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상장사들이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증권가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 증시를 압박하던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2분기께 해소되면서, 3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우상향에 나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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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실적’ 내놓은 기업이 44.6%
1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 상장사의 실적 발표가 70%(시가총액 기준) 이상 진행된 가운데, 44.6%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시장 기대치 수준에 부합한 상장사는 14.6%였고,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낸 ‘어닝 쇼크’ 기업은 40.8%로 집계됐다.
또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합은 전년 동기보다 43% 줄어들었지만,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졌던 시장 기대치는 11% 상회하며 기대 이상의 어닝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적이 기대를 웃돌자 시장은 조심스럽게 향후 전망을 올려잡고 있다. 현재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0.2% 줄어든 173조원 수준이다. 다만 한 달 사이 0.9% 증가한 만큼, 추가 상향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256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48.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 달 사이 1.9% 늘어난 수준이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이어진 기업 이익 하향 조정은 이제 바닥 다지기 구간에 진입했다”면서 “시장은 특히 오는 3분기 이익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분기 바닥·3분기 전환 기대…IT와 반도체는 변수
실적이 반등하면 코스피의 상승세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51포인트(0.22%) 내린 2491.00에 거래를 마쳤다. 마디지수인 ‘2500선’에서의 횡보가 길어지고 있다. 실적 부진 탓에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 수준으로 가격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의 수익성이 좋아진다면 PER 부담은 낮아지고 주가 상승 여력은 더욱 커진다. 이에 3분기부터 코스피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를 지나는 현재가 매수의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조선이나 화학, 디스플레이 등 대다수의 업체와 달리 소비자들의 심리와 밀접한 정보기술(IT)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반도체도 변수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감산’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지만, 수요 회복의 시그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감산을 통해 공급을 줄이더라도 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면 업황 개선 시점은 지연된다.
거시경제 상황도 봐야 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하며 성장을 지원했지만, 이번에는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은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하더라도 추가 재정지출을 하기는 어렵다. 한국 정부 역시 6월 이후 2024년 예산안을 발표하는 가운데, 재정혁신을 강조하고 있어 ‘돈 풀기’에는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기업들의 이익 반등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통화정책까지 감안하면 지수가 횡보와 상승을 반복하는 계단식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