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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박종오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오는 7월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호남 지역 시민단체가 매각 반대에 나서며 반발하는 데다 애초 유력하게 꼽혔던 인수 후보들이 발을 빼면서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은 1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입찰 공고까지는 앞으로 두 달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빨리 진행되면 7월께 (입찰 공고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수·합병(M&A)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준비할 사항도 많아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현재 주관사 선정이 끝난 뒤 매도자 실사를 준비 중인데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기본적 매각 구조를 짜게 되고 이를 토대로 입찰 공고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국민주 공모 검토한 바 없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이날 “현 단계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국민주 공모 등 국민기업화하는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해 논란을 사전 차단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달 산업경쟁력장관회의와 채권단 협의 등을 거쳐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마련한 정상화 방안에 따라 책임있고 능력있는 경영 주체에 신속한 M&A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런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는 지역 시민단체의 주장뿐 아니라 호남과 연계된 기업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거론되자 향후 아시아나항공 매각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M(삼라마이다스)그룹과 호반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한진해운 인수로 사세를 확장한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대표적인 호남 기업인이다. 대우건설 인수를 타진했던 호반건설도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42개 계열사를 거느린 호반건설그룹의 자산규모는 8조원에 이른다. 굵직한 M&A 매물이 나올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호남을 거점으로 그룹을 이끈 기업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호남 대표 기업들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없지 않다.
SM그룹·호반건설 등 잠재 후보로 거론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으로부터 백기를 받아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재임 기간 중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회장 퇴임 이후에도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매각 작업을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어서다. 이 회장이 직접 총대를 메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다음달 설립되는 자산관리전문회사(AMC)인 KDB인베스트먼트에 아시아나항공을 이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KDB인베스트먼트에서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면 상대적으로 외풍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의 한 인사는 “대우건설을 제외하면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길 관리회사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벌써부터 시민단체가 들썩이고 있는데 지역구를 챙기려는 국회의원들까지 나선다면 시간이 갈수록 매각 작업은 어렵게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치적 이슈가 쟁점화되기 전에 매각 작업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