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SK㈜ 이사회 의장 "CEO 평가는 시작, 차기대표도 키울것"

[만났습니다]①
SK그룹 이사회, CEO 평가에 보상까지 관여
이사회 중심 경영 자리잡아…경영진 결정 '반대표'도
최태원 회장 "과감히 바꾸자" 지원…"거수기 인식 없어져 다행"
"미래 선도하는 경영시스템 갖출 것"
  • 등록 2022-02-21 오전 5:00:00

    수정 2022-02-21 오전 5: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하필 최태원 회장의 자리를 내가 맡았으니 부담이 컸죠. 헌데 3년 전에 최 회장님이 과감하게 다 바꾸자, 하고 실제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사회 반대 사례들이 나오면서 거수기 비판도 불식할 수 있게 됐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전 고려대 총장)은 지난 3년간 SK그룹 이사회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고 평가했다. 더는 이사회를 경영진의 ‘거수기’로 부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염 의장은 지난 2019년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고 있던 SK㈜ 이사회 의장에 선임돼 3년 가까이 이사회의 변화와 함께 해왔다.

SK그룹의 이사회는 최근 ‘제 역할을 하는 이사회’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무배당 안건에 이사회가 반대표를 던져 회사가 자사주 배당을 결정하는가 하면, SKC의 해외 투자에도 계약조건 보완을 이유로 이사회가 제동을 건 적이 있다.

염 의장은 “다른 곳에서도 사외이사를 해봤지만 내용을 모르다 보니 누가 보기에도 큰 문제가 있는 것만을 얘기하게 된다”며 “그러나 SK에서는 발밑에서 사전에 보고를 받고 조율하고 토론하는 그런 과정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SK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인사평가와 보상까지 진행하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염 의장은 “CEO에 대한 인사평가는 이제 시작으로 SK그룹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계속 진화할 거라고 보면 된다”며 “외국의 기업을 보면, 차기 CEO를 양성하는 ‘석세션 플랜’(Succession plan·승계계획)이 이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이 지난 15일 SK그룹 사옥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선진화된 이사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다음은 염 의장과 일문일답.

-지난 3년간 SK그룹 이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사실 경영진과 이사회의 분리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고 외국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우리나라는 이걸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우리(SK그룹)가 하기 시작한 거고, 지난 3년간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 지난해 CEO 인사평가와 연봉까지 이사회가 정하고, 공식을 만들었다. 계속 진화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는 경영진이 의장을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데.

△그래서 이사회에서 보고, 토론 등을 통해 현안을 함께 보고 있다. 이사회 밑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도 있고, 거버넌스위원회도 있다. 이사회를 열기 전에 매달 2~3차례 보고도 받고, 사전에 분과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토론도 한다. 또 첨단산업이나 수소경제 등 미래산업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이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최근 몇몇 자회사에서 이사회가 반대표를 던지며 SK 이사회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거수기 등 비판을 불식한 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나 한편으로는 이사회 통과율이 높다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무회의만 해도 부결되는 건이 있나. 사전에 그만큼 조정을 몇 번이고 하고 충분한 논의를 하기 때문에 통과율이 높은 사례도 있다.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 결정은 경영진도 쉽지 않을 텐데.

△SK㈜가 미국에서 ‘콜드체인’ 냉장시설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게 왜 필요한가 했는데 진행하면서 보니 음식도 그렇고 앞으로 저장산업이 중요하다고 하더라. 코로나19 상황이 되면서 선구적 투자가 된 사례다. 그만큼 사업과 성장성, 전략에 대해 배우고 알아가야 한다.

-SK그룹은 이사회의 독립경영을 항상 강조하고 있는데 이제 자리를 좀 잡았다고 평가하는지.

△아직도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제 처음으로 CEO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는데 외국 같으면 CEO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석세션 플랜, 차기 CEO를 양성하는 그런 임무도 이사회에서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서너 명의 후보자를 두고 차기 CEO는 누가 해야 하느냐를 이사회가 정하고, 이게 굉장히 중요한 임무다.

-CEO 선임 같은 경우 국내에서는 오너의 영역이라고 보지 않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다. 이사회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그룹이나 인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일 텐데 이사회에만 맡겨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헌데 최 회장은 시스템을 디자인하려는 것 같다. 거대한 그룹의 수많은 결정을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사실 최태원 회장의 자리를 그대로 받았으니 부담감이 컸을 듯하다. 어떤 각오로 임했는지.

△사외이사인 나는 객관적인 판단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주주의 이익과 사회적인 이익을 가장 중심에 뒀다. 경영진이 메이저 정책을 가지고 와서 테이블에 올려놨을 때 우리는 그게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거다.

지금은 분기별로 워크숍도 하는데, SK그룹이 나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면 ESG나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같은 것들에 대해 전 세계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SK그룹은 먼저 선언하고 앞서 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최태원 회장이 SK 이사회에 특별히 당부한 얘기가 있나.

△이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수기가 아닌 제대로 된 이사회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했고 그걸 지원하겠다는 생각이었다.

-SK그룹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더 강화한다고 하는데 올해 목표는.

△ESG 경영 중 특히 G, 거버넌스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거다. CEO 평가도 했지만 여러 변수도 있어서 조정을 하면서 제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 SK㈜같은 지주회사의 경우 고민 중 하나가 저평가돼 있다는 거다. 미래 산업에 투자를 진행해서 수익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평가를 제대로 못 받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최근 최 회장도 강조하고 있는 공유경제에 대한 계획이다.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는 개념이다. SK그룹의 자회사가 아니더라도, 투자를 진행하지 않은 회사라도 SK의 멤버사 등으로 자산을 공유하고 우리도 그쪽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방식이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일 수 있지만 최 회장도 항상 강조하는 개념이다. 우리의 자산이나 가치 등을 서로 내주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거다.

-기업시민을 항상 강조하고 있는데, 기업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뜻인가.

△기업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세금을 받기 위해 법인을 만든 거다. 그럼 권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기업시민이라는 게 이제 기업도 시민 의식을 가지고 권리도 주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신 좋은 가치라고 생각하는 역할도 적극적으로 해야 할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기업 시민 얘기를 했다.

-기업시민이 자리를 잡으면 무조건 기업을 나쁘게만 보는 인식도 바뀔 수 있다고 보는지.

△사회적 DNA가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기업의 역할을 인정할 때라고 본다. 대신 책임도 물으면 된다. 기업이나 주주, 오너가 잘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워치독(감시자)으로 알리면 된다.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인식은 바꿔야 할 때다.

염 의장(고려대 명예교수·전 총장)은…

△1955년 서울 출생 △고려대 행정학 학사 및 동 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고려대 국제교육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문위원 △2015년~2019년 고려대 제19대 총장 △2019년 3월 SK(주)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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