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①‘삼포 세대’도 ‘낀 세대’도 노후준비는 ‘배부른 소리’ ②연금 선진국 둘러보니…“200세 시대 준비한다” ③자식보다 연금이 효자…잘 고르면 노후걱정 ‘훌훌’ ④액티브 시니어가 뜬다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서울역 앞 연세빌딩 뒷골목 쪽방촌에 사는 홍 모(55)씨. 대우건설 작업반장 출신으로 남부럽지 않았던 그는 10여 년 전 사업 실패로 가족과 헤어진 뒤 우여곡절 끝에 1년 전 쪽방촌으로 오게 됐다. 지금은 한쪽 폐를 제거해야 할 정도로 건강도 좋지 않다.
홍씨는 “이혼한 아내에게 안겨준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한다”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매월 기초생활수급비로 받는 47만원에서 방값 17만원 내고 약값, 식대, 난방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은퇴 이후 황금 연못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도 있지만 ‘9만 시간(퇴직 이후 주어지는 여유시간)’을 미리 대비하지 못해 외로움과 고통에 시달리는 은퇴자들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통계청 조사에서 홀로 사는 노인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경제적인 어려움(43.6%)’이 꼽혔다. 또 이들 4명 중 3명은 노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자녀나 친지에게 의지하는 것 외에 대책이 없는 상태다.
혼자 사는 노인 가운데 최저생계비 이하는 전체의 42.2%를 차지한다. 그마저도 기초생활보호 등 소득보장지원을 받는 노인은 약 32만명에 불과하다.
올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서울대학교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함께 조사한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는 56.7로 ‘주의’에 해당했다. 재무는 물론 건강이나 은퇴 후 활동 등 비재무적인 은퇴준비 전반에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삶의 품위를 유지하며 은퇴 후를 살기 위해서는 월평균 300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생활비 160만원, 건강검진비 100만원(2인), 의료비 42만원(2인), 사회활동·경조사 50만원 등을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 10가구 중 4가구는 현재 노후를 위한 저축을 전혀 하지 않고 있어 노후소득보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젊은 층이 이미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며 “오늘이라도 바로 내가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나머지 평생 소득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