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폐배터리가 재활용되면 리튬·니켈 등 배터리에 쓰이는 주요 희소금속에 대한 공급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며 폐배터리 재사용(reuse)·재활용(recycle)의 중요성을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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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이 원자재 공급 부족 사태의 대안이 되리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8~10년가량 쓰면 최대 충전량이 줄어 폐배터리로 분류되는데, 전기차 시대가 막을 올린 만큼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배터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이 규모의 경제를 갖춘 사업으로도 자리 잡으리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외에선 사업화에 앞서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사용하거나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연구·개발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정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한국전지산업협회도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지산업협회는 이를 위해 지난해 전남 광양에 친환경 리튬 배터리 재활용 테스트베드를 구축했으며, 내년엔 친환경 재활용(direct recycle) 공정 장비를 구축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나선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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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분석하는 영국의 ‘서큘러 에너지 스토리지’(Circular Energy Storage)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를 재활용하고 있거나 곧 재활용 사업을 시작할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100여개에 이른다.
그는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선 폐배터리를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그중에서도 회수한 폐배터리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또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친환경 공정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방식으로 희소금속을 추출해내는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에 쓰이는 건식 공정은 배출가스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습식 공정은 폐수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각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을 얼마나 적게 하는지는 중요한 환경적·기술적 이슈가 될 수 있다”며 “기존의 건식·습식 재활용보다는 탄소 배출이 적은 공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은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사업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정부의 관심이 중요하다”며 “사용 후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등 정책적 뒷받침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