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붉은 옷 소매 끝동의 섬, 붉은 절경에 취하다

전남 신안의 보물섬 ‘홍도’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30분 험난한 뱃길
일몰 때 섬 전체가 붉게 물들어 '홍도'라 불려
사암과 규암으로 이뤄져 홍갈색 띄어
동백꽃 섬 뒤덮어 '홍의도'라 불리기도
유람선바다 타고 바다 위 기암 전시장 탐방
섬 곳곳에기이한 모습 기암과 해식동굴 눈길
  • 등록 2022-04-15 오전 12:15:00

    수정 2022-04-15 오전 12:15:00

흑산도에서 홍도를 향해 바라본 일몰 풍경
[홍도(전남 신안)=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남 신안의 섬, 흑산도. 흑산도에서 꼭 봐야할 곳이 있다면 상라봉 일몰이다. 흑산도 예리항에서 진리를 지나 동백나무 숲을 이룬 구불구불 십이고갯길을 올라서면 용고개. 이 고개 위에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가 있다. 굳이 이곳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다도해 최고의 전망도 있지만, 홍도 뒤편으로 넘어가는 장엄한 일몰이 압권이기 때문. 전망대 서쪽 바다 위로 대장도와 소장도, 망덕도, 그 뒤로 옅은 바다 안개에 휩싸인 홍도가 점점이 떠 있다. 해질 무렵, 하늘이 조금씩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어느새 홍도 전체가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홍도가 ‘붉은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1004개의 섬 중 으뜸인 서해 끝 보물섬 ‘홍도’

전남 신안의 섬 ‘홍도’(紅島). 홍도는 흑산면에 속해있는 작은 섬이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 흑산도와 더불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도 속해 있다. 특이한 지질구조와 육상·해양식생으로 한반도 서남단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자연박물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홍도에 가기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목포연안여객터미널까지 가야 한다. 여기서 홍도까지는 무려 115km다. 흑산도에서는 22km 떨어져 있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30분, 흑산도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뱃길이다. 비금도 초까지는 잠잠했던 바다가 큰 바다로 나서는 순간부터 울렁거림이 심해진다. 흑산도와 홍도를 묶어서 여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배 시간을 고려해서 홍도와 흑산도 여행동선을 짜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날씨, 즉 하늘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목포에서 흑산도와 홍도까지 오가는 여객선


홍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태양이 질 무렵이면 섬 전체가 붉게 물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사암과 규암으로 이뤄진 섬 자체가 홍갈색으로 보여 붉은 섬이 되었다고도 한다. 또 동백꽃이 섬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 마치 붉은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홍의도’라고도 불렀다.

실제로 바다 위에서 엿본 홍도의 피부색도 이 같은 이야기들에 힘을 보탠다. 이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 한다. 홍도의 붉은 속살과 다양한 기암, 그리고 주변에 자리한 섬 등을 둘러볼 수 있는 홍도여행의 백미다. 유람선은 하루 2번 운항한다. 1구 대목마을 앞 항구에서 동남쪽으로 향해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도는 코스다.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유람선마다 포인트를 안내해주는 가이드도 동행한다.

홍도 1구항으로 들어오는 고깃배. 그 뒤로 홍도의 거대한 기암절벽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다.


파도와 바람이 빚은 조각상을 만나다

바다 위는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다양한 기암들이 곳곳에서 관광객을 맞는다. 어느 수병의 칼인지, 그 장대함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기괴한 ‘칼바위’가 있는가 하면 홍도 볼거리의 으뜸인 ‘남문바위’도 있다. 특히 남문바위는 홍도 해상관광 33경 중 제1경으로 불리는 기암이다. 섬의 가장 아래쪽 바닷물 깊이 기둥을 묻고, 오가는 어떤 파도도 이겨낼 듯 당당히 서 있다. 이 문 안으로는 배도 통과할 수 있는데 홍도 사람들은 이 문으로 지나가기를 즐기며 풍어에 대한 소망을 품는다고 한다.

