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재정은 용기있는 결단…연금· 지방교육교부금 개혁도 동반돼야”[만났습니다]①

[만났습니다]전영준 한국재정학회장
"나라살림 잘하려면 내집살림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야"
"지출 조정으로 경기둔화시 재정대응 여력 확보해야"
"재정준칙 달성하려면 재정제도 전반 개혁 함께가야"
  • 등록 2022-08-30 오전 3:00:01

    수정 2022-08-30 오전 3:00:01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나라 살림을 잘 운용하려면 내집 살림을 어떻게 꾸리는지에 대입해 생각하면 됩니다. 내집 살림을 운용할 땐 옆집 빚이 더 많다고 우리집이 빚을 더 내도 된다고 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빚을 내는 경우에도 그대로 방치한 채 자식에게 떠넘기지도 않는다는 걸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영준 한국재정학회장이 19일 서울 한양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전영준 한국재정학회장(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은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올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07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해 온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 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5년새 400조원 가량 불어났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재정 운용 기조를 확장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긴축에 나서기로 했다.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으로 씀씀이를 줄이는 한편, 공공부문 개혁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본예산 규모는 추경을 포함한 올해 예산보다 대폭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나라살림 규모가 전년대비 줄어드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아울러 오는 2025년까지 유예기간을 뒀던 정부의 기존 재정준칙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로 관리 목표를 단순화하고,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시행 시점도 유예기간 없이 재정준칙의 근거를 담은 국가재정법이 통과되는 즉시 바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전 회장은 윤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만 재정준칙의 목표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유지해 나가려면 연금 개혁과 지방교육교부금 개편 등 전반적인 재정 제도 개편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윤석열 정부가 밝힌 긴축 재정 운용 기조에 대한 평가는.

△지난 정부에서는 재정이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용된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코로나19에 대응한 긴급재난지원금만 해도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맞았지만, 매월 월급을 받고 소득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 나같은 사람도 받았다. 노인 일자리나 청년 고용 지원금 등 효과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지출도 컸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도 남발됐다. 어느 정부나 돈을 푸는 것이 표를 얻는 데 유리한데, 윤 정부가 긴축 재정으로 건전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힌 것은 상당히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 긴축 재정 기조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단지 재정 지출의 총량을 늘린다고 해서 경기 둔화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 부양에 효과가 있는 지출에 적극 나서기 위해서라도 낭비되는 지출에 대한 감축이 필요하다. 아울러 경기 전반에 큰 충격이 오는 경우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입 의지를 밝힌 재정준칙에 예외 조항을 설정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준칙 정부안에서 설정한 채무 관리 수준은 적정한가.

△정부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0%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0% 이내로 관리하겠단 것이다. 준칙 자체만 놓고 보면 방향이 나쁘지 않지만, 보완돼야 할 부분도 있다. 재정준칙을 준수하기 위해선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의무적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개선 없이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돈은 적고 나가는 돈은 많아지는 연금, 세수의 일정 비율을 떼어줘야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재정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연금 재정재계산을 5년 주기로 할 때마다 급여액을 낮추든지 보험료율을 높이든지 점진적으로 개편을 해왔다면 부담이 적었겠지만 계속해서 개편을 미뤄왔기 때문에 부담이 더 커졌다. 기금 고갈을 막고 현상 유지에 필요한 보험료율만 해도 현재의 두배 이상인데, 한 번에 이같은 개편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당장 조금씩이라도 개편에 나서는 게 미래 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 건 정치적 부담이 있더라도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한다. 관료들도 소속 부처가 담당하는 사업이 축소될 것이란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국가 미래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내국세에 연동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쌓이고 있다.

△정부도 개편 필요성을 밝혔지만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아닌,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도 쓸 수 있도록 개편하는 수준에 그쳤다. 내국세수에 연동하는 교부금 산정방식은 인구가 늘어나는 1972년도에 도입돼 50년간 유지됐다. 재원을 억지로 떼어놓아서라도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지도 정책에 반영됐는데, 이제는 역사적 소명을 다한 정책이다. 이제는 교육 예산 역시 필요한 금액을 산정해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방 재정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나.

△현재는 중앙 정부의 재원 조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자체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미미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 재정 형편에 따라 지방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지만, 현재는 이 제도가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필수적인 지출에 대해선 중앙 정부 이전재원으로 충당하더라도, 재량 지출에 대해선 지방 정부가 자체 조달을 통해 지출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국유재산 매각을 늘리겠다는 것에 ‘특권층 배불리기’란 지적도 나오는데.

△정부가 놀리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면 민간에서 그 자산을 활용한 데 따른 조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자산 매각 대금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조세 수입이 발생하는 것이다. 재산 매각 과정의 투명성이나 합법적인 활용 등에 대한 관리는 필요하지만, 민간에서 해당 자산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고용과 소득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꼭 특권층만의 이익이라고 보기 힘들다.

전영준 한국재정학회장은…

△1964년 경남 마산 출생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제학 박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기금운용평가단 평가위원 △정부혁신 지방분권 위원회 재정세제 전문위원 △사회보장위원회 재정통계 전문위원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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