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찾아서)(23)골리앗에 맞선 다윗..삼성 프린터

세계 최소형 컬러 레이저 CLP-300
출시 1년만에 세계 2위로 껑충
  • 등록 2007-11-26 오전 9:25:00

    수정 2007-11-27 오전 11:05:10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명품'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고객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하려면 괜찮은 품질과 적당한 가격만으로는 부족하다. '쓸만한' 제품들은 얼마든지 널려있기 때문이다.
 
명품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있다.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얽힌 배경과 스토리를 사면서 자신도 그 속의 일원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업은 명품을 만들려고 애를 쓰며 명품은 다시 그 기업을 돋보이게 한다.  
 
이데일리는 우리 기업들이 정성을 쏟아 만든 대한민국 대표명품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대표상품들의 위상과 현주소를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더 많은 명품탄생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우선 이 광고부터 보자. 작년 9월 삼성전자가 프린터 신제품 'CLP-300'을 내놓으면서 내보내기 시작한 TV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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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P-300의 TV광고
이 광고가 나오자 사람들의 관심은 새 모델 유인영에게 쏠렸다. 전지현·김태희에 이어 삼성 프린터의 3번째 모델이 됐다는 점 때문이다.

신인 모델이었던 전지현은 삼성전자(005930)의 '마이젯' 광고에서 현란한 테크노춤을 선보이면서 시쳇말로 '떴다'. 이걸 기억하는 사람들은 삼성 프린터 광고를 무명 신인을 하루 아침에 스타로 바꿔주는 요술상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직원들도 마이젯 광고를 두고 '삼성 프린터가 전지현을 광고해 준 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프린터 시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전문가들은 좀 달랐다. '컬러 레이저 프린터도 TV광고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더 놀라워했다.

잉크젯은 가정용, 레이저는 사무실용이라는 구분이 여전히 강한데다 컬러 레이저 프린터는 '웬만한 사무실에서도 찾기 어려운' 희귀한 전문가용이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컬러 레이저 프린터는 그동안 TV에 나올 일이 없었다. 사무실용 또는 전문가용 시장만 공략하던 제품이라 온가족이 둘러앉은 저녁시간에 비싼 광고비를 내고 TV에 모습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CLP-300은 컬러 레이저 프린터를 집안에도 들여놓으라고 외치며 내놓은 첫 작품이었다. CLP-300을 세계에서 가장 가볍고 가장 작은 컬러 레이저 프린터로 만든 것도 책상위에 부담없이 올려놓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덕분에 CLP-300은 '처음으로 TV광고에 등장한 컬러 레이저 프린터'라는 타이틀도 같이 거머쥐게 됐다.

그리고 이 프린터는 전세계가 삼성 프린터를 다시 보게 만든, 대표 모델로 떠올랐다.

이 제품이 나오기 전인 2006년초까지 세계 레이저프린터 시장점유율이 5%를 밑돌며 5위권에서 뛰던 삼성전자가 1년만인 2007년 2분기에 17%의 점유율로 세계 2위 타이틀을 차지한 것은 이 '꼬마 컬러 레이저' CLP-300의 공이다.

▲ 초소형 레이저를 가능케 한 신개념 원통형 토너


세계 최소형 컬러 레이저프린터를 만드는 게 가능했던 건 몇가지 숨은 기술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발휘됐다. 여러가지 기능을 담은 회로를 하나의 칩으로 구현하는 시스템온칩(SoC) 기술로 부피를 줄이고 '원통형 토너'라는 개념을 적용해 또 한번 부피를 줄였다.

삼성전자는 CLP-300의 히트에 힘입어 세계 최소형이라는 타이틀은 유지하면서 스캐너와 복사기 기능까지 넣은 컬러 레이저 복합기 '레이'도 선보였다. 레이는 아예 프린터 모양의 캐릭터로 개발해서 TV광고에 단독으로 출연시켰다.

▲ 레이를 의인화한 캐릭터. 컬러 레이저 복합기도 개인 소비자들에게 팔겠다는 발상이 담긴 시도다.

삼성은 왜 이 프린터를 개발했을까. 삼성전자의 프린터 사업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동안은 늘 1등은 고사하고 2등도 넘보기 어려운 위치였다. 국내에 프린터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잉크젯 프린터도 만들 줄 몰라서 외국 업체로부터 물건을 사와서 상표만 바꿔 팔기 시작한 게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의 첫 출발이었다. 늘 따라가는 미투(ME TOO)제품만 만들던 삼성전자가 '세계 1등'이라는 타이틀을 딴 것은 2005년 A4 평판 흑백 레이저 복합기 부문에서였다.

A4전용에다 흑백에, 레이저에 프린터도 아닌 복합기라는 복잡한 카테고리를 뒤져서 겨우 찾아낸 1등 기록이라고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삼성 프린터의 약진을 예언한 첫 신호탄이었다.


이미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잉크젯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고 레이저프린터에 올인해 왔다. 앞으로 레이저프린터가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했지만 잉크젯은 삼성이 강점을 갖기 어려운 분야였기 때문이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달면 뭐든지 잘 팔리는 국내에서조차 잉크젯 프린터 부문에서는 2위에 만족해야 했던 건 애초부터 그 분야 출발도 늦고, 그러다보니 선발주자들의 특허장벽에 둘러싸여 기술력을 발휘하기도 어려웠던 삼성의 태생적 한계일수도 있었다.

삼성이 레이저프린터에 올인한 것은 비교적 시장의 초기단계에 뛰어들어 대등하게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레이저프린터의 핵심 부품은 프린터를 동작시키는 지휘자 역할을 하는 엔진인데 삼성은 HP도 못만드는 엔진을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는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라고 자랑했다.

프린터 업계에는 휴렛패커드(hp)라는 난공불락의 거인이 있다. 전세계에서 팔리는 프린터 두 대 중 한대가 hp제품이다. '프린터는 hp프린터와 hp가 아닌 프린터로 나눈다'며 콧대높은 마케팅을 펼치는 회사다.

삼성이 앞으로 뚫어야 할 기업용 시장도 hp가 장악하고 있다. 삼성이 프린터 시장을 신성장엔진의 하나로 정하고 뛰어든 것은 프린터보다 더 수익성이 좋은 소모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기업용 프린터 시장을 자꾸 넘보는 것도 기껏해야 하루에 10여장 뽑을까 말까 하는 가정용 제품으로는 고수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컬러 레이저 프린터 시장에서 2년도 안돼 2위로 성큼 뛰어오르며 'hp'와의 한판승부를 위한 도전장을 따낸 삼성전자가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이 될 수 있을 지가 흥미를 끄는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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