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한 펀드자산·손실 숨기는 운용사…새우등 터지는 개미

[개미 잡는 부실 공정가치]
펀드 청산 앞두고 부랴부랴 손실 반영
운용보고서 믿은 개인 투자자 '날벼락'
"올해 만기 도래 규모 상당해…손실 커질 수도"
  • 등록 2024-02-16 오전 12:43:00

    수정 2024-02-16 오전 6:08:57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지영의 기자]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수익률이 줄줄이 손실구간으로 진입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운용사들의 소극적인 자산평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부분 운용사들이 ‘객관적인 시가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외 부동산 가치 폭락을 펀드 수익률에 제때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꿎은 개인투자자들이 운용보고서만 믿다가 하루 아침에 손실이라는 날벼락을 맞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 운용보고서에 기록된 숫자보다 실제 손실은 더 클 것이란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한 ‘미래에셋맵스 9-2호’ 펀드는 작년 11월 초까지만 해도 20%대 수익률을 기록하다가 부동산 매각가를 반영하면서 같은 달 말 갑자기 수익률이 마이너스(-)51%로 곤두박질쳤다.

이 펀드에 투자한 A씨는 “매각 1년 전까지만 해도 자산 가치 하락이 크지 않다고 해놓고 막상 펀드 청산을 앞두고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하면서 갑자기 손실을 안게 됐다”면서 “갑작스러운 매각으로 원금 절반 이상을 날릴 수 있다는 말은 단 한 차례도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항공우주국(NASA) 본부 입주 건물을 자산으로 한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17년 설정된 이 펀드는 7년 운용 기한이 다가오면서 5년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0.9%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던 이 펀드는 한 달만인 지난 1월 말 기준 운용 손실이 -44%로 급격히 확대됐다. 펀드 만기를 앞두고 부랴부랴 뒤늦게 제대로 된 자산 가치를 적용한 결과다.

해외 부동산 펀드 수익률이 제멋대로인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부동산펀드는 집합투자기구로 분류돼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재산 평가 규정에 따라 보유자산 가치를 1년에 한 번씩 가치를 평가한다.

다만 평가 방법이 문제다. ‘시가에 따라 평가’하되 평가일 현재 신뢰할만한 시가가 없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정가액으로 평가한다. 즉, 최근처럼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실질적으로 가격을 측정할만한 시가가 없다면 운용사 내부에서 꾸린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에서 △취득가 △거래가 △채권평가사 등 제3자평가 가격 중 한 가지를 선택해 가치 평가를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 청산 전까지 굳이 자산 가치 하락 폭이 큰 거래가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운용사들이 손실 인식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운용 보고서만 믿다가 펀드 만기를 앞두고 급작스러운 원금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판매된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1조478억원이다. 이중 올해 만기 도래 물량은 4104억원에 이른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시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 규모가 상당한데 작년 한 해 워낙 상업용 부동 가치 하락이 컸던 만큼 이것이 고스란히 손실로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 스트레칭 필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