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대중교통 소득공제로 재정부가 버린 것들

  • 등록 2012-05-24 오전 6:10:00

    수정 2012-05-23 오후 7:00:26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4일자 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높은 기름값에 정부가 대중교통 많이 이용하자며 대책을 내놨다. 방법은 버스·지하철요금 등 대중교통 비용을 소득에서 빼주는 방식이다.

대중교통 비용을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하면 비용의 30%를 소득에서 공제해준다. 뿐만 아니라 소득공제 한도가 최대 500만원까지 올라간다. 전통시장 지출액이 있으면 현재도 최대 400만원(신용카드 등 공제한도 300만원)까지 공제해주고 있는데, 대중교통 비용 100만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세수가 연간 최대 2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잃게 된 것은 단순히 세수 몇천억원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주장해왔던 원칙들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렸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한 경제단체 강연에서 근로자의 40%(4인 가구 기준 연간 총급여 2000만원) 가량이 세금을 내지 않으니 이런 면세자 비율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는 방법은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부턴 대중교통 비용만 있으면 최대 500만원까지 소득공제 되니 혜택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대로라면 세금을 안 내는 면세자 비율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대중교통 소득공제는 사실 갑자기 나온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버스·지하철요금 등 대중교통 비용을 소득공제 해달라고 재정부에 건의했다. 새누리당 백성운 의원도 대중교통 비용을 최대 200만원까지 소득에서 빼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재정부는 대중교통 소득공제를 끝까지 반대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근로소득공제를 통해 대중교통 등 생활비에 해당하는 비용을 일괄적으로 빼고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비용을 따로 빼면 이중공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총급여(연봉에서 비과세소득 제외)가 5000만원인 근로자는 의료비나 교육비 등 특별공제 말고도 기본적으로 근로소득공제로 1300만원이 공제된다.

재정부가 당시에 대중교통 소득공제를 반대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저소득층은 혜택이 없다는 점이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총급여가 2000만원인 근로자는 소득이 낮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정작 필요한 저소득층은 혜택이 없다.

이런 부작용에도 재정부가 대중교통 소득공제를 추진하기로 한 배경엔 세간에서 제기돼온 유류세 인하를 하는 것보다는 세수 감소가 적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줏대 없는 정책으로 재정부는 신뢰성과 원칙 모두를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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