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의 ‘영·리해(Young·Understand)’ 행사다. 젊은이들의 꿈, 경험, 실패, 좌절, 성취를 듣고 이해하고 세대 간 소통·공감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날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대선 출마를 묻자, 김 전 부총리는 “오늘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청년들”이라며 청년들을 취재해 달라고 주문했다.
|
이날 행사는 청년들이 주인공이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행사 모두발언에서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전 부총리는 “청년들과 소통하려면 기성세대들이 3가지 잘못된 신화(믿음)를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나 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었어”, “청년들이 더 노력해야 해”, “어른들이 한 수 가르쳐줄게”다. 이 착각에 빠져 있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 전 부총리는 “‘나 때는’이라고 말할 게 아니라 ‘지금 청년들이 더 힘들어’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충북 음성군이 고향인 김 전 부총리는 청계천 판자촌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상고를 졸업한 뒤 주경야독으로 행시에 합격했다. 그럼에도 김 전 부총리는 “요새 젊은이들은 대학 나와도 직장 잡기 어렵다”며 “저 때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하지 못하고 쉬는 인구는 237만 4000명으로 역대 최대다.
끝으로 김 전 부총리는 “‘어른이 한 수 가르쳐줄게’가 아니라 ‘청년들 얘기를 들을게’라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주대) 총장 시절에 대화를 해보면, 학생들은 얘기를 할지 말지를 빠른 시간에 판단한다”며 “마음의 문이 한 번 닫히면 다시는 열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음의 문을 닫히지 않게 하려면 눈높이를 맞추고 청년들 얘기에 경청해야 한다는 거다.
|
김 전 부총리는 내달 초중순께 출간되는 저서를 통해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 부총리는 이 책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은 무엇인지 △해법을 어떻게 실천할지 등이 담겨 있다고 했다. 김 전 부총리는 “공직 34년의 경험과 부총리 퇴임 후 지난 2년 6개월간 지방 곳곳을 다니면서 보고 공부하고 느낀 것을 녹인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저서가 발간되면 김동연 전 부총리 대선 출마설이 다시 부상할 수도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에 대해 “흙수저에서 시작해서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경제대통령 얘기를 꺼내 들며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만큼 ‘세력’이 많지 않고 정치인 경험이 없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김 전 부총리는 대선 출마에 대해 “그런 것에 대한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형식적으로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 반을 성찰하고 국가나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혁신, 사회적 이동, 공감과 소통 측면에서 말만 앞서는 게 아니라 작은 실천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대망론이 비상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