홍도여행의 백미인 ‘유람선투어’는 홍도의 각종 기암괴석과 해식동굴을 볼 수 있는 가장 인기있는 여행법이다. 사진은 홍도 제1경인 남문바위


양산만 동쪽 울타리 한쪽에는 ‘병풍바위’와 ‘장구바위’, ‘기생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이어 홍도 절경에 취한 외계인 한명이 섬을 떠나지 못하고 그만 주저앉은 모습을 닮은 ‘외계인바위’와 ‘봉황새동굴’을 지나면 제2경인 ‘실금리굴’이 보인다. 거대한 가야금 하나가 돌 누각을 지붕 삼아 살짝 비를 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바로 옆에는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흔들바위’가 보는 이의 마음을 내내 불안하게 만든다.

홍도여행의 백미인 ‘유람선투어’는 홍도의 각종 기암괴석과 해식동굴을 볼 수 있는 가장 인기있는 여행법이다. 사진은 홍도 제8경인 독립문바위.


‘촛대바위’와 ‘철새바위’까지 지나면 홍도의 서해가 펼쳐진다. 여기에도 기암과 해식동굴이 가득하다. 서문동굴을 지나자 한 개의 바위가 위로 가면서 둘로 나눠진 ‘원앙새바위’가 나타나고, 암석들이 첩첩이 쌓인 ‘시루떡바위’와 그 옆의 ‘주전자바위’가 신기한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는다.

2구 석기미마을 앞 바다에는 돌섬들이 둥둥 떠 있다. 홍도의 대표적인 일몰 감상터로, 그 중심에 홍도 제8경인 ‘독립문바위’가 있다. 그 생김새가 매우 특이한데, 배가 드나들 정도로 큰 구멍이 바위를 뚫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이색적이다.

홍도관리소 앞 전망대에서 양산봉 방면의 샛길로 들어서면 동백나무 군락이 펼쳐져 있다. 이 동백꽃은 겨울철 모진 바닷바람을 견디고 피어나서인지 더욱 강렬하고 억센 빛깔을 띠고 있다.


붉은 융단 따라 진홍빛으로 물든 홍도를 보다

홍도 섬 내에는 동북 숲이 붉은 융단을 깔았다. 1구항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홍도관리사무소와 생태전시관이 있다. 홍도의 역사와 생태, 그리고 여행에 관한 깨알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홍도 자생난실도 바로 옆에 있어 잠깐 둘러보기 좋다.

홍도관리사무소 앞 전망대에서 양산봉(231m) 방면의 샛길로 들어서면 당산숲이다. 이 숲에는 무려 300년 된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백꽃은 겨울철 모진 바닷바람을 견디고 피어나서인지 더욱 강렬하고 억센 빛깔을 띠고 있다. 동백꽃은 시들지 않은 꽃송이 째 뚝 떨어져서는 땅 위에서 다시 한번 피어난다. 봉오리째 땅위로 낙화한 동백꽃은 하나의 꽃밭을 만들면서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낸다. 홍도가 홍의도라고 불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동백숲 한가운데 자리한 당산도 그 신비로움을 더한다.

홍도 양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홍도 1구 마을과 깃대봉


길은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전망도 훌륭하다. 항구와 마을, 홍도를 성벽처럼 둘러싼 기암과 적벽, 그리고 푸르다 못해 시린 바다까지. 눈 가는 곳마다 절경이다.

1구 대목마을과 2구 석기미마을까지는 주로 배편으로 오간다. 걸어가는 방법도 있다.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 옆으로 덱이 이어져 있다. 덱에는 2개의 전망대가 있는데, 첫번째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는 몽돌해수욕장이, 왼쪽으로는 1구항과 대목마을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계속 오르면 고치산이 정상으로 이어지고, 정상을 넘어가면 석기미마을까지 이어진다.

소박한 섬마을은 석기미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홍도등대. 가는 길은 마을 위쪽과 산허리를 돌아가는 산길, 바닷가의 밭둑을 타고 가는 산책로가 있다. 모두 20여분 걸리는 짧은 길. 홍도등대가 유명한 이유는 일몰 풍경 때문이다. 독립문바위 위로 떨어지는 낙조의 풍광은 마치 동백의 낙화를 보는 듯 처연하다. 해가 서서히 홍도 서쪽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직전, 다시 홍도는 온통 진홍빛으로 물든다.

홍도 석기미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홍도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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