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와 '고스톱' 할 날 정말 멀지 않다

'10년 후 먹고살게 할' 아이템 25가지 뽑아
개발·연구 진행현장, 현실화과정 등 보태
'막연한 기술' 아닌 '눈앞의 기술'로 부각
▲알아두면 쓸모있는 미래기술 25|이데일리 미래기술 특별취재팀|208쪽|이데일리
  • 등록 2019-01-02 오전 12:12:00

    수정 2019-01-02 오후 6:06:20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삼성개발자컨퍼런스에서 구현한 ‘폴더블 디스플레이.’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인 폴더블폰은 이미 포화상태인 스마트폰 시장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이데일리 미래기술 특별취재팀이 뽑은 ‘미래기술 25’에 들었다(사진=삼성전자·이데일리DB).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그저 한때 유행일 줄 알았다. 부풀었다가 폭삭 꺼질 거품이려니 했다. 잘 모르니 한마디씩 던질 수 있는, 치고 빠지는 수완처럼도 보였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늘 듣고 말해온 ‘신기술’ ‘첨단기술’이었는데, 그런 건조한 용어로 한 데 뭉뚱그릴 게 아닌가 보다. 나노니 바이오니 유전자니, 진짜 ‘첨단’이야 그러려니 하겠다. 그런데 자동차니 휴대폰이니 컴퓨터니 인터넷이니, 어제도 쓰고 오늘도 보고 있는 일상의 물건이 싹 달라진다고 하질 않나.

지난해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어려울 거 없다. 바뀌는 세상풍경, 달라지는 일상의 물건, 바로 그거다. 핵심은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는 거, 아니 오히려 더 단단해질 태세라는 거. 유행도 아니고 거품도 아니고 수완도 아닌. 그럼에도 아직은 말들이 많다. 낙관과 비관에 걸친 줄타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쪽에선 획기적인 삶의 질과 내일을 바꿀 산업지도에 한껏 들떠 있고, 다른 한쪽에선 그 지형이 바꾼 똘똘한 사물이 뒤흔들 일자리와 먹거리가 걱정이다.

둘 다 맞다. 괜히 ‘혁명’이겠는가. 세상이 뒤집힌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젠 그게 뭔지 제대로 아는 일이 필요할 거다. 4차 산업혁명, 도대체 그 안에는 뭐가 들었는지. 혁신이라면 어떻게? 기술이라면 무엇이?

이데일리 미래기술 특별취재팀이 그 궁금증을 풀어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거대한 그림만 그린 건 아니다. ‘10년 후 우리는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란 구체적인 질문으로 범위를 좁히고, 25가지 미래기술을 답으로 삼아 그 언저리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봤다. 25가지를 무작위로 뽑아낸 것도 아니다. 기술트렌드를 주도하고 산업적인 영향력을 막강하게 휘두를 아이템을 신중하게 골라냈다. 나노테크, 양자컴퓨터, 유전자가위, 에너지저장장치(ESS), 뉴럴 프로세싱 유닛(NPU) 등 대중에게 아직은 생소한 기술부터 드론, 홀로그램, 5G,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클라우드 등 이제는 조금 만만해진 유망기술까지. 개발·연구가 진행되는 현장, 기업이 바짝 달라붙어 현실화하는 과정, 해결과제 등을 조목조목 불러냈다.

△내 일자리·먹거리 바꿔줄 ‘차·폰·가위·로봇’

