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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두툼하게 얹은 물감은 여전히 축축해 보인다. 민첩한 속도감도 살아 있다. 굳이 변한 게 있다면 차분해진 색감·질감이랄까. 튀어나올 듯했던 푸른빛, 꿈틀댔던 노란빛이 잔잔한 결을 입었다.
작가 김미영(36)은 ‘웨트 온 웨트’(Wet on Wet) 기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다져왔다. 물감이 마르기 전 다른 물감을 덧칠하는 방식으로 덩어리의 움직임을 캔버스에 엉켜놨더랬다. 젖은 물감이 더 젖은 물감과 섞이며 화면은 빨라졌다. ‘빠르다’? 찰나의 영감을 잡아두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라지기 전에 붙들어두려고.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그림의 촉감’(Touch of Eyes)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72×91㎝. 작가 소장. 이화익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