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신약 유례없는 풍년..과연 시장성은?

동아에스티, '슈가논' 국산신약 26호 허가..올해 5개 배출
대다수 신약, 경쟁약물보다 늦게 시장 진입..시장성 물음표
"신약개발 노하우 축적..혁신신약 초석 마련"
  • 등록 2015-10-12 오전 2:05:00

    수정 2015-10-12 오전 2:05: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국내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유례없는 풍년을 맞았다. 하지만 상당수 국산신약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 제품보다 시장 진입 시기가 늦어 시장성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우려가 많다. 다만 신약 개발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신약 개발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동아에스티(170900)의 당뇨치료제 ‘슈가논정’이 지난 2일 국산신약 26호로 허가받았다. 이로써 국내업체가 배출한 신약은 지난 1993년 SK케미칼의 ‘선플라주’ 이후 32년 만에 26개로 늘었다.

특히 국내제약사들은 올해 들어 지난 2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아셀렉스캡슐’을 시작으로 동화약품의 ‘자보란테정’,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주’와 ‘시벡스트로정’에 이어 총 5개의 신약을 배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2000년대 들어 집중적으로 신약개발에 뛰어든 성과가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산신약이 성공 보증수표?..‘낙관은 금물’

업계에서는 잇단 국산신약 허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시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제기한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다국적제약사와의 경쟁을 뚫어야 하고, 심지어 국내업체들이 내놓은 수십개 복제약(제네릭)과도 경쟁해야 할 정도로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 대다수의 신약이 이미 유사 치료제가 포진된 영역에 뒤늦게 진입한 탓이다.

이번에 허가받은 ‘슈가논’은 국내업체가 발굴한 세 번째 당뇨치료제이지만 관련 시장은 이미 전쟁터다. 슈가논은 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DPP-4)를 저해하는 작용기전을 갖는 ‘DPP-4 억제계열’ 약물이다. 이미 같은 계열 당뇨치료제는 8개 품목이 포진해있다. 지난 2008년 MSD가 최초의 DPP-4 억제 계열 당뇨약 ‘자누비아’를 내놓은 이후 노바티스(가브스), 아스트라제네카(온글라이자), 베링거인겔하임(트라젠타), LG생명과학(제미글로), 다케다(네시나), 한독(테넬리아), JW중외제약(가드렛) 등이 같은 계열 약물을 내놓았다.

LG생명과학이 지난 2012년 말 제미글로를 발매한지 3년만에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발매 초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산신약’이라는 후광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탓이 컸다.

최근 등장한 신약들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허가받은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의 ‘아셀렉스’는 콕스-2(COX-2) 억제 계열로 불리는 소염진통제다. 화이자의 ‘쎄레브렉스’가 같은 계열 약물로 소염진통제 중 가장 많은 700억원대 매출을 국내에서 올리고 있다.

아셀렉스는 보험약가 등재 절차를 거쳐 지난달 발매됐는데, 지난 6월 쎄레브렉스의 특허만료로 무려 92개 업체가 쎄레브렉스의 제네릭을 발매했다. 결국 아셀렉스는 쎄레브렉스를 포함해 90여개 업체와 한정된 시장을 두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슈펙트·제피드·레보비르 등 경쟁약물에 밀려 고전

이미 과거 일부 국산신약들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고배를 든 경험이 있다.

일양약품(007570)은 지난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슈펙트’를 내놓았지만 아직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슈펙트의 경쟁약물로는 노바티스의 ‘글리벡’과 ‘타시그나’, BMS의 ‘스프라이셀’이 꼽히는데 유일하게 슈펙트만 글리벡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약물들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초기진료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슈펙트의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아직 사용량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일양약품은 최근 완료된 임상시험 자료를 토대로 조만간 슈펙트가 1차치료제 지위를 획득하면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W중외제약(001060)은 지난 2011년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를 내놓았지만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자이데나’, ‘엠빅스’ 등 국내외 업체들의 발기부전치료제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2012년 수십개의 비아그라 제네릭이 쏟아지면서 제피드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지난 2007년 발매된 부광약품(003000)의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는 2009년 2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유사한 시기에 발매된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넘어서지 못했다.

2007년 출시된 BMS의 ‘바라크루드’가 우수 효능을 앞세우면서 시장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급기야 부광약품은 바라크루드의 제네릭 판매에 나섰다. 한때 경쟁약물의 제네릭을 팔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신약개발 노하우 축적..혁신 신약 개발 초석 닦았다

이에 반해 보령제약(003850)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종근당(185750)의 당뇨치료제 ‘듀비에’ 등 다국적제약사보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으면서도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하는 사례도 있다. 카나브는 수백개의 유사 고혈압치료제가 포진했음에도 국산신약 중 가장 많은 연간 3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듀비에 역시 유사 약물의 안전성 논란과 특허 만료 등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발매 2년째인 올해 매출 100억원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산신약들의 시장 진입이 늦었음에도 개발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더욱이 최근에는 개발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동아에스티의 ‘슈가논’은 이미 허가받기 전 해외 20여개국과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시벡스트로는 국내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판매되기 시작했다.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는 105개국에 수출이 예약됐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단장은 “지금까지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역량을 충분히 습득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면서 “제약사들이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기존에 없는 혁신신약(First-in-class)이 많다. 5~6년 후에는 새로운 개념의 신약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국산신약 허가 현황 및 생산실적(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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