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하고 담백한 영양식, 비수기 없는 것이 강점

  • 등록 2008-06-10 오전 9:00:00

    수정 2008-06-10 오전 9:00:00

[이데일리 EFN 임명숙 객원기자] 닭고기는 나라와 세대를 초월해 각광받는 음식으로 칼국수와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닭칼국수는 삼계탕과 함께 단백질을 보충하고, 진하고 담백한 육수의 건강식으로 꼽히는 좋은 음식이다.

해물에 비해 닭 냄새가 나거나 자칫 느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꺼리기도 하지만, 제대로 조리한다면 오히려 담백한 육수를 즐길 수 있다. 최근엔 해물칼국수가 대세인데 반해, 닭칼국수로 인기를 얻고 있는 집들이 있어 벤치마킹해 본다.

◇ 건강식, 식재료 비용 절감, 담백한 맛

날씨가 꾸물꾸물하거나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여지없이 칼국수가 생각난다.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 맛에 마음속까지 개운해진다. 칼국수는 다양한 식재료에 따라 그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지금이야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지만,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때에는 특별한 날이나 행사 때 먹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주로 메밀면이 흔했고, 밀가루가 귀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리와 밀 수확이 끝날 즈음인 유월 유두(六月流頭 : 음력 6월 15일)에는 햇 밀로 칼국수나 전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경남지방에서 즐겨 먹었던 닭칼국수는 모심기가 끝난 후 농민들이 영양 보충식으로 즐겨먹었을 정도다.

칼국수는 면과 육수, 고명으로 들어가는 식재료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음식으로 변신한다. 멸치, 바지락, 사골, 쇠고기 등 다양한 맛의 육수와 감자, 호박, 배추, 버섯, 부추 등 각종 채소를 활용해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 다양한 메뉴개발이 가능하다.

닭칼국수는 소화를 돕고 몸을 보호하는 건강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칼국수 집에서 닭칼국수를 접하기 힘들어졌다. ‘닭한마리’집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웰빙 붐에 힘입어 해물이 각광받으면서부터다.

하지만 닭칼국수는 웰빙 트렌드와도 잘 맞는다. 닭칼국수의 주재료인 닭고기 때문이다. 닭고기는 단백질이 높아 뼈대와 세포조직 형성은 물론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다. 가슴살도 다른 동물성 식품에 비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는다.

육질이 연하며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해 소화흡수 또한 잘된다. 칼로리가 낮아 체중을 조절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음식으로 꼽힌다.

◇ 수정식당, 보양식 버금가는 깊은 맛과 정성


서대문 적십자병원 후문에 자리한 '수정식당'은 다양한 닭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수정식당' 박수현 대표는 집에서 직접 기른 닭과 한약 재료로 쓰이는 엄나무, 오가피, 헛개나무, 조릿대, 항기나무 등의 한약재를 닭칼국수 식재로 활용한다.

한 그릇에 4000원 하는 가격대에 비하면 그 어떤 칼국수 집보다도 내용물이 알차다.
 
이곳에서 나오는 각종 채소 역시 박수현 사장이 직접 재배하고 만든 것이다. 때문인지 국물 맛도 여느 닭칼국수 집보다 진하고 깊은 맛이 배어 있다.

단, 여러 가지 한약 재료를 넣다보니 다른 닭칼국수에 비해 약간 짙은 색을 낸다. 처음엔 진한 색깔 때문에 약재의 농도를 맞추느라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한다. 한약 재료로 인해 육수가 너무 텁텁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닭칼국수의 담백하고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수정식당'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맛을 전한다.

마치 삼계탕 한 그릇 먹고 난 듯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서 술을 마신 고객들은 국물과 함께 먹으면 숙취가 덜 느껴진다고까지 한다. '수정식당'의 주 고객은 인근 오피스가와 병원직원, 병원을 찾는 고객이 주류며, 연령층 또한 다양하다.

메뉴는 닭곰탕(5000원)과 닭개장(5000원), 닭죽(6000원), 닭무침(1만원), 닭한마리(1만3000원)가 전부다. 닭죽은 찹쌀과 닭육수, 마늘만 넣어 만들어 담백하면서 구수한 맛이 난다.

'수정식당'에서 직접 개발한 닭무침은 각종 야채와 양념장과 겨자를 넣고 버무려 새콤한 맛에 술안주로 인기다. 닭한마리는 닭을 찢어 쌈을 싸먹는 것이 이색적이다.

