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4일자 8면에 게재됐습니다. |
대중교통 비용을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하면 비용의 30%를 소득에서 공제해준다. 뿐만 아니라 소득공제 한도가 최대 500만원까지 올라간다. 전통시장 지출액이 있으면 현재도 최대 400만원(신용카드 등 공제한도 300만원)까지 공제해주고 있는데, 대중교통 비용 100만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세수가 연간 최대 2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잃게 된 것은 단순히 세수 몇천억원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주장해왔던 원칙들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렸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한 경제단체 강연에서 근로자의 40%(4인 가구 기준 연간 총급여 2000만원) 가량이 세금을 내지 않으니 이런 면세자 비율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소득공제는 사실 갑자기 나온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버스·지하철요금 등 대중교통 비용을 소득공제 해달라고 재정부에 건의했다. 새누리당 백성운 의원도 대중교통 비용을 최대 200만원까지 소득에서 빼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재정부는 대중교통 소득공제를 끝까지 반대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근로소득공제를 통해 대중교통 등 생활비에 해당하는 비용을 일괄적으로 빼고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비용을 따로 빼면 이중공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재정부가 당시에 대중교통 소득공제를 반대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저소득층은 혜택이 없다는 점이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총급여가 2000만원인 근로자는 소득이 낮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정작 필요한 저소득층은 혜택이 없다.
이런 부작용에도 재정부가 대중교통 소득공제를 추진하기로 한 배경엔 세간에서 제기돼온 유류세 인하를 하는 것보다는 세수 감소가 적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줏대 없는 정책으로 재정부는 신뢰성과 원칙 모두를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