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ABC가 3대 방송사 중 처음으로 애플컴퓨터와 제휴 관계를 맺은데다 CBS와 NBC까지 가세함에 따라 신(新)-구(舊) 미디어 간 제휴가 더욱 빨라지는 것은 물론, 미디어 업계 전반에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바이아컴 계열의 CBS는 케이블 회사 컴캐스트와, 제너럴 일렉트릭(GE) 계열의 NBC는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 코퍼레이션 계열의 위성방송 회사 다이렉트TV와 손잡고 프라임 타임 시간의 인기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CBS는 컴캐스트의 디지털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들에게 `서바이버`, `CSI 과학수사대`, `NCIS`, `어메이징 레이스` 등 4개 인기 프로그램을 편당 99센트에 판매할 계획이다.
CBS와 NBC의 이같은 행보는 경쟁사 ABC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트 디즈니 계열의 ABC는 지난 달 애플의 비디오 아이팟에 `위기의 주부들`, `로스트` 등 현재 미국 내 최고 인기 프로그램들을 편당 1.99달러에 제공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뉴미디어 업체들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고자세를 유지하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뉴미디어 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기술 발전이 얼마나 빨리 미디어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뉴미디어 업체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컴캐스트는 미국 전역에 2100만명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940만명이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신-구 미디어 간의 제휴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컴캐스트의 브라이언 로버츠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수문(floodgates)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