25가지 미래기술의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와 딱 붙어간다. 바로 ‘초연결’ ‘초지능’이다. 태생은 잊은 채 닥치는 대로 연결해 옆의 기능을 가져다놓는 똑똑한 물건들이 넘쳐난다는 소리다. 전화기인 주제에 가전제품을 주무르고 뇌도 없는 스피커가 감히 말을 건다. 그런 만큼 책은 초연결·초지능으로 요약되는 미래기술의 막강한 파워를 전하는 데도 무심하지 않다. 가령 “현재 컴퓨터가 10억년 걸려 풀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단 100초 만에 끝낸다”는 매사추세츠공대 연구원의 단언을 붙이고, 집채만한 배터리를 모아놓고 필요할 때 전기를 빼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억척스러운 기능을 설명한다. 2∼3분 충전해 500∼700㎞를 주행할 뿐더러 용광로에서도 터질 일이 없다는 ‘수소전기차’, 20만번 접었다 펴도 흠집 없이 정상 작동된다는 ‘폴더블폰’도 호기심을 건드린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아이템의 연결고리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IoT)은 나노기술이나 빅테이터 없인 될 게 아니고, 360도를 빙빙 돌리는 디지털 홀로그램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5G시대가 와줘야 하는 거다. 물론 5G 인프라가 탄력을 받으려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좀더 나서줘야 하는 거고.

다만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술은 없더란다. 책은 그 하나하나가 길게는 수십년 짧게는 몇년 새 한 번쯤 세상에 선뵀던 형태와 연계돼 있다는 것을 찾아내는 데도 신경을 썼다. 이런 거다. 1925년 ‘아메리칸 원더’란 차가 있었다. 운전자가 없는 데도 스스로 움직여 사람들을 놀라게 한. 뒷차의 신호를 받아 움직이는 무선조종차였는데, 이것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꿈꾸게 한 건 물론이다. 2013년 삼성·LG전자가 내놨다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플렉시블폰’도 결국 폴더블폰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었다고 했다. 이뿐인가. 사물인터넷은 1999년 영국 P&G에서 립스틱 재고파악을 위해 달았던 칩에 기원을 뒀고, 1970년대 중반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한 홀로그램이 요즘의 그것과 무관치 않다고도 했다.

△공상과학 아닌 현실과학…이해·정서까지 읽어야

그렇다면 남은 건 ‘언제쯤’이 될 터. 25가지 기술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길게 잡아도 10년 안팎이다. 그중 자율주행차는 당장 3년 내 그간의 성과가 뽑힐 거란다. 2021년께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고도의 자율주행이라 할 ‘레벨4’를 구현할 택시를 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내 차의 핸들에 대고 “고, 스톱”만 외치면 가고 멎는 게 가능한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것도 길어야 2030년이라고 했다.

‘10년 뒤 먹고살게 할’에 방점을 찍은 이유라 할 거다. 미래기술이 ‘막연한 기술’이 아니라 ‘눈앞의 기술’이란 점을 부각해 현실감을 띄운 듯 보인다. 그런데 관건은 추진력. 기술을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과학으로 끌고 갈 인프라 말이다. 책은 각각의 기술에 가로막힌 장벽을 드러내는 데도 애를 썼는데. 그중 하나, 이런 게 읽혔다. 사람이 기술을 마다할 때는 사실 기술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란 것. 엉뚱하게도 ‘이해’와 ‘정서’에 부딪혀서란 거다. 예컨대 폴더블폰이 미래기술로 진짜 우리를 먹여 살릴 거라면, 왜 굳이 접어야 하는지를 납득시켜야 성공할 수 있단 소리다. 권상준 한국IDC 수석연구원의 인용은 꽤 적절해 보인다. “기존과 차별화하지도 않고 폴더블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함도 없이 그저 접히기만 한다면 그냥 값비싼 ‘접히는 폰’에 불과하다”는 거다. 흔히들 믿는 가격정책보다도 더 중대한 사안일 수 있단 뜻이다.

구석구석 읽을거리에 더해 책의 미덕은 ‘쉽다’에 있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풀기 시작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법. 눈높이를 한 뼘 이상 낮춘 글쓰기부터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되레 지나치게 평범하다 싶어 ‘이게 무슨 미래기술?’ 했다면 나름의 성과를 거둔 거다. 그래, 이 ‘별것 아닌’ 25가지가 이제부터 당신의 일자리를, 먹거리를 바꿀 참이라는 역설. 투자를 하든 개발을 하든, 아니라면 ‘식후한담’에라도 25가지는 당분간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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