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 '전쟁' 선포한 윤석헌, 은행장과 첫 만남

금감원장, 23일 은행장과 첫 간담회
업계, '전쟁' 선포한 금감원장 발언에 촉각
25일엔 국회 정무위 최초 업무보고
  • 등록 2018-07-23 오전 5:00:00

    수정 2018-07-23 오전 5:00:00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금융 감독 혁신 과제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회사와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시중 은행장과 만난다. 금융사들은 2년 만의 종합 검사 제도 부활 등 윤 원장이 주도하는 금감원의 감독 강화 방침에 내심 불만을 가진 터라 윤 원장이 ‘적진’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윤 원장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장과 간담회를 갖는다. 윤 원장이 국내 은행장과 얼굴을 맞대는 것은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이다. 이번 간담회는 전국은행연합회 초청으로 마련했다. 연합회는 앞서 지난 5월 말 최종구 금융위원장, 지난달 중순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연합회 자체 이사회 종료 후 만찬 자리에 초대한 바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에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연합회 사원 은행장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 등 국내 대표 은행이 모두 연합회 사원 기관이다. 윤 원장 다음으로는 현 정부의 ‘재벌 개혁’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초청한 상태다.

윤 원장은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지난 12일 증권업계 대표와 먼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최근 증권업계는 배당 오류로 인한 대규모 허위 주식 거래나 공매도 주식의 결제 불이행 사태 등 내부 통제 실패 사례가 연달아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증권업계뿐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질책했다. 따라서 이번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금감원이 바라보는 은행권의 핵심 문제점을 콕 짚어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은행권에도 최근 대출 금리 부당 부과 사태는 물론 연초부터 불거진 금융사 지배구조 문제,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취급 관행 등 현안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특히 금감원이 이르면 오는 10월 부활시키기로 한 종합 검사 대상이 어디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종합 검사는 감독 당국이 대규모 검사 인력을 보내 금융회사 업무 전반과 재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은행에는 공포의 대상이다. 금감원은 진웅섭 전 원장 지시에 따라 2016년을 마지막으로 종합 검사를 사실상 중단했다가 폐지 2년 만에 재도입을 결정했다.

윤 원장은 오는 25일 국회와도 첫 공식 업무 대면을 할 예정이다. 이날 금감원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가 20대 국회 후반기 새 상임위원 배정을 마치고 첫 업무 보고를 받는다.

최대 현안은 올해 상반기 금융·증권시장을 달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논란이다. 금감원 실무진은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앞서 지난 20일 정무위 소속 보좌진을 대상으로 사전 업무 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주문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여부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에 금융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의원들이 대거 포진하며 ‘감독 강화’를 추진하는 금감원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추진 중인 암 보험금 지급 개선이나 즉시연금 미지급금의 일괄 구제 제도 적용 등이 업계 혼란이 키운다는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첫 업무 보고는 일종의 대면식 같은 것이고 곧 국회 국정 감사도 예정된 터라 향후 본격적으로 논쟁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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