'수정식당'의 음식을 집에서 직접 재배한 재료로 만들어 어머니가 해주신 맛 이상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5년 전 약재를 너무 많이 넣어 닭육수 색깔이 많이 짙었죠. 손님들이 거부반응을 보이더라구요. 오가피를 많이 넣게 되면 육수가 까맣게 되는 것을 알았죠. 손님들이 한 번만 드셔도 몸이 개운하고 보양이 되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세요.”

남성들은 주로 닭곰탕, 여성들은 얼큰한 닭개장과 닭칼국수를 즐겨 찾는다. 칼국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는 익힌 깍두기와 익히지 않는 겉절이로 구색을 맞췄다.

'수정식당'은 몇 테이블 안 되는 작은 규모지만, 이집의 진 맛을 알고 찾아오는 단골 고객이 주류를 이룬다.

◇ 일산칼국수, 365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맛

일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한번쯤 가봤을 법한 '일산칼국수'. 서울까지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지난 82년부터 2대에 걸쳐 운영해오고 있는 '일산칼국수' 메뉴는 닭칼국수(6000원) 한 가지다. 여름엔 냉콩국수(6000원)를 내기도 한다.

가격은 5000원이었는데, 올 1월부터 원재료 상승으로 인해 1000원을 올렸다.
“닭칼국수는 질리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는 음식이에요. 한참 해물칼국수가 유행일 때도 잠깐 그쪽으로 휩쓸렸던 고객이 결국, 닭칼국수 맛이 그리워 다시 찾더라구요. 예부터 밀은 닭으로 다스리라는 말이 있어요. 밀은 찬 음식이라 바지락보다는 닭과 궁합이 잘 맞아요.”

면은 매장에서 직접 밀가루를 배합해 기계로 반죽하고, 칼로 써는 전담직원이 있을 정도다. 칼로 썬 면은 끈기가 살아있고 물에 끓여도 잘 불지 않아 다 먹을 때까지 쫄깃한 맛이 유지된다.

'일산칼국수'의 특징은 맛도 맛이지만, 칼국수와 고명으로 올려지는 닭고기의 양이 푸짐하다. 134석 규모에 하루 1000여 그릇이 소비되며, 포장고객만 해도 평일에는 150, 주말엔 500그릇까지 판매된다.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는 '일산칼국수'로 인해 비슷한 동종업소도 많이 생겼지만, '일산칼국수'의 맛을 따라오지 못해 고전하다 문을 닫는 사례도 많았다.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그 맛과 푸짐한 양에 경쟁력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김인성 사장의 얘기다.

'일산칼국수'는 닭육수와 해물육수를 함께 배합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고명도 닭고기와 바지락을 함께 낸다.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닭의 담백하고 진한맛과 해물의 시원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닭은 반드시 생닭을 쓴다. 도계장에서 닭을 잡아 바로 사입하기 때문에 고기 맛이 살아있다. 닭뼈는 보통 2시간 정도 고와 육수를 낸다. 김치는 매일 겉절이를 만드는데, 하루에 200포기씩 담는다. 닭칼국수는 1년 내내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강점이다.

뜨거운 음식이지만 보양식으로 인식한 탓인지, 여름이 성수기다. 겨울엔 주로 점심시간이 집중적으로 바쁘고, 여름엔 저녁 늦게까지 고객이 줄을 잇는다. 단, 조류독감이나 닭 가격의 변동 폭이 클 때 매출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일산칼국수'의 변함없는 맛과 푸짐함에 고객은 다시 찾아오고, 빠져나갔던 매출은 다시 제자리를 찾곤 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원자재 가격이 올라 식재료 비중이 30%에서 45% 정도로 상승했다.

닭칼국수 외에 다른 메뉴 도입에 대해 의견을 물었으나 워낙 닭칼국수 한가지로 고객들 반응이 절대적이라 다른 메뉴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28년 동안 오로지 닭칼국수 하나에 매달려온 것이 업소 번성을 이뤄낸 것이 분명했다.

부침이 심한 외식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장인정신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잃지 않았던 것이 성공의 포인트다.


* 닭칼국수 맛있게 끓이는 법

닭고기는 끓는 물에 미리 데쳐 핏물과 불순물, 지방을 깨끗이 없애준 뒤 삶는다.
닭고기를 삶을 때는 뚜껑을 덮고 삶아야 육질이 촉촉하고 쫄깃하다.
면은 기계보다는 손으로 직접 썰어야 쫄깃한 맛이 오래 유지된다.
면은 따로 삶은 뒤 육수를 부어야 맑은 육수와 면의 쫄깃함을 느낄 수 있다.

[ 도움말 : 월간 외식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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