용량) 역시 순차적으로 없어지거나 필요한 최소 수준으로 떨어진다. 외국인투자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등 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분야에서도 당장 49%까지 외국인투자가 가능해지며 2년후에는 50%까지 소유하게 돼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관세인하 쿼터철폐 투자허용등은 호혜원칙에 입각해서 중국이 하는 만큼 다른 WTO 가입국들도 중국에 대해 같은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한편 자유로운 환율변동은 일정한 밴드를 정하는 중간단계를 취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율변동제로 전환된다는 원칙에 중국과 미국등 다른 WTO 가입국들이 합의한 상태다. 물론 중국의 WTO 가입을 방어적인 차원에서 어려워하는 입장에서 맞을 필요는 없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중국의 WTO 가입은 다른 많은 제품들이 뚫고 들어갈 시장이 확대된다는 좋은 의미를 갖는다. 수출품목의 관세가 인하되고 쿼터제한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장에 대중국 수출은 늘어날 수있다. 그러나 중국의 저가 제품에 의한 시장 잠식등도 고려해야만 하는 사안이다. 안그래도 중국산 고추가루 마늘이 한국시장을 장악한 지 오래이며 이 같은 경향은 더욱 강해질 수있다. 나아가 중국의 WTO 가입이후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들은 외국자본과 중국의 노동력을 결합해서 만들어내는 ‘앙상블’ 제품이란 분석이 많다. 외국인투자가 들어가 널리 알려진 브랜드 제품을 저임노동을 기반으로 만들어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들어올 경우 한국이 액면비교에서 우위를 점하는 산업분야에서도 이들 앙상블 제품에 무너질 수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내년에 1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당장의 효과는 외국인투자의 증가에 의한 경제성장이겠지만 아시아 각국에 수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중국은 WTO 가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GDP 성장률 8.2%로 개도국 최고의 성장률을 바라보고 있으며 미국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작아진 파이를 중국이 상당부분 차지할 수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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